건축적 재사용(palimpsest): 리노베이션, 복원, 그리고 과거의 미래에 대한 비판적 탐구
제 1부: 건축 개입의 철학적 토대
건축물에 대한 인간의 개입, 즉 흔히 '리노베이션'이라 불리는 행위는 단순한 기술적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선언이다. 건축적 개입의 현대적 실천은 20세기 중반,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남긴 파괴의 경험 속에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국제적 원칙들은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였다. 본 보고서의 제 1부에서는 이러한 철학적, 윤리적 기반을 구축한 핵심적인 이론과 헌장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전후 보편주의적 원칙에서 출발하여 보다 문화적으로 민감하고 가치 기반의 틀로 진화하는 지적 여정을 추적함으로써, 우리는 보존, 복원, 그리고 적응적 재사용과 같은 현대적 실천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적 충돌과 발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베니스 헌장이 제시한 '진정성'의 개념에서부터 알로이스 리글이 파헤친 가치의 갈등, 체사레 브란디가 정립한 비평적 방법론, 그리고 버라 헌장이 도입한 '문화적 중요성'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이 장들은 건축적 개입 행위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층적인 담론의 지형도를 그린다.
제 1장 베니스 헌장과 진정성의 성문화
1964년 베니스에서 열린 제2차 역사기념물 건축가 및 기술자 국제회의에서 채택된 베니스 헌장(The Venice Charter)은 건축 유산 보존 및 복원 분야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룬다.1 이 헌장은 제2차 세계대전의 광범위한 파괴 이후, 인류의 "공동 유산(common heritage)"으로서 고대 기념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2 1931년 아테네 헌장의 기본 원칙을 계승하고 확장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 베니스 헌장은, 이전까지 산발적이고 각국의 문화적 전통에 따라 상이하게 이루어지던 보존 및 복원 작업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틀을 제공하려는 최초의 체계적인 시도였다. 이 헌장은 이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창립 문서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 문화유산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영향력 있는 문헌으로 남아있다.4 헌장의 핵심은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가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성문화한 데 있으며, 이는 주로 물질적 완전성과 역사적 증거로서의 가치로 이해된다.
진정성과 증거의 우위 (제9조)
베니스 헌장의 가장 핵심적인 기여 중 하나는 복원(restoration)의 개념을 엄격하게 정의하고 그 한계를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제9조는 복원을 "고도로 전문화된 작업(a highly specialized operation)"으로 규정하며, 그 목적은 "기념물의 미적,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드러내는 것"에 있다고 명시한다.1 이 과정은 반드시 "원본 재료와 신빙성 있는 문서에 대한 존중(respect for original material and authentic documents)"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 조항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복원은 추측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중단되어야 한다(It must stop at the point where conjecture begins)"는 선언이다.2 이는 19세기 복원가들이 양식적 통일성이나 이상적인 원형을 추구하며 자의적으로 건물을 '완성'시키던 관행에 대한 명백한 비판이자 단절이다. 헌장은 기념물을 예술 작품인 동시에 "역사적 증거(historical evidence)"로 간주하며(제3조) 3,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의 모든 개입은 역사를 위조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따라서 복원은 기념물에 대한 고고학적, 역사적 연구가 선행되고 또 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의 중요성을 제도화했다.1 이는 복원 행위를 주관적 예술 행위에서 객관적 과학 기술의 영역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였다.
개입의 식별 가능성 (제9조, 제12조)
진정성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베니스 헌장은 '개입의 식별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9조는 불가피하게 추가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건축 구성과 구별되어야 하며, 현대적인 특징을 지녀야 한다(must be distinct from the architectural composition and must bear a contemporary stamp)"고 규정한다.5 더 나아가 제12조에서는 결실된 부분의 교체는 "전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동시에 원본과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며, 그 이유는 "복원이 예술적 또는 역사적 증거를 왜곡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힌다.5
이 원칙은 복원 행위에 있어 '정직성'을 윤리적 의무로 부과한다. 새로운 부분이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역사적 위조 행위이며, 미래의 연구자들이나 방문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만이라는 것이다. '현대적 특징'을 지녀야 한다는 요구는 단순히 양식적인 권고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개입의 역사를 명확히 드러내라는 명령이다. 이는 건물이 단일한 시간 속에 고정된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흔적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기록물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이로써 헌장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 흐릿한 모방이 아닌, 명확하고 정직한 대화의 형태를 취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양식적 통일성의 거부 (제11조)
베니스 헌장은 19세기 복원 이론, 특히 외젠 비올레르뒤크(Eugène Viollet-le-Duc)로 대표되는 양식적 복원(stylistic restoration)의 개념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제11조는 "양식의 통일성은 복원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기념물 건립에 기여한 모든 시대의 타당한 공헌은 존중되어야 한다(The valid contributions of all periods to the building of a monument must be respected, since unity of style is not the aim of a restoration)"고 선언한다.1
이 조항은 건축물을 다층적인 역사의 퇴적물로 이해하는 관점을 법제화한 것이다. 19세기 복원가들은 종종 건물을 특정 시대의 '이상적인'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 후대에 추가된 부분들을 가치 없다고 판단하여 철거했다. 그러나 베니스 헌장은 이러한 행위가 또 다른 역사의 파괴임을 인식하고, 한 건물이 여러 시대의 양식을 중첩적으로 포함하고 있을 때, 그 자체를 기념물의 고유한 역사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층을 드러내기 위해 위층의 구조물을 제거하는 것은 "제거되는 것이 거의 가치가 없고, 드러나는 재료가 역사적, 고고학적, 미학적으로 큰 가치를 지닐 때"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exceptional circumstances)"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2 이 원칙은 건축 유산을 단일한 창조물이 아닌,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쓰여지고 덧붙여진 '팔림프세스트(palimpsest)'로 보도록 강제하며, 보존의 대상을 원형이 아닌 건물의 전 생애주기로 확장시켰다.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베니스 헌장은 기념물 보존 분야에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헌장이 지닌 명확성과 엄격함은 그 자체로 비판과 새로운 해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헌장의 기저에 깔린 보편주의적 시각과 과학적 객관성에 대한 믿음은 20세기 중반 모더니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헌장은 "모든 과학과 기술"의 동원을 촉구하고(제2조) 2, 국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확고한 규칙을 수립하려 했다. 이는 합리적이고 전문가 중심의 분석을 통해 보편적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모더니즘적 신념을 반영한다. 이러한 접근은 보존 행위에서 주관성과 '취향'을 배제하려는 강점을 지니지만, 동시에 경직성과 특정 문화(특히 유럽) 중심적 시각이라는 한계를 내포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헌장은 기념물의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을 위한 활용을 장려하면서도(제5조) 3, 그 변경이 "건물의 배치나 장식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제한을 둔다.5 이는 기념물의 '역사적 증거'로서의 가치를 '사용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가치 위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순수한 보존의 이상과 현대 사회의 실용적 요구 사이의 근본적인 긴장을 드러낸다. 이 긴장감은 훗날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과 같은 보다 유연한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결국 베니스 헌장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해답이 아니라, 건축 유산을 둘러싼 가치와 윤리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드러내고, 이후 세대가 계속해서 씨름해야 할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 역사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제 2장 기념물 숭배: 알로이스 리글과 유산의 경쟁하는 가치들
베니스 헌장이 채택되기 60여 년 전, 오스트리아의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Alois Riegl)은 이미 현대 사회가 과거의 유산을 대하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방식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 『현대 기념물 숭배: 그 본질과 기원』(1903)은 보존 및 복원에 대한 실천적 지침서가 아니라, 우리가 기념물에 부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들 사이의 필연적인 충돌을 분석한 최초의 철학적 탐구이다.6 리글의 이론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문화유산을 둘러싼 논쟁의 근원에 어떤 가치들의 경쟁이 놓여 있는지를 밝히는 강력한 진단 도구를 제공한다. 그는 우리가 과거와 맺는 관계가 단일한 원칙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종종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가치들의 각축장임을 보여주었다.8
기념적 가치: 역사적 가치와 연대적 가치
리글은 기념물이 지니는 가치를 크게 '기념적 가치(commemorative values)'와 '현재적 가치(present-day values)'로 구분한다. 기념적 가치는 다시 '의도적 기념물(intentional monuments)'과 '비의도적 기념물(unintentional monuments)'로 나뉘는데, 현대적 의미의 문화유산 보존은 주로 비의도적 기념물과 관련이 깊다. 리글은 이 비의도적 기념물에 부여되는 두 가지 핵심적인 기념적 가치를 구분한다.
첫째는 **역사적 가치(historical value)**이다. 이는 특정 기념물이 인류 활동 발전의 한 단계를 보여주는 고유한 '문서'로서 지니는 가치이다.9 역사적 가치는 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요구하며, 미래의 연구를 위해 기념물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그 상태를 최대한 '진본 그대로(as genuine as possible)'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9 즉, 역사적 가치의 관점에서 보존의 목표는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부식을 막는 것이다. 19세기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증가한 시기였으며, 이는 예술사 연구의 폭발적인 성장과 법적 보호 장치 마련으로 이어졌다.10
둘째는 **연대적 가치(age-value, Alterswert)**이다. 이는 리글 이론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으로, 시간의 흐름이 남긴 가시적인 흔적, 즉 파티나(patina), 마모, 부식, 단편적인 형태 등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가치를 의미한다.9 연대적 가치는 역사적 지식이나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감각적 인식을 통해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한다.9 리글은 연대적 가치가 사물의 자연스러운 생애주기, 즉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고 보았다.6 이 가치는 국경을 초월하며, 민족주의적 감정과 강하게 연결되었던 비의도적 기념물과 달리 보편성을 지닌다.8
현재적 가치: 신규성 가치와 사용 가치
과거를 기념하는 가치들과 달리, '현재적 가치'는 기념물이 현재 우리에게 제공하는 효용과 관련된다. 리글은 이 중에서 특히 두 가지를 중요하게 다룬다.
첫째는 **신규성 가치(newness-value)**이다. 이는 새롭고, 온전하며, 흠 없는 상태를 선호하는 인간의 강력하고 본능적인 미적 취향이다.8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낡고 파편화된 것을 추하게, 새롭고 완전한 것을 아름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10 리글은 이 신규성 가치를 "연대적 가치의 가장 강력한 적수(the most formidable opponent of age-value)"로 지목했다.8 대중의 눈에 예술은 언제나 신규성 가치와 동일시되어 왔으며, 19세기 복원 실천의 핵심에는 바로 이 신규성 가치와 역사적 가치의 결합이 있었다. 즉, "자연적 부식의 모든 흔적을 제거하고, 모든 파편을 복원하여 완전한 전체의 외관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8
둘째는 **사용 가치(use-value)**이다. 이는 건물이 지닌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건물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는 연대적 가치를 존중하여 건물을 자연의 운명에 맡겨두려는 이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10
보존의 핵심적 갈등: 가치들의 전쟁
리글 이론의 진정한 힘은 이 가치들이 서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데 있다. 문화유산 보존의 실천 현장은 바로 이 가치들의 전쟁터이다.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는 역사적 가치와 연대적 가치 사이의 충돌에서 발생한다. 역사적 가치는 증거 보존을 위해 부식의 '중단'을 요구하는 반면, 연대적 가치는 시간의 흔적 자체를 예찬하며 부식 과정의 '지속'을 긍정한다.9 이 둘은 원칙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여기에 대중의 강력한 신규성 가치에 대한 선호가 개입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신규성 가치는 연대적 가치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흔적, 즉 파티나와 낡음을 '결함'으로 간주하고 제거하여 완벽하게 '복원된' 모습을 요구한다. 역사적 가치 역시 종종 '절대적이고 원래적인 상태'로의 완전한 복원을 지향하며 신규성 가치와 결탁하기도 한다.10 이는 단편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간의 경과를 포용하는 연대적 가치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리글의 분석은 베니스 헌장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을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리글이 비판했던 19세기식 '양식의 순수성'에 대한 집착은 역사적 가치와 신규성 가치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결과이며 6, 이는 베니스 헌장 제11조가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바이다. 헌장이 '추측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제9조)은, 그럴듯한 신규성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역사적 가치를 위조하는 행위를 막으려는 시도이다. 헌장의 '식별 가능성' 원칙 역시 새로운 개입이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여 거짓된 신규성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직접적인 장치이다. 이처럼 베니스 헌장은 리글이 60년 전에 이미 철학적으로 진단했던 문제적 복원 관행에 대한 하나의 입법적 대응으로 읽을 수 있다. 리글의 천재성은 이 갈등을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각각 정당성을 지닌 가치들 사이의 비극적 충돌로 규명한 데 있다. 그의 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어떤 문화유산 논쟁이든 그 이면에는 '우리는 지금 어떤 가치를 우선하고 있는가?'라는 리글적 질문이 놓여 있다.
제 3장 비평적 행위로서의 복원: 체사레 브란디의 방법론적 틀
알로이스 리글이 문화유산에 부여되는 가치들의 철학적 지형도를 그렸고, 베니스 헌장이 그 가치들을 보호하기 위한 윤리적 규범을 제시했다면,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 체사레 브란디(Cesare Brandi)는 복원이라는 행위 자체를 기술적 공예에서 비평적, 철학적 방법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저서 『복원 이론』(Teoria del Restauro, 1963)은 복원을 "예술 작품이 그것의 물리적 실체 안에서, 그리고 그것의 이중적인 미적, 역사적 본질 안에서 인식되는 방법론적 순간"으로 정의한다.12 브란디에게 복원은 단순히 손상된 것을 고치는 행위가 아니라,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그 본질을 미래로 전달하기 위한 지적인 '비평 행위(critical act)'이다.12 그의 이론은 예술 작품의 '잠재적 통일성(potential oneness)'을 회복하되, 시간의 흐름이 남긴 흔적을 존중하는 섬세하고 균형 잡힌 개입의 틀을 제공한다.13
복원의 이중적 책무: 미적 요청과 역사적 요청
브란디 이론의 핵심은 모든 예술 작품이 두 가지 근본적인 측면, 즉 '미적 요청(aesthetic instance)'과 '역사적 요청(historical instance)'을 동시에 지닌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12 미적 요청은 작품이 예술가에 의해 창조된 '이미지'로서 지니는 예술성 그 자체를 의미한다. 역사적 요청은 작품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인간에 의해 생산되어 현재까지 시간을 통과해 온 '물질적 증거'로서의 가치를 뜻한다.
복원의 목표는 이 두 가지 요청을 모두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복원가가 단지 기술자가 아니라, 작품의 예술적 본질과 역사적 맥락을 모두 이해하는 비평가여야 함을 의미한다. 브란디는 "예술 작품에 대한 모든 행위는, 복원의 개입을 포함하여, 그것이 예술 작품으로서 인식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복원의 질과 방식이 이러한 비평적 인식을 통해 결정된다고 보았다.12 따라서 복원은 작품의 미적 가치를 되살리는 동시에, 그것이 겪어온 역사의 흔적을 지우지 않아야 하는 이중의 책무를 진다.
'잠재적 통일성'의 원칙
이러한 이중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침으로 브란디는 '잠재적 통일성'의 원칙을 제시한다. 그는 "복원은 예술 작품의 잠재적 통일성을 재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단, 이것이 예술적 또는 역사적 위조를 저지르지 않고, 예술 작품이 시간을 통과한 모든 흔적을 지우지 않는 한에서 가능하다"고 명시했다.13
여기서 '잠재적 통일성'이라는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작품을 상상 속의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부분을 기반으로 관람자가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결손된 부분을 완전히 메워 '새것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결손이 전체적인 미적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개입하여 작품의 통일성을 '잠재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적 위조(artistic forgery)'란 복원가가 예술가의 역할을 대신하여 창조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역사적 위조(historical forgery)'란 시간의 흔적을 지우고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브란디의 원칙은 이 두 가지 위조를 모두 경계하며, 신중하고 절제된 접근을 요구한다.
방법론적 엄격함: 최소 개입, 가역성, 식별 가능성
브란디는 복원 과정에서 복원가의 주관적 해석이나 취향이 개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방법론적 원칙을 강조했다.15 이는 베니스 헌장의 정신과도 일치하며, 구체적으로 최소 개입, 가역성, 식별 가능성의 원칙으로 나타난다.
- 최소 개입(Minimal intervention): 작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적 가독성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작업만을 수행해야 한다.13
- 가역성(Reversibility): 모든 복원 개입은 미래에 더 나은 기술이나 정보가 나타났을 때 제거할 수 있도록 가역적이어야 한다.15 브란디는 이를 "모든 복원 작업은 미래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12
- 식별 가능성(Distinguishability): 복원된 부분은 전문가의 눈에는 원본과 명확히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 [S_...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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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ll article: Riegl's 'Modern Cult of Monuments' as a theory underpinning practical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work - Taylor & Francis Online,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556207.2020.1738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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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F) Riegl's 'Modern Cult of Monuments' as a theory underpinning practical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work - ResearchGate,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39935176_Riegl's_'Modern_Cult_of_Monuments'_as_a_theory_underpinning_practical_conservation_and_restoration_work
- Perceiving the Past: From Age Value to Pastness |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roperty,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cultural-property/article/perceiving-the-past-from-age-value-to-pastness/F3A99D23A2DE1A7DF9C25E77112DFCE5
- Alois Riegl and the Modern Cult of the Monument - ERA Architects,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eraarch.ca/2011/alois-riegl-and-the-modern-cult-of-the-monument/
- Riegl Modern Cult of Monument | PDF | Aesthetics - Scribd,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78618032/Riegl-Modern-Cult-of-Monument
- www.iccrom.org,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iccrom.org/sites/default/files/publications/2020-05/cesare_brandi_and_contemporary_art.pdf
- Preserving the Present: Theory and Ethics in the Conservation of ...,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dedalusfoundation.org/programs/online-features/view/preserving-the-present-theory-and-ethics-in-the-conservation-of-modern-and-contemporary-paintings/
- 1 Cesare Brandi's Theory of Restoration and azulejos • João Manuel Mimoso (jmimoso@lnec.pt) Researcher, Laboratorio Naciona,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www-ext.lnec.pt/AzTek/download/Azul_Brandi_fin03a.pdf
Dreaming of a universal approach: Brandi's Theory of Restoration and the conservation of contemporary art - ICOM-CC,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icom-cc.org/dlfile.aspx?file=https://www.icom-cc.org/docs/content/Sebastiano-Barassi-paper.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