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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의 귀환(Rationalism Revised)

kimwontae 2025. 11. 13. 03:47

I. 서론: 엔지니어의 황혼과 브리콜뢰르의 도래



A. '합리주의'의 두 가지 얼굴: 1920년과 2020년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건축은 '합리주의'라는 기치 아래 급진적인 사회 변혁의 도구로 소환되었다.1 1920년대의 모더니즘 운동(Modern Movement)은 건물의 '합리화(rationalization)'와 '산업화(industrialization)'를 통해 사회 개혁(social reform)이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1 당시의 건축은 순수한 재정적 논리를 넘어, 새로운 사회 질서를 구축하려는 가치 지향적 실천이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건축 저널 OASE 119: Rationalism Revised가 동명의 주제를 다시 꺼내든 것은 1 이 '합리성'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21세기의 새로운 합리주의는 이상(ideal)이 아닌 생존(survival)의 논리에 가깝다. 그것은 '제한된 재료 및 에너지 자원(limited availability of material and energy resources)'이라는 지구적 한계와 엄격한 '재정적 고려(financial considerations)'라는 현실적 제약에 기반한다.1

이러한 맥락의 변화는 건축의 핵심 행위를 '건설(Building)'에서 '수리(repairing)'로 이동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을 야기했다.3 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 앞에서, 건축가들은 스스로 '다른 역할을 재발명(reinvesting themselves in different roles)'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3

 

B. 논의의 핵심: 브리콜뢰르와 현상학적 합리성

 

본 보고서는 이처럼 '수리하는 건축가(the architect of repair)'로서 새롭게 요청되는 역할을,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가 그의 저서 《야생의 사고(The Savage Mind)》에서 제시한 '브리콜뢰르(bricoleur)'의 은유를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7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근대적 '엔지니어(engineer)'는 tabula rasa (백지상태) 위에서 선험적인 개념과 구조를 가지고 세계를 설계한다. 반면 '브리콜뢰르'는 "손재주꾼" 8 또는 "잡동사니" 10를 다루는 자로서, 이미 주어진 '파편'과 '자투리'의 집합과 대화하며 그것들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다.11 만약 20세기의 모더니스트 건축가가 '엔지니어'의 전형이었다면, 오늘날 기존 유산을 '수리'하고 '재배열'하며 '재맥락화'하는 동시대 건축가들은 '브리콜뢰르'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나아가, 본 보고서는 이 "새로운 합리성"이 단순히 자원의 효율적 분배라는 기술적, 경제적 차원 12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핵심 가설을 탐구한다. 이 합리성은 '우리가 시공간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향이나 태도' 13 자체를 재정의하는, 보다 깊은 현상학적(phenomenological)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C. 연구 방법 및 범위

 

이러한 문제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본 보고서는 다음의 구조로 전개된다.

첫째, 레비스트로스의 이론과 건축 현상학을 중심으로 이론적 틀을 구축한다.

둘째, 유럽의 선구적 실천, 특히 '수리의 윤리'를 급진적으로 보여준 라카통 & 바살(Lacaton & Vassal)의 작업을 분석한다.

셋째, 이러한 글로벌 담론이 한국의 특수한 도시 맥락(서울, 대구 등)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변용되는지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사례를 통해 고찰한다.

넷째, '수리'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거나 야기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15, 파사디즘(facadism) 16, 그리고 박물관화(museumification) 17와 같은 비판적 쟁점들을 검토한다.

최종적으로, 본 보고서는 이러한 이론적, 실천적, 비판적 고찰을 종합하여, 동시대 건축가에게 요구되는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I. 용어의 명료화: '수정된 합리주의' 대(vs.) 역사적 '신합리주의'



A. 역사적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의 정의

 

본 보고서에서 다루는 '수정된 합리주의(Rationalism Revised)'라는 용어가 야기할 수 있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를 1970년대 유럽 건축 담론의 핵심이었던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와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신합리주의는 주로 이탈리아에서 알도 로시(Aldo Rossi)와 조르조 그라시(Giorgio Grassi)와 같은 건축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다.18 그들은 주세페 테라니(Giuseppe Terragni)의 합리주의 건축을 재평가하며 18, 모더니즘의 단순한 기능주의(functionalism)와 포스트모더니즘의 가벼운 절충주의 모두에 반대했다. 그들은 건축사의 '유형(type)'과 '유형학(typology)' 20, 도시의 '원형(archetype)', 그리고 장소의 고유한 정신인 'genius loci' 18와 같은 개념을 통해 건축의 자율적 언어와 도시의 역사적 연속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B.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와 수정된 합리주의(Rationalism Revised)의 근본적 차이

 

이 두 '합리주의'는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본 보고서의 핵심 논지를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하다.

알도 로시로 대표되는 '신합리주의'는 역사를 *개념적, 추상적 원천(conceptual source)*으로 사용했다.20 그들은 역사를 "건축 언어의 저장소" 20로 보고, 그곳에서 도시와 건축의 보편적 '유형(type)'을 추출하여 *새로운 건축물(new building)*을 창조하고자 했다. 이는 비록 역사적 형태를 참조하지만, 여전히 건축가의 선험적(a priori) 개념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형태를 구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엔지니어'의 작업 방식과 유사하다.21

반면, OASE 119가 제시하는 '수정된 합리주의'는 "수리(repairing)" 3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이 접근법은 역사를 추상적 '유형'의 저장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실체(physical fabric)*로 존재하는 기존 건물 자체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엔지니어'처럼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브리콜뢰르'처럼 주어진 재료(기존 건물)에서 출발하여 후험적(a posteriori)으로 작업한다.

따라서 '신합리주의'가 역사를 개념적으로 참조하여 새로 짓는 방식이라면, '수정된 합리주의'는 역사를 물리적으로 마주하며 고쳐 짓는 방식이다. 이 둘은 역사에 대한 태도와 실천 방식에 있어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C. 동시대의 비판: '레트로 스타일'로서의 신합리주의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의 대표인 패트릭 슈마허(Patrik Schumacher)는 이러한 과거 지향적 경향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신합리주의, 네오모더니즘, 미니멀리즘 등을 "레트로 스타일(retro-styles)" 22이라고 일축하며, 오늘날 건축이 기후 변화, 인종 차별, 탈식민주의와 같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과도하게 몰두한 나머지 23, 혁신을 포기하고 "단순한 공예(mere craft)" 23의 상태로 퇴보했다고 주장한다.

슈마허의 이러한 비판은 역설적으로 본 보고서의 핵심 논의를 강화하는 지점이 된다. 그가 옹호하는 '파라메트릭시즘(parametricism)' 22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형태를 생성하는, '엔지니어' 패러다임의 궁극적인 현대적 발현이다. 반면, 그가 "단순한 공예"라고 비판적으로 지칭한 바로 그 지점이, 레비스트로스가 '브리콜뢰르'를 "손재주꾼" 8이라고 정의한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수정된 합리주의'는 슈마허가 폄하하는 바로 그 '공예'로의 회귀를, 자원 고갈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합리성으로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다.

 

III. '엔지니어'의 유산: 수리의 대상이 된 모더니즘과 타불라 라사(Tabula Rasa)



A. 모더니즘의 '엔지니어'와 타불라 라사(Tabula Rasa)

 

1920년대 모더니즘 건축가는 레비스트로스가 정의한 '엔지니어'의 전형이었다. 그는 기능주의(functionalism) 24, 산업화1, 사회 개혁2이라는 명확하고 선험적인 '구조(structure)'를 가지고, '사건(event)', 즉 새로운 건축물과 도시를 창조하려 했다.21

이 '엔지니어'들의 핵심 방법론은 '타불라 라사(Tabula Rasa)', 즉 백지상태였다. 흥미롭게도 타불라 라사는 단순히 전쟁으로 파괴된 상태 26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 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은 기존의 도시 조직을 의도적으로 제거하고 "백지상태(blank slate)" 26를 확보하려는, 국가 권력과 결합된 적극적인 "프로젝트 방법론(project methodology)" 26이었다. 기존의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위생적인 과거로 치부되었으며, 엔지니어의 합리적 질서를 구현하기 위해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B. 기능주의의 역설: 적응의 대상이 된 유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엔지니어'의 합리적 유산이 그 자체로 '수리'의 대상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다.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보고서는 모더니즘 건축 유산을 보존하고 재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명확히 보여준다.24

모더니즘 건축물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난제들을 안고 있다 24:

  1. 기능적 경직성 (Functional Rigidity):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24는 원칙에 따라 특정 기능(예: 특정 용도의 사무 공간, 특정 방식의 주거)에 고도로 특화된 설계는, 시대가 변해 새로운 용도를 수용해야 할 때 "초기 시대의 건물보다 덜 유연(less flexible)" 24하게 만든다. 유연성이 부족한 건물은 기능적 노후화(obsolescence)와 철거의 위험에 직면한다.24
  2. 환경적 지속 불가능성 (Environmental Unsustainability): 이 건물들은 "무한한 에너지(inexhaustible energy)"의 시대에 설계되었다.24 따라서 현대의 엄격한 환경 성능 요구(난방, 냉각 효율)를 충족시키기 매우 어렵다.27 특히 거대한 유리 외벽(large expanses of glazing)은 종종 에너지 악몽이 된다.24
  3. 재료 및 규모의 문제 (Material and Scale): 당시 혁신적이었던 재료 중 일부는 현재 '유해 재료(hazardous materials)'로 간주된다.24 또한 "매우 거대한 규모(very large buildings)"는 그에 맞는 새로운 용도를 찾기 어렵게 만들며, 수리 자체의 '경제적 실행 가능성(economic viability)' 24을 낮춘다.24

이러한 난제들은 모더니즘 '기능주의'의 근본적인 역설을 드러낸다. 특정 시대의 '기능'에 대한 과도하고 합리적인 특화(overspecialization)가, 다른 시대의 '기능'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적 합리성(adaptive rationality)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1920년대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 21세기의 가장 비합리적인 '유산'이 되어버린 셈이다.

 

C. 사례: 셰필드 파크 힐(Park Hill)의 실패

 

영국 셰필드에 위치한 파크 힐(Park Hill) 주거 단지(1961년)는 이러한 '엔지니어'의 이상과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늘의 거리(streets in the sky)" 28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통해 전통적인 이웃 공동체 의식을 고층 주거에 이식하려 했던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전후 영국 모더니즘의 최고 성취 중 하나로 여겨졌다.28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 단지는 심각한 방치, 구조적 노후화, 그리고 복잡한 사회 문제에 직면하며 급격히 쇠퇴했다. 결국 파크 힐은 "모더니즘의 실패와 동의어(synonymous with the failure of modernism)" 28가 되었으며, 그곳의 거주자들은 사회적 낙인에 시달려야 했다.28 이는 '엔지니어'의 tabula rasa 프로젝트가 의도했던 사회적 이상과 달리, 물리적, 사회적으로 얼마나 처참하게 붕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이 실패한 유산은 훗날 '브리콜뢰르'의 수리 대상이 된다 (V장, VIII장 참조).

 

IV. 이론적 전환: 건축적 은유로서의 《야생의 사고》



A. 브리콜뢰르(Bricoleur)와 엔지니어(Engineer)의 이항대립

 

모더니즘 '엔지니어'의 유산이 야기한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는 새로운 건축가의 초상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The Savage Mind)》 8에서 발견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브리콜뢰르)와 과학적 사고(엔지니어)를 구분하며 두 가지 상반된 작업 방식을 제시한다.

  • 엔지니어(Engineer): 엔지니어 또는 '과학자'는 a priori(선험적) 30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명확한 '개념(concept)'과 '구조(structure)'를 먼저 설정한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된 '원자재(raw materials)'와 '도구(tools)'를 동원하여 '사건(event)', 즉 결과물을 창조한다.7
  • 브리콜뢰르(Bricoleur): 반면, 브리콜뢰르 또는 '신화적 사고'는 a posteriori(후험적)이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whatever is at hand)" 9 작업한다. 그는 "인간의 노력에서 남겨진 자투리나 잡동사니(a collection of oddments left over from human endeavours)" 10, 즉 제한된 재료의 집합에 자신을 맞춘다. 그는 이질적인 재료와 파편들을 가지고 "대화"하며 21, 그것들이 가진 잠재력으로부터 새로운 '구조'를 창조한다.11

 

B. 건축적 실천으로서의 브리콜라주(Bricolage in Architectural Practice)

 

이 인류학적 은유는 건축 실천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건축에서 브리콜라주는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의 건물들이 근접하여 만들어내는 뒤죽박죽한 효과(jumbled effect)" 31로 이해되거나, "손에 잡히는 모든 재료로 예술작품을 구축하는 행위" 32로 정의된다.

이미 콜린 로우(Colin Rowe)와 프레드 코터(Fred Koetter)는 그들의 저서 《콜라주 시티(Collage City)》에서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고슴도치로 위장한 여우"라고 칭하며, 그가 건축사의 단편적인 아이디어들을 교활하게 조합하는 '브리콜뢰르'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31

그러나 본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건축에서 '브리콜라주'의 개념이 콜린 로우 시대의 은유적(metaphorical) 단계에서 동시대의 물리적(physical) 실천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로우의 시대에 '브리콜라주'는 건축사(history)라는 아이디어의 저장소에서 개념을 콜라주하는 설계론적 은유에 가까웠다.31 르 코르뷔지에는 여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엔지니어'였지만, 그의 사고방식이 '브리콜뢰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비평이었다.

반면, OASE 119가 말하는 '수리'의 시대 3에 '브리콜라주'는 물리적 도시 구조 자체를 "손에 잡히는 재료"로 사용한다. 라카통 & 바살(Lacaton & Vassal), Architecten De Vylder Vinck Taillieu(ADDVT) 33와 같은 현대 건축가들은 기존 건물 자체를 '자투리(oddment)' 10로 취급하며, 아이디어가 아닌 물리적 실체를 "있는 그대로(making do)" 33 다룬다.33 즉, '브리콜라주'는 더 이상 설계 스튜디오 안의 지적인 은유가 아니라, 공사 현장의 구체적인 실천 방식이 되었다.

 

<표 1> 엔지니어 대 브리콜뢰르: 두 가지 건축적 실천 모델



구분 '엔지니어' (모더니즘 건축가) '브리콜뢰르' (현대 '수리' 건축가)
인식론 A Priori (선험적) 30 A Posteriori (후험적) 21
작업 방식 "개념(구조)에서 사건(재료)으로" 21 "사건(재료)에서 구조(개념)로" 21
재료에 대한 태도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원자재 7 "손에 잡히는 대로", "남겨진 자투리" 9
역사/유산과의 관계 Tabula Rasa. 극복의 대상, 제거의 대상 26 Spolia. 재활용, 재배열, 재맥락화의 대상 33
대표적 실천 김수근 (세운상가 초기 설계) 34 라카통 & 바살 (그랑 파크 보르도) 35

 

V. '수리'의 윤리학: 유럽의 브리콜라주 실천



A. 브리콜뢰르의 원형: 라카통 & 바살(Lacaton & Vassal)

 

프랑스 건축가 듀오 안 라카통(Anne Lacaton)과 장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의 작업은 동시대 '브리콜뢰르'의 전형을 보여준다.33 그들의 철학은 "기존의 것을 가지고 작업하기(working with the existing)", "도시 거주자들의 일상적 실천을 존중하기(valuing experiences of everyday urban life)", 그리고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하기(doing more with less)" 33로 요약될 수 있다.

이들의 실천을 관통하는 핵심 윤리는 "결코 파괴하지 않는다(Never demolish)" 36는 선언이다. 2021년 프리츠커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회는 이들이 "이미 존재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며, 덧붙임으로써 확장하고, 단순함의 사치를 존중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 36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파괴와 신축이 야기하는 막대한 '탄소 비용(carbon costs)' 36과 기존 거주민들의 '사회적 단절(social breakage)' 38을 거부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급진적이고 윤리적인 태도이다.

 

B. 급진적 실천 1: '아무것도 하지 않음(Doing Nothing)'의 정치학

 

'수리'의 윤리는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라는 가장 급진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1996년 보르도의 레옹 오콕 광장(Place Léon Aucoc) 프로젝트 39가 그 시초이다.

당시 시 당국으로부터 광장 재개발을 의뢰받은 이들은, 현장을 관찰한 후 주민들이 이미 그 공간을 공원으로서 매우 잘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36 그들의 결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to do nothing)" 36이었고, 단지 기존의 나무와 벤치를 유지 보수하는 최소한의 개입만을 제안했다.39

이는 '수리'의 개념을 넘어, '탈성장 건축(Degrowth Architecture)' 39의 선구적 실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본주의 하의 건축은 본질적으로 '성장(growth)'을 전제로 한다.39 건축가는 통상적으로 '자본의 끝없는 성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라카통 & 바살의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바로 이 전제 자체를 거부하는 "비상 브레이크를 당기는" 39 행위였다. 이는 브리콜라주가 단순히 낡은 재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을 거부하고 기존의 사회적 이용 가치를 보존하는 정치적, 경제적 저항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39

 

C. 급진적 실천 2: '덧붙이기(Addition)'를 통한 모더니즘의 완성

 

라카통 & 바살의 브리콜라주가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엔지니어'의 실패한 유산인 모더니즘 사회주택을 다루면서였다. 파리의 투르 부아 르 프레트(Tour Bois le Prêtre) 36와 보르도의 그랑 파크(Grand Parc Bordeaux) 35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낡고 협소해진 1960년대의 콘크리트 슬래브 아파트 36파괴하는 대신, 기존 구조물 외부에 경량의 동계 정원(winter garden)과 발코니를 덧붙이는(add) 방식을 택했다.36 이 단순한 '덧붙이기'는 기존 거주민들의 주거 면적을 극적으로 확장하고, 채광과 조망을 개선하며, 바이오클라이머틱(bioclimatic) 발코니를 통해 에너지 효율까지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36

이는 '엔지니어'의 실패한 유산을 '브리콜뢰르'가 구원하는 서사로 읽힌다. 모더니즘 사회주택은 '사회 개혁'이라는 숭고한 이상1으로 시작했으나, 앞서 파크 힐의 사례 28처럼 열악한 물리적, 사회적 실패로 귀결되곤 했다.

이에 대한 기존의 대응 방식(철거 후 신축)은 '엔지니어'의 tabula rasa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존 거주민 공동체를 해체하고 축출하는 폭력을 수반한다.38

반면 라카통 & 바살은 "원설계자의 목표(aims of the original designers)"(즉, 모더니즘의 사회적 이상)와 "현재 거주자의 열망(aspirations of the current occupants)" 38을 동시에 존중한다. 그들은 거주민들이 이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38 수리를 진행함으로써 사회적 단절을 막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모더니즘이 가졌던 사회적 꿈을, 모더니즘이 해결하지 못한 환경적, 공간적 문제를 '덧붙이기'라는 브리콜라주 기법으로 '수리'함으로써, 21세기에 되살려냈다.36 '브리콜뢰르'가 '엔지니어'의 꿈을 완성한 것이다. 장필립 바살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접근이 이념적 기능주의가 아닌, 표준화된 요소를 사용하는 '브리콜뢰르'의 방식에 가깝다고 인정했다.35

 

D. 사례: 파크 힐(Park Hill)의 '모더니즘 다시 쓰기'

 

III-C절에서 언급된 셰필드 파크 힐의 실패 역시 '수리'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00년대 이후 시작된 재활성화 프로젝트 28는 이 거대한 모더니즘 유산을 다루는 또 다른 브리콜라주 방식이다.

Hawkins\Brown, Studio Egret West, 그리고 Mikhail Riches와 같은 건축가들이 참여한 이 다단계 프로젝트는 "역사적 요소를 보존하고 향상"시키면서 "현대적 개입"을 도입했다.28 그들은 "원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현대적 주거 요구를 충족시키려 했다.28 구체적으로는 상징적인 노출 콘크리트 파사드를 복원하는 한편, 낡은 창호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유닛으로 교체하고, 다채로운 양극산화 알루미늄 패널을 덧붙여 파사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28 이는 실패한 모더니즘 유산을 '재료를 통해 다시 쓰는(Rewriting Modernism Through Materials)' 28 행위이며, '엔지니어'의 엄격한 원본을 '브리콜뢰르'가 재해석한 사례이다.

 

VI. 맥락의 재구성: 한국 도시 조직 속 브리콜라주



A. 한국적 브리콜라주의 전사(前史)

 

유럽에서 '수리'의 윤리가 자본주의적 성장에 대한 반성, 혹은 모더니즘 유산에 대한 재해석으로 등장했다면, 한국의 맥락에서 '브리콜라주'는 전혀 다른 기원을 갖는다. 그것은 낭만적, 철학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한 방식이었다.

한국전쟁 피난 시절, 사회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주변 산의 나무와 흙"을 채집하고, "미군 부대 부산물"이나 철도변의 자재들을 주워 집을 지었다.40 이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생존 공간을 구축했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브리콜라주였다. 이러한 '만들어 쓰기'의 경험은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며 도시 조직의 저변에 깔려있다.

 

B. 사례 1: 세운상가(Sewoon Sangga) - 사회적 브리콜라주

 

서울의 세운상가(1966년)는 이러한 중층적 맥락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저명한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설계된 세운상가는, 주거와 상업(제조업)이 복합된 1km 길이의 "획기적인 메가스트럭처" 34였다. 이는 당대 최고의 기술로 구현된 '엔지니어'적 유토피아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강남 개발 등에 밀려 급격히 쇠퇴하며 '실패한 유산'이 되었다.34

수십 년간 철거와 보존의 논란이 거듭된 후, 2015년부터 시작된 '다시·세운 프로젝트(Remaking Sewoon Project)' 34는 이 거대한 구조물을 '수리'하는 '브리콜뢰르'적 대응이다. 이 프로젝트는 끊어진 보행 데크(skywalk)를 재연결하고 공공 공간을 삽입하는 물리적 브리콜라주를 포함한다.34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가장 급진적인 브리콜라주 시도는 물리적 수리가 아닌, 사회적 수리, 즉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대한 명시적 노력이다.34

일반적으로 '적응형 재사용'이나 '도시재생'은 VIII-A절에서 상술할 젠트리피케이션 15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자본이 유입되고 환경이 개선되면 임대료가 상승하여 기존의 영세 상인이나 주민들이 축출된다.

세운상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2016년 서울시와 상가 소유주, 임차인들이 "임대료 상승에 대항하여 임차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협약(Anti-Gentrification Cooperation Agreement)" 34을 체결했다. 또한, 기존의 경공업(전자 수리, 인쇄, 금속 가공) 생태계를 "주변부로 몰아내는 대신" 34, 이들을 VR, 로보틱스, CNC 제조와 같은 신규 창작 산업과 "나란히(rubbing up against)" 34 공존시키려 시도했다.

이는 세운상가가 수십 년간 자생적으로 구축해 온 사회적, 산업적 생태계 자체를 '손에 잡히는 재료'로 인정하고, 이를 보존하며 재배열하려는 '사회적 브리콜라주'의 시도이다. 이는 물리적 형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까지 '수리'의 대상으로 삼는, 라카통 & 바살의 사회주택 리노베이션 38과도 맥을 같이하는 접근이다.

 

C. 사례 2: 대구 산업 유산 - 프로그램적 브리콜라주

 

대구광역시의 산업화 유산 재활용 사례 42는 '장소성'과 '공간적 특성'을 재료로 삼는 브리콜라주를 보여준다.

대구창조캠퍼스 (구 삼성전자 부지): 이 프로젝트는 산업화 시대에 "무시되었던 도시적, 건축적 맥락을 재연결"하고,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42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유산을 대중과 소통시키고자 했다.42

이현 축적소 (구 곡물 및 비료 비축기지): 1970년대에 지어져 2017년 폐쇄된 이 거대한 산업 시설 44의 재활용은 '프로그램적 브리콜라주'의 전형을 보여준다.44 이 시설의 핵심 '재료'는 건물의 미학적 외관이 아니라, 그것이 제공하는 독특한 공간적 조건, 즉 "높은 층고와 넓게 트인 공간", 그리고 "거대하고 웅장한 구조물의 독창성" 44 그 자체이다.

만약 '엔지니어'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 "비합리적인" 층고와 거대한 규모는 '비효율적'이라 판단되어, 일반적인 공연장이나 상업 시설 44 규격에 맞게 분할되거나 철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브리콜뢰르'는 이 "비합리적인" 거대함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자투리'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 독특한 공간적 조건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복합 문화 예술 활동과 거주 기능의 결합) 44발명해낸다. 이는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브리콜뢰르'가 "사건(기존 재료/공간)으로부터 구조(새로운 용도/프로그램)를 창조" 21하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현 축적소는 UNESCO 음악 창의 도시 44라는 대구의 새로운 정체성과 결합하여, 낡은 산업 유산이 새로운 문화적 내러티브를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VII. 합리성의 재정의: 효율성을 넘어선 시공간의 현상학



A. 새로운 합리성의 필요성

 

라카통 & 바살의 '아무것도 하지 않음' 39이나 이현 축적소의 '거대한 비효율'을 긍정하는 44 태도는, 기존의 공학적, 경제적 합리성(engineering/economic rationality) 12의 잣대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수정된 합리주의'가 단순한 자원 효율성을 넘어, '시공간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태도' 13 자체의 변화와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건축 현상학(phenomenology)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B. '수리의 건축'과 가시적 흔적의 미학

 

이러한 태도 변화는 '수리의 건축(Architecture of Repair)' 46이라는 동시대 건축 운동에서 구체화된다. 이 운동은 "수리의 가시적인 흔적(visible signs of repair)" 46을 긍정하는 "급진적인 대안적 관점" 46을 제안한다.

기존의 관점에서 '수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건축의 순수성을 해치는, 감춰야 할 '약함의 징후(sign of weakness)' 46였다. 그러나 이 새로운 관점은 수리의 흔적을 "건물의 이야기를 깊게 하고 풍부하게 하는" 46 긍정적인 내러티브로 수용한다. 수리된 건물은 영원히 pristine(원래 그대로의) 상태를 가장하는 대신, 시간의 경과와 변화를 적극적으로 껴안는다.

 

C. 건축 현상학과 '애착'의 합리성

 

이러한 태도 변화의 철학적 기저에는 건축 현상학(Architectural Phenomenology) 47이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슐츠, 유하니 팔라스마 등에 의해 발전된 이 사조는, 건축을 단순한 기능적 오브제(object)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을 담는 그릇"이자 "우리의 감정, 기억, 세상에 존재하는 감각을 형성하는" 47 매개체로 본다.

건축 현상학은 '수리'라는 행위를 선택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해준다. 이는 '효율성'이 아닌 '애착(attachment)'에 기반한 합리성이다.

건축 현상학은 '촉각적 피드백(Haptic Feedback)'과 '정직한 재료의 노화(Honest material aging)' 같은 감각적 경험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47

  1. 개념 (Concept): "촉각적 피드백" (예: 손잡이의 무게감, 문지방의 마모).47
  2. 심리적 영향 (Psychology): 재료와의 감각적 교감을 통해 "깊은 물질적 애착(deep material attachment)"을 생성하고, "시간과 역사에 대한 연결"을 구축한다.47
  3. 행동 (Action): 이러한 애착은 자연스럽게 "교체보다 수리 및 유지보수를 우선" 47하게 만든다. 또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 순환(always new' consumer cycle)"과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47를 거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이 새로운 합리성의 관점에서 '수리'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경제적 계산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재료와 맺는 촉각적, 감정적 유대47에서 비롯된 합리적 선택이다. 우리는 우리가 애착을 갖는 것을 수리한다. '브리콜뢰르' 건축가의 새로운 합리성은 바로 이 애착을 설계하고, 시간의 흔적을 존중하는 것이다.

 

D. 시공간 경험의 재정의

 

이러한 현상학적 합리성은 우리가 시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엔지니어'의 tabula rasa 건축물(예: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에 설치된 위생적인 세면대 49)은 질병과 과거를 박멸하려는 위생적이고 추상적인, 단일한 시간(1927년)을 제공한다.

반면, '브리콜뢰르'의 '수리된' 건축물 46은 다층적인 시간(multi-layered time)을 전시한다. 그곳에는 원본의 흔적, 마모의 흔적(파티나), 그리고 수리의 흔적이 공존한다. 스위스 'Voie Suisse' 공원에서 예술가 카르멘 페린(Carmen Perrin)이 빙하가 밀어낸 바위를 '닦아내는(washing)' 행위 50는 그 자체로 "기억을 드러내는(uncovered memory)" 50 작업이었다. 이는 관찰자가 "예술작품 속으로 들어가" 51 시간성이 중첩된 공간, 즉 4차원적(tetradimensional) 51 경험을 하게 한다. 이는 뒤르켐(Durkheim)이 말한 "사회의 시공간 인식" 13이 건축을 통해 물리적으로 재구성되는 순간이다.

 

VIII. 비판적 반론: 브리콜라주의 함정과 '수리'의 이데올로기

 

'수리'와 '브리콜라주'는 그 자체로 윤리적이거나 진보적인가? '수정된 합리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52은 종종 자본의 논리를 은폐하고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A. 사회적 비판: '수리'로서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가장 첨예한 비판은 '적응형 재사용'이 젠트리피케이션 15을 촉발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점이다.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예술 디자인 대학(SCAD)의 사례 41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SCAD는 도시 전역의 역사적인 건물들을 매입하여 '적응형 재사용' 방식으로 캠퍼스를 구축함으로써 도시를 "보존"하고 경제를 활성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41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현실이 존재했다. 이 과정은 대학 주변에 거주하던 "저소득, 저학력 아프리카계 미국인 인구" 41 공동체에 "해로운(detrimental)" 41 영향을 미쳤다. 학생 수요가 폭증하자 민간 개발업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 개조하며 임대료가 폭등했다.41 학생들과 달리 재정적 자원이 부족했던 원주민들은 "임대료 상승이나 강제 이주로 인한 사회적 외상(social trauma and inconvenience caused by displacement or increased rent)" 41에 직면했고, 결국 "시장에서 밀려나(priced out of the market)" 41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쫓겨났다.

이 맥락에서 '역사 보존'과 '적응형 재사용'은 20세기 중반의 폭력적인 "도시 재개발 운동(Urban Renewal Movement)" 41과 동일한, 혹은 "더 해로운" 41 결과를 초래하는 신자유주의적 축출의 도구로 작동했다. 이는 '보존'과 '수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한국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나타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55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B. 진정성 비판: '수리'로서의 파사디즘(Facadism)

 

'수리'의 미학이 극단적으로 왜곡될 때, 이는 '파사디즘(Facadism)' 56으로 나타난다. 파사디즘은 역사적 건물의 '파사드(façade)', 즉 외피(껍데기)만 16 남기고, 내부 구조와 공간을 포함한 나머지 모든 것을 철거한 뒤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행위이다.16

개발업자들은 이를 '보존'과 '개발'의 현실적인 타협 16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이를 "역사적 완결성을 박탈하는" 16 "피상적인 몸짓" 16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파사디즘은 "조잡한 거짓말(crude lie)" 58이자 "건축적 사기(architectural sham)" 57로 비판받는다.

이는 '브리콜라주'의 완전한 왜곡이자 배신이다. 진정한 '브리콜뢰르'는 "자투리(oddments)" 10가 가진 내재적 구조와 잠재력을 존중하며 그것과 대화한다. 반면 '파사디스트(facadist)'는 기존 유산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미지(image) 외의 모든 것(구조, 재료, 역사, 공간 경험)을 경멸하고 파괴한다. 이는 '수리'가 아니라, 역사적 이미지만을 콜라주한 가장 교묘한 형태의 tabula rasa이다.

 

C. 문화적 비판: '수리'로서의 박물관화(Museumification)

 

'수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은 '박물관화(Museumification)'이다. 이는 살아있는 유산이나 문화를 그것이 속해 있던 본래의 삶과 맥락61에서 분리하여, 정적(static)이고 상품화된(commodified) 59 전시물로 전락시키는 현상을 말한다.60

런던의 로빈 후드 가든(Robin Hood Gardens) 17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앨리슨 앤 피터 스미스슨(Alison and Peter Smithson)이 설계한 이 모더니즘 사회주택 단지(파크 힐과 유사한)는 철거 위기에 처했고, 수많은 건축가들의 보존 캠페인은 결국 실패했다.17

그런데 이 건물이 철거되기 직전, 런던의 V&A 박물관이 이 건물의 "3층짜리 파편(a segment)" 17을 "건축 컬렉션"으로 수집하는 결정을 내렸다.17

이는 '수리'가 아닌 '박제(taxidermy)'이다. '브리콜뢰르'(여기서는 큐레이터)가 '엔지니어'의 유산을 수리하여 삶을 지속시키는 대신, 그것을 수집하여 죽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파편은 "주거로서의 사용 가치(use value as housing)"와 "도시적, 사회경제적 맥락" 17이 완전히 "박탈된(stripped)" 17 채,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맥락 속 "정적 오브제(static object)" 17가 되었다. 이는 마크 피셔(Mark Fisher)의 말을 빌리자면, 박물관에 갇힌 문화는 이미 "소진된(exhausted)" 문화이며 "묘지(cemetery)" 17에 불과하다.

 

<표 2> 유산 재맥락화의 세 가지 함정: 비판적 분석



비판 유형 정의 (Definition) 핵심 메커니즘 (Mechanism) 대표 사례 (Case)
사회적 실패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유산 보존을 명분으로 자본이 유입되어 원주민(저소득층)을 축출함 15 문화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며 임대료 상승 41
구조적 실패 파사디즘 (Facadism) 건물의 외피(파사드)만 남기고 내부와 구조를 모두 철거하는 행위 16 역사적 진정성(authenticity)을 파괴하고 이미지만을 상품화 57
문화적 실패 박물관화 (Museumification) 살아있는 유산을 본래의 맥락과 용도에서 분리하여 정적인 전시물로 만듦 60 사용 가치(use-value)를 제거하고 관광/전시 가치(exhibition-value)만 남김 17

 

IX. 결론: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를 향하여



A. '합리주의의 귀환'에 대한 최종 답변

 

본 보고서는 "합리주의의 귀환(Rationalism Revised)" 1이 1920년대의 유토피아적 '엔지니어' 합리성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기존 유산의 파편 10을 다루는 '브리콜뢰르'적 합리성 9으로의 근본적 전환임을 논증했다.

이 새로운 합리성은 다층적이다. 그것은 (1) 자원의 한계에 대응하는 경제적 합리성이며, (2) 재료와의 '애착'을 기반으로 '수리'를 선택하는 현상학적 합리성 47이고, (3) 다층적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시간적 합리성 51을 모두 포함한다.

 

B. 브리콜라주의의 한계와 비판적 실천의 필요성

 

그러나 '브리콜라주'는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 접근법은 때로 "혼란스럽거나(messiness)" "엄격함이 부족한" 62 임시방편으로 치부될 수 있으며 63, "확장 불가능한(non-scalable)" 64 해결책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33

더 심각한 것은, '브리콜라주'가 윤리적 성찰 없이 자본의 논리와 결합할 때, 그것은 가장 교묘한 파괴의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수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파괴41를, 파사디즘이라는 구조적 기만16을, 그리고 박물관화라는 문화적 박제17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수 있다.

 

C. 제언: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의 세 가지 축

 

따라서 동시대 건축가에게 요구되는 '수정된 합리주의'는, 이러한 모든 함정을 인지하고 성찰하는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여야 한다.

진정한 '브리콜뢰르' 건축가는 단순히 '손재주꾼'을 넘어, 다음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수행하는 '비판가'여야 한다.

  1. 물질적 브리콜라주 (The Material): "결코 파괴하지 않는다"는 윤리 36를 바탕으로, 기존의 물질적, 물리적 자원을 '수리'하고 '덧붙인다' (라카통 & 바살).
  2. 현상학적 브리콜라주 (The Phenomenological): '가시적 수리' 46와 '촉각적 경험' 47을 통해 애착과 기억, 즉 정지된 '유산'이 아닌 지속되는 '삶'을 설계한다.
  3. 사회적 브리콜라주 (The Social): '수리'의 과정이 공동체를 축출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협약' 34과 같은 사회적 장치를 함께 설계한다 (세운상가).

이 '비판적 브리콜라주'만이 1920년대 '엔지니어'의 합리성이 가졌던 사회 개혁의 이상2과, 21세기 '브리콜뢰르'의 합리성이 제공하는 자원과 경험의 존중47을 동시에 성취하는, 진정한 '합리주의의 귀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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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Architectural Phenomenology → Ter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lifestyle.sustainability-directory.com/term/architectural-phenomenology/
  48. Phenomenology and the Rise of the Architect-Historian - OpenEdition Book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books.openedition.org/inha/1449?lang=en
  49. Historical Context — MIXdesig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ixdesign.online/historical-context
  50. Spatial recall : memory in architecture and landscape [1st ed] 9781315881157, 1315881152 - DOKUMEN.PUB,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okumen.pub/spatial-recall-memory-in-architecture-and-landscape-1st-ed-9781315881157-1315881152.html
  51. Space-time and tetradimensionality in the post-war poetics of Lucio Fontana, Toti Scialoja and Amelia Rosselli - Arabesch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www.arabeschi.it/space-time-and-tetradimensionality-in-the-post-war-poetics-of-lucio-fontana-toti-scialoja-amelia-rosselli-/
  52. The Importance of Adaptive Reuse in Modern Architecture - W & B Prim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bprimeconstruction.com/adaptive-reuse/the-importance-of-adaptive-reuse-in-modern-architecture/
  53. Adaptive Reuse: Bridging the Gap Between Historical Preservation and Modern Architectural Practices - PMI Phoenix Chapt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miphx.org/presidents-corner/adaptive-reuse-bridging-the-gap-between-historical-preservation-and-modern-architectural-practices
  54. A framework for sustainable adaptive reuse ... - Frontier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sustainable-cities/articles/10.3389/frsc.2023.985656/full
  55.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양가적 담론과 실천 - 도시재생과의 뒤얽힘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journal.kgeography.or.kr/articles/pdf/B51z/geo-2024-059-05-0.pdf
  56. Juxtaposing inside and outside: facadism as a strategy for building adaptation - Document Server@UHassel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ocumentserver.uhasselt.be/bitstream/1942/34247/2/Plevoets%2C%202021_Author%20Version.pdf
  57. How Architectural Façadism Keeps the Old New - Reliance Found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liance-foundry.com/blog/architectural-facadism
  58. Adaptive Reuse: Preservation's Next Argument - BENJAMIN COMPTON Miami University, Ohio - Association of Collegiate Schools of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Annual%20Meeting%20Proceedings/ACSA.AM.93/ACSA.AM.93.14.pdf
  59. Museumification of Historical Centres: the Case of Frankfurt Altstadt Reconstructio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nb.info/1329602803/34
  60. Full article: Navigating paradoxes in traditional architecture: balancing heritage, modernity, and urban social dynamics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467581.2025.2579674
  61. Historical Buildings and Monuments as Cultural Heritage In Situ—Perspectives from a Medium-Sized City - MDP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571-9408/6/6/239
  62. Full article: The holistic bricolage research approach: advantages and barriers to its application at doctoral level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3098265.2025.2534138
  63. Add/React: Exercises in Pragmatic Bricolage - Association of Collegiate Schools of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Fall%20Conference%20Proceedings/ACSA.FALL.14/ACSA.FALL.14.50.pdf
  64. Digital Bricolage and Its Limits: How Microenterprises Undertake Digitalization in Resource-Constrained Environments |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 Pubs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ubsonline.informs.org/doi/10.1287/isre.2023.0193
  65. exploiting limitations: examining the concept of “bricolage” in management studies through a bibliometric analysis - ResearchGat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85882356_EXPLOITING_LIMITATIONS_EXAMINING_THE_CONCEPT_OF_BRICOLAGE_IN_MANAGEMENT_STUDIES_THROUGH_A_BIBLIOMETRIC_ANALY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