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아키텍처의 재결합: 로봇 공학, AI, 디지털 제작이 이끄는 건축 장식의 부활과 그 비평적 함의
1. 서론: 장식의 귀환과 기술적 특이점
건축 역사에서 장식(Ornamentation)은 단순한 미적 부가물이 아니라 시대의 기술, 경제, 그리고 철학을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기수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장식은 죄악(Ornament and Crime)"이라고 규정한 이래, 건축에서 장식의 제거는 합리성과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1 모더니즘은 산업화 시대의 대량 생산 논리와 결합하여 장식을 노동력의 낭비이자 문화적 퇴행으로 치부했고, 이는 수십 년간 건축계를 지배하는 거대 담론으로 작동했다.2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우리는 소위 '제2의 디지털 전환(Second Digital Turn)'이라 불리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했다.3 로봇 공학(Robotics), 인공지능(AI), 그리고 디지털 제작(Digital Fabrication)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물리적 재료를 다루는 방식과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모더니즘이 폐기했던 장식의 부활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건축 장식의 부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첫째, 모더니즘의 장식 거부가 경제학적 필연성인 '보몰의 비용 질병(Baumol's Cost Disease)'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피고, 최신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 연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장식에 대한 갈망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둘째, 3D 콘크리트 프린팅과 로봇 석재 가공 기술이 어떻게 '복잡성의 비용(cost of complexity)'을 제로(0)로 수렴시키며 새로운 '디지털 장인정신'을 탄생시키는지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고찰한다. 셋째,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바로크(Digital Baroque)'와 '기계 환각(Machine Hallucination)'의 미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저작권 및 윤리적 쟁점을 논의한다. 넷째, 사용자가 요청한 유튜브 영상(uKttsmxFjqo)의 분석을 통해 현대의 전통 건축 부활 움직임을 조명하고, 이를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passeistic ornamentalism)'라는 비판적 담론과 연결하여 심도 있게 비평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술적 흐름이 한국의 전통 건축 장식인 단청(Dancheong)과 대목장(Daemokjang) 기술과 만났을 때 어떠한 현대적 변용과 혁신이 가능한지 전망하며 보고서를 갈무리한다.
2. 장식의 쇠퇴와 재조명: 경제학, 이데올로기, 그리고 뇌과학의 삼중주
2.1. 모더니즘의 거부와 보몰의 비용 질병 (Baumol's Cost Disease)의 재해석
건축 장식의 쇠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의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흔히 모더니즘의 장식 거부는 미학적 각성으로 묘사되지만, 그 이면에는 냉혹한 경제적 논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이 제시한 '비용 질병' 이론은 이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다.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의 생산성은 기계화를 통해 급격히 향상되었으나, 수작업에 의존하는 예술이나 장식 공예 부문은 생산성 향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4 경제 전반의 임금 상승은 생산성이 정체된 노동 집약적 산업(장식 제작)의 상대적 비용을 폭등시켰고, 결과적으로 건축 장식은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는 사치재로 전락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19세기에 이미 주철(cast iron)이나 기계식 밀링 기술을 통해 장식의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모더니즘의 장식 거부가 단순한 경제적 필연성을 넘어선, 엘리트 계층의 '이데올로기적 선택'이었음을 시사한다.5 대량 생산되어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된 저렴한 장식은 더 이상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엘리트와 건축가들은 복제가 어려운 엔지니어링의 미학, 즉 극도의 단순함과 비례미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을 선택함으로써 대중과의 차별화를 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4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장식의 비용을 다시 낮추는 현상은 모더니즘이 세운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허무는 급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2.2. 신경건축학적 증거: 뇌는 장식을 원한다
최근의 신경과학과 진화심리학 연구는 모더니즘의 '백색 공포(chromophobia)'와 장식 혐오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위배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앤 서스만(Ann Sussman)과 저스틴 홀랜더(Justin B. Hollander)의 저서 『인지 건축(Cognitive Architecture)』과 맷 맥니콜라스(Matt McNicholas)의 연구는 인간의 뇌가 진화적으로 특정한 시각적 패턴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었음을 밝혀냈다.6
[표 1] 신경건축학적 관점에서 본 장식의 필요성 및 효과
| 신경과학적 기제 | 정의 및 특성 | 건축적 적용 및 장식의 효과 | 관련 연구 |
| 벽면 주행성 (Thigmotaxis) | 동물이 포식자를 피해 벽이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려는 본능적 성향. | 인간은 매끄러운 유리벽보다 텍스처와 깊이감이 있는 벽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낌. 장식은 벽의 존재감을 강화하여 공간적 안정을 제공함. | 8 |
| 파레이돌리아 (Pareidolia) | 무생물이나 추상적 패턴에서 얼굴 형상을 찾으려는 뇌의 인지적 착각. | 전통 건축의 대칭적 창문 배치나 입면은 '얼굴'로 인식되어 친밀감을 유발함. 반면, 비대칭적이고 추상적인 모더니즘 입면은 뇌의 공포 반응(편도체 활성화)을 일으킬 수 있음. | 9 |
| 프랙탈 차원 (Fractal Dimension) |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 패턴. 인간은 D=1.3~1.5 범위의 프랙탈을 선호. | 고딕 성당의 첨탑이나 전통 장식의 복잡성은 자연의 프랙탈 패턴을 모방함. 이러한 패턴은 시각적 스트레스를 최대 60%까지 감소시키고 뇌의 알파파 생성을 촉진함. | 11 |
| 시선 추적 (Eye-tracking) | 시선이 머무는 지점과 시간을 측정하여 무의식적 선호도를 분석. | 실험 결과, 피험자들은 장식이 없는 평면보다 디테일이 풍부한 장식 요소에 시선을 더 오래, 더 자주 고정함. 장식은 시각적 정보 처리를 돕는 '앵커(Anchor)' 역할을 함. | 10 |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장식이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라, 인간이 환경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인지적 부하(cognitive burden)를 줄이며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증명한다.5 모더니즘 건축이 주는 '차가움'이나 '소외감'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뇌의 진화적 설계와 건축 환경 간의 불일치(mismatch)에서 기인한 생물학적 반응일 수 있다.
3. 디지털 장인정신: 로봇 공학와 디지털 제작 기술의 혁명
20세기 후반까지 유효했던 '복잡성은 비용이다(Complexity costs money)'라는 명제는 21세기에 들어 '복잡성은 무료다(Complexity is fre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고 있다.12 디지털 제작(Digital Fabrication)과 로봇 공학의 결합은 비표준화된 형상을 대량 생산만큼이나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3.1. 적층 제조의 혁신: 3D 콘크리트 프린팅과 '토르 알바(Tor Alva)'
스위스 알프스의 작은 마을 뮬레그스(Mulegns)에 건설된 '토르 알바(Tor Alva)', 일명 화이트 타워(White Tower)는 디지털 제작 기술이 건축 장식을 어떻게 혁신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선진적인 사례다. ETH 취리히(ETH Zurich)의 벤자민 딜렌버거(Benjamin Dillenburger)와 마이클 한스마이어(Michael Hansmeyer)가 설계한 이 30미터 높이의 타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3D 프린팅 구조물로서, 기술이 미학을 어떻게 견인하는지를 웅변한다.13
- 기술적 프로세스: 로봇 팔에 장착된 압출 노즐이 특수 배합된 콘크리트를 10mm 높이, 15-20mm 너비의 레이어로 한 층씩 쌓아 올린다. 전체 타워는 32개의 Y자형 기둥으로 구성되며, 총 2,500개의 레이어가 적층되어 완성된다. 총 프린팅 시간은 약 900시간이 소요되었다.14
- 거푸집 없는 자유(Formwork-free): 기존 콘크리트 건축의 가장 큰 제약이자 비용 요인이었던 거푸집(mould)이 필요 없다. 이는 건축가가 기하학적 형태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게 해주며, 수정이 필요할 때 물리적 금형을 다시 제작할 필요 없이 디지털 데이터만 수정하면 된다.
- 재료 효율성과 구조적 장식: 구조적으로 하중을 받는 부분에만 콘크리트를 배치함으로써 기존 타설 방식 대비 재료 사용량을 40~50% 절감했다. 또한, 출력 과정에서 생성되는 층(layer)의 질감과 기하학적 패턴은 그 자체로 바로크 시대의 석공예를 연상시키는 고해상도의 장식이 된다.16
이 사례는 '복잡성'이 더 이상 비용 증가의 요인이 아님을 증명한다. 데이터만 변경하면 로봇은 추가 비용 없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장식을 출력할 수 있으며, 이는 산업화 시대의 '표준화(Standardization)' 논리를 종식시키고 '대량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의 시대를 열었다.18
3.2. 절삭 가공의 진화: 로봇 석재 조각과 복원
3D 프린팅이 새로운 형상을 창조한다면, 로봇 석재 가공(Robotic Stone Carving)은 과거의 유산을 정밀하게 복원하고 새로운 고전주의를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 캐나다 의회 의사당(Parliament Hill) 복원: 캐나다 정부는 의회 의사당의 풍화된 샌드스톤 조각을 복원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먼저 사진측량(Photogrammetry)과 레이저 스캐닝 기술로 기존 조각을 3D 디지털 모델로 변환한다. 이후 6축 로봇 팔(KUKA 로봇)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석재를 정밀하게 밀링(milling)한다.19
- 공정 혁신: 로봇은 전체 조각 공정의 약 80~90%를 담당하여 거친 가공(roughing)과 중정삭을 수행한다. 인간 조각가는 로봇이 표면에서 약 1.5mm 남겨둔 상태에서 최종 마감을 담당한다. 이는 수작업 대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인간의 감각적 터치를 통해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21
- 의의: 과거에는 숙련된 석공이 수주~수개월 걸려야 했던 작업을 며칠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예산 문제로 포기했던 정교한 장식의 복원이 가능해졌다.
- 모뉴멘탈 랩스(Monumental Labs)의 도전: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 모뉴멘탈 랩스는 AI와 로봇을 결합하여 고전 양식의 석조 건축 부재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코린트식 기둥머리(Capital)와 같은 복잡한 장식을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의 1/3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22 창업자 미카 스프링구트(Micah Springut)는 이를 통해 "건축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모더니즘 이전의 아름다움을 현대 도시에 되돌려놓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23
[표 2] 로봇 석재 가공의 경제적 효과 비교 (모뉴멘탈 랩스 데이터 기반)
| 항목 | 전통적 수작업 비용 (추정) | 로봇 가공 비용 (추정) | 절감 효과 |
| 코벨 (Corbel, 1ft) | $6,000 | $2,000 | 약 67% 절감 |
| 이오니아식 기둥머리 (18 inch) | $10,000 | $3,000 | 약 70% 절감 |
| 코린트식 기둥머리 (36 inch) | $90,000 | $30,000 | 약 67% 절감 |
| 릴리프 패널 (Relief Panel, 8ft) | $130,000 | $40,000 | 약 69% 절감 |
이 데이터는 로봇 자동화가 건축 장식 시장의 진입 장벽을 얼마나 낮추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22 그러나 이러한 자동화는 필연적으로 "로봇이 조각한 결과물에 인간의 혼이 담겨 있는가?"라는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동반한다. 비평가들은 기계가 만든 장식은 "영혼이 없는 복제품"에 불과하며, 장인 정신의 가치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내재된 인간의 노고에 있다고 주장한다.25
4. AI와 생성적 디자인: 환각(Hallucination)의 미학적 전유와 쟁점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건축 장식 디자인의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드저니(Midjourney)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같은 도구는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복잡한 장식적 이미지를 순식간에 생성해낸다.
4.1. AI 환각(Hallucination)과 디지털 바로크(Digital Baroque)
일반적으로 AI의 '환각'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사실처럼 생성하는 오류로 간주되지만26, 건축 디자인의 영역에서 이 환각은 창의적 도구로 적극적으로 전유된다.
- 디지털 바로크: 건축 역사가 마리오 카르포(Mario Carpo)는 빅데이터와 무한한 해상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의 디지털 건축 흐름을 '제2의 디지털 전환'이자 '디지털 바로크'로 명명했다.3 이는 17세기 바로크 미학이 추구했던 무한성, 유동성, 빛과 그림자의 극적인 대비가 현대의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됨을 의미한다.
- 기계 환각 프로젝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기계 환각(Machine Hallucination)' 프로젝트는 수백만 장의 도시 이미지를 학습한 AI가 만들어낸 꿈같은 시각적 유동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AI는 기존의 건축적 문법을 해체하고, 재료의 물성을 초월하여 데이터가 흐르는 듯한 새로운 형태의 장식을 창조한다.28
- 네오클래시컬 퓨처러즘(Neoclassical Futurism): 팀 푸(Tim Fu)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AI를 이용해 고전주의 양식과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탐구한다. AI의 '환각' 능력은 서로 다른 양식을 융합하여 인간이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게 해주는 강력한 엔진이 된다.30
4.2.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와 알고리즘 편향
그러나 AI가 생성한 건축 장식은 종종 '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유발한다.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안한 이 개념은 인간과 거의 유사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존재에 대해 느끼는 혐오감을 설명한다.31 건축에서 이는 AI가 생성한 장식이 언뜻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구조적 논리가 결여되어 있거나(예: 하중을 받지 않는 기둥, 끊어진 아치, 비현실적인 스케일), 디테일이 뭉개져 있을 때 발생한다.32 비평가들은 이를 "AI Slop(저질 AI 생성물)"이라고 부르며, 장소가 가진 맥락과 역사를 소거하고 시각적 자극만을 위한 표피적인 이미지를 양산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AI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가 서구 중심적이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알고리즘 편향(Algorithmic Bias)'은 비서구권의 문화적 맥락이나 독특한 장식 양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배제할 위험이 있다.34 이는 전 세계 건축 양식의 획일화(homogenization)를 초래하고, 특정 문화의 고유한 장식 언어를 '오류'나 '노이즈'로 처리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소멸시킬 수 있다.36
4.3. 저작권과 저자성(Authorship)의 법적 쟁점
AI가 생성한 장식의 저작권 문제는 건축 실무에서 뜨거운 감자다.
- 미국의 입장: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없는 AI 생성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테판 탈러(Stephen Thaler)의 'Creativity Machine' 사건과 '원숭이 셀카' 판례는 비인간 저작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37
- 영국의 입장: 반면 영국은 컴퓨터 생성 저작물(Computer-generated works)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취하며, "저작물 창작에 필요한 조정을 한 사람"을 저자로 본다.38
- 건축적 함의: 만약 건축가가 AI를 이용해 생성한 복잡한 장식 패턴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설계 도면의 보호 범위와 비즈니스 모델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AI가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 기존 건축가들의 디자인에 대한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39
5.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Passeistic Ornamentalism)'에 대한 비판적 고찰
기술이 고전 장식의 정밀한 복원을 가능하게 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이념적 논쟁, 즉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건축 담론의 중심에 섰다.
5.1. 유튜브 영상(uKttsmxFjqo) 분석: 전통주의의 옹호와 도시 형태학
사용자가 제시한 유튜브 영상은 찰스 3세(King Charles III)가 주도한 영국의 파운드베리(Poundbury)와 같은 신도시 개발 사례를 통해 전통 건축의 효용을 설파한다.41
- 주요 논지: 영상은 현대 도시의 무질서와 획일성을 비판하며, '식별 가능한 패턴(discernable patterns)'과 '도시 형태학(Urban Morpholog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탈리아의 팔라초와 영국의 테라스 하우스가 각기 다른 기후와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했듯, 건축은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Vernacular)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마스터플랜과 코드: 영상은 무작위적인 다양성(random variety)이 아닌, 엄격한 디자인 코드에 기반한 조화로운 다양성이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길 찾기(wayfinding)를 돕는다고 분석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신경건축학적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5.2. 비판: 파스티슈(Pastiche)와 '구조적 정직성'의 신화
그러나 이러한 '과거 지향적' 움직임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다. 주류 모더니즘 비평가들은 이를 '파스티슈(Pastiche)', 즉 진정성 없는 모방이나 키치(Kitsch)라고 폄하한다.42
- 구조적 정직성 논쟁: 가장 강력한 비판은 "현대의 재료(철골, 콘크리트) 위에 과거의 형태(석조 장식)를 덧씌우는 것은 구조적으로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고딕 성당의 아치는 실제로 하중을 지탱하지만, 현대의 복원된 장식은 단지 표피일 뿐이라는 논리다.
- 반론 42: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반대하는 이론가들은 "구조적 정직성 자체가 모더니즘이 만들어낸 허구적 신화"라고 반박한다. 역사적으로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르네상스 건축 역시 구조체(벽돌/콘크리트) 위에 값비싼 재료(대리석)를 덧붙이는 '베니어(Veneer)' 방식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심지어 그리스 신전의 석조 장식은 목구조의 디테일을 석재로 모방한 것(Skeuomorph)이다. 따라서 현대의 장식주의를 '가짜'라고 비난하는 것은 건축사의 실제를 무시한 편협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5.3. 사례 연구: 시우다드 카얄라(Ciudad Cayalá)의 역설
과테말라의 시우다드 카얄라(Ciudad Cayalá)는 이러한 논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레온 크리에(Léon Krier)가 마스터플랜을 맡은 이 신전통주의 도시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와 마야 양식을 결합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43
- 성공 요인: 카얄라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 명확한 도시 위계, 풍부한 장식을 통해 범죄가 만연한 과테말라 시티 내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공공 공간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뉴어반이즘(New Urbanism)의 원칙이 실제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 비판 (테마파크화):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곳을 "계급 분리적인 테마파크"라고 비판한다. 높은 담장과 사설 경비원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부유층만을 위한 안전한 '버블'을 형성하며, 공공 공간의 사유화와 사회적 격리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43 이는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계급적 구분을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6. 한국적 맥락: 단청과 대목장의 디지털 전환
이러한 전 지구적 기술 흐름 속에서 한국의 전통 건축 장식은 독특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6.1. 단청(Dancheong)의 알고리즘적 특성과 디지털 보존
한국의 단청은 오방색을 기반으로 하며, 그 문양의 구성 원리가 매우 기하학적이고 알고리즘적이다.45
- 디지털 데이터화: 단청의 핵심 패턴인 '모루초(Morucho)'나 '비단무늬(Bidan munui)' 등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 변형되므로 AI 학습 데이터로 매우 적합하다. 단청장(Dancheongjang)의 암묵적 지식을 알고리즘화하여, 문화재 복원 시 인간의 주관적 오류를 줄이고 원형에 가까운 복원을 수행할 수 있다.
- 현대적 적용: AI를 활용해 전통 단청의 배색 규칙(음양오행 기반)과 프랙탈적 기하학 패턴을 학습시킨 후, 이를 현대적 재료나 미디어 파사드에 적용하는 '디지털 단청'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선 창조적 계승이다.
6.2. 대목장(Daemokjang) 기술과 로봇 가공
한국 전통 건축의 정수인 대목장 기술, 즉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정교하게 짜 맞추는 결구(Joinery) 방식은 고도의 정밀함을 요한다.47 이는 현대의 6축 로봇 팔(6-axis robotic arm) 가공 기술과 완벽하게 조응한다. 스위스나 캐나다의 사례처럼, 한국의 복잡한 공포(Gongpo) 구조나 서까래 가공을 로봇으로 자동화한다면, 인건비 상승과 숙련공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옥 건축 시장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7. 결론: 디지털로 직조된 인간성(Digitally Woven Humanity)
로봇 공학, AI, 디지털 제작 기술의 융합은 건축 장식을 사치의 영역에서 다시금 일상의 영역으로 불러오고 있다. 이는 모더니즘이 거세했던 인간의 본능적 욕구—복잡성, 패턴, 장식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갈망—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토르 알바'의 콘크리트 타워나 로봇이 조각한 의사당의 부조는 기술이 어떻게 과거의 미학을 소환하고 미래의 형상으로 변주하는지를 증명한다.
그러나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던진다. 기술이 단순히 과거의 껍데기만을 복제하는 '파스티슈' 기계로 전락하거나, '시우다드 카얄라'처럼 사회적 격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AI의 환각과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인간의 감각과 공명하는 진정성 있는 장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술적 숙련도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결국 미래의 건축 장식은 '복고'가 아닌 '융합'이어야 한다. 그것은 보몰의 비용 질병을 극복한 경제적 합리성, 뇌과학이 증명한 인지적 편안함, 그리고 지역적 맥락을 존중하는 문화적 깊이를 모두 갖춘, **"디지털로 직조된 인간성(Digitally Woven Humanity)"**의 표현이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 My Argument for Ornaments: When Context Creates Purpose | by Barbara Cadorna | Coalesce Thought Shop,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blog.coalesce.nyc/my-argument-for-ornaments-cd42fb5f5ad7
- Ornament and Possibility | Communication Art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commarts.com/columns/ornament-and-possibility
- Reimagining Grandeur: The Digital Era Embraces Baroque Inspirations - Architect Magazin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itectmagazine.com/technology/reimagining-grandeur-the-digital-era-embraces-baroque-inspirations_o
- Why Did We Stop Building Beautiful? The Economics and Ideology Behind an Aesthetic Revolutio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marginalrevolution.com/marginalrevolution/2024/05/88328.html
- Ornamentation in the Age of Algorithms and Robotics: Can Technology Bring Back Architectural Detail? | ArchDail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36298/ornamentation-in-the-age-of-algorithms-and-robotics-can-technology-bring-back-architectural-detail
- Cognitive Architecture, by Ann Sussman & Justin B Hollander - The Aesthetic Cit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theaestheticcity.com/portfolio/cognitive-architecture-by-ann-sussman-justin-b-hollander/
- The Art & Science of Ornament: Why the Details Matter | Driehaus Museum,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riehausmuseum.org/programs/detail/the-art-science-of-ornament-why-the-details-matter
- Ann Sussman - Justin B Hollander - Cognitive Architecture - Designing For How We Respond To The Built Environment (2021, Routledge) - Libgen - Li | PDF | Evolution | Brain - Scribd,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753365754/Ann-Sussman-Justin-B-Hollander-Cognitive-Architecture-Designing-for-How-We-Respond-to-the-Built-Environment-2021-Routledge-libgen-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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