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instagram.com/p/DO5AUGYkXSp/
서론: '반학문(Anti-Disciplinary)'의 매혹
MIT 미디어랩(Media Lab)은 학문 간의 칸막이를 허물고 미래를 발명하겠다는 약속을 내건 '반학문(anti-disciplinary)' 혁신의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1 이 보고서는 바로 이 찬란한 모델이 사실은 강력한 '허상(illusion)'이며, 그 화려한 기술 유토피아주의의 이면에는 실체, 확장성, 그리고 윤리의 깊은 문제가 잠재해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모델의 근본적인 연구 문화(비록 결함이 있을지라도)에 대한 성찰 없이 그 표면적 브랜딩만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한 결과, 한국의 고등 교육 현장에는 정체성이 '어정쩡한(ambiguous)' 융합학부들이 구조적 결함을 안은 채 난립하게 되었음을 논증할 것이다.
보고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미디어랩의 건립 신화를 탐구하고, 2부에서는 일련의 비판적 사례 연구를 통해 이 신화를 체계적으로 해체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한국 고등 교육계의 구체적인 현실과 연결하여 그 문제의 본질을 진단할 것이다.
1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일종의 복음 - 미디어랩의 건립 신화
이 장에서는 미디어랩의 세계적 명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하고 매혹적인 이데올로기를 정립한다. 이 건립 신화를 이해하는 것은 미디어랩의 실패가 단순히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것임을 포함하는 것을 보인다.
1장: 네그로폰테의 예언과 '원자에서 비트로'의 혁명
미디어랩의 선언문은 1995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가 저술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찾을 수 있다.2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물리적 '원자(atoms)'의 세계에서 디지털 '비트(bits)'의 세계로의 "거스를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전환이다.5 책이나 CD와 같은 원자는 무게가 있고 이동이 느리지만, 비트는 무게가 없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복제와 배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히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변혁을 의미했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올 궁극적 승리의 근거로 네 가지 강력한 특성을 예언했다: 탈중앙화(decentralizing), 세계화(globalizing), 조화(harmonizing), 그리고 권력 부여(empowering).2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예측을 넘어, 지리적 근접성이 더 이상 협력의 장벽이 되지 않는, 보다 조화롭고 편견 없는 세상을 향한 사회-정치적 비전이었다.2 그는 "디지털 기술이 사람들을 더 큰 세계적 조화로 이끄는 자연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전에는 분할되었던 학문과 기업들이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낙관했다.2
이러한 비전의 핵심에는 '융합(convergence)'이라는 운명론적 개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디어랩은 "컴퓨팅, 출판, 방송의 다가오는 융합"을 예견하며 설립되었다.1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하나로 합쳐지고 3,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탄생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이처럼 『디지털이다』는 단순한 기술 서적이 아니라, "자연의 힘", "궁극적 승리", "새로운 희망과 존엄"과 같은 거의 메시아적인 언어로 디지털 혁명을 규정하는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제시했다. 미디어랩이 단지 새로운 기기를 약속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약속했기에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이 이념적 열정은 훗날 드러날 실패들이 단순한 기술적, 윤리적 과오가 아니라 이 건립 복음에 대한 배신으로 인식되는 배경이 된다. '허상'은 바로 이 과도한 약속에서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2장: 혁신의 건축
미디어랩의 독특한 운영 정신은 전통적인 학술 논문 대신 프로토타입과 데모 제작을 우선시하는 '데모 아니면 죽음(Demo or Die)'이라는 구호로 요약된다.6 반복적인 실험과 유희적인 협업을 통해 "더 좋고 더 정의로운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 목표였다.7
이러한 '청사진' 연구를 가능하게 한 핵심 동력은 기업 후원 모델이었다. 프로젝트별 펀딩 대신, 기업 후원사들은 "일반적인 주제"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기업 환경에서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거나 너무 '엉뚱한'" 연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1 이는 미디어랩의 자유로운 연구를 보장하는 핵심 장치로 여겨졌다.
구조적으로 미디어랩은 "고정된 학문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기술, 미디어, 과학, 예술,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는" '반학문적' 체계를 지향했다.1 설립 초기부터 전자 음악, 그래픽 디자인, 인지 과학, 홀로그래피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한데 모았다.6 이러한 철학은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유리벽을 통해 연구 과정을 가시화하고 협업을 장려하도록 설계된 건물 구조에도 반영되었다.1
후임 디렉터인 조이 이토(Joi Ito)는 이러한 정신을 "규정 준수보다 불복종(Disobedience over compliance)", "지도보다 나침반(Compasses over maps)", "푸시보다 풀(Pull over push)"과 같은 9가지 원칙으로 성문화했다.9 이 원칙들은 미디어랩을 반항적이고, 민첩하며, 비위계적인 기관으로 포지셔닝하는 자기 이미지의 결정체였다.
그러나 '엉뚱한' 연구를 장려하는 펀딩 모델과 '데모 아니면 죽음' 문화, 그리고 '불복종'의 정신이 결합된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화려하고 언론의 주목을 끄는 프로젝트를 보상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 구조는 네리 옥스만(Neri Oxman)이나 지보(Jibo)와 같은 스타를 배출하기에 완벽하게 설계되었지만, 동시에 내재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기업 및 개인 펀딩에 대한 의존은 잠재적인 이해 상충과 후원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낳는다. 또한, 견제받지 않는 '불복종'의 정신은 윤리적 안전장치를 무시하는 태도로 변질될 수 있다. 이처럼 혁신을 위해 설계된 건축은 동시에 스캔들에 취약한 건축이기도 했다.
2부: 외벽의 균열 - 기술 유토피아주의의 환상
이 장에서는 1부에서 구축된 신화를 체계적으로 해체한다. 각 장은 미디어랩 모델의 특정 실패 양식을 보여주는 사례 연구로서, 권력 부여, 조화, 윤리적 진보라는 약속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3장: 거대 담론의 오만 - 세간의 이목을 끈 실패 사례 부검
사례 연구: OLPC(One Laptop Per Child)
네그로폰테가 설립한 OLPC 프로젝트는 미디어랩의 세계적이고 권력 부여적인 비전을 구현한 상징적 사업이었다.10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1억 5천만 대 대신 수십만 대의 노트북을 판매하는 데 그치며 목표에 크게 미달했고, 약속했던 100달러 노트북의 가격은 188달러까지 치솟았다.11
핵심적인 실패 원인은 "지역적 맥락을 무시한" 기술 중심적이고 하향식인 접근 방식에 있었다.11 이 프로젝트는 깨끗한 물이나 영양실조와 같은 더 시급한 필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서구 중심의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강요했다.10 노트북의 디자인 자체도 "개인의 주체성에 대한 서구적 편견"을 반영하여 문화적 마찰과 반감을 초래했다.12 더욱이 기술 지원, 훈련, 교육과정 개발과 같은 지원 인프라에 대한 계획 부재는 우루과이에서 27.4%에 달하는 높은 고장률과 교사 및 학생들의 저조한 사용률로 이어졌다.11
사례 연구: '소셜 로봇' 지보(Jibo)
MIT의 저명인사 신시아 브리질(Cynthia Breazeal)이 개발한 지보는 "개인 로봇 혁명"을 약속하며 또 하나의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다.14 7천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후, 이 회사는 결국 파산했다.14
지보의 상업적 실패는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와 같은 경쟁 제품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약 1,000달러)과 제한된 기능이라는 치명적인 조합 때문이었다.14 시장이 급변했을 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이루어진 약속들은 회사가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막는 "족쇄"가 되었다.14
OLPC와 지보는 서로 무관한 실패가 아니다. 두 사례 모두 미디어랩의 '데모' 문화가 낳은 산물이다. 데모는 비전이 있고 인상적이어야 하지만, 지속 가능하거나, 확장 가능하거나, 저렴하거나, 문화적으로 적절할 필요는 없다. OLPC는 세계 개발이라는 복잡한 현실과 마주쳤을 때 실패한 기술-인도주의의 거대한 데모였다. 지보는 소비자 가전 시장이라는 잔혹한 현실과 마주쳤을 때 실패한 소셜 로봇 공학의 거대한 데모였다. 이는 미디어랩 모델의 근본적인 결함을 드러낸다. 즉, 설득력 있는 데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인센티브는 성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이나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그것과 종종 상충된다는 점이다.
4장: 페르소나 숭배와 그 위험
마에다의 역설: 두 세계가 충돌할 때
미디어랩의 전 연구 부소장이었던 존 마에다(John Maeda)는 2008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의 총장으로 임명되었다.15 그의 재임 기간은 "기술과 예술, 디자인의 결합"을 장려하는 미디어랩 스타일의 비전을 RISD에 이식하려는 시도로 특징지어진다.17
그러나 이 비전은 RISD의 "전통적인" 순수 미술 문화와 충돌했다.17 교수진은 그가 학과 개편 과정에서 자신들의 조언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계약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18 이 갈등은 2011년 교수진의 불신임 투표(찬성 147, 반대 32)로 절정에 달했으며 18, 그는 결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 회사로 떠나기 위해 총장직을 사임했다.17
옥스만의 미학: 실체인가, 스펙터클인가?
미디어랩의 '중재된 물질(Mediated Matter)' 그룹에서 시작된 네리 옥스만(Neri Oxman)의 작업은 생물학, 디자인, 디지털 제작 기술을 융합하여 건물과 사물을 '성장'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안한다.20 그녀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의 대규모 전시 등을 통해 예술 및 디자인계에서 찬사를 받았다.23
하지만 실크 파빌리온(Silk Pavilion)과 같은 프로젝트의 미학적 매력에도 불구하고 30, 비평가들은 그 실용적 실행 가능성과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녀의 작업은 "과학 연구를 발판으로 삼는 퍼포먼스 아트" 37 또는 "전문적인 허풍선이"가 "유행어와 피상적인 언어"로 번성하는 학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37 유리 3D 프린터와 같은 기술은 프로젝트 자체를 위해 발명되어야 했으며, 이는 박물관 맥락을 넘어선 적용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38 이러한 비판은 또 다른 미디어 아티스트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에 대한 비판과도 유사하다. 그의 'AI 데이터 조각'은 미학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기성 모델을 사용하면서도 획기적인 연구로 포장되어 기술적으로는 얕다는 평가를 받는다.37
미디어랩의 모델은 마에다나 옥스만과 같은 '스타 교수'에게 크게 의존하여 자금과 언론의 관심을 유치한다. 이는 강력한 브랜드를 창출하지만, 마에다의 사례는 한 스타의 이데올로기가 고유한 문화와 거버넌스를 가진 다른 기관에 단순히 이식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옥스만의 사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미디어랩 스타들의 주된 결과물은 실질적이고 확장 가능한 혁신인가, 아니면 문화적 자본은 창출하지만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고도의 개념적 퍼포먼스 아트인가? 결국 '스타' 자신이 상품이 되고, 그들의 작업은 그들의 서사를 위한 소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5장: 도덕적 진공 - 조이 이토와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
굿윈 프록터(Goodwin Procter) 로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소장 조이 이토와 미디어랩의 다른 구성원들은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했다.43 그들은 미디어랩을 위해 최소 52만 5천 달러, 이토의 개인 펀드를 위해 120만 달러를 받았으며, 엡스타인은 유죄 판결 이후 9차례나 캠퍼스를 방문했다.44
미디어랩은 엡스타인의 기부금을 '익명'으로 처리하여 MIT의 공식적인 '부적격' 기부자 지위를 우회하는 등 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44 이는 엡스타인의 평판을 "세탁"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이었다.43 이 스캔들은 자신의 직업이 "비밀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느낀 한 내부 고발자에 의해 폭로되었다.46
이는 소수의 비뚤어진 개인들의 행위가 아니라, 미디어랩의 핵심 구조가 낳은 파국적인 결과였다. 끊임없는 자금 압박, 소장에게 부여된 자율성, '불복종'에 대한 찬양 9, 그리고 전통적인 감독 체계의 부재는 모두 그러한 타협이 가능하고 심지어 합리화될 수 있는 도덕적 진공 상태를 만들어냈다.43 이 스캔들은 또한 기술 및 STEM 분야에 만연한 뿌리 깊은 성차별주의를 드러낸다. 강력한 남성들이 여성을 희생시키면서 서로를 보호하는 구조가 작동한 것이다.46
엡스타인 스캔들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필연적인 붕괴였다. 기업 후원 모델은 엡스타인과 같은 기부자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필요'를 만들었다. '불복종' 정신은 그것을 얻기 위해 규칙을 어기는 '정당화'를 제공했다. '스타 디렉터' 모델은 이토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그가 처벌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게 했다. 이미지와 스펙터클에 대한 집중은 윤리적 행동보다 연구소의 명망 있는 외관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화를 낳았다. 따라서 엡스타인 스캔들은 압박 하에 놓이고 도덕적 나침반이 제거되었을 때, 미디어랩의 찬양받던 모델이 도달할 수밖에 없었던 논리적 종착점이었다.
| 표 1: MIT 미디어랩의 약속 대 현실 |
| 설립 당시의 약속 / 정신 |
| 세상에 권력을 부여하기 (네그로폰테2) |
| 학문 분야 조화시키기 (네그로폰테2) |
| 권력 탈중앙화하기 (네그로폰테2) |
| "데모 아니면 죽음" (혁신 문화6) |
| "규정 준수보다 불복종" (이토9) |
| 혁신적인 펀딩 모델 (1) |
3부: 한국의 메아리 - '융합'의 부상과 현실
이 장에서는 분석의 초점을 한국으로 전환하여, 미디어랩의 '허상'이 브랜딩 전략으로 수입되면서 국내 융합 교육 프로그램의 '모호함'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6장: '통섭' 열풍과 그 불만
한국에서 '융합'의 대중화는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E.O. Wilson)의 『Consilience』를 '통섭(統攝)'으로 번역하면서 시작되었다.48 이 용어는 한국 지식 사회의 주요 화두가 되는 '신드롬'을 일으켰고, 대학들은 앞다투어 그 이름 아래 학과를 신설했다.48
그러나 '통섭'은 문제가 있는 번역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단어 자체는 "전체를 통치하고 지배한다"는 위계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어, "함께 뛰어넘는다"는 윌슨의 원래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48 더욱이, 최 교수가 이 용어를 불교 철학자 원효와 연결 지으려 한 시도는 학자들에 의해 반박되었는데, 그들은 원효가 이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48
'통섭' 열풍과 그 번역에 대한 논란은 단순한 학문적 트집이 아니다. 이는 한국의 융합 운동의 지적 기반 자체가 잠재적으로 결함이 있고, 하향식이며, 오해된 개념 위에 세워졌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개념적 '모호함'은 대학들이 깊이 있는 통합 교육학보다는 마케팅을 위해 '융합학부'를 설립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었다.
7장: 한국 융합학부 비교 부검
여기서 한국 융합학부의 '어정쩡함'은 제도적으로 속이 비어 있는 상태로 정의된다. 이들 학부는 종종 전담 교수진과 일관성 있고 독자적인 교육과정이 부족하며, 기존 학과와의 자원 경쟁에 휘말려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경험과 정체성 위기를 안겨준다.
KAIST의 실험: 진정한 대안인가?
KAIST 융합인재학부는 잠재적인 성공 사례로 제시된다. 학생 주도 교육과정 설계, 비경쟁적인 P/NR(Pass/No Record) 학점 제도, 강력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특징으로 한다.51 이 모델은 학생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하고, 다른 학생이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학교에 기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낳았다.51 이 학부는 "정답 중심, 완벽주의, 경쟁 기반"의 전통 교육 시스템을 명시적으로 거부한다.53
짜깁기의 문제: 연세대와 고려대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UIC)의 융합인문사회(HASS) 및 융합과학공학(ISED) 계열 학생들은 "학문적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고한다.54 이 학부들의 신설은 충분한 준비 기간과 교수진 확보 없이 "졸속 행정, 폭력적인 통폐합"으로 비판받았다.55 이러한 움직임은 교육적 필요성보다는 송도 캠퍼스를 채우기 위한 인천시와의 MOU 이행이라는 행정적 필요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의혹을 받는다.56
고려대학교의 융합전공 프로그램은 "체계적인 융합 교육 모델의 부재"와 "기존 교과목의 짜깁기식 결합"으로 명시적으로 비판받는다.57 이는 학생들에게 심각한 실질적 문제로 이어진다. 융합전공생들은 차별적인 수강 신청 정책에 직면하여, 본전공생들의 신청이 끝난 후에야 필수 과목을 신청할 수 있어 이미 마감된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58 이는 융합전공생들이 2등 시민으로 취급받으며, 그들을 부담으로 여기는 기존 학과들로부터 남은 자리를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58
KAIST와 연세대/고려대의 대조는 극명하다. KAIST의 성공은 그 구조적 자율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P/NR 제도나 학생 설계 전공과 같은 자체 철학과 규칙을 가진 독립적인 학부이기 때문이다. 반면, 연세대와 고려대의 문제는 구조적 자율성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들의 프로그램은 새로운 자원 없이 기존 학과에 강요된 행정적 덧씌우기, 즉 '짜깁기'에 불과하다.57 이름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권한, 정체성, 자원이 없는 '모호한' 상태인 것이다. 그들은 MIT 모델의 '융합'이라는 라벨은 채택했지만, 기능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데는 실패했다.
| 표 2: 한국 융합학부 비교 분석 |
| 특징 |
| 설립 목표 |
| 교육과정 구조 |
| 학점 제도 |
| 보고된 성공 사례 |
| 문서화된 문제점 |
결론: 허상을 넘어 - 실질적인 융합을 위한 길
MIT 미디어랩의 '허상'은 그 핵심 모델의 비실용성, 확장성 부재, 그리고 윤리적 취약성을 덮어버리는 기술 유토피아적 미래의 투영이다. 많은 한국 융합학부의 '모호함'은 필요한 제도적 구조를 구현하지 않은 채 이 모델의 스펙터클과 브랜딩을 수입한 직접적인 결과이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학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속이 빈 혁신의 기표가 되어버렸다.
이 보고서는 학제 간 연구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대신, 보다 지적으로 정직하고 구조적으로 건전한 접근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권고안을 제시한다.
- '짜깁기'에서 '통합된 핵심'으로: 융합학부는 다른 학과의 과목 목록이 아니라, 자체 전담 핵심 교수진과 독자적이고 통합된 교육과정을 가져야 한다.
- 구조적 자율성과 자원 확보: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나타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이들 학부는 학생들의 수강 신청 통제권을 포함한 자체 예산과 행정력을 확보해야 한다.
- 학생 중심 교육학 도입: 자격증주의를 넘어 진정한 지적 호기심을 키우기 위해 KAIST의 P/NR 제도나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와 같은 모델을 탐색해야 한다.
- 브랜딩보다 실체 우선: 대학들은 마케팅 목적으로 '융합학부'를 만들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대신 진정한 교육적 목표와 이를 달성할 자원을 갖춘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초점은 혁신의 '허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통합된 학습 환경을 창조하는 실질적이고 어려운 과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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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ri Oxman: Material Ecology - MoMA,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5090
- MoMA: Neri Oxman's new exhibition - Architect-US,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itect-us.com/blog/2019/03/moma-neri-oxmans-new-exhibition/
- Neri Oxman: Material Ecology Exhibition Galleries | Magazine - MoMA,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oma.org/magazine/articles/315
-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of Neri Oxman - AIA New York,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aiany.org/membership/oculus-magazine/article/fall-2019/living-in-the-material-world-of-neri-oxman/
- Neri Oxman's 'Material Ecology' Exhibition at MoMA Illuminates and Inspires | 2020-04-06,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itecturalrecord.com/articles/14545-neri-oxmans-material-ecology-exhibition-at-moma-illuminates-and-inspires
- Neri Oxman grows tools for the future at new MoMA retrospective - MIT Media Lab,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mit.edu/articles/neri-oxman-grows-tools-for-the-future-at-new-moma-retrospective/
- Live to Build, Build to Live Organism-Machine Interfaces for Co-fabrication - DSpace@MIT,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dspace.mit.edu/bitstream/handle/1721.1/127494/1193025077-MIT.pdf?sequence=1&isAllowed=y
- Neri Oxman. Silk Pavilion - MoMA,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oma.org/audio/playlist/305/3937
- Silk Pavilion by Neri Oxman: Relationship between digital and biological fabrication - RTF,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case-studies/a4186-silk-pavilion-by-neri-oxman-relationship-between-digital-and-biological-fabrication/
- The Silk Pavilion by Mediated Matter Group. MIT Media Lab | METALOCUS,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etalocus.es/en/news/silk-pavilion-mediated-matter-group-mit-media-lab
- Neri Oxman, the silkworm “whisperer” - Sacyr,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sacyr.com/en/-/la-arquitecta-que-susurraba-a-los-gusanos-de-seda/blog
- Overview ‹ Silk Pavilion II - MIT Media Lab,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mit.edu/projects/silk-pavilion-ii/overview/
- Silk Pavilion: A Case Study in Fiber-based Digital Fabrication - MIT Media Lab,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mit.edu/publications/silk-pavilion-a-case-study-in-fiber-based-digital-fabrication/
- Neri Oxman always struck me as a professional bullshiter : r/academia,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academia/comments/194n0mc/neri_oxman_always_struck_me_as_a_professional/
- Neri Oxman: On architecture, femininity, feminism, and breaking down barriers,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mit.edu/posts/neri-oxman-on-architecture-femininity-feminism-and-breaking-down-barriers/
- What I am thinking: architect, designer, inventor and alumn MIT professor Neri Oxman,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formfindinglab.wordpress.com/2018/09/13/what-i-am-thinking-architect-designer-inventor-and-mit-professor-neri-oxman/
- Neri Oxman #99 - TheEditorial,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editorial.com/essay/2017/3/2/neri-oxman-99
- 'Painting' with data: how media artist Refik Anadol creates art using ...,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wipo.int/en/web/wipo-magazine/articles/painting-with-data-how-media-artist-refik-anadol-creates-art-using-generative-ai-67301
- Refik Anadol: art in a latent space - Niio Blog,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niio.com/blog/refik-anadol-art-in-a-latent-space-2/
- Epstein and MIT: The Unanswered Questions,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eb.mit.edu/fnl/volume/323/danheiser.html
- MIT releases results of fact-finding on engagements with Jeffrey ...,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news.mit.edu/2020/mit-releases-results-fact-finding-report-jeffrey-epstein-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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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의 무학과제 운영 방식과 학문 간 융합 사례 분석,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honeytip-tip.com/2
- KAIST 융합인재학부 '융합교육 혁신' 글로벌 성과로 - 전자신문,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etnews.com/20250724000180?m=1
- 무전공 선발의 딜레마, 우리대학교의 현주소는? - 연세춘추,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0850
- 연세대학교/학부/언더우드국제대학 - 나무위키,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C%97%B0%EC%84%B8%EB%8C%80%ED%95%99%EA%B5%90/%ED%95%99%EB%B6%80/%EC%96%B8%EB%8D%94%EC%9A%B0%EB%93%9C%EA%B5%AD%EC%A0%9C%EB%8C%80%ED%95%99
- 자유전공 폐지와 거대 융합학부 신설 제 3의 창학인가, 행정장악인가 ...,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513
- LB&C 융합전공 - 학과 -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libart.korea.ac.kr/libart/major/units/lb_c.do
신청 기간도, 강의도 고를 수 없는 융합전공생 - 고대신문,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34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