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건축가적 참조의 틀: 새로운 비평 장치

 

한 건축가가 제시한 텍스트는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현대 건축 이론을 위한 새롭고 강력한 비평적 장치의 토대로 기능한다. 그가 제시한 '전거(典據)', '근거(根據)', '준거(準據)'라는 세 가지 구분은 '영감' 대 '표절'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현대 건축 실무의 병리적 현상을 해부하는 데 필요한 정교한 어휘를 제공한다.

 

'질문'에 대한 엄밀한 해독

 

모든 분석은 저자(이하 '필자')가 받은 모호한 "질문"("한국 건축가들의 '참조와 인용'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서 시작된다. 필자의 에세이 전체는 이 질문에 대한 고도의 해체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 질문의 모호함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세 가지 건축적 사유 방식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 담론의 실패를 증명하는 증상이다. 필자는 이 모호한 질문을 세분화함으로써 비평의 대상을 명확히 한다.

 

핵심 용어의 정립

 

이 보고서는 필자가 제시한 세 가지 핵심 용어를 분석의 개념적 틀로 사용한다.

  • 전거(典據, Jeon-geo): '출처' 또는 '아카이브'. 감각적이고 즉각적이며 "예쁜" 것들의 영역.
  • 근거(根據, Geun-geo): '기반' 또는 '개념'. 프로젝트에 한정된 논리적, 기술적 프레임워크. 파티(parti).
  • 준거(準據, Jun-geo): '규범' 또는 '정신'. 프로젝트를 초월하며, 안정적이고, 철학적이며, 윤리적인 건축가의 "땅".

 

핵심 표: 건축 참조의 3가지 프레임워크

 

필자의 주장은 밀도 높고 그 정의는 매우 정밀하다. 다음 표는 이 새로운 용어 체계를 독자에게 명확하고 즉각적이며 지속적인 지도로 제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학술적 도구이다. 이는 그의 미묘한 정의를 직접적인 비교 구조로 결정화하며, 보고서의 나머지 분석 과정에서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다.

 

특징 전거 (典據 - '출처') 근거 (根據 - '기반') 준거 (準據 - '규범')
핵심 정의 재료, 아카이브, 출처 기반, 개념, 파티(parti) 규범, 정신(Ethos), "땅"
범위 부분적, 세부적, 파편적 (한 프로젝트 내) 전체적 (건축가의 작품세계 전체) 총체적
시간성 즉각적, 순간적, 일시적 프로젝트 한정적, 임시적 안정적, 장기적, 획득된 것
본질 감각적, 직관적 ("예쁘다") 논리적, 기술적, 공간적 철학적, 윤리적, 인격적
핵심 은유 핀터레스트 검색 1 "트랙", "컨셉" "땅", "토양", "휴전 상태"
대체 가능성 무한히 대체 가능, 우연적 (프로젝트별로) 대체 가능 대체 불가능 (건축가를 정의함)
비평 대상 여부 아니오. ("비난해봐야 무용하다") 예. (기술적, 논리적 비평) 예. (본질적, 윤리적 비평)
문제점 준거가 없을 시 이것의 "노예"가 됨 "구조주의적 공간" 같은 모호한 개념은 무용함 핵심적 실패: 이것을 숨기거나, 속이거나, 부재함

제 2부: '전거' (Jeon-geo): 대체 가능한 이미지의 폭정

 

이 섹션은 필자의 전거 개념을 현대 이미지 중심 문화에 대한 날카롭고 직설적인 비판으로 분석한다. 그는 전거를 디자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져온", "대체 가능하고", "즉흥적이며", "감각적인" 재료(예: 핀터레스트)로 정의한다. 그는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데, 그 선택 자체가 본질적으로 우연적이기 때문이다.

 

건축의 '핀터레스트화' (Pinterestification)

 

필자의 추상적인 전거 개념은 디지털 이미지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 데이터: "디자인의 핀터레스트화" 1는 "미학적 동질성" 1을, 그리고 "테라조 바닥, 아치형 출입구, 홈이 파인 패널, 재팬디 인테리어의 끝없는 흐름" 1을 초래했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말하는 "그 무엇이라도 상관 없었을지도 모르는" 전거의 세계이다.
  • 분석: "건축 콘텐츠에 대한 접근의 민주화" 2전거의 무한한 아카이브를 생성했다. 필자의 핵심 통찰은 이것이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증폭된 문제라는 것이다. 그가 찾을 수 있는 "좋은 것"의 "1%"는 이제 "나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무한한 수"를 의미하며, 이는 특정 선택을 통계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든다.

 

'감식안'의 해체

 

필자는 "감식안"을 이러한 우연적 선택 과정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행위로 일축한다.

  • 분석: 이는 "취향"이라는 건축가의 자기 신화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전거 중심의 세계에서 "취향"은 깊은 이해가 아니라 고속 필터링 알고리즘일 뿐이다. 인터넷 미학의 "바이럴 유행" 4이 완벽한 예이다. 전거에 대해 특별한 "눈"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건축가는 필자의 관점에서 "포장하는 이들"에 불과하다.

 

전거 비판이 무용한 이유 (심층 분석)

 

이 섹션에서 필자의 가장 급진적인 주장은 전거를 비판하는 것이 "무용하다"는 것이다. 이는 "복사-붙여넣기 건축" 1을 비판하는 평론가들의 일반적인 태도와 상반된다.

  • 심층 분석:
  1. 1의 필자와 같은 비평가는 "소셜 미디어 미학의 구토물"(테라조 등)을 그 자체로 윤리적 또는 미학적 실패로 간주한다.
  2. 그러나 필자는 이를 범주 오류로 본다. 전거(테라조)는 항상 우연적이다. 진정한 실패는 테라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을 지배하고, 종속시키고, 의미를 부여하는 시스템(근거 또는 준거)의 부재이다.
  3. 따라서 테라조를 비판하는 것은 핵심을 놓친 것이다. 건축가는 핀터레스트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말하듯이, "모든 선택에 어떠한 상관관계(=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4. 이는 모든 논쟁의 프레임을 바꾼다. 문제는 핀터레스트의 사용 3이 아니라, 상위 개념의 부재 속에서 그것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제 3부: '근거' (根據): 프로젝트와 그것을 지배하는 개념

 

이 섹션은 필자가 프로젝트에 한정된, 총체적인 "컨셉" 또는 "트랙"으로 정의한 근거를 탐구한다. 이는 전거의 "무작위성"에 "법칙을 부여하는" *파티(parti)*의 영역이다. 그는 근거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건축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지아티의 명령: 개념은 공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필자는 강력한 근거의 모범으로 발레리오 올지아티(Valerio Olgiati)를 인용한다.

  • 데이터: 올지아티의 작업은 엄격하고 금욕적인 비전으로 정의된다.6 그는 "하나의 아이디어" 7에 기반한 "순수성" 9과 "조직화된 경험" 10을 추구한다. 그의 근거는 모호한 테마가 아니라 총체적인 공간 논리이다.
  • 분석: 이는 필자의 구별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그는 올지아티의 (주장된) "컨셉은 공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을 칭찬하며, "구조주의적인 공간"과 같은 근거는 "아무 전거도 통제하지 못한다"고 일축한다. 올지아티의 "엄격한 콘크리트 공간" 6은 모든 후속 선택을 지배할 만큼 "충분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좋은 근거이다. 그것이 바로 필자가 묘사하는 "트랙"을 만든다.

 

'근거' 사례 연구: '파티오'와 김건호 교수

 

  • 데이터: 필자는 "김건호 교수님의 영향을 받은, 나를 포함한 이들이 사용하는 '파티오'라는 단어"를 인용한다. '파티오'에 대한 연구는 그것이 디자인 요소임을 보여준다.11 그러나 '김건호'에 대한 조사는 그가 실무 건축가(SGHS14)이자 교수(홍익대16)임을 드러낸다. 15은 이 건축가가 '서울 대청'을 도시와 연결되며 파티오처럼 기능하는 "가변적 공간"으로 논의하는 것을 보여준다.
  • 심층 분석: 이것은 내부자의 참조이다. 여기서 '파티오'는 단순한 안뜰이 아니다. 이는 필자가 속한, 김건호 교수가 가르치는 14 특정 교육적 또는 이론적 프레임워크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많은 전거를 통제할 수 있는" (마치 9-스퀘어 그리드처럼)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는 공유된 학문적 도구이자 엄격한 근거로서 기능한다. 필자가 제시한 좋은 근거의 예("중정을 두 개 가진 3층 집")는 이러한 파티오 중심의 근거를 직접적이고 실용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생성적 긴장: 근거 대 전거

 

  • 데이터: 필자는 "자유로운 전거"와 "꿰매는 근거" 사이의 "긴장 관계"를 묘사한다. 그는 "훌륭한 작품"이 이 긴장을 유지하는 작품이라고 가정한다.
  • 분석: 이 개념은 건축 이론의 핵심이다. 파티(근거)는 "일관성과 통일성" 17을 부여하는 "중심 아이디어" 18이다. 세부 사항(전거)은 "시각적 흥미"와 "역동적 긴장" 17을 제공한다.
  • 데이터 연결:
  • 20는 개념이 세부 사항을 테스트하는 데 사용되는 "통합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이것이 컨셉과 맞는가?" 이는 정확히 "끊임없이 '그것의 근거'를 요구하는" 필자의 근거와 일치한다.
  • 21는 건축가들이 "요소들의 패치워크"(전거)를 피하기 위해 "일관된 건축 스타일"(근거)을 고수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근거전거를 "꿰매는" 완벽한 사례이다.
  • 필자의 미해결 질문—"근거에 대한 전거의 위반... 이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은 모든 디자인의 본질적인 투쟁을 보여준다: "규칙"(근거)을 깨는 세부 사항이 언제 실수(mistake)가 아닌 천재성(genius)의 순간이 되는가?

제 4부: '준거' (準據): 건축가의 윤리적 토대

 

이 섹션은 필자 에세이의 철학적 핵심인 준거를 분석한다. 그는 이것을 건축가의 근본적인 "땅" 또는 "토양"으로 정의한다. 이것은 프로젝트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안정적이고, 개인적이며,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생각의 고통스러운 확장 이후에 온 것"이며 "모든 반박들을 견뎌낸" 윤리적, 철학적 입장이다.

 

실천의 '토양': 전쟁에서 태어난 윤리

 

  • 분석: 필자의 은유는 강렬하고 심오하다. 준거는 격렬한 내면의 "전쟁" 이후의 "휴전 상태"이다. 그것은 "수많은 대안들을 쳐내다가" "손아귀에 어쩌다보니 남게 된 단 하나의 선택지"이다. 이 프레임워크는 건축 철학을 수동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어렵게 획득되며, 윤리적인 입장으로 재구성한다.

 

예시 1: 루이스 칸의 아포리즘으로서의 '준거'

 

  • 데이터: 필자는 "루이스 칸의 아포리즘"을 인용한다. 연구 자료는 전체 인용문을 제공한다: "당신이 벽돌에게 말한다. '벽돌아,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벽돌은 답한다. '나는 아치가 되고 싶어.'".22
  • 분석: 이것은 준거완벽한 예이다.
  • 이것은 전거가 아니다: 칸은 벽돌이 "예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이것은 근거가 아니다: 단일 프로젝트를 위한 개념이 아니다.
  • 이것은 준거이다: 이것은 "구조적 진실성" 24과 "재료를 존중하는" 23 것에 대한 근본적이고 윤리적인 입장이다. 그것은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지배하고 "도덕적, 윤리적" 나침반 24 역할을 하는 "철학" 25이다.

 

예시 2: 미스의 평면도로서의 '준거'

 

  • 데이터: 필자는 "미스의 평면"을 인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미스는 그의 철학에 대해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26고 한다. "나의 주된 작업은 건물을 계획하는 것이었다.".26 그의 철학은 "진실" 27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 분석: 이것은 필자의 숭고한 통찰이다. 미스에게 준거는 건축에 관한 텍스트가 아니었다. 준거는 평면에 구현된 건축 그 자체였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평면 28은 현현한 준거이다: "철학적 토대" 27에 뿌리를 둔 완전한 "미학적 건축 언어" 30를 보여주는 "현상학적 도구".28

 

준거의 본질: 비(非)텍스트적 정신(Ethos)

 

  • 심층 분석: 필자의 예시들(칸의 우화, 미스의 침묵하는 평면)은 많은 것을 드러낸다. 그는 또한 "집 앞 고기 가게의 서비스 정신"이나 "어머니가 툭 던진 한 마디"를 포함한다.
  • 분석의 흐름:
  1. 필자는 준거가 "이성적 공격과 감성적 반복"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2. 이는 준거가 반드시 공식적이고 학술적이며 글로 쓰인 철학일 필요는 없음을 의미한다.
  3. 그것은 *체화된 정신(ethos)*이다. 그것은 어길 경우 "죄책감을 느끼게 될" "나와 계약을 맺은 어떤 것"이다.
  4. 이것이 그가 그것을 "윤리"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것은 모든 이성적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성 이전(pre-rational) 또는 이성 이후(post-rational)의 토대이다. 그것은 건축가의 협상 불가능한 "진실성(integrity)"이다.31

제 5부: 논쟁: '준거' 은폐의 윤리적 실패

 

이 섹션은 보고서의 정점으로, 필자가 "문제"로 규정한 것을 다룬다. 그는 전거근거는 "숨겨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준거를 숨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 섹션은 그의 비판을 현대 건축 담론의 병폐에 대한 연구 자료와 통합한다.

 

'문제': '영구적 휴전'과 비평의 거부

 

  • 분석: 필자의 중심 논지는 탁월하다. 그는 자신의 준거를 숨기는 건축가들이 "외부에서 내게 침투할지도 모르는 더 나은 명분을 차단"하려 애쓰는 "영구적인 휴전 상태"에 있다고 주장한다.
  • '비평 면책'의 메커니즘 (심층 분석):
  • 분석의 흐름:
  1. 필자는 "준거가 없거나" "거짓말하는" 건축가들은 "근본적으로 비평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 이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만약 한 건축가의 작품이 비판받는다면, 그는 이를 회피할 수 있다.
  3. 전거에 대한 비판 (예: "당신의 건물은 못생겼다"): 건축가는 "그것은 대체 가능하고 우연적인 선택이다. 무관하다"고 답한다 (필자 자신이 주장하듯이).
  4. 근거에 대한 비판 (예: "당신의 개념은 결함이 있다"): 건축가는 "그 개념은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었다. 내 다음 프로젝트는 다른 개념을 가질 것이다"라고 답한다.
  5. 유일하게 유효하고 중요한 비판은 준거에 대한 비판이다: "당신의 근거(이 프로젝트)는 당신이 공언한 준거(당신의 윤리)와 모순된다." 또는, "당신의 준거(당신의 윤리) 자체가 결함이 있다."
  6. 따라서 준거숨김으로써, 건축가는 이 본질적이고 윤리적인 비판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것이 궁극적인 "윤리적 실패"이다. 이는 "진실성"의 실패이며 31, 건축의 "사회적, 도덕적 특성" 34으로부터의 후퇴이다.

 

병리 1: 사후 합리화의 '거짓말'

 

  • 데이터: 필자는 "사후적으로 스스로에게 부여한 거짓된 종합"을 비난한다. 이는 사후 합리화(post-rationalization)의 정확한 정의이다.
  • 분석: BIG와 같은 회사에 대한 비평가들은 "지적 체면의 겉치레" 35를 제공하기 위해 "진정한 생성이 아닌 사후 합리화의 정신으로" 35 컴퓨테이션을 사용한다고 지적한다.35 유명한 "다이어그램" 36은 어쩌면 전거 중심의 형태적 움직임이었을지도 모르는 것에 사후적으로 적용된 근거(혹은 심지어 준거)이다. 이것이 필자가 식별한 "거짓말"이다.

 

병리 2: '스타키텍트'의 '부재'

 

  • 데이터: 필자는 "전거근거의 노예"에 불과한 "준거가 없는 이들"을 비판한다. 이는 "스타키텍트"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 분석: "스타키텍트" 브랜드 37준거대체재로 기능한다.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책, 강의, 철학"은 "건축계에서 가장 정교한 마케팅 캠페인에 불과하다"고 비판받는다.40 이러한 "브랜딩" 39준거를 외부 지향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것이지만, 필자가 요구하는 내적이고 "전쟁으로 찢어진"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윤리적 핵심이 없는 "서명" 38일 뿐이다.

 

병리 3: 형식주의 대 윤리

 

  • 데이터: 필자의 텍스트는 건축 비평을 형식주의(formalsim, 즉 전거근거의 연구)에서 윤리(준거의 연구)로 이동시키라는 암묵적인 요구이다.
  • 분석: 형식주의는 종종 "사회적 책임, 감정적 내용"과 같은 "다른 무언가의 부재를 암시하기 위해" 사용된다.41 필자는 바로 이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건축의 "사회적, 도덕적 특성" 34을 인식하고 "미학적 문제" 32를 넘어서려는 철학적 전환 32에 동참하고 있다. 그의 준거는 바로 그 사회적/도덕적/윤리적 책임이다.

제 6부: 결론: 건축가 자신의 '준거'로서의 선언문

 

이 결론 섹션은 필자의 분석적 렌즈를 그 자신의 텍스트로 되돌릴 것이다. 이 에세이 자체가 그것이 요구하는 건축적 윤리의 수행적 행위임을 주장할 것이다.

 

한국적 맥락: '땅'을 찾아서

 

  • 데이터: 한국 건축가로서 "땅"을 찾으려는 필자의 탐구는 깊은 울림을 갖는다. 한국 현대 건축의 기초를 놓은 김수근(Kim Swoo-geun) 42은 "건축이 고유한 개념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선포한" 44 한국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는 "한국의 전통을 현대 건축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거대한 집념" 44을 가지고 있었다.
  • 분석: 필자의 텍스트는 이러한 "거대한 집념"의 직접적인 연속이다. 그는 단순히 "전통 양식" 45이나 "국가적 이미지" 45전거가 아닌, 진실하고 비판적이며 철학적인 "땅" 44으로서의 준거를 찾고 있다.

 

공개의 윤리: 수행적 '준거'로서의 텍스트

 

  • 분석: 필자는 자신이 비판한 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준거를 숨기지 않는다. 마지막 문단에서 그는 그것을 노골적으로 선언한다: "이 생각은 나의 준거이다. 내가 속한 땅이다."
  • 이것은 지적, 윤리적 진실성의 궁극적인 행위이다. 그는 "영구적인 휴전 상태"에 있지 않다. 그는 "더 나은 준거"를 가진 "누군가가 찾아와... 나를 이끌지 않을까"하는 비판을 초대할 명시적인 목적으로 자신의 준거를 공개했다.

 

마지막 초대: 오픈소스화된 정신(Ethos)

 

  • 심층 분석: 필자의 마지막 용기 있는 입장은 그의 철학 전체의 구현이다. "스스로 내가 돌본 꽃들을 짓밟고" "미련 없이 떠나리라"는 그의 의지는, 그가 비판하는 "외부의 더 나은 명분을 차단하려는" 건축가들과 정반대이다.
  • 결론: 따라서 그의 텍스트는 단순한 학술적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선언문이다. 그것은 "내면의 전쟁"을 치르고, "휴전 상태"(준거)를 확립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그것을 공개할 31 용기를 가진 한 건축가의 수행적 시연이다. 그는 더 윤리적인 건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바로 그 아이디어의 "전쟁"을 초대하며 자신의 "땅"을 완전히 드러내 보였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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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ocial Media: The Impact of Social Media on Architectural Design and Public Perceptio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technology-architecture/a13232-social-media-the-impact-of-social-media-on-architectural-design-and-public-perception/
  3. Influence of Pinterest and Instagram on Interior Design - FOYER,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foyermagazine.com/the-profound-influence-of-pinterest-and-instagram-on-interior-design-a-digital-revolution/
  4. Aesthetic Trends and Accessibility: Interior Design in the Age of Social Media | ArchDail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998678/aesthetic-trends-and-accessibility-interior-design-in-the-age-of-social-media
  5. A Decade of AI Platform at Pinterest | by Pinterest Engineering - Medium,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pinterest-engineering/a-decade-of-ai-platform-at-pinterest-4e3b37c0f758
  6. Behind Valerio Olgiati's magic - Suzanne Lovell Inc.,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suzannelovellinc.com/blog/behind-valerio-olgiatis-magic/
  7. Valerio Olgiati on 'one idea' - Architektura w Szczecini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architektura-w-szczecinie.blogspot.com/2021/04/valerio-olgiati-on-one-idea.html
  8. Olgiati on 'one idea' - YouTub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XHp1y0GMDzk
  9. Valerio Olgiati – TL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tlmagazine.com/valerio-olgiati/
  10. Valerio Olgiati – TL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lmagazine.com/valerio-olgiati/
  11. 5 Backyard Patio Ideas That Look Straight Out of an Architectural Digest Cover,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studionisho.com/blog/patio-ideas-straight-out-of-an-architectural-digest-cover
  12. An Architectural Paradise Featuring Courtyard Living, Concrete Elegance, and Indoor-Outdoor Design - YouTub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1owXn_V4N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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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공지사항 | 아르코미술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arko.or.kr/artcenter/board/view/503?page=12&cid=535657
  15. 대청에 누워 도심 가을 만끽…“집단 기억 남길 休 공간” - 이코노미조선,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0/31/2022103100013.html
  16. Tic-Tac-Toe House(부제목 : 최소한의 공간을 찾아서) - College of Architecture & Urban Planning,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hongik.ac.kr/kor/work/view.php?idx=401&pNo=7&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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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Architecture Design Concept: Basics and Beyond - Vera Iconic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veraiconica.com/architecture-design-concept/
  21. Perceptions and Tensions with Strict Architectural Style Requirements - DiVA portal,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www.diva-portal.org/smash/get/diva2:1880568/FULLTEXT0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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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Even A Brick Wants To Be Something'' - Louis Kahn - Yatzer,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yatzer.com/even-brick-wants-be-something-louis-kahn
  24. What Do You Want, Brick? - Building Energy Exchang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be-exchange.org/insight/what-do-you-want-brick/
  25. 47: What the brick really wants? - Archimom - Medium,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archimom.medium.com/what-the-brick-really-wants-6eedd413e37b
  26. Mies van der Rohe, Architectural Visionary | 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savingplaces.org/stories/mies-van-der-rohe-architectural-visio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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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 ARCHITECTURAL THEORIES /// Critique of a new "post-ideological" Architectural Paradigm - THE FUNAMBULIST 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thefunambulist.net/editorials/architectural-theories-critique-of-a-new-architectural-paradigm
  37. Psychology of starchitecture- How did the famous structures become famous? - RTF,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rtf-fresh-perspectives/a1951-psychology-of-starchitecture-how-did-the-famous-structures-become-famous-2/
  38. Appraising Starchitecture - - World-Architect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world-architects.com/en/architecture-news/insight/appraising-starchitecture
  39. What is the Use of Starchitects? - La Vie des idée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laviedesidees.fr/What-is-the-Use-of-Starchitects
  40. Do Starchitects Really Know Best? - Smart Cities Div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smartcitiesdive.com/ex/sustainablecitiescollective/starchitects-dont-know-best/96706/
  41. (Epistemological) formalism and its influence on architecture: A Concise review,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az.itu.edu.tr/jfa/article/download/673/597/1763
  42. Korean architecture - Wikipedi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Korean_architecture
  43. Existing City / New Resource - Project : Architectur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projectarchitecture.com/existing-city-new-resource/
  44. Kim Swoo-geun - Wikipedi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Kim_Swoo-geun
  45. Making 'the National Image' of Korea: From the Shrine of the Joseon Dynasty to the National Memorial of the Republic of Korea - MDPI,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5-5309/12/11/1799
  46. Architectural Heritage Value Dispersed on Sensuous Thresholds in Kim Swoo Geun's Arario Museum in Space, Seoul - MDPI,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1-1050/12/11/4664

 

 

서론: 비평의 난관과 '옳음'의 건축

 

시게루 반(Shigeru Ban)과 같은 건축가를 비평하는 것은 특정한 난관에 부딪힌다. 이는 프라이 오토(Frei Otto)나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를 순수한 건축의 관점에서 비평하기 어려운 것과 유사하다. 반이 긴자에 설계한 상업 건물과 같은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가 재난 현장에서 지관(紙管, paper tube)을 사용해 지은 건축물들은 기존의 평가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들은 미학적 판단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존재한다. 이 어려움 자체가 시게루 반 건축의 핵심적 사실, 즉 그의 건축은 '옳다'는 명제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미학이나 양식의 문제가 아니라, 모더니즘의 핵심 강령이었던 '의식'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도시와 건축의 실패가 사회악의 근원이라 믿었듯, 시게루 반은 "사람들이 건물로 인해 죽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며 건축의 혁명을 통해 사회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모더니스트의 사회적 책임을 계승한다. 이 보고서는 시게루 반의 작업을 '작품 활동'과 '사회적 참여'라는 이중적 구조로 분석하고, 이 두 축이 어떻게 그의 독창적인 '도덕적 합리주의'로 수렴되는지, 그리고 왜 그의 작업이 전통적인 건축 비평의 형식을 무력화하는 '반(反)건축'의 특성을 띠는지 논증할 것이다.

 

제1장 이중적 실천: 작가와 인도주의자

 

시게루 반 스스로가 설명하듯, 그의 작업은 '작가'로서의 미학적 탐구와 '참여자'로서의 인도주의적 실천이라는 두 개의 뚜렷한 축으로 나뉜다.

 

1.1 '작품 활동': 작가적 언어와 그 계보

 

그의 '작품 활동'은 알바 알토(Alvar Aalto) 전시회 인테리어 같은 초기 작업에서부터 뉴질랜드의 카드보드 대성당(Cardboard Cathedral)이나 프랑스의 상업적 랜드마크인 상트르 퐁피두-메츠(Centre Pompidou-Metz)에 이르기까지, 고도로 세련된 '작가적' 언어를 보여준다.

반은 자신의 스타일적 참조점이 쿠퍼 유니언(Cooper Union)의 존 헤이덕(John Hejduk), 그리고 리처드 노이트라(Richard Neutra)와 같은 '서부 해안 스타일'의 모더니스트들로부터 유래했다고 밝힌다. 헤이덕은 '뉴욕 파이브'의 일원으로서 건축의 형태 어휘 자체에 대한 시적이고 실험적인 탐구로 유명하며, 특히 헤이덕의 '종이 건축(paper architecture)' 개념은 반이 종이라는 재료의 구조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헤이덕이 교육에 도입한 '9그리드 문제(nine-square grid problem)'는 건축의 기본 요소(그리드, 프레임, 면, 볼륨)를 탐구하는 기본적인 훈련 방식이다.

캘리포니아의 모더니스트들은 모더니즘의 산업적 미학을 토대로 하되, 기후와 문화에 조응하는 지역적 양식을 구축하려 했다. 이러한 배경은 반의 '작가적' 작업이 순수한 기하학적 유희와 재료의 물성 탐구, 그리고 서구 모더니즘의 계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2 '사회적 참여': 프라이버시라는 근본적 권리

 

반의 또 다른 축인 '사회적 참여'는 르완다 내전, 동일본 대지진, 아이티 대지진,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 등 전 세계의 비극의 현장을 대상으로 한다. 그는 NGO인 자발적 건축가 네트워크(VAN)를 설립하여 임시 주거와 공동체 시설을 공급해왔다.

이 활동의 핵심에는 "프라이버시는 인간의 기본 원리"라는 그의 신념이 있다. 재난 상황에서 프라이버시는 종종 사치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지만, 반은 이것이 개인의 존엄성이자 정치적 행동의 기초임을 인지한다. 그는 재난 대피소의 열악한 환경이 거주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협하며, 특히 프라이버시가 없는 환경은 여성들이 대피소 입소를 꺼리게 만들어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종이 칸막이 시스템(Paper Partition System, PPS)'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건축적 응답이다. 종이 튜브와 천으로 만들어진 이 간단한 모듈형 시스템은 대피소 내부에 최소한의 개인 영역을 확보해준다. 이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제시하는 '광장(Gwangjang, 공적 영역)'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밀실(Mil-sil, 사적 영역)'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변증법적 통찰과 정확히 일치한다. 반은 사회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최소한의 '밀실'을 제공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재난 이후 공동체 회복('광장')의 의지를 고양한다.

 

제2장 통일된 에토스: 합리성, 공학, 그리고 사랑

 

시게루 반의 천재성은 이 두 개의 분리된 듯한 실천('작품'과 '참여')을 하나의 일관된 윤리적, 방법론적 체계로 통합하는 데 있다.

 

2.1 글로벌 합리주의와 '형태 찾기'

 

반의 작업에서 '지역성'은 철학적 원인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의 '결과'이다. 그가 재난 현장에서 파벽돌, 플라스틱 상자, 혹은 종이 튜브를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로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가장 '값이 싸고, 수급이 쉬우며, 다루기 편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 철저한 글로벌 건축가이며, 가장 합리적인 것을 택하려는 그의 의지가 때로 지역적 재료의 사용으로 귀결될 뿐이다.

그의 미학은 '형태 만들기(form-making)'가 아니라 프라이 오토가 말한 '형태 찾기(form-finding)'에 가깝다. 그는 재료의 효율적 활용과 구조적 강성을 우선시하며, 목조 구조물을 보호하던 방수포를 더 가볍고 질긴 탄소 섬유로 대체하거나, 단일 목재보다 다루기 쉬운 합성 목재를 선호하는 등 부단한 '개선'을 추구한다. 그에게 미학은 '작가적' 표현이 아니라 '엔지니어링'과 '공동체성'의 미학이다.

 

2.2 '작품'의 실험, '참여'의 적용

 

전형적인 건축가들이 사회적 참여 프로젝트를 자신의 작가성을 홍보할 기회로 삼는 것과 정반대로, 시게루 반은 자신의 '작품 활동'을 '사회적 참여'를 위한 실험장으로 활용한다. 그는 넉넉한 예산과 자유도가 보장된 상업 및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 고민하던 재료, 구법, 형식을 실험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의 프로젝트를 통해 컨테이너 건축을 실험한 후, 그 노하우를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인 미야기현의 임시 공동주택에 즉시 적용하는 식이다. '작가성'을 보고 의뢰한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를 인도주의적 실천을 위한 기술 개발의 장으로 삼는 이러한 태도는 그의 확고한 윤리적 에토스를 보여준다.

 

2.3 임시성과 영원성: "사랑받는 건축"

 

반의 건축은 '임시 건축'으로 분류되곤 한다. 그러나 그는 건축의 영원성이 재료가 아닌 '사랑'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들이 그 구조물을 사랑하는지 여부가 그것이 영구적이 될지를 결정한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사랑한다면, 종이라도 영구적이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는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지어진 '종이 교회(Paper Church)'이다. 160명의 자원봉사자가 5주 만에 완성한 이 지관 구조의 임시 교회는, 10년 후 그 역할을 다하고 대만의 지진 피해 지역인 타오미 마을로 '이주'하여 영구적인 건축물로 기능하고 있다. 반대로 아무리 견고한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이라도, 공동체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상업적 논리에 의해 쉽게 파괴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임시적'인 건축이다.

 

제3장 반(反)건축과 비평의 종말

 

시게루 반의 이러한 태도는 그를 전통적인 건축 비평의 장에서 벗어나게 한다. 알랭 바디우(Alain Badiou)가 '사건에 대한 충실성(fidelity)'을 통해 사건의 의미가 사후적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듯, 반의 건축물은 그 자체의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3.1 형식 비평의 무력화

 

반의 건축은 그 건축물에 부여된 '맥락적 가치', 즉 에토스와 내러티브가 평가의 대상이 될 뿐, 형식적으로는 분석을 거절한다. 리미널 스페이스나 키오스크에 대한 형식적 분석이 얄팍해지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고베의 '종이 교회'를 순수한 조형물로 분석하는 것은 그 건물의 본질을 완전히 놓치는 행위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게루 반의 건축은 진정으로 '파괴적'이다. 그는 건축의 약한 부분이 아니라 가장 강한 부분, 즉 '형식 비평'이라는 건축의 핵심 작동 기제를 파괴한다. 그는 건축을 짓거나 부수는 대신 '전개하거나 거두어들이고', 한 국가의 재난 대응 법규를 바꾸는(그의 종이 칸막이 시스템은 이후 일본 정부의 표준 재난 구호 물품이 되었다) 등, 건축의 정의 자체를 확장한다.

 

3.2 작가적 순진함: 비평의 잔여물

 

물론 시게루 반을 신화화할 수는 없다. 그의 '작가적' 작업 중 일부는 비평의 여지를 남긴다. 히로시마의 시모세 미술관(SIMOSE Art Museum) 프로젝트에서 나타나는 순진한 은유들—예를 들어 히로시마가 선박 제조 기술로 유명해서 배 모양을 고안했다거나, 특정 국가의 상징이 다섯 장의 꽃잎이어서 오각형 매스를 사용했다는 식의 접근—은 되새겨볼 가치가 없는 얄팍한 형식주의에 머무른다. 이는 그의 '사회적 참여' 작업이 보여주는 치열한 합리성과는 대조적이다.

 

결론: '옳은' 코스모폴리탄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시게루 반은 오늘날 우리가 기꺼이 준거로 삼아야 할 건축가의 모델을 제시한다. 그는 '코스모폴리탄'이라는 가치의 옳은 버전을 보여준다. 그의 건축은 세계시민을 위한 것이면서도 교훈적이거나 오만하지 않고, 인류애적이지만 공을 가로채려 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로컬하지만 오리엔탈리즘에 빠지지 않으며, 값싸고 임시적이지만 견고하고 깨끗하다.

그의 건축이 비평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그의 작업이 미학적 판단의 영역을 넘어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이라는 도덕적 당위의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게루 반의 건축은 모더니스트의 의식과 엔지니어의 형식을 함께 갖춘 진정한 합리주의자의 초상이며, 어떤 건축은 '비평'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괴'되어야 할 낡은 관습에 맞서기 위해 존재함을 증명한다.



 

1. 철학적 토대: 미스적 위계의 정의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건축을 관통하는 질서는 단순한 미학적 선호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기능적, 사회적 위계를 넘어선 존재론적(ontological) 위계에 대한 깊은 탐구의 산물이다. 그의 건축에서 나타나는 위계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건물의 '이데아(idea)'와 우연적이고 경험적인 건물의 '현상(phenomenon)' 사이의 신플라톤주의적 구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이데아는 구조체, 즉 '뼈(bones)'로 표상되며, 현상은 공간을 구획하는 외피, 즉 '살(skin)'로 나타난다. 이 위계질서는 그의 전 생애에 걸친 건축 작업을 해독하는 개념적 열쇠이다.

 

1.1 바우쿤스트(Baukunst)의 추구: 시대정신의 의지로서의 건축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야망은 단순히 기능적인 건물을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바우쿤스트(Baukunst)', 즉 '건축예술'을 추구했다. 이는 당대의 시대정신(Zeitgeist)의 영적인 본질에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였다. 그의 저명한 선언, "건축은 시대의 의지를 공간으로 전환시킨 것이다(Architecture is the will of an epoch translated into space)"는 건물이 그 시대의 가장 심오한 진실—미스의 관점에서는 기술, 합리주의, 그리고 새로운 비인격적 질서의 진실—을 구현해야 한다는 신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바우쿤스트'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위계적이다. 그것은 건축에 영적이고 역사적인 사명을 부여함으로써 단순한 '건설(building)' 행위 위에 군림하는 '건축(architecture)'을 상정한다. 이 거대한 야망은 필연적으로 건물 자체 내에서도 위계를 창조하도록 이끌었다. 건물의 모든 요소가 이 시대를 초월하는 '의지'를 동등하게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관 설비는 주 구조 프레임보다 시대정신을 덜 순수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스는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건축 요소들이 지닌 영적이고 철학적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등급을 매겼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위계 개념의 기원이다. 건축의 어떤 요소는 시대의 영원한 진리를, 다른 요소는 일시적인 필요를 담아내도록 구별된 것이다.

 

1.2 "거의 아무것도 아닌(Beinahe Nichts)": 물질적 절제를 통한 영적 열망

 

미스의 유명한 경구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는 미학적 간결함을 넘어선 영적인 수련의 과정이었다.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beinahe nichts)"으로의 환원은 본질적인 진리를 드러내기 위해 비본질적인 것을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환원주의는 신플라톤주의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에 연결되며, 정화를 통해 신 또는 진리를 찾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스에게 있어 건축적 형태의 극단적인 단순화는 물질 세계의 혼란을 제거하고 순수한 존재의 영역, 즉 영적인 영역에 도달하려는 시도였다.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의 추구는 근본적인 역설을 낳는다. 건물에서 가장 실재적이고 물리적인 부분인 구조체를 초월적이고 영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들기 위해, 미스는 그 주변의 모든 것을 비물질화해야만 했다. 여기서 위계는 단순히 요소를 분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위' 요소들(살, 레이어)을 '주요' 요소(뼈, 그리드)를 영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배경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된다. 즉, '살'의 물질성이 희생되거나 비물질화됨으로써 '뼈'의 영적인 영광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건물의 가장 본질적인 물질 요소는 구조체, 즉 '뼈대'이다. 산업 제조의 산물인 강철 I-빔을 어떻게 영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기술의 '사실'로서 주어진 빔 자체의 형태를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그 주변의 맥락을 바꿔야만 한다. 주변의 외피를 투명하고, 반사적이며, 비구조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구조 프레임은 고립되고 순수한 추상적 오브제로 제시된다. 이는 기능적, 미학적, 철학적 위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1.3 요소의 존재론: 구조(뼈)와 외피(살)의 구분

 

이 개념은 미스 위계의 양극단을 정의하는 핵심이다. 구조는 객관적 사실, 기술, 그리고 영원한 진리의 영역으로 제시된다. 반면, 외피는 주관적 경험, 예술적 구성, 그리고 공간적 자유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분리는 그의 핵심 원리였으며, 카를 프리드리히 싱켈(Karl Friedrich Schinkel)과 헨드릭 페트뤼스 베를라허(Hendrik Petrus Berlage)와 같은 선구자들로부터 이어진 구조적 정직성(tectonic honesty)의 역사적 선례를 따른다. 미스에게 있어 프레임은 '실재하는' 건축 그 자체였고, 벽은 단지 공간을 나누는 스크린에 불과했다.

이러한 구조와 외피의 분리는 칸트(Kant) 철학의 물자체(noumenon)와 현상(phenomenon) 같은 철학적 이원론을 건축에 직접적으로 투영한 것이다. 구조 프레임은 '물자체', 즉 객관적 실재이며, 그것을 둘러싼 레이어들은 '현상', 즉 그 실재가 주체에 의해 인식되는 방식이다. 합리적이고 불변하는 그리드는 객관적이고 예지적인(noumenal) 영역을 대표한다. 반면, 반사, 투명성, 그리고 변화하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레이어들은 주관적이고 현상적인(phenomenal) 영역을 대표한다. 따라서 미스의 건축은 거주자가 객관적 진리와 주관적 인식 사이의 긴장을 경험하는 철학적 드라마의 무대가 된다. 그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가 객관적 진리와 주관적 인식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체험하게 하는 철학적 모델을 창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섹션 2: 합리적 질서의 현현으로서의 그리드

 

그리드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주요 도구이다. 그것은 이성, 보편성, 그리고 산업 시대의 비인격적 질서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구조의 '진실'이 투영되는 시스템이 바로 그리드이다. 그리드는 미스의 건축에서 단순한 구성 도구를 넘어, 그의 철학적 신념 체계 그 자체를 대변한다.

 

2.1 실용적 도구에서 형이상학적 틀로: 미스적 그리드의 진화

 

미스의 그리드는 미국 철골 구조 건설의 실용적인 기원에서 출발하여,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질서 원리로서 격상되었다. 그것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 동시에 신념 체계의 선언이었다. 그리드는 전체 디자인을 규율하는 "비인격적이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작용했으며, 산업적 합리화와 표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미스는 이를 통해 "새로운 구조적 원리"를 창조하고자 했다.

미스에게 그리드는 보편적인 자연법칙의 건축적 등가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그리드의 공정한 논리에 종속시킴으로써, 자신의 주관적인 변덕을 제거하고 더 높은 객관적 진리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었다. 미스는 건축이 개인의 의지가 아닌 "시대의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산업, 기술, 합리주의로 정의되었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가장 순수하게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한히 확장 가능하고, 비위계적이며, 합리적인 시스템, 즉 그리드였다. 그리드를 절대적인 원칙으로 채택함으로써 그는 자기부정의 행위를 수행했다. 디자인 결정은 '그의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었다. 따라서 그리드는 단지 패턴이 아니라, 주관성보다 객관성을 우선시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리드는 미스가 한 걸음 물러서서 시대정신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2.2 그리드와 보편적 공간: 균질하고 무한한 장의 창조

 

그리드는 '보편 공간(Universalraum)', 즉 어떤 기능이든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미분화된 공간을 달성하는 핵심 열쇠이다. 그리드는 방향성 없는 균질한 점들의 장(field)을 만들어내며, 이 장은 어떤 한 점도 다른 점보다 중요하지 않은 '보편 공간'의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이 개념의 궁극적인 사례는 일리노이 공과대학(IIT)의 크라운 홀(S.R. Crown Hall)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라운 홀은 내부 지지 기둥이 전혀 없는 "보편적 공간"으로, 그리드는 거대한 지붕 구조와 창 멀리언(mullion)으로 표현된다.

'보편 공간'이라는 개념은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비위계적인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그리드는 민주적이고 평등주의적인 사회의 이상화된 비전을 투영한다. 그것은 고정된 위계가 없는 사회, 유연하고 현대적인 사회 질서를 제안한다. 그러나 이 '자유'는 역설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리드의 절대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통제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미스가 정한 시스템 내에서라면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다. 이는 모더니즘의 핵심적인 긴장을 드러낸다. 진정한 자유는 무정부 상태가 아니라,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따라서 완벽하게 통제되는 시스템을 통해 달성된다는 사상이다. 모든 기둥과 멀리언의 배치는 미리 결정되어 있으며, 이 경험은 그리드의 논리에 대한 복종을 전제로 한다.

 

2.3 상징으로서의 I-빔: 그리드의 절점이 미적 오브제가 될 때

 

분석의 초점은 이제 그리드의 구조적 표현으로 이동한다. 특히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의 외부 멀리언으로 사용된 I-빔은 미스 철학의 궁극적인 상징으로 분석될 수 있다. 그것은 그리드의 일부를 가시화한 것이며, 구조적 사실을 숭고한 오브제로 변환시킨 것이다. 그의 신조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는 바로 여기서 완벽하게 예시된다. I-빔의 디테일은 장식이 아니라, 건물의 내적 진실을 드러내는 계시이다.

시그램 빌딩의 비구조적 I-빔은 미스의 작업에서 가장 명시적인 '투영' 행위이다. 그는 말 그대로 구조 그리드의 '이데아'를 건물의 외피에 투영하고 있다. 미스의 위계는 구조 프레임의 표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러나 당시 건축 법규는 시그램 빌딩의 실제 강철 프레임을 내화 성능을 위해 콘크리트로 감싸도록 요구했다. 이로 인해 구조의 '진실'이 보이지 않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했다. 미스의 해결책은 청동 I-빔을 외부에 추가하는 것이었다. 이 빔들은 구조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급진적인 행위이다. 그는 구조의 상징, 즉 재현물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행위는 그의 주된 목표가 편협한 의미의 '재료에 대한 정직성'이 아니라 '철학적 정직성'이었음을 증명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보이게 만들어 그리드의 '개념'을 파사드에 투영함으로써, 실제 구조가 숨겨져 있을 때조차도 외피에 대한 구조의 우위라는 자신의 위계를 고수했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진실은 문자 그대로의 물질적 진실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철학적 진실이었다.

 

섹션 3: 지각적 경험의 장치로서의 레이어

 

그리드가 객관적 질서의 시스템이라면, 레이어는 주관적 경험의 시스템이다. 이 섹션에서는 미스가 유리, 석재, 물의 평면을 사용하여 유동적이고 모호하며 현상학적으로 풍부한 공간 경험을 어떻게 창조했는지 탐구한다. 이 경험은 그리드의 경직성과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레이어는 그리드가 설정한 엄격한 규칙에 대한 시적이고 감각적인 응답이다.

 

3.1 투명성의 시학: '비-벽(Non-Wall)'으로서의 유리벽

 

유리 커튼월은 단순한 창이 아니라 철학적 선언이다. 그것은 공간을 동시에 정의하고 해체하는 레이어로서, 내부와 외부 사이에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판스워스 주택(Farnsworth House)에서 유리는 최소한의 장벽으로 작용하여, 자연 그 자체가 집의 진정한 '벽'이 되게 한다. 이러한 접근은 완전한 투명성이라는 이상과 그것의 실제 사용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유리는 "살과 뼈(skin and bones)" 건축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유리 레이어는 건물 외피를 비물질화하는 주된 동인이다. 그 목적은 '살'을 사라지게 만들어 다른 두 가지 요소, 즉 거주자와 외부 세계 사이의 직접적인 시각적 연결, 그리고 '뼈'(구조 프레임)의 가시성을 최우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스의 위계는 구조를 1차적으로, 외피를 2차적으로 규정한다. 외피를 가능한 한 '부차적인'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리벽은 역설적인 오브제다. 날씨를 막는 물리적 장벽으로 존재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거의 부재한다. 그것은 '비-벽'이다. 유리를 사용함으로써 미스는 '살'의 존재감을 최소화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구조 프레임과 주변 환경의 인지된 중요성을 극대화한다. 즉, 유리 레이어는 위계 내 다른 요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양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3.2 독립된 평면: 재료와 색으로 공간을 레이어링하다

 

이 분석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Barcelona Pavilion)과 투겐타트 주택(Tugendhat House)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독립 평면(free-standing plane)에 초점을 맞춘다. 대리석, 오닉스, 트래버틴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이 레이어들은 공간을 완전히 둘러싸지 않으면서 공간을 정의하여, 유명한 '흐르는 공간(flowing space)'을 창조한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독립벽들은 구조적 하중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동선을 유도한다. 이러한 효과는 경계가 명시되기보다는 암시되는 "흐르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신중하게 선택된 재료들은 그 자체로 미적 사건이 된다.

이 독립 평면들은 미스 시스템의 '예술적' 또는 '우연적' 요소들이다. 그리드가 보편적이고 불변하는 '산문'을 제공한다면, 이 레이어들은 구체적이고 시적인 '운문'을 제공한다. 그들의 배치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항상 보이지 않는 그리드에 의해 규율되어 인지된 자유와 실제 질서 사이에 긴장을 조성한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규칙적인 십자형 기둥 그리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객관적 질서이다. 동시에 대리석과 오닉스 평면들은 독립적이고 예술적으로 배치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레이어이다. 그러나 그 배치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그것들은 그리드의 보이지 않는 선들과 정렬되고 상호작용한다. 이는 변증법을 창조한다. 그리드는 기저의 규칙, 즉 문법을 제공한다. 평면들은 단어와 문장처럼 시적으로 배열될 수 있지만, 여전히 그 문법을 따라야 한다. 이는 위계를 반영한다. '뼈'(그리드)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법칙을 설정하고, '살'(레이어)은 그 법칙 안에서 통제된 예술적 자유를 허용받는다. 즉, 예술(레이어)은 자유롭지만, 오직 진리(그리드)의 절대적인 틀 안에서만 자유롭다.

 

3.3 반사와 모호성: 공간의 증식과 경계의 흐림

 

이 부분에서는 광택 있는 석재, 크롬 도금 기둥, 그리고 수면에서의 반사를 사용하여 공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레이어링하는 기법을 탐구한다. 반사는 증식자(multiplier)로 작용하여, 거주자의 고체와 공허, 실재와 허상에 대한 인식을 시험하는 가상의 레이어들을 만들어낸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재료들(크롬, 유리, 물)에서 반사의 사용은 "비물질화되고" 무한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레이어가 어떻게 지각적 모호성을 생성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한다.

반사의 사용은 '살'의 부차적이고 현상적인 본질을 주장하는 궁극적인 도구이다. 반사면은 그 자체의 이미지를 가지지 않으며, 오직 주변의 것을 보여줄 뿐이다. 그것은 순전히 다른 오브제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레이어이다. 이는 존재론적 위계를 강화한다. 구조 프레임(그리드)은 고정된 객관적 정체성을 가지는 반면, 둘러싸는 평면(레이어)은 빛, 날씨, 그리고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이고 우연적인 정체성을 가진다. 반사로 가득 찬 건물을 만듦으로써, 미스는 단단한 매스의 건축이 아닌 지각의 건축을 창조한다. 이는 '살'을 비물질화하고 덧없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험으로 만든다. 반면, 구조 기둥들은 종종 무광이거나 명확하고 견고한 형태를 유지하며, 변화하는 반사 속에서 불변의 존재로 남는다. 이는 철학적 위계를 다시 한번 강화한다. 그리드/구조는 불변하는 객관적 '실재'이며, 레이어화되고 반사적인 살은 덧없는 주관적 '현상'이다. 미스의 건축은 관찰자에게 이 구분을 직접 경험하도록 강요한다.

 

섹션 4: 실천적 종합: 투영의 사례 연구

 

이 섹션에서는 이론적 틀을 미스의 주요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그리드와 레이어의 변증법이 그의 위계를 투영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보여준다. 분석에 앞서 명확하고 구조화된 개요를 제공하기 위해 비교 분석표를 제시한다.

 

표 4.1: 미스 반 데어 로에 주요 작품의 그리드-레이어 적용 비교 분석

 

프로젝트 그리드 적용 (질서의 투영) 레이어링 기법 (경험의 투영) 표현된 위계 (종합)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1929) 8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구조 그리드를 통한 암시적 공간 질서. 그리드는 압도적인 시각 요소라기보다 미묘한 조직 원리. 화려한 대리석과 오닉스로 된 독립 평면; 투명, 회색, 녹색 유리의 평면; 넓은 반사 연못. 레이어는 공간을 둘러싸지 않으면서 정의. 지붕과 외피의 분리: 지붕 평면은 독립벽 위로 독립적으로 떠 있어, 구조(지붕/기둥)가 외피(벽)와 존재론적으로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줌.
판스워스 주택 (1951) 명시적인 구조 프레임. 8개의 I-빔은 지면에서 들어올려진 지배적인 미학적, 형태적 요소. 그리드가 곧 건물임. 투명한 외피를 형성하는 단일하고 연속적인 전면 유리 레이어. 내부는 중앙 서비스 코어로 레이어화됨. 프레임의 절대적 우위: 집은 구조 프레임에 의해 공간에 떠 있는 두 개의 수평면(바닥과 지붕)으로 구상됨. 유리 '살'은 프레임의 절대적 우위를 위해 존재하는 거의 부재에 가까운 2차적 레이어.
S.R. 크라운 홀 (1956) 기념비적인 외부 프레임. 지붕의 4개 거대한 강판 거더가 기둥 없는 "보편 공간"을 창조. 그리드는 지붕과 파사드 멀리언으로 표현됨. 강철 멀리언으로 분할된 단일하고 균일한 유리 레이어. '레이어'는 그리드의 표현과 완전히 통합되고 규율됨. 구조와 공간의 통합: 위계는 구조(지붕 거더)가 공간의 유일한 창조자가 됨으로써 표현됨. 공간이 곧 구조임. 유리 외피는 이 사실을 찬미하는 팽팽하고 최소한의 막.
시그램 빌딩 (1958) 내화 피복 뒤에 숨겨진 합리적 구조 그리드. 그러나 비구조적인 청동 I-빔 멀리언을 통해 파사드에 투영됨. 그리드는 상징적이고 리듬감 있는 장치가 됨. 청동과 착색 유리의 외피. 타워는 화강암 광장과 함께 거리에서 뒤로 물러나 있어, 공공에서 사적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를 레이어링함. 질서의 상징적 표현: 위계는 상징적으로 주장됨. 비구조적 멀리언은 구조 그리드의 이데아에 대한 증거이며, 개념적 질서가 문자 그대로의 구조적 표현보다 더 중요했음을 보여줌.

 

4.1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1929): 비물질화된 이상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미스의 위계 개념이 가장 시적으로 구현된 사례 중 하나이다. 여기서 그리드는 미묘한 십자형 기둥들을 통해 암시적으로만 존재하며, 자유롭게 배치된 것처럼 보이는 대리석과 유리 평면들을 위한 보이지 않는 질서 체계를 제공한다. 구조는 8개의 가느다란 크롬 도금 기둥과 평평한 지붕 슬래브로 환원된다. 이 구조는 공간을 정의하는 화려한 벽체들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 특히 지붕 평면이 벽체와 어떤 접촉도 없이 그 위를 떠다니는 듯한 모습은 구조(뼈)와 외피(살)의 존재론적 분리를 절대적으로 선언한다.

레이어링 기법은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다. 녹색 톤의 유리, 반투명 유리, 그리고 붉은 빛이 감도는 오닉스 벽과 같은 다채로운 평면들은 시각적 깊이와 복잡성을 만들어낸다. 이 벽들은 공간을 완전히 막지 않고 동선을 유도하며 시선을 차단하거나 열어주어, 거주자가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더해, 건물 바닥을 형성하는 거대한 반사 연못은 외부의 레이어로서 기능하며 건물의 기반을 시각적으로 해체하고 하늘과 주변 환경을 건축 내부로 끌어들인다. 반사와 투명성, 그리고 물질의 병치는 파빌리온을 물리적 실체라기보다는 지각적 현상의 집합체로 만든다.

 

4.2 판스워스 주택 (1951): 구조 프레임의 절대적 우위

 

판스워스 주택에서 미스의 위계는 가장 명료하고 교훈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건물은 바닥 평면, 지붕 평면, 그리고 이 둘을 허공에 띄우는 8개의 구조 기둥이라는 절대적인 본질로 환원된다. 여기서 그리드는 더 이상 암시적인 질서가 아니라 건물 그 자체이다. 하얗게 칠해진 강철 프레임은 건축의 유일한 주인공이며, 모든 미학적, 형식적 표현을 독점한다.

유리벽은 이 위계를 강화하기 위한 극단적인 장치이다. 그것은 '제로-디그리(zero-degree)' 외피, 즉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모든 건축적 중요성을 강철 프레임에 양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레이어이다. 유리는 외부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내부의 거주자를 외부의 시선에 완전히 노출시킨다. 이는 투명성이라는 이상이 실제 거주 환경에서 야기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미스의 철학적 관점에서 이 유리는 '살'의 역할을 최소화하여 '뼈'의 순수하고 절대적인 존재를 찬미하기 위한 필수적인 희생이었다. 판스워스 주택은 구조가 곧 건축이며, 외피는 단지 그것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투명한 막에 불과하다는 미스의 신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4.3 크라운 홀 (1956) & 시그램 빌딩 (1958): 그리드의 도시적, 상징적 표현

 

미스의 후기 대규모 작업에서 그리드와 레이어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상징적인 차원으로 발전한다. IIT 캠퍼스의 크라운 홀은 '보편 공간'의 궁극적인 실현이다. 건물 외부에 노출된 4개의 거대한 강판 거더가 지붕 전체를 지탱하여, 내부에는 어떠한 기둥도 없는 70미터 길이의 거대한 단일 공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위계는 외부의 거대한 구조가 내부 공간 전체를 규정함으로써 표현된다. 공간은 구조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며, 유리와 강철 멀리언으로 이루어진 외피는 이 거대한 구조적 위업을 감싸는 팽팽하고 정밀한 막의 역할을 한다. 레이어는 그리드의 논리에 완전히 종속되고 통합되어, 구조적 질서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그램 빌딩은 이 논의의 정점을 이룬다. 이 고층 건물에서 미스는 자신의 위계를 가장 의식적이고 이론적인 방식으로 투영했다. 실제 구조 프레임은 내화 피복 뒤에 숨겨져 있지만, 미스는 비구조적인 청동 I-빔을 외피에 부착하여 내부 그리드의 리듬과 질서를 외부로 '투영'했다. 이 행위는 미스에게 있어 건축의 진실이 단순한 물질적 정직성을 넘어선 개념적, 철학적 질서의 표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청동 멀리언은 구조의 '이데아'를 상징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합리적 질서가 건물의 가장 중요한 본질임을 선언한다. 건물은 화강암 광장 위에 세워져 도시의 그리드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있으며, 이는 공적인 도시 공간에서 사적인 건물 내부로 이어지는 일련의 레이어를 형성한다. 시그램 빌딩은 미스가 자신의 철학적 위계를 도시적 스케일에서 상징적으로 완성한 걸작이다.

 

섹션 5: 결론: 투영된 질서의 영원한 유산

 

결론적으로, 미스 반 데어 로에에게 그리드와 레이어는 단순한 형식적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심오한 철학적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의 건축을 지배하는 위계, 즉 '살'에 대한 '뼈'의 존재론적 우위는 현대 세계 속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진리의 건축을 창조하려는 시도였다. 그리드는 '바우쿤스트'의 영원하고 객관적인 질서를 투영했고, 레이어는 공간의 유동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을 투영했다. 이 둘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통해 미스는 기술 시대의 합리성과 인간 경험의 시학을 하나의 건축적 총체로 융합하고자 했다.

그리드는 이성의 법칙, 즉 시대정신의 비인격적 의지를 대변했다. 그것은 주관적 변덕을 배제하고 보편적 진리에 도달하려는 미스의 열망을 구현한 형이상학적 틀이었다. 반면, 유리, 석재, 물의 레이어는 빛과 그림자, 반사와 투명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학적 세계를 창조했다. 이 레이어들은 그리드가 설정한 엄격한 질서 내에서만 허용된 통제된 자유를 누렸으며, 그들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그리드가 표상하는 구조적 진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접근 방식은 '보편 공간'의 비인간적인 차가움이나 기능적 실패 가능성과 같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의 건축이 제시하는 절대적인 질서는 때로 인간적인 삶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가 남긴 유산은 지대하다. 그는 건축이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사상 체계를 구축하는 지적인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강철과 유리뿐만 아니라, 이데아와 개념으로 건물을 지은 건축가로서, 그의 투영된 질서는 오늘날까지도 건축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꾸밈없는 언어'을 통한 '건축 예술(Baukunst)'으로의 접근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는 종종 "Less is more"나 "God is in the details"와 같은 간결한 격언으로 대표되는, 비지성적이고 직관적인 건축가로 인식되어 왔다.1 그러나 프리츠 노이마이어(Fritz Neumeyer)가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꾸밈없는 언어: 건축 예술에 대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생각(The Artless Word: Mies van der Rohe on the Building Art)》에서 심도 있게 파헤쳤듯이, 이러한 통념은 미스의 건축 이면에 있는 깊고 지속적인 철학적 탐구를 간과하는 것이다.3 노이마이어의 연구는 미스의 건축이 단순한 미학적 선호의 결과가 아니라, 그의 방대한 장서, 저술, 그리고 사적인 기록에서 발견되는 철학적 사유의 물리적 현현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스의 과묵함은 이론에 대한 경시가 아니라, 완벽하게 구현된 건축은 그 자체로 매개 없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3

이 보고서의 중심 논제는 미스의 건축을 단순한 건물(Architektur)이 아닌, 그가 선호했던 용어인 '건축 예술(Baukunst)'의 개념을 통해 분석하는 것이다. 미스에게 '바우쿤스트'는 단순한 구축 행위를 넘어선 "공간적으로 파악된 시대의 의지(raumgefaßter Zeitwille)"를 의미했다.7 노이마이어가 분석했듯, 이 개념은 이중적 과정을 내포한다. 첫째는 '건축(Bau)'의 행위로, 이는 구축을 통해 객관적 현실을 충족시키고 목적에 봉사하는 것이다. 둘째는 '예술(Kunst)'의 행위로, 이는 형태를 통해 시대의 내적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다.7 객관적 현실과 정신적 표현 사이의 이러한 변증법적 관계야말로 미스 작업의 핵심 동력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미스의 설계 과정을 하나의 '번역(translation)' 행위로 규정하고자 한다.8 그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자유와 운동의 감각, 그리고 정신적 질서에 대한 탐구로 특징지어지는 시대정신을 공간, 구조, 재료라는 건축적 언어로 번역했다. 이 보고서는 그의 건축 언어를 구성하는 문법과 구문을 분석할 것이다. 즉, 근본적인 질서로서의 '그리드', 공간의 구성으로서의 '레이어', 그리고 표현적 어휘로서의 '재료의 구축법(tectonics)'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미스의 유명한 경구 "Less is more"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미학적 선호가 아니라,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비본질적인 것을 제거하는 철학적 정제(distillation)의 원리다. 이는 벽돌 한 장, 구조 시스템, 혹은 한 시대의 본질적 진리, 즉 '오르드눙(Ordnung, 질서)'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다. 노이마이어의 연구는 우리가 이 원리를 단순한 양식적 선택이 아니라, 플라톤주의와 유사하게 본질적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적 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보도록 이끈다.3 단순함을 위한 환원("less")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본질적인 이념인 '바우쿤스트'를 더욱 심오하게 표현("more")하기 위한 수단이다. 여기서 "more"는 시각적 단순함을 넘어선 정신적, 철학적 명료함을 의미한다. 이는 그의 모든 프로젝트를 미학적 차원에서 존재론적 차원으로 격상시킨다.

 

제1장 그리드의 형이상학적 틀: 오르드눙(Ordnung)의 탐구



1.1 트래버틴 바닥: 이상을 현실로 만들다

 

분석의 시작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바닥이다. 정밀하게 깔린 트래버틴 바닥의 줄눈은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선험적인 질서 체계의 물리적 현현이다.10 이는 미스가 자신의 건축을 위한 토대로 삼고자 했던 순수하고 합리적이며 보편적인 틀, 즉 '오르드눙'을 대표한다. 이 그리드는 벽체를 넘어 외부로 확장되며, 건물 자체보다 선재하는 보편적 장(field)의 존재를 암시한다. 그리드는 건축적 드라마가 펼쳐지는 형이상학적 기반이며, 모든 요소가 관계를 맺는 기준점이다.

 

1.2 순응과 이탈의 변증법

 

이 장의 핵심은 미스가 이 그리드에 순응하는 요소와 그로부터 의도적으로 해방시키는 요소 사이에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을 분석하는 것이다.

 

기둥: 법칙의 구현체

 

8개의 크롬 도금된 십자형 기둥은 그리드의 교차점에 완벽하게 정렬되거나(모서리의 4개), 최소한 하나의 축에는 정렬되는(중앙의 4개) 유일한 요소다. 이들은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 즉 건물의 불변하고 논리적인 '뼈대'를 상징한다. 그리드와의 완벽한 정렬은 그들이 보편적 법칙에 복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11 기둥은 구조라는 객관적이고 필연적인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벽: 자유의 표현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오닉스, 대리석, 유리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독립 벽체들은 그리드 선으로부터 세심하게 비켜서 배치된다.13 이 벽들은 결코 그리드 선과 완벽하게 정렬되지 않으며, 모서리는 자유롭고, 그 길이는 그리드와 무관하게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 구조적 역할에서 해방된 이 벽들은 창조적 자유, 공간을 정의하는 주관적 행위, 그리고 인간 경험의 유동적이고 우연적인 본질을 상징한다.11

 

1.3 그리드의 철학적 기원

 

노이마이어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긴장감은 미스가 심취했던 철학적 독서를 통해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노이마이어가 미스의 사상에서 중심 주제로 파악한 "내재적 합법성(intrinsic lawfulness)"과 "창조적 자유(creative freedom)" 사이의 대화를 반영하며, 특히 로마노 과르디니(Romano Guardini)와 같은 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았다.14 그리드는 '법칙'이고, 벽은 '자유'다. 건축은 이 둘 사이의 "긴장의 장(field of tension)"에서 발생한다.14 이러한 해석은 파빌리온의 평면도를 단순한 구성 다이어그램에서 현대 세계의 질서와 자유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논고로 격상시킨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중앙에 위치한 네 개의 기둥이 완벽한 그리드 교차점에서 미묘하게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설계상의 오류나 실용적 타협이 아니다. 이는 건물의 핵심적인 변증법을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 세부 사항은 '절대적인' 구조 법칙조차도 그것이 자리 잡는 공간의 특정 조건에 적응하고 반응해야 함을 암시하며, 시스템이 경직되고 생명 없는 독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한다. 초기 분석에서는 기둥이 질서를, 벽이 자유를 대표한다는 이분법적 구도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평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직 네 개의 모서리 기둥만이 이상적인 그리드 교차점에 완벽히 위치함을 알 수 있다. 내부의 네 기둥은 한 축의 그리드 선상에는 있지만 다른 축에서는 벗어나 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믿었던 건축가에게 이 디테일은 반드시 의미를 지닌다. 이 미묘한 이동은 법칙/자유라는 단순한 이분법에 제3의 항을 도입한다. 즉, '법칙' 자체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상적인 경계를 정의하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법칙(네 모서리 기둥)과, 특정 지붕 경간을 지지하는 적용되고 반응하는 법칙(내부 기둥)이 공존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플라톤적 이상을 넘어, 이상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보다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고찰을 반영한다. 이는 미스가 단지 질서의 개념뿐만 아니라, 질서의 적용이라는 문제와 씨름했음을 보여준다.

 

요소 재료 그리드와의 관계 바닥과의 구축적 디테일 의도 분석 (노이마이어적 해석)
십자형 기둥 크롬 도금 강철 엄격한 순응 (최소 한 축) 바닥 평면을 관통, 기초 암시 불변의 보편 법칙으로서의 구조를 대표. '뼈대'. 11
오닉스/대리석 벽 오닉스 도레, 티니안 대리석 의도적 이탈 / 비대칭 바닥 평면 위로 떠 있음 (틈) 자유롭고 예술적이며 공간을 정의하는 외피를 대표. 13
유리 벽 투명, 반투명, 유색 유리 의도적 이탈 / 비대칭 최소한의 채널에 고정, 평면성 강조 공간을 감싸기보다 매개하는 스크린 또는 레이어를 대표. 17
트래버틴 바닥/기단 로만 트래버틴 그리드 자체 기준이 되는 평면 건축적 드라마가 펼쳐지는 형이상학적 토대, 오르드눙 자체를 대표. 19

 

제2장 자유 평면과 지각적 공간의 레이어링



2.1 "피부와 뼈(Skin and Bones)": 기술적 전제조건

 

미스의 공간 혁명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혁신은 바로 철골 구조다. 이 구조는 '뼈대(구조)'와 '피부(외피)'의 분리를 가능하게 했다.18 이것이 벽을 해방시키고 '자유 평면(free plan)'을 가능하게 한 근본 원리다.11 미스는 현대적 구축 방식을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이를 현대라는 시대의 진정한 표현이자,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은 사회의 새로운 운동의 자유를 반영하는 새로운 종류의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했다.8

 

2.2 오브제로서의 벽: 외피에서 공간 조절 장치로

 

벽이 하중 지지 역할에서 해방되면서, 그것은 자율적인 평면, 즉 '벽-오브제(wall-objet)'로 변모한다.13 벽돌조 전원주택(1923)이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벽은 밀폐된 방을 만드는 대신, 움직임을 유도하고, 시야의 틀을 잡고, 영역을 규정하는 추상적인 평면이 된다.12 미스의 말처럼, 이는 "일련의 방들"이 아니라 "일련의 공간적 효과들"을 만들어낸다.12 이는 '흐르는 공간(flowing space)'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이러한 평면적 요소들에 의해 분화되고 조절되는 연속적인 공간장을 의미한다.13

 

2.3 물질적 평면으로서의 유리: 중첩된 시각의 건축

 

이 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스의 유리 벽을 '공허(void)'나 '비물질화된' 표면으로 보는 일반적인 해석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다.11 대신, 유리를 복합적이고 매우 특수한 물질적 평면으로 분석할 것이다.

미스는 투명 유리, 반투명(불투명) 유리, 유색(녹색, 회색) 유리, 반사 유리 등 다양한 종류의 유리를 사용하여 풍부하고 다층적인 지각 경험을 창조했다.12 미스의 건물에서 유리는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그것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투명한 창이자, 외부 풍경과 내부 공간을 표면에 중첩시키는 반사 거울이며, 특정한 물질적 존재감을 지닌 단단한 유색 평면(벽)이다.17 이러한 시각의 레이어링은 내부, 외부, 반사, 그리고 실재가 모두 동시에 지각되는 '공간적 동시성(spatial simultaneity)'을 만들어낸다.11 이것이 바로 그의 '흐르는 공간'의 본질이다. 그것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중첩된 시각 정보로 가득 찬 밀도 높은 장이다. 미스 자신이 언급했듯이, 유리에서 중요한 것은 "반사의 유희"다.17

미스의 후기 미국 작업에서 발전된 '보편 공간(Universal Space)'의 개념(예: 크라운 홀)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다층적 복잡성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궁극적으로 추상화한 것이다. 그는 공간 내부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개의 벽-평면을 사용하는 대신, 유리 외피로 정의되는 단일하고 장애물 없는 볼륨을 창조했다. 이제 레이어링은 공간 내부가 아니라 경계 조건, 즉 유리벽 자체로 완전히 이전된다. 이 유리벽이 이제 반사, 투명성, 그리고 외부 세계의 프레이밍이라는 모든 복잡한 상호작용을 담게 된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 더 큰 볼륨 내부에 독립된 벽들의 복잡한 구성으로 흐르는 공간을 구현했다면 11, 크라운 홀은 모든 내부 기둥과 벽을 제거하여 하나의 거대한 개방된 공간으로 '보편 공간'을 달성한다.11 표면적으로 이는 복잡성에서 단순성으로의 이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복잡한 공간 경험을 창출하는 기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재배치된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오닉스와 대리석 벽이 공간을 레이어링하는 데 기여하지만, 크라운 홀에서는 거대한 유리벽이 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다. 크라운 홀의 경험은 유리를 통한 외부 풍경의 지각, 유리에 비친 내부의 반사, 그리고 유리 외부에 있는 구조 프레임의 강력한 존재감에 의해 지배된다. '공간적 효과'는 이제 전적으로 건물의 가장자리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보편 공간은 자유 평면의 논리적 귀결이다. 즉, 모든 매개적이고 중첩적인 복잡성을 '피부' 자체에 집중시킴으로써 내부의 최대 자유를 달성하는 것이다.

 

제3장 구축적 표현과 재료의 정신적 진실



3.1 "구축의 예술"로서의 텍토닉스

 

이 장에서는 텍토닉스(tectonics)를 단순한 구축 행위가 아니라, 그것의 시적이고 표현적인 명료화로 정의할 것이다.8 미스에게 구축은 "시대의 가장 진실한 수호자"였으며, 그것의 정직한 표현이 '바우쿤스트'의 기초였다.7 이 섹션에서는 미스가 어떻게 구축을 '말하게' 하여 건물이 어떻게 서 있고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분석할 것이다.

 

3.2 두 가지 디테일 이야기: 파빌리온의 기둥 대 벽

 

이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바닥 디테일에 대한 미시적 분석이다.

 

기둥의 연결

 

크롬 도금된 십자형 기둥은 마치 트래버틴 바닥을 꿰뚫는 것처럼 디테일이 처리되어 있다. 돌은 기둥의 윤곽에 맞춰 정밀하게 절단되어, 바닥 평면을 통과하여 아래의 기초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구조 부재라는 구축적 표현을 만들어낸다. 이는 하중, 안정성, 영속성의 표현이다.12

 

벽의 연결

 

반대로, 돌과 유리 벽은 바닥에서 뚜렷한 틈(reveal)이나 간격을 두고 디테일이 처리된다. 이들은 종종 후퇴된 채널이나 그림자 선과 함께 트래버틴 위로 살짝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디테일은 벽이 하중을 받지 않는, 공간 속에 삽입된 평면임을 강조한다. 이는 구조적 지지가 아닌, 가벼움, 자유, 그리고 공간 분할의 구축적 표현이다.

이 비교는 미스가 자신의 건축 시스템 내에서 각 요소의 근본적인 역할을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구축적 디테일을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디테일은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의 건축 언어를 구성하는 '단어'들이다.

 

3.3 "추상성에 대한 등가물"로서의 재료성

 

미스가 극도로 미니멀한 형태 안에 황금빛 오닉스, 녹색 대리석, 광택 나는 크롬과 같은 풍부하고 호화로운 재료를 사용한 것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이 섹션에서는 노이마이어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것이 의도적인 전략임을 주장할 것이다.8 형태의 추상성(순수한 평면과 그리드)은 재료의 강렬한 감각적, 물리적 존재감과 균형을 이룬다. 재료의 풍부함은 추상성이 불모의 상태가 되는 것을 막고, 공간에 분위기 있고 "신체적인" 질을 부여한다.8 대리석의 결과 오닉스의 깊은 색감은 합리적이고 인공적인 기하학에 자연적이고 유기적인 대위법을 제공한다.

 

3.4 시그램 빌딩 I-빔의 "정직한 거짓말"

 

보고서는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 파사드의 청동 I-빔 분석으로 절정에 이른다. 미국의 화재 법규는 실제 철골 구조를 콘크리트로 감싸도록 요구했다.24 문자 그대로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접근법은 콘크리트 건물을 낳았을 것이다. 대신 미스는 비구조적인 청동 I-빔을 외부에 부착했다.24 이 행위는 '바우쿤스트'의 궁극적인 표현이다.

I-빔은 물질적으로는 '비사실적'이다(하중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건물의 본질인 철골 구조의 이념을 표현하기 때문에 구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진실'하다. 그것들은 건물의 내적 논리를 가시화한다. 이는 문자 그대로의 사실에 대한 노예적인 고수보다 건축적 이념의 표현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건축(Bau)'에 형태와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Kunst)'이다. 이는 미스에게 건축의 진실이 단지 물질적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적인 원리를 표현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미스의 비구조적 I-빔 적용은 단순하거나 교조적인 기능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다. 이는 그의 모더니즘이 순진한 '재료에 대한 진실성'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이념에 대한 진실성'에 관한 것임을 드러낸다. 그는 '시대의 의지'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가능하게 한 정신임을 이해했다. 기술의 물리적 현현이 숨겨져야만 했을 때, 그는 그 정신이 가시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새로운 구축적 언어를 발명했다. 시그램 빌딩의 I-빔이 구조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모더니즘 역사에서 잘 알려진 모순이다.24 일반적인 해석은 수직성과 리듬감을 더하기 위한 장식적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이마이어의 틀은 미스가 장식과 형식주의를 거부했음을 강조하므로 3, 이는 올바른 답이 될 수 없다. 원인은 화재 법규라는 외부적 제약이었다.24 미스의 이상은 실제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의 해결책인 부착된 I-빔은 장식이 아니라 상징이다. 그것은 숨겨진 구조 프레임이라는 기의를 가리키는 기표다. 이 행위는 건축 프로젝트를 단순한 건물에서 소통 행위로 격상시킨다. 미스는 문자 그대로의 구조와 구조의 표현을 분리해야만 했다. 이는 그의 사고 체계 내의 위계를 드러낸다. 즉, 구조적 이념의 표현이 구조적 재료의 문자 그대로의 노출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바우'를 넘어선 '바우쿤스트'의 본질이며, 모더니즘에 대한 매우 정교하고 비독단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결론: 건축과 이념의 통합

 

이 마지막 장에서는 앞선 장들의 논의를 종합할 것이다. 미스의 건축은 일관된 원칙들을 통해 세심하게 구현된, 통일성 있는 철학적 프로젝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드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질서('오르드눙')를 확립한다. 레이어링된 자유 평면은 현대적 조건을 반영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동적이고 지각적인 공간을 창조한다. 재료의 구축적 표현은 이 추상적 시스템에 감각적 현실을 불어넣고 그 근본 논리를 전달한다.

형식주의를 넘어서, 이 결론은 노이마이어의 연구에 근거하여 미스의 전 생애가 "목표로서의 형태"라는 개념, 즉 형식주의에 대한 투쟁이었음을 최종적으로 주장할 것이다.3 그의 목표는 결코 특정 스타일(직선적, 미니멀리즘)이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현대 생활을 위한 의미 있는 틀, 즉 "규정하지만 가두지 않는(defining but not confining)"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8

보고서는 제목으로 돌아가 마무리된다. '꾸밈없는 언어'는 진정한 건축이 그 시대와 목적을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자명해야 한다는 미스의 신념을 가리킨다. 그리드, 레이어, 재료에 대한 그의 엄격하고 시적인 숙달을 통해, 미스는 노이마이어가 주장하듯 건물 자체가 텍스트가 되는 건축 형태를 성취했다. 심오한 이념들은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창조한 조용하고 질서 있으며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 속에 내재하게 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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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건축가의 손을 넘어서

 

어느 한 건축가의 작업 전체에 부과된 통일성은 정교하게 연출된 겉치레(pretense)이거나, 스스로의 창조적 가능성을 제약하는 자기검열(self-censorship)의 결과라는 명제는 현대 건축 비평의 핵심을 관통한다. 소위 '시그니처 스타일'이라 불리는 것은 창조적 천재성의 순수한 발현이라기보다는, 비판적 검토가 요구되는 문제적 구성물이다. 여기서 '겉치레'는 시장성 있는 미학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홍보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자기검열'은 일단 확립된 브랜드 정체성에 부합하기 위해 창의적 가능성의 범위를,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축소시키는 과정을 지칭한다. 이러한 통일성의 신화를 해체하고 그 이면에 작동하는 힘을 드러내기 위해, 본 보고서는 문학 연구에서 혁명적 방법론으로 평가받는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의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를 건축 비평의 새로운 분석 틀로 도입하고자 한다.

모레티의 접근법은 작가의 의도나 개별 텍스트의 상징적 의미라는 전통적 분석의 베일을 걷어내고, 창작물을 형성하는 거대하고 비인격적인 힘을 관찰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1 이 '거시적(macroscopic)' 렌즈를 건축에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건축가가 스스로 내세우는 서사와는 구별되는, 그의 작업이 남긴 데이터 기반의 실체, 즉 '자료의 무의식(unconscious of the material)'을 관측할 수 있다.3 이는 건축가의 의도를 넘어서 그의 작업을 형성한 시장의 압력, 기술의 제약, 사회적 힘의 역학 관계를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전개된다. 먼저, 모레티의 '멀리서 읽기'가 문학 연구에 가져온 혁신을 심도 있게 고찰하며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다. 다음으로, 이 이론을 건축 분석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한다. 이어서, 구축된 프레임워크를 통해 소위 '스타키텍트(starchitect)'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시그니처 스타일'이 어떻게 겉치레와 자기검열의 산물이 되는지를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분석을 통해 드러나는 '자료의 무의식'이 건축 비평과 역사에 던지는 심오한 함의를 탐구하며 결론을 맺는다.

 

1부: 멀리서 읽기 혁명: 프랑코 모레티와 문학 시스템

 

건축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시도하기에 앞서, 그 방법론적 원천이 되는 프랑코 모레티의 이론적 체계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장에서는 '멀리서 읽기'가 기존 문학 비평과 어떻게 단절하며, 문학을 개별 텍스트의 총합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그의 관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탐구한다.

 

1.1 '신학'에서 '과학'으로: 가까이 읽기와 멀리서 읽기

 

전통적인 문학 비평의 주류를 이루었던 '가까이 읽기(close reading)'는 단일 텍스트에 대한 강도 높고 미시적인 탐구를 의미한다.4 이 방법론은 텍스트의 내부 구조, 단어의 선택, 문장의 리듬 등 내재적 요소에 집중하여 그 의미의 다층성을 밝혀내는 데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모레티는 이러한 접근법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소수의 신성시되는 '정전(canon)'에 막대한 해석적 에너지를 쏟아붓는 가까이 읽기는 본질적으로 '세속화된 신학(secularized theology)'과 다름없다.1 이는 실제로 생산된 문학 작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텍스트에만 과도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문학사의 전체 지형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6

이에 대한 대안으로 모레티가 제시한 '멀리서 읽기'는 가까이 읽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론적 태도를 취하는 방법론이다.7 모레티의 핵심 통찰은 '거리'가 지식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지식의 조건(a condition of knowledge)'이 된다는 점에 있다.6 개별 텍스트로부터 한 걸음 물러섬으로써, 우리는 "텍스트 자체보다 훨씬 작거나 훨씬 큰 단위들, 즉 장치, 주제, 비유, 혹은 장르와 시스템"을 비로소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9 이 관점에서 개별 텍스트는 그 자체로 완결된 의미의 총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거대한 관계망 속에서 그 의미가 규정되는 하나의 노드(node)로 전환된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위대한 무명작들(the great unread)', 혹은 모레티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학의 도살장(the slaughterhouse of literature)'에 대한 주목이다.1 이는 정전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다수의 문학 작품들을 지칭한다. 모레티는 문학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생존자가 아닌, 이 방대한 전체 코퍼스(corpus)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11 이는 필연적으로 개별 작품을 '읽는' 행위에서 벗어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계산하고, 집계하고, 분석하는' 행위로의 전환을 요구한다.7

 

1.2 형태의 유물론적 개념: 시스템으로서의 문학

 

모레티에게 있어 '역사의 동력'은 개별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개별적 의미가 부차적인 것이 되는 거시적 차원에서 작동한다.1 그의 목표는 문학을 비인격적이고 물질적인 힘에 의해 형성되는 '집합적 시스템(collective system)'으로 파악하는 것이다.10

이러한 관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18세기 영국 소설 제목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1 그는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 소설 제목이 점차 짧아진 현상이 개별 작가들의 미학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소설 시장의 성장과 정기 간행물의 등장이라는 외부적, 시스템적 압력의 결과임을 입증했다. 이는 형태가 어떻게 외부의 힘에 의해 조형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마찬가지로, 특정 장르의 흥망성쇠 역시 무작위적인 사건이 아니라, 시장의 포화와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이라는 주기적인 패턴에 의해 추동된다.12

모레티는 이러한 시스템적 패턴을 가시화하기 위한 추상적 모델로 '그래프, 지도, 나무(Graphs, Maps, and Trees)'라는 세 가지 분석 도구를 제시한다.10

  • 그래프(Graphs): 장르의 흥망성쇠와 같은 정량적 역사를 시각화하여, 이를 더 넓은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과 연결한다.10 예를 들어, 특정 장르 소설의 출간 종수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역사적 변곡점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
  • 지도(Maps): 텍스트 내의 공간적 논리를 분석하여, 지리와 사회적 공간이 국가 권력이나 경제적 변화와 같은 더 큰 힘에 의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드러낸다.10 지도는 텍스트를 몇 개의 추상적 요소로 '환원'하고 서사적 흐름에서 '추상화'함으로써 분석을 위한 준비를 마치며, 이를 통해 하위 수준에서는 보이지 않던 패턴을 드러낸다.10 모레티에게 형태는 곧 '힘의 다이어그램(diagram of forces)'이다.10
  • 나무(Trees): 진화생물학에서 차용한 이 모델은 '자유간접화법'과 같은 형식적 장치나 플롯 요소의 계보를 추적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태가 어떻게 분기하고 경쟁하는지를 모델링한다.10

모레티의 작업은 단순히 디지털 도구의 활용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창조적 생산에 대한 근본적인 재이론화를 시도한다. 전통적 관점이 위대한 작가나 건축가를 새로운 형태의 원천으로 보는 반면, 모레티의 데이터는 시스템(예: 소설 시장)이 선택적 압력을 생성함을 시사한다.1 이 압력에 부합하는 형태(예: 짧은 제목)를 우연히 생산한 작가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분야 전체가 그 방향으로 이동한다. 변화의 동인은 개별 천재들의 집단적 결단이 아니라, 특정 형질을 선호하는 환경적 압력이다. 이는 변화의 주체를 개인에서 시스템 자체로 전환시키며, 건축사에서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던 영웅주의적 '거장' 서사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이론적 도전을 제기한다.

 

2부: 텍스트에서 구축술로: 건축의 멀리서 읽기를 위한 프레임워크

 

이 장에서는 모레티의 문학 이론을 건축 분석이라는 구체적인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한 방법론적 교량을 구축한다. 문학적 개념들을 건축 분석에 적용 가능한,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프레임워크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멀리서 읽기'가 어떻게 건축 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2.1 건축 코퍼스의 정의: 건축가의 '위대한 무명작들'

 

건축가에 대한 진정한 '멀리서 읽기'는 그의 대표적인 준공작, 즉 정전에만 국한될 수 없다. 건축 코퍼스는 그의 '위대한 무명작들'을 포함하도록 재정의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실현되지 않은 현상설계안, 폐기된 계획안, 초기 스케치, 자재 사양서, 프로젝트 설명서, 심지어 홍보용 텍스트까지 포함된다.16 이 방대한 데이터셋은 시스템에 의해 '선택되지 않은' 돌연변이를 포함하여 한 건축가의 생산물 전체 스펙트럼을 대표한다.

이러한 코퍼스는 매우 이질적인 데이터 유형으로 구성된다. 도면, 렌더링, 사진과 같은 이미지 데이터, 프로젝트 개요서, 비평, 선언문과 같은 텍스트 데이터, 그리고 프로젝트 예산, 자재 물량, 지리적 위치와 같은 정형 데이터가 그것이다. 따라서 분석은 필연적으로 여러 양식의 데이터를 동시에 다루는 다중모드(multi-modal) 접근법을 요구한다.17

 

2.2 모델의 운용: 건축을 위한 그래프, 지도, 나무

 

모레티의 모델들은 건축 코퍼스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때 그 분석적 힘을 발휘한다. 이는 단순한 비유를 넘어, 정량화 가능한 분석 방법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 그래프(Graphs): 건축가의 경력 전반에 걸쳐 정량화 가능한 형태적 속성의 진화를 도표로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간에 따라 곡면이 차지하는 비율, 입면의 투명/불투명 면적비, 혹은 특정 재료(예: 티타늄, 노출 콘크리트)의 사용 빈도를 그래프로 그려볼 수 있다.17 이러한 경향은 자재 비용, 특정 소프트웨어의 출시일(예: 게리의 경우 CATIA) 21, 또는 세계 경제 주기와 같은 외부 데이터와 상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
  • 지도(Maps): 단일 건물의 대지 계획 분석을 넘어선다. '멀리서 보는 지도'는 한 건축가의 모든 프로젝트를 지리적으로 배치하여 도시 중심부, 특정 경제 구역, 또는 정치 체제와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포함한다. 소위 '글로벌' 건축가의 작업이 지역적 맥락과 무관하게 특정 경제 유형(예: 고급 콘도, 문화적 랜드마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가? 22 이는 그의 실천이 이루어지는 사회-경제적 지형을 드러낸다.
  • 나무(Trees): 특정 디자인 요소나 형태적 아이디어의 '계통'을 추적한다. 예를 들어, 특정 입면 분절 방식이나 공간 구성이 처음 등장하여 후속 프로젝트들에서 어떻게 다른 형태로 '분기'하고, 어떤 '계보'는 지배적이 되고 다른 것들은 소멸하는지를 보여주는 나무 다이어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스타일의 진화 과정과 잠재적인 자기검열의 메커니즘을 시각화한다.

 

2.3 관찰의 기술: 건축 분석을 위한 계산적 방법론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이론적 환상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이는 계산 건축 분석(computational architectural analysis)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등장으로 뒷받침된다.24

이 방법론의 핵심 기술은 '건축 스타일 메트릭스(Architectural Style Metrics, ASM)' 개념이다. 이는 건축 스타일을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이다.17 CLIP(Contrastive Language-Image Pre-training)과 같은 다중모드 AI 모델은 건축물 이미지로부터 곡률, 채도, 투명성, 대칭성과 같은 시각적 특징을 '인식'하고 정량화하도록 훈련될 수 있다.17 이 기술은 건축의 시각적이고 구축적인 세계를 '멀리서 읽기'에 필요한 기계 판독 가능 데이터로 변환하는 핵심 열쇠다.

기존 연구들이 AI를 스타일 분류 29나 건물 성능 최적화 31에 사용하는 반면, 본 보고서는 그 분석적 힘을 비판적 도구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 건물이 자하 하디드의 스타일인가?"라는 질문에서 "그녀의 500개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하디드다움'의 통계적 분산은 어떠하며, 그 분산은 프리츠커상 수상 이후 감소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된다. 첫째, 자하 하디드와 같은 건축가들이 인식 가능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32 둘째, 비평가들은 이 스타일이 반복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한다.23 셋째, ASM이나 CLIP과 같은 새로운 AI 도구는 스타일적 특징을 정량화할 수 있다.17 넷째, 따라서 우리는 건축가 코퍼스의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이러한 정량화된 특징들의 시계열 데이터셋을 생성할 수 있다. 다섯째, 이 데이터셋에 대한 통계 분석을 수행하여 시간 경과에 따른 형태 언어의 다양성(예: 표준편차)을 측정할 수 있다. 여섯째, 이 다양성 지표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는 '자기검열'이나 브랜드 강화라는 사용자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증거를 제공하며, 주관적 비평을 데이터 기반 분석의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2.4 제안 표: 건축 비평의 패러다임

 

다음 표는 본 보고서의 핵심적인 방법론적 주장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전통적인 해석적 '가까이 읽기' 접근법과 제안된 정량적, 시스템적 '멀리서 읽기' 접근법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추상적인 문학 용어를 구체적인 건축 사례로 변환함으로써, 이 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며 보고서의 나머지 부분을 따라갈 수 있는 명확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특징 전통적 건축 비평 (가까이 읽기) 계산적 건축 분석 (멀리서 읽기)
분석 단위 개별 건물 또는 프로젝트; 정전적 작품. 전체 코퍼스: 준공/미준공 프로젝트, 도면, 텍스트.
방법론 정성적, 해석적, 역사적, 현상학적. 정량적, 계산적, 통계적, 데이터 기반.
초점 대상 건축가의 의도, 미학적 표현, 상징적 의미. 시스템적 패턴, 형태적 진화, 시장의 힘, 제약 조건.
규모 미시적: 소수 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 거시적: 수천 개 데이터 포인트의 추상적 모델링.
목표 의미의 해석과 가치의 평가. 숨겨진 구조와 객관적 경향의 식별.
핵심 질문 "이 건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작업 전체를 생성하는 시스템적 규칙은 무엇인가?"

 

3부: 자기검열로서의 시그니처: 스타키텍트 정전의 해체

 

이 장에서는 앞서 구축한 프레임워크를 적용하여, '시그니처 스타일' 현상을 겉치레와 자기검열의 한 형태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스타키텍트의 작업에 내재된 통일성이 어떻게 시장의 압력과 브랜드 관리의 논리에 의해 구성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3.1 건축가의 정전과 통일성을 향한 압력

 

'시그니처 스타일'은 건축가가 스스로 창조한 정전(canon)으로 볼 수 있다.35 이 인식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미학은 하나의 브랜드로 기능하며, 시장과 미디어가 건축가의 작업을 쉽게 이해하고 소비하도록 만든다.36 그러나 이러한 가독성을 향한 추동력은 일관성에 대한 엄청난 압력을 생성하며,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부합하지 않는 실험을 배제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이는 명백한 자기검열의 한 형태이다.37 흥미롭게도, 차세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고도로 개인주의적"이고 "개인화된 시그니처 스타일의 건축"을 거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39

 

3.2 사례 연구: '파라메트릭 슈즈' - 자하 하디드와 파트리크 슈마허

 

  • 서사 (겉치레): 공식적인 서사는 자하 하디드의 스타일을 새로운 사회적 복잡성과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필연적인 진화로 묘사한다.40 이는 파트리크 슈마허가 제창한 '파라메트릭시즘(Parametricism)'이 다음 시대의 위대한 양식이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절정에 달한다.41 이것이 바로 '겉치레'의 측면이다.
  • 비평: 이러한 서사는 그녀의 후기 작업, 특히 회사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의 작업이 맥락과 무관하게 "세계 어디에나 놓을 수 있는 거대한 파라메트릭 신발"과 같은 반복적인 공식이 되었다는 비판과 대치된다.23 기능적으로 의심스럽고, 문제 해결보다는 브랜드 광고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다.23 반복을 혐오했던 그녀의 초기 태도 33는 후기 작업의 인지된 균일성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 멀리서 읽기 접근: '멀리서 읽기'는 이러한 상반된 주장을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 '그래프' 분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용된 기하학적 원형의 다양성을 추적할 수 있다. '나무' 분석은 그녀의 형태 언어의 계보를 추적하여, '스타일의 나무'가 경력 후반으로 갈수록 분기가 줄어들고 더 선형적으로 변하는지를 식별할 수 있다. 이는 파라메트릭시즘이 진정한 진화인지, 아니면 성공적인 공식의 성문화인지를 평가할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다.

 

3.3 사례 연구: '스테인리스 스틸 덩어리' - 프랭크 게리

 

  • 서사: 프랭크 게리의 작업은 피카소와 같은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으로 제시된다.44 그는 재료와 컴퓨터 지원 설계(CATIA)에 대한 실험을 통해 모더니즘의 관습을 거부하고 독특한 조각적 형태를 창조한 선구자로 묘사된다.21
  • 비평: 이는 구겐하임 빌바오의 성공 이후 그의 스타일이 예측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덩어리'의 공식으로 굳어졌다는 광범위한 비판과 충돌한다.46 그의 스타일은 맥락과 인간적 척도를 무시한 채 글로벌 기업을 위한 '성공 공식'이 되었다는 것이다.36
  • 멀리서 읽기 접근: '멀리서 읽기'는 게리의 전체 코퍼스를 분석하여 이러한 인식된 변화를 정량화할 수 있다. ASM 분석은 빌바오 이후 프로젝트들 간의 형태적 유사도를 측정할 수 있다. '지도' 분석은 그가 일부 프로젝트에서 주장하는 맥락적 통합(예: 헤르포르트에서 벽돌 사용) 21이 예외인지 규칙인지, 아니면 탈맥락적인 시그니처 형태를 부과하는 지배적인 패턴과 대조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3.4 사례 연구: 'Yes is More'의 서사 - 비야케 잉겔스 그룹 (BIG)

 

  • 서사 (겉치레): 비야케 잉겔스가 정교하게 구축한 '실용적 유토피아주의(Pragmatic Utopianism)'와 '쾌락주의적 지속가능성(Hedonistic Sustainability)'이라는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47 이 철학은 지속가능성이 희생을 의미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인간 경험을 향상시켜 생태와 경제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22
  • 비평 (그린워싱): 이는 BIG의 지속가능성이 생태적으로 파괴적인 고객 및 산업(예: 쓰레기 소각장, 기후 과학에 적대적인 정권의 개발업자)과 협력하기 위한 외관, 즉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대립한다.22 그들의 접근법은 "기업 정신과 충돌하지 않는 녹색의 외관"을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다.22
  • 멀리서 읽기 접근: '멀리서 읽기'는 이러한 수사를 넘어선다. BIG의 전체 고객 목록과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작업이 포함될 것이다. '그래프'는 그들의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와 고객의 주력 산업을 연관시킬 수 있다. '지도'는 그들의 프로젝트가 자원 추출이나 오염 현장과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시각화할 수 있다. 이 데이터 기반 접근법은 그들의 건축이 작동하는 물질적, 경제적 시스템을 드러내고, 그들의 서사적 '겉치레'와 실제 실천 사이의 일관성을 검증할 것이다.

 

4부: 자료의 무의식 드러내기

 

이 결론적 분석 장에서는 앞선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사용자의 핵심 개념인 '자료의 무의식'에 실체를 부여한다. 건축의 '멀리서 읽기'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드러내는지, 즉 건축가의 의식적 의도를 넘어서 그의 작업을 구조화하는 숨겨진 논리와 힘의 정체를 탐구한다.

 

4.1 모순의 패턴: 텍스트 대 구축술

 

'멀리서 읽기'의 핵심적인 발견 중 하나는 건축가가 스스로 표방하는 철학('텍스트')과 그의 작업 전체가 집합적으로 보여주는 현실('구축술') 사이의 정량화 가능한 간극이다. 건축가의 인터뷰와 선언문을 텍스트 마이닝하여 '지속가능성', '맥락', '커뮤니티'와 같은 핵심 개념의 빈도를 추출하고, 이를 그의 프로젝트에서 얻은 정량적 스타일 및 지리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심오한 모순을 노출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즉, 건축가가 자신이 무엇을 한다고 '말하는가'와 데이터가 그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를 보여주는 것 사이의 차이다.

 

4.2 기계 속의 유령: 경로 의존성과 스타일적 경련

 

시스템 이론에서 말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 '멀리서 읽기'는 초기의, 어쩌면 우연했을지도 모르는 형태적 해법이나 작업 방식(예: 특정 소프트웨어 도구나 모델링 기법에 대한 선호)이 어떻게 시스템에 '고착(locked-in)'되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의식적인 디자인 철학의 결과가 아니라 순수한 관성에 의해 반복된다. 이것은 의도적인 선택이 아니라 디자인 프로세스 자체의 창발적 속성으로서의 '자기검열'이다. 이는 거시적 규모에서만 볼 수 있는 스타일적 '기계 속의 유령(ghost in the machine)'이라 할 수 있다.

 

4.3 형태는 자본을 따른다: 진정한 시스템적 동인

 

이 부분은 궁극적인 유물론적 주장을 제시한다. 사례 연구들을 종합하여, 특히 '스타키텍트' 시대의 건축 스타일 진화는 내적인 예술적 논리보다 시스템적인 경제 및 기술적 힘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가설을 세운다. 이 인과 관계의 사슬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1) 시그니처 스타일이 개발된다. (2) 그것이 비평적, 시장적 성공을 거둔다(예: '빌바오 효과'). (3) 이 성공은 상징적 브랜딩을 추구하는 특정 계층의 글로벌 고객(기업, 권위주의 국가, 고급 부동산 개발업자)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한다.22 (4) 고객들은 끝없는 실험이 아닌 성공한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므로, 이 자본의 유입은 성공적인 공식을 재생산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생성한다. (5) 건축가의 회사는 규모를 확장하고, 시그니처 스타일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작업 흐름에 특화되면서 제도적 관성을 만들어낸다. (6) 그 결과는 인지된 정체와 자기 반복이다. 여기서 '자기검열'은 단지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건축가가 이제 일부가 된 시스템의 구조적 결과물이다. '자료의 무의식'은 바로 건축적 형태로 발현된 글로벌 자본의 논리인 것이다.

 

4.4 건축가의 도살장: 미준공 코퍼스 분석

 

모레티의 '도살장' 개념으로 돌아가 보자.6 건축가의 아카이브에 있는 수많은 미준공 프로젝트들은 결정적인 데이터 포인트다. 어떤 디자인이 '죽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시스템의 선택 압력을 드러낸다. 거부된 디자인들은 더 실험적이었는가? 더 맥락에 민감했는가? 브랜드와 덜 부합했는가? '준공된' 코퍼스와 '미준공된' 코퍼스의 스타일적 특징을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건축가의 작업에 부과된 자기검열과 시스템적 제약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

 

결론: 건축 비평을 위한 새로운 토대

 

본 보고서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 건축가 스타일의 인지된 통일성은 '멀리서 읽기'라는 거시적이고 정량적인 시선 아래에서 해체되는 취약한 서사임이 분명해진다. 이 접근법은 건축가의 창의성을 무효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형성하는 강력한 시스템적, 경제적, 기술적 네트워크 안에 재위치시키려는 시도이다.

이 방법론은 건축 미디어를 지배하는 '스타키텍트' 중심의, 인물 중심적 담론에 대한 중요한 해독제를 제공한다. 이는 마케팅 서사나 개인적 카리스마에 덜 취약한, 보다 객관적이고 증거에 기반한 비평을 위한 도구를 마련해준다.

결론적으로, 모레티가 "더 합리적인 문학사"를 주창했듯이 10, 건축의 '멀리서 읽기'는 우리가 더 합리적인 건축사를 쓰기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건물을 미학적 성찰의 단일한 대상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방대하고 복잡하며 심오한 비밀을 드러내는 시스템 속의 데이터 포인트로 이해하는 역사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건축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미래 건축 비평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토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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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Episode 50 - Zaha Hadid, Architect — Moonshots Podcast: Learning Out Loud,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moonshots.io/episode-50-zaha-hadid-architec
  33. Analysis of Zaha Hadid's projects - RTF - Rethinking The Future,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know-your-architects/a11752-analysis-of-zaha-hadids-projects/
  34. Whats peoples thoughts about Zaha Hadid's designs? Overhyped? : r/architecture - Reddit,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architecture/comments/16nsm6u/whats_peoples_thoughts_about_zaha_hadids_designs/
  35. Creating a signature design style as an architect - RTF | Rethinking The Future,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architectural-community/a11344-creating-a-signature-design-style-as-an-architect/
  36. All that's Gehrish | The New Criterion,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newcriterion.com/article/all-thats-gehrish/
  37. Should Architects emphasize on a signature style or content? | by Arshiatect | Medium,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Arshitect/should-architects-emphasize-on-a-signature-style-or-content-35c6caba22cc
  38. Architectural stagnation: The need for a Creative Renaissance - The Argonaut,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uiargonaut.com/2023/11/17/architectural-stagnation-the-need-for-a-creative-renaissance/
  39. A turning point in architecture sees the end of starchitects - The University of Sydney,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sydney.edu.au/news-opinion/news/2016/07/28/a-turning-point-in-architecture-sees-the-end-of-starchitects.html
  40. Zaha Hadid on the perils of paper architecture - Phaidon,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staging-ejr4ur.phaidon.com/agenda/architecture/articles/2014/february/10/zaha-hadid-on-the-perils-of-paper-architecture/
  41. Patrik Schumacher — Parametricism,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parametricism.com/patrik-schumacher
  42. PARAMETRICISM: A STYLE OR A METHOD?,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ktu.edu.tr/dosyalar/ktucodefab_039ae.pdf
  43. Critic Moore on Zaha Hadid - Architecture Here and There,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ereandthere.com/2015/09/29/zaha-hadid-rowan-moore-guardian/
  44. Frank O. Gehry : individual imagination and cultural conservatism - 20th-CENTURY ARCHITECTURE,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istory.org/books/Frank%20O.%20Gehry%20-%20individual%20imagination%20and%20cultural%20conservatism.pdf
  45. Frank Gehry Paintings, Bio, Ideas - The Art Story,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artstory.org/artist/gehry-frank/
  46. Gehry: There's a backlash against me : r/architecture - Reddit,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architecture/comments/pwp1l/gehry_theres_a_backlash_against_me/
  47. Bjarke Ingels: The Architect Who Builds a 'Yes Is More' World | by WaloTep | Medium,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tepwalo07/bjarke-ingels-the-architect-who-builds-a-yes-is-more-world-07dd6538c0b2

 

원글 : https://www.instagram.com/p/DM2g1AMAYeX/?img_index=1

I. 서론: 공허의 미화

 

현대 한국 사회, 특히 도시 중상류층 2세대 사이에서 관찰되는 한 가지 문화 현상은 표면적으로는 ‘스타일 없는 삶’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로 계산된 미학적 전략이 숨어 있다. 이는 스타일의 부재가 아니라, 탈맥락화된 진정성에 기반을 둔 정교하고 초현실적인(hyperreal) 스타일의 현시다. 이 현상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강렬한 불안을 은폐하면서, 동시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태도를 연기하는 계산된 행위이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신흥 중산층’ 2세대가 직면한 독특한 계급 재생산의 압박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이 세대는 성공을 위한 경제적, 문화적 조건을 물려받았지만, 이제는 그 지위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위태로운 사회적 지형을 탐색해야만 한다.

본고의 핵심 주장은 ‘스타일 없는 삶의 미화’가 계급적 구별 짓기를 위한 지배적인 미학 전략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산업 노동, 토착적(vernacular) 디자인, 디지털 이전 시대의 소박함과 같은 진정성의 상징들을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하고 전유하여, 이를 세련되고 탈물질주의적인 취향의 표식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행위는 일종의 ‘기만’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의식적인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한 시뮬라크르(simulacrum), 즉 진정한 삶을 살아갈 가능성 자체가 진정한 삶의 기호들로 대체되어 버린 상태에 가깝다.

이 보고서는 먼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와 장 보드리야르의 이론적 틀을 통해 이 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개념적 도구를 제시할 것이다. 이후 한국의 ‘신흥 중산층’이 형성된 사회·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이들이 겪는 계급 재생산의 불안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회적 동력이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사례로서 성수동의 공간 변형, ‘아트테크(Art-tech)’와 수집 문화, 그리고 ‘오늘의집’으로 대표되는 주거 공간의 획일화 현상을 분석하여, 이 ‘스타일 없는 스타일’이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 사회에 어떤 함의를 던지는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기반: 자본, 취향, 그리고 실재의 사막

 

이 독특한 한국적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본 장에서는 유럽의 사회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여 분석의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부르디외의 이론은 이 현상의 사회적 기능, 즉 구별 짓기를 설명하고, 보드리야르의 이론은 미디어 포화 사회에서 그 취향이 작동하는 기호학적 메커니즘, 즉 초현실성을 설명한다.

 

2.1. 구별 짓기의 논리: 서울의 부르디외

 

피에르 부르디외는 그의 저서 『구별짓기(La Distinction)』에서 취향이 개인의 순수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 계급 구조를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기제임을 밝혔다.1 그의 이론은 한국 중상류층 2세대의 미학적 실천을 이해하는 데 강력한 설명력을 제공한다. 부르디외는 개인이 소유한 자본을 경제 자본, 사회 자본, 그리고 문화 자본으로 구분했다.3 이 중 특히 중요한 것은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으로, 이는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4

첫째, 체화된(embodied) 문화 자본은 가정 환경과 교육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습득되는 몸에 밴 태도, 말투, 취향, 교양 등을 의미한다.4 이는 마치 제2의 천성처럼 느껴지며, 특정 사회적 ‘장(field)’에서 ‘게임의 감각(feel for the game)’을 발휘하게 한다. 중상류층 2세대는 부모 세대로부터 이러한 자본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아, 고급 문화 공간이나 트렌디한 장소를 어색함 없이 누비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둘째, 객관화된(objectified) 문화 자본은 책, 예술 작품, 희귀 수집품 등 문화적 가치를 지닌 물질적 대상을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4 그러나 이 자본은 단순히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가치를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는 체화된 문화 자본이 전제될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값비싼 바이올린을 소유하고 있어도 연주법을 모르거나 그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한 과시품에 불과한 것과 같다.4

셋째, 제도화된(institutionalized) 문화 자본은 학위나 자격증처럼 공식적인 제도를 통해 인정받는 자본이다.4 한국 사회에서 명문 대학 졸업장은 신흥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해왔으며, 이는 사회적 지위를 보증하는 강력한 기호로 작동한다.5

이러한 자본들은 개인의 아비투스(habitus), 즉 사회적으로 습득된 성향 체계를 형성한다.2 아비투스는 개인이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방식을 구조화하며, 특히 미적 취향의 선택에 깊이 관여한다. 상류층은 자신들의 아비투스에 부합하는 ‘고급’ 취향을 정의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계급과 자신들을 구별 짓는다. 이러한 과정은 일종의 **상징 폭력(symbolic violence)**으로 이어진다.1 지배 계급의 취향은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좋은 취향’으로 포장되어 사회 전체에 강요된다. ‘스타일 없는 삶’이라는 미학 역시 겉보기에는 소박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올바르게’ 연출하기 위해 상당한 경제적·문화적 자본을 요구한다. 이로써 이 미학은 계급적 위계를 은밀하게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2. 시뮬라크르의 선행: 보드리야르와 초현실적 한국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가 실재(reality)보다 실재의 기호와 모델이 더 중요해진 **초현실(hyperreality)**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7 그의 이론은 한국 중상류층 2세대가 소비하는 취향의 본질이 실재와의 연관성을 상실한 기호의 유희임을 드러낸다. 보드리야르는 기호(sign)가 실재와의 관계를 잃어가는 과정을 네 단계로 설명했다.9

  1. 1단계 (충실한 복제): 기호는 깊은 실재를 반영하는 충실한 이미지다. 예컨대, 지도는 영토를 정확하게 재현한다.
  2. 2단계 (실재의 왜곡): 기호는 실재를 감추고 왜곡하는 불충실한 복제물이다. 지도는 영토의 특정 측면을 과장하거나 은폐한다.
  3. 3단계 (실재의 부재 은폐): 기호는 원본 없는 복제물, 즉 **시뮬라크르(simulacrum)**가 된다. 기호는 실재를 재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참조할 원본(실재)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보드리야르가 ‘마법의 질서’라 칭한 단계로, 모든 의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
  4. 4단계 (순수한 시뮬라크르): 기호는 어떠한 실재와도 관련이 없으며, 오직 다른 기호들만을 참조한다. 이것이 바로 초현실의 단계로, 실재와 허구의 경계가 완전히 소멸한다.

본고에서 분석하는 문화 현상들은 주로 3단계와 4단계에 속한다. 예를 들어, 성수동의 ‘인더스트리얼 시크(industrial chic)’ 카페는 실제 산업 현장의 노동이나 생산 과정을 참조하지 않는다. 그것은 산업의 ‘부재’를 은폐하며, 오직 전 세계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인더스트리얼 시크’라는 다른 이미지들만을 참조할 뿐이다.8 이는 “원본도 실재도 없는 실재”, 즉 초현실을 창조한다.7 이 초현실 속에서, 세련된 취향의 삶을 연출한 시뮬레이션은 그 어떤 진정한 경험보다 더 ‘실재처럼’ 느껴지고 더 바람직한 것이 된다.10

부르디외의 이론이 취향의 사회적 기능(구별 짓기)을 설명한다면, 보드리야르의 이론은 미디어로 포화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그 취향이 작동하는 기호학적 메커니즘(초현실성)을 설명한다. 이 둘을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초현실적 아비투스(Hyperreal Habitus)’라는 개념을 도출할 수 있다. 이는 실재하는 사회적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아비투스가 아니라, 미디어와 기호, 상징으로 구성된 초현실 속에서 형성된 아비투스다. 중상류층 2세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아비투스를 통해 자신을 구별 짓고자 하는 욕망을 갖지만 3, 그들이 참조할 수 있는 ‘진정한’ 대상(예: 실제 노동 계급의 삶, 산업화 이전의 장인 정신)은 이미 미디어 이미지에 의해 대체되거나 사라졌다.8 따라서 그들의 미학적 선택은 ‘깊은 실재’의 복제가 아니라, 다른 시뮬레이션을 참조하는 시뮬레이션이 된다. 이 연기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실재라고 받아들이는 공유된 초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계급 표식으로서 성공적으로 기능한다. 이 현상의 ‘기만’은, 계급 구별 짓기라는 진실이 그 미학 자체에는 어떠한 근원적 실재도 없다는 거짓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에 있다.

 

III. 불안한 상속자들: ‘헬조선’에서의 사회적 재생산

 

이론적 틀을 한국의 구체적인 사회·역사적 맥락에 적용할 때, 취향의 연출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안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이 장에서는 한국 신흥 중산층의 형성과 그 2세대가 겪는 딜레마, 그리고 ‘수저계급론’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담론을 통해 이들의 불안의 근원을 탐색한다.

 

3.1. ‘신흥 중산층’의 부상과 상속의 부담

 

한국 사회는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며 계급 구조에 심대한 변화를 맞았다.5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전통적인 지주나 자산가와 구별되는 ‘신흥 중산층(new middle class)’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주로 대기업의 화이트칼라 사무직, 공무원,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들로 구성되었으며, 상속받은 재산이 아닌 높은 수준의 교육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세대였다.5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이 계층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농촌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1세대였다.5

그들의 자녀인 MZ세대는 부모의 아비투스와 문화 자본을 물려받았지만, 저성장, 극심한 경쟁, 불안정한 노동 시장이라는 전혀 다른 경제 현실에 직면해 있다.12 1세대 부모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성공 신화를 썼다면, 2세대의 과제는 성공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지위를 상실하지 않고 재생산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큰 불안은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른 정상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에 대한 공포다.

 

3.2. ‘수저계급론’ 담론과 능력주의의 위기

 

이러한 2세대의 불안은 ‘헬조선’과 ‘수저계급론’이라는 대중 담론 속에서 첨예하게 드러난다. ‘헬조선’은 현대 한국 사회가 희망 없는 지옥과 같다는 젊은 세대의 좌절감을 표현하는 용어이며 14, ‘수저계급론’은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금수저, 흙수저)이 인생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15 이러한 담론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사회적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깊은 회의감을 반영한다.

이러한 인식은 단순한 피해 의식이 아니라, 통계적 현실에 의해 뒷받침된다. 여러 사회 조사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으며,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압도적으로 많다.17 특히 상속 및 증여 자산이 개인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수십 년에 걸쳐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는 ‘수저계급론’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임을 시사한다.16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MZ세대의 심리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부모 세대가 신봉했던 능력주의적 이상과 자신들이 체감하는 신(新)봉건주의적 현실 사이의 괴리 속에서 끊임없는 비교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12 이러한 불안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와 같은 극단적인 재테크 열풍으로 이어지며, 뒤처지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나타난다.18 심지어 결혼과 출산마저도 경제적 관점에서 계산되는 두려움과 불안의 대상이 되고 있다.19

이 지점에서 취향의 과시적 노출은 ‘수저계급론’ 담론에 대한 정교한 반박 서사로 기능한다. ‘수저계급론’이 계급을 노골적인 부의 문제로 환원시킨다면, 세련된 취향의 연출은 계급이 돈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즉 문화 자본과 내재된 심미안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는 상속된 특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다. 노골적으로 부를 과시하는 것은 ‘금수저’ 비판을 자초하는 저급한 행위로 간주된다. 따라서 2세대는 보다 미묘한 구별 짓기, 즉 문화 자본을 활용한 차별화를 시도한다.1 이들은 미니멀리즘, 인더스트리얼 시크 등 물질 세계로부터의 초연함을 상징하는 미학을 채택하는데, 역설적으로 이러한 미학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제적 자원이 필요하다. 이 연기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경제 자본만 가진 ‘벼락부자’와 자신들을 구별 짓고, 둘째, 계급 결정론이라는 불편한 현실로부터 상징적인 거리를 확보하여, 자신들의 지위가 조야한 상속의 결과가 아니라 세련된 감수성의 문제인 것처럼 재구성한다.

 

IV. 탈맥락화된 버내큘러: 진정성의 제조

 

한국 중상류층 2세대가 구사하는 미학적 연출의 핵심 메커니즘은 토착적(vernacular) 스타일을 본래의 의미로부터 분리하여 전유하는 ‘탈맥락화(decontextualization)’ 과정에 있다. 이 장에서는 이 기제가 어떻게 진정성을 인위적으로 제조하고, 이를 통해 초현실적 취향을 구축하는지 분석한다.

 

4.1. 탈맥락화의 개념

 

탈맥락화란 하나의 사물, 실천, 혹은 미학을 그것이 탄생한 본래의 사회적, 역사적, 기능적 맥락에서 떼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20 이 행위는 대상이 지닌 고유한 의미를 박탈하고, 그 자리에 새롭고 때로는 상반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23 예를 들어, 노동, 산업, 생산의 맥락을 지녔던 낡은 공장의 벽돌 벽은 카페라는 새로운 맥락 속에서 여가, 소비, 미학적 배경으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의미는 완전히 전복된다. 탈맥락화는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시키고, 지적 거리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본질적인 의미의 상실과 오해를 유발할 위험을 내포한다.21

 

4.2. 버내큘러의 매력

 

버내큘러 건축과 디자인은 특정 지역의 필요, 재료, 기후, 문화에 뿌리를 두고, 전문 디자이너의 개입 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유기적으로 발전한 양식을 지칭한다.24 버내큘러는 본질적으로 특정 맥락에 깊이 결속되어 있으며, 그 자체로 진정성(authenticity)의 한 형태를 대표한다. 그것은 기능이 미학에 우선하며, 지역 공동체의 삶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특징을 가진다.25 현대 한국 건축계에서도 한옥이나 제주의 고유한 재료와 같은 버내큘러 요소를 재해석하여 현대적인 ‘한국성(Koreanity)’을 표현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다.28 그러나 이는 본고에서 분석하는 상업적 전유와는 구별되는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4.3. 포스트식민주의적 함의

 

한국의 디자인과 도시 계획은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모델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정체성의 위기라는 문제를 남겼다.31 ‘버내큘러’나 ‘인더스트리얼’ 미학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이러한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비서구적이고 ‘진정한’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종종 ‘브루클린’ 미학처럼 34 전 지구적으로 유통되는 탈맥락화된 진정성의 이미지를 수용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이미지는 그 자체로 또 다른 형태의 서구 수입품이다. 이는 포스트식민주의적 모방의 복잡한 역학을 드러낸다. 즉, 한 형태의 서구화를 거부하는 과정이 결국 더 미묘하고 세련된 형태의 또 다른 서구화를 포용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탈맥락화는 보드리야르적 시뮬라크르를 창조하는 필수적인 도구다. 원본 없는 복제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원본을 그 맥락으로부터 단절시켜야 한다. ‘스타일 없는’ 미학은 전적으로 이 과정 위에 세워져 있다. 그 작동 논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진정성’과 ‘소박함’에 대한 취향을 과시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지만 진정한 버내큘러적 진정성은 도시 중상류층에게는 낯설고 바람직하지 않은 비(非)엘리트적 맥락(예: 농가의 삶, 공장 노동자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거친 질감, 날것의 재료, 실용적인 형태와 같은 진정성의 기호들은 반드시 본래의 의미 세계로부터 추출되어 탈맥락화되어야 한다.21 이후 이 기호들은 고급 카페나 미니멀리즘 아파트와 같은 새로운 맥락 속에서 재조립된다. 이 새로운 공간에서 기호들은 더 이상 노동이나 필요를 의미하지 않고, 소유자의 ‘소박함’을 선택할 줄 아는 세련된 취향을 의미하게 된다. 그 결과물은 완벽한 시뮬라크르다. 겉보기에는 ‘스타일 없고’ 진정성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공간을 진정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의 완전한 부재를 은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초현실적 진정성이다.

 

V. 초현실의 사례 연구

 

본 장에서는 앞서 구축한 통합적 이론 틀을 적용하여 ‘스타일 없는 삶의 미화’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세 가지 구체적인 영역을 분석한다. 성수동의 공간, 아트테크와 수집 문화, 그리고 ‘오늘의집’으로 대표되는 주거 미학은 각각 이 현상이 어떻게 도시 공간, 자본, 그리고 개인의 사적 영역을 재구성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5.1. 연출된 폐허: 성수동에서의 취향 무대화

 

성수동은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며, 낡은 산업 유산이 트렌디한 문화 중심지로 재탄생한 성공 사례로 홍보된다.34 과거 정미소와 창고였던 대림창고와 같은 상징적인 공간들은 낡은 벽돌담과 철문을 그대로 보존한 ‘러스틱한 분위기’로 각광받으며, 이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36 이러한 공간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장소로 소비된다.

그러나 이러한 서사 이면에는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많은 방문객과 비평가들은 성수동을 ‘과대평가’되고 ‘피상적인’ 공간으로 묘사하며, “좋은 품질보다는 외양을 위한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지적한다.34 이곳의 ‘힙함’은 유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을 모방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는 비판이다.34

이러한 미학적 변모의 이면에는 실제 산업의 소멸이라는 현실이 있다. 성수동을 지탱해온 수제화, 인쇄 등 도시형 제조업체들은 급등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나고 있으며, 그들의 역사는 단지 미학적인 배경으로만 남게 되었다.41 이는 문화 자본이 경제적 축출을 선도하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이다.35 성동구청은 붉은 벽돌 건물을 보존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이는 산업 유산의 ‘보존’이 아니라 그것의 ‘박제화’에 가깝다.44

결론적으로 성수동은 초현실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공간이다. 이 지역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 세트와 같다. ‘산업 유산’은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탈맥락화되어 상품화된다. 대림창고와 같은 카페를 방문하는 행위는 역사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기호를 소비하는 행위다. 이는 그것이 모방하는 과거와 어떠한 진정한 연결도 요구하지 않는, 완벽한 취향의 연기라 할 수 있다.

 

5.2. 부적으로서의 사물: ‘아트테크’, 베어브릭, 그리고 프리즈 서울

 

MZ세대를 중심으로 ‘아트테크(Art-tech)’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예술 작품과 수집품을 순수한 미적 대상이 아닌, 대안적 투자 자산으로 간주하는 현상이다.45 이러한 경향은 미적 가치가 교환 가치로 수렴되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는 베어브릭(Bearbrick) 피규어다. 이 장난감은 예술, 하이패션, 스트리트웨어의 경계에 존재하며, 카우스(KAWS), 샤넬(Chanel), 그리고 한국 브랜드인 아더에러(ADER error) 등과 협업을 통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49 베어브릭의 가치는 희소성과 기호 가치에 있으며, 이는 글로벌 트렌드에 정통함을 증명하는 객관화된 문화 자본으로 기능한다.51 베어브릭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행위는 자신의 취향과 경제력을 동시에 과시하는 세련된 방법이 된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등장은 한국에서 예술, 자본, 그리고 셀러브리티 문화의 결합을 가속화했다.53 프리즈 서울에 참석하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는 행위는 예술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무관하게, 문화적 소양을 갖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퍼포먼스가 되었다. 이는 예술을 소수 부유층을 위한 사치품이자 지위의 표식으로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며, 미술 시장의 상업주의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54

이러한 현상들은 취향이 어떻게 유형의 자산으로 전환되어 계급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베어브릭이나 프리즈 서울 방문 인증샷은 일종의 부적처럼 기능한다. 이는 ‘취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손에 잡히고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변환시켜, 자신의 문화적 지위를 물리적으로 증명하고 안정시키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이는 보드리야르가 지적한, 사용 가치나 상징 가치가 아닌 순수한 기호로서의 교환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8

 

5.3. 표준화된 안식처: ‘오늘의집’ 미학과 자아의 부재

 

‘오늘의집’과 같은 인테리어 플랫폼과 ‘랜선 집들이’ 콘텐츠의 확산은 한국, 특히 아파트 주거 공간의 획일화를 초래했다.57 화이트 또는 뉴트럴 톤의 색상, 미니멀한 가구, 무몰딩, 라인 조명과 같은 특정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수많은 집이 서로 유사한 모습을 띠게 되었다.60

이러한 경향은 주거 공간의 ‘정체성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62 집은 더 이상 거주자의 삶과 개성을 반영하는 사적인 안식처가 아니라, 사진으로 찍혀 타인에게 전시되기 위해 디자인된 준(準)공적인 스튜디오가 되어간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트렌드가 실용성보다는 시각적 연출에만 치중하며, 피상적이고 쉽게 질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64

이러한 현상은 건축가 승효상이 주창하는 건축 철학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빈자의 미학’을 통해 건축이 화려한 외양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66 그에게 좋은 건축은 건물이 세워질 땅의 역사와 맥락, 즉 ‘터무니’를 존중하고, 거주자의 실제 삶을 반영하며, 공동체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이다.66 승효상의 철학은 이미지 중심의 탈맥락화된 인테리어 트렌드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준거를 제공한다.

‘오늘의집’ 미학은 ‘스타일 없는 삶의 미화’가 가장 내밀한 영역에서 구현된 궁극적인 형태다. 그것은 깨끗하고, 미니멀하며, ‘진정성 있어 보이는’ 공간을 제시하지만, 사실 이는 고도로 코드화되고 쉽게 복제 가능한 시뮬라크르에 불과하다. 이것은 이야기가 없는 집,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연기되는 삶을 위한 무대다. 현실에 대한 기만이 가장 사적인 영역으로 침투하여, 완벽하게 연출되었지만 텅 빈 이미지를 위해 자아를 지워버리는 현상인 것이다.

 

VI. 결론: ‘스타일 없는 스타일’의 폭정

 

본 보고서는 한국 중상류층 2세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스타일 없는 삶의 미화’가 단순한 미학적 유행이 아니라, 복합적인 사회적 동력에 의해 추동되는 정교한 문화 전략임을 밝혔다. 능력주의가 붕괴된 사회에서 계급 재생산의 불안에 직면한 이들은, 탈맥락화된 버내큘러 기호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지위가 노력 없이 얻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정당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초현실적 취향을 연기한다.

이 미학은 새로운 형태의 상징 폭력으로 기능한다. 그것의 힘은 역설적으로 그것이 스타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미니멀하고, 진정성 있으며, 가식 없는 선택으로 자신을 포장함으로써, 이 스타일은 스스로를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며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제시한다. 그 결과, 더 표현적이거나 개성적인 대안적 스타일들은 조잡하고, 저속하며, 취향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이는 진정한 계급이란 조용한 자신감과 절제된 연출, 즉 쉽게 구매하거나 학습할 수 없는 ‘게임의 감각’에 있다는 관념을 은밀하게 강화한다.

이 현상이 초래하는 결과는 다층적이다. 도시 공간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노동 계급의 기억이 지워지고, 문화 영역에서는 예술이 금융 상품으로 전락하며, 개인의 삶에서는 표준화된 인테리어를 통해 사적인 정체성이 소멸한다. 결국 이 현상은 만연한 불안과 끊임없는 자기 검열의 문화를 조장하며, 커피를 마시는 장소부터 집을 꾸미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측면을 계급 정체성을 연기하는 고도의 경쟁 무대로 변모시킨다. 궁극적인 기만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다. 초현실 속에서 연기와 연기자의 경계가 돌이킬 수 없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표 1: 미학적 패러다임 비교 분석

특징 초현실적 아비투스 (성수동/'오늘의집' 미학) 진정한 버내큘러 (승효상의 철학)
역사와의 관계 탈맥락화 및 미학화: 역사는 노동과 삶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제거된 시각적 질감이나 배경으로 소비됨.21 폐허는 연출된다. 통합 및 존중: 역사와 장소(터무니)는 디자인이 시작되어야 할 근본적인 맥락으로 간주됨.66
재료의 사용 기호 가치 우선: 재료는 ‘날것’이나 ‘소박함’을 상징하는 능력에 따라 선택되며, 종종 막대한 비용이 소요됨 (예: 광택 콘크리트, 노출 벽돌).38 사용 가치 우선: 재료는 지역적이고, 기능적이며, 본성에 충실하게 사용되어 거주자와 환경의 필요를 반영함.24
공간의 목적 연출과 소비: 공간은 소셜 미디어 자기표현과 미학적 경험 소비를 위한 무대(‘인스타핫플’)가 됨.34 삶의 경험과 공동체: 공간은 인간의 상호작용, 성찰, 그리고 공공성을 촉진하기 위해 설계된 ‘삶을 담는 그릇’임.67
‘스타일’의 개념 떠다니는 기표들의 큐레이션: ‘스타일’은 전 지구적으로 유통되는 트렌드의 조합이며, 개인적 서사가 부재한 원본 없는 복제물임 (보드리야르).9 삶의 유기적 표현: 스타일은 거주자의 삶, 장소의 특수성,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함.66
기저의 논리 현실의 기만: 소박함과 진정성의 외양은 복잡한 노동, 높은 비용, 그리고 지위에 대한 깊은 불안을 은폐함. 현실의 반영: 공간은 그것이 창조된 조건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을 정직하게 반영하며, 불완전함과 변화를 수용함.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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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말하는 철학,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elle.co.kr/article/67075
  67. 건축가 승효상," 삶을 기록하는 공간, 집",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www.kapanet.or.kr/kapabook/72/PDF/%B0%A8%C1%A4%C6%F2%B0%A1_34_%BB%EE%C0%BB%BC%B3%B0%E8%C7%CF%B4%C2%B0%F8%B0%A3%C1%FD.pdf
  68. [문화 인터뷰] 승효상 건축가, “교회는 신전 아닌 사람들이 경건함 갖도록 돕는 공간”, 10월 22, 2025에 액세스,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110500039

 

 

원글 : https://brunch.co.kr/@hwktable/17

서론: 왜 우리는 건축과 불화하는가

 

오늘날 건축계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분열이 있다. 이는 단순히 양식의 차이가 아니라, ‘건축(Architecture)’이라는 이상과 ‘건물’이라는 현실 사이의 깊은 골이다. 한편에는 서구에서 발원하여 수 세기에 걸쳐 정립된 자기참조적 지식 체계, 즉 ‘디서플린(Discipline)’으로서의 건축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에는 우리 삶의 99%를 차지하지만 그 디서플린의 관심 밖에 놓인, 이름 없는 건물들의 방대한 현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디서플린의 언어로 훈련받았으나 건물의 현실에 복무해야 하는 ‘건축가’의 고뇌가 자리한다.

이러한 분열은 건축가와 대중 사이의 오랜 불화로 이어진다. 건축가는 자신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을 탓하고, 대중은 현실과 동떨어진 건축가의 권위주의에 괴리감을 느낀다. 본고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부하고, ‘건축’을 하나의 특정 문화 ‘장르’로 재정의함으로써 ‘건물’의 현실을 책임질 새로운 전문가의 등장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는 단절이 아닌, 각자의 발전을 위한 생산적 분리이자 새로운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제안이다.


1부. ‘건축’이라는 자율적 세계



1.1 디서플린의 기원: 형태를 향한 오랜 집착

 

서구 건축의 본질, 즉 디서플린은 태생적으로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보다 건물에 투영될 형태의 질서에 더 깊은 관심을 두어왔다. 그 기원은 고대 그리스 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은 건축을 사회적 선을 증진시키는 비-모방적 예술로 옹호했는데, 이는 건물이 직접적 유용성이 아닌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가 주는 질서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1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건축가의 계획을 ‘형상인(formal cause)’으로 규정하며, 물질적 현실보다 추상적 아이디어의 우위를 공고히 했다.1 이러한 철학적 DNA는 건축이 사용자의 편의나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인 형태 논리를 추구하는 오랜 역사의 토대가 되었다.

20세기에 이르면 이러한 경향은 ‘자율적 건축(Autonomous Architecture)’이라는 이름 아래 극단으로 치닫는다.2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으로 대표되는 이 흐름은 건축을 사회, 정치, 기능 등 모든 외부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담론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2 그의 악명 높은 ‘하우스 VI(House VI)’는 식탁을 기둥이 관통하고 부부의 침대를 유리 띠가 가로지르는 설계를 통해, 인간의 편의보다 디서플린의 내적 논리가 어떻게 우위에 서는지를 극적으로 증명했다.2 디서플린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증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비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1.2 현대건축의 놀이: 알리바이와 결과물의 분리

 

오늘날 순수한 형식주의만으로는 사회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현대의 ‘고급 건축’은 일종의 정교한 놀이, 즉 ‘그럴싸한 결과물(미학적 형태)’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그럴싸한 알리바이(개념적 서사)’를 구축하는 게임이 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결과물과 알리바이가 본질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의 관계는 필연적이지 않으며, 종종 그 연결고리는 사후에 구성되거나 ‘억지’스러운 지점이 발생한다.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의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은 이 역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4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날카로운 사선과 파편적인 조형 언어는 이 프로젝트 이전부터 존재해 온 형태적 실험의 연장선상에 있었다.4 여기에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 역사를 기념하는 프로그램이 이식되면서, 건축가의 기존 조형 언어는 강력한 역사적 알리바이를 획득했다. 리베스킨트는 깨진 다윗의 별, 쇤베르크의 미완성 오페라 등 다양한 외부의 서사를 설계의 근원으로 제시했지만5, 비평가들은 그의 ‘수다스러운 의도성(garrulous intentionality)’을 지적하며 형태와 서사 사이의 인위적인 결합에 의문을 제기했다.7 이는 건축가가 자신의 조형적 결과물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알리바이가 유일하거나 최적의 독해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알리바이는 디서플린의 자율적 세계와 대중의 이해 사이를 잇는 필연적인 소통 전략이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허구의 틈이 발생한다.


2부. ‘건축가’의 딜레마와 한국적 왜곡



2.1 디서플린의 역설

 

디서플린을 기반으로 한 건축 교육 시스템은 ‘건축가’에게 근본적인 역설을 안겨준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디서플린이라는 전문 언어를 습득하고 구사할 줄 알아야 기성 건축계와 소통하고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건축가는 디서플린 바깥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대다수 현실 공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다.

이러한 딜레마는 건축가와 대중 사이의 깊은 골을 만든다. 학문적 이상으로 훈련받은 건축가들은 자신들의 디자인 언어를 현실에 적용하려 하지만, 수요자들은 그것을 비싸고, 권위적이며, 실용적이지 않다고 느낀다.10 결국 건축가는 자신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을 탓하고, 대중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건축가를 외면한다.12 이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는 사이, 도시의 대부분을 채우는 공간들은 전문가의 책임 있는 개입 없이 처참한 수준으로 양산된다.

 

2.2 한국 건축계의 알리바이: ‘유사 인문학’과 노출 콘크리트

 

이러한 디서플린의 딜레마는 한국의 특수한 근대화 과정 속에서 더욱 기이한 형태로 왜곡되었다. 한국 기성 건축계는 서구 디서플린의 복잡한 조형 지식 체계 대신, ‘건축가는 작가’라는 권위적 태도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그리고 그 지식의 자리를 ‘윤리로 포장한 위선’, 즉 ‘유사 인문학’으로 채워 넣었다.

건축가 승효상으로 대표되는 ‘빈자의 미학’은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13 본래 소비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담은 이 철학은, 현실에서는 특정 미학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도덕적 알리바이로 기능했다.14 건축가의 철학적 의도와 무관하게, ‘가난할 줄 아는 삶’이라는 윤리적 명제는 때로 사용자의 실질적인 편의나 욕구와 상충하는 디자인을 정당화하는 권위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 알리바이는 ‘원재료 노출 마감의 육면체 조립’이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단순화된 미학적 결과물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본래 저비용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던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더 비싼 시공이 되는 역설 속에서, 이 미학은 복잡한 이론 없이도 건축가의 진지함과 권위를 손쉽게 드러내는 시각적 기호가 되었다. 결국 한국의 기성 건축계는 ‘윤리적 알리바이’와 ‘미니멀한 조형’이라는 편리한 패키지를 통해 디서플린의 권위를 수행했지만, 이는 대중과의 소통을 더욱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3부. ‘건물’의 현실과 새로운 전문가의 필요성



3.1 건축의 바깥, 삶의 공간

 

‘건축(Architecture)’이 서구에서 발전한 특정 지식 체계, 즉 하나의 문화적 장르라고 규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건축의 바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태초에 한국에는 서구적 의미의 ‘건축’은 없었지만, 고유한 방식으로 공간을 다루는 지혜와 기술은 존재해왔다. 마찬가지로 현대 서울과 같은 도시 공간의 99%는 ‘건축’의 범주로 독해할 수 없는 자생적인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17

상가주택, 다세대주택, 이름 없는 근린생활시설 등. 이들은 도시의 중요한 구조를 이루고 대다수 시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지만, 건축 디서플린은 이들을 자신의 책임 영역으로 여기지 않는다.19 기껏해야 현상적 흥밋거리로 잠시 주목할 뿐이다. 이 거대한 영역은 주인의식을 가진 전문가 없이, 오직 시공의 논리만으로 방치되고 있다.

 

3.2 장르의 분리가 필요한 이유

 

문제는 이 두 영역이 서로 뒤엉켜 있다는 데 있다. 디서플린의 훈련을 받은 건축가들이 현실의 건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지만, ‘좋은 공간’에 대한 판단 잣대가 수요자와 너무나 다르다.10 건축가는 학문적 이상을 현실에 직역하려 하고, 수요자는 괴리감을 느낀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두 영역 모두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장르의 구분’이 필요하다. 이는 두 영역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음악계에 고유한 문법과 평가 기준을 가진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 공존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듯, 건축계에도 두 개의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

  • ‘건축’ 장르의 전문가 (건축가): 문화적, 예술적 행위로서의 건축에 순수하게 집중한다. 이들은 사회의 모든 공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디서플린의 심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 ‘건물’ 장르의 전문가 (가칭: 공간조정가): 도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상적 건물의 질을 책임진다. 이들은 미학적 조형 실험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부동산 경제, 시공 기술, 지역의 법규와 생활 패턴 등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지식 체계를 바탕으로 훈련받아야 한다.

이러한 분리를 통해 ‘건축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깊이 파고들 수 있고, 새로운 ‘공간조정가’는 현재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방대한 건물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두 전문가는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결과적으로 우리 도시 공간의 총체적인 질을 향상시키는 건강한 공생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1. 1. Architecture In Ancient and Early Modern Thought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architecture/perspective.html
  2. A World Apart: Architectural Autonomy as Artistic Freedom / Un mundo aparte. La autonomía arquitectónica como libertad artística - Criticalista,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criticalista.com/2016/06/25/a-world-apart-architectural-autonomy-as-artistic-freedom/
  3. A Study on Autonomous Architecture Through Comparing Peter ...,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koreascience.kr/article/JAKO202210451611585.page
  4. Performative Memory: Form and Content in the Jewish Museum Berlin,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liminalities.net/9-4/costello.pdf
  5. Conceptual Diagrams in Creative Architectural Practice: The case of Daniel Libeskind's Jewish Museum -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sites.cc.gatech.edu/aimosaic/faculty/nersessian/papers/Conceptual%20Diagrams_Libeskind_Dogan%20&%20Nersessian_ARQ.pdf
  6. The Ruins of History: Allegories of Destruction in Daniel Libeskind's ...,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naomistead.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08/09/stead_ruins_of_history_2000.pdf
  7. 'An afterthought of violence' | Architecture | The Guardian,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07/oct/11/architecture.berlin
  8. The Libeskind Building | Jewish Museum Berlin,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jmberlin.de/en/libeskind-building
  9. Our Museum's History, Part Two | Jewish Museum Berlin,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jmberlin.de/en/objects-from-our-museums-history-2
  10. “어떤 요구도 수용한다… 난 무한긍정주의 건축가” - 조선일보,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archi-design/2022/08/03/XQJLGUDODRERHE2W4V5RINEOSY/
  11. 01 매체 저널리스트가 말하는 건축이야기 2018.10,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kiramonthly.com/294
  12. Daniel Dennett on Free Will,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danielmiessler.com/blog/daniel-dennett-on-free-will
  13. 비우면 채워진다 : 건축가 승효상 - 가고싶은 곳 - Daum 카페,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cafe.daum.net/moosimjae/5j03/3032?svc=cafeapi&
  14. [김수영의 피플] '빈자의 미학' 건축철학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 - 영남일보,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91109.010220815350001
  15. [DBR/인터뷰]건축가 승효상이 말하는 '貧者의 미학' - 동아일보,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140403/62220917/1
  16. 승효상 - 나무위키,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C%8A%B9%ED%9A%A8%EC%83%81
  17. 조물주 위 건물주 되는 길 '상가주택 짓기' - 주간동아,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eekly.donga.com/3/all/11/1277399/1
  18. 작지만 위풍당당한 집… '홍은상가' 골목을 바꾸다 - 한국일보,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11521130005041
  19. 다이묘 차(大名茶) 차실(茶室)의 평면 구성 비교 분석, 10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kieae.kr/xml/30146/30146.pdf

 

서론

 

강력하고 비평적인 건축은 힘의 완벽한 해결이 아닌, 구축 행위 자체에 내재된 모순을 표현적으로 명료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핵심 명제를 제시한다. 본 보고서는 사용자의 질의를 순수한 기능적 구축과 순수한 장식적 형식주의 사이에서 양극화되는 현대 건축 담론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필연적인 개입으로 설정한다.

 

용어 정의

본론에 앞서 핵심 개념인 '구축(Tectonic)'(구조의 시학)과 '모순(Contradiction)'(생산적인 변증법적 힘)을 간략히 정의하고, 이 둘의 통합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다.

 

보고서의 구성

 

본 보고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구축 이론의 근간이 되는 변증법적 토대를 구축한다. 둘째, 사례 연구를 통해 물질적 발현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사용자 고유의 이론을 위한 제안적 틀을 제시한다.

 

비교 분석 틀

 

아래의 표는 본 보고서가 탐색할 이론적 지형을 명확히 보여주는 개념적 지도를 제공한다.

표 1: 건축적 이원론의 비교 분석 틀

이론가/이론 핵심적 이원성 / 대립 존재론적 지향 핵심적 건축 어휘 비평적 입장
고트프리트 젬퍼 구축적(구조체) vs. 조적적(매스) 공중성, 가벼움 vs. 대지성, 어두움 이음매(The Joint) 제작 과정의 명료화
케네스 프램튼 구축적 vs. 장식적 존재론적 현존 vs. 재현적 이미지 이음매 / 구축 디테일 상품화에 대한 저항
로버트 벤츄리 복합성 & 모순 vs. 단순성 "양자택일"의 배제 vs. "양자포함"의 수용 파사드 / 건축 요소 모더니즘 정통성에 대한 비판
제안 이론 구축적 모순 드러난 긴장 이음매 (물질적, 시간적, 시스템적) 제작과 의미의 통합

 

제1부: 이론적 변증법: 구축 사상과 모순의 계보 추적



제1장 원초적 모순: 구축(Tectonic) 대 조적(Stereotomic)



젬퍼의 근원적 이분법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는 비트루비우스의 삼원칙(견고함, 유용성, 아름다움)에서 비평적으로 벗어나, 네 가지 원초적 요소—화로(hearth), 토대(earthwork), 뼈대/지붕(framework/roof), 외피(enclosing membrane)—에 기반한 새로운 인류학적 이론을 정립했다.1 이 네 요소는 다시 두 가지 근본적이고 대립적인 구축 절차로 요약된다. 첫째는 경량의 부재를 조립하는 목공의 **구축(Tectonic)**이며, 둘째는 무거운 부재를 압축하여 쌓아 올리는 토공 및 조적의 **조적(Stereotomic)**이다.1

 

어원과 시적 기원

 

'Tectonic'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tekton(목수/건축가)과 산스크리트어 taksan(목공 기술)에서 유래했으며, 물리적 기술에서 시적 행위로 진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tekton은 시인의 역할을 맡게 된다.2 이는 제작(making)과 의미(meaning)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초기부터 명확히 한다.

 

존재론적 대립

 

케네스 프램튼(Kenneth Frampton)의 해석에 따르면, 이 두 방식 사이의 대립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 거의 우주론적인 차원을 갖는다. 구축적 구조체는 "공중적(aerial)"이며 가벼움과 하늘을 지향하는 반면, 조적적 매스는 "대지적(telluric)"이며 땅속 깊이 파고들어 어둠과 중력을 지향한다.1 따라서 구축과 조적의 관계는 단순한 재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의 가장 근본적인 모순을 형성하는 철학적 행위이다. 젬퍼는 "매듭(knot)"을 원초적 이음매로, 그리고 이음매 자체를 모든 건물이 자신을 정의하는 "원초적 구축 요소(primordial tectonic element)"로 간주했다.1 이는 연결의 지점, 즉 이음매를 구축적 표현의 핵심 장소로 설정한다.

이러한 구분은 단순한 역사적 분류 체계를 넘어 건축 자체에 내재된 원초적 변증법을 나타낸다. 이는 인류가 하늘을 향한 열망(가벼움, 구조체)과 대지와의 필연적 연결(중력, 매스) 사이에서 겪는 근본적인 모순을 반영한다. 젬퍼가 두 가지 뚜렷한 구축 방식을 식별하고 1, 프램튼이 이를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 "하늘과 땅이라는 두 우주적 대립"을 상징하는 존재론적 행위로 해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2, 인간의 존재와 건축 행위는 "이러한 대립의 접점"에 위치한다.4 따라서 모든 구축 행위는 이 근본적인 긴장 관계에 참여하는 것이며, 중립적인 선택이 아닌 철학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이는 '모순'이 건축 행위의 본질에 내재되어 있음을 확립하며, 구축적 모순 이론의 강력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제2장 구축의 시학: 케네스 프램튼의 비평적 저항



비평적 행위로서의 구축

 

케네스 프램튼은 구축을 비평적 전략으로 재조명하고 재이론화했다. 그는 구축이 건축의 상품화와 건물을 단순한 "장식(scenography)"이나 로버트 벤츄리가 말한 "장식된 헛간(decorated shed)"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에 저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3

 

구축의 시학

 

프램튼의 핵심 개념인 "구축의 시학(poetics of construction)"은 "만들고 드러내는(making and revealing)" 행위로서의 그리스어 poesis의 의미에 근거한다.1 이는 단순히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구축 행위 자체를 그 논리와 물질성을 표현적으로 드러내는 예술 형식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론적 구축과 재현적 구축

 

구축적 표현은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

  • 존재론적 구축(Ontological Tectonic): 구조적, 물질적 현실이 자명하게 드러나는, 구축된 형태의 직접적이고 유형적인 현존을 의미한다.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물(thing)"이다.8
  • 재현적 구축(Representational Tectonic): 구축적 형태를 기호나 상징으로 사용하여 실제 구조적 현실과는 분리될 수 있는 구축적 질서를 지시하는 것을 의미한다(예: 시그램 빌딩의 장식적 I-빔).8 이 구분은 건물이 실제로 무엇인지어떻게 보이는지 사이의 모순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구축과 비판적 지역주의

 

프램튼의 구축 이론은 그의 더 넓은 이론적 틀인 비판적 지역주의(Critical Regionalism)와 연결된다. 지형, 기후, 빛과 함께 구축을 강조하는 것은 건축을 특정 장소와 문화에 뿌리내리게 하여 보편적 모더니즘의 "장소성 부재(placelessness)"에 저항하는 방법이다.15 이는 구축적 주장에 정치적, 문화적 차원을 더한다.

프램튼이 "존재론적" 구축을 옹호하는 반면, 커튼월, 다층 조립, 내화 피복과 같은 현대 건축의 현실은 종종 "재현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는 구축 이론 자체 내에 근본적인 모순을 낳는다. 즉, 진정한 표현에 대한 열망과 구축된 기호의 필연성 사이의 모순이다. 프램튼은 만들기의 행위가 드러나는 "현존"과 "존재론적" 실재의 건축을 주장하지만 11, 현대 건축 관행은 종종 구조와 외피, 기능과 형태를 분리한다. 이로 인해 건축가들은 구조를 외피 위에 재현하는 방식(예: 시그램 빌딩의 I-빔)에 의존하게 되어 재현적 구축을 낳는다.14 이는 구축적 순수성의 이상과 복잡한 다층 구조의 현실 사이에 모순을 야기한다. 따라서 '구축적 모순' 이론은 이를 진정성 달성의 실패로 보는 대신, 이 간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즉, 하중을 지지하는 코어와 표현적인 외피 사이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활용하여 모순 자체를 건축적 서사의 주제로 삼는 것이다.

 

제3장 역설을 포용한 건축: 헤겔에서 벤츄리까지



생산적 힘으로서의 헤겔 변증법

 

모순을 포용하는 철학적 토대는 헤겔(Hegel)의 변증법에서 찾을 수 있다. 헤겔 변증법은 단순한 공식(정-반-합)이 아니라, 모순이 제거되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지적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19 헤겔 미학에서 예술은 정신이 자신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방식으로, 모순을 거쳐 더 높은 형태의 자기의식을 성취한다.20

 

벤츄리의 선언: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

 

로버트 벤츄리(Robert Venturi)의 1966년 저서는 이러한 원리를 건축에 직접 적용한 사례로 분석될 수 있다. 그는 정통 모더니즘의 "청교도적 도덕 언어"와 배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비판했다.24

 

"양자포함" 대 "양자택일"

 

벤츄리의 "양자택일(either-or)"을 넘어선 "양자포함(both-and)" 건축에 대한 주장은 핵심적이다. 그는 "순수한" 것보다 "혼성적인", "깨끗한" 것보다 "타협적인" 요소를 옹호하며 "포함을 통한 어려운 통합"을 수용했다.24 이는 모순을 가지고 설계할 수 있는 직접적인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적을수록 많다"에서 "적을수록 지루하다"로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유명한 격언 "Less is more"에 대한 벤츄리의 응수 "Less is a bore"는 단순한 해결책에 대한 거부와, 복합성과 건축의 내재적 역설(내/외부, 구조/프로그램 등)을 인정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의미의 풍부함을 주장하는 그의 논지를 요약한다.24

'구축적 모순' 이론의 근본적인 과제는 케네스 프램튼과 로버트 벤츄리 사이의 내재된 충돌을 해결하는 데 있다. 프램튼은 구축의 진정성(구조의 시학)을 옹호하며 벤츄리의 "장식된 헛간"을 피상적인 장식으로 비판한다. 반면, 벤츄리는 종종 파사드 위의 상징적이고 재현적인 수단을 통해 표현되는 모순과 복합성을 옹호한다. 프램튼의 핵심 주장은 구축과 이음매의 현실에 기반한 건축에 있으며 3, 그는 "장식된 헛간"을 명시적으로 비판한다.11 벤츄리의 핵심 주장은 역사적 암시와 상징주의를 통해 복합성과 모순을 포용하는 건축에 있으며, 그의 반나 벤츄리 하우스(Vanna Venturi House)는 이러한 장식적 접근의 대표적인 예이다.26 이 두 입장은 상호 배타적으로 보인다. 하나는 어떻게(구축)를, 다른 하나는 무엇을(의미, 종종 상징적) 우선시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이론은 이 둘을 단순히 결합하는 것을 넘어, 모순을 장식이 아닌 구축 행위 자체를 통해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모순의 위치를 벤츄리의 표면이 아닌, 구축 논리 내부에서 찾는 것이다. 이어지는 사례 연구들은 이러한 통합을 달성한 예시들로, 물질, 시스템, 상태, 과정, 시간을 통해 역설을 표현하는 건축을 탐구한다.

 

제2부: 발현: 구축적 모순의 사례 연구



제4장 물질성의 모순: 가벼움으로서의 무거움, 투명함으로서의 불투명함



사례 연구 1: 헤르조그 & 드 뫼롱, 도미너스 와이너리 (1997)

 

  • 하이브리드 구축으로서의 개비온 벽: 이 와이너리의 상징적인 개비온(gabion) 벽은 물질적 모순의 완벽한 구현체이다. 이 시스템은 조적적 재료(무겁고 압축적인 현무암)를 구축적 틀(가벼운 강철망 케이지) 안에 조립하여 사용한다.32
  • 이중성의 표현: 이 벽은 동시에 거대하면서도 다공성이며, 단단한 고체이면서도 스크린이다. 멀리서는 하나의 거대한 암석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섬세하고 빛을 거르는 "돌로 짠 바구니"처럼 해체된다.34 이는 지질학적 무게감과 대기적 가벼움 사이의 모순을 창출하며, 단일한 벽이나 유리 스크린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빛과 온도를 조절한다.33 구축적 표현은 느슨하게 채워진 돌과 케이지의 견고한 그리드 사이의 시각적 긴장감에 있다.

 

사례 연구 2: 카를로 스카르파, 카스텔베키오 박물관 (1964)

 

  • 시간의 이음매로서의 조인트: 프램튼은 스카르파의 작업을 "이음매가 일종의 구축적 응축으로 다뤄지는" "구축적 진정성"의 증거로 평가했다.38 카스텔베키오에서 스카르파의 개입은 역사적 층위들 사이에 의도적이고 명료한 단절을 만들어낸다.38
  • 역사의 모순 드러내기: 스카르파는 완벽하게 통합된 전체를 만드는 대신, 세심하게 제작된 이음매—틈, 강철 삽입, 재료의 전환—를 사용하여 중세 성, 후대의 변형, 그리고 자신의 현대적 개입 사이의 시간적 모순을 표현한다. 구축적 디테일은 역사를 단일한 서사로 해결하지 않고, 그 이음매를 노출시키며 건물을 대화하는 역사적 파편들의 집합체로 기념한다.38 이는 시간의 모순이 이음매라는 구축적 예술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난 사례이다.

 

제5장 시스템의 모순: 구조, 공간, 설비의 해체



사례 연구: 이토 도요, 센다이 미디어테크 (2001)

 

  •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서의 "튜브": 이 건물의 특징은 해초와 같은 13개의 관형 구조물, 즉 "튜브"이다. 이 튜브들은 전통적인 건축 범주를 거부한다. 그것들은 동시에 구조(수직 하중 지지), 수직 동선(계단 및 엘리베이터 수용), 환경 시스템(채광 및 환기 통로), 그리고 공간 구획의 역할을 수행한다.40
  • "떠다니는" 모순: 이토의 "떠다니는 건축" 개념은 구축적 모순을 통해 달성된다. 거대한 바닥 슬래브("플레이트")는 전통적인 기둥 없이, 마치 섬세하고 투명해 보이는 "튜브"에 의해서만 지지되는 것처럼 보인다.42 횡력 저항 시스템은 튜브와 바닥 슬래브의 하이브리드 구조로, 지진 에너지를 비틀림을 통해 흡수하도록 설계되었다.40 이는 구조, 설비, 공간 사이의 위계적 구분을 단일하고 유동적이며 모순적인 구축 시스템으로 해체시킨다.

 

제6장 상태의 모순: 정적인 형태와 동적인 파사드



사례 연구 1: 장 누벨, 아랍 문화원 (1987)

 

  • 기계적 마슈라비야: 남측 파사드는 전통적인 아랍의 마슈라비야(mashrabiya)를 하이테크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는 240개의 패널과 27,000개의 빛에 반응하는 카메라 조리개와 같은 다이어프램으로 구성되어, 햇빛을 조절하기 위해 열리고 닫힌다.45
  • 영속성과 반응성의 모순: 이는 건물의 정적이고 영속적인 구조와 그 외피의 역동적이고 반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 사이에 구축적 모순을 만들어낸다. 파사드는 문화적으로 상징적인 패턴이자 기능적인 환경 기계로서, 전통 장식과 현대 기술 사이의 긴장을 표현한다.47

 

사례 연구 2: 에이더스, 알 바하르 타워 (2012)

 

  • 반응형 제2의 외피: 이 프로젝트는 2,000개 이상의 개별 컴퓨터 제어 차양 장치가 주 커튼월에서 2미터 떨어진 제2의 외피를 형성하며 동적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52
  • 구축적 분리와 성능: 구축적 표현은 주 외피와 이 역동적이고 성능적인 층의 명확한 분리에 있다. 선형 액추에이터로 작동하고 태양광 발전으로 구동되는 이 시스템은 건물에 부착된 독립적인 구축 프레임이다.52 이는 정적이고 보호받는 내부와 역동적이고 성능적인 외부 사이의 모순을 표현하며, 문화(마슈라비야 패턴)와 기후 반응형 기술이 단일한 동적 구축 어셈블리로 융합된다.54

 

제7장 과정의 모순: 디지털 논리와 물질 현실



사례 연구: 그라마지오 콜러 리서치, 다양한 프로젝트

 

  • "디지털 물질성": 그라마지오 콜러(Gramazio Kohler)의 핵심 개념은 재료와 생산 논리를 디자인 과정에 직접 통합함으로써 나타나는 새로운 미학적, 구축적 표현이다.57 초점은 최종 형태를 디자인하는 것에서 로봇 제작 과정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이동한다.
  • 장식으로서의 툴패스: '웨스트 페스트 파빌리온(West Fest Pavilion)'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로봇 조립의 논리—쌓기, 배치, 로봇 팔의 한계—는 숨겨지지 않고 주된 건축적 표현이 된다.61 이는 디자인 의도와 제작 행위 사이의 구분을 무너뜨린다. 모순은 비물질적인 코드의 논리와 물질(나무, 벽돌, 콘크리트)의 유형적 현실이 융합되어 그들이 "디지털 물질성(Digital Materiality)"이라고 부르는 것을 창조하는 데 있다.59

 

제8장 시간의 모순: 영속성을 위한 건축과 해체를 위한 디자인



해체 용이 설계(DfD)의 부상

 

해체 용이 설계(Design for Deconstruction, DfD)는 건축의 전통적인 영속성에 대한 열망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구축 전략이다. DfD는 쉽게 해체될 수 있는 건물을 설계함으로써 재료의 회수와 재사용을 우선시한다.64

 

사례 연구: 뷰로 SLA & 오버트레더스 W, 피플스 파빌리온 (2017)

 

  • 비영속성의 구축: 이 임시 파빌리온은 전적으로 빌린 재료로 지어졌기 때문에 완전히 가역적인 건설 시스템이 필요했다.68
  • 표현된 가역적 이음매: 접착제나 못과 같은 영구적인 연결 대신, 목재 프레임은 텐션 벨트, 스트랩, 케이블 타이를 사용하여 조립되었다.68 이러한 연결은 숨겨지지 않고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결정적인 구축적 특징이 되었다. 이는 강력한 시간적 모순을 만들어낸다. 즉, 건물의 구축적 디테일이 자신의 해체와 비영속성을 명시적으로 서술하며, 구조물을 기념비가 아닌 "자재 은행"으로 변모시킨다.71

 

제3부: 종합: 새로운 건축 이론을 위한 틀 제안



제9장 구축적 모순 건축의 원칙



분석에서 제안으로

 

이 마지막 장에서는 사례 연구에서 얻은 통찰을 다섯 가지 핵심 원칙으로 종합하여, 사용자 자신의 디자인 이론을 위한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틀을 제공한다.

  1. 표현된 이음매(The Expressed Seam): 이음매를 완벽한 해결의 지점이 아니라 드러난 긴장의 장소로 우선시한다. 이음매는 재료, 역사적 층위, 또는 시스템 간의 모순을 표현할 수 있다 (스카르파로부터 파생).
  2. 하이브리드 재료 조립(The Hybrid Material Assembly): 대립적인 존재론적 특성(무거움/가벼움, 불투명/투명, 자연/인공)을 가진 재료들을 단일한 구축 시스템 내에서 결합하여 새로운 공간적, 대기적 효과를 창출한다 (헤르조그 & 드 뫼롱으로부터 파생).
  3. 다기능 요소(The Multi-Functional Element): 구조, 외피, 설비, 공간 정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단일한 구축 요소를 설계함으로써 전통적인 건축 위계를 해체한다 (이토 도요로부터 파생).
  4. 반응형 경계(The Responsive Boundary): 건물 외피를 정적인 장벽이 아닌 역동적이고 동적인 인터페이스로 구상한다. 건물의 안정적인 코어와 반응적이고 성능적인 외피 사이의 모순을 표현한다 (누벨과 에이더스로부터 파생).
  5. 가역적 이음매(The Reversible Joint): 영속성과 순환성 사이의 시간적 모순을 수용한다. 건물의 해체 가능성과 미래 재사용 가능성을 서술하는 이음매와 연결부를 설계하고 표현하여 비영속성의 구축을 창조한다 (DfD와 피플스 파빌리온으로부터 파생).

 

결론: 구축적 모순의 비평적 가치



해체주의에 대한 근거 있는 대안

 

이 결론은 구축적 모순 이론을 해체주의(Deconstructivism)의 반구축적 경향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해체주의 역시 모순을 포용하지만, 종종 언어적, 철학적 유추를 통해 이를 수행하며, 이는 건축 언어를 해체하는 형식적 장식으로 귀결된다.72 프램튼은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의 작업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접근을 건축이 "본질적으로 구축적이거나 제도적인 담론"이 될 가능성을 부정하는 "예술에 대한 선망(art envy)"이라고 비판한다.74

 

프램튼과 벤츄리의 통합

 

제안된 이론은 제1부에서 확인된 핵심 갈등을 해결한다. 이는 벤츄리가 추구했던 복합성과 모호성을 24 부가된 장식이나 역사적 양식의 혼합을 통해서가 아니라, 프램튼이 옹호한 엄격하고 물질 기반의 "구축의 시학"을 통해 달성한다.3

 

최종 제언

 

결론적으로, 모순을 제작 행위 자체—이음매, 재료, 시스템—안에 위치시킴으로써, 구축적 모순은 지적으로 복합적이면서 시적으로 표현적이고, 동시에 구축의 근본적인 현실에 비평적으로 기반을 둔 건축을 위한 길을 제시한다. 이는 긴장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기술적인 정밀함으로 그것을 드러내는 데서 가장 깊은 의미를 찾는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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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Digital materiality - RTG 2725 - Urban Future-Making,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urban-future-making.hcu-hamburg.de/agenda/digital-materiality
  61. The Stacked Pavilion - Gramazio Kohler Research - ETH Zürich,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gramaziokohler.arch.ethz.ch/web/e/projekte/165.html
  62. Matthias Kohler: Digital Materiality in Architecture - SCI-Arc,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sciarc.edu/events/lectures/matthias-kohler
  63. 2021 - Gramazio Kohler Research - ETH Zürich,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gramaziokohler.arch.ethz.ch/web/e/publikationen/lehrstuhl/2021.html
  64. design for deconstruction | ukgbc,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ukgbc.org/wp-content/uploads/2024/07/Design-for-Deconstruction.pdf
  65. Design for Disassembly for Residential Construction - Light House,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light-house.org/wp-content/uploads/2021/04/DfD-Report-Final.pdf
  66. DESIGN FOR DECONSTRUCTION - Lifecycle Building Challenge,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lifecyclebuilding.org/docs/DFD.pdf
  67. Design for Deconstruction in the Design Process: State of the Art - MDPI,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5-5309/8/11/150
  68. People's Pavilion "has almost no ecological footprint" say designers,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17/10/27/peoples-pavilion-dutch-design-week-low-ecological-footprint-bureau-sla-overtreders-w/
  69. People's Pavilion: Bureau SLA| Photo: ©Filip Dujardin - TU Delft,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filelist.tudelft.nl/BK/Onderzoek/Onderzoeksthemas/Circular_Built_Environment/Circular_Impuls_Initiative/Circular_Design_Atlas/Atlas_BES2023_Peoples_Pavilion.pdf
  70. Dutch Design Week pavilion will feature recycled plastic shingles and borrowed materials,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17/09/28/dutch-design-week-ddw-peoples-pavilion-bureau-sla-overtreders-w/
  71. A guide to reversible building design (with 4 examples) - University of the Built Environment,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ube.ac.uk/whats-happening/articles/reversible-design/
  72. Deconstructivism - Wikipedia,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Deconstructivism
  73. Deconstructivism and Architecture Movement Overview - The Art Story,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artstory.org/movement/deconstructivism/
  74. Reflections on the Autonomy of Architecture: - A Critique of Contemporary Production - Kenneth Frampton -.:: GEOCITIES.ws ::.,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www.geocities.ws/mitchellmosesstudio/frampton.pdf
  75. The Technology of Axonometry in 1960s Britain: Kenneth Frampton and Peter Eisenman - sahanz, 10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sahanz.net/wp-content/uploads/SAHANZ18_paper_Farrah.pdf

 

 

I. 서론: 새로운 근본 문제의 제기

 

존 헤이덕(John Hejduk)의 나인 스퀘어 그리드(Nine-Square Grid)는 단순한 디자인 연습 과제를 넘어, 전후(戰後) 건축 교육이 직면한 위기감에 대한 급진적인 교육학적 응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핵심 목적은 건축을 부수적이고 외적인 요소들, 즉 대지, 프로그램, 클라이언트, 사회적 이슈 등으로부터 분리하여 건축 고유의 "제1원칙"—공간 조직의 내적 통사론(syntax)과 문법—을 고립시키고 탐구하는 데 있었다.1

 

전후 교육학적 맥락

1950년대 초반 미국 건축 교육계는 기존의 보자르(Beaux-Arts) 전통의 잔재와 유럽 모더니즘에 대한 교조적이고 기능주의적인 해석 모두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2 젊은 교육자들은 건축이라는 학문을 위한 새롭고 엄격한 지적 토대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탄생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제1원칙의 탐구

나인 스퀘어 그리드의 등장은 1954년에서 1956년 사이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교 건축대학에서 존 헤이덕, 콜린 로(Colin Rowe), 베른하르트 회슬리(Bernhard Hoesli), 로버트 슬러츠키(Robert Slutzky) 등이 포함된 '텍사스 레인저스(Texas Rangers)'라 불리는 그룹이 개발한 혁신적인 커리큘럼의 일부였다.3 이 그룹의 목표는 순전히 기능적이거나 양식적인 관심사에서 벗어나, 건축 학문 자체의 지적 내용에 기반한 새로운 교육학을 정립하는 것이었다.2 헤이덕의 구체적인 목표는 점, 선, 면, 볼륨과 같은 근본적인 요소에 집중하여 건축의 "제1원칙"을 찾는 것이었다.1

 

철학적 도구로서의 그리드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학생들로 하여금 건축 형태의 순수한 통사론과 마주하게 하기 위한 "부품 키트(kit-of-parts)"이자 "중립적인 게임판(neutral game-board)"으로 고안되었다.7 미리 주어진 추상적인 '새장(cage)'을 제공함으로써, 이 문제는 무(無)에서부터 창조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고정된 프레임과 그 안에 추가되는 요소들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에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7 이를 통해 평면 다이어그램은 건축 작업의 개념적 토대로서 확립되었다.7

이러한 접근법의 기저에는 단순히 건축 원리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적극적으로 지우려는 의도가 있었다. 당시 교육계는 엄격함이 부족하다고 여겨졌으며, 제약이 없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박공지붕과 같은 도상학적 요소나 자쿠지 같은 편의 시설, 혹은 순수한 기능적 해결책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었다.7 나인 스퀘어 문제는 의도적으로 이러한 모든 요소를 제거했다. 대지, 클라이언트, 기능, 도상학이 부재하는 "비물질성(immateriality)"은 학생들에게 순수한 형태와의 대면을 강요했다.8 이러한 제거 과정은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직관적이며 언어 이전의 접근을 장려했던 바우하우스 예비과정(Vorkurs)의 목표와 유사하다.9 이는 건축을 '영도(zero degree)'로 되돌리는 행위였다. 따라서 그리드는 구성적인 연습일 뿐만 아니라 해체적인 연습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집'이나 '건물'에 대한 기존 이해를 점, 선, 면과 같은 추상적 구성 요소로 분해한 뒤, 새로운 내적 논리에 따라 재조립하도록 유도했다. 즉, 의미론이나 실용론보다 통사론에 초점을 맞춘 특정 종류의 건축적 사고를 생산하기 위해 고안된 교육학적 필터였던 것이다.

 

II. 다이어그램의 계보: 지적 기원과 형성적 영향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임의적인 발명품이 아니라, 역사 분석, 예술 이론, 모더니즘 교육학을 정교하게 종합한 결과물이었다. 이 섹션에서는 그리드의 지적 계보를 상세히 추적하여 그 형성 과정을 밝힌다.

 

로와 비트코버를 경유한 팔라디오의 선례

헤이덕이 이 문제를 정립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콜린 로가 1947년에 발표한 에세이 「이상적 빌라의 수학(The Mathematics of the Ideal Villa)」이었다.10 로는 루돌프 비트코버(Rudolf Wittkower)가 저서 『인문주의 시대의 건축 원리(Architectural Principles in the Age of Humanism)』에서 제시한 다이어그램을 바탕으로,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의 빌라들을 아홉 개의 정사각형 격자, 즉 나인 스퀘어 그리드의 변형으로 환원하여 분석했다.7 이러한 분석은 단순하고 추상적인 다이어그램이 풍부하고 복잡한 공간 조직을 생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1 헤이덕의 그리드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메종 도미노(Maison Domino)'를 세 겹으로 쌓아 팔라디오 빌라의 기본 '파티(parti)'에 맞춘 것으로, 로의 분석 방법을 교육학적으로 구체화한 것이었다.10 이를 통해 모더니즘과 르네상스를 공통된 형식 논리로 연결하는 "초역사적 형태(transhistorical figure)"가 탄생했다.10

 

바우하우스의 유산과 게슈탈트 심리학

텍사스 대학교의 커리큘럼은 요제프 알버스(Josef Albers)의 제자였던 로버트 슬러츠키와 리 허쉬(Lee Hirsche)를 교수로 초빙하면서 바우하우스 교육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10 바우하우스 예비과정은 재료, 색, 형태의 탐구를 통해 "행하며 배우는(learning by doing)" 것을 강조했으며, 이는 학생들이 관습적인 아카데미의 제약에서 벗어나 근본을 탐구하도록 유도한 헤이덕의 방법론과 목표를 공유한다.12 또 다른 중요한 영향은 독일 게슈탈트(Gestalt) 이론의 원리를 형태 심리학에 적용한 미술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에게서 왔다.7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중립적인 틀 안에 '중심', '가장자리', '모서리'라는 "자연적 위계(natural hierarchy)"를 내재하고 있어, 게슈탈트 원리를 탐구하기에 이상적인 기하학적 형식으로 간주되었다.7 따라서 구성적 결정은 이 미리 존재하는 지각의 장(perceptual field)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현상적 투명성: 공간적 목표

이 연습의 궁극적인 공간적 목표는 콜린 로와 로버트 슬러츠키가 공동으로 집필한 기념비적인 에세이에서 명료하게 제시된 "현상적 투명성(Phenomenal Transparency)"의 개념을 탐구하는 것이었다.7 이 개념은 유리를 통해 물리적으로 들여다보는 "실재적 투명성(Literal Transparency)"과 대조된다. 현상적 투명성이란 완벽한 외피로 공간을 규정하는 대신, 가장자리의 상응과 추론을 통해 다층적이고 모호하며 상호 관입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7 기둥(점)과 벽(면)이라는 추상적 요소로 구성된 그리드는 이러한 정교한 공간 관계를 탐구하기 위한 "이상적인 매개체(ideal vehicle)"가 되었다.7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역사주의적 모방에 의존하지 않고 건축사로부터 배우는 방법을 모색하던 20세기 중반 모더니스트들의 핵심적인 딜레마를 해결하는 교육적 장치였다. 정통 모더니즘은 반(反)역사적 입장을 취했으나, 1950년대에 이르러 이는 학문적 풍요로움을 잃게 만드는 막다른 길로 여겨졌다.11 콜린 로가 팔라디오와 르 코르뷔지에를 분석한 방식은 혁명적이었는데, 그는 거대한 역사적, 양식적 차이를 무시하고 순전히 형식적, 공간적 근거 위에서 두 건축가를 비교했다.10 그는 모더니즘 건축을 "다른 역사적 양식과 같은 하나의 양식"으로 취급했다.17 헤이덕의 그리드는 이러한 통찰을 교육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는 팔라디오의 나인 스퀘어라는 역사적 다이어그램을 가져오되, 재료, 장식, 문화적 맥락 등 모든 역사적 특수성을 제거했다.1 이를 통해 "역사의 비역사적 도구 상자(ahistorical toolbox of history)"가 만들어졌다.10 학생들은 팔라디오라는 깊이 있는 건축적 선례와 관계를 맺으면서도, 점, 선, 면과 같은 완전히 추상적이고 모더니즘적인 언어로 작업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그리드는 모더니즘이 역사를 모방할 양식의 원천이 아니라 추상적인 조직 원리의 보고(寶庫)로 "회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2 이는 역사적 깊이에 대한 갈망과 추상에 대한 모더니즘적 헌신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는 종합적인 해결책이었으며, 전후 시대의 핵심적인 지적 과제에 대한 응답이었다.

 

III. 문제의 메커니즘: 건축 형태의 문법

 

이 섹션에서는 연습 과제 자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그 규칙, 순서, 표현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어떻게 건축적 "문법"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구축하도록 설계되었는지 분석할 것이다.

 

게임의 규칙

이 연습은 주어진 조건에서 시작된다. 학생들에게는 16개의 기둥으로 정의된 "미리 존재하는 나인 스퀘어 새장"이 주어진다.7 이것이 고정된 맥락, 즉 "중립적인 게임판"이다.7 이후 학생들은 이 새장 안에 추가하고 배열할 수 있는 "부품 키트", 즉 제한된 종류의 건축 요소(패널, 볼륨 등)를 받는다.7 핵심 과제는 새장의 기둥(점)과 벽(선/면) 사이의 "통사론적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다.7 초점은 구성과 암시적인 공간 형태의 창조에 맞추어져 있다.7

 

점진적 복잡성: 구조화된 탐구

이 문제는 단일 과제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복잡해지는 일련의 탐구 과정으로 구성된다. 헤이덕 자신이 1954년에 작성한 문제 설명서는 명확하고 다단계적인 과정을 보여준다.18 이 순서는 전체 패널 조작에서 시작하여 반 패널, 곡선 패널로 이동하고, 이후 이를 다양한 각도(45°, 60°)로 결합하는 단계로 나아간다.18 후반 단계에서는 큐브나 원기둥과 같은 볼륨과 계단, 경사로와 같은 순환 요소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건축 어휘를 체계적으로 확장시킨다.18 이 과정은 바닥, 벽, 지붕에 대한 복잡성의 연속체를 따라 진행되는 총 아홉 개의 구성물을 만드는 것으로 정점에 달한다.19

 

표 1: 나인 스퀘어 그리드 연습의 점진적 단계 (1954년경 기준)

단계 문제 설명 (Hejduk, 1954 기반) 도입되는 핵심 건축 개념
1 초기 설정: 16개 기둥으로 정의된 9칸 그리드. 중립적 프레임; 공간 속의 점.
2 평면 조작 (직교): 전체 패널, 이후 반 패널(수평/수직) 추가. 선과 면; 공간 분할; 솔리드/보이드.
3 평면 조작 (곡선): 곡선 패널과 반원 추가. 오목함/볼록함; 형태의 대조.
4 평면 조작 (회전): 45° 또는 60°로 전체 패널 추가. 동적 긴장감; 직교 그리드의 파괴.
5 복합 조합: 전체, 반, 곡선, 회전 패널 결합. 레이어링; 현상적 투명성.
6 분리: 기둥 프레임에서 떨어져 시스템 배치 (접촉하지 않음). 요소 간의 긴장; 근접성을 통한 공간 정의.
7 볼륨 도입: 다양한 크기의 볼륨(정육면체, 원, 삼각형) 생성 및 결합. 매스(Mass)와 볼륨; 포지티브/네거티브 공간.
8 순환: 계단과 경사로(직선, U형, 원형) 구축. 공간을 통한 움직임; 수직적 연결.

 

표현의 삼각구도

이 연습은 세 가지 표현 방식 사이의 끊임없는 번역을 요구한다.18

  • 평면: 순차적인 디자인 결정이 이루어지는 개념적 "게임판".7
  • 축측투영(Axonometric): 헤이덕은 공간을 평평하게 만들어 구성의 2차원적이고 추상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특정 90도 또는 등각투영법을 선호했다. 이는 큐비즘의 얕은 공간감과 유사하며, 평면 다이어그램의 개념적 우선순위를 강화한다.1
  • 모델: 2차원에서 개발된 공간적 아이디어를 3차원으로 검증하는 도구. 이는 "제작의 아이디어"와 드로잉의 물리적 함의를 드러낸다.18

 

IV. 교육학에서 실무로: 헤이덕 작품 속의 그리드

 

이 섹션에서는 나인 스퀘어 그리드가 단지 교육 도구에 그치지 않고, 10년 이상에 걸친 헤이덕 자신의 건축적 탐구의 생성적 핵심이었음을 보여준다. 그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통해 그리드의 논리가 어떻게 탐구되고, 질문을 던지고, 궁극적으로 초월되었는지를 추적할 것이다.

 

텍사스 하우스 (1954-1963): 연구로서의 그리드

헤이덕의 일곱 채의 "텍사스 하우스(Texas Houses)"는 나인 스퀘어 그리드의 제약 조건 내에 잠재된 공간적 가능성을 직접적이고 엄격하게 탐구한 결과물이다.7 이 프로젝트들은 그가 새롭게 시작한 교육학적 초점의 이론적 토대를 스스로 명확히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7 각 주택은 주제에 대한 변주로서, 수평적 요소(대지, 평면, 지붕)와 수직적 요소(기둥 그리드, 수직면) 사이의 관계를 방법론적으로 탐구한다.21 이 연작은 헤이덕이 자신의 교육적 연습 과제를 건축 연구의 한 형태로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하우스 (1962-1967): 장(Field)의 회전

이 연작은 나인 스퀘어 문제로부터의 비판적 진화, 즉 "갑작스러운 이탈(sudden drift)"을 보여준다.23 헤이덕은 기둥과 평면으로 이루어진 직교 그리드를 가져와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다이아몬드 형태 캔버스에서 영감을 받아 전체 캔버스를 45도 회전시킨다.1 이 회전은 원래 그리드의 안정적이고 위계적인 공간을 깨뜨리고, 주변부의 긴장을 고조시키며, 평면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장(field)을 암시한다.1 이 프로젝트는 새롭게 회전된 장 안에서 기둥(하우스 A), 평면(하우스 B), 그리고 생물 형태의 형상(뮤지엄 C)이 갖는 형식-공간적 가능성을 탐구한다.23

 

월 하우스 (1968-1974): 그리드의 폭발

월 하우스(Wall House) 연작은 그리드 논리의 정점이자 급진적인 해체를 의미한다. 그리드가 요소들을 일관된 전체로 통합했다면, 월 하우스는 그것들을 폭발시킨다.24 기능적 구성 요소(방)들은 서로 분리된 개별적인 생물 형태의 볼륨으로 고립되어, 하나의 지배적이고 독립적인 벽에 매달려 있다.1 한때 그리드 안의 하나의 요소에 불과했던 벽은 이제 주된 조직의 기준점으로 격상된다. 즉, 주택의 파편들을 분리하는 동시에 연결하는 "통과의 선"이자 "현재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25

헤이덕의 건축적 진화는 나인 스퀘어 그리드의 진정한 힘이 그것이 만들어낸 해결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노출시킨 새롭고 더 복잡한 문제들에 있었음을 드러낸다. 그의 경력은 그리드 자체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읽을 수 있다. 텍사스 하우스는 그리드의 규칙 내에서 한계를 탐구했다. 이들은 시스템을 완성했지만, 동시에 정면성, 층화, 안정된 중심이라는 내재적 제약을 드러냈다.21 다이아몬드 하우스는 이러한 제약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었다. 45도 회전은 그리드로부터 물려받은 "정면성과 공간의 수평적 층화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고안된 구체적인 건축적 '수(move)'였다.23 그리드가 안정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다이아몬드 하우스는 회전을 해결책으로 제안한 것이다. 월 하우스는 그리드가 제기한 더 깊은 문제, 즉 연결 자체의 본질에 응답한다. 그리드는 요소들(기둥, 벽, 공간)을 긴장감 있는 통합된 장 안에 유지한다. 월 하우스는 "이 연결들을 끊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다. 그것은 그리드의 구성 요소들을 원자화하고, 단일한 벽에 의해 조직된 새롭고 급진적인 위계 속에서 재조립한다.25 따라서 헤이덕의 작품 세계는 그리드로부터의 선형적인 발전이 아니라, 그것과의 변증법적 관계 맺음이다. 그리드는 기초적인 정립(thesis)이었고, 이는 다이아몬드 회전이라는 반정립(antithesis)을 낳았으며, 최종적으로 월 하우스라는 급진적인 새로운 종합(synthesis)으로 이어졌다.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그의 초기 경력 전체를 위한 문제 생성 엔진이었던 것이다.

 

V. 본질적인 해답: 로나 맥뉴어와 문제의 신격화

 

이 섹션에서는 1976년 로나 맥뉴어(Lorna McNeur)의 학생 작품이 갖는 독특한 위상을 분석한다. 헤이덕은 이 작품을 "본질적인(quintessential)" 해답이라고 칭하며, 그 이후로는 이 문제를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고 공언했다. 이 사례 연구는 그녀의 해석이 왜 그토록 결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는지 탐구한다.

 

맥락

1976년, 쿠퍼 유니언(The Cooper Union) 1학년이었던 로나 맥뉴어는 나인 스퀘어 그리드 문제에 대한 모델을 제작했다.28

 

헤이덕의 선언

그녀의 작품이 "본질적인 나인 스퀘어 그리드 해답"이라는 헤이덕의 발언은 이 연습의 역사에서 중추적인 순간이다.28 이는 그의 관점에서 이 문제의 교육학적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되고 소진되었음을 시사한다.

 

'본질적' 특성의 분석

시각 자료가 제한적이지만, 그녀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종합해 보면, 맥뉴어 자신은 1년간의 탐구를 "건축의 신비로운 구조를 이루는 단일 요소들의 단순함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31 그녀의 해답은 아마도 이 연습의 핵심 목표들을 완벽하게 종합한 것으로 보인다.

  • 통사론적 명료성: 기본 요소들(그리드, 프레임, 기둥, 보, 패널) 사이의 명확하고 판독 가능한 관계.10
  • 공간적 복잡성: 현상적 투명성의 본질인 다층적이고 모호하며 상호 관입하는 공간의 성공적인 창출.7
  • 형식적 무결성: "그것이 탄생한 생각의 무결성을 존중하는" 디자인으로, 문제의 이론적 토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줌.31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된 이 모델은 "지속적인 적합성과 지적 엄격함"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29

맥뉴어의 프로젝트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종결점에 이를 정도로 완성시켰다. 이 작품은 궁극적인 교육적 사례가 되었고, 열린 탐구였던 연습 과제를 정전(canonical)적인 답을 가진 해결된 문제로 변모시켰다. 교육학적 문제는 다양한 탐구를 생성하는 한 '살아있다'. 그러나 헤이덕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고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29 이는 맥뉴어의 모델이 그가 가르치고자 했던 모든 원리를 너무나 완벽하게 구현하여, 문제에 내재된 모든 암묵적인 질문에 사실상 답을 해버렸음을 시사한다. 이로써 이 프로젝트는 질문이 아닌 사례가 되었다. "그리드 안에서 가능한 공간적 관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하나의 정답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신격화는 역설적으로 이후 다른 학교에서 이 연습이 희석되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 '완벽한' 해답이 존재하게 되면, 연습은 발견의 행위가 아닌 모방의 행위가 될 위험에 처한다. 이를 인지한 헤이덕은 이제 규범화된 나인 스퀘어 그리드를 뒤로하고 새로운 교육학적 문제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VI. 전파, 변형, 그리고 비판

 

이 섹션에서는 나인 스퀘어 그리드가 텍사스 대학교와 쿠퍼 유니언을 넘어 전 세계 건축 교육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 유산을 검토한다. 이 연습이 어떻게 각색되고 재해석되었는지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것이 지닌 지속적인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다.

 

세계적인 채택과 다양한 해석

1970년대부터 이 연습은 전 세계 건축대학에서 1학년 스튜디오 과제로 널리 복제되었다.10 그러나 교육학적 해석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종종 팔라디오 및 콜린 로와의 연결점, 즉 건축사와의 깊고 모호한 관계가 제거된 채, 순전히 형식적이고 비역사적인 구성 연습으로 가르쳐졌다.10 이는 "이 다이어그램 형태의 생존과 회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11

교육학에 대한 비판적 평가

  • 강점: 이 연습은 그리드, 프레임, 기둥, 보, 패널 등 기본적인 건축 어휘와 공간 구성 개념을 소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10 또한 2차원과 3차원 표현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번역하는 학생의 능력을 구축하고 모델 제작 기술을 향상시킨다.19
  • 약점과 이분법: 비평가들은 이 연습이 이론적 입력에 의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직관적이고 개념적인 형태 제작 방식을 조장한다는 중심적인 이분법을 지적한다.19 사회적, 환경적, 기능적 제약과 같은 현실 세계의 제약으로부터 추상화되었다는 점은 중요한 한계로 간주된다.1 이는 지나치게 형식주의적이고 자기참조적인 시스템으로 인식될 수 있다.11

디지털 시대의 그리드: 현대적 재해석

현대에는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이 연습을 업데이트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인 큐브 VR(Nine Cube VR)"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34 이러한 접근법은 전통적인 방법의 몇 가지 한계를 해결한다. 물리적 모델 제작의 지루함을 극복하고, 더 빠른 반복 작업을 가능하게 하여 공예 기술보다는 아이디어 구상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34 결정적으로, 가상현실(VR)은 학생의 "공간적 현존감(spatial presence)"을 향상시켜, 소규모 추상 모델과 실제 규모의 건축 공간 경험 사이의 간극을 메워준다. 이는 원래 연습이 지닌 핵심적인 교육학적 과제 중 하나였다.34

 

VII. 결론: 추상적 통사론에서 서사적 크로노토프로

 

이 보고서는 나인 스퀘어 그리드의 궁극적인 중요성이 헤이덕의 전 작업 세계를 위한 기초 문법으로서의 역할에 있음을 주장하며 결론을 맺는다. 그리드를 통해 개발된 추상 언어는 그의 후기 경력에 나타나는 복잡하고 시적이며 서사적인 건축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었다. 이러한 전환은 "크로노토프(chronotope)"라는 이론적 렌즈를 통해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

 

기초 언어로서의 그리드

결론적으로,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헤이덕에게 있어 "기본적인 건축 구성 방법(Basic architectonic construction method)"이었다.2 그 목적은 건축을 본질적인 요소로 환원한 다음, 그 재조립을 탐구하여 견고하고 유연한 건축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었다.2 통사론과 형식적 관계에 기반을 둔 이 언어는 이후 모든 작업의 필수적인 토대가 되었다.

 

서사로의 도약: 가면극(Masques)

결론은 헤이덕의 후기 작업, 특히 '가면극'(예: 랭커스터/하노버 가면극, 베를린 가면극, 희생자들)으로 전환된다.35 이 프로젝트들은 깊이 있는 서사적, 시적, 우화적 성격이 특징이다. 이들은 특정하고 종종 역사적으로 의미심장한 풍경 속에서 의식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등장인물"과 "객체"들로 채워져 있다.36

 

둘의 종합: 헤이덕의 크로노토프

그리드의 추상적 형식주의와 가면극의 풍부한 서사 사이의 명백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이 보고서는 K. 마이클 헤이스(K. Michael Hays)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문학 개념인 "크로노토프"를 헤이덕의 작업에 적용한 것을 소개한다.43 크로노토프는 서사에서 시간(chronos)과 공간(topos)의 본질적인 융합을 의미하며, 여기서 공간은 시간, 줄거리, 역사의 움직임으로 채워진다.47

이 틀 안에서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헤이덕의 토포스(topos), 즉 순수하고 추상적이며 비시간적인 공간과 그곳에 거주하는 본질적인 등장인물(기둥, 벽, 면)의 개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무엇"과 "어디"를 설정한다. 반면, 가면극은 크로노스(chronos), 즉 서사, 시간, 기억, 의식의 도입을 의미한다. 헤이덕은 그리드에서 단련된 추상적 등장인물들을 가져와 그들이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는 특정 시공간인 "크로노토프"에 배치한다.44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형식주의자 헤이덕과 시인 헤이덕 사이의 잘못된 이분법을 해소한다. 이는 일관된 평생의 작업을 드러낸다. 나인 스퀘어 그리드는 알파벳과 문법을 공들여 창조하는 과정이었으며, 헤이덕은 후기 경력에서 이를 사용하여 삶, 죽음, 기억, 그리고 인간 조건에 대한 심오한 건축적 시를 썼다. 그리드는 끝이 아니라, 필수적인 시작이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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