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건축사학의 인식론적 전환과 네트워크 토폴로지

21세기 건축사학은 근본적인 인식론적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인 건축 역사가 '거장(Master)'과 '명작(Masterpiece)'을 중심으로 한 선형적이고 계보학적인 서술에 의존해왔다면,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 DH)의 부상은 이러한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건축은 본질적으로 복합적인 학문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건축가의 창의성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자본, 시공자의 기술, 법적 규제, 당대의 지배적인 이론적 담론, 그리고 건물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 효용(Utility)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다차원적인 관계를 텍스트 중심의 선형적 서술로 포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본 보고서는 "건축 지식 그래프(Architectural Knowledge Graph)"의 구축을 통해 건축 담론, 인물, 이론, 작업, 효용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시각화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이는 단순한 아카이브의 디지털화를 넘어, 역사적 데이터의 위상학적(Topological)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문학 공화국 지도(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나 MoMA의 '추상 발명(Inventing Abstraction)'과 같은 선구적인 프로젝트들이 예술과 지성사에서 보여준 네트워크 분석의 가능성을 건축 분야로 확장하여, 텍스트와 이미지, 공간 데이터가 결합된 새로운 데이터 모델링을 제안한다.

특히 본 연구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담론 분석과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을 이론적 토대로 삼아, 건축의 '효용'이 단순한 기능적 요구사항이 아니라 네트워크 내에서 다른 행위자들을 연결하고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행위자(Actant)'임을 규명한다.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건축의 맥락에서 나타나는 '압축적 근대화'와 '초국가적 영향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 스키마와 구현 단계를 상세히 기술한다. 이는 건축 이론가, 역사학자, 데이터 과학자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건축 비평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이론적 배경: 구조주의적 분석과 탈구조주의적 비평의 융합

디지털 시각화 방법론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가 담아낼 '역사'와 '비평'의 본질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어떤 데이터를 노드(Node)와 엣지(Edge)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1 만프레도 타푸리의 '역사적 프로젝트'와 디지털 비평

이탈리아의 건축 역사학자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가 제시한 '역사적 프로젝트(Historical Project)'와 '조작적 비평(Operative Criticism)'의 구분은 디지털 데이터 모델링에 있어 핵심적인 준거틀을 제공한다.1

  • 조작적 비평(Operative Criticism)의 함정: 타푸리는 역사를 현재의 건축적 실천이나 특정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조작적 비평'이라 비판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건축의 특정 요소를 현대 모더니즘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차용하는 태도이다. 디지털 시각화에서 이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특정 건축가나 유파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그들의 영향력을 과장하거나,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단순한 '영향 관계(Influenced by)'로 환원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3
  • 역사적 프로젝트(The Historical Project): 타푸리가 제안한 '역사적 프로젝트'는 건축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적 생산 조건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건축가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 의도가 좌절되는 과정, 자본과 제도의 압력, 그리고 '위기'와 '단절'의 순간들을 포함한다. 디지털 방법론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실현되지 않은 계획(Unbuilt Projects)', '실패한 공모전', '비판적 텍스트' 등을 동등한 데이터 노드로 취급해야 한다.4

디지털 네트워크는 타푸리가 추구했던 '탈신비화'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천재 건축가'라는 단일 노드를 해체하여, 그를 둘러싼 수많은 협력자, 엔지니어, 비평가, 그리고 제도적 장치들의 네트워크로 환원함으로써 건축 생산의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성격을 드러낼 수 있다.

2.2 푸코의 담론 형성과 지식의 고고학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지식의 고고학』은 건축 '이론'과 '텍스트'를 데이터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방법론적 기초를 제공한다. 푸코에게 지식은 진리의 점진적 축적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무엇이 말해질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담론적 형성(Discursive Formation)'의 규칙들이다.6

  • 진술(Statement)의 데이터화: 푸코의 분석 단위인 '진술'은 디지털 텍스트 마이닝의 기본 단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960년대 한국 건축 담론에서 "전통"이라는 키워드가 "현대화"와 결합되는 빈도와 패턴, 그리고 1990년대에 이르러 "정체성"이나 "글로벌리즘"과 결합되는 패턴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담론의 구조적 변동을 시각화할 수 있다.8
  • 아카이브의 재정의: 푸코는 아카이브를 물리적 문서 저장소가 아니라 '진술이 출현하고 작동하는 규칙의 체계'로 정의했다.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는 메타데이터(저자, 날짜, 출판사, 인용 관계)를 통해 이 규칙의 체계를 구조화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문학 공화국 지도' 프로젝트가 볼테르나 로크의 편지 내용을 넘어서 편지의 유통 경로와 빈도를 통해 계몽주의의 지형도를 그려낸 것은 푸코적 아카이브 분석의 디지털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9

2.3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NT)과 비인간 행위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은 건축의 '작업(Work)'과 '효용(Utility)'을 네트워크에 통합하는 데 결정적인 이론적 도구를 제공한다. ANT는 사회를 인간들만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Non-human) 사물들이 맺는 이질적인 연결망으로 파악한다.11

  • 대칭성(Symmetry) 원칙: 건축 네트워크에서 '건축가(인간)'와 '콘크리트(재료)', '법규(제도)', 'CAD 소프트웨어(도구)'는 분석적으로 동등한 행위자(Actant)로 취급된다. 예를 들어, 자하 하디드의 초기 비정형 디자인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천재성뿐만 아니라 'CATIA'라는 항공우주 소프트웨어, 그리고 복잡한 형상을 시공할 수 있는 'CNC 밀링' 기술이 네트워크에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 변역(Translation): 건축은 아이디어가 도면으로, 도면이 시방서로, 시방서가 건물로 변환되는 긴 '변역'의 사슬이다. 디지털 시각화는 이 변역의 과정을 추적해야 한다. '효용' 역시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네트워크 내에서 번역되는 과정이다. 1920년대의 '기능(Function)'이 기계적 효율성을 의미했다면, 현대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효용은 에너지 효율 등급, 탄소 발자국 데이터, 친환경 자재 등의 비인간 행위자들과 연결되며 그 의미가 재구성된다.13

2.4 데카르트적 시각화 대 위상학적 시각화

전통적인 건축 비평은 종종 '데카르트적(Cartesian)' 사고에 기반한다. 이는 명확한 분류, 이분법적 대립(형태 대 기능, 구조 대 장식), 그리고 시각 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반면, 팔라스마(Juhani Pallasmaa)와 같은 현상학적 비평가들은 이러한 데카르트적 시각이 건축의 다감각적이고 체험적인 본질을 소외시킨다고 비판해왔다.15

디지털 네트워크 시각화는 본질적으로 '반(反)데카르트적'이거나 '비(非)유클리드적'인 특성을 가진다. 네트워크 그래프에서 두 노드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관계의 강도(Topology)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한 '리좀(Rhizome)' 구조와 유사하며, 중심과 주변이 없고, 언제든 새로운 연결이 생성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는 특히 서구 중심의 선형적 발전 모델로는 설명하기 힘든 동아시아의 '압축적 근대화'나 혼종적인 건축 양상을 분석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17


3. 선행 프로젝트 사례 심층 분석: 방법론의 벤치마킹

본 연구를 위한 방법론적 통찰을 얻기 위해, 디지털 인문학 및 예술사 분야의 주요 선행 프로젝트들을 심층 분석한다.

3.1 스탠포드 대학: 문학 공화국 지도 (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

이 프로젝트는 1500년부터 1800년 사이 계몽주의 지식인들의 서신 교환 네트워크를 시각화한 기념비적인 연구이다.9

  • 데이터 구조: 서신의 내용(Content)보다는 메타데이터(발신자, 수신자, 날짜, 발신지, 수신지)에 집중했다. 이는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지식의 '유통'과 '관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 시각화 도구: 프로젝트 팀은 Palladio라는 자체 도구를 개발하여, 복잡한 역사적 데이터를 지도(Map)와 네트워크(Graph), 시계열(Timeline)로 동시에 시각화할 수 있게 했다.
  • 건축학적 함의: 건축 역시 '도면'과 '저널'이라는 매체를 통해 국경을 넘어 유통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김수근의 '공간(SPACE)' 사옥이 한국 건축계의 허브가 되었던 현상이나, 르 꼬르뷔지에의 '신건축을 향하여'가 일본과 한국의 건축가들에게 전파된 경로를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이는 '영향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전파 경로'로 데이터화하는 모델을 제시한다.19

3.2 MoMA: 추상의 발명 (Inventing Abstraction, 1910–1925)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이 전시는 추상 미술의 탄생이 고립된 천재들의 작업이 아니라, 84명의 예술가들 간의 긴밀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산물임을 보여주었다.21

  • 네트워크 정의: 큐레이터들은 "당신은 이 사람을 아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구체적인 증거(함께 전시함, 편지를 주고받음, 같은 잡지에 기고함)를 바탕으로 엣지(Edge)를 생성했다.
  • 시각화 결과: 칸딘스키(Kandinsky)와 같은 인물이 네트워크의 중심(Hub)에 위치함이 드러났고, 알프레드 바(Alfred Barr)의 유명한 1936년 다이어그램(순서도 형식)을 현대적인 네트워크 그래프로 재해석했다.
  • 비판 및 교훈: 이 그래프는 모든 관계를 동일한 두께의 선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계의 '질'과 '강도'를 평면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건축 지식 그래프를 구축할 때는 단순한 연결 유무를 넘어, 관계의 성격(스승-제자, 고용-피고용, 비판-방어)과 강도(가중치)를 명확히 구분하는 스키마가 필요하다.23

3.3 동아시아 및 건축 특화 프로젝트

  • Repertorium Academicum Germanicum (RAG): 중세 독일 학자들의 생애와 이동 경로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지식인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복원한 프로젝트이다. 이는 인명 사전과 연대기를 기반으로 건축가의 생애 주기와 활동 반경을 시각화하는 데 참고가 된다.25
  • TLCMap (Time-Layered Cultural Map): 호주 인문학계에서 사용되는 시공간 매핑 도구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문화유산의 변화를 추적한다. 건축물의 생애주기(설계-시공-증축-철거)를 시각화하는 데 유용한 참조 모델이다.26
  • 온톨로지 기반 3D 재구성(OntoHistArch): 건축 역사 연구와 3D 모델링을 결합하려는 시도로, 건물의 물리적 형상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역사적 해석과 불확실성까지 메타데이터로 기술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27

4. 데이터 구조 설계 및 온톨로지 구축

성공적인 시각화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담을 그릇, 즉 온톨로지(Ontology)와 스키마(Schema)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본 연구는 문화유산 데이터의 국제 표준인 **CIDOC CRM (ISO 21127)**을 기반으로 하되, 건축 담론의 특수성을 반영한 확장 모델을 제안한다.29

4.1 핵심 엔티티 (Nodes) 정의

네트워크의 결절점이 될 주요 엔티티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엔티티 클래스 (Entity) CIDOC 매핑 설명 및 예시 (한국/동아시아 맥락)
인물 (Actor) E39 Actor 건축가, 비평가, 이론가, 클라이언트, 엔지니어 등.

예: 김수근, 김중업, 이소자키 아라타, 배형민
작업 (Work) E22 Man-Made Object 실현된 건물, 계획안(Unbuilt), 파빌리온, 도시 계획.

예: 세운상가, 공간사옥, 나카긴 캡슐 타워
텍스트 (Text) E73 Information Object 저널 기사, 단행본, 선언문, 도면, 심포지엄 자료.

예: 월간 『공간(SPACE)』, 『신건축』, 대한건축학회논문집(JAIK)
개념/이론 (Concept) E28 Conceptual Object 건축 이론, 양식, "주의(-ism)", 설계 방법론.

예: 메타볼리즘, 비판적 지역주의, 한국성, 네거티브리즘
이벤트 (Event) E5 Event 전시회, 공모전, 학술대회, 그룹 결성.

예: 4.3 그룹 결성, 2014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장소 (Place) E53 Place 작업의 위치, 인물의 활동 거점, 학교 소재지.

예: 서울, 도쿄, 르 꼬르뷔지에 아틀리에(파리)
효용 (Utility) E55 Type (확장) 건물의 프로그램, 사회적 기능, 성능 목표.

예: 집합주거, 도시 재생, 친환경 인증, 재난 방재

4.2 관계 서술어 (Edges) 설계

단순한 연결을 넘어 의미론적 관계를 명시하기 위해 방향성과 속성을 가진 엣지를 정의한다. 이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예: Neo4j)에서 '관계 유형(Relationship Type)'으로 구현된다.31

  1. 생산 관계 (Production):
  • (:인물)-->(:작업)
  • (:인물)-->(:텍스트)
  • (:인물)-->(:그룹/저널)
  1. 지적 계보 (Intellectual Lineage):
  • (:인물)-->(:인물) (스승-제자 관계, 예: 김수근 -> 승효상)
  • (:인물)-->(:인물) (영향 관계)
  • (:인물)-->(:장소/학교) (예: 서울대 -> 미네소타 대학 연수)
  1. 담론적 행위 (Discursive Action):
  • (:텍스트)-->(:작업/이론) (비판)
  • (:텍스트)-->(:개념) (개념 도입)
  • (:개념)-->(:개념) (대립 관계, 예: 모더니즘 <-> 포스트모더니즘)
  1. 효용의 연결 (Utility Linkage):
  • (:작업)-->(:효용) (기능 수행)
  • (:이론)-->(:효용) (특정 효용 옹호, 예: 기능주의 -> 효율성)
  • (:효용)-->(:효용) (효용 개념의 변화, 예: 위생 -> 웰빙)

4.3 '효용(Utility)'의 데이터 모델링 전략

사용자가 특별히 요청한 '효용'은 건축에서 추상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이다. 이를 데이터화하기 위해 세 가지 층위로 접근한다.

  • 프로그램적 효용: 가장 기초적인 층위로, 건물의 용도(주거, 업무, 문화)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1970년대 한국에서 주거(효용) 프로젝트에 주로 적용된 이론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33
  • 사회적/담론적 효용: 건축가가 주장하는 효용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위생적인 삶'이라는 효용으로 포장되었다.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위생", "효율", "커뮤니티"와 같은 키워드를 추출하여 효용 노드로 설정한다.
  • 성능적 효용 (ANT 관점): 현대 건축에서 효용은 에너지 효율, 탄소 배출량 등 정량적 데이터로 나타난다.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데이터나 친환경 인증 등급을 속성값으로 포함시켜, 이론적 담론과 실제 성능 간의 괴리를 시각화할 수 있다.

5. 구현 단계: '빌드 오더(Build Order)'

이론과 설계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기 위한 단계별 로드맵이다. 게임 전략 용어인 '빌드 오더'를 차용하여 순차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강조한다.34

1단계: 범위 설정 및 코퍼스 구축 (개월 1-3)

  • 목표: 분석 대상이 되는 "담론의 우주"를 정의한다.
  • 작업:
  • 핵심 저널 선정: 한국의 『공간(SPACE)』(1966~현재), 『건축(JAIK)』, 일본의 『신건축(Shinkenchiku)』, 『JA』 등 동아시아 주요 저널의 디지털 아카이브 확보.35
  • 주요 인물 리스트 작성: 프리츠커상 수상자, KIA(한국건축가협회) 수상자, 주요 대학 교수진 등 약 100~200명의 핵심 액터 선정.
  • 도구: Zotero (서지 관리), Tropy (이미지 자료 관리).

2단계: 데이터 추출 및 정제 (개월 4-9)

  • 목표: 비정형 텍스트(논문, 기사)를 정형 데이터(그래프)로 변환한다.
  • 작업:
  • OCR 및 텍스트화: 스캔된 PDF를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
  • 개체명 인식 (NER): Python 라이브러리(spaCy, HuggingFace 등)를 활용하여 텍스트에서 인물, 건물명, 장소, 이론 용어를 자동 추출한다. 건축 도메인에 특화된 사용자 사전(Dictionary) 구축이 필수적이다.37
  • 관계 추출: "A는 B를 비판했다", "C는 D를 설계했다"와 같은 서술어 패턴을 학습시켜 엣지를 생성한다.
  • 인간 검증 (Human-in-the-Loop): 자동 추출된 데이터의 오류를 건축사 전공자들이 검수한다. 특히 '영향을 받았다'와 같은 모호한 관계를 명확히 정의(직접 사사, 단순 인용 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단계: 지식 그래프 저장소 구축 (개월 10-12)

  • 목표: 데이터를 쿼리 가능한 형태로 저장한다.
  • 기술 스택: Neo4j가 가장 적합하다. 속성 그래프(Property Graph) 모델을 지원하여 엣지에 다양한 속성(날짜, 출처, 가중치)을 부여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39
  • 데이터 주입: CSV나 JSON 형태로 정제된 데이터를 Cypher 쿼리를 통해 Neo4j에 로드한다.
  • 엔티티 해결 (Entity Resolution): "김수근", "Kim Swoo-geun", "S.G. Kim" 등 동일 인물의 다양한 표기를 하나의 노드로 통합한다.

4단계: 네트워크 분석 및 시각화 (개월 13-16)

  • 목표: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하고 시각화한다.
  • 분석 지표:
  • 매개 중심성 (Betweenness Centrality): 서로 다른 그룹(예: 학계와 실무계,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브로커' 인물을 식별한다. 잡지 편집장이나 큐레이터가 종종 높은 값을 가진다.
  • 커뮤니티 탐지 (Community Detection): Louvain 알고리즘 등을 사용하여 담론의 '파벌'이나 '학파'를 자동으로 분류한다.
  • 시각화 도구:
  • Gephi: 대규모 네트워크의 구조적 분석과 고품질 정적 이미지 생성에 탁월하다.39
  • D3.js / Cytoscape.js: 웹 기반의 인터랙티브 시각화를 구현하여 사용자가 직접 노드를 클릭하고 탐색할 수 있게 한다.41

6. 동아시아 건축 담론의 특수성과 적용 사례

본 방법론을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의 건축 상황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특수성과 기대되는 통찰은 다음과 같다.

6.1 '압축적 근대화'와 비선형적 계보

한국의 근대화는 식민 지배, 전쟁, 급속한 경제 성장이 중첩된 '압축적'이고 '단절적'인 과정을 겪었다. 배형민(Pai Hyungmin) 교수가 지적하듯, 이는 서구의 순차적인 발전 모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43

  • 시각화 전략: 네트워크 그래프에서 시간축을 압축하거나 중첩시켜, 서로 다른 시대의 양식이나 이론(예: 전근대적 장인 정신과 포스트모던한 해체주의)이 동시대에 공존하며 경쟁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시각화해야 한다.
  • 단절의 표현: 6.25 전쟁이나 식민지 시기의 단절을 그래프 상의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으로 표현하거나, 그 공백을 메우는 소수의 연결자(예: 일본 유학파 건축가)들의 역할을 부각할 수 있다.

6.2 초국가적 네트워크와 '미네소타 프로젝트'

한국 현대 건축의 형성과정에서 미국의 영향은 결정적이었다. 전후 서울대학교 공대 교수진이 미국 미네소타 대학으로 연수를 다녀온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한국 건축 교육에 미국의 공학적 합리주의와 기능주의를 이식한 핵심적인 '엣지(Edge)'이다.45

  • 데이터 모델링: (:인물)-->(:이벤트 "미네소타 프로젝트") 관계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한국의 학제와 실무에 미친 영향을 네트워크 확산 모델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건축의 '효용' 개념이 어떻게 공학적 효율성 중심으로 형성되었는지 계보를 추적할 수 있다.

6.3 저널과 아틀리에: 담론의 허브

일본의 '탄게 겐조 연구실(Tange Lab)'이나 한국의 '공간(SPACE) 그룹', '4.3 그룹'은 단순한 조직을 넘어 담론 생산의 허브 역할을 했다.46

  • 허브 분석: 탄게 겐조를 중심 노드로 놓고 이소자키 아라타, 구로카와 기쇼, 마키 후미히코 등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형 네트워크는 '메타볼리즘'이라는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분화되었는지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김수근과 『공간』지를 중심으로 예술가, 문인, 건축가가 얽힌 학제간 네트워크를 시각화함으로써 건축이 문화 전반에 미친 영향을 규명할 수 있다.

6.4 주거 유형과 '아파트' 담론

한국 건축에서 '아파트(Danji)'는 가장 강력한 효용의 대상이자 비판의 대상이다.

  • 효용의 변화 추적: 1960-70년대에는 '조국 근대화'와 '생활 혁명'이라는 키워드(노드)가 아파트와 연결되었다면, 1990년대 이후에는 '자산 가치', '획일성 비판', '커뮤니티 부재' 등의 키워드로 연결망이 재편된다.33 이러한 키워드 네트워크의 시계열적 변화를 통해 '아파트'라는 건축 유형의 사회적 위상 변화를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7. 결론: 데이터로 그리는 건축의 지형도

본 연구에서 제안한 디지털 인문학적 방법론은 건축사를 텍스트의 나열이 아닌, 관계의 총체로 재구성하는 시도이다. 타푸리의 비판적 역사 인식라투르의 네트워크 이론그래프 데이터베이스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가시화되지 않았던 연결의 발견: 거장 중심의 역사에서 배제되었던 엔지니어, 관료, 비평가, 그리고 '효용'과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의 역할을 복원할 수 있다.
  2. 동아시아 건축의 독자적 근대성 규명: 서구 중심의 이론 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과 동아시아의 압축적이고 혼종적인 건축 발전 과정을 데이터 구조 그 자체로 입증할 수 있다.
  3. 실천적 도구로서의 역사: 구축된 지식 그래프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실무 건축가들에게도 유용한 '레퍼런스 엔진'이 될 수 있다. 과거의 건축가들이 특정 '효용'의 문제를 어떤 '이론'과 '형태'로 해결했는지 검색하고 탐색함으로써, 역사를 현재의 창작을 위한 능동적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의 연결을 통해 건축의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아카이브'의 모델이 될 것이다.


부록: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예시 (Cypher Query Style)

 

Cypher



// 노드 생성 예시: 건축가 김수근
CREATE (a:Architect {name: "Kim Swoo-geun", birth: 1931, death: 1986, nationality: "Korea"})

// 노드 생성 예시: 작업 세운상가
CREATE (w:Work {title: "Sewoon Sangga", year_completed: 1968, location: "Seoul"})

// 노드 생성 예시: 이론 메가스트럭처
CREATE (c:Concept {term: "Megastructure", origin: "Global/Japan"})

// 관계 생성: 설계
CREATE (a)-->(w)

// 관계 생성: 이론적 영향 (효용의 연결)
CREATE (w)-->(c)
// 세운상가는 메가스트럭처 이론의 '도시적 효율성'과 '복합 용도'라는 효용을 구현함

// 관계 생성: 담론적 비판
CREATE (t:Text {title: "Mega-City and its Shadows"})-->(w)

위와 같은 정형화된 데이터 스키마는 향후 AI 기반의 건축 분석이나 시맨틱 웹(Semantic Web)과의 연동을 위한 기초 자산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1. rivista di geoarchitettura a magazine of geoarchitecture - I.R.I.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iris.uniroma1.it/retrieve/e383531a-e764-15e8-e053-a505fe0a3de9/Scatena_%20Freedoms-park_2018.pdf
  2. doubling: ―italy, the new domestic landscape‖ as a historical project,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etd.lib.metu.edu.tr/upload/12610473/index.pdf
  3. Architecture and Utopia: Design and Capitalist Development: MANFREDO TAFURI. The MIT Press, 1976, 184 pages, 36 black and whit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pdf/10.1080/10464883.2013.767143?needAccess=true
  4. The Historical Project of “Modernism”: Manfredo Tafuri's Metahistory of the Avant-Gard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ojs.zrc-sazu.si/filozofski-vestnik/article/download/3038/2784/7905
  5. Manfredo Tafuri's notion of history and its methodological sources : from Walter Benjamin to Roland Barthes - DSpace@MIT,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dspace.mit.edu/handle/1721.1/13110
  6. From the Archive to the Computer: Michel Foucault and the Digital Humanities | Published in Journal of Cultural Analytic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culturalanalytics.org/article/55795-from-the-archive-to-the-computer-michel-foucault-and-the-digital-humanities
  7. From the Archive to the Computer: Michel Foucault and the Digital Humanities | Journal of Cultural Analytic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culturalanalytics.org/article/55795-from-the-archive-to-the-computer-michel-foucault-and-the-digital-humanities.pdf
  8. Foucault, the Digital Humanities, the Method - Genealogy+Critiqu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genealogy-critique.net/article/10313/galley/23026/download/
  9. 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 |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neh.gov/humanities/2013/novemberdecember/feature/mapping-the-republic-letters
  10. 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 – Contemporary Digital Humanities - eCampusOntario Pressbook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ecampusontario.pressbooks.pub/nudh1/chapter/mapping-the-republic-of-letters/
  11. (PDF) A REVIEW ON ACTOR-NETWORK THEORY AS A POTENTIAL TOOL FOR ARCHITECTURAL STUDIES - ResearchGat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51174859_A_REVIEW_ON_ACTOR-NETWORK_THEORY_AS_A_POTENTIAL_TOOL_FOR_ARCHITECTURAL_STUDIES
  12. Experiments of Network Literacy for Urban Designers: Bridging Information Design and Spatial Morphology - MDPI,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3-445X/14/9/1901
  13. Design for quiet living: tracing the development of projects in noise-affected areas with software-based data analysis and visualization,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pub.dega-akustik.de/ICA2019/data/articles/000707.pdf
  14. Translating actor-network theory: A methodology for the analysis of news stories on massiv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spectrum.library.concordia.ca/id/eprint/989954/3/Silva_PhD_S2022.pdf
  15. The poverty of embodiment in the work of Juhani Pallasmaa - UCL Press Journal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journals.uclpress.co.uk/amps/article/pubid/Archit_MPS-27-2/
  16. X—Disjunctivism and Cartesian Idealization | Proceedings of the Aristotelian Society | Oxford Academic,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academic.oup.com/aristotelian/article/122/3/218/6754865
  17. (PDF) From Cartesian to Topological Geometry: Challenging Flatness in Architectur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28641399_From_Cartesian_to_Topological_Geometry_Challenging_Flatness_in_Architecture
  18. Cartesian Enclosures: From Grid to Cloud - Archined,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archined.nl/2021/12/cartesian-enclosures-from-grid-to-cloud/
  19. Six Degrees of Voltaire |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neh.gov/humanities/2016/summer/feature/six-degrees-voltaire-how-computer-code-developed-study-the-enlightenment-connected-the-panama-pap
  20. Historical Research in a Digital Age: Reflections from the 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 Project - Moodle@Unit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moodle2.units.it/pluginfile.php/471503/mod_resource/content/1/Edelstein%20et%20al_Historical%20Research%20in%20a%20Digital%20Age_AHR_2017.pdf
  21. Innovation and Collaboration in Inventing Abstraction and Beyond - MoMA,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moma.org/explore/inside_out/2013/03/04/innovation-and-collaboration-in-inventing-abstraction-and-beyond/
  22. Inventing Abstraction, 1910–1925 - MoMA,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1273
  23. Digitisation takes in cultural collections -‐ objects, documents, catalogs, indices -‐ and extrude - Mitchell Whitelaw,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mtchl.net/assets/RepresentingDigitalColls-compact.pdf
  24. Between Nodes and Edges: Possibilities and Limits of Network Analysis in Art History - Purdue e-Pub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docs.lib.purdue.edu/cgi/viewcontent.cgi?article=1152&context=artlas
  25. Use Cases - nodegoat,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nodegoat.net/usecases
  26. Using TLCMap: Case Studies for Researchers | ARDC,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ardc.edu.au/resource/using-tlcmap-case-studies-for-researchers/
  27. OntoHistArch: an ontology for architectural historical research through digital reconstruction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zenodo.org/records/15834574
  28. OntPreHer3D: Ontology for Preservation of Cultural Heritage 3D Models - Peer Community Journal,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peercommunityjournal.org/articles/10.24072/pcjournal.608/
  29. CIDOC CRM: Hom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cidoc-crm.org/
  30. THE FUNCTION AND USE OF CIDOC CRM AND ITS EXTENSION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masa.hypotheses.org/files/2019/10/1.-CIDOC-CRM-Intro-5.pdf
  31. How to Build a Knowledge Graph in 7 Steps - Graph Database & Analytics - Neo4j,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neo4j.com/blog/graph-database/how-to-build-a-knowledge-graph-in-7-steps/
  32. Semantic Model vs Ontology vs Knowledge Graph: Untangling the latest data modeling terminology | by Cassi | Medium,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medium.com/@cassihunt/semantic-model-vs-ontology-vs-knowledge-graph-untangling-the-latest-data-modeling-terminology-12ce7506b455
  33. Full article: The emergence of architects as key players in Korea's rental housing landscap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467581.2025.2606476
  34. SC-Phi2: A Fine-Tuned Small Language Model for StarCraft II Build Order Prediction - MDPI,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673-2688/5/4/115
  35. Shop | a+u Architecture and Urbanism Magazin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au-magazine.com/shop/
  36. ARCHITECTURAL INSTITUTE OF KOREA,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eaaraik.org/
  37. The Construction of a Design Method Knowledge Graph Driven by Multi-Source Heterogeneous Data - MDPI,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6-3417/15/19/10702
  38. Building a Knowledge Graph: A Comprehensive End-to-End Guide Using Modern Tools | by Brian Curry - Medium,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medium.com/@brian-curry-research/building-a-knowledge-graph-a-comprehensive-end-to-end-guide-using-modern-tools-e06fe8f3b368
  39. Visualizing Historical Networks - Center for History and Economic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histecon.fas.harvard.edu/visualizing/index.html
  40. RDF vs. Property Graphs: Choosing the Right Approach for Implementing a Knowledge Graph - Neo4j,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neo4j.com/blog/knowledge-graph/rdf-vs-property-graphs-knowledge-graphs/
  41. Open Source Data Visualization Options: We Compare 5 Tools - Cambridge Intelligenc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cambridge-intelligence.com/open-source-data-visualization/
  42. 15 Best Graph Visualization Tools for Your Neo4j Graph Database,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neo4j.com/blog/graph-visualization/neo4j-graph-visualization-tools/
  43. Modern Architecture in Korea: Travels through Terra Incognita,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koreasociety.org/gallery-talks/2062-modern-architecture-in-korea-travels-through-terra-incognita
  44. Nayon Sung,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nayonsung.com/wp-content/uploads/2025/08/cv_nayonsung_2025_sep.pdf
  45. Journal of the Architectural Institute of Korea Planning & Design (대한건축학회논문집,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koreascience.kr/journal/DHGCCZ/v34n9.do
  46. The appearance of new architectural representation in Korean modern architecture in the late 19th and early 20th centuries - Taylor & Franci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467581.2025.2553033
  47. Modern Architecture in Southeast Asia, an Introduction. Asia, North-South-West-East - Docomomo Journal,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docomomojournal.com/index.php/journal/article/download/292/176/179
  48. The emergence of architects as key players in Korea's rental housing landscape - Taylor & Francis, 2월 8, 2026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pdf/10.1080/13467581.2025.2606476

 

 

1. 서론: 건축 담론의 지정학적 전환과 매체의 역할

21세기 건축 이론의 지형도는 과거 서구 중심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 체계에서 벗어나, 다층적이고 상호 참조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일본, 중국, 한국—는 더 이상 서구 모더니즘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고유한 도시화의 경험과 역사적 트라우마, 그리고 급진적인 기술 수용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비평 언어와 이론적 방법론을 생산하는 핵심 권역으로 부상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동아시아 권역의 건축 이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매개하고 생산하는 핵심 인프라인 건축 대학 학술지, 전문 저널, 그리고 출판사의 역할을 포괄적으로 조망한다.

건축 이론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학의 세미나실, 비평가의 원고, 그리고 무엇보다 잡지와 단행본이라는 물리적 매체를 통해 구체화된다. 매체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특정 시대의 건축적 가치를 선별하고, 담론의 위계를 설정하며, 나아가 '무엇이 건축인가'를 정의하는 투쟁의 장(battleground)이다. 일본의 『신건축(新建築)』이 구축한 정교한 기록의 아카이브, 중국의 『시대건축(Time + Architecture)』이 수행하는 학술적 전위의 역할, 그리고 한국의 『공간(SPACE)』과 최근의 독립 출판물들이 보여주는 비평적 분투는 각기 다른 사회적, 경제적 배경 속에서 건축 이론이 어떻게 생존하고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들이다.

본 연구는 최근 서구 건축계에서 제기된 '비평의 위기'와 '이론의 비겁함(Cowardice)'에 대한 논쟁1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러한 글로벌 쟁점이 동아시아의 구체적인 현실—초고밀도 도시화, 압축적 근대화, 국가 주도의 개발주의—속에서 어떻게 번역되고, 변용되며, 때로는 급진적으로 재해석되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케네스 프램튼(Kenneth Frampton)의 '비판적 지역주의(Critical Regionalism)',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와 크리스티안 노버그 슐츠(Christian Norberg-Schulz)의 '현상학(Phenomenology)', 그리고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의 '마르크스주의적 역사학'이 동아시아 3국의 이론가들에 의해 어떻게 '도구화'되거나 '급진화'되었는지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동아시아 건축 이론의 고유한 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

2. 글로벌 이론의 지형과 비평의 위기: 서구 담론의 현재

동아시아의 건축 이론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이 참조하고, 대항하며, 때로는 공명하고 있는 글로벌(주로 영미권) 건축 담론의 현재 좌표를 이해해야 한다. 2020년대 중반, 서구의 건축 이론은 '자율성(autonomy)'에 대한 내부적 반성과 '정치적 실천(political agency)'에 대한 외부적 요구 사이에서 격렬한 진통을 겪고 있다.

2.1 "이론으로서의 비겁함": 탈정치화된 담론에 대한 고발

최근 컬럼비아 대학의 건축 비평지 『에이버리 리뷰(The Avery Review)』에 게재된 나탈리 프랑코프스키(Nathalie Frankowski)와 크루즈 가르시아(Cruz Garcia)의 에세이 「건축 이론으로서의 비겁함(Cowardice as Architectural Theory)」은 현대 건축 이론이 처한 윤리적 위기를 날카롭게 고발한다.1 이들은 오늘날의 주류 건축 이론이 형식, 저자성(authorship), 기술, 현상학 등 탈정치화된 의제에 몰두함으로써, 건축이 연루된 식민주의적 폭력, 인종 차별, 생태적 파괴로부터 눈을 돌리는 '회피의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1

이 비판은 1990년대와 2000년대 K. 마이클 헤이즈(K. Michael Hays)와 케이트 네스빗(Kate Nesbitt) 등이 주도한 '이론 선집(Anthology)'들이 구축한 지적 헤게모니를 겨냥한다.1 이 시기의 이론들은 건축의 '학문적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명목하에 사회적 현실과의 접점을 의도적으로 차단했으며, 이는 오늘날 피에르 비토리오 아우렐리(Pier Vittorio Aureli)나 패트릭 슈마허(Patrik Schumacher) 등의 작업에서도 변형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1 이러한 '무죄성을 향한 몸짓(moves to innocence)'에 대한 비판은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중국의 건축계가 서구 이론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형식'만을 취하고 그 이면에 깔린 '정치적 맥락'을 소거해버린 방식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요구한다.

2.2 글로벌 담론을 주도하는 핵심 저널들

동아시아의 이론가들과 학술지들은 다음과 같은 서구의 핵심 저널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담론의 시차를 좁히고 있다.

 

저널명 (Journal) 소속/출판사 핵심 의제 및 최근 동향 관련 데이터
The Avery Review Columbia GSAPP 비평적 에세이, 서평.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 노동권, 팔레스타인 이슈 등 건축의 정치적 책무를 강조. 1
AA Files AA School (UK) 역사, 이론, 시각 문화. '저널 그 자체(The Thing Itself)'로서의 편집 행위와 건축의 관계 탐구. 아카이브 기반의 미시사 연구. 4
Harvard Design Magazine Harvard GSD 광범위한 문화/디자인 담론. "재사용과 수리(Reuse and Repair)", "노후화(Obsolescence)" 등 생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 탐구. 7
Architectural Theory Review Taylor & Francis 학술적 역사/이론. "비공식 제국의 건축(Architectures of Informal Empire)", "푸른 건축사(Blue Architectural History)" 등 탈식민주의적 관점. 10
Cornell Journal of Architecture Cornell AAP 주제 중심의 학술 탐구. "공포(Fear)", "영혼(Spirits)", "수학(Mathematics)" 등 추상적 주제를 통한 건축의 본질적 질문. 11

이들 저널은 과거의 '스타 건축가' 중심의 작품 소개에서 벗어나, 인류학, 사회학, 환경학 등 인접 학문과의 통섭을 통해 건축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의 학술지들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서구 이론의 무비판적 수용이 아닌 '번역의 정치학'을 고민하게 만드는 거울 역할을 한다.

3. 일본: 성숙한 이론 생태계와 기업 메세나의 역할

일본의 건축 이론 생태계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독특하고 성숙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학 중심의 서구 모델이나 국가 주도의 중국 모델과 달리, 일본은 **거대 출판 자본(신건축사)**과 **건축 자재 기업(TOTO, LIXIL)**의 강력한 메세나 활동이 이론 생산의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고도로 정제된 비주얼과 깊이 있는 텍스트가 결합된 출판물을 양산하며, 일본 건축이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게 한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3.1 신건축사(Shinkenchiku-sha) 시스템: 기록과 담론의 분업

일본 건축 담론의 중추는 단연 신건축사이다. 이 출판사는 명확한 역할 분담을 가진 세 개의 핵심 저널을 통해 실무와 이론,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했다.13

  • 『신건축(Shinkenchiku)』: 1925년 창간된 이래 일본 건축계의 '기록원(Journal of Record)' 역할을 수행한다. 고해상도의 사진과 정밀한 도면을 통해 동시대 프로젝트를 아카이빙하는 데 주력하며, 여기에 게재되는 것은 건축가로서의 '데뷔'이자 '승인'을 의미한다.13 이론적 깊이보다는 현장의 기록에 충실하지만, 그 축적된 데이터 자체가 강력한 이론적 소스가 된다.
  • 『a+u (Architecture and Urbanism)』: 1971년 창간된 이중언어(영/일) 월간지로, 일본 건축을 해외에 알리고 해외 건축을 일본에 소개하는 창구다.16 렘 콜하스, 피터 아이젠만 등 서구 이론가들을 일본에 소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특정 건축가나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특집(Monograph)' 형식을 통해 단행본에 버금가는 깊이를 제공한다.
  • 『JA (The Japan Architect)』: 1991년 계간지로 재편된 『JA』는 『신건축』의 속보성과 『a+u』의 이론성을 매개한다.14 특히 "연감(Yearbook)" 이슈나 특정 세대를 조명하는 기획을 통해 일본 건축의 현재적 경향을 큐레이팅하고 정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론 생산의 엔진: 신건축 주택설계경기

신건축사가 주최하는 **'신건축 주택설계경기(Shinkenchiku Residential Design Competition)'**는 단순한 공모전을 넘어 일본 건축 이론의 실험실 역할을 해왔다.17

  • 메커니즘: 매년 단 한 명의 세계적인 건축가(심사위원)가 추상적인 주제를 제시하고, 전 세계의 참가자들이 이에 응답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들이 이론적으로 경합하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 이론적 궤적: 피터 쿡(1977), 토요 이토(1988), 장 누벨, 니시자와 류에 등의 심사위원들이 제시한 주제들은 모더니즘의 이상이 해체되고, '대도시의 쾌적함(comfort in the metropolis)'이나 '주거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는 역사적 변곡점들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17

3.2 TOTO와 LIXIL: 기업 출판의 문화 전략

일본 건축 출판의 또 다른 축은 위생도기 및 주택 설비 기업인 TOTOLIXIL(구 INAX)이다. 이들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닌, 건축 문화를 선도하는 출판 사업을 전개한다.

TOTO 출판 (TOTO Publishing)

1989년 설립된 TOTO 출판은 **TOTO 갤러리 마(GALLERY·MA)**와 연동하여 전시와 출판이 결합된 강력한 큐레이션 모델을 보여준다.19

  • 건축가 모노그래프의 정석: 안도 타다오(6권 시리즈), 이토 토요, 쿠마 켄고 등의 모노그래프는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포트폴리오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진다.19
  • 이론적 기획물: 『건축 맵(Architectural Map)』 시리즈나 『지구 가족(Material World)』 시리즈 같은 대중적 기획뿐만 아니라, 아틀리에 바우와우의 『그래픽 아나토미(Graphic Anatomy)』처럼 건축 도면을 사회학적 분석 도구로 격상시킨 기념비적 저작들을 출간했다.19
  • 주요 저작: 쿠마 켄고의 『유기적 연구(Studies in Organic)』나 『도쿄 메타볼라이징(Tokyo Metabolizing)』은 모노그래프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건축 이론을 설파하는 선언문적 성격을 띤다.20

LIXIL 출판 (LIXIL Publishing)

2021년 11월부로 자체 출판 사업을 종료했으나, LIXIL(구 INAX)이 남긴 유산은 여전히 강력하다.21

  • 현대 건축가 컨셉 시리즈 (Contemporary Architect’s Concept Series): 이 시리즈는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포스트 버블 세대)에게 이론적 발언대를 제공했다. 카라사와 유스케의 알고리즘 건축론22이나 노작 후미노리의 생태적 디자인론23 등은 이 시리즈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이는 거장 중심의 담론에서 벗어나 신진 건축가들이 자신의 철학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3.3 이론적 궤적: 메타볼리즘에서 '약한 건축'으로

일본의 출판물들은 일본 현대 건축의 이론적 진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메타볼리즘과 타푸리의 시선

1960년대 탕게 겐조, 구로카와 기쇼 등이 주도한 **메타볼리즘(Metabolism)**은 도시를 유기체적 성장과 소멸의 과정으로 파악한 아시아 최초의 자생적 아방가르드 운동이었다.24 흥미로운 점은 이 운동에 대한 가장 예리한 비평이 외부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만프레도 타푸리는 1964년 저서 『일본의 현대 건축(Modern Architecture in Japan)』에서 일본을 방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과 텍스트만으로 메타볼리즘을 분석했다.25 그는 메타볼리즘을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기술적 유토피아주의의 한계로 규정하며, 도시 계획의 무력함을 예견했다.

이소자키 아라타: 동서양의 가교이자 폐허의 미학

메타볼리즘에서 출발했으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 이소자키 아라타(1931–2022)는 '실무자이자 이론가'의 전형을 보여준다.27

  • 폐허와 유토피아: 2차 대전의 공습으로 인한 '그라운드 제로'의 기억은 그에게 도시를 언제든 소멸할 수 있는 '미래의 폐허'로 인식하게 했다.28
  • 신기루 도시(Haishi): 그의 '신기루 도시' 프로젝트는 서구의 카르테시안적 그리드와 사회 구조 간의 결정론적 관계를 거부하고, 정치적 제도와 단절된 유토피아적 공간을 상상했다.29
  • 개념적 어휘: 일본 전통의 공간 개념인 **'마(Ma, 間)'**와 **'오쿠(Oku, 奧)'**를 현대 건축 이론으로 재해석하여 서구 담론에 역수출했다.30

쿠마 켄고: 반(反)오브제와 약한 건축

21세기 일본 건축 이론의 중심에는 쿠마 켄고가 있다. 그는 20세기 모더니즘이 추구했던 콘크리트와 강철의 기념비성(Monumentality)을 강력하게 비판한다.31

  • 약한 건축(Weak Architecture): 그는 건축이 환경을 압도하지 않고 '패배'하는 건축을 주창한다.32 여기서 '약함'은 구조적 취약성이 아니라, 재료의 입자화(particalization)와 루버 등을 통해 건물의 윤곽을 흐리고 주변 자연으로 스며드는 현상학적 태도를 의미한다.33
  • 가라타니 고진과의 공명: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Karatani Kojin)**은 저서 『은유로서의 건축(Architecture as Metaphor)』에서 서구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구축하려는 의지(will to architecture)'를 해체한다.35 쿠마의 '약한 건축'은 이러한 철학적 해체주의를 건축적 실천으로 옮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4. 중국: 국가 이데올로기와 비판적 지역주의의 모색

중국의 건축 이론은 강력한 국가 주도의 담론 체계와, 이에 대항하여 중국적 정체성을 모색하는 아카데미의 비판적 실천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중국의 출판 지형은 대학과 학회가 주도하며, 이들이 이론적 논쟁의 최전선을 형성한다.

4.1 저널의 지형: 권위와 전위

중국 건축 학계는 두 개의 거대 저널에 의해 양분된다: 『건축학보』와 『시대건축』.

『건축학보(Architectural Journal / Jianzhu Xuebao)』

중국건축학회가 1954년 창간한 『건축학보』는 중국 건축계의 가장 권위 있는 '공식 채널'이다.37

  • 역사적 위상: 창간 초기 량쓰청(Liang Sicheng)의 '민족 형식' 논쟁부터 1960년대의 '디자인 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대 건축사의 주요 이데올로기 투쟁이 이 저널을 통해 전개되었다.38
  • 현재의 역할: 여전히 가장 높은 인용 지수를 가진 핵심 저널로서, 국가 정책과 연동된 대규모 프로젝트와 이론적 연구를 동시에 다룬다.40 다소 보수적이지만, 중국 건축의 주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조해야 할 텍스트다.

『시대건축(Time + Architecture / Shidai Jianzhu)』

1984년 **동지대학(Tongji University)**이 창간한 『시대건축』은 중국 건축 담론의 '학술적 전위(Avant-garde)'를 자임한다.41

  • 편집 방향: 『건축학보』의 포괄적 접근과 달리, 『시대건축』은 매호 특정 주제를 선정하여 깊이 있게 파고드는 '테마 중심' 편집을 고수한다.41
  • 비판적 성찰: 편집장 뤄샤오웨이(LUO Xiaowei)의 지휘 하에, 이 저널은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를 글로벌한 시각에서 비평적으로 조망한다. 장융허(Yung Ho Chang), 왕슈(Wang Shu), 류자쿤(Liu Jiakun) 등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건축가들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이들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42

4.2 이론적 기초: 량쓰청과 '민족 형식'의 딜레마

중국 건축 이론의 기원에는 량쓰청(1901–1972)이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보자르(Beaux-Arts) 교육을 받은 그는 중국 전통 목구조를 서구적 학문 체계로 번역해낸 『중국건축사』(1954)를 집필했다.43

  • 큰 지붕 논쟁: 그는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와 중국의 전통미(큰 지붕)를 결합하려 시도했으나, 이는 마오저동 시대에 '낭비'와 '복고주의'로 비판받으며 정치적 숙청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39 '어떻게 중국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일 것인가'라는 량쓰청의 딜레마는 오늘날까지도 중국 건축가들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핵심 화두다.

4.3 현대의 이론적 흐름: 비판적 지역주의의 급진화

현대 중국 건축 이론의 주류는 케네스 프램튼의 **비판적 지역주의(Critical Regionalism)**를 중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다.45

왕슈(Wang Shu): 기억과 재료의 정치학

프리츠커상 수상자 왕슈와 그의 '아마추어 아키텍처 스튜디오'는 중국의 파괴적 도시 개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이론적 저항을 보여준다.46

  • 이론: 그는 철거된 마을에서 나온 기와와 벽돌을 재사용하는 '와반(Wa Pan)' 공법을 통해, 사라져가는 '민족적 기억(ethnic memory)'을 물리적으로 구축한다.48 이는 단순한 친환경 건축이 아니라, 근대화가 지워버린 시간의 층위를 복원하려는 정치적 행위다.
  • 비평: 그는 현대 중국 도시를 지배하는 '슈퍼블록(Superblock)'과 '슈퍼그리드' 시스템을 비판하며49, 샹산 캠퍼스(Xiangshan Campus)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마을의 불규칙하고 유기적인 질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50

리샤오둥(Li Xiaodong): 성찰적 지역주의

칭화대학의 리샤오둥은 '성찰적 지역주의(Reflexive Regionalism)'를 제안한다.51

  • 개념: 그는 지역주의가 량쓰청 시대의 '양식적 모방(Picturesque)'이나 단순한 기호의 차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신, 장소의 환경적, 문화적 조건을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에너지의 흐름(Qi)'과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를 현대적 구법으로 변환해야 한다고 본다.52

슈퍼블록 비평

중국 도시 이론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1978년 이후 중국 도시화의 기본 단위가 된 **'슈퍼블록(거대 단지)'**에 대한 비판이다. 연구자들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거대 주거 단지가 도시 조직을 파편화하고 사회적 격리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하며, 제인 제이콥스식의 '열린 거리'와 중국 전통의 골목길(후통) 구조를 결합한 대안적 도시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49

5. 한국: 비평의 부재와 '미지의 땅'에 대한 탐사

한국의 건축 이론은 '위기 의식'에 의해 추동된다.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먼저 짓고 나중에 생각하는(build first, think later)" 문화53는 비평이 설 자리를 앗아갔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1990년대 이후 치열한 역사 쓰기와 이론 정립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5.1 "비평의 부재" 논쟁과 그 유산

한국 건축 이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1984년 7월 『공간(SPACE)』지 205호에 실린 특집 **"건축평단(Architectural Criticism)"**이다.54

  • 배경: 1983년 독립기념관 설계경기에서 거대 기와지붕을 얹은 복고적 안이 당선되자, 김경수 등 소장 비평가들은 이를 '비평의 기능 부전' 탓으로 진단했다.54
  • 내용: 이 특집은 움베르토 에코의 기호학, 로저 스크러턴의 미학, 그리고 만프레도 타푸리의 이데올로기 비판 등 당시 서구의 최신 이론을 대거 소개하며 비평의 지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54
  • 2021년의 재평가: 2021년, 비평가 박정현이담미는 이 논쟁을 회고하며, 당시의 '이론적 허기'가 오늘날에는 너무 많은 이론을 급하게 받아들여 생긴 '소화불량' 상태로 변질되었다고 진단했다.54 박정현은 개별 건물에 대한 품평(Review)을 넘어, 비평 담론 자체의 역사를 서술하는 메타 비평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5.2 주요 이론가와 그룹

4.3 그룹과 작가주의의 탄생

1990년대 초반 결성된 4.3 그룹(승효상, 조성룡 등)은 한국 건축을 국가 주도의 개발 도구에서 개인의 창의적 산물로 전환시킨 결정적 계기였다.55

  • 승효상과 '빈자의 미학': 4.3 그룹의 핵심 멤버인 승효상은 서울의 달동네에서 발견한 공간 구조를 바탕으로 '빈자의 미학(Beauty of Poverty)'이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이는 서구 모더니즘의 윤리와 한국의 도시적 현실을 결합하려 한 시도로, 한국형 비판적 지역주의의 초기 모델로 평가받는다.56

배형민(Hyungmin Pai): 포트폴리오와 미지의 땅

서울시립대 배형민 교수는 한국 건축 이론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학자다. MIT에서 역사·이론·비평(HTC)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서구 이론의 엄밀함으로 한국의 근대를 해부한다.

  •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The Portfolio and the Diagram)』: 그의 대표작은 미국 근대 건축이 보자르식 '포트폴리오'에서 모더니즘적 '다이어그램'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규명한 것으로, 건축 이론서의 고전으로 꼽힌다.57
  • 미지의 땅(Terra Incognita): 그는 한국의 근대 건축을 식민지, 전쟁, 빈곤이 뒤엉킨 '미지의 땅'으로 규정한다.53 서구의 일관된 역사 서술로는 포착되지 않는 이 파편적이고 불연속적인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그는 미시사와 거시사를 오가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구사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2014)의 큐레이팅은 이러한 이론적 작업을 공간적으로 구현한 사례다.59

발레리 줄레조와 '아파트 공화국'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Valérie Gelézeau)**의 저서 『아파트 공화국(The Republic of Apartments)』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주거 문화를 날카롭게 해부하여 한국 건축계에 충격을 주었다.60 그녀는 아파트 단지(Tanji)를 단순한 주거 형식이 아니라, 한국의 근대성을 규정하는 총체적인 사회-정치적 시스템으로 파악했다. 이는 박인석, 강내희 등 국내 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어 아파트에 대한 사회학적, 건축학적 담론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61

5.3 독립 출판의 부상: 담론의 새로운 진지

주류 저널인 『공간』 외에도, 한국에서는 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이 이론 생산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 마티(Mati Books)와 『비평단(Labyrinths)』: 박정현이 주도하는 마티는 존 서머슨의 『건축의 고전적 언어』 등 고전 이론서를 번역 출간하는 동시에, 『비평단(Labyrinths)』이라는 무크지를 통해 "나무", "콘크리트", "참조" 등 특정 주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다.62 이는 휘발성 강한 잡지 기사 대신 묵직한 텍스트로 이론의 무게중심을 잡으려는 시도다.
  • 워크룸 프레스(Workroom Press):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슬기와 민'과 협업하는 워크룸 프레스는 『유령작업실』 등 건축과 예술, 디자인을 가로지르는 전위적인 출판물을 선보인다.64 이들은 책 자체를 하나의 물성(object)이자 디자인된 건축물처럼 다루며, 출판을 시각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 열화당(Youlhwadang):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열화당은 한국 전통 문화와 건축에 천착하며, 긴 호흡의 모노그래프와 이론서를 출간한다.65

6. 이론적 교차점: 번역과 현지화의 정치학

동아시아 건축 이론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서구 이론의 수입과 번역, 그리고 변용이다. 이는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각국의 상황에 맞춰 개념을 비틀고 급진화하는 창조적 오독(misreading)의 과정이다.

6.1 현상학의 도구화: 하이데거와 노버그 슐츠

마르틴 하이데거의 '거주함(Dwelling)'과 크리스티안 노버그 슐츠의 '장소의 혼(Genius Loci)' 개념은 한국과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67

  • 공명: '장소성'이라는 개념은 동아시아의 풍수(Feng Shui) 사상이나 지연 중심의 사고방식과 쉽게 결합될 수 있었다.68
  • 비판: 그러나 한국에서는 노버그 슐츠의 이론이 도시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덮고, 건축가의 주관적 감상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오용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69 즉, 현상학이 건축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도구화된 이론'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6.2 타푸리와 마르크스주의의 수용

건축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비판한 만프레도 타푸리의 이론은 일본과 중국에서 상반된 방식으로 수용되었다.70

  • 일본: 타푸리의 메타볼리즘 비판은 일본 건축계가 유토피아적 거대 담론을 포기하고 소규모 주택이나 '약한 건축'으로 선회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71
  • 중국: 마오 시대의 마르크스주의는 건축을 계급 투쟁의 도구로만 간주했으나, 1980년대 이후 타푸리의 저작들이 소개되면서 중국 학자들은 자본주의적 도시 개발(부동산 광풍)을 비판하는 세련된 언어를 획득하게 되었다.38

7. 결론: 다핵화된 미래와 과제

동아시아의 건축 이론은 이제 서구의 이론을 일방적으로 수입하던 단계를 지나, 각국의 고유한 도시적, 역사적 조건 속에서 독자적인 담론을 생산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 일본은 기업 메세나와 결합된 강력한 아카이빙 시스템(데이터-이미지 모델)을 통해 자국의 건축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다.
  • 중국은 국가 주도의 학술지와 대학 중심의 연구(담론-텍스트 모델)를 통해 급속한 도시화에 대한 이론적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 한국은 '비평의 부재'라는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독립 출판과 학술적 엄밀함을 결합한 새로운 역사 쓰기(Historiography)에 집중하고 있다.

제언:

향후 동아시아 건축 이론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요구된다.

  1. 언어 장벽의 극복: 한·중·일 3국의 이론이 영어라는 매개 언어 없이 직접 번역되고 교류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2. 디지털 아카이빙: 1970-90년대의 소규모 잡지(Little Magazines)들에 대한 디지털화와 연구가 시급하다. 여기에 담긴 치열한 논쟁들은 오늘날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망각되고 있다.
  3. 상호 참조적 비평: 각국의 건축가들이 자국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의 도시 문제(예: 인구 감소, 빈집 문제)를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이론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동아시아 건축 이론은 '비겁함'을 넘어, 근대화의 폭력과 자본의 욕망, 그리고 생태적 위기라는 구체적인 현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용기 있는' 이론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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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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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ARCHITECTURE PROGRAM REPORT Volume II : Appendix,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eng.kaab.or.kr/include/FileDownLoad.aspx?num=10
  59. [K-PEOPLE] Pai Hyungmin, Architectural Scholar & Curator - Arirang : The Korea International Broadcasting Foundation,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arirang.com/vod/view/?id=35404&board=1189&sort=popularVod
  60. KOREAN MODERNISM, MODERN KOREAN CITYSCAPES, AND MASS HOUSING DEVELOPMENT: CHARTING THE RISE OF AP'AT' TANJI SINCE THE 1960S - Brill,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brill.com/downloadpdf/book/edcoll/9789047422860/Bej.9789004164406.i-306_011.pdf
  61. Full article: Converging Histories: South Korea's Martial Law Crisis in a Global Conjunctural Frame - Taylor & Francis Onlin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4672715.2025.2528101
  62. 도서출판 마티,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matibooks.com/books/20161014/
  63. Labyrinths - 정림건축문화재단,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junglim.org/labyrinths
  64. books - workroompres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orkroompress.kr/product-category/book/
  65. building | 열화당,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youlhwadang.co.kr/english/building/
  66. Introduction | 열화당,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youlhwadang.co.kr/english/
  67. 노르베르크-슐츠의 건축 현상학이 갖는 의의와 한계 - Korea Scienc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1608259724919.page?&lang=ko
  68. A Theory of Place - Rethinking Space and Plac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rethinkingspaceandplace.com/2025/01/01/a-theory-of-place/
  69. A Study on the Meaning and Limitations of Architectural Phenomenology of Norberg-Schulz,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15633440_A_Study_on_the_Meaning_and_Limitations_of_Architectural_Phenomenology_of_Norberg-Schulz
  70. Manfredo Tafuri: the Architecture Critics' Critic | Aζ South Asia,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architexturez.net/pst/az-cf-165549-1403017876
  71. Manfredo Tafuri and Japan: An Incomplete Project - ResearchGat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33294601_Manfredo_Tafuri_and_Japan_An_Incomplete_Project
  72. Architecture: Journal Rankings - OOIR,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ooir.org/journals.php?field=Visual+%26+Performing+Arts&category=Architecture
  73. Architecture - Google Scholar Metric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scholar.google.com/citations?view_op=top_venues&hl=en&vq=eng_architecture
  74. Architecture | An Open Access Journal from MDPI,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mdpi.com/journal/architecture
  75. MAGAZINE - CULTURE - 空間 SPACE GROUP - 공간그룹,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spacea.com/renew/magazine.html?lang=eng

 

 

1. 서론: 근대성의 위기와 '이론'의 탄생

건축은 본질적으로 물리적 구축(Construction)과 지적 구축(Discourse)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 존재한다. 건물은 벽돌과 콘크리트로 지어지지만, '건축(Architecture)'이라는 학문적 위상은 텍스트와 이론, 그리고 비평을 통해 구축된다. 1968년 이후 건축학계는 단순한 양식사를 넘어선 독자적인 지적 체계로서의 '건축 이론(Architectural Theory)'을 확립해왔다. 본 보고서는 현대 건축의 지형도를 파악하기 위해 주요 저널과 학술지를 중심으로 한 권위자(Authority)와 탑 투고자(Top Contributors)를 식별하고, 그들의 담론이 형성해온 계보(Genealogy)를 추적한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요청한 '데카르트적 비평(Cartesian Criticism)'과 '타푸리적 비평(Tafurian Criticism)'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해석적 렌즈를 통해 현대 건축의 난해한 현상들을 해독하고자 한다.

이 보고서는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권위를 모두 고려하여 작성되었다. 데이터베이스상의 인용 지수(H-index)는 건축 공학 및 환경 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반면, 건축 인문학(Architectural Humanities)과 비평 영역에서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Oppositions, Assemblage, Grey Room, Log와 같은 담론 주도형 저널의 기고 활동에서 드러난다.1 따라서 본 연구는 이 두 영역을 교차 분석하여 2026년 현재 건축학계의 지적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2. 권위의 지형도: 저널, 연구자, 그리고 학문적 위계

건축학에서 '권위'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1970년대 이후 건축 담론은 대학 연구소와 독립 비평지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현대 건축 이론의 탑 투고자와 권위자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논문 편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저널이 지닌 '담론적 무게(Discursive Weight)'를 파악해야 한다.

2.1. 담론의 산실: 저널의 계보와 핵심 투고자

건축 이론의 역사는 곧 저널의 역사이다. 각 시대의 주요 저널은 당대의 아젠다를 설정하고 '스타 이론가'를 배출해냈다.

Oppositions (1973–1984): 자율성과 형식주의의 요람

뉴욕 건축도시연구소(IAUS)에서 발행한 Oppositions는 현대 건축 이론의 기원점이다.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 케네스 프램톤(Kenneth Frampton), 마리오 간델소나스(Mario Gandelsonas)가 이끈 이 저널은 유럽의 마르크스주의 이론(타푸리, 로시)을 미국에 소개하고, 건축의 '자율성(Autonomy)'을 옹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4

  • 핵심 투고자 및 권위자:
  •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 이데올로기 비평의 창시자.
  • 알도 로시(Aldo Rossi): 유형학(Typology)과 도시의 기억을 탐구.
  • 콜린 로우(Colin Rowe): 형식주의적 분석(Formalism)의 대가.
  • 앤서니 비들러(Anthony Vidler): 계몽주의와 'uncanny' 개념의 역사가.6
  • 연구 동향: 이 시기의 연구는 건축 형식이 사회적 기능과 분리되어 독자적인 문법(Syntax)을 가질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집중되었다.

Assemblage (1986–2000): 포스트 구조주의와 비평적 역사

Oppositions의 뒤를 이은 Assemblage는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 포스트 구조주의 철학을 건축에 이식했다. K. 마이클 헤이즈(K. Michael Hays)와 알리시아 케네디(Alicia Kennedy)는 건축을 고정된 오브제가 아닌, 텍스트이자 담론적 실천으로 재정의했다.7

  • 핵심 투고자 및 권위자:
  • 마크 위글리(Mark Wigley): 해체주의 건축 이론의 선구자.
  • 베아트리체 콜로미나(Beatriz Colomina): 매스미디어, 섹슈얼리티, 건축의 관계 분석.
  • 캐서린 잉그라함(Catherine Ingraham): 건축과 문학 이론의 접목.
  • 연구 동향: 젠더, 인종, 매체 이론이 건축 비평의 중심 주제로 부상했으며, '비평적 역사(Critical History)'가 방법론으로 정착되었다.

Grey Room (2000–현재): 매체, 정치, 역사의 교차점

MIT 출판부에서 발행하는 Grey Room은 현재 건축사 및 미디어 이론 분야에서 가장 학문적 권위가 높은 저널 중 하나이다. 브랜든 조셉(Branden Joseph), 라인홀드 마틴(Reinhold Martin), 펠리시티 스콧(Felicity Scott)에 의해 창간된 이 저널은 건축을 예술, 미디어, 정치의 복합적 네트워크 속에서 분석한다.2

  • 핵심 투고자 (탑 튜브):
  • 라인홀드 마틴(Reinhold Martin): 기업 건축과 사이버네틱스 연구.7
  • 루시아 알레(Lucia Allais): 건축 보존과 국제 정치의 관계.
  • 아이얄 와이즈만(Eyal Weizman): 법의학적 건축(Forensic Architecture)과 공간의 정치화.
  • 최근 연구 동향: '기술권(Technosphere)', '데이터 센터의 정치학', '인류세(Anthropocene)'와 같은 거대 담론이 주를 이룬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소프트웨어 연구'와 '시각적 지식의 지속성'에 관한 연구가 높은 인용을 기록하고 있다.8

Log (2003–현재): 동시대 건축의 관측소

신시아 데이비슨(Cynthia Davidson)이 이끄는 Log는 동시대 건축의 가장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비평지이다. 피어 리뷰 형식을 벗어나 에세이, 대담, 짧은 관찰기 등을 통해 시의성 있는 주제(기후 위기, 신물질주의, 브루탈리즘의 귀환 등)를 포착한다.9

  • 핵심 투고자 (2015–2025):
  • 피어 비토리오 아우렐리(Pier Vittorio Aureli): 노동, 주거, 자율성에 관한 신-마르크스주의적 분석.10
  • 실비아 라빈(Sylvia Lavin): 동시대 건축 문화와 전시 비평.
  • 제프 킵니스(Jeff Kipnis): 정동(Affect)과 건축적 효과에 대한 이론.
  • 토마스 다니엘(Thomas Daniell): 아시아 건축 및 이론 비평.
  • 주목할 만한 동향: Log 60호('The Sixth Sphere')와 64호('Newer Brutalism')는 기술 환경과 물성(Materiality)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관심을 보여준다.10

2.2.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권위의 괴리

사용자가 요청한 '탑 투고자'와 '권위자'를 식별할 때 주의할 점은 데이터베이스상의 수치와 실제 학계의 영향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표 1: 건축 저널의 영향력 분석 (정량 vs 정성)

 

구분 주요 저널 (Rank) 주요 연구 주제 대표적 연구자 유형
정량적 지표 (H-index/인용수) 1 Frontiers of Architectural Research

Building and Environment

Architectural Science Review
건축 환경 공학, 에너지 시뮬레이션, 거주 후 평가(POE), 시공 관리 공학자, 환경 과학자, 데이터 분석가
정성적 지표 (학문적 담론/Prestige) 2 Grey Room

Log

The Journal of Architecture

AA Files
건축 역사, 이론, 비평, 정치경제학, 미학, 철학적 담론 건축사가, 이론가, 큐레이터, 비평가

분석: 사용자가 '건축학, 건축이론, 건축비평'을 명시했으므로, 본 보고서는 정량적 지표보다는 LogGrey Room과 같은 담론 주도형 저널의 기여자들을 '탑 투고자'로 정의하고 분석을 진행한다.


3. 계보학적 지도: 베니스 학파에서 신-자율성까지

건축 이론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 저항과 수용으로 연결된 거대한 계보(Genealogy)이다. 사용자가 요청한 '계보 구성'을 위해 1968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주요 이론적 흐름을 재구성한다.

3.1. 베니스 학파 (The Venice School): 이데올로기 비평의 기원

1960년대 이탈리아 베니스 건축대학(IUAV)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흐름은 현대 비평의 가장 강력한 줄기이다.

  • 창시자: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 그는 건축이 자본주의 발전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폭로하며 '유토피아의 종말'을 선언했다.12
  • 주요 인물: 마시모 카치아리(Massimo Cacciari - 철학/도시), 프란체스코 달 코(Francesco Dal Co - 역사), 조르주 테이소(Georges Teyssot).
  • 계보의 확장: 이들의 제자들과 지적 후예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Oppositions 그룹과 교류하며 '비평적 역사'라는 방법론을 확립했다. 오늘날 이 흐름은 **피어 비토리오 아우렐리(Pier Vittorio Aureli)**와 **더글라스 스펜서(Douglas Spencer)**로 이어지며, 신자유주의 건축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수행하고 있다.14

3.2. 뉴욕 파이브와 형식주의 (The Formalists)

콜린 로우(Colin Rowe)의 가르침에서 출발하여 피터 아이젠만을 중심으로 뉴욕에서 전개된 흐름이다.

  • 핵심 이론: 건축은 사회적 내용과 무관하게 그 자체의 형식 논리(구문론)를 가진다.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와 팔라디오의 빌라를 동일한 수학적 그리드로 분석하는 태도이다.16
  • 주요 인물: 콜린 로우, 피터 아이젠만, 마이클 그레이브스, 존 헤이덕.
  • 계보의 확장: 이 흐름은 1990년대의 '해체주의(Deconstructivism)'를 거쳐, 오늘날 **그렉 린(Greg Lynn)**과 **패트릭 슈마허(Patrik Schumacher)**의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ism) 이론으로 변이되었다. 초기에는 인본주의적 기하학을 추구했으나, 후기에는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한 형식 생성으로 진화했다.

3.3. 비평적 지역주의와 텍토닉 (The Tectonic Tradition)

포스트모더니즘의 피상적인 이미지 중심주의에 반발하여, 구축(Construction)과 장소성(Place)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 핵심 이론: 케네스 프램톤(Kenneth Frampton)의 '비평적 지역주의'와 '텍토닉 문화'. 건축의 시각적 이미지보다 재료의 접합과 구축 논리를 중시한다.3
  • 계보의 확장: 이 흐름은 오늘날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 줌터(Peter Zumthor) 등의 작업에 대한 이론적 지지를 제공하며, 최근에는 생태학적 위기와 맞물려 '재료의 윤리'를 강조하는 담론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4. 연구 방법론: 현대 건축을 해부하는 도구들

사용자가 요청한 '연구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현대 건축 연구는 인문학적 해석부터 데이터 과학까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4.1. 비판적 담론 분석 (Critical Discourse Analysis, CDA)

미셸 푸코와 노먼 페어클러프(Norman Fairclough)의 이론에 기반한 방법론으로, 건축 텍스트(선언문, 비평, 설계 설명서)에 숨겨진 권력 관계를 파헤친다.19

  • 적용 예시: 베니스 비엔날레 선언문에 등장하는 'Freespace'라는 단어가 어떻게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적 도시 개발을 정당화하는지, 또는 난민 수용소의 건축적 배제가 언어를 통해 어떻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포장되는지를 분석한다.20
  • 실행 단계: 텍스트 선정 -> 어휘 및 문법 분석(능동/피동, 은유) -> 담론적 관행 분석(누가 말하고 누가 침묵하는가) -> 사회적 맥락과의 연결.

4.2. 도상학 및 도상해석학 (Iconography & Iconology)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의 미술사 방법론을 건축에 적용한 것이다. 건물의 형태를 문화적 상징체계로 읽어낸다.21

  • 1단계 (전-도상학): 순수한 형태(기둥, 돔, 창)를 식별한다.
  • 2단계 (도상학): 관습적 의미를 연결한다(돔=천국, 기둥=권위).
  • 3단계 (도상해석학): 해당 건축물이 속한 시대의 '본질적 의미'나 '세계관(Weltanschauung)'을 해석한다. 예를 들어, 고딕 성당의 수직성이 스콜라 철학의 위계질서와 어떻게 대응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23

4.3. 공간 구문론 (Space Syntax)

빌 힐리어(Bill Hillier)와 줄리엔 핸슨(Julienne Hanson)이 개발한 정량적 분석 도구이다. 공간의 연결 관계를 수학적 그래프로 변환하여 인간의 행동 패턴을 예측한다.24

  • 활용: 도시의 보행자 흐름 예측, 범죄 발생 가능성 분석, 오피스 평면에서의 우연한 만남(Serendipity) 빈도 측정.
  • 의의: 인문학적 비평이 주관적 해석에 치우칠 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로 공간의 사회적 논리를 입증한다.

4.4. 디지털 인문학 (Digital Humanities)

2010년대 이후 급부상한 방법론으로,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해 건축사의 거대한 패턴을 시각화한다.26

  • 프로젝트: '매핑 더 리퍼블릭 오브 레터스(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와 같이 건축가들 사이의 서신 교환 네트워크를 지도로 그리거나, 수천 권의 건축 잡지를 텍스트 마이닝하여 특정 개념(예: '기능주의')의 발생과 소멸 빈도를 추적한다.28

5. 현대 건축의 해독: 데카르트적 비평 vs. 타푸리적 비평

사용자의 핵심 요청 사항인 두 가지 비평 렌즈를 통해 현대 건축의 구체적인 사례를 '해독(Decode)'해 보자. 이 두 관점은 건축을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달리한다.

5.1. 데카르트적 비평 (Cartesian Rationalism): 이성의 그리드와 순수 형식

이론적 배경: 르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콜린 로우와 피터 아이젠만의 형식주의로 계승된다. 이 관점에서 건축은 외부의 사회적 맥락이나 기능과 무관한, 순수한 지적 유희이자 기하학적 질서의 구축물이다.16

해독의 메커니즘:

  • 초점: 평면, 단면, 입면의 기하학적 관계. 그리드(Grid), 비례, 대칭, 회전, 중첩.
  • 질문: "이 건물의 기하학적 문법(Syntax)은 무엇인가?", "9분할 그리드는 어떻게 변형되었는가?", "구조체와 피복은 논리적으로 분리되었는가?"

적용 사례 1: 폴 루돌프(Paul Rudolph)의 워커 게스트 하우스 (Walker Guest House, 1953)

  • 해독: 이 집은 단순한 별장이 아니다. 완벽한 9분할 그리드(nine-square grid) 평면 위에 세워진 '이성의 기계'이다. 30에 따르면, 외부 벽체의 2/3는 도르래와 무게추(cannonball counter-weights)로 작동되는 가동형 셔터이다.
  • 데카르트적 해석: 셔터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행위는 기능적 환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닫힌 '상자(Cube)'가 열린 '파빌리온'으로 변환되는 기하학적 연산이다. 무게추의 움직임조차 중력에 저항하는 이성적 질서를 시각화한다. 팔라디오의 빌라 로툰다가 가진 이상적 비례 체계가 현대적 기계 미학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적용 사례 2: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의 주택 시리즈 (House VI)

  • 해독: 거실 한복판에 바닥에 닿지 않는 기둥이 있고, 침실 바닥에는 틈이 있어 침대를 놓기 어렵다.
  • 데카르트적 해석: 아이젠만에게 기둥은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semantic function)가 아니라, 공간을 분할하고 그리드를 표시하는 기호(syntactic sign)이다. 기둥이 바닥에서 떨어져 있다는 것은 "나는 구조물이 아니라 순수한 기하학적 선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거주자의 불편함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 인간의 '지성(Mind)'이 읽어낼 수 있는 형식적 논리이다.

5.2. 타푸리적 비평 (Tafurian Ideology Critique): 자본과 유토피아의 종말

이론적 배경: 만프레도 타푸리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관. 건축은 자본주의 생산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건축가들의 '혁신'이나 '아방가르드' 제스처는 결국 자본주의의 발전을 돕는 이데올로기적 포장지에 불과하다고 본다.12

해독의 메커니즘:

  • 초점: 생산 관계, 노동, 도시 계획, 자본의 흐름. 건축의 '형태'가 아니라 그 형태가 사회 속에서 수행하는 '역할'.
  • 질문: "이 건축은 어떤 권력 구조를 은폐하고 있는가?", "이 혁신적 디자인은 자본의 축적을 어떻게 가속화하는가?", "유토피아적 수사는 현실의 모순을 어떻게 가리는가?"

적용 사례 1: 자하 하디드(Zaha Hadid)와 파라메트릭 건축

  • 해독: 유려한 곡선, 이음매 없는 표면,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유동적 공간 (예: DDP, 하이데르 알리에프 센터).
  • 타푸리적 해석 (더글라스 스펜서의 관점): 14에 따르면, 이러한 유동적 형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논리를 완벽하게 공간화한 것이다. 경계가 없고 유연한 공간은 노동자들에게 '유연한 근무(flexible labor)'와 끊임없는 이동을 강요하는 현대 기업 환경과 일치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갈등과 모순이 제거된 매끄러운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자본주의의 착취적 현실을 아름다운 곡선 뒤에 숨긴다. 이는 저항의 건축이 아니라, 시장 경제에 가장 잘 순응하는 '순응의 건축(Architecture of Compliance)'이다.

적용 사례 2: 스마트 시티(Smart City)와 플랫폼 어바니즘

  • 해독: 데이터로 연결된 도시, 효율성, 참여형 디자인.
  • 타푸리적 해석: 33에서 지적하듯, 스마트 시티는 거대한 '착취의 공장'이다. 시민들의 참여는 '데이터 생산 노동'으로 변질되며, 도시 전체가 거대 테크 기업의 플랫폼이 된다. 'Freespace'나 '공유' 같은 용어는 실제로는 공공의 자산이 사유화되는 과정을 가리는 이데올로기적 마스크이다. 타푸리가 말한 '계획의 유토피아'가 이제는 '알고리즘의 유토피아'로 대체되어 자본의 지배를 공고히 한다.

6. 최근 연구 동향 (2020–2025): 새로운 지평

2026년을 바라보는 현재, 건축 이론은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행성적(Planetary)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6.1. 인류세와 기술권 (Anthropocene & Technosphere)

기후 위기는 건축 이론의 근간을 흔들었다. 이제 이론가들은 건물을 넘어 지구 시스템 전체를 논한다.

  • 기술권(The Technosphere): Log 60호에서 알버트 포프(Albert Pope)와 브리트니 어팅(Brittany Utting)은 건축을 인간이 만든 거대한 기술적 지층인 '제6의 권역(Sixth Sphere)'으로 정의한다.10 이는 자연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일부로 얽혀 있다.
  • 비-인간 행위자: 브루노 라투르의 영향으로 미생물, AI, 기후 데이터 등 비-인간 요소들의 행위자성(Agency)을 건축 디자인에 통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34

6.2. 새로운 브루탈리즘과 물성의 귀환 (Newer Brutalism)

매끄러운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피로감으로, 거칠고 무거운 재료(콘크리트, 돌)와 '장식 없는 헛간(Undecorated Shed)'에 대한 관심이 부활했다. 이는 Log 64호의 주제이기도 하며, 건축의 본질적 구축성(Tectonics)을 회복하려는 윤리적 태도와 연결된다.35

6.3. 파 사우스(Far South)와 탈식민주의

유럽-북미 중심의 이론에서 벗어나 남반구(Global South), 특히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건축 이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10에서 언급된 세르지오 페로(Sérgio Ferro)의 텍스트 번역이나, Log 62호의 'Far South' 특집은 건축 노동과 생산 현장에 대한 식민지적 관점을 해체하려는 시도이다.


7. 건축학 필독 문헌 및 참고문헌 (The Core Bibliography)

사용자가 요청한 '건축학에서의 참고문헌들'을 단순한 목록이 아닌,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진 필수 독서 목록(Canon)으로 제시한다. 이 책들은 위에서 논의된 모든 이론의 원천이다.

7.1. 구약 성서: 이론의 기초 (1966–1990)

이 시기의 책들은 현대 건축 이론의 언어를 창시했다.

  1. 로버트 벤투리,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1966): 모더니즘의 순수주의를 타파한 '부드러운 선언문'.
  2. 알도 로시, 『도시의 건축』 (The Architecture of the City, 1966): 도시를 기억과 유형(Type)의 집합체로 정의.
  3. 만프레도 타푸리, 『건축의 이론과 역사』 (Theories and History of Architecture, 1968): 역사를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고, 이데올로기 비평의 토대를 마련.
  4. 렘 콜하스, 『정신착란의 뉴욕』 (Delirious New York, 1978): 밀도와 혼잡의 문화를 예찬하며 '거대함(Bigness)'의 이론적 토대 제공.

7.2. 신약 성서: 이론의 확장 (1990–2010)

  1. K. 마이클 헤이즈 (편), 『1968년 이후의 건축 이론』 (Architecture Theory Since 1968, 1998): 현대 건축 이론의 정전(Canon)을 확립한 앤솔로지.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필수 코어 논문들이다.3
  2. 베아트리체 콜로미나, 『프라이버시와 공공성』 (Privacy and Publicity, 1994): 근대 건축을 매스미디어의 관점에서 재해석.
  3. 피어 비토리오 아우렐리, 『자율성의 프로젝트』 (The Project of Autonomy, 2008): 정치와 형식의 관계를 재정립.

7.3. 현재의 위경: 21세기의 필독서 (2010–2025)

  1. 더글라스 스펜서, 『신자유주의의 건축』 (The Architecture of Neoliberalism, 2016): 파라메트릭 건축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서.14
  2. 마리오 카르포, 『두 번째 디지털 턴』 (The Second Digital Turn, 2017): 디지털 건축이 '동일성'에서 '가변성'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설명.
  3. Log Journals (특히 60-65호): 현재 진행형인 이론적 논쟁을 파악하기 위한 필수 자료.10

8. 결론

건축 이론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법을 알려주는 매뉴얼이 아니다. 그것은 건물을 통해 세계를 읽는 안경이다. 1968년 타푸리가 "비평가는 역사의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축을 넘어선 지적 투쟁의 장임을 선언했다.

오늘날의 연구자나 학생이 이 거대한 계보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데카르트적 엄밀함으로 형태를 분석하고, 타푸리적 날카로움으로 그 이면의 사회적 모순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최신의 디지털 인문학 도구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야 한다. 2026년의 건축학은 바로 이 세 가지 지점의 교차로에서 새로운 텍스트를 써 내려가고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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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rey Room - Wikipedia,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Grey_Room
  3. Theory of Architecture I - UT Direct,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utdirect.utexas.edu/apps/student/coursedocs/nlogon/download/9725454/
  4. Series Oppositions: A Journal for Ideas and Criticism in Architecture - LibraryThing,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librarything.com/nseries/89414/Oppositions-A-Journal-for-Ideas-and-Criticism-in-Architecture
  5. Architecture Theory since 1968 edited by K. Michael Hays - Squarespac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657eb54e4b022a250fc2de4/t/566fa3b6d8af1045cf96f778/1450156982275/1998_Hays_Architecture+Theory+since+1968.pdf
  6. edited by K. Michael Hay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toc.library.ethz.ch/objects/pdf03/e16_0-262-08261-6_01.pdf
  7. On "About Grey Room" by The Editors - Grey Room,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greyroom.org/issues/51/6/on-about-grey-room
  8. Grey Room (The MIT Press) | 494 Publications | 2352 Citations | Top ...,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scispace.com/journals/grey-room-1uvq6t84
  9. Log (magazine) - Wikipedia,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Log_(magazine)
  10. Issues - Anyone Corporation,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anycorp.com/issues
  11. Architecture | Most Cited & Viewed - MDPI,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mdpi.com/journal/architecture/most_cited
  12. The Historical Project of “Modernism”: Manfredo Tafuri's Metahistory of the Avant-Gard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ojs.zrc-sazu.si/filozofski-vestnik/article/download/3038/2784/7905
  13. Architecture, Critique, Ideology - SITE ZONE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sitezones.squarespace.com/s/Architecture_Critique_Ideology_Writings.pdf
  14. BOOK CLUB: The Architecture of Neoliberalism / How Contemporary Architecture Became an Instrument of Control and Compliance - PIN–UP Magazin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pinupmagazine.org/articles/book-club-the-architecture-of-neoliberalism-how-contemporary-architecture-became-an-instrument-of-control-and-compliance
  15. Re-visiting the Political Context of Manfredo Tafuri's " Toward a Critique of Architectural Ideology " : 'Having Corpses in our Mouths' - Academia.edu,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academia.edu/37169204/Re_visiting_the_Political_Context_of_Manfredo_Tafuris_Toward_a_Critique_of_Architectural_Ideology_Having_Corpses_in_our_Mouths
  16. From Formalism to Weak Form: The Architecture and Philosophy of Peter Eisenman - Taylor & Francis eBook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taylorfrancis.com/books/mono/10.4324/9781315583341/formalism-weak-form-architecture-philosophy-peter-eisenman-stefano-corbo
  17. THE BEST OF BOTH WORLDS Colin Rowe, contextualism, liberalism and the present urban design predicament - Roma TrE-Pres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romatrepress.uniroma3.it/wp-content/uploads/2025/07/LATINI-The-Best-of-Both-Worlds-_-DIGITALE.pdf
  18. A Genealogy of Modern Architecture Kenneth Frampton | PDF - Scribd,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449485526/A-Genealogy-of-modern-architecture-Kenneth-frampton
  19. What Is Discourse Analysis? Definition + Examples - Grad Coach,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gradcoach.com/discourse-analysis-101/
  20. CRITICAL DISCOURSE ANALYSIS (CDA) OF THE ... - Vilnius Tech,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mla.vilniustech.lt/index.php/JAU/article/download/18754/11887
  21. Panofsky on Architecture: Iconology and the Interpretation of Built Form, 1915–1956, Part I,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journals.uchicago.edu/doi/10.1086/707699
  22. Erwin Panofsky - Wikipedia,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Erwin_Panofsky
  23. Panofsky on Architecture: Iconology and the Interpretation of Built Form, 1915–1956, Part I,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41828661_Panofsky_on_Architecture_Iconology_and_the_Interpretation_of_Built_Form_1915-1956_Part_I
  24. The Space Syntax approach,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spacesyntax.com/the-space-syntax-approach/
  25. 393 - Syntax as an Iterative Architectural Design Tool - UCA Research Online,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research.uca.ac.uk/6578/1/2207_SSSBergen_IterativeDesign.pdf
  26. Architecture History and Digital Humanities | eahn,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eahn.org/groups/architectural-history-and-digital-humanities/
  27. Mapping the Discourse. Architecture Periodicals in/for the Teaching of Architecture History - OpenEdition Journal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journals.openedition.org/craup/9370
  28. MAPPING OF THE SOCIO-SEMANTIC NETWORK OF THE ARHITEKTURA MAGAZINE (1931-1934) - Interdisciplinary Description of Complex Systems,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indecs.eu/2024/indecs2024-pp167-181.pdf
  29. Rationalism and the Cartesian Grid | The Guggenheim Museums and Foundation,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guggenheim.org/teaching-materials/countryside-the-future/rationalism-and-the-cartesian-grid
  30. Discerning the Rational from the Modern in Architecture - Merrell ...,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merrellsoulearchitects.com/journal/rational-modern/
  31. Intellectual Work and Capitalist Development: Origins and Context of Manfredo Tafuri's Critique of Architectural Ideology - The City as a Project,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thecityasaproject.org/2011/03/pier-vittorio-aureli-manfredo-tafuri/
  32. The Architecture of Neoliberalism by Douglas Spencer review – privatising the world | Art and design books | The Guardian,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7/jan/12/the-architecture-of-neoliberalism-douglas-spencer-review
  33. 'Critique of Architecture: Essays on Theory, Autonomy, and Political ...,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marxandphilosophy.org.uk/reviews/19801_critique-of-architecture-essays-on-theory-autonomy-and-political-economy-by-douglas-spencer-reviewed-by-lukas-meisner/
  34. Dreaming of a Decolonial Language? The Limits of Posthuman Critique in the Anthropocene - Diva Portal,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uu.diva-portal.org/smash/get/diva2:1916917/FULLTEXT01.pdf
  35. Anyone Corporation, 2월 7, 2026에 액세스, https://www.anycorp.com/

 

 

스케치업 내보내기용 화면 해상도 고정 루비를 만들었습니다.

 

 

 

 

 1. 설치방법

스케치업 열기 > Extension > Extension Manger 에서

좌측하단의 Install Extension > 다운로드한 .rbz파일 열기 > Extension Manger상에서 Enabled 적용되어있는지 확인

 

 

 2. 사용위치

스케치업 열기 > Extension  > Crop window export tool

 

 

 3. 다운로드 ( rbz를 다운받아서 압축을 풀지 마시고 설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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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백색의 헤게모니와 "뉴욕 5"의 분열

20세기 후반 미국 건축 담론은 하이 모더니즘(High Modernism)의 경직된 정통성을 넘어서려는 치열한 지적 투쟁으로 정의된다. 이 지적 격변의 중심에는 1969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전시와 1972년 출간된 저서 Five Architects를 통해 정립된 "뉴욕 5(New York Five)"—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 찰스 과스메이(Charles Gwathmey), 존 헤이덕(John Hejduk),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존재했다.1 이들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초기 빌라들이 보여준 순수주의(Purism)적 형태 어휘로의 회귀를 통해 건축의 자율성을 회복하고자 했으며, 그들의 작품과 모형이 보여준 압도적인 백색성으로 인해 "백색파(The Whites)"라 명명되었다.4

그러나 "백색파"라는 명칭이 시사하는 단일한 이념적 연대는 19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와해되었다. 특히 그룹의 가장 이론적인 두 축이었던 마이클 그레이브스와 피터 아이젠만은 건축의 표면(surface)과 재현(representation), 그리고 색채(color)를 다루는 방식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결별했다. 이 보고서는 두 건축가가 초기 백색의 추상성을 포기하고 도입한 색채 전략—흔히 파스텔(pastel)이나 뮤트 톤(muted tones)으로 묘사되는—의 이론적 배경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본 연구는 그레이브스와 아이젠만의 색채 사용이 단순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장식이나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었음을 논증한다. 마이클 그레이브스에게 파스텔 색조는 **형상적 의인화(Figurative Anthropomorphism)**와 **의미론적 소통(Semantic Communication)**의 도구로서, 자연과 역사, 그리고 인간의 제의(ritual)를 건축에 재기입하려는 시도였다.6 반면, 피터 아이젠만에게 색채(특히 하우스 VI의 다이어그램과 Fin d'Ou T Hou S 폴리오에서 나타난)는 **통사적 장치(Syntactic Device)**로서, 건축의 "심층 구조(Deep Structure)"를 드러내고 건축적 기호의 인위성을 폭로하는 해체주의적 도구로 작동했다.8


2. 마이클 그레이브스: 형상적 건축과 색채의 의미론적 복권

2.1 기계 메타포의 거부와 "시적 언어"의 회복

1970년대 후반, 마이클 그레이브스는 모더니즘 건축이 의존해 온 추상적 기하학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념비적 에세이 **"형상적 건축을 위하여(A Case for Figurative Architecture)"**에서 그레이브스는 모더니즘 운동이 기계 메타포(machine metaphors)에 집착함으로써 건축의 "시적 형태(poetic form)"를 훼손하고 비형상적 추상성에 함몰되었다고 비판했다.6

그레이브스는 건축이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기술적 유용성을 다루는 **"내적 언어(internal language)"**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 상징과 신화를 다루는 **"외적 언어(external language)"**이다.6 모더니즘은 전자에 치중함으로써 건축을 대중과 유리된 기술적 오브제로 전락시켰다. 그레이브스가 추구한 것은 문화의 "형상적, 연상적, 의인화적 태도"를 건축에 다시 등록하는 것이었으며, 색채는 이 외적 언어를 구사하는 가장 강력한 어휘로 부상했다.7

2.2 3분법적 색채 이론: 대지, 인간, 하늘의 위계

그레이브스의 파스텔 팔레트는 당시 유행하던 팝 아트적 취향이나 임의적인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전 건축의 수직적 위계를 재해석하여 자연의 질서를 건축 표면에 투영하려는 엄격한 코딩 시스템이었다. 그는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유리 상자가 지워버린 벽의 위계—기단(base), 몸통(body), 두겁(cornice)—을 부활시켰으며, 이를 인간의 신체(발, 몸통, 머리)와 자연의 구조(대지, 인간의 공간, 하늘)에 대응시켰다.10

 

건축 요소 대응하는 자연/신체 색채 전략 (Color Strategy) 상징적 의미
기단 (Base) 대지(Earth) / 발 짙은 녹색(Teal), 테라코타(Terra Cotta), 붉은 갈색 건물을 대지에 정박시키고, 자연의 식생이나 흙의 물성을 환기함. 10
몸통 (Body) 인간(Man) / 몸통 크림색(Cream), 옅은 노랑, 베이지 인간이 거주하는 영역을 상징하며, 태양광을 반사하는 따뜻한 석재나 스터코의 질감을 모사. 13
상부 (Top/Cornice) 하늘(Sky) / 머리 천청색(Celestial Blue), 옅은 파랑 건물의 종결부를 하늘로 용해시키며, 천상의 세계와 연결됨을 암시. 10

2.2.1 기단: 테라코타와 녹색의 무게

그레이브스는 건물의 최하단부에 항상 무겁고 어두운 톤을 배치하여 시각적 안정감을 부여했다. 포틀랜드 빌딩(The Portland Building)의 기단부는 짙은 녹색 타일로 마감되었는데, 그레이브스는 이를 "건물이 솟아나온 대지의 식생(foliage)"을 상징한다고 명시했다.10 또한, 휴마나 빌딩(Humana Building)이나 수많은 드로잉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테라코타(Terra Cotta) 색상은 '구운 흙'이라는 어원 그대로 흙의 물성과 조적조(masonry)의 역사를 환기한다. 비록 현대 건축의 공법상 실제 조적조를 사용할 수 없을지라도, 테라코타 색상의 페인트나 타일을 통해 "풍부한 연상 작용을 지닌 조적의 역사"를 소환하고자 했다.11

2.2.2 몸통: 거주의 따뜻함

건물의 중심부는 인간의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그레이브스는 이를 크림색이나 옅은 노란색으로 처리하여 따뜻하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의 스터코 마감이 오랜 시간 햇빛을 받아 변색된 듯한 "파티나(patina)"를 재현하려는 의도였다. 이 파스텔 톤은 모더니즘의 차가운 흰색이나 금속성 표면과 대조되며, 사용자에게 심리적 위안과 휴머니즘적 스케일을 제공한다.15

2.2.3 상부: 천상의 파랑

그레이브스 건축에서 가장 독창적인 색채 사용 중 하나는 상층부의 **천청색(Celestial Blue)**이다. 그는 "소핏(soffit, 처마 밑면)이 어떤 의미에서 천상(celestial)이라는 암시는 우리의 문화적 발명"이라고 언급하며, 건물의 상부를 하늘과 동일시했다.7 포틀랜드 빌딩의 펜트하우스나 파고-무어헤드 문화 센터(Fargo-Moorhead Cultural Center) 계획안에서 나타나는 이 푸른색은 건물의 물리적 매스를 시각적으로 해체하여 하늘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파스텔 블루는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건축물이 우주적 질서와 만나는 접점으로서의 존재론적 색채다.14

2.3 "참조적 스케치"와 파스텔의 매체적 특성

그레이브스의 색채 이론은 그의 독특한 드로잉 기법과 분리될 수 없다. 그는 컴퓨터(CAD)가 건축가의 사고를 기계적으로 만든다고 비판하며, 손으로 그리는 행위야말로 아이디어와 "본능적으로 연결(visceral connection)"되는 유일한 길임을 역설했다.16 그는 드로잉을 참조적 스케치(referential sketch), 예비 연구(preparatory study), **최종 드로잉(definitive drawing)**으로 분류했다.17

그레이브스의 "최종 드로잉"은 주로 노란색 트레이싱지(yellow tracing paper) 위에 색연필과 파스텔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 노란색 바탕의 효과: 노란색 트레이싱지는 백색 종이와 달리 그 자체로 따뜻한 중간 톤(mid-tone)을 형성한다. 이 위에 칠해지는 흰색 파스텔은 강렬한 하이라이트(빛)가 되고, 짙은 색은 깊이 있는 그림자(질량)가 된다. 이는 건물이 마치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 아래 있는 듯한 "분위기(mood)"를 즉각적으로 생성한다.18
  • 스푸마토(Sfumato)와 시간성: 파스텔의 부드럽고 뭉개지는 물성은 르네상스 회화의 스푸마토 기법처럼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건축물이 마치 오랜 세월을 견딘 유적(ruin)처럼 보이게 한다. 그레이브스는 의도적으로 "완벽한 새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모더니즘이 숭배한 기계적 정밀함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었다.19

2.4 사례 분석: 포틀랜드 빌딩과 파고-무어헤드

**포틀랜드 빌딩(1982)**은 그레이브스 색채 이론의 선언문과도 같다. 거대한 입방체 매스에 적용된 청록색 기단, 크림색 몸체, 그리고 적갈색의 거대한 가짜 벽기둥(pilaster)은 대중과 비평가들에게 충격을 주었다.21 비평가들은 이를 "포스트모던 주크박스"라 조롱했지만, 그레이브스에게 이 색채들은 관료주의적인 고층 빌딩에 "시민적 정체성"과 "축제적 성격"을 부여하는 필수적인 언어였다.23

**파고-무어헤드 문화 센터(1977)**의 드로잉은 파스텔 색조가 어떻게 상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레이브스는 다리의 형태를 "물과 하늘 사이에서 솟아나는 대지의 연장"으로 규정하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블루와 테라코타의 엄격한 팔레트를 사용했다.14 여기서 색채는 장식이 아니라, 건축물이 놓인 장소의 본질을 설명하는 형이상학적 도구였다.


3. 피터 아이젠만: 통사적 해체와 색채의 다이어그램화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건축의 외부(자연, 역사, 문화)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다면, 피터 아이젠만은 건축의 내부(구문, 구조, 과정)로 침잠했다. 아이젠만의 초기 주택 시리즈(House I~X)는 놈 촘스키(Noam Chomsky)의 생성 문법(generative grammar)에 영향을 받아, 건축의 "심층 구조(deep structure)"를 탐구하는 데 집중했다.9 그에게 건축은 인간을 위한 안락한 거처가 아니라, 지적 유희와 비평을 위한 자율적 오브제였다.

3.1 카드보드 건축(Cardboard Architecture): 물성의 거부

아이젠만은 자신의 초기 작업을 "카드보드 건축"이라 명명했다. 이는 실제 건축물이 마치 종이 모형처럼 보이기를 원했다는 뜻이다.

  • 이론적 배경: "카드보드는 질량, 질감, 색채가 결여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것은 '평면(plan)'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가장 가깝다".8
  • 백색의 기능: 아이젠만에게 백색은 순수함의 상징이 아니라, 재료의 물성을 지워버리는 소거의 도구였다. 벽이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느껴지는 순간 발생하는 "전통적 의미(집, 안락함)"를 차단하기 위해 그는 모든 표면을 백색이나 무채색으로 통일하여 구조적 관계(기둥, 보, 면)만이 드러나게 했다.26

3.2 하우스 VI(House VI)와 색채의 기호학적 반란

아이젠만은 철저한 무채색의 세계에 매우 전략적으로 색채를 개입시켰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하우스 VI(The Frank House, 1975)**의 계단이다.27

3.2.1 적색과 녹색의 대립

하우스 VI에는 두 개의 계단이 존재한다.

  1. 녹색 계단: 실제로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는 기능적 계단.
  2. 적색 계단: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벽에 붙어 있어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가상의(virtual)" 계단.

이 색채 사용은 기능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통상적으로 녹색은 '안전/진행'을, 적색은 '위험/정지'를 암시한다. 그러나 아이젠만에게 이 색채는 기하학적 변환 과정(transformational process)의 흔적(trace)을 표시하는 기호였다. 적색 계단은 그리드의 회전과 전단(shear) 과정에서 논리적으로는 필요하지만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위치에 생성된 요소를 시각화한 것이다.8 아이젠만은 이를 붉은색으로 칠함으로써 거주자에게 "이것은 계단이 아니라, 계단이라는 기호의 조작 과정이다"라고 웅변한다. 이 색채는 그레이브스의 파스텔처럼 감각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부조화를 일으켜 건축을 '읽게(read)' 만든다.9

3.3 분해의 파스텔: Fin d'Ou T Hou S와 다이어그램의 미학

1980년대에 들어서며 아이젠만의 작업은 "인공적 발굴(artificial excavation)"과 스케일링(scaling)으로 이동했다. 이 시기 제작된 Fin d'Ou T Hou S 폴리오(1985)는 아이젠만 특유의 "파스텔" 미학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29

3.3.1 재료와 색채의 아이러니

영국 건축협회(AA)에서 발행한 이 폴리오는 회색 카드지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되었으며, 엠보싱 처리된 판화와 분홍색 리본(pink ribbon), 금색(gold) 요소가 사용되었다.29

  • 분홍과 금색의 의미: 해체주의적이고 난해한 이론을 담은 프로젝트를 포장하는 데 사용된 분홍색과 금색은 키치(kitsch)하거나 장식적인 색상으로, 아이젠만의 엄격한 기하학과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고전주의적 "아름다움"이나 "완결성"이 붕괴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분홍색은 전통적인 "집(House)"의 따뜻함이나 여성성을 상징할 수 있으나, 아이젠만의 "Hou S"는 그 집의 개념이 해체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파스텔 톤은 대상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부재를 강조하는 껍데기로 작동한다.

3.3.2 투명성과 중첩으로서의 파스텔

아이젠만의 액소노메트릭 드로잉(특히 House VI Transformation 시리즈)에서 나타나는 파스텔 톤은 안료의 색이 아니라 매체의 투명성에서 기인한다. 그는 마일라(mylar) 위에 유색 아세테이트 필름(acetate film)이나 잉크를 겹쳐 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31

  • 시간의 인덱스: 옅은 노랑, 회색, 붉은색의 반투명한 층들은 디자인의 시간적 순서를 나타낸다. 가장 아래의 층(과거)은 위쪽의 층(현재)에 의해 가려지며 색이 혼합되거나 흐려진다. 여기서 "파스텔" 효과는 감성적 의도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형태의 변형 과정을 다이어그램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부산물(artifact)이다. 이는 그레이브스의 스푸마토와는 정반대로, 수학적이고 분석적인 투명성을 지향한다.33

4. 비교 분석: 파스텔의 의미론적 대척점

그레이브스와 아이젠만은 모두 1970-80년대 "페이퍼 아키텍처(Paper Architecture)"의 전성기를 이끌며 드로잉을 독립된 예술품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 모두 파스텔 톤(또는 그에 준하는 부드러운 색조)을 사용했지만, 그 이론적 배경은 의미론(Semantics) 대 통사론(Syntax)의 대립으로 요약될 수 있다.

4.1 현상학적 벽 vs 기호학적 평면

  • 마이클 그레이브스 (현상학적 접근): 그레이브스에게 벽은 의미가 퇴적된 두께를 가진다. 그가 사용하는 테라코타와 블루의 파스텔 톤은 벽에 무게감시간성을 부여한다. 이는 관찰자의 신체 감각과 기억을 자극하여 건축을 체험 가능한 대상으로 만든다. 그의 파스텔은 "따뜻함"과 "친숙함"을 통해 모더니즘의 소외를 극복하려는 치유의 제스처다.7
  • 피터 아이젠만 (기호학적 접근): 아이젠만에게 벽은 두께가 없는 추상적 평면이다. 그가 사용하는 적색, 녹색, 그리고 반투명한 파스텔 톤은 벽의 물성을 부정하고 그것을 정보로 치환한다. 이는 관찰자의 지성을 자극하여 건축을 해독해야 할 텍스트로 만든다. 그의 파스텔(투명 아세테이트)은 "차가움"과 "거리두기"를 통해 건축의 관습적 의미를 박탈하는 비평의 제스처다.25

4.2 드로잉의 목적: 회화 vs 다이어그램

  • 그레이브스의 콜라주: 그레이브스의 드로잉은 회화(Painting)에 가깝다. 그는 건물을 풍경 속에 배치하고, 빛과 그림자를 통해 입체감을 부여한다. 파스텔은 이러한 "회화적 공간"을 구축하는 주재료다.19
  • 아이젠만의 액소노메트릭: 아이젠만은 인간의 눈을 속이는 투시도(perspective)를 거부하고,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는 액소노메트릭(axonometric)을 고수했다. 그의 드로잉은 다이어그램(Diagram)이다. 여기서 색채는 형태의 생성 논리를 설명하는 범례(legend) 역할을 한다.8

[표 2] 그레이브스와 아이젠만의 색채 사용 비교 분석

비교 항목 마이클 그레이브스 (Michael Graves)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핵심 이론 형상적 건축 (Figurative Architecture) 심층 구조 / 해체주의 (Deep Structure / Deconstruction)
색채의 역할 의미론적 (Semantic): 상징, 은유, 문화적 연상 통사적 (Syntactic): 문법, 과정, 차연(Différance)
파스텔의 성격 대기적(Atmospheric), 회화적, 물질적 다이어그램적, 투명한, 비물질적
주요 팔레트 테라코타(땅), 크림(인간), 천청색(하늘) 백색/회색 베이스 + 원색(적/녹)의 충돌, 반투명 레이어
드로잉 매체 노란색 트레이싱지 + 파스텔/색연필 (스머징) 마일라 + 잉크 + 유색 아세테이트 필름 (레이어링)
역사적 참조 로마, 폼페이, 보자르(Beaux-Arts) 테라니, 더 스틸(De Stijl), 촘스키 언어학
대표작 포틀랜드 빌딩, 파고-무어헤드 문화센터 하우스 VI, Fin d'Ou T Hou S 폴리오

5. 결론: 재-마법화(Re-enchantment)와 소외(Estrangement)의 이중주

마이클 그레이브스와 피터 아이젠만의 작업에서 나타난 파스텔 색조의 사용은 20세기 후반 건축이 직면한 위기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해법을 보여준다.

마이클 그레이브스에게 파스텔은 **재-마법화(Re-enchantment)**의 도구였다. 그는 기계적 합리성으로 인해 메마른 현대 도시에 이탈리아의 풍경과 고전의 신화를 색채로 덧입힘으로써, 건축을 다시금 대중이 사랑하고 거주하고 싶은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그의 파스텔은 건축을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만드는 친절한 화자의 목소리였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대중적 호소력을 갖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

반면, 피터 아이젠만에게 색채는 **소외(Estrangement)**와 비평의 도구였다. 그는 건축이 인간을 편안하게 해주는 배경이 되기를 거부했다. 그의 붉은 계단과 분홍빛 리본은 건축이 지닌 관습적 허위를 폭로하고,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듦으로써 건축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브레히트적 소격 효과(Verfremdungseffekt)를 의도했다. 그의 파스텔은 건축의 내부 논리를 해부하는 냉철한 외과의사의 메스와 같았다.

결국 두 건축가는 "백색"이라는 모더니즘의 제로그라운드(Zero-ground)에서 출발했지만, 그레이브스는 그 위에 역사의 색을 칠했고, 아이젠만은 그 백색을 찢어 그 아래의 구조를 드러냈다. 이들이 남긴 파스텔의 유산은 오늘날 건축이 형태와 기능을 넘어, 어떻게 의미를 생성하거나 혹은 의미의 생성을 유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론적 지표로 남아있다.


주요 참고 문헌 및 출처:

  • Graves's Theory: 6
  • Eisenman's Theory: 8
  • Drawings & Case Studies: 10
  • Historical Context: 1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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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ew york five | PPTX - Slideshare,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slideshare.net/slideshow/new-york-five/170475157
  3. Colin Rowe - Introduction To Five Architects | PDF - Scribd,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51382111/Colin-Rowe-Introduction-to-Five-Architects
  4. The New York Five - Wikipedia,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The_New_York_Five
  5. From White to King of Postmodernism. Michael Graves | METALOCUS,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metalocus.es/en/news/white-king-postmodernism-michael-graves
  6. A Case for Figurative Architecture,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2.gwu.edu/~art/Temporary_SL/177/pdfs/Graves_Case_Fig_Arch.pdf
  7. Michael Graves: A Case for Figurative Architecture - design manifestos .org,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designmanifestos.org/michael-graves-a-case-for-figurative-architecture/
  8. Peter Eisenman's cardboard architecture - The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archleague.org/article/200-years-peter-eisenman/
  9. Projects // House VI by Peter Eisenman - Brave Drawn World - WordPress.com,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bravedrawnworlddotnet.wordpress.com/2015/09/16/projects-house-vi-by-peter-eise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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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ichael Graves' Rooftop Village (1985) - Drawing Matter,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drawingmatter.org/michael-graves-rooftop-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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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Michael Graves and Historicist Postmodernism | PDF - Scribd,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969627777/Michael-Graves-and-Historicist-Postmoder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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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Art and Industry - USModernist,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usmodernist.org/AJ/A-2017-1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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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Michael Graves – Drawn to Design - Princeton Magazine,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princetonmagazine.com/michael-graves-drawn-to-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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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Re-Imagining the Avant-Garde - BETTS PROJECT,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bettsprojectcom.squarespace.com/s/Works-descriptions-dhrb.pdf
  30. peter eisenman: fin d'ou t hou s. - AbeBooks,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abebooks.com/PETER-EISENMAN-FIN-DOU-HOU-Architecture/31821534545/bd
  31. Designed by Peter Eisenman - House VI, Transformation ...,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80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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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Designed by Peter Eisenman - House VI, Transformation, Axonometric projection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80589
  34. Diagram: An Original Scene of Writing - marywood university | school of architecture,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marywoodthesisresearch.files.wordpress.com/2014/03/eisenman_peter_diagram.pdf
  35. House I 1968 - EISENMAN ARCHITECTS,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eisenmanarchitects.com/House-I-1968
  36. The Urban Design Legacy of Colin Rowe | ArchDaily, 1월 15, 2026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37206/the-urban-design-legacy-of-colin-rowe

 

 

1. 서론: 통합에 대한 열망과 건축의 확장

건축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단순히 물리적 피난처를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인간의 삶을 조직하고 시대의 정신을 물질화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로 기능해 왔다. 건축가가 건물의 구조적 외피뿐만 아니라 내부를 채우는 가구, 조명, 식기, 심지어 문손잡이와 같은 미시적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미적·철학적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게잠트쿤스트베르크(Gesamtkunstwerk, 총체예술)'라는 개념으로 수렴된다. 19세기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에 의해 예술 장르 간의 통합을 지향하며 정립된 이 개념은, 이후 아르누보와 빈 분리파를 거쳐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적 통합, 그리고 현대의 디지털 파라메트릭 디자인과 거대 기술 기업의 사옥 건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주되며 건축 담론의 중심에 서 왔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에르네스토 로저스(Ernesto N. Rogers)가 전후 밀라노의 재건 과정에서 주창한 "숟가락에서 도시까지(Dal cucchiaio alla città)"라는 슬로건은 이러한 토탈 디자인(Total Design)의 야망을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낸다.1 이는 건축가의 직능이 단일 건물의 설계를 넘어, 일상의 가장 작은 도구에서부터 거대한 도시 조직에 이르기까지 인간 환경의 모든 스케일을 아우르는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본 보고서는 마이크로(Micro) 스케일의 하드웨어부터 매크로(Macro) 스케일의 도시 형태까지 일관되게 디자인된 건축 사례들을 역사적, 이론적 맥락에서 심층 분석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유기적 건축,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모더니즘 미학,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파라메트릭 연속성, 그리고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의 기업 통합 디자인 등 주요 사례를 통해 토탈 디자인이 구현해 온 효용을 고찰한다. 동시에 아돌프 로스(Adolf Loos)의 비판적 텍스트와 현대의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이러한 완벽한 통합이 내포하고 있는 사용자 주체성의 상실, 사회적 통제, 그리고 경직성의 한계를 규명하고자 한다.


2. 게잠트쿤스트베르크의 이론적 기원과 역사적 진화

2.1 바그너의 이상과 초기 건축적 수용

'게잠트쿤스트베르크'라는 용어는 1827년 철학자 트란도르프(K. F. E. Trahndorff)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으나, 이를 예술 이론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것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였다. 바그너는 1849년 그의 에세이 『미래의 예술작품(The Art-Work of the Future)』에서 근대 예술의 파편화된 상태를 비판하며, 고대 그리스 비극과 같이 음악, 시, 춤, 건축, 회화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통합된 예술 형식을 주창했다.3

건축에서 이 개념은 건물이 고립된 구조물이 아니라, 내부의 모든 장식과 예술품, 그리고 거주자의 삶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했다. 이는 19세기 말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생활양식의 변화와 대량 생산된 조악한 물품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잃어버린 '통일성'을 회복하고자 했던 낭만주의적 열망의 발로였다.4

2.2 아르누보(Art Nouveau)와 빈 분리파(Vienna Secession): 장식과 구조의 융합

19세기 말 등장한 아르누보는 자연의 유기적 곡선을 모티프로 삼아 건축의 구조와 장식을 불가분의 관계라 보았다. 벨기에의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는 타셀 저택(Hôtel Tassel, 1893)을 통해 토탈 디자인의 초기 전형을 보여주었다.

  • 연속성의 미학: 오르타의 건축에서 철제 기둥의 식물 줄기 같은 곡선은 천장의 스투코 장식으로, 바닥의 모자이크 타일 패턴으로, 그리고 계단 난간의 놋쇠 손잡이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유동적인 유기체로 통합한다. 여기서 '장식'은 구조 위에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장식적 기능을 수행하는 본질적인 요소로 작동한다.4
  • 생활의 디자인: 앙리 반 데 벨데(Henry van de Velde)는 자신의 신혼집을 설계하며 건물뿐만 아니라 가구, 식기, 심지어 아내의 드레스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그는 실내 공간의 색채와 선의 흐름이 거주자의 의복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으며, 이는 토탈 디자인이 인간의 신체와 행동 양식까지 규율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사례이다.8

빈 분리파의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이 설계한 **스토클레 저택(Stoclet Palace, 1905-1911)**은 게잠트쿤스트베르크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 협업을 통한 통합: 건축가 호프만,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조각가 프란츠 메츠너(Franz Metzner) 등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이 저택은, 건축이 다른 예술 장르를 포섭하고 지휘하는 상위 예술임을 증명했다. 식당의 벽면을 장식한 클림트의 모자이크 벽화는 단순히 걸려 있는 그림이 아니라, 벽체와 일체화된 건축적 요소로 기능한다. 식기류와 조명 기구까지 호프만의 엄격한 기하학적 그리드 시스템(Quadratstil)에 맞춰 디자인되었으며, 이는 아르누보의 유기적 곡선에서 모더니즘의 기하학적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완결성을 보여준다.4

2.3 바우하우스(Bauhaus)와 산업적 토탈 디자인

1919년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설립한 바우하우스는 "모든 조형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이라고 선언하며,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모색했다.9 초기 바우하우스가 중세 길드의 장인정신을 모델로 한 표현주의적 통합을 꿈꿨다면, 데사우 시기 이후의 바우하우스는 산업적 생산 방식을 적극 수용하여 대량 생산 가능한 토탈 디자인을 추구했다.

  • 표준화와 시스템: 바우하우스의 접근은 유일무이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주택이 아니라, 표준화된 부품(조명, 가구, 식기, 벽지)들이 모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전체를 구성하는 시스템적 통합이었다. 이는 에르네스토 로저스의 "숟가락에서 도시까지"라는 명제와 연결되며, 전후 재건기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건축가의 윤리적 의무로 확장되었다.1

3. 거장들의 토탈 디자인 사례 분석: 마이크로와 매크로의 조응

3.1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유기적 건축의 문법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이란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처럼 부분과 전체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건물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다루어야 하며, 가구와 설비는 건물의 기관(organs)과 같다"고 주장했다.13

3.1.1 가구와 공간의 일체화

라이트는 기성 가구를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에게 시중의 가구는 건물의 공간적 흐름을 방해하는 이물질이었다.

  • 낙수장(Fallingwater): 라이트는 많은 가구를 '붙박이(Built-in)' 형태로 설계하여 벽체의 연장선으로 만들었다. 거실의 소파는 돌 벽에서 튀어나온 캔틸레버 구조로 되어 있으며, 책상과 선반은 벽과 일체화되어 공간을 점유하기보다는 공간을 규정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이는 가구를 건물의 '부동산' 일부로 귀속시킴으로써, 사용자가 임의로 가구를 재배치하여 건축가의 의도를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포함하고 있었다.13

3.1.2 존슨 왁스 본사(Johnson Wax Headquarters): 형태의 문법적 연속성

존슨 왁스 본사(1936-1939)는 오피스 환경에 대한 라이트의 토탈 디자인 철학이 집약된 사례이다.

  • 둥근 모서리의 어휘: 건물 전체를 지배하는 둥근 모서리와 곡선의 어휘는 내부의 모든 요소에 적용되었다. 대강당의 덴드리폼(dendriform, 나무 형태) 기둥의 둥근 자본(capital) 형태는, 라이트가 디자인한 강철 책상과 의자의 둥근 모서리, 튜브형 프레임으로 반복된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문, 조명 스위치, 바닥의 타일 패턴까지 사각형이 아닌 둥근 모서리를 가진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이는 직원들이 건물의 어느 곳에 있든,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일관된 시각적 경험을 하도록 유도한다.14
  • 재료와 색채의 통일: 체로키 레드(Cherokee Red) 색상의 벽돌과 튜브형 유리(Pyrex glass tubing)의 사용은 외관에서 내부의 파티션, 책상의 상판 디테일까지 이어지며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공간적 통일감을 형성한다.

3.2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숟가락에서 호텔까지

덴마크의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은 "비례 감각(sense of proportion)이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믿었으며, 이는 건물의 매스 스케일에서부터 식탁 위의 포크 스케일까지 동일하게 적용되었다.17

3.2.1 SAS 로얄 호텔(SAS Royal Hotel): 모더니즘의 종합예술

1960년 코펜하겐에 완공된 SAS 로얄 호텔은 세계 최초의 진정한 디자인 호텔이자, 야콥센의 토탈 디자인 철학이 완벽하게 구현된 프로젝트이다.17

  • 대조의 미학: 건물 외관은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에 입각한 엄격하고 차가운 그리드 시스템의 커튼월 구조이다. 그러나 내부는 이와 대조적으로 따뜻하고 유기적인 곡선으로 채워졌다. 야콥센은 이 긴장감을 조율하기 위해 모든 요소를 직접 디자인했다.
  • 가구 디자인의 아이콘: 오늘날 디자인 아이콘이 된 에그 체어(Egg Chair), 스완 체어(Swan Chair), **드롭 체어(Drop Chair)**는 이 호텔의 로비와 객실을 위해 탄생했다. 이 의자들의 둥근 유기적 형태는 건물의 직선적인 엄격함을 완화시키며,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락함을 제공하는 '공간 속의 공간' 역할을 한다.17
  • 디테일의 완결성: 야콥센은 텍스타일 패턴, 카펫, 조명(AJ Lamp), 문손잡이, 재떨이, 그리고 호텔의 로고와 서체까지 디자인했다. 특히 **AJ 커틀러리(AJ Cutlery)**는 미래지향적이고 극도로 단순화된 형태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미래의 식기로 등장할 만큼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이었다. 이는 작은 숟가락 하나에도 건축가의 조형 의지가 투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다.17
  • Room 606: 리모델링 과정에서 대부분의 인테리어가 사라졌으나, 606호실은 야콥센이 디자인한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벽면 패널의 모듈과 가구의 배치, 조명의 각도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동결된 완벽함'을 목격할 수 있다.19

3.3 알바 알토(Alvar Aalto): 촉각적 휴머니즘과 디테일

핀란드의 거장 알바 알토는 토탈 디자인을 기하학적 통제가 아닌,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통합하는 수단으로 보았다. 그는 "건축의 가장 작은 부분까지도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믿었다.22

3.3.1 빌라 마이레아(Villa Mairea): 숲의 은유

빌라 마이레아(1939)는 핀란드의 자연과 모더니즘이 결합된 걸작이다. 알토는 숲이라는 자연 환경을 건축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재료와 디테일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 문손잡이의 철학: 알토에게 문손잡이는 "건물과의 첫 악수(first handshake)"였다. 그는 금속의 차가움이 손에 닿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청동이나 가죽으로 감싼 손잡이를 디자인했다. 빌라 마이레아의 유기적인 곡선형 손잡이는 사용자의 손 모양에 맞춘 인체공학적 디자인이자, 건물의 부드러운 공간감을 예고하는 촉각적 신호이다.22
  • 재료의 위계와 연속성: 실내 기둥들은 래커칠 된 나무, 등나무(rattan)로 감긴 철골, 혹은 가공되지 않은 자작나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감되었다. 이는 숲속 나무들의 다양성을 은유하며, 인공적인 건축 공간 내에서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형성한다. 계단의 난간, 조명의 갓, 벽난로의 형태까지 모두 '유동적인 선(undulating line)'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통합된다.23

4. 현대의 토탈 디자인: 디지털 제조와 기업의 통제

21세기에 들어 토탈 디자인은 디지털 기술과 자본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과거의 토탈 디자인이 건축가의 예술적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었다면, 현대의 토탈 디자인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이나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 생성의 양상을 띤다.

4.1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와 애플 파크(Apple Park): 브랜드가 된 건축

애플 파크(Apple Park)는 스티브 잡스와 조니 아이브, 그리고 노먼 포스터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현대판 게잠트쿤스트베르크이다. 이는 단순한 사옥이 아니라, 애플이라는 기업의 철학인 '폐쇄적 통합'과 '완벽주의'를 건축적으로 물화(物化)한 거대한 제품이다.26

  • 스쿼클(Squircle)과 곡률 연속성(Curvature Continuity): 애플의 iOS 아이콘과 하드웨어 디자인에 적용되는 '스쿼클(Squircle, 정사각형과 원의 중간 형태)' 기하학은 건물의 평면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버튼, 문손잡이, 화장실 변기 시트, 심지어 카페테리아의 피자 박스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게 적용되었다. 일반적인 라운드 값(fillet)이 아닌, 곡률이 부드럽게 변하는 연속 곡선(G2/G3 continuity)을 건축 디테일에 구현함으로써 시각적 끊김을 완벽하게 제거했다.29
  • 심리스(Seamless) 환경: 건물 바닥과 벽 사이의 걸레받이(baseboard)를 없애고, 유리와 알루미늄이 만나는 조인트를 숨기며, 천장의 설비 라인을 완벽하게 정렬했다. 이러한 디테일의 통합은 사용자가 건물의 물리적 구성 요소(못, 나사, 이음매)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여, 마치 거대한 아이폰 내부를 거니는 듯한 비물질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사용자에게 잡음 없는 몰입 환경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애플이라는 시스템 속에 완벽하게 포섭되기를 강요한다.28

4.2 자하 하디드(Zaha Hadid)와 파라메트릭 연속성(Parametric Continuity)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HA)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을 통해 가구와 건축, 도시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수행한다.34

  • 연속적인 표면(Continuous Skin):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 벽, 천장, 가구는 별개의 객체가 아니다. 하나의 유동적인 표면(surface)이 융기하여 **제피르 소파(Zephyr Sofa)**가 되고, 벽이 되고, 천장이 된다. 하디드의 가구 디자인은 그녀의 건축물인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나 DDP의 외피 생성 로직과 동일한 알고리즘을 공유한다. 이는 스케일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형태 언어(form language)를 가짐을 의미한다.34
  • 1000 뮤지엄(One Thousand Museum)의 외골격: 마이애미의 초고층 주거 프로젝트에서 하디드는 구조체인 외골격(exoskeleton)을 실내 인테리어의 핵심 요소로 끌어들였다. 거대한 유기적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창문을 가로지르며 공간을 규정하고, 입주자가 별도의 인테리어 장식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조형미를 제공한다. 이는 구조, 외피, 인테리어가 분리되지 않는 디지털 시대의 총체적 통합을 보여준다.41

4.3 질 레장(Gilles Retsin)과 디스크리트(Discrete) 건축: 부품의 미학

'매끄러운 연속성'을 추구하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에 대한 대안으로, 질 레장(Gilles Retsin)은 '디스크리트(Discrete, 이산적)' 건축을 제안한다. 이는 미리 제작된 단위 부품(part)들의 조합 규칙(combinatorial logic)을 통해 전체를 구축하는 방식이다.42

  • 디지털 재료와 메레올로지(Mereology): 레장의 '블록헛(Blokhut)'이나 3D 프린팅 구조물은 레고 블록처럼 표준화된 '디지털 재료' 단위의 집합체이다. 여기서 토탈 디자인의 핵심은 최종 형태의 미적 완결성이 아니라, **부분과 전체의 관계(Part-to-Whole)**를 규정하는 조립 규칙의 일관성이다.42
  • 개방형 시스템: 이 방식은 문손잡이부터 기둥까지 하나의 덩어리로 매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기본 단위(bit)가 의자도 되고 기둥도 되고 지붕도 되는 시스템적 통합을 추구한다. 이는 건축가가 최종 형태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참여하거나 로봇이 자동으로 조립할 수 있는 개방성과 가변성을 내포한다. 이는 "숟가락에서 도시까지"를 "비트(Bit)에서 건물까지"로 재해석한 것이다.43

4.4 이머징 오브젝트(Emerging Objects): 재료의 혁신과 3D 프린팅

로널드 라엘(Ronald Rael)과 버지니아 산 프라텔로(Virginia San Fratello)가 이끄는 이머징 오브젝트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재료와 건축 부재의 통합을 시도한다.

  • 호기심의 오두막(Cabin of Curiosities): 이 프로젝트는 4,500개 이상의 3D 프린팅 세라믹 타일로 덮여 있다. 타일은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라, 식물을 심을 수 있는 화분(planter tile) 기능을 겸하며, 건물의 외피 자체가 살아있는 정원이 된다. 내부의 반투명 바이오 플라스틱 타일과 3D 프린팅된 가구, 조명은 재료의 질감과 패턴을 통해 내외부를 일관되게 연결한다. 이는 재료의 물성(materiality) 자체가 디자인의 통합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는 사례이다.46

5. 토탈 디자인 접근 방식의 효용과 한계

5.1 효용(Utility): 몰입, 효율, 그리고 정체성

  1. 미적 완결성과 심리적 몰입 (Aesthetic Coherence & Immersion):
    토탈 디자인은 시각적 잡음(visual noise)을 제거하고 공간의 목적에 부합하는 완벽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바그너의 극장이나 야콥센의 호텔처럼, 철저히 통제된 환경은 사용자에게 강력한 심리적 몰입감을 제공하며, 일상에서 분리된 특별한 경험(phenomenological experience)을 선사한다.3
  2. 기능적 효율성과 공간 최적화 (Functional Optimization):
    라이트의 오피스나 애플 파크처럼 가구와 설비를 건축과 통합 설계하면, 공간 낭비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붙박이 가구는 죽은 공간(dead space)을 없애고, 건축물과 일체화된 배선 및 공조 시스템은 유지보수와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14
  3.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물리적 구현 (Physical Manifestation of Brand Identity):
    현대 사회에서 토탈 디자인은 기업이나 기관의 정체성을 물리적 공간에 각인시키는 가장 강력한 브랜딩 수단이다. 애플 파크의 '스쿼클' 디테일이나 존슨 왁스의 붉은 벽돌과 둥근 모서리는 그 자체로 기업의 철학을 대변한다. 일관된 디자인 언어는 직원들에게는 소속감을, 방문객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준다.29

5.2 한계와 비판(Limitations & Critique): 통제와 소외의 역설

  1. 아돌프 로스의 경고: 주체성의 상실과 전체주의
    아돌프 로스는 그의 유명한 에세이 **「가난한 부자(The Poor Little Rich Man, 1900)」**를 통해 토탈 디자인의 억압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야기 속 부자는 건축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여 '완벽한 집'을 얻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삶을 잃는다. 건축가는 잉크통의 위치까지 지정해주며, 부자는 가족사진 액자 하나 마음대로 놓을 수 없는 자신의 집에서 주인이 아닌 '객체'로 전락한다. "건축가는 잊은 것이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디자인했다."라는 로스의 문장은 토탈 디자인이 사용자의 취향과 삶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전체주의적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48
  2. 경직성과 노후화에 대한 취약성 (Rigidity & Obsolescence):
    토탈 디자인된 공간은 하나의 완결된 예술품(opus)으로 간주되기에, 작은 변화도 전체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공간의 가변성을 극도로 제한한다.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고정된 붙박이 가구와 특수 제작된 하드웨어는 교체가 불가능한 장애물이 된다. 야콥센의 SAS 로얄 호텔 인테리어가 대부분 사라지고 606호실만 박제된 채 남은 것은, 생활의 역동성을 수용하지 못한 '박제된 디자인'의 한계를 방증한다.17
  3. 사회적 통제와 신자유주의적 도구화 (Social Control & Neoliberalism):
    더글라스 스펜서(Douglas Spencer)는 자하 하디드나 팻릭 슈마허의 유동적인 파라메트릭 공간이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신자유주의적 장치'라고 비판한다. 매끄러운 공간은 사용자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고 소비하며 노동하게 만든다. 팻릭 슈마허가 "정치적 올바름을 멈추라"며 건축의 형태적 자율성을 옹호할 때, 이는 역설적으로 건축이 자본과 권력의 요구(효율성, 통제, 스펙터클)에 무비판적으로 복무하게 만듦을 의미한다.52
  4. 경제적 배타성 (Exclusivity):
    모든 요소를 맞춤 제작(custom-made)해야 하는 토탈 디자인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이는 결국 소수의 엘리트나 거대 자본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적 양식이 되기 쉽다. 바우하우스가 초기에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꿈꾸었으나 결국 고급 디자인 상품이 된 것처럼, 토탈 디자인은 보편적 주거 환경의 개선보다는 계급적 구별 짓기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45

6. 결론: 폐쇄된 완결성에서 개방된 시스템으로

'숟가락에서 도시까지'라는 토탈 디자인의 이상은 건축 역사에서 가장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꿈이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아르네 야콥센이 보여준 마스터피스들은 건축가의 비전이 물리적 세계를 얼마나 아름답고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그러나 아돌프 로스의 통찰처럼, 이러한 완벽함은 그 속에 거주하는 인간의 불완전하고 역동적인 삶을 질식시킬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애플 파크와 자하 하디드의 작업은 이러한 '통제된 통합'이 디지털 기술과 자본을 만나 더욱 정교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질 레장의 디스크리트 건축이나 이머징 오브젝트의 오픈 소스 3D 프린팅 실험은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건축가가 최종 형태를 독점하고 고정하는 **'폐쇄된 토탈 디자인(Closed Total Design)'**에서, 사용자가 참여하고 변형할 수 있는 규칙과 부품을 설계하는 **'개방형 통합 시스템(Open Integrated System)'**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미래의 유효한 토탈 디자인은 건축가의 자아를 투영하는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과 기술적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문손잡이의 촉감이 건물의 구조적 논리와 연결되면서도, 그 문을 열고 공간을 점유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용자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이 토탈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윤리적 지향점이다.

참고문헌 및 데이터 출처 요약

 

시대/구분 주요 인물 및 그룹 대표 사례 디자인 특징 (Micro to Macro) 비고
19세기 말 리하르트 바그너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 예술 장르(음악, 건축, 무대)의 통합 Gesamtkunstwerk 개념 정립 3
아르누보 빅토르 오르타, 반 데 벨데 타셀 저택, 반 데 벨데 자택 식물 줄기 곡선의 연속성 (구조-장식-가구-의복) 자연 모사, 유기적 통합 8
빈 분리파 요제프 호프만, 구스타프 클림트 스토클레 저택 기하학적 그리드, 벽화와 공간의 일체화, 식기 디자인 총체적 예술로서의 저택 4
근대 모더니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낙수장, 존슨 왁스 본사 붙박이 가구, 둥근 모서리 가구, 재료(벽돌, 튜브유리) 통일 유기적 건축, 문법(Grammar) 14
근대 모더니즘 아르네 야콥센 SAS 로얄 호텔 (Room 606) 에그/스완 체어, AJ 커틀러리, 조명, 도어 핸들 숟가락에서 건물까지의 비례감 17
근대 모더니즘 알바 알토 빌라 마이레아 가죽/청동 문손잡이, 등나무 기둥, 숲의 은유 촉각적 휴머니즘 22
현대 (기업/디지털) 포스터 앤 파트너스 (애플) 애플 파크 스쿼클(Squircle) 형태, 심리스 디테일, 통합 설비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술적 완벽주의 28
현대 (파라메트릭)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DDP, 1000 뮤지엄 연속적 표면(Surface), 제피르 소파, 외골격 구조 스케일 없는 유동성, 디지털 연속성 34
현대 (디스크리트) 질 레장 (Gilles Retsin) 블록헛(Blokhut), 로열 아카데미 디지털 재료(Voxel/Part), 조립 로직(Combinatorial) 개방형 시스템, 부분과 전체의 관계 42

인용 출처:.1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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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건축적 인식론으로서의 영화적 전환

건축 전공자에게 있어 영화라는 매체는 단순한 시각적 유희나 대중문화의 소비 대상이 아니다. 영화는 건축된 환경을 비추는 비판적 거울이자, 시간 속에서 공간을 이해하는 현상학적 도구이며, 나아가 설계 프로세스에 있어 서사(Narrative)를 구축하는 강력한 방법론적 기제이다. 건축과 영화의 융합, 이른바 건축 담론에서의 '영화적 전환(Cinematic Turn)'은 정적인 직교 투영법(평면도, 단면도, 입면도)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 공간의 '체화된 경험(Lived Experience)'을 분석하고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론적 틀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건축 교육은 종종 공간을 물리적 실체, 즉 기하학적 구조물로 환원하여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인간이 점유하는 공간은 시간의 흐름, 빛의 변화, 소리의 울림,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Event)들의 총체이다. 영화는 이러한 시간성과 사건성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의 가장 강력한 인접 예술이다. 핀란드의 건축 이론가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가 지적했듯, 건축과 영화는 모두 '체화된 예술(Embodied Arts)'이며, 외부와 내부가 완전히 얽히고 융합되는 장소이다.1

본 연구 보고서는 건축 전공자가 영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OASE Journal for Architecture의 비판적 담론, 줄리아나 브루노(Giuliana Bruno)의 정서적 지도 그리기(Atlas of Emotion), 렘 콜하스(Rem Koolhaas)와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의 급진적 디자인 방법론을 이론적 토대로 삼는다. 또한,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플레이타임(Playtime),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기생충(Parasite)*과 같은 텍스트를 건축적 시각에서 정밀하게 독해함으로써, 영화가 어떻게 사회적 계급, 도시의 디스토피아, 그리고 모더니즘의 모순을 공간적으로 재현하는지 분석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건축가가 어떻게 시나리오를 쓰고, 몽타주를 통해 공간을 조직하며, 움직이는 관찰자(Mobile Spectator)를 위한 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해답을 제공할 것이다.


2. 이론적 프레임워크: 관찰자로서의 건축가

건축학도가 영화를 접할 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보는 방식(Way of Seeing)'의 전환이다. 영화 속 공간은 기하학적 치수로 정의되는 공간이 아니라, 정서와 기억, 그리고 감각이 투사된 실존적 공간이다. 다음의 이론적 틀은 건축학도가 영화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공간적 담론의 장으로 해석할 수 있게 돕는다.

2.1 실존적 공간과 햅틱 이미지 (Juhani Pallasmaa)

유하니 팔라스마는 그의 저서 The Architecture of Image: Existential Space in Cinema를 통해 건축과 영화가 공유하는 경험적 기반을 탐구한다. 그는 건축이 인간의 거주를 위해 물리적 공간을 구조화하는 반면, 영화는 그 공간에 실존적 의미를 투사하여 삶의 장면을 창조한다고 주장한다.2

2.1.1 시각 중심주의(Ocularcentrism)의 비판과 촉각적 시각

현대 건축 문화는 지나치게 시각적 이미지에 경도되어 있으며, 이는 공간의 깊이와 다감각적 체험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팔라스마는 영화가 역설적으로 이러한 시각 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매체라고 주장한다. 영화적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 정보를 넘어, 질감, 무게, 온도를 느끼게 하는 '촉각적(Haptic)'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낡은 벽돌의 거친 질감이나 비에 젖은 아스팔트의 차가움을 '눈으로 만지게' 된다.1

건축 전공자는 영화를 볼 때 다음과 같은 층위에서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 물성(Materiality)의 전이: 타르코프스키(Tarkovsky)의 영화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와 축축한 벽면이 어떻게 공간의 습기를 전달하는지, 혹은 큐브릭(Kubrick)의 영화에서 백색의 매끄러운 표면이 어떻게 무균실 같은 소외감을 형성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이는 도면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재료의 현상학'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 분위기(Atmosphere)의 구축: 팔라스마는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같은 감독들이 건축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특정한 정서적 상태를 창조한다고 분석했다.2 건축학도는 감독이 조명, 그림자, 프레이밍을 통해 어떻게 공간의 '기분(Mood)'을 조작하는지를 역설계(Reverse-engineering)하여, 자신의 설계 프로젝트에 분위기를 입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2.1.2 기하학적 공간 대 실존적 공간

팔라스마는 수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기하학적 공간'과 인간의 의식과 기억이 투영된 '실존적 공간(Lived Space)'을 구분한다. 영화는 철저히 실존적 공간의 논리를 따른다. 이는 꿈의 구조와 유사하며, 물리적 경계보다는 정서적 경계에 의해 구획된다.1 건축학도가 영화에서 배워야 할 것은 평면도상의 기능적 배치가 아니라, 사용자가 공간을 점유할 때 느끼는 심리적 확장과 수축이다.

2.2 움직이는 정서: 감정의 지도 (Giuliana Bruno)

줄리아나 브루노의 Atlas of Emotion: Journeys in Art, Architecture, and Film은 공간 이동(Motion)과 감정(Emotion)의 어원적, 실질적 연결고리를 탐구함으로써 건축과 영화의 관계를 '여행'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5

2.2.1 움직이는 관찰자 (The Mobile Spectator)

브루노는 영화 관람객이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적으로 이동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영화 속에서 카메라는 끊임없이 이동하며, 이는 도시를 걷는 산책자(Flâneur)의 시선과 일치한다.6 그녀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Sergei Eisenstein)이 아크로폴리스를 분석한 텍스트를 인용하며, 건축적 앙상블이 움직이는 관찰자에 의해 몽타주(Montage)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크로폴리스의 건물들은 고정되어 있지만, 걷는 인간의 시선 속에서 그들은 연속적인 샷(Shot)들의 집합으로 재구성되어 서사를 만들어낸다.7

  • 사이트-시잉(Site-seeing): 브루노는 관광(Sight-seeing)을 장소를 보는 행위(Site-seeing)로 언어 유희하며, 건축과 영화가 모두 '장소를 시각화하고 맵핑하는 행위'임을 강조한다. 건축학도는 이를 통해 건축 설계를 고정된 오브제가 아닌, 시퀀스(Sequence)와 경로(Path)의 디자인으로 접근해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6
  • 근대성의 시네마틱 공간: 브루노는 아케이드, 철도, 백화점과 같은 근대 건축물들이 이미 영화 발명 이전에 '시네마틱'한 공간 경험을 제공했다고 분석한다.6 이는 현대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어떻게 영화적 지각 방식을 형성했는지를 보여준다.

2.3 비판적 성찰과 서사 (OASE 저널의 담론)

네덜란드의 건축 저널 OASE는 건축, 도시, 조경을 아우르며 학문적 담론과 디자인 실무를 연결하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OASE는 건축을 고립된 기술적 행위가 아닌, 광범위한 문화적 필드(영화, 문학, 예술) 내에 위치시키며 비판적 성찰을 유도한다.8 특히 다음과 같은 이슈들은 건축 전공자에게 필수적인 레퍼런스이다.

2.3.1 OASE 70: Architecture and Literature

이 이슈는 건축과 문학의 관계를 다루며, 1990년대 이후 네덜란드 건축계(SuperDutch)의 성공 속에서 잊혀졌던 문학적 성찰을 재조명한다. 이는 영화적 서사론과도 직결되는데, 자전적 소설이나 내러티브가 어떻게 건축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하는지를 탐구한다.9 건축학도는 이를 통해 공간을 기술하는 언어와 서사가 설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배운다.

2.3.2 OASE 98: Narrating Urban Landscapes

이 이슈는 도시 경관을 읽고 디자인하는 데 있어 '서사(Narration)'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편집자 클라스케 하빅(Klaske Havik)과 브루노 노트붐(Bruno Notteboom)은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전문가와 거주자 사이의 중재자로 재정립하는 수단으로서 서사를 제시한다.11

특히 'Rewriting the Zone'이라는 아티클은 포스트-산업 경관(Post-industrial landscape)을 재개발할 때, 영화적 서사가 어떻게 버려진 공간(Terrain Vague)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11 이는 단순한 물리적 갱생을 넘어, 장소의 기억과 이야기를 재구축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2.3.3 OASE 66: Virtually Here – Space in Cyberfiction

사이버펑크와 공상과학 영화 속 공간을 다룬 이 이슈는 가상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대 도시를 분석한다. '사이버빌(Cyberville)'과 같은 개념을 통해 영화가 그리는 미래 도시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실제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 혹은 피해야 할 디스토피아를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15

이론가/저널 핵심 개념 건축 전공자를 위한 시사점
Juhani Pallasmaa 실존적 공간, 햅틱 이미지 시각 중심 설계를 넘어 촉각적, 정서적, 다감각적 공간을 설계하라.
Giuliana Bruno 움직이는 관찰자, 정서적 지도 건축을 고정된 형태가 아닌, 이동에 따른 시퀀스와 감정의 여정으로 해석하라.
Sergei Eisenstein 건축적 몽타주 공간의 배치를 시간적 편집(Editing)의 관점에서 구성하라.
OASE Journal 서사적 매핑, 비판적 성찰 타 분야(문학, 영화)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건축의 문화적 맥락을 확장하라.

3. 디자인 방법론: 감독으로서의 건축가

이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 전공자는 영화적 기법을 실제 설계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습득해야 한다. 렘 콜하스와 베르나르 츄미는 영화적 기법(시나리오, 몽타주, 표기법)을 건축 설계의 핵심 도구로 도입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3.1 시나리오로서의 프로그램: 렘 콜하스와 OMA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건축가가 되기 전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이러한 이력은 그가 건축을 접근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건축을 형태(Form)의 문제가 아닌, 사건과 활동을 조직하는 '각본(Script)'의 문제로 파악했다.16

3.1.1 엑소더스(Exodus): 건축적 스토리보드

1972년 콜하스가 발표한 Exodus, or the Voluntary Prisoners of Architecture는 전통적인 건축 도면 세트가 아닌, 텍스트와 꼴라주가 결합된 '픽토그래픽 스토리보드' 형식을 띤다.17

  • 플롯(Plot): 런던 도심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거대한 벽이 세워지고, 그 사이에는 '강렬한 도시적 욕망의 띠(Strip)'가 형성된다. 사람들은 이 벽 안으로 들어가 '자발적인 포로'가 된다.
  • 기법(Technique): 콜하스는 기존의 런던 지도 위에 꼴라주 기법을 사용하여 이질적인 프로그램들을 병치시켰다. '수용소', '목욕탕', '광장' 등의 에피소드가 연속되는데, 이는 영화의 시퀀스처럼 전개된다.18
  • 학생을 위한 교훈: 건축 설계는 **'시나리오 쓰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건물의 외관을 먼저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발생할 사건의 순서와 드라마를 먼저 작성해야 한다. Exodus는 프로그램(활동의 각본)이 형태를 결정짓는 생성기임을 보여준다.16

3.1.2 서면 스케치 (Written Sketch)

헬레나 후버-두도바(Helena Huber-Doudová)의 연구에 따르면, 콜하스의 OMA 작업 방식은 '스크립트'에 기반한다. 이는 헐리우드 시나리오나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본처럼, 공간의 기능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 편집하는 과정이다.16 건축학도는 이를 통해 다이어그램이나 평면도 이전에 '텍스트'로 공간을 구축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3.2 표기법과 사건: 베르나르 츄미의 맨해튼 트랜스크립트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의 The Manhattan Transcripts (1976-1981)는 영화 이론을 차용하여 기존 건축 표기법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 급진적인 시도이다. 츄미는 건축이 공간(Space), 움직임(Movement), 사건(Event)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보았다.21

3.2.1 3단 표기법 (Tripartite Mode of Notation)

츄미는 건축적 현실을 기술하기 위해 세 가지 평행한 트랙을 사용했다 22:

  1. 사진 (The Event): 사건을 지시하거나 목격한다 (예: 살인, 추락, 만남). 이는 영화의 스틸컷과 같은 역할을 한다.
  2. 평면/단면 (The Space): 사건이 일어나는 건축적 무대 세트이다.
  3. 다이어그램 (The Movement): 주인공들의 이동 경로를 벡터로 표시한다 (예: 무용보 표기법).

3.2.2 해체와 불연속 (Disjunction)

츄미의 핵심 이론은 '형태와 기능 사이에는 고정된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체(Disjunction)' 또는 **'이접'**이라 부른다. 교회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고, 공장에서 파티가 열릴 수 있다.22

  • 점프 컷(Jump-cut): 영화 편집에서 불연속적인 장면을 이어 붙여 충격을 주듯이, 츄미는 건축 공간을 분절하고 재조립하여 예상치 못한 공간적 경험을 유도한다.
  • 학생을 위한 교훈: Manhattan Transcripts의 방법론을 대지 분석에 적용해보라. 단순히 대지의 경계선을 그리는 것을 넘어,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벡터)**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우발적인 **사건(스냅샷)**을 기록하고, 이를 공간(도면)과 중첩시켜라. 이 세 가지 요소가 충돌할 때 새로운 건축적 가능성이 발견된다.25

3.3 시네마틱 매핑과 영상 방법론

현대 건축 교육과 실무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시네마틱 매핑(Cinematic Mapping)'이 시도되고 있다.26

3.3.1 동적 매핑 (Dynamic Mapping)

기존의 현황 조사는 정적이다. 시네마틱 매핑은 비디오, 소리 녹음, GPS 트래킹 등을 결합하여 장소의 시간적 변화를 기록한다.

  • 방법: 학생들은 대지를 '표류(Dérive)'하며 영상을 촬영하고, 에프터 이펙트(After Effects)와 같은 툴을 이용해 영상 위에 다이어그램이나 도면을 오버레이(Overlay)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흐름이나 미기후(Micro-climate)의 변화를 시각화하는 데 탁월하다.26

3.3.2 프로젝션 매핑 (Projection Mapping)

프로젝션 매핑은 물리적 모델이나 실제 건물 표면에 영상을 투사하여 정적인 오브제에 가상의 움직임을 부여하는 기술이다.27

  • 프로세스: 대상물의 3D 스캔 또는 모델링 → 콘텐츠 제작 (Cinema 4D, After Effects) → 매핑 소프트웨어(Resolume Arena, MadMapper)를 통한 보정(Warping/Masking) → 투사.30
  • 활용: 건축학도는 이를 통해 자신의 모형에 시간의 변화(낮과 밤), 재료의 변화, 혹은 내부 동선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투사하여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건축물의 가변성과 반응성을 실험하는 도구가 된다.

3.3.3 건축적 꼴라주와 몽타주

현대 건축 표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꼴라주는 렌더링의 사실성(Photorealism)에 대항하여 공간의 분위기와 개념을 강조하는 기법이다.32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나 렘 콜하스가 사용했던 이 방식은 서로 다른 스케일과 질감의 이미지를 병치시켜 새로운 맥락을 창조한다. 포토샵을 이용한 '디지털 몽타주'는 텍스처, 사람, 사물을 레이어링하여 공간의 '서사'를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한다.33


4. 케이스 스터디: 영화를 통한 건축 비평과 분석

건축 전공자는 영화 평론가와는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해체해야 한다. 내러티브나 연기력보다는 공간의 **단면(Section), 재료(Material), 위계(Hierarchy), 도시 조직(Urban Fabric)**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의 네 가지 영화는 건축적 분석의 모범적인 대상을 제공한다.

4.1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 1927): 수직적 계급과 도시의 단면

프리츠 랑(Fritz Lang)의 메트로폴리스는 건축 영화의 원형(Ur-text)으로, 도시의 수직적 구조가 곧 사회적 계급 구조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34

  • 건축 양식의 충돌: 영화는 아르 데코(Art Deco)의 마천루, 독일 표현주의(Expressionism)의 기괴한 각도, 그리고 고딕(Gothic) 양식의 대성당과 로트방의 집을 혼합한다.34 이는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과 미국 마천루에 대한 동경과 공포를 반영한다.37
  • 운명으로서의 단면(The Section as Destiny): 도시는 철저히 수직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지배 계급인 '머리(Head)'는 햇빛이 쏟아지는 지상의 마천루와 옥상 정원(Club of the Sons)에 거주하며, 노동 계급인 '손(Hands)'은 지하의 기계 도시에서 거주한다.35
  • 분석 포인트: 건축학도는 이 영화를 통해 **'단면의 정치학(Politics of Section)'**을 읽어야 한다. 공간의 높낮이가 어떻게 권력을 형성하고 통제하는가? 기계실(Machine Hall)이 몰록(Moloch)이라는 괴물/신전으로 묘사되는 장면은 산업 시설이 종교적/희생적 제의의 공간으로 치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37 랑의 비전은 르 코르뷔지에의 '빛나는 도시'와 같은 모더니즘 유토피아가 어떻게 전체주의적 악몽이 될 수 있는지 경고한다.35

4.2 플레이타임 (Playtime, 1967): 모더니즘의 풍자와 투명성의 역설

자크 타티(Jacques Tati)의 플레이타임은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과 모더니즘 도시의 획일성을 신랄하게, 그러나 유머러스하게 비판한다.38

  • 타티빌(Tativille): 타티는 파리 외곽에 거대한 세트장인 '타티빌'을 건설했다. 이곳의 건물들은 강철과 유리로 이루어진 똑같은 박스 형태이며, 병원, 공항, 사무실이 모두 똑같이 생겨 구분이 불가능하다.38 이는 기능주의 건축이 초래한 장소성(Placelessness)의 상실을 꼬집는다.40
  • 투명성과 반사: 영화 내내 유리는 투명함을 통해 소통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사(Reflection)를 통해 혼란을 야기하고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한다. 에펠탑과 같은 파리의 랜드마크는 오직 유리 문에 비친 허상으로만 등장한다.39 아파트는 전면 유리로 되어 있어 거주자의 사생활이 거리의 구경거리가 된다.41
  • 분석 포인트: 건축학도는 모더니즘이 추구했던 '투명성'이 실제로는 감시와 소외를 낳을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또한, 영화 전반에 흐르는 발자국 소리, 의자 소리, 기계음 등은 **청각적 건축(Acoustic Architecture)**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균질한 그리드(Grid) 공간에서 인간이 어떻게 길을 잃고 동선을 이탈하며 유희적 공간(Play space)을 만들어내는지 관찰하는 것이 핵심이다.

4.3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레트로피팅과 퇴적된 도시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블레이드 러너메트로폴리스의 수직적 위계를 계승하면서도, 플레이타임의 깨끗한 모더니즘을 거부하는 '사용된 미래(Used Future)'를 제시한다.42

  • 퇴적된 도시(Layered City): 2019년의 LA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있다. 거리 수준은 다문화가 혼재된 혼란스러운 시장이며, 상층부는 타이렐(Tyrell) 사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점유한다.44
  • 레트로피팅(Retrofitting): 영화 속 건축물들은 새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의 건물에 파이프, 덕트, 케이블이 기생적으로 덧붙여진 형태를 띤다. 브래드버리 빌딩(Bradbury Building)이나 에니스 하우스(Ennis House)와 같은 실제 역사적 건축물이 재활용된다.42 이는 도시가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백지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축적물임을 시사한다.
  • 분석 포인트: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과 도시의 침전(Sedimentation)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산성비와 스모그로 가득 찬 느와르적 분위기는 환경적 디스토피아를 시각화한다. 건축학도는 시드 미드(Syd Mead)의 컨셉 아트가 어떻게 기능적 디테일(환기구, 배관 등)을 통해 리얼리티를 부여했는지,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의 메가스트럭처가 인간의 스케일을 어떻게 압도하는지 분석해야 한다.45

4.4 기생충 (Parasite, 2019): 계급 투쟁의 건축적 단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주거 공간의 건축적 장치를 통해 계급 갈등을 서사화한 완벽한 사례이다. 영화는 기택네(반지하)와 박사장네(언덕 위 저택)라는 두 집의 대비로 구조화된다.46

  • 반지하(Banjiha)와 창문: 기택네 집은 지상과 지하의 경계에 있는 '반지하'이다. 그들의 유일한 창문은 거리의 노상방뇨를 마주하는 위치에 있으며, 빛과 와이파이를 구걸해야 하는 공간이다.48
  • 언덕 위 저택과 통창: 가상의 건축가 남궁현자가 지은 것으로 설정된 박사장의 집은 거대한 통유리를 통해 프라이빗한 정원을 조망한다. 이곳에서 창문은 세상을 보는 스크린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을 감상하는 액자가 된다.48
  • 계단과 수직성: 영화의 핵심 모티프는 계단이다. 기택네 가족이 박사장의 집에서 탈출하여 폭우 속에서 끝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은 계급의 하강을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한다.47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부자에게는 운치 있는 비가 가난한 자에게는 재난이 된다.
  • 분석 포인트: **공간적 격리(Spatial Segregation)**와 감각의 건축. 냄새(지하철 냄새, 무 말랭이 냄새)는 물리적 벽을 넘어 계급을 식별하는 기제가 된다.48 또한, 저택의 지하 벙커는 건축의 무의식, 즉 화려한 상부 구조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억압을 상징한다. 건축학도는 '단면도'가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시각화할 수 있는지 이 영화를 통해 배워야 한다.52
영화 주요 건축 테마 핵심 요소 건축학도를 위한 교훈
메트로폴리스 수직적 위계 마천루 vs 지하도시 단면은 곧 계급이다. 건축은 통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플레이타임 모더니즘의 획일성 유리벽, 큐비클 투명성은 소통이 아닌 단절을 낳을 수 있다. 획일화는 장소성을 지운다.
블레이드 러너 도시의 퇴적/재활용 레트로피팅된 건물 미래는 과거의 축적이다. 적응형 재사용과 레이어링의 미학.
기생충 주거의 계급성 반지하 창문 vs 통창 빛과 프라이버시는 권력이다. 수직 동선(계단)은 사회적 이동성을 상징한다.

5. 결론 및 제언: 건축-영화적 접근법의 통합

본 연구는 건축 전공자가 영화를 대함에 있어 단순한 관객의 위치를 넘어, 분석가이자 창작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해야 함을 시사한다. 영화는 시간과 사건이 배제된 건축 도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보완재이자, 그 자체로 강력한 공간 설계의 도구이다.

  1. 비판적-성찰적 접근 (Writing): 학생들은 OASE 저널과 같은 비판적 글쓰기를 훈련해야 한다. 영화 속 특정 장면을 '비판적 사건(Critical Incident)'으로 포착하고, 이를 자신의 설계 철학이나 사회적 맥락과 연결하여 1인칭 시점의 성찰적 에세이(Reflective Writing)를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53
  2. 생성적 접근 (Designing): 설계를 시작할 때 평면도부터 그리지 말고, 콜하스처럼 '시나리오'를 먼저 작성하라. 사용자의 행동과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스크립트를 만들고, 이를 츄미의 방식처럼 다이어그램과 몽타주로 변환하여 공간을 구축하라.
  3. 기술적 접근 (Making): 영상 매핑, 3D 스캐닝, 스토리보딩과 같은 영화적 기술을 설계 도구로 적극 도입하라. 이는 정적인 모형과 패널에 시간성과 서사를 부여하여,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건축학도는 팔라스마의 감각, 브루노의 이동성, 콜하스의 시나리오, 츄미의 해체를 통합하여 **'영화적 건축(Cinematic Architecture)'**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이는 건축을 정지된 오브제가 아닌, 인간의 삶이 펼쳐지는 역동적인 드라마로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1. The Existential Image: Lived Space in Cinema and Architecture - ResearchGat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55331578_The_Existential_Image_Lived_Space_in_Cinema_and_Architecture
  2.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goodreads.com/book/show/398622.The_Architecture_of_Image#:~:text=Juhani%20Pallasmaa,-4.47&text=This%20book%20explores%20the%20shared,emotional%20states%20in%20their%20movies.
  3. THE ARCHITECTURE OF IMAGE - existential space in cinema. - Squarespac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a6100b0f14aa191e1ab0947/t/5e6979e27e1d0b209126d185/1583970871368/PALLASMAA_CINEMA.pdf
  4. The Architecture of Image : Existential Space in Cinema - Better World Books,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betterworldbooks.com/product/detail/the-architecture-of-image-existential-space-in-cinema-9789516826281
  5. Atlas of Emotion by Giuliana Bruno: 9781786633224 | PenguinRandomHouse.com: Books,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penguinrandomhouse.com/books/233280/atlas-of-emotion-by-giuliana-bruno/
  6. Traveling in Film Theory, on Giuliana Bruno Atlas of Emotion: Journeys in Art, Architecture, and Film | Film-Philosophy - Edinburgh University Press,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euppublishing.com/doi/full/10.3366/film.2003.0043
  7. bruno-giuliana-atlas-of-emotion.pdf - DOUBLE OPERATIV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doubleoperative.com/wp-content/uploads/2009/12/bruno-giuliana-atlas-of-emotion.pdf
  8. About OAS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oasejournal.nl/en/about-oase/
  9. OASE No.70: Architecture & Literature Reflections/Imaginations (Karel - The Print Arkiv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theprintarkive.co.uk/products/2216-oase-architecture-70
  10. OASE 70 Architecture & Literature - nai010,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nai010.com/en/product/oase-70-architectuur-literatuur-oase-70-architecture-literature/
  11. Rewriting the 'Zone' Cinematic Narratives for Postindustrial Landscapes - OAS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oasejournal.nl/en/issue/narrating-urban-landscapes/rewriting-the-zone-cinematic-narratives-for-postindustrial-landscapes/
  12. Narrating Urban Landscapes: OASE #98 Event @UniOfGreenwich,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thelandscape.org/2018/01/23/narrating-urban-landscapes-oase-98-event-uniofgreenwich/
  13. OASE #98: Narrating Landscape - Draw Down Books,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draw-down.com/products/oase-98
  14. OASE 98 - Narrating Urban Landscapes | Call for Papers - zeroundicipiù.it,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zeroundicipiu.it/2016/06/21/oase-98-narrating-urban-landscapes-call-for-papers/
  15. Architectural Space and Cyberspace as Represented in Science Fiction Film - OAS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oasejournal.nl/en/issue/virtually-here-space-in-cyberfiction/architectural-space-and-cyberspace-as-represented-in-science-fiction-film/
  16. Rem Koolhaas as Scriptwriter, eBook by Helena Huber-Doudová | OMA Architecture Script for West Berlin | 9781000984262 | Booktopia,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booktopia.com.au/rem-koolhaas-as-scriptwriter-helena-huber-doudov-/ebook/9781000984262.html
  17. Rem Koolhaas, Elia Zenghelis, Madelon Vriesendorp, Zoe Zenghelis. Exodus, or the Voluntary Prisoners of Architecture: Exhausted Fugitives Led to Reception. 1972 | MoMA,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392
  18. Exodus, or the voluntary prisoners of architecture. - Socks Studio,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socks-studio.com/2011/03/19/exodus-or-the-voluntary-prisoners-of-architecture/
  19. Koolhaas: Writing as Architectural Design | PDF | Art | History - Scribd,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451795464/Rem-Koolhaas-designing-through-writing-a-pdf
  20. Rem Koolhaas as Scriptwriter; OMA Architecture Script for West Berlin,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api.pageplace.de/preview/DT0400.9781000984149_A46897075/preview-9781000984149_A46897075.pdf
  21. The Manhattan Transcripts - Bernard Tschumi Architects,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tschumi.com/projects/18/
  22. The Manhattan Transcripts by Bernard Tschumi | UKEssays.com,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ukessays.com/essays/architecture/the-manhattan-transcripts-analysis-architecture-essay.php
  23. The Manhattan Transcripts Tschumi, Bernard - 20th-CENTURY ARCHITECTUR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istory.org/books/The%20Manhattan%20Transcripts.pdf
  24. Tschumi, Bernard - Themes From Manhattan Transcripts | PDF | Reality - Scribd,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204217764/Tschumi-Bernard-Themes-From-Manhattan-Transcrip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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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PDF) Cinematic approaches to mapping spatial narratives - ResearchGat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19593949_Cinematic_approaches_to_mapping_spatial_nar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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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Ultimate Projection Mapping Tutorial for Beginners in 2026,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stevezafeiriou.com/projection-mapping-tutorial/
  29. Projection Mapping 101: A Beginner's Guid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emrgmedia.com/projection-mapping-guide/
  30. Video mapping projection on facades - Escuela Universitaria de Artes TAI,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taiarts.com/en/blog/video-mapping-projection-on-facades/
  31. Master Video Mapping with Our Comprehensive Guide - HeavyM,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heavym.net/master-video-mapping-with-our-comprehensive-guide/
  32. How to Make the Easiest Architectural Collage - (to)scal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toscaleblog.co.uk/blog/easiest-architectural-collage
  33. Achitectural Collage Tutorial - Visualizing Architectur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visualizingarchitecture.com/architectural-collage-tutorial/
  34. An Architectural Review of Metropolis (1927) - RTF | Rethinking The Futur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rtf-architectural-reviews/a6188-an-architectural-review-of-metropolis-1927/
  35. Architecture-of-metropolis and how it imposed an order - yaz magazin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yazmag.ma/cine-architecture/architecture-of-metropolis/
  36. Metropolis (1927 film) - Wikipedia,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Metropolis_(1927_film)
  37. The Architecture of the Apocalypse: Fritz Lang's 1927 Metropolis Film Review - Chloe Venn,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cjv306.medium.com/the-architecture-of-the-apocalypse-fritz-langs-1927-metropolis-film-review-9cd2321f4eba
  38. Playtime (1967) — Interiors : An Online Publication about Architecture and Film,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intjournal.com/0912/playtime
  39. An architectural review of Playtime (1967) - RTF - Rethinking The Futur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rtf-architectural-reviews/a7089-an-architectural-review-of-playtime-1967/
  40. PLAYTIME | Jonathan Rosenbaum,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jonathanrosenbaum.net/2024/10/playtime-2/
  41. Reconstructing Playtime (1967) - Yunni Cho,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yunnicho.com/reconstructing-playtime-1967
  42. Cinematic Architecture Part 3 — Blade Runner | by Claire Cardwell | Medium,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medium.com/@clairecardwell/cinematic-architecture-part-3-blade-runner-5453a156afba
  43. Blade Runner (1982) — Interiors : An Online Publication about Architecture and Film,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intjournal.com/0814/blade-runner
  44. DREAMING OF THE POST-MODERN METROPOLIS: A CRITICAL ANALYSIS OF THE ARCHITECTURE OF BLADE RUNNER,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ksamaarchvis.wordpress.com/2015/11/20/dreaming-of-the-post-modern-metropolis-a-critical-analysis-of-the-architecture-of-blade-runner/
  45. Urbanism According to Blade Runner | Smart Cities Div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smartcitiesdive.com/ex/sustainablecitiescollective/friday-fun-urbanism-according-blade-runner/187601/
  46.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thespaces.com/parasite-set-design-lee-ha-jun/#:~:text='The%20general%20concept%20that%20penetrates,in%20the%20film%20exist%20vertically.
  47. (PDF) Staircase: from an Architectural Element to the Most Important Visual Language in Parasite - ResearchGat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57164148_Staircase_from_an_Architectural_Element_to_the_Most_Important_Visual_Language_in_Parasite
  48. Parasite: How director Bong Joon-ho used staircases to magnify the social divide between the Parks' luxury home and the Kims' semi-basement,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scmp.com/magazines/style/tech-design/article/3051568/parasite-how-director-bong-joon-ho-used-staircases
  49. (PDF) How does the architecture in the movie Parasite help portray the social class differences? - ResearchGate,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69934792_How_does_the_architecture_in_the_movie_Parasite_help_portray_the_social_class_differences
  50. 'Parasite' tells a story of class through architecture - KCRW,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kcrw.com/shows/design-and-architecture/stories/parasite-tells-a-story-of-class-through-architecture
  51. Architecture Motifs in 'Parasite' | by Syarifah Sadiyah - Medium,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medium.com/@syarifahhsn/architecture-motifs-in-parasite-af3244125627
  52. Architectural Symbolism in 'Parasite': Unveiling Class Struggles Through Spaces - RTF,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rtf-architectural-reviews/a12003-architectural-symbolism-in-parasite-unveiling-class-struggles-through-spaces/
  53. Reflective Writing | Academic Skills Kit - Newcastle University, 1월 9, 2026에 액세스, https://www.ncl.ac.uk/academic-skills-kit/assessment/assignment-types/reflective-writing/

 

1. 서론: 역사학의 위기와 '역사적 프로젝트'

1980년 출간된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의 『구와 미로: 피라네시에서 1970년대까지의 아방가르드와 건축』(The Sphere and the Labyrinth: Avant-Gardes and Architecture from Piranesi to the 1970s)는 20세기 건축 이론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루는 저작이다. 이 책은 단순한 건축 양식의 연대기가 아니며, 계몽주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건축이 직면해 온 구조적 모순과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파헤치는 치열한 역사적 탐구서이다.1 타푸리는 이 저서를 통해 르네상스적 질서의 붕괴 이후 건축이 겪어온 '비극'을 추적하며, 특히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건축이 어떻게 사회적 효용성을 상실하고 자율적인 언어 유희로 후퇴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본 보고서는 『구와 미로』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건축사적 배경과 이론적 전제들을 심층적으로 고찰하고, 타푸리가 제시한 '구(The Sphere)'와 '미로(The Labyrinth)'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상징이 갖는 의미를 해독한다. 나아가 타푸리의 '부정적 사유(Negative Thought)'가 렘 콜하스(Rem Koolhaas)와 같은 현대 건축가의 담론에 미친 영향과 그 변증법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이 텍스트가 오늘날 건축 담론에 던지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2

1.1 저작의 배경: 베네치아 학파와 68혁명의 유산

타푸리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60년대와 70년대 이탈리아의 지적 풍토, 특히 베네치아 건축대학(IUAV)을 중심으로 형성된 '베네치아 학파(Venice School)'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이 시기 이탈리아는 전후 경제 기적의 이면에 도사린 사회적 갈등과 1968년 학생 운동의 여파로 정치적 격변기를 겪고 있었다. 타푸리를 위시하여 마시모 카치아리(Massimo Cacciari), 프란체스코 달 코(Francesco Dal Co), 조르주 테이소(Georges Teyssot) 등의 학자들은 전통적인 건축사가 아닌,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이론과 구조주의 철학(푸코, 바르트)을 결합한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을 모색했다.4

이들은 근대 건축 운동(Modern Movement)이 내걸었던 유토피아적 약속—건축과 도시 계획을 통해 사회를 변혁할 수 있다는 믿음—이 허상임을 폭로하고자 했다. 타푸리에게 있어 근대 건축의 역사는 '승리의 역사'가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 포섭되어가는 '패배의 역사'였다. 『구와 미로』는 바로 이러한 패배의 과정을 추적하며, 건축이 어떻게 자본주의적 발전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혹은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침실(Boudoir)' 속의 언어 유희로 숨어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방대한 증거 자료집이라 할 수 있다.5

1.2 방법론적 전제: '작동적 비평'을 넘어서

타푸리 역사학의 핵심은 기존의 건축사 서술 방식, 즉 '작동적 비평(Operative Criticism)'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에서 출발한다. 작동적 비평이란 브루노 제비(Bruno Zevi)나 지크프리트 기디온(Sigfried Giedion)과 같이, 역사를 현대 건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들은 과거의 사건들을 현대의 특정 디자인 경향을 옹호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재구성하며, 역사를 직선적인 진보의 과정으로 묘사한다.1

반면 타푸리는 역사를 현재의 실천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서문 「역사적 프로젝트(The Historical Project)」에서 역사가는 "자신의 구성물 위에서 메스를 들이대어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 수술을 감행하는 외과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9 이는 역사를 매끄러운 이야기로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들 사이의 단절, 모순,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드러내는 '해체의 작업'을 의미한다.

비교 항목 작동적 비평 (Operative Criticism) 비판적 역사학 (Critical History)
대표 학자 브루노 제비, 지크프리트 기디온, 레오나르도 베네볼로 만프레도 타푸리, 프란체스코 달 코, 베네치아 학파
역사의 목적 현대 건축 디자인의 정당화 및 옹호 이데올로기적 구조와 모순의 폭로
시간관 목적론적, 직선적 진보 불연속적, 단절과 위기의 연속
건축가와의 관계 협력자, 이론적 후원자 적대자, 냉철한 분석가
방법론 연속성과 종합(Synthesis) 강조 해체(Deconstruction)와 분석(Analysis) 강조

타푸리의 '역사적 프로젝트'는 건축을 자율적인 예술 작품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고, 그것을 생산, 소비, 제도의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파악한다. 그는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의 사유 모델을 교차시키며, 역사를 "파편들의 고고학"으로 재구성한다.1 여기서 역사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프로젝트(Project of Crisis)"로서 끊임없이 건축의 한계를 심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11

2. '구(The Sphere)'와 '미로(The Labyrinth)': 근대성의 원초적 갈등

『구와 미로』의 제목은 근대 건축이 직면한 근본적인 딜레마를 상징하는 두 가지 극단적인 모델을 지칭한다. 타푸리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특히 **에티엔-루이 불레(Étienne-Louis Boullée)**와 **지오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Giovanni Battista Piranesi)**의 작업에서 이 두 가지 상반된 태도의 기원을 찾는다.13

2.1 구(The Sphere): 불레와 이성의 침묵

에티엔-루이 불레는 계몽주의적 이성을 건축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인 '뉴턴 기념비(Cenotaph for Newton)'는 거대한 구형(Sphere)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타푸리에게 있어 '구'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넘어선 이데올로기적 상징이다.14

  • 완전한 통제와 자율성: 구는 시작과 끝이 없는 완벽한 형태이다. 이는 외부의 혼란스러운 현실과 단절된, 그 자체로 완결된 소우주(monad)를 상징한다. 불레는 혼란스러운 도시의 현실을 거부하고, 순수한 기하학적 질서를 통해 건축의 절대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 말하는 건축(Architecture Parlante)과 침묵: 불레의 건축은 흔히 형태 자체가 기능을 설명하는 '말하는 건축'으로 분류되지만, 타푸리는 이를 역설적으로 '침묵(Silence)'의 건축으로 해석한다. 사회적 현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순수한 이념의 세계로 도피함으로써, 불레의 건축은 "숭고한 무용성(sublime uselessness)"을 획득한다.6 이는 훗날 모더니즘 건축이 추구하게 될 '자율성'의 신화, 즉 건축이 사회적 관계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의 기원이 된다.

2.2 미로(The Labyrinth): 피라네시와 파편의 도시

반면, 피라네시는 이성의 통제가 불가능한 현실, 즉 '미로'를 직시한 인물로 묘사된다. 타푸리는 피라네시를 "사악한 건축가(The Wicked Architect)"라고 명명하며, 그가 근대 도시의 본질적인 모순을 최초로 폭로했다고 주장한다.15

  • 감옥(Carceri d'Invenzione): 피라네시의 에칭 연작 『감옥』은 중심이 사라지고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을 묘사한다. 이곳에서는 고전적인 원근법적 질서가 붕괴되고, 계단과 다리는 끊임없이 얽히며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타푸리는 이를 단순한 환상적 공간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 기계와 관료제적 제도가 만들어낸 소외된 공간, 즉 탈출구가 없는 '미로'로서의 근대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는다.17
  • 카 르포 마르치오(Campo Marzio): 로마의 캄포 마르치오 지역을 재구성한 피라네시의 도면은 타푸리 분석의 정점을 이룬다. 피라네시는 로마의 유적들을 역사적 맥락에서 떼어내어 평면 위에 무작위로 나열한다. 타푸리는 이를 "구토의 향연(banquet of nausea)"이라 부른다.19 여기서 건축물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파편화된 채 충돌한다.
  • 형식의 한계와 폭력: 『캄포 마르치오』는 유기적 통일성을 상실한 도시, 즉 현대의 대도시(Metropolis)를 예견한다. 이곳은 사물들이 상품처럼 나열된 공간이며, 전체적인 질서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개별적인 파편들의 충돌만이 존재한다. 피라네시는 이 혼돈을 숨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과잉되게 드러냄으로써, 건축적 형태가 더 이상 세계를 통합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5

2.3 해결되지 않은 변증법

타푸리는 불레의 '구'와 피라네시의 '미로'를 근대 건축이 진동하는 두 가지 극단으로 설정한다.

  1. 구(Sphere)의 길: 현실의 모순을 외면하고 순수한 형태와 질서의 세계로 도피하는 길. (예: 20세기 형식주의, 자율성 건축)
  2. 미로(Labyrinth)의 길: 현실의 혼돈과 파편화를 수용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언어를 찾으려는 길. (예: 아방가르드의 콜라주, 해체주의, 렘 콜하스)

타푸리의 비극적 결론은 이 두 가지 길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는 현실과 유리된 공허한 유희가 되고, '미로'는 자본주의의 혼돈 속에 매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해결 불가능한 긴장이 바로 타푸리가 추적하는 "건축의 위기"이다.

3. 아방가르드의 모험과 실패: 혁명에서 부두아르(Boudoir)까지

타푸리는 20세기의 아방가르드 운동들을 이러한 변증법적 틀 안에서 분석한다. 그는 소련의 구성주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회민주주의 건축, 그리고 미국의 마천루를 거치며, 아방가르드가 어떻게 자신의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되었는지를 냉혹하게 서술한다.

3.1 바이마르와 소련: 계획(Plan)의 이데올로기

1920년대 독일과 소련의 아방가르드 건축가들은 도시 계획(Planning)을 통해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들은 피라네시적 '미로'(무질서한 도시)에 '구'(합리적 계획)의 질서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타푸리는 이러한 시도가 자본주의 발전 단계에서 요구되는 합리화 과정과 일치했음을 지적한다. 대규모 주거 단지(Siedlungen)와 도시 계획은 노동 계급의 삶을 개선한다는 명분을 가졌지만, 실상은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생산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도구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즉, "이데올로기로서의 건축"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은폐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아방가르드의 '형태 혁명'은 결국 자본주의적 합리화의 선구자였을 뿐이다.5

3.2 미국의 마천루: 노란 거인들과 자본의 숭고

타푸리는 유럽의 아방가르드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마천루 현상에 주목한다. 뉴욕의 마천루들(타푸리가 "노란 거인들"이라 칭한)은 유럽과 같은 사회적 유토피아나 죄의식 없이, 순수하게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세워졌다.21

마천루는 도시의 맥락을 무시하고 수직으로 치솟는 "예외의 유형학(typology of the exception)"이다. 이는 피라네시의 '미로'가 수직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도시 전체의 질서보다는 개별 건물의 상업적 가치와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이 우선시된다. 타푸리는 미국 도시가 보여주는 이 "자유방임적 활력"이야말로 자본주의 도시의 본질이며, 여기서 건축가는 어떠한 윤리적 통제력도 갖지 못한 채 거대한 경제적 파도에 휩쓸리는 존재임을 간파한다.

3.3 부두아르 속의 건축 (L'Architecture dans le boudoir)

책의 후반부에서 타푸리는 1970년대의 네오-아방가르드, 특히 '뉴욕 파이브(New York Five)'와 알도 로시(Aldo Rossi)의 작업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이 챕터의 제목은 사드 후작(Marquis de Sade)의 소설 『침실에서의 철학』(La Philosophie dans le boudoir)에서 차용한 것으로, 세상과 단절된 밀실(Boudoir)에서 벌어지는 도착적인 유희를 의미한다.23

  • 언어로의 도피: 타푸리는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 존 헤이덕(John Hejduk) 등의 건축가들이 사회적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을 깨닫고, 대신 건축의 내부 언어(형태, 구문, 기호)를 조작하는 것에 몰두했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더 이상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으며, 대신 "형태의 유리알 유희(Glass Bead Game)"에 빠져들었다.1
  • 피터 아이젠만: 아이젠만의 초기 주택들은 기능이나 의미를 거세하고 순수한 문법적 조작만을 보여준다. 타푸리는 이를 건축의 "고통"을 전시하는 마조히즘적 행위로 본다. 아이젠만은 소통 불가능한 언어를 통해 건축의 공허함을 드러내며, 이는 불레가 추구했던 '침묵'의 현대적 변주이다.26
  • 알도 로시: 이탈리아의 알도 로시는 도시의 유형(Typology)과 기억에 천착했다. 타푸리는 로시의 '유추적 도시(Analogous City)'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우울한 회고이자, 현실의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질서를 꿈꾸는 또 다른 형태의 도피라고 분석한다.
  • 제임스 스털링: 스털링은 과거의 파편들을 아이러니하게 조합한다. 타푸리는 이를 역사의 파편을 가지고 노는 냉소적인 유희로 보았으며, 종합이 불가능한 시대의 징후로 읽었다.23

이들에게 '부두아르'는 외부 세계의 간섭 없이 건축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지만, 타푸리에게 그것은 건축이 사회적 효용성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자인하는 무덤과도 같았다.

4. 타푸리 이후: 렘 콜하스와 자본주의의 파도타기

타푸리의 『구와 미로』는 "건축의 죽음"을 선고한 책으로 오독되곤 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건축적 이데올로기의 죽음", 즉 건축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근대적 신화의 종말을 고한 것이다. 이 황량한 진단 이후, 현대 건축은 어떻게 나아갈 수 있었는가? 그 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렘 콜하스(Rem Koolhaas)**이다.2

4.1 타푸리의 '최고의 학생'이자 '적대자'

렘 콜하스는 타푸리의 역사적 분석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용한 동시에, 그 비관적인 결론을 전복시킨 인물이다. 콜하스는 타푸리가 진단한 "대도시의 힘 앞에서 건축은 무력하다"는 명제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타푸리가 이를 비극으로 받아들이고 비판적 침묵(또는 역사 서술)으로 물러난 반면, 콜하스는 그 무력함을 전략적 기회로 삼았다.2

  • 정신착란증의 뉴욕 (Delirious New York, 1978): 이 책은 타푸리의 마천루 분석에 대한 콜하스식 응답이다. 콜하스는 뉴욕의 혼잡함(Congestion)과 형태적 불일치(Lobotomy)를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혼잡의 문화(Culture of Congestion)"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옹호한다. 그는 피라네시적 '미로'를 긍정하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건축의 새로운 재료로 삼는다.29

4.2 '서퍼(Surfer)'의 은유: 파도를 타는 건축가

콜하스와 타푸리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파도를 타는 서퍼"의 은유이다. 콜하스는 도시 계획에 대해 논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건축은 서퍼가 파도에 관계하듯 대도시(Grossstadt)의 힘에 관계한다." 3

  • 타푸리의 관점: 서퍼는 파도(자본주의의 흐름)를 통제할 수 없다. 그는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수동적인 존재이며, 이는 건축가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 콜하스의 관점: 서퍼는 파도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교를 부리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즉, 건축가는 자본주의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근대 건축의 실패), 그 흐름에 올라타서(서핑) 전략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콜하스의 '포스트-크리티컬(Post-Critical)' 태도이다.31

4.3 정크스페이스(Junkspace)와 현대의 캄포 마르치오

콜하스가 묘사한 '정크스페이스(Junkspace)' 개념은 타푸리가 분석한 피라네시의 『캄포 마르치오』의 현대적 실현이다. 정크스페이스는 쇼핑몰, 공항, 오피스 단지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파편화되어 있으며, 위계가 없는 공간이다.32

  • 유사성: 두 개념 모두 유기적 통일성이 상실된 상태, 무한한 축적과 나열을 묘사한다.
  • 차이점: 타푸리는 이를 '구토의 향연'이라 부르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려 했지만, 콜하스는 "정크스페이스는 우리 시대의 유일한 건축"이라며 그 속으로 뛰어든다. 콜하스는 타푸리가 경고했던 '미로'를 전 지구적인 스케일로 확장하고, '거대함(Bigness)'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 미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구'(자율적 오브제로서의 거대 건축물)를 제안한다.3

결국 콜하스는 타푸리가 진단한 '위기'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셈이다. 그는 타푸리의 역사적 프로젝트가 남긴 "해결되지 않은 흉터"를 봉합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흉터를 디자인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5. 심층 통찰: 타푸리 사유의 현대적 의의

『구와 미로』는 출간된 지 40년 이상 지났지만, 그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며 현대 건축의 심층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5.1 윤리적 건축의 불가능성

타푸리의 가장 고통스러운 통찰은 자본주의 하에서 "진정으로 윤리적인 건축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 통찰: 사회 참여적 건축(Engagement)은 자본의 관리 도구로 전락하고, 예술적 건축(Autonomy)은 엘리트의 유희로 전락한다는 '이중 구속(Double Bind)'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현대 건축이 '스타건축(Starchitecture)'이라는 상품이 되거나,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술적 관리주의로 양분되는 현상은 타푸리의 예언이 적중했음을 보여준다.

5.2 부정성(Negativity)의 생산성

타푸리의 '부정적 사유'는 단순히 비관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거짓된 희망을 거부함으로써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힘이다.

  • 통찰: "수술용 메스"로서의 역사학은 우리가 안이한 종합이나 절충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게 한다. 타푸리는 건축가들에게 "무용함"을 견딜 수 있는 지적 용기를 요구했다. 이는 현대의 상업화된 건축 환경에서 건축가가 자신의 행위가 갖는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드는 윤리적 닻(anchor) 역할을 한다.10

5.3 미완의 프로젝트

타푸리의 역사적 프로젝트는 결론이 없는 열린 결말이다. 그는 구(질서)와 미로(혼돈) 사이의 긴장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 통찰: 이 해결되지 않은 긴장이야말로 창조적 생산의 원천일 수 있다. 콜하스를 비롯한 현대 건축가들은 이 긴장을 해소하는 대신, 그 긴장 자체를 공간화하고 있다. 따라서 『구와 미로』는 닫힌 역사책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현대 건축의 모순을 비추는 거울이다.

6. 결론: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만프레도 타푸리의 『구와 미로』는 건축 역사학을 단순한 양식의 기록에서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비판의 영역으로 격상시킨 기념비적 저작이다. 그는 에티엔-루이 불레의 '구'와 피라네시의 '미로'라는 강력한 알레고리를 통해, 근대 건축이 이성과 광기, 질서와 혼돈, 자율성과 참여 사이에서 겪어온 분투를 추적했다.

타푸리는 건축가들에게 위로를 주지 않는다. 그는 건축이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는 냉혹한 진실을 들이밀며, 아방가르드의 영웅적 신화를 해체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철저한 환멸(disenchantment)은 건축을 낭만적인 환상에서 해방시켰다. 렘 콜하스와 같은 후대의 건축가들은 타푸리가 남긴 이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들은 타푸리의 비판을 수용하여 '서퍼'처럼 자본주의의 파도 위를 위태롭게 질주하고 있다.

"역사는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 수술을 감행한다"는 타푸리의 말처럼, 『구와 미로』는 건축이라는 신체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겼다. 그 자국은 우리가 건축을 바라볼 때마다, 건물의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권력과 자본,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을 의심하고 질문하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타푸리가 남긴 진정한 유산, 즉 '비판적 지성'의 영속성이다.


주요 개념 요약

개념 기원/맥락 타푸리의 해석 현대적 의의
구 (The Sphere) 불레 (계몽주의) 절대적 질서, 자율성, 침묵, 현실로부터의 도피 모더니즘의 순수주의, 현대의 아이코닉 건축, 자율성 논쟁
미로 (The Labyrinth) 피라네시 (감옥/캄포 마르치오) 자본주의 대도시의 현실, 파편화, 충격, 무한한 복잡성 정크스페이스(Junkspace), 네트워크 도시, 혼성적 리얼리즘
작동적 비평 (Operative Criticism) 제비, 기디온 현대의 디자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태도 디자인 마케팅, 피상적인 역사 인용, 선례 분석의 한계
부두아르 (The Boudoir) 사드 / 타푸리 사회 변혁을 포기하고 언어적 유희로 후퇴한 아방가르드의 밀실 아카데믹한 형식주의,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양식화
역사적 프로젝트 (Historical Project) 타푸리 (방법론) 모순을 종합하지 않고 폭로하는 것, 흉터를 남기는 비판 비판적 건축 이론, 인문학적 건축 연구의 기초
서퍼 (The Surfer) 콜하스 대도시의 힘(파도)을 통제하지 않고 그 위를 타는 전략 포스트-크리티컬 실천, OMA/BIG 등의 실용주의적 접근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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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he Operative Criticism of Rem Koolhaas,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Annual%20Meeting%20Proceedings/ACSA.AM.98/ACSA.AM.98.46.pdf
  3. An Incomplete Encyclopedia: Rem Koolhaas and S,M,L,XL - Jeremy Till,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www.jeremytill.net/read/279/an-incomplete-encyclopedia-rem-koolhaas-and-s-m-l-xl
  4. Tafuri, Manfredo - Dictionary of Art Historians,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arthistorians.info/tafurim/
  5. Manfredo Tafuri 'Toward a Critique of Architectural Ideology' (1969) | Begüm Sarı,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saribegum.wordpress.com/2016/04/25/manfredo-tafuri-toward-a-critique-of-architectural-ideology-1969/
  6. manfredo-tafuri-architecture-and-utopia-design-and-capitalist-development.pdf,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modernistarchitecture.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11/11/manfredo-tafuri-architecture-and-utopia-design-and-capitalist-development.pdf
  7. Re-setting the Critical Project,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Annual%20Meeting%20Proceedings/ACSA.AM.98/ACSA.AM.98.47.pdf
  8. Operative criticism and historical criticism in Manfredo Tafuri | 5 | - Taylor & Francis eBooks,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taylorfrancis.com/chapters/edit/10.1201/9780429297786-5/operative-criticism-historical-criticism-manfredo-tafuri-jorge-nunes
  9. The Disappearance: Manfredo Tafuri's The Sphere and the Labyrinth (April 2013),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site-writing.co.uk/the-disappearance-manfredo-tafuris-the-sphere-and-the-labyrinth-april-2013/
  10. History/Theory - Anthony Vidler - Theories in and of History - e-flux,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e-flux.com/architecture/history-theory/225183/theories-in-and-of-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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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Drawing [On] the Sublime - OBJECT TERRITORIES,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object-territories.com/new-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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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Tafuri, Manfredo - Quondam,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quondam.com/e30/3016.htm
  18. Borges and Piranesi - New Prairie Press,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newprairiepress.org/cgi/viewcontent.cgi?article=1230&context=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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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Intellectual Work and Capitalist Development: Origins and Context of Manfredo Tafuri's Critique of Architectural Ideology - The City as a Project,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thecityasaproject.org/2011/03/pier-vittorio-aureli-manfredo-tafuri/
  21. Tafuri Manfredo The Sphere and The Labyrinth-201-386 | PDF - Scribd,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640493800/Tafuri-Manfredo-The-Sphere-and-the-Labyrinth-201-386
  22. Manfredo Tafuri,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ftp.columbia.edu/itc/architecture/ockman/pdfs/session_6/tafuri.pdf
  23. L'Architecture dans le Boudoir: The Language of Criticism and the Criticism of Language - Monoskop,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monoskop.org/images/8/8d/Tafuri_Manfredo_1974_L_Architecture_dans_le_Boudoir_The_Language_of_Criticism_and_the_Criticism_of_Language.pdf
  24. The Fiction of Reason: Tafuri and the Avant-Garde - EDA – Esempi di Architettura,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esempidiarchitettura.it/sito/journal_pdf/PDF%202017/18.%20Ingrid%20B%C3%B6ck_EDA_online_2017.pdf
  25. The Sphere and the Labyrinth: Avant-Gardes and Architecture from Piranesi to the 1970s,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publishersweekly.com/9780262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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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From Bauhaus to Our House to Koolhaas: The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OMA) and Modern American Culture - The University of Brighton,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research.brighton.ac.uk/en/publications/from-bauhaus-to-our-house-to-koolhaas-the-office-for-metropolitan
  28. On the other side, Koolhaas speaks of Tafuri in an interview with Hans van Dijk in 1978. He says - Textem Verlag,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textem-verlag.de/textem/theorie/446
  29. Rem Koolhaas and Reinier de Graaf: Propaganda architecture (2009) - Radical Philosophy,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radicalphilosophy.com/interview/rem-koolhaas-and-reinier-de-graaf
  30. Opinions – or, from dialogue to conversation - NSW Climate and Energy Action,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dev.energy.nsw.gov.au/sites/default/files/2023-04/Stoppani%20-%20Opinions_or_from_dialogue_to_conversatio%20%20PRINTED.pdf
  31. Atmospheres – Architectural Spaces between Critical Reading and Immersive Presence - field-journal.org,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field-journal.org/article/7/galley/4/download/
  32. Rem Koolhaas: Architect of Bigness, Chaos, and Control | ArchitectureCourses.org,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itecturecourses.org/learn/rem-koolhaas
  33. Junkspace with Running Room - 20th-CENTURY ARCHITECTURE,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istory.org/books/Junkspace%20with%20Running%20Room.pdf
  34. Tibor Pataky OMA's Kunsthal in Rotterdam Rem Koolhaas and the New Europe - Park Books,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www.park-books.com/_files_media/ckeditor/23-04-17-kunsthal-screen_090857.pdf
  35. An Enquiry into Manfredo Tafuri's Historical Method Luisa Lorenza Corna Submitted in, 12월 24, 2025에 액세스, https://etheses.whiterose.ac.uk/id/eprint/15796/2/2016_corna_PhD_archived.pdf

 

 

1. 서론: 매체, 건축, 그리고 인식의 구조적 변동

건축은 본질적으로 물리적인 공간과 재료의 구축을 다루는 학문이자 실천이지만, 그 전파와 담론의 형성은 언제나 '매체(Media)'에 의존해 왔다. 르네상스 시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가 설계(Design)와 시공(Construction)을 분리하고, 건축가의 지적 노동을 도면과 텍스트라는 매체로 고정한 이래, 건축은 '지어지기 전에 출판되는' 독특한 위상을 가져왔다. 마리오 카르포(Mario Carpo)가 지적하듯, 서구 건축 이론의 발전은 인쇄술의 발명과 궤를 같이하며, 텍스트와 이미지의 복제 가능성은 건축적 사고(Thinking)의 형식을 규정해 왔다.1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도래한 디지털 전환(Digital Turn)은 이러한 건축 커뮤니케이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블로그와 웹진의 등장은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왔으나, 뒤이어 도래한 소셜 미디어—특히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샤오홍슈(Xiaohongshu)—의 폭발적인 성장은 건축을 소비하는 방식을 '정독(perusal)'에서 '스크롤(scroll)'로, '비평(critique)'에서 '좋아요(like)'로 전환시켰다.

본 보고서는 15,000단어 분량의 심층 분석을 통해 건축 출판의 역사적 흐름을 인쇄 매체의 권위가 해체되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단순히 매체의 기술적 변화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매체가 건축을 인식하고 생산하는 방식에 미친 인식론적 영향을 탐구한다. 특히 시각 중심주의(Ocularcentrism)가 극대화된 '인스타그램 건축(Instagrammable Architecture)' 현상이 설계 방법론, 도시 관광, 그리고 공간 경험의 본질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홍콩의 도시적 맥락—전통적인 다이파이동(Dai Pai Dong)인 '빙기(Bing Kee)'의 소셜 미디어 성지화 과정과,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도시와 소통하는 'M+ 뮤지엄'의 사례—을 구체적인 사례 연구(Case Study)로 채택하여 고찰한다. 이 두 사례는 각각 '버내큘러(Vernacular)의 바이럴화'와 '제도적 스펙터클의 디지털화'라는 대조적인 현상을 보여주며, 디지털 매체가 건축 유산을 어떻게 재프레이밍(reframing)하고 새로운 관광 지형을 형성하는지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아가, 이러한 '빠른 소비(Fast Consumption)'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슬로우 건축(Slow Architecture)'과 '슬로우 콘텐츠'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현대 건축 담론이 나아가야 할 윤리적,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다.

2. 건축 출판의 역사적 궤적: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디지털 우주로

2.1 인쇄 매체 시대: 권위, 표준, 그리고 담론의 성채

건축 출판의 역사는 지식의 체계화 및 전문가 집단의 권위 형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15세기 활판 인쇄술의 발명은 구전과 필사본에 의존하던 건축 지식을 표준화된 이론서로 변모시켰다. 마리오 카르포는 그의 저서 『인쇄 시대의 건축(Architecture in the Age of Printing)』에서 르네상스 건축 이론, 특히 5대 오더(Orders) 시스템이 인쇄 매체의 형식적 잠재력에 대응하여 의식적으로 개발된 것임을 논증한다.1 인쇄된 이미지는 건축적 디테일의 정확한 복제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건축가들이 현장에 없더라도 자신의 설계 의도를 원거리로 전달할 수 있는 '원격 제어'의 시대를 열었다. 책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건축적 규범(Canon)을 수립하고 전파하는 권위의 원천이었다.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서며 건축 잡지(Journal)와 매거진은 담론의 최전선이 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던 1843년 창간된 영국의 『더 빌더(The Builder)』는 건축가, 엔지니어, 시공자 간의 기술적 논의와 비평을 위한 포럼 역할을 수행하며, 도시화된 문명에서 건축에 대한 교양 있는 대화의 필요성을 충족시켰다.2 이어 등장한 20세기의 『도무스(Domus)』,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와 같은 간행물들은 고해상도의 사진과 비평적 에세이를 결합하여 '건축적 우수성'의 기준을 제시했다.3

이 시기 건축 출판의 핵심은 '게이트키핑(Gatekeeping)'에 있었다. 소수의 엘리트 편집자와 비평가들이 무엇이 '좋은 건축'인지를 선별하고 큐레이션(Curation)했다. 책과 모노그래프, 학술지는 중요한 프로젝트와 이론을 기록하는 주요 형식이었으며, 동료 평가(Peer-review)와 엄격한 편집 기준은 콘텐츠의 정확성과 깊이를 담보하는 장치였다.3 이러한 하향식(Top-down) 구조는 건축 지식의 희소성을 유지하고 전문가 집단의 사회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으나, 동시에 담론의 참여를 제한하는 폐쇄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2.2 제1차 디지털 전환: 웹 1.0과 정보의 민주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보급은 건축 출판의 첫 번째 디지털 혁명을 촉발했다. 아키데일리(ArchDaily), 디진(Dezeen)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 인쇄 매체의 물리적, 시간적 제약을 붕괴시켰다. 인쇄 매체가 월간 또는 계간의 느린 호흡으로 정보를 전달했다면, 웹 기반 플랫폼은 실시간 업데이트와 즉각적인 배포를 무기로 삼았다.3 이는 건축 콘텐츠의 생산, 배포, 소비 방식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웹사이트, 블로그, 디지털 에디션을 통해 건축 담론을 전 세계 청중에게 개방했다. 이는 '정보의 민주화(Democratization)'를 의미했다. 과거에는 소수의 유명 건축가(Starchitect)만이 잡지 지면을 장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신진 건축가, 학생, 소규모 스튜디오가 자신의 작업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글로벌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3 셀프 퍼블리싱 도구와 블로그는 개인의 목소리를 강화했으며, 이는 건축 담론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과소 대표되었던 지역과 커뮤니티의 관점을 드러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크로노그래픽 히스토리오그램(Chronographic Historiogram)" 4으로 묘사될 수 있듯, 기술적 도구의 발전이 단순한 선형적 진보가 아니라 경제적 흐름과 맞물려 복잡한 부침을 겪은 시기이기도 하다. 디지털 플랫폼은 멀티미디어 통합과 상호작용성을 강화했으나, 동시에 '콘텐츠의 과포화(Oversaturation)'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3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전문가적 판단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으며, 전통적인 비평의 자리는 점차 조회수와 클릭 수라는 정량적 지표로 대체되기 시작했다.2

2.3 제2차 디지털 전환: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의 지배

현재 우리는 건축 출판의 '제2차 디지털 전환(Second Digital Transformation)'을 목격하고 있다.5 이는 웹사이트에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Instagram, Pinterest, TikTok, Xiaohongshu)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며, 정보의 '검색'에서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이 단계에서 건축은 텍스트 기반의 논리적 담론에서 순수한 시각적 유희와 감각적 소비의 대상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소셜 미디어는 건축을 "빠른 소비(Fast Consumption)"의 사이클로 밀어넣었다.6 15,000단어의 논문이나 깊이 있는 에세이는 한 장의 이미지, 15초의 릴스(Reels), 짧은 캡션으로 압축된다. 이는 건축 비평의 본질을 변화시켰다. "비자발적 건축 비평(Unintentional Architecture Criticism)" 7 현상이 대두되면서, 전문 비평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사진, 알고리즘, 인플루언서 문화를 통해 건축 환경을 평가하고 비평하는 주체로 부상했다.

구분 인쇄 매체 (19C-20C) 웹 1.0 (1990s-2000s) 소셜 미디어 (2010s-현재)
핵심 매체 잡지, 저널, 모노그래프 웹진, 블로그, 포털 인스타그램, 샤오홍슈, 틱톡
정보의 흐름 하향식 (편집자 -> 독자) 쌍방향 (댓글, 포럼) 네트워크형 (알고리즘 확산)
평가 기준 비평가의 권위, 이론적 깊이 조회수, 댓글 수 '좋아요', 공유, 저장 수
소비 속도 월간/계간 (느림) 일간/실시간 (빠름) 초 단위 (즉각적/휘발적)
주요 형상 텍스트 + 도면 + 사진 하이퍼텍스트 + 이미지 숏폼 비디오, 밈(Meme), 이미지

3. '인스타그램 건축'의 메커니즘과 파급 효과

3.1 시각 중심주의(Ocularcentrism)와 공간의 상품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라는 용어는 2018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현대 시각 문화를 대변하는 단어가 되었다.8 건축 설계에서 이는 더 이상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핵심적인 디자인 브리프(Brief)로 자리 잡았다. 파시드 무사비(Farshid Moussavi)와 같은 저명한 건축가들조차 클라이언트로부터 "사진이 잘 나오는 공간"을 요구받고 있음을 인정한다.9

이러한 현상은 공간의 급격한 '상품화(Commodification)'를 초래한다. 건축물은 거주와 체험의 장소라기보다는 소셜 미디어 피드(Feed)를 장식하기 위한 배경(Backdrop)으로 소비된다.6 이는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가 그의 저서 『눈의 피부(The Eyes of the Skin)』에서 경고했던 시각 중심주의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건축이 시각적 유혹에만 치중할 때, 촉각, 청각, 후각 등 다른 감각적 차원과 공간의 깊이 있는 체험은 소거된다.9 "디지털 아우라(Digital Aura)"는 물리적 현존(Presence)이 아닌 온라인상의 확산 가능성(Shareability)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발터 벤야민이 논한 아우라의 상실을 넘어,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되고 증폭된 새로운 형태의 가상 아우라를 형성한다.7

3.2 메트릭(Metric) 주도 디자인과 동질화의 위험

소셜 미디어의 정량적 지표—좋아요, 공유, 저장, 팔로워 수—는 건축적 가치를 측정하는 새로운 척도로 부상했다. 이는 "메트릭에 의한 디자인(Design by Metrics)" 6을 유도할 위험이 크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각적으로 강렬한 패턴, 네온 사인, 포토존, 독특한 마감재 사용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 일조량, 환기, 동선 효율성, 재료의 내구성, 유지 관리의 용이성 등 '보이지 않는(Invisible)' 그러나 건축의 본질적인 요소들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12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메트릭 주도 디자인이 전 세계적인 건축의 동질화(Homogenization)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발리의 논밭, 홍콩의 고층 빌딩, 런던의 카페가 인스타그램 필터와 유사한 인테리어 트렌드를 공유하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스타일"로 수렴된다.10 이는 지역의 고유한 맥락(Context)과 장소성(Placeness)을 희석시키고, 도시를 거대한 테마파크나 스튜디오 세트장처럼 변모시킨다.

3.3 마이크로 데스티네이션(Micro-Destinations)과 과잉 관광

소셜 미디어는 관광의 패턴을 "거시적(Macro)" 목적지에서 "미시적(Micro)" 목적지로 변화시켰다.14 과거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가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거대하고 상징적인 건축물(Starchitecture)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작고 숨겨진 공간, 독특한 디테일이 있는 상점, 심지어는 평범한 주거지의 골목길이 "마이크로 데스티네이션"으로 부상하여 관광객을 유입시킨다.6

이는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알려지지 않은 건축 유산을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주거 지역이나 소규모 상점에 과도한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지역 주민의 삶을 침해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며, 공간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8 관광객들은 공간을 경험하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인증하는 행위에 몰두하며, 이는 공간과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방해한다.

4. 사례 연구: 홍콩의 건축 미디어 생태계와 도시의 재편

홍콩은 초고밀도 도시 조직, 독특한 시각 문화, 그리고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가 결합되어 소셜 미디어와 건축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본 장에서는 전통적인 노천 식당 '빙기(Bing Kee)'와 최첨단 시각 문화 박물관 'M+'를 통해 대조적인 두 사례를 심층 분석한다.

4.1 빙기(Bing Kee Cha Dong): 버내큘러(Vernacular)의 바이럴과 취약성

4.1.1 다이파이동(Dai Pai Dong)의 유형학적 가치와 공간 논리

홍콩 타이항(Tai Hang) 지역의 좁은 골목 쉐퍼드 스트리트(Shepherd Street)에 위치한 '빙기(Bing Kee Cha Dong)'는 홍콩의 전후(post-war) 다이파이동 면허 제도의 유산이자, 도시 틈새 공간을 점유하는 민첩한(Agile) 마이크로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6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이 공간은 고정된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캔버스 천막, 접이식 테이블, 그리고 노출된 주방으로 구성된 유동적인 조립체이다. 이는 필요에 따라 10석의 좁은 공간에서 50석의 다이닝 룸으로 몇 분 만에 확장될 수 있는 유연한 공간 조직을 갖는다.

빙기의 건축적 가치는 그 '임시성(Temporality)'과 '적응성(Adaptability)'에 있다. 이는 홍콩의 고밀도 도시 환경에서 하층민과 노동자 계급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공간적 해법이었다. 과거에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소나 위생 정비의 대상으로 여겨졌을 다이파이동이, 인스타그램과 샤오홍슈(Xiaohongshu) 시대에는 "진정한 홍콩의 경험(Authenticity)"을 표상하는 건축적 아이콘으로 재해석되었다.6 녹슨 금속 지붕, 낡은 셔터, 좁은 골목의 풍경은 소셜 미디어의 "레트로(Retro)" 미학이나 "홍콩 바이브(Hong Kong Vibe)" 필터와 완벽하게 결합하여 시각적 향수를 자극한다.

4.1.2 샤오홍슈(Xiaohongshu)와 알고리즘 관광

중국의 소셜 플랫폼 샤오홍슈(Little Red Book)는 빙기의 바이럴화와 관광객 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이 이미지의 미학적 완성도에 집중한다면, 샤오홍슈는 "공략(Gonglue, Strategy Guide)" 중심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사용자들은 단순한 사진 공유를 넘어, "가는 법," "주문 팁," "사진 잘 나오는 각도," "주변 코스 추천" 등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는 하나의 여행 가이드북 역할을 대체한다.17

특히 샤오홍슈의 "풀 퍼널(Full-funnel) 콘텐츠 로직"—영감에서 예약, 구매, 후기 공유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은 사용자들을 강력하게 행동하게 만든다.17 홍콩 관광청(HKTB)은 이러한 플랫폼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샤오홍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문화 관광(Cultural Tourism)"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20 이는 빙기와 같은 로컬 스팟을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지"로 격상시키며, 관광객들을 전통적인 관광지(피크 트램 등)에서 벗어나 타이항과 같은 주거 지역의 미시적인 공간으로 유도한다. 이른바 "시티 워크(City Walk)" 트렌드는 이러한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된 동선을 따라 도시를 소비하는 새로운 관광 형태이다.17

특징 인스타그램 (Instagram) 샤오홍슈 (Xiaohongshu)
주요 콘텐츠 고도로 큐레이션된 이미지, 릴스 상세한 리뷰, 팁, 가이드(Gonglue), 사진+텍스트
사용자 동기 미적 과시, 영감 획득 정보 습득, 실용적 조언, 커뮤니티 신뢰
관광 영향 포토존 중심의 방문 '시티 워크' 코스 개발, 심층 정보 공유
마케팅 전략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 노출 KOC(Key Opinion Consumer)의 솔직한 후기

4.1.3 2025년의 위기: 바이럴 건축의 취약한 토대

2025년 8월, 빙기는 돌연 "무기한 휴업"을 선언했다.22 표면적인 이유는 "인력 부족"과 "직원의 고령화"였으나, 이는 바이럴 건축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빙기는 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는 화려한 핫플레이스였지만, 실제 그 공간을 운영하는 물리적 기반은 홍콩의 높은 임대료, 고된 노동 강도,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붕괴 직전이었다.

가수 이슨 챈(Eason Chan)과 같은 유명인의 방문과 인스타그램의 확산은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냈지만, 70년 된 노포의 운영 시스템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2025년 9월, 새로운 팀으로 영업을 재개했으나 "예전의 맛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온라인 리뷰가 즉각적으로 쏟아졌다.23 이는 소셜 미디어가 공간을 이미지로 소비하고 신화화하지만, 그 공간을 유지하는 사회적 생태계와 장인 정신(Craftsmanship)까지 보존해주지는 못함을 시사한다. 오히려 디지털 명성은 물리적 공간에 과부하를 주어 그 수명을 단축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4.2 M+ 뮤지엄: 제도적 스펙터클과 미디어 파사드의 정치학

4.2.1 빌바오 효과 2.0: 스크린이 된 건축

서구룡 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에 위치한 M+ 뮤지엄은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시각 문화 박물관"을 표방하며 2021년 개관했다.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이 건물은 거대한 역 T자형 구조물로, 빅토리아 하버를 마주한 65.8m x 110m 규모의 LED 미디어 파사드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25 이 파사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건축물의 외피이자 거대한 디지털 캔버스이다. 수천 개의 테라코타 멀리언(mullion) 사이에 내장된 LED 시스템은 건물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디지털 아트 콘텐츠를 송출한다.

M+의 전략은 "빌바오 효과 2.0" 26으로 불린다.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빌바오가 티타늄 곡선이라는 물리적 형태의 조형성으로 도시를 변화시켰다면, M+는 디지털 콘텐츠의 발신 능력을 통해 랜드마크의 지위를 획득한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마트폰 화면처럼 기능하며, 도시의 야경(Skyline)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소통한다.

4.2.2 큐레이션된 도시와 참여의 한계

M+ 파사드는 도시 공간을 큐레이션한다. 제프리 쇼(Jeffrey Shaw)의 작품 "Legible City Hong Kong" 27과 같은 인터랙티브 아트는 시민들이 박물관 내부가 아닌 도시의 공공 공간에서 예술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스펙터클은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M+는 압도적인 시각적 가시성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 높은 비용, 대중의 문화적 이해도 부족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커뮤니티 참여(Engagement)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26

소셜 미디어 전략 역시 기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과 사용자 주도의 바텀업(Bottom-up) 방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파사드의 화려한 이미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소비되지만, 이것이 박물관의 본질적인 기능인 교육과 담론 형성으로 이어지는지는 미지수이다. M+의 사례는 건축이 디지털 미디어와 결합하여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표면적인 스펙터클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소셜 인게이지먼트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5. 반작용과 대안: 슬로우 건축과 깊이 있는 독해의 귀환

디지털 미디어의 가속화, 정보 과잉, 시각 중심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건축계 일각에서는 "슬로우 무브먼트(Slow Movement)"의 철학을 수용한 대안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건축을 '빠른 소비(Fast Consumption)'의 대상이 아닌, 시간 속에서 음미하고 사유하는 대상으로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5.1 슬로우 콘텐츠(Slow Content) 전략

'Architecture Hunter'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나 'On Way'와 같은 매체는 "끝없는 스크롤에 대한 해독제"로서 슬로우 콘텐츠를 표방한다.28 이들은 무한히 쏟아지는 단편적인 이미지 대신, 계절별 테마나 심층적인 내러티브 아키텍처(Narrative Architecture)를 통해 독자에게 맥락(Context)과 서사를 제공한다. 이는 클릭 수 경쟁에서 벗어나, 건축물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층위를 '읽어내는(Reading)' 경험을 유도한다.

캐나다 건축 센터(CCA)의 "대중을 방해하는 법(How to Disturb the Public)" 30 전략은 이러한 저항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CCA는 관습적인 전시나 강연 형식을 비트는데, 예를 들어 건축가가 자신의 프로젝트 사진이 아닌 주최 측이 선정한 40장의 낯선 사진으로 강연을 하게 하거나, 이벤트를 의도적으로 중첩시켜 예상치 못한 충돌과 혼란을 유도한다. 이러한 '마찰(Friction)'은 매끄러운(Seamless) 디지털 경험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지적 자극을 주고,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도록 독려한다.

5.2 슬로우 건축(Slow Architecture)과 아날로그의 가치

슬로우 건축 운동은 물리적 환경에서의 실천을 강조한다. 이는 지역의 재료 사용, 장인 정신(Craftsmanship)의 존중, 그리고 건축 과정 자체의 시간성을 중시한다.31 건축가 히로코 쿠스노키(Hiroko Kusunoki)는 인터뷰에서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Hand Drawing)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렌더링이 완성된 결과물의 매끈하고 확정적인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제시한다면, 핸드 드로잉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남겨두어 관찰자가 상상력으로 그 공간을 채우고 '천천히 이해(Slow Understanding)'하도록 초대한다.33

코펜하겐의 "슬로우브리지(Slowbridge)" 제안은 이러한 철학이 도시 인프라에 적용된 사례다.34 다리를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통로가 아니라, 수직적 마이크로 시티이자 공공 공간으로 재정의하여 이동 그 자체를 경험의 대상으로 만든다. 이는 속도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대 도시 계획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다.

5.3 보이지 않는 건축(Invisible Architecture)

"보이지 않는 건축"은 시각적 매력보다는 지속 가능성, 커뮤니티의 회복력, 장기적인 거주성에 우선순위를 둔다.12 이는 사진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가치들—이웃 간의 유대, 에너지 효율, 재료의 노화 과정 등—에 집중한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시각적으로 화려한 건축을 선호하는 경향에 맞서, 이들은 건축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강조하며 '좋아요' 수로 환원될 수 없는 건축의 본질적 가치를 수호하려 한다.

6. 결론: 하이브리드 담론과 건축의 미래

건축 출판의 진화는 인쇄 매체의 권위 있는 담론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즉각적인 이미지 소비로 이동해 왔다. 구텐베르크 시대의 책이 건축 지식을 체계화하고 전문가의 권위를 세웠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의 알고리즘은 건축을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비평의 주체를 다원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화의 이면에는 공간의 상품화, 시각 중심주의로의 편향, 그리고 바이럴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홍콩의 사례 연구는 이러한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이파이동 '빙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라져가는 도시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관광 자원화되었으나, 그 물리적 기반은 과잉 관광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 속에 놓여 있다. M+ 뮤지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도시와 소통하는 새로운 유형의 랜드마크를 제시했으나, 스펙터클을 넘어선 진정한 시민 참여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 건축 담론은 '빠름(Fast)'과 '느림(Slow)', '디지털(Digital)'과 '물리적(Physical)'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선 하이브리드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건축가는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알고리즘의 메트릭에 종속되지 않는 윤리적 설계를 견지해야 한다. 비평가와 미디어는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선 심층적인 서사와 맥락을 전달하는 '슬로우 콘텐츠'를 개발하여 대중의 '문해력(Literacy)'을 높여야 한다.

결국 건축의 가치는 스크린 위의 픽셀이 아니라, 그 공간이 담아내는 삶의 무게와 시간의 깊이에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러한 가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널리 알리고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재설정되어야 한다. 샤오홍슈의 공략이 도시를 탐험하는 지도가 되고, M+의 파사드가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캔버스가 될 때, 비로소 디지털과 건축의 행복한 결합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좋아요'를 누르는 손가락을 멈추고, 다시금 공간을 '거주(Dwelling)'하는 몸의 감각을 회복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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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Slow Architecture - Dwell,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dwell.com/article/slow-architecture-1c82a421
  32. Slow Architecture: Realising that “we're part of a much larger, complex system”,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veldarchitects.co.za/slow-architecture-realising-that-were-part-of-a-much-larger-complex-system/
  33. Undefined Potential: Moreau Kusunoki's Hiroko Kusunoki on Hand Drawing, Big Challenges, and the Subtle Elements That Shape Our Lives - Madame Architect,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madamearchitect.org/interviews/2024/11/17/hiroko-kusunoki
  34. Slowbridge: Redefining Urban Design Architecture Through a Journey-Centric Bridg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uni.xyz/journal/slowbridge-redefining-urban-design-archi

 

 

요약 (Executive Summary)

전 세계의 도시 환경은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21세기가 진행됨에 따라 기후 변화, 도시화, 자원 고갈이라는 과제들은 도시가 어떻게 구상되고, 건설되며,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지난 2세기 동안 산업 발전을 정의해 온 전통적인 '채취-생산-폐기(take-make-waste)' 선형 경제 모델은 인류세(Anthropocene)의 지구적 한계와 양립할 수 없음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그리고 기존 자산의 지능적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승강기 시장의 리더인 쉰들러 그룹(Schindler Group)은 이러한 전환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기존 구조물의 용도 변경(Repurposing)을 옹호함으로써, 쉰들러는 단순히 시장 트렌드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혁신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미래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는 메타코어(MetaCore) 시스템에서 인트러스(InTruss) 현대화 키트에 이르는 쉰들러의 기술 혁신이 어떻게 건축 환경의 적응형 재사용을 가능하게 하는지 탐구하며, 쉰들러의 전략적 방향성을 포괄적으로 분석합니다. 또한 과학적으로 검증된 2040 넷제로(Net Zero) 로드맵, 세계경제포럼(WEF)과의 글로벌 순환 경제 대화 참여, 그리고 보스턴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랜드마크 프로젝트에서의 실제 적용 사례를 검토합니다.

이 문서는 업계 이해관계자, 도시 계획가,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을 위한 포괄적인 자료로서, 어떻게 "수직적 회복탄력성(vertical resilience)"이 달성되며, 과거의 보존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도시 미래의 토대가 되는지를 상세히 기술합니다.


1부: 도시의 변모와 재사용의 필수성

1.1 인류세와 건설의 위기

건축 환경은 인간 활동이 지구상에 남긴 가장 거대한 물리적 징후이며, 결과적으로 환경 파괴의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현재 데이터에 따르면 건물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합니다.1 이 수치는 운영 탄소(건물의 난방, 냉방, 조명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내재 탄소(자재 채취, 제조, 건설과 관련된 배출량)를 모두 포함합니다.

역사적으로 도시 개발은 지속적인 확장, 철거, 신축을 전제로 한 "개발주의적" 모델을 따랐습니다.3 이 모델은 토지와 자재를 무한한 자원으로, 기존 구조물을 일시적인 점유물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급속한 도시화가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접근 방식의 환경적 비용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콘크리트와 철강 생산만으로도 산업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만약 도시들이 현재의 속도로 철거와 재건축을 계속한다면,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 예산은 빠르게 고갈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기존 재고의 방대한 규모로 인해 더욱 악화됩니다. 2050년에 존재할 건물의 80%는 이미 지어져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2 이 통계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싸움은 새로운 '친환경' 마천루를 짓는 것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으며, 이미 존재하는 거대하고 노후화된 구조물들을 개조(retrofit)하고 탈탄소화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친환경적인' 건물은 사실상 이미 서 있는 건물입니다.

1.2 인식론적 전환: 타불라 라사(Tabula Rasa)에서 재료 아카이브로

건축 및 도시 계획 분야에서 심오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건축 환경을 읽고, 해석하고, 개입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입니다.1 백지 상태를 의미하는 모더니즘의 이상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는 "재료 아카이브(material archive)"에 대한 존중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건축가들은 대지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층위, 재료, 내재 에너지가 이미 점유하고 있는 현실을 점점 더 마주하고 있습니다.3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지적, 기술적 도구를 필요로 합니다. 적응형 재사용의 패러다임에서 기존 구조물은 장애물이 아닌 자원으로 취급됩니다. 그것은 재료, 공간적 조직, 비공식적 역사의 아카이브 역할을 합니다.3 이 접근 방식은 개조의 복잡성보다는 신축의 예측 가능성을 선호하는 효율성 및 시장 주도 개발의 지배적인 표준에 도전합니다.

그러나 기존 건물을 재사용하는 것은 "미지(the unknown)"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기존 상태는 명확히 문서화된 경우가 드물어 개발자와 시공사에게 큰 리스크를 안겨줍니다.1 "가장 큰 도전은 종종 건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작되는데, 신뢰할 만한 문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1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업계는 첨단 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레이저 스캐닝, 예측 모델링의 혁신은 팀들이 "벽을 꿰뚫어 볼 수 있게(see through walls)" 해줍니다.1 AI는 오래된 평면도, 센서, 지리정보시스템(GIS)의 불완전한 데이터를 결합하여 흩어진 정보를 해석하고 연결함으로써 기존 자산의 지능형 3차원 모델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1

이러한 기술적 역량은 불확실성을 지식으로 변환합니다. 이는 팀의 자신감을 높이고, 돌발 상황을 줄이며, 낭비와 재작업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개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오토데스크 리서치(Autodesk Research)의 데이비드 벤자민(David Benjamin)이 언급했듯이, "새로운 디자인을 생성하는 대신, 우리는 AI에게 이미 존재하는 것을 해석하고 연결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1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이 능력은 순환 건설 경제의 전제 조건이며, 연구와 실무, 정밀성과 감수성을 연결하는 재사용의 형태를 가능하게 합니다.1

1.3 진부화의 사회학과 적응형 재사용의 부상

건물은 구조적 결함 때문에 진부해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진부화는 주로 사회적 변화, 기술 발전, 또는 경제적 변화의 함수입니다.5

  • 사회적 변화: 인구 통계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노동자 기숙사나 대규모 단독 주택과 같은 특정 주거 유형이 현대 생활에 부적합해지거나 비어 있게 됩니다.3
  • 기술 발전: 특정 기계의 퇴출은 산업 처리 시설, 방앗간, 공장 등을 불필요하게 만듭니다. 무거운 하중을 견디도록 지어진 이 견고한 구조물들은 기계적 과거의 "건재한 유물"이 됩니다.5
  • 경제적 변화: 산업의 중앙 집중화나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은 농업 인프라(헛간, 창고)와 상업 업무 지구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5

현재의 적응형 재사용 물결은 단순한 역사적 보존과는 구별됩니다. 보존이 문화유산을 위해 시간을 동결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면, 적응형 재사용은 능동적인 활성화재프로그래밍의 과정입니다.5 이는 표면적인 미학보다 구조적 영속성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구조(structural rescue)" 작업입니다.5

이러한 움직임은 탈산업화 도시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한때 노동과 진보의 상징이었던 창고, 발전소, 조선소는 문화, 교육, 커뮤니티 생활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6 이 변환은 단순히 기능적인 것뿐만 아니라 상징적입니다. 도시는 현대적 요구에 적응하면서도 "재료적 지성"과 문화적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6 건축가는 이러한 외피를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자원 소비를 줄이고 철거로 인해 손실될 내재 탄소를 보존합니다.

1.4 쉰들러의 기업 목적: 도시의 삶의 질 향상

적응형 재사용에 대한 쉰들러 그룹의 참여는 "도시 환경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업 목적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1 쉰들러는 도시 생활의 질이 단순히 이동 속도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지속가능성, 포용성, 회복탄력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용도 변경(Repurposing)은 쉰들러 그룹의 핵심 가치인 "지속가능성과 혁신의 결합점"에 위치합니다.1 기존 건물의 재사용을 옹호함으로써, 쉰들러는 보존의 이점에 대한 광범위한 업계 대화를 장려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자선적인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것입니다. 이는 회사의 "2040 넷제로" 목표와 일치하며, 쉰들러의 제품들—특히 현대화 및 승객 이동 관리 솔루션—을 순환 도시의 필수적인 조력자로 위치시킵니다.1

쉰들러의 비전은 지속가능성의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됩니다. 도시가 고밀도화됨에 따라 수직적 차원은 성장의 주요 축이 됩니다. 수직 이동성의 품질은 도시의 접근성을 결정합니다. 쉰들러의 기술은 주거, 상업, 여가 등 다양한 용도가 공존하는 "수직적 이웃(vertical neighborhoods)"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7 이는 세대 간 대화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주택 위기"와 "외로움의 유행병"을 해결하는 데 중요합니다.8


2부: 지속가능성의 과학 – 쉰들러의 넷제로 로드맵

2.1 과학적 합의와 SBTi 프레임워크

쉰들러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엄격한 기후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2021년 6월, 쉰들러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발표했습니다.9 이 목표는 파리 협정이 설정한 2050년 기한보다 10년 앞선 것으로, 매우 야심 찬 목표입니다.

결정적으로, 쉰들러의 목표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로 제한해야 하는 당위성에 비추어 기업의 기후 목표를 평가하는 글로벌 기구인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검증을 받았습니다.10 SBTi의 '기업 넷제로 표준'은 기후 과학에 부합하는 기업 넷제로 목표 설정을 위한 세계 유일의 프레임워크로, "넷제로"가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측정 가능하고 책임 있는 궤적임을 보장합니다.11

SBTi 프레임워크는 기업이 단기 및 장기 목표를 모두 설정하도록 요구합니다.

  • 단기 목표 (2030): 2030년 이전에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직접 및 간접 가치 사슬 배출량을 신속하고 대폭적으로 감축합니다.11
  • 장기 목표 (2040/2050): 잔여 배출량을 중화하기 전에 가능한 모든 배출량(일반적으로 90% 이상)을 감축합니다.11

2.2 쉰들러의 탈탄소화 목표: 심층 분석

쉰들러의 검증된 로드맵은 2020년을 기준 연도로 하여 3가지 스코프(Scope) 전체에 걸친 구체적인 절대 감축 목표를 포함합니다.10:

Scope 1 및 2: 운영 배출 (직접 발자국)

쉰들러는 2030년까지 자체 운영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대적으로 50% 감축하기로 약속했습니다.10

  • Scope 1 (직접 배출): 쉰들러의 차량 보유분과 시설 내 연료 연소로 인한 배출을 포함합니다. 전략에는 서비스 차량의 대대적인 전동화가 포함됩니다. 2025년까지 쉰들러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상당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9
  • Scope 2 (간접 배출): 회사가 구매한 전력, 열, 냉방과 관련된 배출을 포함합니다. 쉰들러는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여 2025년까지 100% 재생 전력을 사용할 것을 약속했습니다.4 2022년 기준으로 이미 전 사업장에서 90%의 재생 전력 사용을 달성했습니다.9 또한, 화석 연료 집약적인 그리드로부터 더욱 분리되기 위해 생산 시설과 사무실에 자체 재생 발전(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9

Scope 3: 가치 사슬 배출 (숨겨진 발자국)

Scope 3 배출은 원자재(철강, 구리) 추출부터 배송 물류, 제품 수명 기간 동안 소비되는 전력에 이르기까지 제조 기업 탄소 발자국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목표: 쉰들러는 2030년까지 가치 사슬 배출량을 42%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10
  • 전략: 저탄소 자재를 조달하기 위해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설치된 장비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과 협력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쉰들러는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영향을 추적하기 위해 탄소 발자국 측정 도구를 사용합니다.9
  • 물류: 포장재를 간소화하고 공급업체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현장으로 이동하는 운송 경로를 최적화하여 연료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9

장기 넷제로 목표 (2040)

궁극적인 목표는 2040년까지 Scope 1, 2, 3 전체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대적으로 90% 감축하는 것입니다.10 쉰들러는 "넷제로"가 배출량을 0에 가깝게 줄이고, 다른 옵션이 없을 때만 최종 잔여 배출량(최대 10%)에 대해 "상쇄" 또는 "중화" 조치(탄소 제거 등)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합니다.9 이러한 엄격한 정의는 보상보다는 감축을 우선시하라는 SBTi의 지침과 일치합니다.

2.3 순환 경제와 글로벌 거버넌스

쉰들러의 지속가능성 노력은 더 넓은 글로벌 프레임워크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쉰들러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 회원이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를 지지합니다.4

이 분야에 대한 주요 지적 기여 중 하나는 도시의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in Cities) 개념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백서 "도시의 순환 경제: 지속가능한 도시 미래를 위한 모델의 진화"에서 도시가 어떻게 '채취-생산-폐기' 모델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설명합니다.12 쉰들러의 전략은 사용된 건축 자재를 새로운 현장으로 순환시키고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이 백서의 결과와 일치합니다.12

순환 경제는 살아있는 유기체를 모방한 시스템, 즉 영양분(재료)이 지속적인 순환 흐름을 갖는 "대사(metabolism)"로 묘사됩니다.13 이 모델에서 건물은 "레고" 세트처럼 설계되어 쉽게 조립, 해체, 재구성이 가능합니다.13 쉰들러의 현대화 제품(4부에서 논의됨)은 이 이론의 실제 적용 사례로, 구조적 "영양분"(트러스, 레일)을 유지하면서 "대사적" 구성 요소(드라이브, 제어 장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합니다.

쉰들러의 보고는 또한 **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전담협의체(TCFD)**와 일치하여 기후 변화가 제기하는 재무적 위험과 기회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합니다.4 이러한 수준의 공개는 기후 회복탄력성을 기업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의 척도로 보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3부: 수직적 회복탄력성의 기술 – 쉰들러 메타코어(MetaCore)

3.1 코어의 제약

초고층 건축에서 엘리베이터 코어는 건물의 척추입니다. 전통적으로 이것은 건물의 구속복이기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일반적으로 특정하고 단일한 용도에 맞춰 설계됩니다. 오피스 엘리베이터 시스템은 아침 "업-피크(up-peak)" 러시아워에 맞춰져 있고, 주거용 시스템은 양방향의 산발적 교통을 위해 설계되며, 호텔 시스템은 수하물 처리와 서비스 공간 분리를 우선시합니다.7

건물이 단일 기능 타워(예: 오피스 빌딩)로 설계되면 코어는 그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콘크리트로 영구히 고정됩니다. 이러한 경직성은 경제적 흐름이 바뀔 때 치명적인 결함이 됩니다. 오피스 공간 수요가 붕괴하고(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전환으로 가속화된 추세) 주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단일 기능 타워들은 구조적으로 불안전해서가 아니라 수직 동선이 새로운 용도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진부화"됩니다.7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오피스 타워를 주거용 건물로 전환하려면 콘크리트 슬래브를 뚫고 새로운 샤프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적으로 위험한 과정입니다.

3.2 메타코어: 기능과 인프라의 분리

쉰들러 **메타코어(MetaCore)**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혁신적인 시스템입니다. 이는 건물이 한 번만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변화하는 수요에 반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인 "수직적 회복탄력성(vertical resilience)" 개념을 도입합니다.7

메타코어의 핵심 혁신은 물리적 인프라(샤프트와 카)를 건물의 기능에서 분리하는 것입니다. 쉰들러 경영진은 이를 "책과 책장" 접근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책장(건물의 코어 인프라)은 고정되어 있지만, 책(기능/층)은 끝없이 교체될 수 있습니다.14

기술적 메커니즘: 소프트웨어 정의 분리

메타코어는 물리적 분리를 디지털, 소프트웨어 정의 분리로 대체합니다. 메타코어가 장착된 복합 용도 건물에서는 단일 엘리베이터 그룹이 오피스, 아파트, 호텔 객실을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 동적 할당 (Dynamic Assignment): 시스템은 고급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특정 카를 특정 사용자 그룹에 할당합니다. 카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는 직장인을 서비스하고, 그 다음에는 호텔 투숙객을 서비스하며, 저녁에는 입주민을 우선시할 수 있습니다.7
  • 가상 파티셔닝 (Virtual Partitioning): 다양한 사용자 그룹이 상호작용 없이 동일한 샤프트와 동일한 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라우팅"은 기존 조닝(zoning)으로는 불가능했던 구성, 예를 들어 동일한 층의 코어에 상업 공간이 있고 파사드 쪽에 복층 아파트가 있는 복잡한 적층 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7

3.3 디지털 사용자 경험: 쉰들러 PORT

메타코어의 조력자는 쉰들러 PORT(Personal Occupant Requirement Terminal) 기술입니다. 이 목적층 제어 시스템은 사용자와 건물 사이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역할을 합니다.

  • 식별: 사용자는 개찰구 나 로비에서 RFID 배지, 스마트폰 앱(myPORT), 또는 안면 인식을 통해 자신을 식별합니다.7
  • 개인화: 식별이 완료되면 시스템은 사용자의 "범주"(거주자, 직원, 손님)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해당 범주에 맞게 디지털로 구성된 엘리베이터를 할당합니다.
  • 거주자는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고 따뜻하고 가정적인 조명 프로필이 설정된 안전한 주거 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7
  • 직장인은 더 밝고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조명 구성으로 스카이 로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호텔 투숙객은 별도의 보안 경로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7

이러한 "마스킹(masking)" 기술은 공유 인프라 내에서도 복합 용도 타워의 주거 생존 가능성에 필수적인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도록 보장합니다. 쉰들러의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 총괄인 플로리안 트뢰쉬(Florian Troesch) 박사가 언급했듯이, "프라이버시는 사치가 아니라 복합 용도를 수용 가능하고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입니다".7

3.4 시뮬레이션과 트래픽 비전: 100% 계획 안정성

적응형 재사용의 주요 장벽은 재무적 리스크입니다. 개발자는 자본을 투입하기 전에 기존 오피스 코어가 정확히 몇 개의 아파트나 호텔 객실을 지원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쉰들러는 강력한 시뮬레이션 도구인 **쉰들러 트래픽 비전(Traffic Vision)**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16 물리적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쉰들러는 건물의 데이터(인구, 바닥 면적, 의도된 기능, 흐름 패턴)를 분석합니다. 소프트웨어는 수백만 건의 이동을 시뮬레이션하여 대기 시간, 목적지 도달 시간, 처리 용량을 모델링합니다.7

이 시뮬레이션은 "100% 계획 안정성"을 제공합니다.15 이를 통해 개발자는 용도 혼합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타워가 엘리베이터 서비스 수준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주거 20개 층과 호텔 10개 층을 지원할 수 있음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은 엘리베이터를 유틸리티에서 재무 평가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변모시킵니다.16

3.5 사례 연구: 복합 용도 프로토타입과 옴니투름(Omniturm)

메타코어의 논리는 프랑크푸르트의 **옴니투름(Omniturm)**과 같은 건물에서 잘 드러납니다. 옴니투름은 신축 건물이지만, 메타코어가 개조 공사에서 가능하게 하는 "수직적 어반이즘(Vertical Urbanism)"의 프로토타입 역할을 합니다. 옴니투름에서 건축가들은 주거 유닛을 타워의 중간에 배치하고 바닥 판을 "밀어내어" 테라스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위계를 파괴했습니다.7 이를 위해서는 최상층으로 가는 직장인들을 위해 주거용 중간 구역을 "건너뛰면서" 동시에 중간층 거주자들을 독점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수직 이동 솔루션이 필요했는데, 쉰들러의 목적층 제어 알고리즘이 이 복잡성을 매끄럽게 관리했습니다.7

이러한 수준의 유연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메타코어는 주거, 업무, 여가가 단일 구조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직적 "15분 도시" 모델을 실현하여 수평적 통근을 줄이고 도심을 활성화합니다.7


4부: 보존으로서의 현대화 – ReNew와 RePlace의 순환 공학

4.1 현대화를 위한 내재 탄소 논쟁

메타코어가 건물 전체의 용도 변경을 다룬다면, 쉰들러의 지속가능성 영향의 대부분은 기존 장비의 현대화에서 나옵니다. 엘리베이터 시스템은 무거운 구조용 강철(레일, 균형추, 카 프레임)과 하이테크 전기기계 부품(모터, 드라이브, 제어 장치)의 혼합체입니다. 구조적 부품의 수명은 50년 이상인 반면, 전기기계 부품은 20~25년이면 노후화될 수 있습니다.

기계 장치만 마모되었을 때 전체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은 내재 탄소의 낭비입니다. 쉰들러의 현대화 포트폴리오는 순환 경제 원칙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구조적인 것은 유지하고, 기술적인 것은 교체한다.

4.2 개입의 위계: ReStore, ReNew, RePlace

쉰들러는 장비의 구체적인 상태에 따라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단계별 현대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4.2.1 쉰들러 ReStore: 전동화

이 엔트리 레벨 솔루션은 전기 시스템을 목표로 합니다. 기계적 권상 장치는 건드리지 않고 중요한 전기 부품(제어 장치나 버튼 등)을 교체하여 효율성과 신뢰성을 업그레이드합니다.18 이는 최소한의 자재 투입으로 장비의 수명을 연장합니다.

4.2.2 쉰들러 ReNew: 하이브리드 접근법

쉰들러 ReNew는 순환성의 최적점입니다. 무거운 강철 부품(가이드 레일, 균형추, 종종 카 프레임과 도어 입구)은 유지하면서 "두뇌"(제어 장치)와 "근육"(권상기)을 교체합니다.19

  • 부품 유지: 레일과 균형추를 유지함으로써 수 톤의 강철이 폐기물 흐름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합니다.
  • 기술 업그레이드: 오래된 기어드 머신(종종 오일이 새고 비효율적인)은 현대적인 기어리스 영구 자석(PM) 모터로 교체됩니다. 이 모터들은 더 작고, 오일이 필요 없으며,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습니다.20
  • 영향: 이 솔루션은 신규 설치 대비 내재 탄소의 일부만으로 엘리베이터를 현대적인 성능 표준(더 부드러운 승차감, 더 나은 레벨링, 에너지 절약)으로 끌어올립니다.

4.2.3 쉰들러 RePlace: 전체 시스템 교체

쉰들러 RePlace는 가장 광범위한 옵션으로, 사실상 기존 승강로 내에 완전히 새로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입니다.18

  • 적용: 기존 장비가 너무 오래되어 부분 유지가 불가능하거나, 건물이 전체적인 변모를 겪으면서 새로운 카 크기나 도어 구성이 필요할 때 사용됩니다.
  • 효율성: 이 "전체" 교체에서도 프로세스는 기존의 철거 방식보다 더 빠르도록(설치 시간 최대 40% 단축) 최적화되어 건물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합니다.21 이를 통해 인테리어를 완전히 재설계하고 최고 에너지 효율 등급(ISO 25745-2에 따른 A등급)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21

4.3 InTruss: 순환형 에스컬레이터 현대화의 걸작

에스컬레이터 교체는 독특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는 종종 건물의 콘크리트 슬래브에 매립된 거대한 강철 트러스에 의해 지지됩니다. 오래된 에스컬레이터를 제거하려면 일반적으로 파괴적인 철거, 바닥에서 트러스를 잘라내는 작업, 그리고 몇 주간의 건물 혼란이 수반됩니다.

쉰들러 InTruss는 이러한 파괴를 완전히 우회하는 현대화 솔루션입니다.

  • 방법론: 기존 트러스는 유지됩니다. 오래된 기계 부품(스텝, 체인, 모터, 트랙)은 제거됩니다. 트러스는 청소되고 재도장됩니다. 그 후, 완전히 새로운 쉰들러 에스컬레이터(모델 9300과 유사)가 기존 트러스 내부에 조립됩니다.22
  • 환경적 이점: 이 접근 방식은 대당 수 톤의 강철을 절약합니다. 트러스 제거와 관련된 먼지, 소음, 잔해를 제거합니다.
  • 운영적 이점: 설치 중에도 건물은 계속 운영됩니다. 비즈니스는 평소대로 지속됩니다.
  • 성능: 새 유닛은 현대적인 안전 장치, 에너지 효율적인 드라이브, 그리고 새로운 난간과 핸드레일을 갖춘 "대담하고 신선한 외관"을 특징으로 하며, 장비를 최신 코드(ASME A17.1)에 완전히 부합하게 만듭니다.23

4.4 에너지 회수의 물리학: 전력 회생 드라이브 (PF1)

모든 현대화 패키지에 걸친 핵심 기술은 **전력 회생 드라이브(Regenerative Drive, Power Factor 1 또는 PF1)**입니다.

  • 문제: 전통적인 로프식 엘리베이터에서는 카를 들어 올리기 위해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그러나 무거운 카가 내려갈 때(중력의 도움) 또는 가벼운 카가 올라갈 때(균형추의 도움), 모터는 발전기 역할을 합니다. 오래된 시스템에서는 이 생성된 에너지가 "제동 저항기"로 버려져 폐열로 소산됩니다. 이 열은 다시 제거하기 위해 에어컨이 필요하므로 에너지 사용에 "이중 페널티"를 생성합니다.25
  • 솔루션: 쉰들러의 전력 회생 드라이브는 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포착합니다. 드라이브는 열로 태워버리는 대신 전력을 정화(고조파 필터링)하여 건물의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냅니다.2
  • 영향: 회수된 전기는 건물 내 다른 곳의 조명, 컴퓨터 또는 HVAC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엘리베이터를 발전기로 바꿉니다.
  • 에너지 절약: 전체 에너지 소비량 최대 40% 절감.9
  • 열 감소: 기계실 열 최대 50% 감소, 냉방 비용 절감.26
  • 그리드 상호작용: 이 기술은 건물의 수직 운송 시스템을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여 마이크로 그리드를 안정화합니다.

4.5 현대화 사례 연구

4.5.1 보스턴 푸르덴셜 타워 (2025 올해의 프로젝트)

푸르덴셜 타워의 현대화는 점유 중인 초고층 빌딩을 개조한 랜드마크 사례입니다.

  • 범위: 쉰들러는 28대의 기어리스 엘리베이터를 현대화하고 3대의 기계실 없는(MRL) 유닛과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설치했습니다.27
  • 혁신: 쉰들러 PORT 목적층 제어의 통합이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이는 단계적으로 설치되어 모든 카가 기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되기도 전에 트래픽 흐름을 즉시 개선했습니다.
  • 결과: 이 프로젝트는 입주자 경험을 재정의하고 1960년대의 아이콘에 현대 기술을 매끄럽게 통합한 공로로 "엘리베이터 월드 2025 올해의 프로젝트"로 선정되었습니다.27

4.5.2 피츠버그 상공회의소 (아르데코 보존)

이 1917년 아르데코 건물은 현대적인 오피스 재고와 경쟁하면서도 역사를 존중하는 현대화가 필요했습니다.

  • 지속가능성: 전력 회생 드라이브의 설치로 이 건물은 에너지 스타(Energy Star) 인증을 세 번이나 획득했습니다.28
  • 보안: 쉰들러 PORT는 강화된 출입 통제를 제공하여 건물 관리자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층을 잠글 수 있게 함으로써 물리적 열쇠 없이 안전을 개선했습니다.28
  • 프로세스: 단계적 접근 방식을 통해 새로운 PORT 기술이 초기에 기존 제어 장치 위에 오버레이되어 입주자의 불편을 완화했습니다.28

4.5.3 뉴욕 500 피프스 에비뉴 (500 Fifth Avenue)

이 1931년 마천루에서 쉰들러는 18대의 엘리베이터를 현대화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로비의 아르데코 대리석과 황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20세기 화려함에 21세기 기술"을 전달하는 쉰들러 솔루션의 미적 다재다능함을 보여줍니다.29


5부: 디지털 신경계 – AI, 연결성, 그리고 미래

5.1 벽을 꿰뚫어 보다: AI와 미지의 세계

재사용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기존 자산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쉰들러와 파트너들은 누락된 문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순환 설계의 사용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 기술: 레이저 스캔, 센서 데이터, 파편화된 오래된 평면도를 결합하여 AI 모델은 벽 뒤에 있는 구조적 요소와 시스템의 위치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1
  • 이점: 이러한 "예측 모델링"은 개조 중 예상치 못한 파이프나 전선을 건드릴 위험을 줄입니다. 이는 내부를 전부 뜯어내는 개조 대신 "외과적" 개입을 가능하게 하여 원래의 구조를 더 많이 보존하고 철거 폐기물을 줄입니다.1

5.2 쉰들러 어헤드(Schindler Ahead): 엘리베이터의 인터넷(IoT)

쉰들러의 현대화 전략은 단순히 기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연결성에 관한 것입니다. 쉰들러 어헤드는 장비를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 실시간 데이터: 연결된 엘리베이터는 성능, 사용량, 부품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24시간 전송합니다.9
  • 원격 진단: **액션보드(ActionBoard)**를 통해 건물 관리자와 기술자는 모든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문제를 원격으로 진단할 수 있어 불필요한 서비스 호출을 방지합니다.25

5.3 예지 정비와 Scope 1 감축

이러한 연결성은 쉰들러의 넷제로 목표를 직접적으로 지원합니다.

  • 운행 감소: 전통적인 유지보수는 사후 대응적입니다. 무언가 고장 나면 기술자가 현장으로 운전해 가서 진단하고, 부품을 가지러 다시 운전해 갔다가, 고치러 돌아옵니다.
  • 스마트 유지보수: 쉰들러 어헤드를 통해 시스템은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합니다. 기술자는 올바른 부품을 밴에 싣고 한 번 도착합니다.9 차량 운행의 획기적인 감소는 쉰들러의 Scope 1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낮춥니다.
  • 가동 시간: 고객에게 이는 더 높은 신뢰성을 의미합니다. 연결된 유닛은 가동 중단 시간을 최대 34%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30

5.4 디지털 미디어와 사용자 상호작용

현대화는 또한 엘리베이터를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변모시킵니다. 쉰들러의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는 카 벽면을 건물 정보, 뉴스 또는 광고를 표시할 수 있는 스크린으로 바꿉니다.31

또한 myPORT 앱은 비접촉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용자는 로비에 도착하기도 전에 휴대전화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버튼을 만질 필요 없이 목적지로 데려다줍니다. 이 기능은 팬데믹 기간 동안 매우 중요해졌으며 위생과 편의를 위한 표준으로 남아 있습니다.15


6부: 지역적 서사와 미래 전망

6.1 아시아적 맥락: 덜어냄과 더함

아시아에서 적응형 재사용에 대한 담론은 독특합니다. 급속한 도시화와 유산에 대한 인식 변화에 힘입어 중국, 한국, 베트남의 건축가들은 "철거 후 신축" 모델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 철학: 접근 방식은 종종 "덜어냄(subtraction)과 더함(addition)의 신중한 균형"으로 특징지어집니다.3 덜어냄은 부패의 층을 벗겨내어 구조의 "원초적 존재감"(목재 프레임, 콘크리트 껍데기)을 드러내는 것을 포함합니다.
  • 더함: 새로운 요소는 "가볍게" 삽입됩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의 1930년대 연립 주택은 원래 벽에 닿지 않는 독립형 볼륨을 삽입하여 소매점으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대지의 "시간적 깊이"를 보존했습니다.3 쉰들러의 콤팩트한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는 이러한 제약된 역사적 공간을 위한 이상적인 "부가적" 기술입니다.

6.2 유럽적 맥락: 대대적인 에너지 개보수

유럽에서는 전후 재고의 대대적인 에너지 효율 업그레이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마드리드의 카스텔라나 66(Castellana 66) 개조는 쉰들러 파트너들이 인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90년 오피스 빌딩은 구조는 보존하되 환경 성능을 완전히 업그레이드하여 유럽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중 하나로 변모했습니다.1 엄격한 EU 지침과 그린 딜(Green Deal)에 따라 이 시장에서는 쉰들러의 전력 회생 드라이브와 에코 모드가 표준 요구 사항입니다.

6.3 2050년의 비전: 재생된 도시

쉰들러의 장기 비전인 "도시 생활의 재고(Rethinking Urban Living)"는 2050년 도시의 모습을 그립니다. 그곳은 "건물의 80%가... 이미 존재하지만" 변모된 도시입니다.8

  • 녹색 파사드: 건물은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는 식물로 덮여 있습니다.
  • 프로슈머 건물: 구조물은 전력 회생 엘리베이터의 도움을 받아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 접근 가능한 도시: 이동성 솔루션이 격차를 해소하여 고령 인구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비전에서 엘리베이터는 단순히 오르내리는 상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순환적이고 회복탄력적이며 포용적인 도시 유기체의 디지털 및 물리적 척추입니다.


결론

지속가능성과 혁신의 교차점은 종종 날아다니는 자동차, 탄소 포집 기계, 처음부터 새로 지은 스마트 시티와 같은 미래지향적 개념들로 채워집니다. 그러나 쉰들러 그룹의 연구와 전략적 방향은 더 심오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미래는 과거에 있습니다.

21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행위는 새로운 것을 짓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을 계속 살아있게 하는 것입니다.

쉰들러 메타코어를 통해 회사는 많은 고층 건물을 진부화의 운명으로 몰아넣었던 구조적 경직성을 해결하고 유동적인 복합 용도의 미래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쉰들러 InTruss와 ReNew를 통해 회사는 순환 경제를 운영 가능한 현실로 만들었으며, 매립지를 강철로 채우지 않고도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SBTi가 검증한 2040 넷제로 로드맵을 통해 쉰들러는 기업의 영혼을 탈탄소화라는 지구적 필요성과 일치시켰습니다.

이 보고서가 입증하듯이, 쉰들러는 단순히 엘리베이터를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쉰들러는 건축 환경이 적응하고, 진화하며,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기계적, 전략적 도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쉰들러는 도시가 단순히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여, 자연계의 한계를 존중하면서 도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부록

표 1: 쉰들러 현대화 솔루션 비교 분석

솔루션 방법론 대상 자산 주요 환경적 이점 주요 경제적 이점
ReStore 전동화: 전기 부품(버튼, 배선)만 교체. 기계 시스템은 작동하지만 인터페이스가 구식인 경우. 폐기물 회피 (엘리베이터 질량의 90% 유지). 자본 비용 최저; 자산 수명 연장.
ReNew 하이브리드: 레일, 균형추, 프레임 유지. 기계 및 제어 장치 교체. 구조는 건전하지만 구동 시스템이 구식/비효율적인 경우. 내재 탄소 대폭 감소 (강철 유지). 에너지 절약 최대 40% (전력 회생 드라이브).
RePlace 교체: 기존 승강로 내에 전체 신규 시스템 설치. 수명 종료 시스템 또는 대대적인 건물 용도 변경 필요 시. 최대 운영 효율성 (ISO A등급). 세금 혜택; 보증/신뢰성 완전 리셋.
InTruss 순환형: 외부 트러스 유지; 새로운 내부 모듈 설치. 콘크리트에 매립된 쇼핑몰/환승 센터 에스컬레이터. 구조 철거 폐기물 방지. 비즈니스 중단 최소화 (설치 속도 빠름).

표 2: 쉰들러 탈탄소화 목표 (SBTi 검증)

Scope 범주 목표 연도 감축 목표 (2020년 대비) 주요 이행 전략
Scope 1 직접 배출 (차량/가스) 2030 50% 절대 감축 전기/하이브리드 서비스 차량으로 전환;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
Scope 2 간접 배출 (전력) 2030 50% 절대 감축 RE100 약속: 2025년까지 100% 재생 전력 사용 (2022년 90% 달성).
Scope 3 가치 사슬 (자재/사용) 2030 42% 절대 감축 저탄소 강철 소싱을 위한 공급업체 참여; 제품 에너지 효율 (A등급).
넷제로 전 Scope 2040 90% 감축 + 중화 운영의 완전한 탈탄소화; 잔여 10%는 탄소 제거를 통해 해결.

표 3: 지속가능성의 기술적 조력자들

기술 기능 지속가능성 영향
MetaCore 소프트웨어 정의 엘리베이터 할당. 적응형 재사용 가능 (예: 오피스 -> 주거), 전체 건물 철거 방지.
전력 회생 드라이브 (PF1) 제동 에너지를 포착하여 그리드로 공급. 건물 에너지 소비 최대 40% 절감; 기계실 냉방 부하 50% 감소.
PORT 기술 목적층 제어 알고리즘. 그룹화를 최적화하여 정지 횟수 및 총 이동 거리 감소 (에너지 절약).
Schindler Ahead IoT / 클라우드 연결성. 예지 정비 가능, 서비스 차량 운행 감소 (Scope 1 배출).
Traffic Vision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장비 과다 사양 방지; 재사용 타당성 검증 ("100% 계획 안정성").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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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Upgrading art deco - Schindler Group, 12월 9, 2025에 액세스, https://group.schindler.com/en/media/stories/upgrading-art-dec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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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The future is elevated: A look inside Schindler's innovative new designs and how they might usher in a brighter future for our cities - Designing Buildings Wiki, 12월 9, 2025에 액세스, https://www.designingbuildings.co.uk/wiki/The_future_is_elevated:_A_look_inside_Schindler%E2%80%99s_innovative_new_designs_and_how_they_might_usher_in_a_brighter_future_for_our_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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