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환각에서 체화된 실재로

 

최근 신경과학과 철학의 교차점에서 인간의 의도와 자유의지에 관한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논쟁의 한 축에는 신경과학자 맥스 베넷(Max Bennett)이나 철학자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과 같은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인간이 느끼는 의도나 자유의지가 뇌가 만들어낸 정교하고 지속적인 환각(hallucination) 또는 착각(illusion)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1 이 관점에 따르면, 뇌는 외부 현실과 독립적으로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 모델을 생성하고, 이 내적 예측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경험되는 신경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각 모델'은 인간 행위의 복잡성과 기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대한 정교한 대안으로, 본 보고서는 사용자가 제안한 '예측조정실재성(Prediction-Modulated Reality, PMR)'이라는 개념을 심도 있게 탐구하고자 한다. PMR은 뇌의 예측 모델이 단순한 환각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체라는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제 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조정되고 강화됨으로써 실존적 실재성을 획득하는 역동적 과정을 지칭한다. 이 개념은 뇌가 생성한 가상적 모델이 어떻게 주관적 경험과 행동의 차원에서 실재가 되어가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PMR의 이론적 토대는 칼 프리스턴(Karl Friston)의 자유에너지 원리(Free Energy Principle, FEP)와 능동추론(Active Inference, AI) 이론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3 이 이론에 따르면, 뇌를 포함한 모든 생명 시스템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예측과 실제 감각 입력 사이의 차이, 즉 '예측 오차(prediction error)' 또는 '놀람(surprise)'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성을 갖는다.6 이 과정은 단순히 세계를 수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예측에 맞게 세계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행동을 포함한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예측조정실재성(PMR)의 개념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그 함의를 확장할 것이다. 먼저 1부에서는 PMR의 신경철학적 기반을 상세히 구축하고, 2부에서는 추상미술과 건축이라는 미학적 영역을 통해 정신의 추상적 모델이 어떻게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존적 경험으로 구체화되는지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PMR 프레임워크를 현대 교육학에 적용하여, 학습을 예측 시스템의 훈련 과정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규율과 구조화된 환경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교육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1부: 능동적 존재의 신경철학



1. 예측하는 엔진: 능동추론과 자유에너지 원리

 

예측조정실재성(PMR)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자유에너지 원리(FEP)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FEP는 뇌를 포함한 모든 자기조직화 시스템(self-organizing system)이 자신의 존재론적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단 하나의 명령, 즉 '놀람(surprise)'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리다.7 여기서 '놀람'이란 통계학적 용어로, 시스템이 마주칠 확률이 낮은 감각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곧 시스템의 예측 모델에 대한 음의 로그 증거($-log(p(y|m))$)로 정의된다.7 그러나 시스템은 자신이 경험하는 감각이 놀라운 것인지 직접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놀람의 상한선(upper bound)인 '변분 자유에너지(variational free energy)'를 대신 최소화한다.7 만약 시스템이 자유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최소화한다면, 이는 암묵적으로 놀람을 최소화하는 것과 같으며, 결과적으로 시스템은 항상 예측 가능한 상태, 즉 항상성에 가까운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4

이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뇌는 수동적인 자극-반응 기계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생성 모델(generative model)'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추론 엔진(inference engine)'으로 작동한다.4 이 생성 모델은 감각 입력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설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감각 입력을 예측한다. 자유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경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각각 지각과 행동에 해당한다.

첫째, **지각(Perception)**은 예측과 실제 감각 사이에 불일치, 즉 '예측 오차'가 발생했을 때, 뇌가 자신의 내부 모델(믿음)을 수정하여 감각 데이터에 더 잘 부합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5 이는 세상을 바꾸지 않고 나 자신(의 믿음)을 바꾸는 수동적 추론 과정이다.

둘째, 행동(Action), 즉 **능동추론(Active Inference)**은 내부 모델을 바꾸는 대신, 세상에 직접 개입하여 감각 데이터 자체가 예측과 일치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3 이는 '지각에 행동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12, 행위자를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현실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만든다. 행동이란 결국 생성 모델의 예측을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감각 정보를 샘플링하는 과정이다.7

능동추론 프레임워크는 목표 지향적 행동을 정교하게 설명한다. 행위자는 자신이 점유할 것으로 기대하는 선호 상태(preferred states)에 대한 사전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행동은 미래의 기대 자유에너지(expected free energy)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택된다.4 기대 자유에너지는 두 가지 핵심적인 가치로 분해될 수 있다.3

  • 실용적 가치(Pragmatic Value): 선호되거나 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려는 경향성으로, '활용(exploitation)'에 해당한다.
  • 인식적 가치(Epistemic Value):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보를 얻으려는 경향성으로, '탐험(exploration)'에 해당한다. 이는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행동의 근본적인 동기가 된다.

이러한 능동추론의 관점은 전통적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RL)에서 '보상(reward)'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게 한다. 전통적 RL에서 보상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외재적 신호인 반면, 능동추론에서 보상은 행위자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마주칠 것으로 기대하는 내재적 '선호 상태'로 개념화된다.3 즉, 학습의 보상은 외부의 칭찬이나 점수가 아니라, 예측 오차를 줄이고 자신의 세계 모델을 성공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얻는 내재적 만족감 그 자체가 된다. 이는 규율이나 구조화된 환경이 단순한 외적 보상을 위한 행동 통제를 넘어, 학습자의 내재적 탐구 욕구와 숙달의 즐거움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2. 예측하는 뇌의 실체화: PMR과 부분-전체 혼동의 도전

 

의도와 자유의지에 대한 논의는 PMR 모델이 극복하고자 하는 두 가지 주요 입장, 즉 환각주의와 양립가능론 사이에서 이루어져 왔다. 환각주의는 우리의 의식적 의지 경험이 사후에 구성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본다. 반면, 대니얼 데닛으로 대표되는 양립가능론은 결정론적 세계관과 자유의지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한다.14 그는 자유의지를 '달리 선택할 수 있었던 능력'이 아니라, 합리적 행위자로서 환경에 반응하고 해를 피할 수 있는 능력, 즉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자유의지(free will worth wanting)'로 재정의한다.1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러한 재정의가 자유의지의 핵심 쟁점을 회피하고 의미론적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2

이러한 철학적 논쟁의 기저에는 신경과학이 흔히 빠지는 개념적 함정이 존재한다. M.R. 베넷과 P.M.S. 해커는 저서 『신경과학의 철학적 토대』에서 이를 '부분-전체 혼동의 오류(mereological fallacy)'라고 명명했다.15 이 오류는 믿고, 결정하고, 보는 것과 같은 심리적 속성들을 유기체 전체가 아닌 그 일부(뇌)에 귀속시키는 개념적 혼동을 의미한다.16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뇌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지, 뇌 자체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신경과학이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을 비판하면서도, '마음'이라는 단어를 '뇌'로 대체했을 뿐, 여전히 잘못된 개념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17

사용자가 제안한 예측조정실재성(PMR) 모델은 바로 이 부분-전체 혼동의 오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틀을 제공한다. PMR은 뇌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행위자-환경 시스템 전체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뇌는 예측을 생성하는 엔진이지만, 그 예측은 신체라는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검증되고 조절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환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PMR 프레임워크에서 의도를 가지고 실재를 경험하는 주체는 뇌가 아니라, 체화되고(embodied), 행동하고, 지각하는 유기체, 즉 '사람' 전체다.

베넷과 해커의 비판은 신경과학과 심리학 사이에 설명적 간극을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만약 심리적 기능을 뇌에 귀속시킬 수 없다면, 두 학문 분야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가? PMR은 이 문제에 대한 정교한 해법을 제시한다. 뇌는 심리적 상태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유기체가 심리적 상태를 가질 수 있도록 세계를 '모델링'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슈퍼컴퓨터의 기상 모델이 비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기상학자(사람 전체)가 비를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변수들을 처리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뇌의 생성 모델은 의도를 '느끼거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확률적 결과를 모델링함으로써 체화된 행위자(사람)가 의도를 경험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이로써 PMR은 베넷과 해커의 논리적 문법(결정하는 주체는 뇌가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면서도, 신경과학에 구체적인 기계론적 역할(세계를 모델링하여 사람의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부여함으로써 두 분야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

 

3. 존재의 피드백 루프: 예측이 실재가 되는 과정

 

PMR 개념은 뇌가 생성하는 '지속적 환각'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어떻게 기능적 실재로 전환되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서 '환각'이란 뇌의 생성 모델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세계에 대한 예측의 흐름을 의미한다.7 이 초기 예측이 실재성을 획득하는 결정적인 단계는 사용자가 '물리적 인터페이스'라고 지칭한 신체의 역할에 있다. 신체의 감각계(눈, 귀, 피부 등)는 예측을 검증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운동계(팔, 다리 등)는 능동추론을 수행하여 감각이 예측과 일치하도록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된다.7 이 신체라는 인터페이스가 바로 뇌와 세계를 잇는 피드백 루프의 통로다.

'조정(modulated)'이라는 용어는 이 과정의 역동성을 포착한다. 뇌의 초기 예측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예측 오차에 의해 끊임없이 갱신되고 정교화된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환적 구조를 갖는다:

  1. 뇌가 예측을 생성한다 (예: "손을 뻗으면 단단한 책상 표면이 느껴질 것이다").
  2. 신체가 예측에 기반하여 행동한다 (손을 뻗는 운동 명령).
  3. 신체가 감각 피드백을 수신한다 (책상에서 오는 촉각).
  4. 예측 오차, 즉 예측된 감각과 실제 감각의 차이가 계산된다.
  5. 오차가 작으면 모델이 확인되고 '책상의 실재성'이 강화된다. 오차가 크면(예: 손이 허공을 가르면) 모델은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수정된다.

초당 수백만 번씩 반복되는 이 피드백 루프를 통해, 초기의 '가상적' 모델은 외부 세계와 매우 긴밀하게 동기화되고 결합되어, 견고하고 기능적인 '살아있는 실재(lived reality)'가 된다. 이는 더 이상 단순한 환각이 아니다. 왜냐하면 행동의 지침으로서 엄격하게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유의지'나 '의도'라고 부르는 주관적 경험은, 바로 이러한 예측 모델을 가동시켜 행동을 통해 미래의 예측 오차를 성공적으로 최소화하는 과정에 대한 내적 감각이다.

이러한 PMR 모델은 '실재성'이 이분법적 상태(실재 vs. 환각)가 아니라, 예측 모델의 정밀도(precision)와 성공에 비례하는 연속적인 변수임을 시사한다. 정신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병리적 상태는 '현실과의 단절'이 아니라, 이 조정 과정의 실패로 이해될 수 있다. 즉, 내부 예측에 감각 증거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중치(정밀도)가 부여될 때 발생한다.10 건강한 PMR 과정은 감각 정보의 정밀도와 사전 믿음(예측)의 정밀도 사이의 역동적인 균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명확한 조건에서는 감각을 신뢰하지만, 어둠 속에서 형체를 보는 것처럼 모호한 상황에서는 사전 믿음에 더 의존한다.10 조현병과 같은 상태는 내부 예측의 정밀도가 병적으로 높아져, 모순되는 감각 증거를 압도해 버리는 상황으로 모델링될 수 있다. 이 경우 피드백 루프는 끊어지고, '환각'은 더 이상 현실에 의해 '조정'되지 않는다. 이는 정신 질환을 보편적인 연산 과정의 기능 장애로 이해하는 강력하고 비낙인적인 모델을 제공하며, '현실'이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위태롭고 능동적으로 성취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2부: 추상성을 구체화하는 미학



4. 추상미술: 예측 처리의 실험장

 

사용자는 "정신의 환영성이 육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존성을 획득하는 과정 = 회화적/소조적 추상"이라는 통찰을 제시했다. 이 비유는 PMR의 핵심 원리를 미학적 차원에서 명확히 보여준다. 예술 작품, 특히 추상미술은 뇌의 예측 처리 시스템을 탐구하는 독특한 실험장 역할을 한다.

표상미술(representational art)을 볼 때, 뇌의 예측 시스템은 일상에서 '과도하게 학습된(over-learned)' 대상 인식 과제를 수행한다.18 뇌는 "저것은 얼굴이다", "저것은 나무다"와 같은 예측을 생성하고, 비교적 쉽게 예측 오차를 해소하며 기억 및 연상 시스템을 활성화한다.18

반면, 추상미술은 의도적으로 이 과정을 방해한다. 추상미술은 '대상이 없는(object-free)' 예술이다.18 익숙한 대상과 대응하지 않는 형태, 색, 질감을 제시함으로써, 내용 인식 차원에서 막대한 예측 오차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뇌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의 실패는 시스템을 '현실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킨다.18 외부 대상을 분류함으로써 예측 오차를 해소할 수 없게 된 지각 시스템의 초점은 내부로 향하게 된다. 감상자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보다 보는 과정 그 자체, 즉 뇌 자신의 생성적, 예측적 역동성을 인식하게 된다. 미적 경험이란 뇌가 자신의 '내적 상태'와 '인지적 연관성'을 탐험하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18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예술 작품(회화, 조각)은 이 과정을 촉발하는 '물리적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예술가의 체화된 행위(붓질, 조각칼의 흔적)는 감상자에게 특정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물리적 대상을 창조한다. 이 대상의 목적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뇌가 자신의 예측적 지평을 탐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술가의 '정신적 환영(내적 상태)'은 물리적 매체를 통해 타인이 경험할 수 있는 '실존성'을 획득한다.

추상미술에서 얻는 미적 쾌감은 자신의 내적 생성 모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식적 탐색(epistemic foraging)'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능동추론 이론에 따르면, 행위자는 실용적 가치(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인식적 가치(정보 탐색)에 의해서도 동기 부여된다.13 인식적 행동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가능성을 탐험하는 것이다. 추상미술은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높은 지각적 불확실성 상태를 만들어낸다.18 놀람/자유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하는 뇌는 이 새로운 감각 입력에 대해 안정적인 해석을 찾아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자신의 생성 모델 내에서 새로운 패턴과 연관성을 탐색한다. 이 탐험과 새로운, 비록 추상적일지라도, 일관성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인식적 행동의 한 형태이며,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능동추론의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가치 있거나 '즐거운' 경험이 된다. 이것이 추상미술이 때로는 난해하면서도 깊은 보상을 주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 '보상'은 바로 자신의 내적 예측 지형을 성공적으로 항해하고 재조직하는 데서 오는 희열이다.

 

5. 경험의 건축: 예측 루프의 기획

 

건축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인터페이스로 기능하지만, 더 크고 몰입적인 규모로 작동한다. 건축 디자인이란 거주자의 예측 처리를 조절하기 위해 환경을 구조화하는 실천이다. 건축은 지각과 행동을 유도하는 어포던스(affordance)와 제약의 집합을 창조한다.

이러한 건축적 경험의 토대는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의 작업에서 강조된 다중감각적이고 체화된 경험에 있다. 팔라스마는 시각에만 의존하는 '안구중심주의(ocularcentrism)'가 우리를 단순한 관객으로 전락시켜 분리되고 비체화된 경험을 낳는다고 비판했다.19 그는 진정한 건축적 경험은 다중감각적이며, 신체가 경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내 몸으로 도시와 마주한다... 도시와 나의 몸은 서로를 보완하고 정의한다"는 그의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20 페터 춤토르의 '분위기(atmosphere)' 개념 역시 공간에 대한 즉각적이고, 감성적이며, 다중감각적인 지각을 다룬다.23 그가 제시하는 재료, 소리, 온도와 같은 원칙들은 공간에 대한 우리의 예측 모델을 본능적이고 체화된 수준에서 형성하는 요소들이다.23

건축이 예측을 조절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전략, 즉 '자유 평면'과 '유도된 경로'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이 두 전략은 사용자의 자유에너지를 관리하는 상이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 자유 평면 (The Free Plan):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판스워스 주택(Farnsworth House)이 대표적인 예다. 개방된 공간, 최소한의 내부 칸막이, 그리고 투명한 경계(유리벽)가 특징이다.26 예측 처리의 관점에서 이 디자인은 인식적 기회를 극대화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높은 예측 오차를 감수해야 한다. 거주자는 예측 불가능한 자연 환경의 역동성에 끊임없이 노출되며, 내부 구조의 부재는 사생활과 예측 가능성을 포기하게 만든다.27 이는 정보적 풍요는 높지만 심리적 안정성은 낮은 건축이다.
  • 유도된 경로 (The Guided Path):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빌라 사보아(Villa Savoye)는 '건축적 산책로(architectural promenade)'라는 잘 기획된 순환 경로를 통해 공간을 통제된 순서로 드러낸다.28 특히 경사로(ramp)는 층들을 매끄럽게 연결하며 방문객의 시선과 움직임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다.28 이 디자인은 예측 가능하고 서사적인 경험을 창조함으로써 예측 오차를 제약한다. 거주자에게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줌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돈된 발견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건축 전략들은 예측 처리를 조절하는 단일한 렌즈를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다음 표는 그 분석의 틀을 제시한다.

 

건축 전략 주요 사례 예측 시스템에 대한 주된 효과 결과적인 거주자 경험
자유 평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판스워스 주택 27 감각 입력을 극대화하고 인식적 탐색을 촉진함 (환경으로부터 높은 정보량). 내부 구조를 최소화하여 사생활 및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임. 높은 지각적 개방성, 자연과의 지속적인 교감. 그러나 사생활 부재, 감각 과부하 가능성("온실 효과" 27), 내부 사회적 상태에 대한 낮은 예측 가능성.
유도된 경로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29 기획된 경험의 순서("건축적 산책로")를 통해 예측 오차를 제약함. 경로는 예측 가능하며, 주의와 움직임을 유도함. 통제된 발견의 서사적 경험. 질서와 명료함의 감각. 구조화된 여정을 통해 건물의 논리가 드러남.
규율적 격리 베네딕토회 수도원 30 외부 예측 오차를 급격히 감소시킴 (세상과의 격리). 성당, 회랑, 식당 등을 잇는 고정된 공간적 리듬을 통해 매우 예측 가능한 내부 환경을 조성함. 일상과 집중의 삶. 외부 세계로부터의 놀람을 최소화하여 인지적 자원을 내적, 영적 목표에 집중시킴. 행동이 건축에 의해 동기화됨.
구획된 환경 현대 도서관 디자인 32 각각 고유한 예측 신호를 갖는 명확한 구역("개인/혼자" vs. "공공/함께")을 생성함. 조명, 가구, 음향 등 건축 요소를 통해 기대되는 행동을 신호함. 사용자는 현재의 예측 목표에 맞는 환경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음 (예: 집중 작업을 위해 사회적 예측 오차를 최소화하는 조용한 구역 선택). 높은 수준의 기능적 명료성.

3부: 예측하는 마음의 교육학



6. 학습을 능동추론으로 재정의하기

 

전통적인 교육관에서 학습은 지식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PMR 모델의 기반이 되는 능동추론 이론은 이러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뒤집는다. 학습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학습자라는 능동적 추론 행위자가 특정 주제(물리학, 역사, 운동 기술 등)에 대한 자신의 생성 모델을 적극적으로 갱신하고 정교화하는 과정으로 재정의된다. 학생은 채워져야 할 빈 그릇이 아니라, 끊임없이 예측하고 검증하며 자신의 세계 모델을 수정해 나가는 존재다.

이 관점에서 학습자의 근본적인 과업은 예측 오차를 생성하는 경험을 찾아 나선 뒤, 그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모델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호기심, 질문, 실험과 같은 행위가 학습의 핵심 동력임을 의미하며, 능동추론의 인식적 가치(epistemic value)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13

교사의 역할 또한 재정의된다. 교사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측 오차의 큐레이터'로서 기능해야 한다. 즉, 학생의 현재 모델에 생산적으로 도전하고 더 정확한 모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경험, 문제, 환경을 설계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7. 비계 설정의 필요성: 규율, 구조, 그리고 무의식적 학습자

 

사용자가 지적했듯이, 현대 교육에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은 종종 의식적인 의지나 노력의 차원에서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PMR의 관점에서 볼 때, 학생의 의식적인 '의지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신경생물학적으로 순진한 접근이다. 예측 시스템의 대부분은 무의식적 차원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2부에서 분석한 건축 모델들은 효과적인 학습 환경을 위한 강력한 은유를 제공한다.

  • 깊은 집중을 위한 모델로서의 수도원: 세상과 격리되고 엄격한 '공간적 리듬'을 가진 수도원의 배치는 규율과 반복을 통해 예측 시스템을 훈련시키기 위해 설계된 완벽한 환경이다.30 예측 가능한 일상은 불필요한 인지 부하(자유에너지)를 최소화하여, 시스템이 단일하고 지속적인 목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훈육과 구조적 환경'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용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 유연한 집중을 위한 모델로서의 도서관: 현대 도서관의 구획된 디자인은 더 유연하지만 여전히 구조화된 모델을 제공한다.32 각 공간의 '규칙'을 예측할 수 있는 환경적 신호를 제공함으로써, 학생이 현재 학습 과업에 최적화된 환경(예: 집중 학습 대 협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사용자가 강조한 휴식, 빈둥거림(idling), 운동의 중요성은 생성 모델의 '과적합(overfitting)'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다. 기계 학습에서와 마찬가지로, 특정 데이터에 대해서만 훈련하고 통합의 시간을 갖지 않는 신경 시스템은 경직되고 일반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휴식과 비집중 상태는 뇌가 새로운 정보를 통합하고, 약한 연결을 가지치기하며, 전반적인 모델을 강화할 시간을 주며, 이 과정은 대부분 의식적 통제 밖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규율'의 개념은 도덕적 미덕이나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자유에너지를 관리하는 절차적 기술'로 재구성될 수 있다. 규율 잡힌 학생이란, 장기적인 불확실성(무지)을 줄이기 위해 요구되는 단기적인 자유에너지의 증가(불편함, 노력)를 견디도록 예측 시스템이 훈련된 사람이다. 학습 과정은 자신이 모르는 것과 마주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높고, 따라서 자유에너지가 높은 상태다. 훈련되지 않은 시스템은 단기적인 자유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습 과제를 회피하는 경로를 택하지만(예: 미루기), 규율 잡힌 시스템은 단기적인 노력의 대가가 장기적으로 훨씬 큰 자유에너지의 감소(숙달과 이해)로 이어진다는 더 높은 수준의 정책을 학습한 상태다. 따라서 '규율 생태계'란 이러한 장기적 전략을 실행하기 쉽게 만드는 환경적, 행동적 구조의 집합을 의미한다.

 

8. 평생 학습을 위한 생태계 가꾸기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지식의 집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선다. 본 보고서의 논의를 종합하면, 현대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학습자가 최적의 평생 학습을 위해 자신의 예측 처리를 조절하는 개인화된 습관, 일과, 환경 선택의 집합, 즉 사용자가 말한 '건강한 삶의 규율 생태계'를 스스로 구축하고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규율 생태계'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한다:

  • 시간의 구조화: 일, 휴식, 운동을 위한 일과를 만든다.
  • 공간의 구조화: 도서관 모델에서처럼, 자신의 물리적 환경(집, 사무실)을 집중이나 휴식에 적합한 신호를 제공하도록 설계한다.
  • 정보의 구조화: 인지적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는 습관을 개발한다.
  •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화: 자신의 학습 목표를 지원하는 사회적 환경을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결론적으로, 현대 교육의 목표는 학습자에게 고정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만의 규율 생태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메타인지적 기술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결론: 실현된 예측

 

본 보고서에서 심도 있게 탐구한 예측조정실재성(PMR)은 자유의지에 대한 기존의 논쟁을 넘어서는 강력한 통합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PMR은 자유의지를 기각해야 할 환각이나 의미론적으로 재정의해야 할 개념이 아니라, 행위자가 자신의 체화된 예측을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성취해 나가는 역동적 실재로 재구성한다.

이 단일한 개념은 의도의 신경철학, 추상미술과 건축의 미학, 그리고 현대 교육의 실천적 과제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영역들을 일관된 렌즈로 분석하고 연결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뇌의 예측 모델이 신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재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추상적 관념이 예술 작품이라는 물리적 매체를 통해 미적 경험으로 구체화되는 과정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며, 이는 다시 학습자가 규율 잡힌 환경 속에서 자신의 내적 모델을 훈련시키는 교육 과정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궁극적으로 PMR 모델은 우리에게 심오한 책임을 부여한다. 우리의 현실과 행위 주체성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을 통해 구성되고 유지된다. 따라서 우리 삶과 학습의 질은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구축하는 예측 생태계의 질에 달려 있다.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바로 이 실존적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현실을 능동적으로 조각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기술을 길러주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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