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매체, 건축, 그리고 인식의 구조적 변동

건축은 본질적으로 물리적인 공간과 재료의 구축을 다루는 학문이자 실천이지만, 그 전파와 담론의 형성은 언제나 '매체(Media)'에 의존해 왔다. 르네상스 시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가 설계(Design)와 시공(Construction)을 분리하고, 건축가의 지적 노동을 도면과 텍스트라는 매체로 고정한 이래, 건축은 '지어지기 전에 출판되는' 독특한 위상을 가져왔다. 마리오 카르포(Mario Carpo)가 지적하듯, 서구 건축 이론의 발전은 인쇄술의 발명과 궤를 같이하며, 텍스트와 이미지의 복제 가능성은 건축적 사고(Thinking)의 형식을 규정해 왔다.1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도래한 디지털 전환(Digital Turn)은 이러한 건축 커뮤니케이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블로그와 웹진의 등장은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왔으나, 뒤이어 도래한 소셜 미디어—특히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샤오홍슈(Xiaohongshu)—의 폭발적인 성장은 건축을 소비하는 방식을 '정독(perusal)'에서 '스크롤(scroll)'로, '비평(critique)'에서 '좋아요(like)'로 전환시켰다.

본 보고서는 15,000단어 분량의 심층 분석을 통해 건축 출판의 역사적 흐름을 인쇄 매체의 권위가 해체되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단순히 매체의 기술적 변화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매체가 건축을 인식하고 생산하는 방식에 미친 인식론적 영향을 탐구한다. 특히 시각 중심주의(Ocularcentrism)가 극대화된 '인스타그램 건축(Instagrammable Architecture)' 현상이 설계 방법론, 도시 관광, 그리고 공간 경험의 본질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홍콩의 도시적 맥락—전통적인 다이파이동(Dai Pai Dong)인 '빙기(Bing Kee)'의 소셜 미디어 성지화 과정과,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도시와 소통하는 'M+ 뮤지엄'의 사례—을 구체적인 사례 연구(Case Study)로 채택하여 고찰한다. 이 두 사례는 각각 '버내큘러(Vernacular)의 바이럴화'와 '제도적 스펙터클의 디지털화'라는 대조적인 현상을 보여주며, 디지털 매체가 건축 유산을 어떻게 재프레이밍(reframing)하고 새로운 관광 지형을 형성하는지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아가, 이러한 '빠른 소비(Fast Consumption)'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슬로우 건축(Slow Architecture)'과 '슬로우 콘텐츠'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현대 건축 담론이 나아가야 할 윤리적,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다.

2. 건축 출판의 역사적 궤적: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디지털 우주로

2.1 인쇄 매체 시대: 권위, 표준, 그리고 담론의 성채

건축 출판의 역사는 지식의 체계화 및 전문가 집단의 권위 형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15세기 활판 인쇄술의 발명은 구전과 필사본에 의존하던 건축 지식을 표준화된 이론서로 변모시켰다. 마리오 카르포는 그의 저서 『인쇄 시대의 건축(Architecture in the Age of Printing)』에서 르네상스 건축 이론, 특히 5대 오더(Orders) 시스템이 인쇄 매체의 형식적 잠재력에 대응하여 의식적으로 개발된 것임을 논증한다.1 인쇄된 이미지는 건축적 디테일의 정확한 복제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건축가들이 현장에 없더라도 자신의 설계 의도를 원거리로 전달할 수 있는 '원격 제어'의 시대를 열었다. 책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건축적 규범(Canon)을 수립하고 전파하는 권위의 원천이었다.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서며 건축 잡지(Journal)와 매거진은 담론의 최전선이 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던 1843년 창간된 영국의 『더 빌더(The Builder)』는 건축가, 엔지니어, 시공자 간의 기술적 논의와 비평을 위한 포럼 역할을 수행하며, 도시화된 문명에서 건축에 대한 교양 있는 대화의 필요성을 충족시켰다.2 이어 등장한 20세기의 『도무스(Domus)』,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와 같은 간행물들은 고해상도의 사진과 비평적 에세이를 결합하여 '건축적 우수성'의 기준을 제시했다.3

이 시기 건축 출판의 핵심은 '게이트키핑(Gatekeeping)'에 있었다. 소수의 엘리트 편집자와 비평가들이 무엇이 '좋은 건축'인지를 선별하고 큐레이션(Curation)했다. 책과 모노그래프, 학술지는 중요한 프로젝트와 이론을 기록하는 주요 형식이었으며, 동료 평가(Peer-review)와 엄격한 편집 기준은 콘텐츠의 정확성과 깊이를 담보하는 장치였다.3 이러한 하향식(Top-down) 구조는 건축 지식의 희소성을 유지하고 전문가 집단의 사회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으나, 동시에 담론의 참여를 제한하는 폐쇄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2.2 제1차 디지털 전환: 웹 1.0과 정보의 민주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보급은 건축 출판의 첫 번째 디지털 혁명을 촉발했다. 아키데일리(ArchDaily), 디진(Dezeen)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 인쇄 매체의 물리적, 시간적 제약을 붕괴시켰다. 인쇄 매체가 월간 또는 계간의 느린 호흡으로 정보를 전달했다면, 웹 기반 플랫폼은 실시간 업데이트와 즉각적인 배포를 무기로 삼았다.3 이는 건축 콘텐츠의 생산, 배포, 소비 방식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웹사이트, 블로그, 디지털 에디션을 통해 건축 담론을 전 세계 청중에게 개방했다. 이는 '정보의 민주화(Democratization)'를 의미했다. 과거에는 소수의 유명 건축가(Starchitect)만이 잡지 지면을 장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신진 건축가, 학생, 소규모 스튜디오가 자신의 작업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글로벌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3 셀프 퍼블리싱 도구와 블로그는 개인의 목소리를 강화했으며, 이는 건축 담론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과소 대표되었던 지역과 커뮤니티의 관점을 드러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크로노그래픽 히스토리오그램(Chronographic Historiogram)" 4으로 묘사될 수 있듯, 기술적 도구의 발전이 단순한 선형적 진보가 아니라 경제적 흐름과 맞물려 복잡한 부침을 겪은 시기이기도 하다. 디지털 플랫폼은 멀티미디어 통합과 상호작용성을 강화했으나, 동시에 '콘텐츠의 과포화(Oversaturation)'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3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전문가적 판단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으며, 전통적인 비평의 자리는 점차 조회수와 클릭 수라는 정량적 지표로 대체되기 시작했다.2

2.3 제2차 디지털 전환: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의 지배

현재 우리는 건축 출판의 '제2차 디지털 전환(Second Digital Transformation)'을 목격하고 있다.5 이는 웹사이트에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Instagram, Pinterest, TikTok, Xiaohongshu)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며, 정보의 '검색'에서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이 단계에서 건축은 텍스트 기반의 논리적 담론에서 순수한 시각적 유희와 감각적 소비의 대상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소셜 미디어는 건축을 "빠른 소비(Fast Consumption)"의 사이클로 밀어넣었다.6 15,000단어의 논문이나 깊이 있는 에세이는 한 장의 이미지, 15초의 릴스(Reels), 짧은 캡션으로 압축된다. 이는 건축 비평의 본질을 변화시켰다. "비자발적 건축 비평(Unintentional Architecture Criticism)" 7 현상이 대두되면서, 전문 비평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사진, 알고리즘, 인플루언서 문화를 통해 건축 환경을 평가하고 비평하는 주체로 부상했다.

구분 인쇄 매체 (19C-20C) 웹 1.0 (1990s-2000s) 소셜 미디어 (2010s-현재)
핵심 매체 잡지, 저널, 모노그래프 웹진, 블로그, 포털 인스타그램, 샤오홍슈, 틱톡
정보의 흐름 하향식 (편집자 -> 독자) 쌍방향 (댓글, 포럼) 네트워크형 (알고리즘 확산)
평가 기준 비평가의 권위, 이론적 깊이 조회수, 댓글 수 '좋아요', 공유, 저장 수
소비 속도 월간/계간 (느림) 일간/실시간 (빠름) 초 단위 (즉각적/휘발적)
주요 형상 텍스트 + 도면 + 사진 하이퍼텍스트 + 이미지 숏폼 비디오, 밈(Meme), 이미지

3. '인스타그램 건축'의 메커니즘과 파급 효과

3.1 시각 중심주의(Ocularcentrism)와 공간의 상품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라는 용어는 2018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현대 시각 문화를 대변하는 단어가 되었다.8 건축 설계에서 이는 더 이상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핵심적인 디자인 브리프(Brief)로 자리 잡았다. 파시드 무사비(Farshid Moussavi)와 같은 저명한 건축가들조차 클라이언트로부터 "사진이 잘 나오는 공간"을 요구받고 있음을 인정한다.9

이러한 현상은 공간의 급격한 '상품화(Commodification)'를 초래한다. 건축물은 거주와 체험의 장소라기보다는 소셜 미디어 피드(Feed)를 장식하기 위한 배경(Backdrop)으로 소비된다.6 이는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가 그의 저서 『눈의 피부(The Eyes of the Skin)』에서 경고했던 시각 중심주의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건축이 시각적 유혹에만 치중할 때, 촉각, 청각, 후각 등 다른 감각적 차원과 공간의 깊이 있는 체험은 소거된다.9 "디지털 아우라(Digital Aura)"는 물리적 현존(Presence)이 아닌 온라인상의 확산 가능성(Shareability)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발터 벤야민이 논한 아우라의 상실을 넘어,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되고 증폭된 새로운 형태의 가상 아우라를 형성한다.7

3.2 메트릭(Metric) 주도 디자인과 동질화의 위험

소셜 미디어의 정량적 지표—좋아요, 공유, 저장, 팔로워 수—는 건축적 가치를 측정하는 새로운 척도로 부상했다. 이는 "메트릭에 의한 디자인(Design by Metrics)" 6을 유도할 위험이 크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각적으로 강렬한 패턴, 네온 사인, 포토존, 독특한 마감재 사용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 일조량, 환기, 동선 효율성, 재료의 내구성, 유지 관리의 용이성 등 '보이지 않는(Invisible)' 그러나 건축의 본질적인 요소들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12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메트릭 주도 디자인이 전 세계적인 건축의 동질화(Homogenization)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발리의 논밭, 홍콩의 고층 빌딩, 런던의 카페가 인스타그램 필터와 유사한 인테리어 트렌드를 공유하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스타일"로 수렴된다.10 이는 지역의 고유한 맥락(Context)과 장소성(Placeness)을 희석시키고, 도시를 거대한 테마파크나 스튜디오 세트장처럼 변모시킨다.

3.3 마이크로 데스티네이션(Micro-Destinations)과 과잉 관광

소셜 미디어는 관광의 패턴을 "거시적(Macro)" 목적지에서 "미시적(Micro)" 목적지로 변화시켰다.14 과거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가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거대하고 상징적인 건축물(Starchitecture)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작고 숨겨진 공간, 독특한 디테일이 있는 상점, 심지어는 평범한 주거지의 골목길이 "마이크로 데스티네이션"으로 부상하여 관광객을 유입시킨다.6

이는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알려지지 않은 건축 유산을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주거 지역이나 소규모 상점에 과도한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지역 주민의 삶을 침해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며, 공간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8 관광객들은 공간을 경험하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인증하는 행위에 몰두하며, 이는 공간과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방해한다.

4. 사례 연구: 홍콩의 건축 미디어 생태계와 도시의 재편

홍콩은 초고밀도 도시 조직, 독특한 시각 문화, 그리고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가 결합되어 소셜 미디어와 건축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본 장에서는 전통적인 노천 식당 '빙기(Bing Kee)'와 최첨단 시각 문화 박물관 'M+'를 통해 대조적인 두 사례를 심층 분석한다.

4.1 빙기(Bing Kee Cha Dong): 버내큘러(Vernacular)의 바이럴과 취약성

4.1.1 다이파이동(Dai Pai Dong)의 유형학적 가치와 공간 논리

홍콩 타이항(Tai Hang) 지역의 좁은 골목 쉐퍼드 스트리트(Shepherd Street)에 위치한 '빙기(Bing Kee Cha Dong)'는 홍콩의 전후(post-war) 다이파이동 면허 제도의 유산이자, 도시 틈새 공간을 점유하는 민첩한(Agile) 마이크로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6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이 공간은 고정된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캔버스 천막, 접이식 테이블, 그리고 노출된 주방으로 구성된 유동적인 조립체이다. 이는 필요에 따라 10석의 좁은 공간에서 50석의 다이닝 룸으로 몇 분 만에 확장될 수 있는 유연한 공간 조직을 갖는다.

빙기의 건축적 가치는 그 '임시성(Temporality)'과 '적응성(Adaptability)'에 있다. 이는 홍콩의 고밀도 도시 환경에서 하층민과 노동자 계급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공간적 해법이었다. 과거에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소나 위생 정비의 대상으로 여겨졌을 다이파이동이, 인스타그램과 샤오홍슈(Xiaohongshu) 시대에는 "진정한 홍콩의 경험(Authenticity)"을 표상하는 건축적 아이콘으로 재해석되었다.6 녹슨 금속 지붕, 낡은 셔터, 좁은 골목의 풍경은 소셜 미디어의 "레트로(Retro)" 미학이나 "홍콩 바이브(Hong Kong Vibe)" 필터와 완벽하게 결합하여 시각적 향수를 자극한다.

4.1.2 샤오홍슈(Xiaohongshu)와 알고리즘 관광

중국의 소셜 플랫폼 샤오홍슈(Little Red Book)는 빙기의 바이럴화와 관광객 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이 이미지의 미학적 완성도에 집중한다면, 샤오홍슈는 "공략(Gonglue, Strategy Guide)" 중심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사용자들은 단순한 사진 공유를 넘어, "가는 법," "주문 팁," "사진 잘 나오는 각도," "주변 코스 추천" 등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는 하나의 여행 가이드북 역할을 대체한다.17

특히 샤오홍슈의 "풀 퍼널(Full-funnel) 콘텐츠 로직"—영감에서 예약, 구매, 후기 공유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은 사용자들을 강력하게 행동하게 만든다.17 홍콩 관광청(HKTB)은 이러한 플랫폼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샤오홍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문화 관광(Cultural Tourism)"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20 이는 빙기와 같은 로컬 스팟을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지"로 격상시키며, 관광객들을 전통적인 관광지(피크 트램 등)에서 벗어나 타이항과 같은 주거 지역의 미시적인 공간으로 유도한다. 이른바 "시티 워크(City Walk)" 트렌드는 이러한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된 동선을 따라 도시를 소비하는 새로운 관광 형태이다.17

특징 인스타그램 (Instagram) 샤오홍슈 (Xiaohongshu)
주요 콘텐츠 고도로 큐레이션된 이미지, 릴스 상세한 리뷰, 팁, 가이드(Gonglue), 사진+텍스트
사용자 동기 미적 과시, 영감 획득 정보 습득, 실용적 조언, 커뮤니티 신뢰
관광 영향 포토존 중심의 방문 '시티 워크' 코스 개발, 심층 정보 공유
마케팅 전략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 노출 KOC(Key Opinion Consumer)의 솔직한 후기

4.1.3 2025년의 위기: 바이럴 건축의 취약한 토대

2025년 8월, 빙기는 돌연 "무기한 휴업"을 선언했다.22 표면적인 이유는 "인력 부족"과 "직원의 고령화"였으나, 이는 바이럴 건축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빙기는 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는 화려한 핫플레이스였지만, 실제 그 공간을 운영하는 물리적 기반은 홍콩의 높은 임대료, 고된 노동 강도,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붕괴 직전이었다.

가수 이슨 챈(Eason Chan)과 같은 유명인의 방문과 인스타그램의 확산은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냈지만, 70년 된 노포의 운영 시스템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2025년 9월, 새로운 팀으로 영업을 재개했으나 "예전의 맛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온라인 리뷰가 즉각적으로 쏟아졌다.23 이는 소셜 미디어가 공간을 이미지로 소비하고 신화화하지만, 그 공간을 유지하는 사회적 생태계와 장인 정신(Craftsmanship)까지 보존해주지는 못함을 시사한다. 오히려 디지털 명성은 물리적 공간에 과부하를 주어 그 수명을 단축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4.2 M+ 뮤지엄: 제도적 스펙터클과 미디어 파사드의 정치학

4.2.1 빌바오 효과 2.0: 스크린이 된 건축

서구룡 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에 위치한 M+ 뮤지엄은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시각 문화 박물관"을 표방하며 2021년 개관했다.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이 건물은 거대한 역 T자형 구조물로, 빅토리아 하버를 마주한 65.8m x 110m 규모의 LED 미디어 파사드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25 이 파사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건축물의 외피이자 거대한 디지털 캔버스이다. 수천 개의 테라코타 멀리언(mullion) 사이에 내장된 LED 시스템은 건물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디지털 아트 콘텐츠를 송출한다.

M+의 전략은 "빌바오 효과 2.0" 26으로 불린다.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빌바오가 티타늄 곡선이라는 물리적 형태의 조형성으로 도시를 변화시켰다면, M+는 디지털 콘텐츠의 발신 능력을 통해 랜드마크의 지위를 획득한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마트폰 화면처럼 기능하며, 도시의 야경(Skyline)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소통한다.

4.2.2 큐레이션된 도시와 참여의 한계

M+ 파사드는 도시 공간을 큐레이션한다. 제프리 쇼(Jeffrey Shaw)의 작품 "Legible City Hong Kong" 27과 같은 인터랙티브 아트는 시민들이 박물관 내부가 아닌 도시의 공공 공간에서 예술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스펙터클은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M+는 압도적인 시각적 가시성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 높은 비용, 대중의 문화적 이해도 부족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커뮤니티 참여(Engagement)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26

소셜 미디어 전략 역시 기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과 사용자 주도의 바텀업(Bottom-up) 방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파사드의 화려한 이미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소비되지만, 이것이 박물관의 본질적인 기능인 교육과 담론 형성으로 이어지는지는 미지수이다. M+의 사례는 건축이 디지털 미디어와 결합하여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표면적인 스펙터클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소셜 인게이지먼트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5. 반작용과 대안: 슬로우 건축과 깊이 있는 독해의 귀환

디지털 미디어의 가속화, 정보 과잉, 시각 중심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건축계 일각에서는 "슬로우 무브먼트(Slow Movement)"의 철학을 수용한 대안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건축을 '빠른 소비(Fast Consumption)'의 대상이 아닌, 시간 속에서 음미하고 사유하는 대상으로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5.1 슬로우 콘텐츠(Slow Content) 전략

'Architecture Hunter'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나 'On Way'와 같은 매체는 "끝없는 스크롤에 대한 해독제"로서 슬로우 콘텐츠를 표방한다.28 이들은 무한히 쏟아지는 단편적인 이미지 대신, 계절별 테마나 심층적인 내러티브 아키텍처(Narrative Architecture)를 통해 독자에게 맥락(Context)과 서사를 제공한다. 이는 클릭 수 경쟁에서 벗어나, 건축물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층위를 '읽어내는(Reading)' 경험을 유도한다.

캐나다 건축 센터(CCA)의 "대중을 방해하는 법(How to Disturb the Public)" 30 전략은 이러한 저항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CCA는 관습적인 전시나 강연 형식을 비트는데, 예를 들어 건축가가 자신의 프로젝트 사진이 아닌 주최 측이 선정한 40장의 낯선 사진으로 강연을 하게 하거나, 이벤트를 의도적으로 중첩시켜 예상치 못한 충돌과 혼란을 유도한다. 이러한 '마찰(Friction)'은 매끄러운(Seamless) 디지털 경험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지적 자극을 주고,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도록 독려한다.

5.2 슬로우 건축(Slow Architecture)과 아날로그의 가치

슬로우 건축 운동은 물리적 환경에서의 실천을 강조한다. 이는 지역의 재료 사용, 장인 정신(Craftsmanship)의 존중, 그리고 건축 과정 자체의 시간성을 중시한다.31 건축가 히로코 쿠스노키(Hiroko Kusunoki)는 인터뷰에서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Hand Drawing)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렌더링이 완성된 결과물의 매끈하고 확정적인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제시한다면, 핸드 드로잉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남겨두어 관찰자가 상상력으로 그 공간을 채우고 '천천히 이해(Slow Understanding)'하도록 초대한다.33

코펜하겐의 "슬로우브리지(Slowbridge)" 제안은 이러한 철학이 도시 인프라에 적용된 사례다.34 다리를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통로가 아니라, 수직적 마이크로 시티이자 공공 공간으로 재정의하여 이동 그 자체를 경험의 대상으로 만든다. 이는 속도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대 도시 계획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다.

5.3 보이지 않는 건축(Invisible Architecture)

"보이지 않는 건축"은 시각적 매력보다는 지속 가능성, 커뮤니티의 회복력, 장기적인 거주성에 우선순위를 둔다.12 이는 사진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가치들—이웃 간의 유대, 에너지 효율, 재료의 노화 과정 등—에 집중한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시각적으로 화려한 건축을 선호하는 경향에 맞서, 이들은 건축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강조하며 '좋아요' 수로 환원될 수 없는 건축의 본질적 가치를 수호하려 한다.

6. 결론: 하이브리드 담론과 건축의 미래

건축 출판의 진화는 인쇄 매체의 권위 있는 담론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즉각적인 이미지 소비로 이동해 왔다. 구텐베르크 시대의 책이 건축 지식을 체계화하고 전문가의 권위를 세웠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의 알고리즘은 건축을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비평의 주체를 다원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화의 이면에는 공간의 상품화, 시각 중심주의로의 편향, 그리고 바이럴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홍콩의 사례 연구는 이러한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이파이동 '빙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라져가는 도시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관광 자원화되었으나, 그 물리적 기반은 과잉 관광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 속에 놓여 있다. M+ 뮤지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도시와 소통하는 새로운 유형의 랜드마크를 제시했으나, 스펙터클을 넘어선 진정한 시민 참여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 건축 담론은 '빠름(Fast)'과 '느림(Slow)', '디지털(Digital)'과 '물리적(Physical)'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선 하이브리드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건축가는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알고리즘의 메트릭에 종속되지 않는 윤리적 설계를 견지해야 한다. 비평가와 미디어는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선 심층적인 서사와 맥락을 전달하는 '슬로우 콘텐츠'를 개발하여 대중의 '문해력(Literacy)'을 높여야 한다.

결국 건축의 가치는 스크린 위의 픽셀이 아니라, 그 공간이 담아내는 삶의 무게와 시간의 깊이에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러한 가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널리 알리고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재설정되어야 한다. 샤오홍슈의 공략이 도시를 탐험하는 지도가 되고, M+의 파사드가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캔버스가 될 때, 비로소 디지털과 건축의 행복한 결합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좋아요'를 누르는 손가락을 멈추고, 다시금 공간을 '거주(Dwelling)'하는 몸의 감각을 회복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참고 자료

  1. Orality, Writing, Typography, and Printed Images in the History of Architectural Theory | Mario Carpo,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mariocarpo.com/books/architecture-in-the-age-of-printing-orality-writing-typography-and-printed-images-in-the-history-of-architectural-theory
  2. The history of architecture journalism and its evolution in the digital age - RTF,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architectural-community/the-history-of-architecture-journalism-and-its-evolution-in-the-digital-age/
  3. The Evolution of Architectural Publishing in the Digital Age - Fublis Magazin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blog.fublis.com/architecture/the-evolution-of-architectural-publishing-in-the-digital-age/
  4. A short but believable history of the digital turn in architecture - e-flux,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e-flux.com/architecture/chronograms/528659/a-short-but-believable-history-of-the-digital-turn-in-architecture
  5. The Second Digital Transformation of Scholarly Publishing - Ithaka S+R,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sr.ithaka.org/publications/the-second-digital-transformation-of-scholarly-publishing/
  6. Scroll & Stroll: How Social Media Is Rewriting Architectural Cultural ...,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34774/scroll-and-stroll-how-social-media-is-rewriting-architectural-cultural-tourism
  7. Viral architecture or the unintentional architecture criticism of social media,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archscience.org/wp-content/uploads/2025/03/Viral-architecture-or-the-unintentional-architecture-criticism-of-social-media.pdf
  8. Full article: Commodification of photogenic sites and rise of 'selfie parks' as tourist enclaves,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4616688.2025.2532582
  9. "Social media has pulled back the curtain, democratizing the discourse and, more importantly, the architect's image." —Athulya Aby - Architecture Liv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live/social-media-and-architecture-athulya-aby/
  10. Instagram design guide shows architects how to create "a visual sense of amazement",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18/06/12/instagram-design-guide-architects-design-hotel/
  11. Embodied Spaces in Digital Times: Exploring the Role of Instagram in Shaping Temporal Dimensions and Perceptions of Architecture - MDPI,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673-8945/4/4/50
  12. Revisiting the wild: The role of invisible architecture in reimagining urban spaces,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93214656_Revisiting_the_wild_The_role_of_invisible_architecture_in_reimagining_urban_spaces
  13. Good Content vs Good Architecture: Where Does 'Instagrammability' Take Us? | ArchDaily,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941351/good-content-vs-good-architecture-where-does-instagrammability-take-us
  14. Full article: Evaluating the attractiveness of architectural destinations with content analysis method and artificial intelligence: the case of Ankara - Taylor & Francis Onlin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6874048.2024.2363722
  15. International Journal of - Sustainable Development and Planning - ResearchGat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Francisco_Abellan/publication/321198090_The_lanscape_as_a_tourism_resource_an_its_impact_in_mountain_areas/data/5a149ce4458515005213077c/The-lanscape-as-a-tourism-resource-an-its-impact-in-mountain-areas.pdf
  16. Tai Hang - an urban village hidden in Causeway Bay | Hong Kong Tourism Board,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discoverhongkong.com/eng/explore/neighbourhoods/wanchai/tai-hang-urban-village.html
  17. Xiaohongshu's Role in Shaping the Future of China's Cultural and Tourism Industry, Here's What You Need to Know - Travel And Tour World,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travelandtourworld.com/news/article/xiaohongshus-role-in-shaping-the-future-of-chinas-cultural-and-tourism-industry-heres-what-you-need-to-know/
  18. Study uses social media platform Xiaohongshu to explore Chinese tourists' image of Greater Bay Area – UTM News Portal - Macao University of Tourism,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utm.edu.mo/NewsPortal/study-uses-social-media-platform-xiaohongshu-to-explore-chinese-tourists-image-of-greater-bay-area/
  19. How Xiaohongshu is driving new growth in the cultural and tourism industry?,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chinatravelnews.com/article/188200
  20. Hong Kong tourism innovated by Xiaohongshu - 香港中華總商會 The Chinese General Chamber of Commerc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cgcc.org.hk/en/temp_publication.php?cid=5&sid=76&tid=0&tabid=0&id=170&cpid=343
  21. Hong Kong Becomes First Outbound Destination of Mainland to Confirm Strategic Partnership on Cultural Tourism Promotion with Xia,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discoverhongkong.com/content/dam/dhk/intl/corporate/newsroom/press-release/hktb/2024/04-HKTB_XHS_MOU_E.pdf
  22. Historic 70-year-old HK Eatery 'Bing Kee Cha Dong' closes down - The Standard (HK),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standard.com.hk/hong-kong-news/article/309116/Historic-70-year-old-HK-Eatery-Bing-Kee-Cha-Dong-closes-down
  23. Popular Tai Hang dai pai dong Bing Kee Cha Dong is back after two weeks' closur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timeout.com/hong-kong/news/popular-tai-hang-dai-pai-dong-bing-kee-cha-dong-is-back-after-two-weeks-closure-091725
  24. Iconic 70-year-old HK eatery Bing Kee Cha Dong reopens to fan delight,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standard.com.hk/food-and-wine/article/311144/Iconic-70-year-old-HK-eatery-Bing-Kee-Cha-Dong-reopens-to-fan-delight
  25. M+ Hong Kong - iart,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iart.ch/en/work/mplus
  26. Digital Marketing and Service Strategie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of Visual Culture: A Case Study of M+ Museum in Hong Kong | Request PDF - ResearchGat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71964003_Digital_Marketing_and_Service_Strategies_for_Sustainable_Development_of_Visual_Culture_A_Case_Study_of_M_Museum_in_Hong_Kong
  27. M+ unveils interactive work 'Legible City Hong Kong' by Jeffrey Shaw on M+ Facade and in Found Space, inviting visitors to cycle through a digital landscape of Hong Kong,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mplus.org.hk/en/press/legible-city-hong-kong-by-jeffrey-shaw/
  28. About Us - Architecture Hunter,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unter.com/about-us/
  29. 02. The On Way method: our antidote to the endless scroll,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on-way.webflow.io/series/02-the-on-way-method-our-antidote-to-the-endless-scroll
  30. How to: disturb the public - Canadian Centre for Architectur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cca.qc.ca/en/articles/69550/how-to-disturb-the-public
  31. Slow Architecture - Dwell,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dwell.com/article/slow-architecture-1c82a421
  32. Slow Architecture: Realising that “we're part of a much larger, complex system”,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veldarchitects.co.za/slow-architecture-realising-that-were-part-of-a-much-larger-complex-system/
  33. Undefined Potential: Moreau Kusunoki's Hiroko Kusunoki on Hand Drawing, Big Challenges, and the Subtle Elements That Shape Our Lives - Madame Architect,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www.madamearchitect.org/interviews/2024/11/17/hiroko-kusunoki
  34. Slowbridge: Redefining Urban Design Architecture Through a Journey-Centric Bridge, 12월 5, 2025에 액세스, https://uni.xyz/journal/slowbridge-redefining-urban-design-ar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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