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현대 건축의 위기와 티모스적 전회

현대 건축은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거대한 두 축 사이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20세기 모더니즘이 약속했던 기능주의적 유토피아는 균질화된 도시 풍경을 낳았고,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건축을 단순한 부동산 상품이나 시각적 스펙터클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가 이정훈(조호건축)이 제기하는 '티모스(Thymos)'와 '생산적 잉여(Productive Surplus)'라는 화두는 단순히 하나의 건축 이론을 넘어, 우리가 '왜 짓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1 본 보고서는 이정훈 건축가의 담론을 전제로,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기술을 넘어 현대 건축의 물성과 구축성이 어떻게 인간의 인정 욕구(Thymos)와 잉여의 생산(Surplus)을 통해 재구성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건축이 더 이상 물리적 쉘터(Shelter)를 제공하는 기능적 도구(Logos)나, 생물학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안식처(Eros)에 머물지 않음을 인지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건축은 '인정 투쟁'의 장이며, 그 투쟁의 무기는 바로 재료의 디테일과 구축의 잉여성이다. 본 연구는 이정훈의 담론을 통해 건축의 외피(Facade)와 구조(Structure)가 어떻게 사회적 '가면(Persona)'으로서 기능하며, 양극화된 '모래시계형 사회(Hourglass Society)'에서 건축적 잉여가 어떻게 인간 존엄의 문제를 다루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현대 도시는 '이미지'의 범람 속에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건축 이미지는 즉각적인 시각적 소비의 대상이 되며, 이는 건축의 본질을 표피적인 것으로 오도할 위험을 내포한다.2 그러나 이정훈은 이러한 현상을 부정하기보다, 그 이면에 작동하는 강력한 심리적 기제인 '티모스'에 주목한다.

 

핵심 개념 철학적 기원 건축적 해석 (이정훈의 담론)
티모스 (Thymos) 플라톤 『국가』, 헤겔, 후쿠야마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 영혼의 기개(氣槪). 건축에서는 건물이 도시와 사회 속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존엄을 획득하려는 의지로 발현된다.3
로고스 (Logos)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성, 계산, 효율. 건축의 구조적 합리성, 예산 관리, 기능적 평면 구성을 의미한다.
에로스 (Eros) 플라톤 욕망, 결핍의 충족. 건축의 쾌적성, 안락함, 물리적 생존을 위한 기능을 담당한다.
생산적 잉여 (Productive Surplus) 마르크스(잉여가치), 바타유(소모) 기능적 필요를 넘어서는 재료와 노동의 투입. 이것은 낭비가 아니라 건축적 '아우라'와 '의미'를 생산하는 필수적인 자본이다.2

본 보고서의 목적은 위 개념들을 통해 현대 건축의 **구축성(Tectonics)**을 재해석하는 데 있다. 즉, 벽돌을 쌓는 각도, 강철을 구부리는 방식, 재료의 표면 처리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티모스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잉여 생산'임을 밝히는 것이다.


2. 철학적 엔진: 인정 투쟁으로서의 건축

건축의 물성을 논하기에 앞서, 그 물성을 추동하는 정신적 엔진인 티모스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정훈의 담론은 건축을 물리적 구축 행위에서 정신적 인정 행위로 격상시킨다.

2.1 플라톤의 영혼 3분설과 건축의 신체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이성(Logos), 욕망(Eros), 그리고 기개(Thymos)로 구분하였다.4 근대 건축, 특히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은 '살기 위한 기계'를 표방하며 로고스(합리성)와 에로스(편의성)에 집중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돔-이노 시스템이나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유니버설 스페이스는 효율적인 구조(Logos)와 쾌적한 공간(Eros)을 제공했으나, 인간이 타자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분노'와 '자긍심'의 영역인 티모스를 소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정훈의 관점에서 건축은 거대한 '티모스의 신체'다. 건축물은 도시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단순한 네모 상자는 '나'를 주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침묵한다. 반면, 복잡하게 얽힌 외피와 3차원으로 휘어진 구조체는 "나를 보라, 나는 다르다"라고 외친다. 이것이 바로 건축적 티모스다.

  • 로고스의 건축: 구조적 최적화, 재료의 절약. (예: 일반적인 아파트, 물류 창고)
  • 에로스의 건축: 신체의 안락함, 쾌락의 추구. (예: 스파, 럭셔리 호텔의 내부)
  • 티모스의 건축: 위엄, 권위, 정체성의 표출. (예: 기념비, 랜드마크, 혹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주택)

2.2 헤겔과 후쿠야마: 역사의 끝과 건축적 정체성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헤겔을 인용하며 역사의 동력을 '인정 투쟁(Struggle for Recognition)'으로 규정했다.3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시작된 이 투쟁은 자유민주주의의 도래와 함께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인정받는 '대등욕망(Isothymia)'의 시대로 귀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후쿠야마는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남보다 우월해지려는 '우월욕망(Megalothymia)'이 존재하며, 이것이 정체성 정치의 원동력이 됨을 지적한다.4

이정훈의 건축 담론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현대 도시는 표면적으로는 평등한 스카이라인(Isothymia)을 지향하는 듯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치열한 차별화의 욕망(Megalothymia)이 끓어오르고 있다. 건축주는 자신의 건물이 옆 건물보다 더 독창적이기를 원하며, 건축가는 자신의 작품이 역사에 남기를 원한다.

  • 건축적 이소티미아(Isothymia): 규격화된 재료, 반복되는 평면, 몰개성한 입면. 이는 현대 도시의 배경을 이루며 기본적인 존엄(주거권)을 보장하지만, 인정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 건축적 메갈로티미아(Megalothymia): 과잉된 형태, 압도적인 스케일, 혹은 극도로 정교한 디테일. 여기서 '생산적 잉여'가 발생한다. 남들과 다르기 위해 더 많은 노동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다.

2.3 모래시계형 사회와 인정의 양극화

'모래시계형 사회(Hourglass Society)'는 중산층이 붕괴하고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양극화되는 사회 구조를 일컫는다.8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건축적 티모스 또한 양극화된다.

  1. 상층부의 티모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하이엔드 건축'. 여기서 생산적 잉여는 극대화된다. 재료는 수입된 희귀석재가 사용되거나, 장인의 수작업이 들어간 디테일이 적용된다. 이는 우월함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
  2. 하층부의 티모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잉여는 제거되고 효율만이 남는다. 여기서 티모스는 상처받거나 억압된다.

이정훈의 건축적 시도는 이러한 양극화 속에서, 비록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구축적 잉여를 통해 건물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주차장 건물(헤르마 주차빌딩)과 같은 인프라 시설에 고도의 디자인 잉여를 투입하는 행위는, 소외된 도시 기능에 티모스를 부여하는 '건축적 민주화'의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다.10


3. 생산적 잉여: 무용(無用)의 경제학

'생산적 잉여'는 티모스를 실현하는 물리적 수단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잉여가치가 자본 축적의 원천이라면11, 건축에서 생산적 잉여는 '문화적 자본' 축적의 원천이다.

3.1 잉여의 정의와 건축적 필연성

건설(Construction)과 건축(Architecture)의 차이는 잉여의 유무에 있다. 비를 피하는 지붕은 필수적(Necessary)이지만, 그 지붕 끝을 곡선으로 들어 올리는 처마(Cheo-ma)는 잉여적(Surplus)이다. 그러나 이 잉여가 없다면 그것은 한국의 전통 건축이 될 수 없다. 즉, 잉여는 정체성의 본질이다.

이정훈이 말하는 '생산적 잉여'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된 비효율성이다.

  • 비효율의 미학: 벽돌을 일렬로 쌓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1도씩 회전시켜 쌓는 것은 막대한 노동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하지만 이 '낭비된 노동'이 벽돌 벽에 물결치는듯한 표정을 부여하고, 빛과 그림자의 유희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생산적 잉여다.12
  • 에너지의 응축: 바타유의 『저주받은 몫』에 따르면, 생명체는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획득하며, 이 과잉 에너지는 반드시 소모되어야 한다.14 건축은 이 과잉 에너지를 가장 아름답게 소모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파라메트릭 디자인과 정밀한 시공은 사회의 잉여 에너지를 예술적 형태로 응축시킨 결과물이다.

3.2 텍토닉(Tectonics)과 잉여의 결합

케네스 프램튼(Kenneth Frampton)은 텍토닉을 '구축의 시학'이라 정의했다.15 이정훈의 담론에서 텍토닉은 생산적 잉여를 통제하고 조직하는 논리다. 잉여가 논리 없이 발산되면 키치(Kitsch)나 장식이 되지만, 구조적 질서와 재료의 물성에 따라 엄격하게 조직되면 텍토닉이 된다.

구분 장식 (Decoration) 구축적 잉여 (Tectonic Surplus)
관계 구조와 분리됨 (덧붙여짐) 구조와 일체화됨 (재료 그 자체의 변형)
제거 가능성 제거해도 건물은 서 있음 제거하면 건물의 논리가 붕괴됨
예시 건물의 간판, 페인트 도장 3차원으로 휘어진 강철 기둥, 패턴화된 조적벽
티모스적 효과 표피적 이미지 제공 재료의 진정성과 노동의 깊이 전달

이정훈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잉여는 언제나 재료의 물성과 결합하여 나타난다. 강철은 휘어지기 위해 열과 힘을 견뎌야 하고, 벽돌은 중력을 거스르며 회전해야 한다. 이 '저항'과 '극복'의 과정이 건축물에 티모스를 불어넣는다.


4. 현대 건축의 물성: 디지털 시대의 촉각적 저항

디지털 기술이 건축의 설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물성(Materiality)'은 더욱 중요해진다. 화면 속의 매끈한 렌더링은 실제 세계의 거친 질감을 대체할 수 없다. 이정훈의 건축은 디지털 알고리즘(Logos)을 통해 재료의 물성(Thymos)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4.1 벽돌의 변증법: 픽셀이 된 흙

벽돌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료 중 하나다. 그것은 대지의 흙(Eros)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이정훈은 이 원시적 재료에 디지털 연산을 결합하여 '스마트 브릭(Smart Brick)'으로 재탄생시킨다.

  • 단위(Unit)에서 장(Field)으로: 전통적인 조적조에서 벽돌은 하나의 구조적 단위다. 그러나 이정훈의 프로젝트(예: Curving House, Scale-ing House)에서 벽돌은 거대한 표면을 구성하는 픽셀(Pixel)이 된다.13 수만 개의 벽돌이 각기 다른 각도로 회전하며 쌓일 때, 벽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빛에 반응하는 유기적인 피부가 된다.
  • 노동의 잉여로서의 각도: 벽돌을 0도에서 25도까지 점진적으로 회전시키는 것은 시공자에게는 고역이다. 매 벽돌마다 각도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 즉 '비생산적 시간'이 투입된다. 그러나 이 시간의 축적이 건물에 아우라를 부여한다. 관찰자는 본능적으로 저 벽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엄청난 정성을 감지한다. 이것이 바로 티모스적 인정의 획득 과정이다.
  • 물성의 이중성: 거친 현무암 벽돌이나 은색 발수 코팅된 벽돌의 사용은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한다.13 은색 코팅은 하늘을 반사하며 벽돌의 무거움을 상쇄시키고, 거친 표면은 디지털 매끄러움에 저항한다. 이는 현대인이 갈망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하이브리드' 감성을 정확히 타격한다.

4.2 강철의 서예: 힘의 선(Line of Force)

강철은 근대 산업화의 상징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에게 강철은 직선과 효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정훈에게 강철은 서예가의 붓놀림처럼 자유로운 '곡선'의 재료다.

  • 3차원 벤딩(3D Bending)의 미학: 사각 파이프를 3차원으로 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난이도가 높다. 재료는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가려는 탄성을 가지며 저항한다. 이 저항을 이겨내고 원하는 곡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투쟁(Agon)이다.18 남해 처마 하우스에서 보여준 강철 외골격은 단순한 구조체가 아니라, 대지의 기운과 하늘의 라인을 잇는 매개체다.
  • 구조적 장식: 이 강철 곡선들은 구조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장식적 효과를 낸다. 여기서 '장식'은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아름다워진 상태다. 이는 젬퍼(Semper)가 말한 '기술적 예술'의 경지이며, 생산적 잉여가 가장 극적으로 발현된 형태다.

4.3 폴리카보네이트와 스테인리스: 모호함의 구축

헤르마 주차빌딩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폴리카보네이트와 스테인리스 스틸은 현대 도시의 익명성을 반영하면서도 그것을 전복시킨다.10

  • 가변적 마스크: 폴리카보네이트는 반투명하다. 낮에는 빛을 반사하여 견고한 입방체로 보이지만, 밤에는 내부의 조명을 투과시켜 도시를 밝히는 랜턴이 된다. 이는 건물의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고 시간과 환경에 따라 유동적임을 보여준다.
  • 패턴의 잉여: 900여 개의 서로 다른 스테인리스 패턴 개구부는 주차장이라는 기능적 공간에 과도할 정도의 정성을 쏟은 결과다.10 환기라는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시각적으로는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난반사한다. 이는 '버려진 공간' 혹은 '혐오 시설'로 취급받기 쉬운 주차장에 최고의 티모스를 부여하려는 건축가의 의지다.

5. 파사드(Facade): 가면(Persona)과 필터(Filter)의 정치학

이정훈의 담론에서 파사드는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단순한 벽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가면'이자, 환경과 정보를 조절하는 '필터'다.

5.1 가면으로서의 건축

'페르소나(Persona)'는 본래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을 뜻한다. 건축물 역시 도시라는 무대에서 가면을 쓴다. 티모스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가면)을 통해 인정받는다.

  • 드러냄과 감춤의 역설: 이정훈의 파사드는 내부를 완전히 감추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가린다. 남해 처마 하우스의 스틸 격자는 내부 테라스를 보호하면서도 밖을 향해 열려 있다.19 이는 거주자의 프라이버시(Eros)를 지키면서도,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의지(Thymos)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 사회적 얼굴: 건물의 파사드는 건축주의 사회적 지위와 취향을 대변한다. 생산적 잉여가 투입된 정교한 파사드는 건축주에게 "나는 이만큼의 문화적 자본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한다. 이는 메갈로티미아적 욕망의 건축적 발현이다.

5.2 필터로서의 구축

현대 도시는 시선과 정보가 과잉된 공간이다. 따라서 건축은 무방비하게 노출되기보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필터가 되어야 한다.

  • 이중 외피(Double Skin): 이정훈의 많은 프로젝트에서 이중 외피 시스템이 사용된다. 유리 벽(1차 피부) 앞에 벽돌이나 루버, 메쉬(2차 피부)를 덧대는 방식이다.20 이 사이 공간은 빛과 바람이 머무는 전이 공간이 된다.
  • 환경적 조절과 미적 조절: 이 필터는 여름철의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환경적 기능(Logos)을 수행함과 동시에, 건물에 깊이감과 입체감을 부여하는 미적 기능(Thymos)을 수행한다. 단순한 평면 유리는 깊이가 없지만, 루버 뒤에 숨겨진 유리는 깊이를 가진다. 이 깊이가 건물의 품격을 만든다.

5.3 파라메트릭 지역성 (Parametric Regionalism)

이정훈은 디지털 툴(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물은 지역적 맥락을 반영한다.

  • 처마의 재해석: 한국 전통 건축의 처마 선을 컴퓨터로 계산된 강철 곡선으로 재현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의 융합이다.18 이는 세계화된 기술을 사용하되, 지역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다.
  • 데이터의 물성: 수치 제어(CNC)를 통해 가공된 재료들은 오차 없이 조립되지만, 그 패턴은 자연의 불규칙성을 모방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차가운 효율성의 도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 모래시계형 사회와 건축적 존엄의 재분배

우리는 지금 '모래시계형 사회'에 살고 있다. 중산층은 사라지고, 극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나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9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정훈의 '생산적 잉여' 담론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6.1 건축적 이소티미아의 위기

중산층의 붕괴는 건축적으로 '중간 영역'의 상실을 의미한다. 도시는 거대한 랜드마크(부의 상징)와 획일화된 다세대 주택(생존의 공간)으로 양분된다.

  • 랜드마크의 메갈로티미아: 리조트, 미술관, 고급 빌라는 과도한 잉여를 통해 압도적인 티모스를 발산한다. 이는 대중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박탈감의 원인이 된다.
  • 일반 주거의 티모스 결핍: 반면 서민들의 주거지는 비용 절감의 논리(Value Engineering)에 의해 모든 잉여가 제거된다. 민무늬 콘크리트, 값싼 드라이비트 마감은 거주자의 존엄을 고려하지 않는다.

6.2 잉여의 민주화

이정훈의 건축이 가지는 사회적 의의는 '잉여의 민주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 있다.

  • 일상의 기념비화: 그는 주차장, 상가 주택과 같은 일상적이고 상업적인 프로그램에도 미술관 수준의 텍토닉을 적용한다.10 헤르마 주차빌딩이나 상가주택 프로젝트들은 "돈이 없어서 디자인을 못한다"는 핑계를 거부한다. 대신 저렴한 재료(폴리카보네이트, 일반 벽돌)를 사용하되, 고도의 지적 노동(파라메트릭 디자인)과 시공적 정성(생산적 잉여)을 투입하여 건물의 가치를 격상시킨다.
  • 인정의 재분배: 이러한 건축물은 도심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공간적 존엄을 제공한다. 이것은 건축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인정 투쟁' 지원이다. 모든 건물은, 그 용도와 예산에 상관없이, 도시의 얼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다.

7. 결론: 구축된 잉여, 그 존엄의 무게

이정훈 건축가의 '티모스'와 '생산적 잉여' 담론을 통해 현대 건축을 분석한 결과, 우리는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의 축조를 넘어선 사회적, 심리적 행위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1. 건축은 욕망의 그릇이다: 현대 건축은 기능(Logos)과 쾌락(Eros)을 넘어 인정(Thymos)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건물은 도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며, 그 투쟁의 수단은 바로 차별화된 형태와 물성이다.
  2. 잉여는 필수불가결하다: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지는 '가치 공학(VE)'의 시대에, 이정훈은 역설적으로 '비효율적인 잉여'야말로 건축을 건축답게 만드는 본질임을 역설한다. 생산적 잉여는 낭비가 아니라, 건물에 영혼과 정체성을 불어넣는 창조적 에너지다.
  3. 텍토닉은 인정의 언어다: 벽돌의 각도, 강철의 곡선, 재료의 접합 방식은 건축가가 세상에 건네는 언어다. 정교한 텍토닉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속에 담긴 노동과 고민을 읽어내게 하며, 이를 통해 건물과 사용자 간의 상호 인정(Mutual Recognition)이 발생한다.
  4. 양극화 시대의 건축적 윤리: 모래시계형 사회에서 건축가는 자본의 하수인이 되어 메갈로티미아적 욕망만을 충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구축적 잉여를 통해 일상 공간의 존엄을 회복시킬 것인가라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정훈의 작업은 후자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가장 상업적인 프로젝트에서도 건축적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결국, 이정훈이 말하는 '티모스를 향하여'라는 구호는 건축이 잃어버린 '얼굴'을 되찾자는 호소다. 매끈하고 표정 없는 도시의 가면을 벗고, 거칠지만 진실한 물성의 얼굴을 드러낼 때, 비로소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는 존엄한 그릇이 될 수 있다. 현대 건축의 물성과 구축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흙과 철이라는 물질을 넘어 정신의 영역으로 승화된다.


상세 분석 보고서

2. 티모스의 건축철학적 계보와 현대적 변용

2.1 플라톤에서 헤겔까지: 영혼의 건축학

티모스(Thymos)는 고대 그리스어 'θυμός'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기개, 용기, 분노 등을 의미한다. 플라톤은 『국가(Republic)』에서 인간의 영혼을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 이성(Logos): 진리를 탐구하고 계산하며 통제하는 능력. 현대 건축의 구조공학, 환경 분석, 예산 관리 등 합리적 영역에 해당한다.
  • 욕망(Eros): 육체적 쾌락과 생존을 추구하는 본능. 쾌적한 실내 온도, 부드러운 마감재, 편리한 동선 등 거주자의 안락함을 담당한다.
  • 기개(Thymos):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타인이 나를 무시할 때 분노하고, 존중할 때 자부심을 느끼는 영역이다.

이정훈의 담론은 현대 건축이 로고스와 에로스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모더니즘은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로고스를 숭배했고, 자본주의는 '상품성'이라는 이름으로 에로스를 자극했다. 그 결과 건축물은 영혼 없는 기계나 상품이 되었다. 이정훈은 여기에 티모스를 복권시킴으로써 건축물에 '인격'을 부여하고자 한다. 건물이 도시를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 혹은 주변 환경과 긴장감을 형성하는 태도는 바로 이 티모스에서 비롯된다.

헤겔은 이를 '인정 투쟁'으로 역사화했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인정받기 위해 목숨까지 건다.3 건축주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물의 외관을 치장하는 행위는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Logos의 관점에서는), 헤겔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기 위한 지극히 인간적인 투쟁이다.

2.2 후쿠야마와 정체성 정치의 건축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과 『정체성』을 통해 티모스가 현대 정치의 핵심 동력임을 설파했다.4 그는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인간의 인정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집단적 정체성(종교, 민족, 젠더 등)의 형태로 더욱 강화된다고 보았다.

건축에서 이는 '아이덴티티(Identity)'의 문제로 직결된다. 20세기 후반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 역사적 양식을 차용한 것은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티모스적 시도였다. 오늘날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나 비정형 건축이 유행하는 것 또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 대등욕망(Isothymia)의 건축: "나도 남들만큼 대우받고 싶다." 이는 공공주택, 표준화된 학교, 병원 등에서 나타난다. 평등과 보편성이 핵심 가치다.
  • 우월욕망(Megalothymia)의 건축: "나는 남들보다 뛰어나다." 이는 랜드마크 타워, 본사 사옥, 고급 주택에서 나타난다. 차별화와 탁월성이 핵심 가치다.

이정훈의 건축은 이 두 욕망 사이를 줄타기한다. 그는 헤르마 주차빌딩처럼 천시받는 시설(주차장)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대등욕망(주차장도 존중받아야 한다)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독보적인 조형미를 통해 우월욕망(이 주차장은 특별하다)을 자극한다.


3. 생산적 잉여: 텍토닉 자본론

3.1 잉여의 경제학적 vs. 건축적 의미

경제학에서 '잉여(Surplus)'는 남는 것, 즉 초과분을 의미한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 논리에서 잉여는 줄여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일반 경제(General Economy)' 이론에 따르면, 태양 에너지를 받아 살아가는 지구의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과잉 에너지를 축적하며, 이 잉여는 성장이 멈춘 시점에서 반드시 '소모'되어야 한다.14 그 소모의 방식이 전쟁이나 사치가 될 수도 있지만, 예술과 기념비적 건축이 될 수도 있다.

이정훈이 말하는 '생산적 잉여'는 바로 이 '영광스러운 소모(Glorious Expenditure)'다. 건축가가 클라이언트에게 "단순한 벽 대신 복잡한 이중 외피를 만듭시다"라고 제안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비용 증가(손실)이지만, 문화적 관점에서는 의미의 생산(이득)이다.

  • 생산적 잉여의 조건:
  1. 가시성: 잉여는 눈에 보여야 한다. 숨겨진 단열재의 두께는 기능적 잉여일 뿐이다. 드러난 벽돌의 패턴이나 강철의 휨은 시각적 잉여로서 티모스를 자극한다.
  2. 의도성: 잉여는 실수나 부산물이 아니라, 건축가의 치밀한 계산과 의도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3. 구축성: 잉여는 장식처럼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뼈대와 살을 이루는 구축 과정 자체에서 발생해야 한다.

3.2 텍토닉을 통한 잉여의 구현

텍토닉(Tectonics)은 재료를 엮고 결합하는 기술이자 예술이다. 젬퍼(Gottfried Semper)는 건축의 기원을 매듭(Knot)과 직조(Weaving)에서 찾았다. 이정훈의 건축에서 생산적 잉여는 바로 이 '직조'의 복잡성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Scale-ing House에서 벽돌을 쌓는 방식은 단순한 조적(Masonry)이 아니라, 직물(Textile)을 짜는 것과 유사하다.13 벽돌 하나하나가 실의 올처럼 기능하며 전체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발생하는 잉여는 '정보의 잉여'이자 '노동의 잉여'다.

  • 정보의 잉여: 파라메트릭 알고리즘을 통해 수천 개의 벽돌 좌표를 제어하는 데이터의 양.
  • 노동의 잉여: 그 좌표에 맞춰 일일이 벽돌을 쌓는 장인의 수고.

이 두 가지 잉여가 결합될 때, 벽돌 벽은 단순한 구조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텍스타일 아트가 된다. 이는 건물의 가치를 물리적 재료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연금술'과도 같다.


4. 재료와 구축의 심층 분석

4.1 벽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첩

이정훈 건축에서 벽돌은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가장 혁신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다. 그는 벽돌이라는 고전적 재료의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배열 방식을 디지털화하여 낯선 감각을 만들어낸다.

  • Curving House (곡선형 주택): 이 주택에서 벽돌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감싸는 '비늘'이다. 물고기의 비늘이 몸을 보호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이듯, 벽돌들은 곡면을 따라 각도를 달리하며 흐른다. 은색 발수 코팅된 벽돌은 빛을 반사하며 금속성 광택을 내는데, 이는 흙이라는 재료의 본성(무거움, 흡수함)을 배반하는 티모스적 반전이다.17
  • Crossing Bricks (교차하는 벽돌): 서울의 다세대 주택 프로젝트에서 그는 벽돌의 '적층 방식'을 통해 잉여를 생산했다. 벽돌의 단면이 밖으로 드러나게 쌓거나, 엇갈려 쌓음으로써 벽면에 깊이감 있는 요철을 만들었다.12 이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건물의 표정을 시시각각 변화시킨다.

여기서 생산적 잉여는 '그림자'다. 매끈한 벽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요철이 있는 벽은 수만 개의 미세한 그림자를 품는다. 이 그림자의 깊이가 건물의 깊이가 된다.

4.2 금속: 유연한 강인함

강철과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은 이정훈의 건축에서 구조이자 장식으로 기능한다.

  • Namhae Cheo-ma House (남해 처마 하우스): 여기서 강철은 '선(Line)'이다. 한국 전통 처마의 우아한 곡선을 강철 파이프로 재현하기 위해 그는 3차원 벤딩 기술을 도입했다.18 사각 파이프는 휠 때 뒤틀리기 쉬운데, 이를 제어하며 완벽한 곡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기술적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이 '극복된 난관'이 건물의 아우라가 된다.
  • Herma Parking Building (헤르마 주차빌딩):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는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접혀 있다. 이 접힘(Folding)은 얇은 금속판에 구조적 강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빛을 난반사하는 광학적 장치가 된다.10 금속의 차가움은 패턴의 화려함을 통해 상쇄되고, 주차장은 거대한 보석함처럼 변모한다.

4.3 빛과 투명성: 비물질적 잉여

이정훈은 빛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잉여를 생산한다. 그는 빛을 그대로 들이지 않고, 항상 무언가를 통해 여과(Filtering)시킨다.

  • 폴리카보네이트: 반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는 빛을 산란시킨다. 이는 내부의 형체를 흐릿하게 만들어 신비감을 준다. 헤르마 주차빌딩에서 5겹의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은 단열 효과(기능)뿐만 아니라, 빛의 깊이감(미학)을 만들어낸다.10
  • 중정(Courtyard)과 천창: 그는 건물 내부에 빛의 우물(Well of Light)을 만든다. 이는 용적률 측면에서는 손해(공간의 잉여)지만, 거주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치다.

5. 가면과 필터: 사회적 인터페이스로서의 파사드

5.1 페르소나의 구축

융(Jung)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 적응을 위해 쓰는 가면이다. 건축에서 파사드는 건물의 페르소나다. 이정훈은 파사드를 통해 건물의 '사회적 성격'을 규정한다.

  • 방어적 가면: 도시의 소음과 시선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파사드는 견고하고 폐쇄적일 수 있다. Curving House의 도로변 입면은 창을 최소화하고 벽돌 텍스처를 강조하여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방어적 제스처를 취한다.
  • 유혹적 가면: 반면 상업 시설이나 주차장의 파사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화려하고 개방적이다. Herma Parking의 파사드는 끊임없이 변하는 빛의 반사를 통해 행인들에게 시각적 유희를 제공한다.

5.2 필터링의 기술

이정훈의 파사드는 종종 '두꺼운 피부'로 나타난다. 단순한 표피가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는 볼륨으로서의 파사드다.

  • 다공성(Porosity): 벽돌을 비워 쌓거나(영롱쌓기), 금속 메쉬를 사용하는 방식은 벽에 구멍을 낸다. 이 구멍들은 바람길이 되고 빛의 통로가 된다. 시각적으로는 막혀 있으나 물리적으로는 뚫려 있는 이 모호함이 공간의 풍요로움을 더한다.
  • 프레임(Frame): 그는 창을 통해 풍경을 액자화한다. 남해의 대나무 숲을 바라보는 창은 그 자체가 하나의 그림이 된다. 여기서 건축적 장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의 의도대로 편집(Editing)하여 보여주는 잉여적 도구다.

6. 모래시계형 사회에서의 건축적 실천

6.1 양극화와 건축의 책임

'모래시계형 사회'는 중산층의 몰락과 계층 간 이동 사다리의 붕괴를 의미한다.9 이는 건축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소수의 럭셔리 프로젝트와 다수의 생계형 프로젝트. 건축가는 이 양극단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정훈의 '티모스' 담론은 이에 대한 윤리적 대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모든 건축은 존엄하다"는 것이다. 예산이 적다고 해서, 기능이 천하다고 해서(예: 주차장, 공장), 건축적 잉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열악한 조건일수록 건축가의 창의적 잉여(아이디어, 디테일)를 통해 그 가치를 증폭시켜야 한다.

6.2 일상의 미학적 구원

이정훈의 건축은 일상적 풍경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동네의 작은 빌라, 골목길의 주차장이 아름다워질 때,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티모스도 고양된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이용하는 건물이 아름답다"는 감각은 시민들에게 자존감을 부여한다. 이것이 건축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다.

생산적 잉여는 따라서 사치가 아니라 '공공재'다. 건물의 외관은 사유재산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도시 경관은 공공의 것이다. 이정훈이 파사드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것이 도시와 나누는 대화의 창구이기 때문이다.


7. 결론

이정훈의 건축 담론인 '티모스'와 '생산적 잉여'는 현대 건축이 직면한 물질성과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이론적 도구다. 그는 철학적 개념을 추상적인 언어 유희로 남겨두지 않고, 벽돌 한 장, 강철 한 가닥의 구체적인 구축 행위(Tectonics)로 치환해 냈다.

그의 건축에서 티모스는 건물이 도시 속에서 외치는 존재의 함성이며, 생산적 잉여는 그 함성에 울림을 주는 성대와 같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차가운 기계적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과 재료의 물성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무대 장치로 사용된다.

결국 이정훈이 추구하는 것은 '기억되는 건축'이다. 소비되고 버려지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거칠고 무겁고 복잡한 텍토닉을 통해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축. 그것이 그가 지향하는 '티모스를 향한(Toward the Thymos)' 여정의 목적지다. 현대 건축의 물성과 구축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단순한 건자재의 조합을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보고서 종료.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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