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장식의 귀환과 기술적 특이점

건축 역사에서 장식(Ornamentation)은 단순한 미적 부가물이 아니라 시대의 기술, 경제, 그리고 철학을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기수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장식은 죄악(Ornament and Crime)"이라고 규정한 이래, 건축에서 장식의 제거는 합리성과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1 모더니즘은 산업화 시대의 대량 생산 논리와 결합하여 장식을 노동력의 낭비이자 문화적 퇴행으로 치부했고, 이는 수십 년간 건축계를 지배하는 거대 담론으로 작동했다.2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우리는 소위 '제2의 디지털 전환(Second Digital Turn)'이라 불리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했다.3 로봇 공학(Robotics), 인공지능(AI), 그리고 디지털 제작(Digital Fabrication)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물리적 재료를 다루는 방식과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모더니즘이 폐기했던 장식의 부활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건축 장식의 부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첫째, 모더니즘의 장식 거부가 경제학적 필연성인 '보몰의 비용 질병(Baumol's Cost Disease)'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피고, 최신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 연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장식에 대한 갈망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둘째, 3D 콘크리트 프린팅과 로봇 석재 가공 기술이 어떻게 '복잡성의 비용(cost of complexity)'을 제로(0)로 수렴시키며 새로운 '디지털 장인정신'을 탄생시키는지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고찰한다. 셋째,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바로크(Digital Baroque)'와 '기계 환각(Machine Hallucination)'의 미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저작권 및 윤리적 쟁점을 논의한다. 넷째, 사용자가 요청한 유튜브 영상(uKttsmxFjqo)의 분석을 통해 현대의 전통 건축 부활 움직임을 조명하고, 이를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passeistic ornamentalism)'라는 비판적 담론과 연결하여 심도 있게 비평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술적 흐름이 한국의 전통 건축 장식인 단청(Dancheong)과 대목장(Daemokjang) 기술과 만났을 때 어떠한 현대적 변용과 혁신이 가능한지 전망하며 보고서를 갈무리한다.


2. 장식의 쇠퇴와 재조명: 경제학, 이데올로기, 그리고 뇌과학의 삼중주

2.1. 모더니즘의 거부와 보몰의 비용 질병 (Baumol's Cost Disease)의 재해석

건축 장식의 쇠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의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흔히 모더니즘의 장식 거부는 미학적 각성으로 묘사되지만, 그 이면에는 냉혹한 경제적 논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이 제시한 '비용 질병' 이론은 이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다.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의 생산성은 기계화를 통해 급격히 향상되었으나, 수작업에 의존하는 예술이나 장식 공예 부문은 생산성 향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4 경제 전반의 임금 상승은 생산성이 정체된 노동 집약적 산업(장식 제작)의 상대적 비용을 폭등시켰고, 결과적으로 건축 장식은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는 사치재로 전락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19세기에 이미 주철(cast iron)이나 기계식 밀링 기술을 통해 장식의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모더니즘의 장식 거부가 단순한 경제적 필연성을 넘어선, 엘리트 계층의 '이데올로기적 선택'이었음을 시사한다.5 대량 생산되어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된 저렴한 장식은 더 이상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엘리트와 건축가들은 복제가 어려운 엔지니어링의 미학, 즉 극도의 단순함과 비례미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을 선택함으로써 대중과의 차별화를 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4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장식의 비용을 다시 낮추는 현상은 모더니즘이 세운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허무는 급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2.2. 신경건축학적 증거: 뇌는 장식을 원한다

최근의 신경과학과 진화심리학 연구는 모더니즘의 '백색 공포(chromophobia)'와 장식 혐오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위배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앤 서스만(Ann Sussman)과 저스틴 홀랜더(Justin B. Hollander)의 저서 『인지 건축(Cognitive Architecture)』과 맷 맥니콜라스(Matt McNicholas)의 연구는 인간의 뇌가 진화적으로 특정한 시각적 패턴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었음을 밝혀냈다.6

[표 1] 신경건축학적 관점에서 본 장식의 필요성 및 효과

 

신경과학적 기제 정의 및 특성 건축적 적용 및 장식의 효과 관련 연구
벽면 주행성 (Thigmotaxis) 동물이 포식자를 피해 벽이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려는 본능적 성향. 인간은 매끄러운 유리벽보다 텍스처와 깊이감이 있는 벽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낌. 장식은 벽의 존재감을 강화하여 공간적 안정을 제공함. 8
파레이돌리아 (Pareidolia) 무생물이나 추상적 패턴에서 얼굴 형상을 찾으려는 뇌의 인지적 착각. 전통 건축의 대칭적 창문 배치나 입면은 '얼굴'로 인식되어 친밀감을 유발함. 반면, 비대칭적이고 추상적인 모더니즘 입면은 뇌의 공포 반응(편도체 활성화)을 일으킬 수 있음. 9
프랙탈 차원 (Fractal Dimension)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 패턴. 인간은 D=1.3~1.5 범위의 프랙탈을 선호. 고딕 성당의 첨탑이나 전통 장식의 복잡성은 자연의 프랙탈 패턴을 모방함. 이러한 패턴은 시각적 스트레스를 최대 60%까지 감소시키고 뇌의 알파파 생성을 촉진함. 11
시선 추적 (Eye-tracking) 시선이 머무는 지점과 시간을 측정하여 무의식적 선호도를 분석. 실험 결과, 피험자들은 장식이 없는 평면보다 디테일이 풍부한 장식 요소에 시선을 더 오래, 더 자주 고정함. 장식은 시각적 정보 처리를 돕는 '앵커(Anchor)' 역할을 함. 10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장식이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라, 인간이 환경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인지적 부하(cognitive burden)를 줄이며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증명한다.5 모더니즘 건축이 주는 '차가움'이나 '소외감'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뇌의 진화적 설계와 건축 환경 간의 불일치(mismatch)에서 기인한 생물학적 반응일 수 있다.


3. 디지털 장인정신: 로봇 공학와 디지털 제작 기술의 혁명

20세기 후반까지 유효했던 '복잡성은 비용이다(Complexity costs money)'라는 명제는 21세기에 들어 '복잡성은 무료다(Complexity is fre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고 있다.12 디지털 제작(Digital Fabrication)과 로봇 공학의 결합은 비표준화된 형상을 대량 생산만큼이나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3.1. 적층 제조의 혁신: 3D 콘크리트 프린팅과 '토르 알바(Tor Alva)'

스위스 알프스의 작은 마을 뮬레그스(Mulegns)에 건설된 '토르 알바(Tor Alva)', 일명 화이트 타워(White Tower)는 디지털 제작 기술이 건축 장식을 어떻게 혁신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선진적인 사례다. ETH 취리히(ETH Zurich)의 벤자민 딜렌버거(Benjamin Dillenburger)와 마이클 한스마이어(Michael Hansmeyer)가 설계한 이 30미터 높이의 타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3D 프린팅 구조물로서, 기술이 미학을 어떻게 견인하는지를 웅변한다.13

  • 기술적 프로세스: 로봇 팔에 장착된 압출 노즐이 특수 배합된 콘크리트를 10mm 높이, 15-20mm 너비의 레이어로 한 층씩 쌓아 올린다. 전체 타워는 32개의 Y자형 기둥으로 구성되며, 총 2,500개의 레이어가 적층되어 완성된다. 총 프린팅 시간은 약 900시간이 소요되었다.14
  • 거푸집 없는 자유(Formwork-free): 기존 콘크리트 건축의 가장 큰 제약이자 비용 요인이었던 거푸집(mould)이 필요 없다. 이는 건축가가 기하학적 형태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게 해주며, 수정이 필요할 때 물리적 금형을 다시 제작할 필요 없이 디지털 데이터만 수정하면 된다.
  • 재료 효율성과 구조적 장식: 구조적으로 하중을 받는 부분에만 콘크리트를 배치함으로써 기존 타설 방식 대비 재료 사용량을 40~50% 절감했다. 또한, 출력 과정에서 생성되는 층(layer)의 질감과 기하학적 패턴은 그 자체로 바로크 시대의 석공예를 연상시키는 고해상도의 장식이 된다.16

이 사례는 '복잡성'이 더 이상 비용 증가의 요인이 아님을 증명한다. 데이터만 변경하면 로봇은 추가 비용 없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장식을 출력할 수 있으며, 이는 산업화 시대의 '표준화(Standardization)' 논리를 종식시키고 '대량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의 시대를 열었다.18

3.2. 절삭 가공의 진화: 로봇 석재 조각과 복원

3D 프린팅이 새로운 형상을 창조한다면, 로봇 석재 가공(Robotic Stone Carving)은 과거의 유산을 정밀하게 복원하고 새로운 고전주의를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 캐나다 의회 의사당(Parliament Hill) 복원: 캐나다 정부는 의회 의사당의 풍화된 샌드스톤 조각을 복원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먼저 사진측량(Photogrammetry)과 레이저 스캐닝 기술로 기존 조각을 3D 디지털 모델로 변환한다. 이후 6축 로봇 팔(KUKA 로봇)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석재를 정밀하게 밀링(milling)한다.19
  • 공정 혁신: 로봇은 전체 조각 공정의 약 80~90%를 담당하여 거친 가공(roughing)과 중정삭을 수행한다. 인간 조각가는 로봇이 표면에서 약 1.5mm 남겨둔 상태에서 최종 마감을 담당한다. 이는 수작업 대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인간의 감각적 터치를 통해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21
  • 의의: 과거에는 숙련된 석공이 수주~수개월 걸려야 했던 작업을 며칠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예산 문제로 포기했던 정교한 장식의 복원이 가능해졌다.
  • 모뉴멘탈 랩스(Monumental Labs)의 도전: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 모뉴멘탈 랩스는 AI와 로봇을 결합하여 고전 양식의 석조 건축 부재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코린트식 기둥머리(Capital)와 같은 복잡한 장식을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의 1/3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22 창업자 미카 스프링구트(Micah Springut)는 이를 통해 "건축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모더니즘 이전의 아름다움을 현대 도시에 되돌려놓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23

[표 2] 로봇 석재 가공의 경제적 효과 비교 (모뉴멘탈 랩스 데이터 기반)

항목 전통적 수작업 비용 (추정) 로봇 가공 비용 (추정) 절감 효과
코벨 (Corbel, 1ft) $6,000 $2,000 약 67% 절감
이오니아식 기둥머리 (18 inch) $10,000 $3,000 약 70% 절감
코린트식 기둥머리 (36 inch) $90,000 $30,000 약 67% 절감
릴리프 패널 (Relief Panel, 8ft) $130,000 $40,000 약 69% 절감

이 데이터는 로봇 자동화가 건축 장식 시장의 진입 장벽을 얼마나 낮추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22 그러나 이러한 자동화는 필연적으로 "로봇이 조각한 결과물에 인간의 혼이 담겨 있는가?"라는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동반한다. 비평가들은 기계가 만든 장식은 "영혼이 없는 복제품"에 불과하며, 장인 정신의 가치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내재된 인간의 노고에 있다고 주장한다.25


4. AI와 생성적 디자인: 환각(Hallucination)의 미학적 전유와 쟁점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건축 장식 디자인의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드저니(Midjourney)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같은 도구는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복잡한 장식적 이미지를 순식간에 생성해낸다.

4.1. AI 환각(Hallucination)과 디지털 바로크(Digital Baroque)

일반적으로 AI의 '환각'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사실처럼 생성하는 오류로 간주되지만26, 건축 디자인의 영역에서 이 환각은 창의적 도구로 적극적으로 전유된다.

  • 디지털 바로크: 건축 역사가 마리오 카르포(Mario Carpo)는 빅데이터와 무한한 해상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의 디지털 건축 흐름을 '제2의 디지털 전환'이자 '디지털 바로크'로 명명했다.3 이는 17세기 바로크 미학이 추구했던 무한성, 유동성, 빛과 그림자의 극적인 대비가 현대의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됨을 의미한다.
  • 기계 환각 프로젝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기계 환각(Machine Hallucination)' 프로젝트는 수백만 장의 도시 이미지를 학습한 AI가 만들어낸 꿈같은 시각적 유동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AI는 기존의 건축적 문법을 해체하고, 재료의 물성을 초월하여 데이터가 흐르는 듯한 새로운 형태의 장식을 창조한다.28
  • 네오클래시컬 퓨처러즘(Neoclassical Futurism): 팀 푸(Tim Fu)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AI를 이용해 고전주의 양식과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탐구한다. AI의 '환각' 능력은 서로 다른 양식을 융합하여 인간이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게 해주는 강력한 엔진이 된다.30

4.2.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와 알고리즘 편향

그러나 AI가 생성한 건축 장식은 종종 '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유발한다.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안한 이 개념은 인간과 거의 유사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존재에 대해 느끼는 혐오감을 설명한다.31 건축에서 이는 AI가 생성한 장식이 언뜻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구조적 논리가 결여되어 있거나(예: 하중을 받지 않는 기둥, 끊어진 아치, 비현실적인 스케일), 디테일이 뭉개져 있을 때 발생한다.32 비평가들은 이를 "AI Slop(저질 AI 생성물)"이라고 부르며, 장소가 가진 맥락과 역사를 소거하고 시각적 자극만을 위한 표피적인 이미지를 양산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AI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가 서구 중심적이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알고리즘 편향(Algorithmic Bias)'은 비서구권의 문화적 맥락이나 독특한 장식 양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배제할 위험이 있다.34 이는 전 세계 건축 양식의 획일화(homogenization)를 초래하고, 특정 문화의 고유한 장식 언어를 '오류'나 '노이즈'로 처리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소멸시킬 수 있다.36

4.3. 저작권과 저자성(Authorship)의 법적 쟁점

AI가 생성한 장식의 저작권 문제는 건축 실무에서 뜨거운 감자다.

  • 미국의 입장: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없는 AI 생성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테판 탈러(Stephen Thaler)의 'Creativity Machine' 사건과 '원숭이 셀카' 판례는 비인간 저작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37
  • 영국의 입장: 반면 영국은 컴퓨터 생성 저작물(Computer-generated works)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취하며, "저작물 창작에 필요한 조정을 한 사람"을 저자로 본다.38
  • 건축적 함의: 만약 건축가가 AI를 이용해 생성한 복잡한 장식 패턴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설계 도면의 보호 범위와 비즈니스 모델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AI가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 기존 건축가들의 디자인에 대한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39

5.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Passeistic Ornamentalism)'에 대한 비판적 고찰

기술이 고전 장식의 정밀한 복원을 가능하게 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이념적 논쟁, 즉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건축 담론의 중심에 섰다.

5.1. 유튜브 영상(uKttsmxFjqo) 분석: 전통주의의 옹호와 도시 형태학

사용자가 제시한 유튜브 영상은 찰스 3세(King Charles III)가 주도한 영국의 파운드베리(Poundbury)와 같은 신도시 개발 사례를 통해 전통 건축의 효용을 설파한다.41

  • 주요 논지: 영상은 현대 도시의 무질서와 획일성을 비판하며, '식별 가능한 패턴(discernable patterns)'과 '도시 형태학(Urban Morpholog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탈리아의 팔라초와 영국의 테라스 하우스가 각기 다른 기후와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했듯, 건축은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Vernacular)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마스터플랜과 코드: 영상은 무작위적인 다양성(random variety)이 아닌, 엄격한 디자인 코드에 기반한 조화로운 다양성이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길 찾기(wayfinding)를 돕는다고 분석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신경건축학적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5.2. 비판: 파스티슈(Pastiche)와 '구조적 정직성'의 신화

그러나 이러한 '과거 지향적' 움직임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다. 주류 모더니즘 비평가들은 이를 '파스티슈(Pastiche)', 즉 진정성 없는 모방이나 키치(Kitsch)라고 폄하한다.42

  • 구조적 정직성 논쟁: 가장 강력한 비판은 "현대의 재료(철골, 콘크리트) 위에 과거의 형태(석조 장식)를 덧씌우는 것은 구조적으로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고딕 성당의 아치는 실제로 하중을 지탱하지만, 현대의 복원된 장식은 단지 표피일 뿐이라는 논리다.
  • 반론 42: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반대하는 이론가들은 "구조적 정직성 자체가 모더니즘이 만들어낸 허구적 신화"라고 반박한다. 역사적으로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르네상스 건축 역시 구조체(벽돌/콘크리트) 위에 값비싼 재료(대리석)를 덧붙이는 '베니어(Veneer)' 방식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심지어 그리스 신전의 석조 장식은 목구조의 디테일을 석재로 모방한 것(Skeuomorph)이다. 따라서 현대의 장식주의를 '가짜'라고 비난하는 것은 건축사의 실제를 무시한 편협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5.3. 사례 연구: 시우다드 카얄라(Ciudad Cayalá)의 역설

과테말라의 시우다드 카얄라(Ciudad Cayalá)는 이러한 논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레온 크리에(Léon Krier)가 마스터플랜을 맡은 이 신전통주의 도시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와 마야 양식을 결합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43

  • 성공 요인: 카얄라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 명확한 도시 위계, 풍부한 장식을 통해 범죄가 만연한 과테말라 시티 내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공공 공간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뉴어반이즘(New Urbanism)의 원칙이 실제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 비판 (테마파크화):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곳을 "계급 분리적인 테마파크"라고 비판한다. 높은 담장과 사설 경비원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부유층만을 위한 안전한 '버블'을 형성하며, 공공 공간의 사유화와 사회적 격리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43 이는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계급적 구분을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6. 한국적 맥락: 단청과 대목장의 디지털 전환

이러한 전 지구적 기술 흐름 속에서 한국의 전통 건축 장식은 독특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6.1. 단청(Dancheong)의 알고리즘적 특성과 디지털 보존

한국의 단청은 오방색을 기반으로 하며, 그 문양의 구성 원리가 매우 기하학적이고 알고리즘적이다.45

  • 디지털 데이터화: 단청의 핵심 패턴인 '모루초(Morucho)'나 '비단무늬(Bidan munui)' 등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 변형되므로 AI 학습 데이터로 매우 적합하다. 단청장(Dancheongjang)의 암묵적 지식을 알고리즘화하여, 문화재 복원 시 인간의 주관적 오류를 줄이고 원형에 가까운 복원을 수행할 수 있다.
  • 현대적 적용: AI를 활용해 전통 단청의 배색 규칙(음양오행 기반)과 프랙탈적 기하학 패턴을 학습시킨 후, 이를 현대적 재료나 미디어 파사드에 적용하는 '디지털 단청'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선 창조적 계승이다.

6.2. 대목장(Daemokjang) 기술과 로봇 가공

한국 전통 건축의 정수인 대목장 기술, 즉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정교하게 짜 맞추는 결구(Joinery) 방식은 고도의 정밀함을 요한다.47 이는 현대의 6축 로봇 팔(6-axis robotic arm) 가공 기술과 완벽하게 조응한다. 스위스나 캐나다의 사례처럼, 한국의 복잡한 공포(Gongpo) 구조나 서까래 가공을 로봇으로 자동화한다면, 인건비 상승과 숙련공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옥 건축 시장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7. 결론: 디지털로 직조된 인간성(Digitally Woven Humanity)

로봇 공학, AI, 디지털 제작 기술의 융합은 건축 장식을 사치의 영역에서 다시금 일상의 영역으로 불러오고 있다. 이는 모더니즘이 거세했던 인간의 본능적 욕구—복잡성, 패턴, 장식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갈망—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토르 알바'의 콘크리트 타워나 로봇이 조각한 의사당의 부조는 기술이 어떻게 과거의 미학을 소환하고 미래의 형상으로 변주하는지를 증명한다.

그러나 '과거 지향적 장식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던진다. 기술이 단순히 과거의 껍데기만을 복제하는 '파스티슈' 기계로 전락하거나, '시우다드 카얄라'처럼 사회적 격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AI의 환각과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인간의 감각과 공명하는 진정성 있는 장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술적 숙련도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결국 미래의 건축 장식은 '복고'가 아닌 '융합'이어야 한다. 그것은 보몰의 비용 질병을 극복한 경제적 합리성, 뇌과학이 증명한 인지적 편안함, 그리고 지역적 맥락을 존중하는 문화적 깊이를 모두 갖춘, **"디지털로 직조된 인간성(Digitally Woven Humanity)"**의 표현이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1. My Argument for Ornaments: When Context Creates Purpose | by Barbara Cadorna | Coalesce Thought Shop,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blog.coalesce.nyc/my-argument-for-ornaments-cd42fb5f5ad7
  2. Ornament and Possibility | Communication Art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commarts.com/columns/ornament-and-possibility
  3. Reimagining Grandeur: The Digital Era Embraces Baroque Inspirations - Architect Magazin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itectmagazine.com/technology/reimagining-grandeur-the-digital-era-embraces-baroque-inspirations_o
  4. Why Did We Stop Building Beautiful? The Economics and Ideology Behind an Aesthetic Revolutio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marginalrevolution.com/marginalrevolution/2024/05/88328.html
  5. Ornamentation in the Age of Algorithms and Robotics: Can Technology Bring Back Architectural Detail? | ArchDail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36298/ornamentation-in-the-age-of-algorithms-and-robotics-can-technology-bring-back-architectural-detail
  6. Cognitive Architecture, by Ann Sussman & Justin B Hollander - The Aesthetic Cit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theaestheticcity.com/portfolio/cognitive-architecture-by-ann-sussman-justin-b-hollander/
  7. The Art & Science of Ornament: Why the Details Matter | Driehaus Museum,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riehausmuseum.org/programs/detail/the-art-science-of-ornament-why-the-details-matter
  8. Ann Sussman - Justin B Hollander - Cognitive Architecture - Designing For How We Respond To The Built Environment (2021, Routledge) - Libgen - Li | PDF | Evolution | Brain - Scribd,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753365754/Ann-Sussman-Justin-B-Hollander-Cognitive-Architecture-Designing-for-How-We-Respond-to-the-Built-Environment-2021-Routledge-libgen-li
  9. Designing for the Subliminal Brain: Architecture & the 21st Century Paradigm Shift,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classicist.org/designing-for-the-subliminal-brain/
  10. How neuroscience informs architecture and urban design - CNU.org,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cnu.org/publicsquare/2021/02/04/how-neuroscience-informs-architecture-and-urban-design
  11. Reduction of Physiological Stress Using Fractal Art and Architecture - Zenodo,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zenodo.org/records/894740/files/article.pdf?download=1
  12. Digital Fabrication in Architecture: Revolutionizing Construction and Design - Kaarwa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kaarwan.com/blog/architecture/digital-fabrication-in-architecture-revolutionizing-construction-and-design?id=1479
  13. Tor Alva - White Tower - World's tallest 3D-printed building - Michael Hansmeyer,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michael-hansmeyer.com/white-tower
  14. Digital architecture in the Alps: The White Tower of Mulegns - digitalBAU,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igital-bau.com/en/bau-insights/detail/3d-printed-tower-breaks-world-record.html
  15. A milestone in 3D concrete printing: The White Tower of Mulegns - BFT International,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bft-international.com/en/artikel/a-milestone-in-3d-concrete-printing-the-white-tower-of-mulegns-4260386.html
  16. Tor Alva – The White Tower,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sustainable-digital-construction.ethz.ch/en/tor-alva
  17. The future printed in 3D concrete. Tor Alva by Michael Hansmeyer, Benjamin Dillenburger,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metalocus.es/en/news/future-printed-3d-concrete-tor-alva-michael-hansmeyer-benjamin-dillenburger
  18. Fabrication for Large-Scale Architecture: Benefits & Workflow | PAACADEM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paacademy.com/blog/fabrication-for-large-scale-architecture-benefits-workflow
  19. KUKA/New Age Robotics milling system sculpts Canadian Parliament,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robotics.ca/kuka-new-age-robotics-milling-system-sculpts-canadian-parliament/
  20. Digitally-Assisted Stone Carving of a Relief Sculpture for the Parliament Buildings National Historic Site of Canada - ResearchGat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82450382_Digitally-Assisted_Stone_Carving_of_a_Relief_Sculpture_for_the_Parliament_Buildings_National_Historic_Site_of_Canada
  21. Industrial Robots A Leap Forward for Heritage Conservation - Carleton Universit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carleton.ca/news/story/heritage-conservation-with-robots/
  22. Architecture | Monumental Lab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monumentallabs.co/architecture
  23. AI Robots Carve Stone Statues. Entire Buildings Are Next - Human Progres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humanprogress.org/ai-robots-can-already-carve-stone-statues-entire-buildings-are-next/
  24. Sculpting beauty with robot-assisted stone carvings - YouTub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34Muncht7SE
  25. Monumental Mistakes - Real Finishe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realfinishes.blogspot.com/2023/12/monumental-mistakes.html
  26. New sources of inaccuracy? A conceptual framework for studying AI hallucination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misinforeview.hks.harvard.edu/article/new-sources-of-inaccuracy-a-conceptual-framework-for-studying-ai-hallucinations/
  27. Comprehensive Review of AI Hallucinations: Impacts and Mitigation Strategies for Financial and Business Applications - Preprints.org,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preprints.org/manuscript/202505.1405
  28. Generative AI as a Philosophical Mirror: Machine Hallucination and the Aesthetics of Algorithmic Representatio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journals.zycentre.com/cvca/article/download/98/70/1161
  29. Machine Hallucination 2019 - Artechous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techouse.com/program/machine-hallucination/
  30. AI design could "bring back the beauty and aesthetics of the classical era" says Tim Fu,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23/08/16/ai-aesthetics-classical-era-tim-fu-aitopia/
  31. Uncanny valley - Wikipedia,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Uncanny_valley
  32. This Is Not Architecture: Resisting the Illusion of AI Design | ArchDail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29469/this-is-not-architecture-resisting-the-illusion-of-ai-design
  33. AI, Architecture, and the Uncanny Valley - Common Edg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commonedge.org/ai-architecture-and-the-uncanny-valley/
  34. What Is Algorithmic Bias in Cross-Cultural Communication? → Question - Lifestyle → Sustainability Director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lifestyle.sustainability-directory.com/question/what-is-algorithmic-bias-in-cross-cultural-communication/
  35. Why Is Algorithmic Bias so Detrimental to Cultures? - Lifestyle → Sustainability Director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lifestyle.sustainability-directory.com/question/why-is-algorithmic-bias-so-detrimental-to-cultures/
  36. Critical Algorithmic Mediation: Rethinking Cultural Transmission and Education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 MDPI,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5-4698/15/7/198
  37. AI-Generated Works and Copyright Authorship: Tool or Independent Creator? - John Rector,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johnrector.me/2025/09/21/ai-generated-works-and-copyright-authorship-tool-or-independent-creator-2/
  38. Copyright Law in the Age of AI: Navigating Authorship, Infringement, and Creative Rights - New York State Bar Associatio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nysba.org/copyright-law-in-the-age-of-ai-navigating-authorship-infringement-and-creative-rights/
  39. AI exposes designers and architects to copyright complications say experts - Dezee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23/08/21/ai-copyright-designers-architects-aitopia/
  40. The Ownership Dilemma: Who Owns Building Design in the Age of AI?,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learn.aiacontracts.com/articles/the-ownership-dilemma-who-owns-building-design-in-the-age-of-ai/
  41. The New Age of Reconstruction | John Simpso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uKttsmxFjqo
  42. In praise of pastiche - Works in Progress Magazin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orksinprogress.co/issue/in-praise-of-pastiche/
  43. The Cayala Paradox: How Are Private Districts Shaping Public Space Design in Guatemala? | ArchDail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34953/the-cayala-paradox-how-are-private-districts-shaping-public-space-design-in-guatemala
  44. Visiting beautiful Guatemala | Architecture Here and Ther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ereandthere.com/2015/08/24/elorza-guatemala-cayala-providence/
  45. Dancheong - Wikipedia,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Dancheong
  46. Dancheong,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korean-culture.org/eng/webzine/201905/sub07.html
  47. Daemokjang, traditional wooden architecture -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ich.unesco.org/en/RL/daemokjang-traditional-wooden-architecture-00461

 

1. 서론: 현대 건축의 위기와 티모스적 전회

현대 건축은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거대한 두 축 사이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20세기 모더니즘이 약속했던 기능주의적 유토피아는 균질화된 도시 풍경을 낳았고,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건축을 단순한 부동산 상품이나 시각적 스펙터클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가 이정훈(조호건축)이 제기하는 '티모스(Thymos)'와 '생산적 잉여(Productive Surplus)'라는 화두는 단순히 하나의 건축 이론을 넘어, 우리가 '왜 짓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1 본 보고서는 이정훈 건축가의 담론을 전제로,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기술을 넘어 현대 건축의 물성과 구축성이 어떻게 인간의 인정 욕구(Thymos)와 잉여의 생산(Surplus)을 통해 재구성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건축이 더 이상 물리적 쉘터(Shelter)를 제공하는 기능적 도구(Logos)나, 생물학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안식처(Eros)에 머물지 않음을 인지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건축은 '인정 투쟁'의 장이며, 그 투쟁의 무기는 바로 재료의 디테일과 구축의 잉여성이다. 본 연구는 이정훈의 담론을 통해 건축의 외피(Facade)와 구조(Structure)가 어떻게 사회적 '가면(Persona)'으로서 기능하며, 양극화된 '모래시계형 사회(Hourglass Society)'에서 건축적 잉여가 어떻게 인간 존엄의 문제를 다루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현대 도시는 '이미지'의 범람 속에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건축 이미지는 즉각적인 시각적 소비의 대상이 되며, 이는 건축의 본질을 표피적인 것으로 오도할 위험을 내포한다.2 그러나 이정훈은 이러한 현상을 부정하기보다, 그 이면에 작동하는 강력한 심리적 기제인 '티모스'에 주목한다.

 

핵심 개념 철학적 기원 건축적 해석 (이정훈의 담론)
티모스 (Thymos) 플라톤 『국가』, 헤겔, 후쿠야마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 영혼의 기개(氣槪). 건축에서는 건물이 도시와 사회 속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존엄을 획득하려는 의지로 발현된다.3
로고스 (Logos)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성, 계산, 효율. 건축의 구조적 합리성, 예산 관리, 기능적 평면 구성을 의미한다.
에로스 (Eros) 플라톤 욕망, 결핍의 충족. 건축의 쾌적성, 안락함, 물리적 생존을 위한 기능을 담당한다.
생산적 잉여 (Productive Surplus) 마르크스(잉여가치), 바타유(소모) 기능적 필요를 넘어서는 재료와 노동의 투입. 이것은 낭비가 아니라 건축적 '아우라'와 '의미'를 생산하는 필수적인 자본이다.2

본 보고서의 목적은 위 개념들을 통해 현대 건축의 **구축성(Tectonics)**을 재해석하는 데 있다. 즉, 벽돌을 쌓는 각도, 강철을 구부리는 방식, 재료의 표면 처리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티모스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잉여 생산'임을 밝히는 것이다.


2. 철학적 엔진: 인정 투쟁으로서의 건축

건축의 물성을 논하기에 앞서, 그 물성을 추동하는 정신적 엔진인 티모스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정훈의 담론은 건축을 물리적 구축 행위에서 정신적 인정 행위로 격상시킨다.

2.1 플라톤의 영혼 3분설과 건축의 신체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이성(Logos), 욕망(Eros), 그리고 기개(Thymos)로 구분하였다.4 근대 건축, 특히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은 '살기 위한 기계'를 표방하며 로고스(합리성)와 에로스(편의성)에 집중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돔-이노 시스템이나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유니버설 스페이스는 효율적인 구조(Logos)와 쾌적한 공간(Eros)을 제공했으나, 인간이 타자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분노'와 '자긍심'의 영역인 티모스를 소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정훈의 관점에서 건축은 거대한 '티모스의 신체'다. 건축물은 도시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단순한 네모 상자는 '나'를 주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침묵한다. 반면, 복잡하게 얽힌 외피와 3차원으로 휘어진 구조체는 "나를 보라, 나는 다르다"라고 외친다. 이것이 바로 건축적 티모스다.

  • 로고스의 건축: 구조적 최적화, 재료의 절약. (예: 일반적인 아파트, 물류 창고)
  • 에로스의 건축: 신체의 안락함, 쾌락의 추구. (예: 스파, 럭셔리 호텔의 내부)
  • 티모스의 건축: 위엄, 권위, 정체성의 표출. (예: 기념비, 랜드마크, 혹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주택)

2.2 헤겔과 후쿠야마: 역사의 끝과 건축적 정체성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헤겔을 인용하며 역사의 동력을 '인정 투쟁(Struggle for Recognition)'으로 규정했다.3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시작된 이 투쟁은 자유민주주의의 도래와 함께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인정받는 '대등욕망(Isothymia)'의 시대로 귀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후쿠야마는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남보다 우월해지려는 '우월욕망(Megalothymia)'이 존재하며, 이것이 정체성 정치의 원동력이 됨을 지적한다.4

이정훈의 건축 담론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현대 도시는 표면적으로는 평등한 스카이라인(Isothymia)을 지향하는 듯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치열한 차별화의 욕망(Megalothymia)이 끓어오르고 있다. 건축주는 자신의 건물이 옆 건물보다 더 독창적이기를 원하며, 건축가는 자신의 작품이 역사에 남기를 원한다.

  • 건축적 이소티미아(Isothymia): 규격화된 재료, 반복되는 평면, 몰개성한 입면. 이는 현대 도시의 배경을 이루며 기본적인 존엄(주거권)을 보장하지만, 인정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 건축적 메갈로티미아(Megalothymia): 과잉된 형태, 압도적인 스케일, 혹은 극도로 정교한 디테일. 여기서 '생산적 잉여'가 발생한다. 남들과 다르기 위해 더 많은 노동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다.

2.3 모래시계형 사회와 인정의 양극화

'모래시계형 사회(Hourglass Society)'는 중산층이 붕괴하고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양극화되는 사회 구조를 일컫는다.8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건축적 티모스 또한 양극화된다.

  1. 상층부의 티모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하이엔드 건축'. 여기서 생산적 잉여는 극대화된다. 재료는 수입된 희귀석재가 사용되거나, 장인의 수작업이 들어간 디테일이 적용된다. 이는 우월함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
  2. 하층부의 티모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잉여는 제거되고 효율만이 남는다. 여기서 티모스는 상처받거나 억압된다.

이정훈의 건축적 시도는 이러한 양극화 속에서, 비록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구축적 잉여를 통해 건물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주차장 건물(헤르마 주차빌딩)과 같은 인프라 시설에 고도의 디자인 잉여를 투입하는 행위는, 소외된 도시 기능에 티모스를 부여하는 '건축적 민주화'의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다.10


3. 생산적 잉여: 무용(無用)의 경제학

'생산적 잉여'는 티모스를 실현하는 물리적 수단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잉여가치가 자본 축적의 원천이라면11, 건축에서 생산적 잉여는 '문화적 자본' 축적의 원천이다.

3.1 잉여의 정의와 건축적 필연성

건설(Construction)과 건축(Architecture)의 차이는 잉여의 유무에 있다. 비를 피하는 지붕은 필수적(Necessary)이지만, 그 지붕 끝을 곡선으로 들어 올리는 처마(Cheo-ma)는 잉여적(Surplus)이다. 그러나 이 잉여가 없다면 그것은 한국의 전통 건축이 될 수 없다. 즉, 잉여는 정체성의 본질이다.

이정훈이 말하는 '생산적 잉여'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된 비효율성이다.

  • 비효율의 미학: 벽돌을 일렬로 쌓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1도씩 회전시켜 쌓는 것은 막대한 노동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하지만 이 '낭비된 노동'이 벽돌 벽에 물결치는듯한 표정을 부여하고, 빛과 그림자의 유희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생산적 잉여다.12
  • 에너지의 응축: 바타유의 『저주받은 몫』에 따르면, 생명체는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획득하며, 이 과잉 에너지는 반드시 소모되어야 한다.14 건축은 이 과잉 에너지를 가장 아름답게 소모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파라메트릭 디자인과 정밀한 시공은 사회의 잉여 에너지를 예술적 형태로 응축시킨 결과물이다.

3.2 텍토닉(Tectonics)과 잉여의 결합

케네스 프램튼(Kenneth Frampton)은 텍토닉을 '구축의 시학'이라 정의했다.15 이정훈의 담론에서 텍토닉은 생산적 잉여를 통제하고 조직하는 논리다. 잉여가 논리 없이 발산되면 키치(Kitsch)나 장식이 되지만, 구조적 질서와 재료의 물성에 따라 엄격하게 조직되면 텍토닉이 된다.

구분 장식 (Decoration) 구축적 잉여 (Tectonic Surplus)
관계 구조와 분리됨 (덧붙여짐) 구조와 일체화됨 (재료 그 자체의 변형)
제거 가능성 제거해도 건물은 서 있음 제거하면 건물의 논리가 붕괴됨
예시 건물의 간판, 페인트 도장 3차원으로 휘어진 강철 기둥, 패턴화된 조적벽
티모스적 효과 표피적 이미지 제공 재료의 진정성과 노동의 깊이 전달

이정훈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잉여는 언제나 재료의 물성과 결합하여 나타난다. 강철은 휘어지기 위해 열과 힘을 견뎌야 하고, 벽돌은 중력을 거스르며 회전해야 한다. 이 '저항'과 '극복'의 과정이 건축물에 티모스를 불어넣는다.


4. 현대 건축의 물성: 디지털 시대의 촉각적 저항

디지털 기술이 건축의 설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물성(Materiality)'은 더욱 중요해진다. 화면 속의 매끈한 렌더링은 실제 세계의 거친 질감을 대체할 수 없다. 이정훈의 건축은 디지털 알고리즘(Logos)을 통해 재료의 물성(Thymos)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4.1 벽돌의 변증법: 픽셀이 된 흙

벽돌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료 중 하나다. 그것은 대지의 흙(Eros)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이정훈은 이 원시적 재료에 디지털 연산을 결합하여 '스마트 브릭(Smart Brick)'으로 재탄생시킨다.

  • 단위(Unit)에서 장(Field)으로: 전통적인 조적조에서 벽돌은 하나의 구조적 단위다. 그러나 이정훈의 프로젝트(예: Curving House, Scale-ing House)에서 벽돌은 거대한 표면을 구성하는 픽셀(Pixel)이 된다.13 수만 개의 벽돌이 각기 다른 각도로 회전하며 쌓일 때, 벽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빛에 반응하는 유기적인 피부가 된다.
  • 노동의 잉여로서의 각도: 벽돌을 0도에서 25도까지 점진적으로 회전시키는 것은 시공자에게는 고역이다. 매 벽돌마다 각도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 즉 '비생산적 시간'이 투입된다. 그러나 이 시간의 축적이 건물에 아우라를 부여한다. 관찰자는 본능적으로 저 벽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엄청난 정성을 감지한다. 이것이 바로 티모스적 인정의 획득 과정이다.
  • 물성의 이중성: 거친 현무암 벽돌이나 은색 발수 코팅된 벽돌의 사용은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한다.13 은색 코팅은 하늘을 반사하며 벽돌의 무거움을 상쇄시키고, 거친 표면은 디지털 매끄러움에 저항한다. 이는 현대인이 갈망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하이브리드' 감성을 정확히 타격한다.

4.2 강철의 서예: 힘의 선(Line of Force)

강철은 근대 산업화의 상징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에게 강철은 직선과 효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정훈에게 강철은 서예가의 붓놀림처럼 자유로운 '곡선'의 재료다.

  • 3차원 벤딩(3D Bending)의 미학: 사각 파이프를 3차원으로 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난이도가 높다. 재료는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가려는 탄성을 가지며 저항한다. 이 저항을 이겨내고 원하는 곡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투쟁(Agon)이다.18 남해 처마 하우스에서 보여준 강철 외골격은 단순한 구조체가 아니라, 대지의 기운과 하늘의 라인을 잇는 매개체다.
  • 구조적 장식: 이 강철 곡선들은 구조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장식적 효과를 낸다. 여기서 '장식'은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아름다워진 상태다. 이는 젬퍼(Semper)가 말한 '기술적 예술'의 경지이며, 생산적 잉여가 가장 극적으로 발현된 형태다.

4.3 폴리카보네이트와 스테인리스: 모호함의 구축

헤르마 주차빌딩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폴리카보네이트와 스테인리스 스틸은 현대 도시의 익명성을 반영하면서도 그것을 전복시킨다.10

  • 가변적 마스크: 폴리카보네이트는 반투명하다. 낮에는 빛을 반사하여 견고한 입방체로 보이지만, 밤에는 내부의 조명을 투과시켜 도시를 밝히는 랜턴이 된다. 이는 건물의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고 시간과 환경에 따라 유동적임을 보여준다.
  • 패턴의 잉여: 900여 개의 서로 다른 스테인리스 패턴 개구부는 주차장이라는 기능적 공간에 과도할 정도의 정성을 쏟은 결과다.10 환기라는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시각적으로는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난반사한다. 이는 '버려진 공간' 혹은 '혐오 시설'로 취급받기 쉬운 주차장에 최고의 티모스를 부여하려는 건축가의 의지다.

5. 파사드(Facade): 가면(Persona)과 필터(Filter)의 정치학

이정훈의 담론에서 파사드는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단순한 벽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가면'이자, 환경과 정보를 조절하는 '필터'다.

5.1 가면으로서의 건축

'페르소나(Persona)'는 본래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을 뜻한다. 건축물 역시 도시라는 무대에서 가면을 쓴다. 티모스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가면)을 통해 인정받는다.

  • 드러냄과 감춤의 역설: 이정훈의 파사드는 내부를 완전히 감추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가린다. 남해 처마 하우스의 스틸 격자는 내부 테라스를 보호하면서도 밖을 향해 열려 있다.19 이는 거주자의 프라이버시(Eros)를 지키면서도,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의지(Thymos)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 사회적 얼굴: 건물의 파사드는 건축주의 사회적 지위와 취향을 대변한다. 생산적 잉여가 투입된 정교한 파사드는 건축주에게 "나는 이만큼의 문화적 자본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한다. 이는 메갈로티미아적 욕망의 건축적 발현이다.

5.2 필터로서의 구축

현대 도시는 시선과 정보가 과잉된 공간이다. 따라서 건축은 무방비하게 노출되기보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필터가 되어야 한다.

  • 이중 외피(Double Skin): 이정훈의 많은 프로젝트에서 이중 외피 시스템이 사용된다. 유리 벽(1차 피부) 앞에 벽돌이나 루버, 메쉬(2차 피부)를 덧대는 방식이다.20 이 사이 공간은 빛과 바람이 머무는 전이 공간이 된다.
  • 환경적 조절과 미적 조절: 이 필터는 여름철의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환경적 기능(Logos)을 수행함과 동시에, 건물에 깊이감과 입체감을 부여하는 미적 기능(Thymos)을 수행한다. 단순한 평면 유리는 깊이가 없지만, 루버 뒤에 숨겨진 유리는 깊이를 가진다. 이 깊이가 건물의 품격을 만든다.

5.3 파라메트릭 지역성 (Parametric Regionalism)

이정훈은 디지털 툴(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물은 지역적 맥락을 반영한다.

  • 처마의 재해석: 한국 전통 건축의 처마 선을 컴퓨터로 계산된 강철 곡선으로 재현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의 융합이다.18 이는 세계화된 기술을 사용하되, 지역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다.
  • 데이터의 물성: 수치 제어(CNC)를 통해 가공된 재료들은 오차 없이 조립되지만, 그 패턴은 자연의 불규칙성을 모방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차가운 효율성의 도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 모래시계형 사회와 건축적 존엄의 재분배

우리는 지금 '모래시계형 사회'에 살고 있다. 중산층은 사라지고, 극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나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9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정훈의 '생산적 잉여' 담론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6.1 건축적 이소티미아의 위기

중산층의 붕괴는 건축적으로 '중간 영역'의 상실을 의미한다. 도시는 거대한 랜드마크(부의 상징)와 획일화된 다세대 주택(생존의 공간)으로 양분된다.

  • 랜드마크의 메갈로티미아: 리조트, 미술관, 고급 빌라는 과도한 잉여를 통해 압도적인 티모스를 발산한다. 이는 대중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박탈감의 원인이 된다.
  • 일반 주거의 티모스 결핍: 반면 서민들의 주거지는 비용 절감의 논리(Value Engineering)에 의해 모든 잉여가 제거된다. 민무늬 콘크리트, 값싼 드라이비트 마감은 거주자의 존엄을 고려하지 않는다.

6.2 잉여의 민주화

이정훈의 건축이 가지는 사회적 의의는 '잉여의 민주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 있다.

  • 일상의 기념비화: 그는 주차장, 상가 주택과 같은 일상적이고 상업적인 프로그램에도 미술관 수준의 텍토닉을 적용한다.10 헤르마 주차빌딩이나 상가주택 프로젝트들은 "돈이 없어서 디자인을 못한다"는 핑계를 거부한다. 대신 저렴한 재료(폴리카보네이트, 일반 벽돌)를 사용하되, 고도의 지적 노동(파라메트릭 디자인)과 시공적 정성(생산적 잉여)을 투입하여 건물의 가치를 격상시킨다.
  • 인정의 재분배: 이러한 건축물은 도심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공간적 존엄을 제공한다. 이것은 건축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인정 투쟁' 지원이다. 모든 건물은, 그 용도와 예산에 상관없이, 도시의 얼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다.

7. 결론: 구축된 잉여, 그 존엄의 무게

이정훈 건축가의 '티모스'와 '생산적 잉여' 담론을 통해 현대 건축을 분석한 결과, 우리는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의 축조를 넘어선 사회적, 심리적 행위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1. 건축은 욕망의 그릇이다: 현대 건축은 기능(Logos)과 쾌락(Eros)을 넘어 인정(Thymos)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건물은 도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며, 그 투쟁의 수단은 바로 차별화된 형태와 물성이다.
  2. 잉여는 필수불가결하다: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지는 '가치 공학(VE)'의 시대에, 이정훈은 역설적으로 '비효율적인 잉여'야말로 건축을 건축답게 만드는 본질임을 역설한다. 생산적 잉여는 낭비가 아니라, 건물에 영혼과 정체성을 불어넣는 창조적 에너지다.
  3. 텍토닉은 인정의 언어다: 벽돌의 각도, 강철의 곡선, 재료의 접합 방식은 건축가가 세상에 건네는 언어다. 정교한 텍토닉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속에 담긴 노동과 고민을 읽어내게 하며, 이를 통해 건물과 사용자 간의 상호 인정(Mutual Recognition)이 발생한다.
  4. 양극화 시대의 건축적 윤리: 모래시계형 사회에서 건축가는 자본의 하수인이 되어 메갈로티미아적 욕망만을 충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구축적 잉여를 통해 일상 공간의 존엄을 회복시킬 것인가라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정훈의 작업은 후자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가장 상업적인 프로젝트에서도 건축적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결국, 이정훈이 말하는 '티모스를 향하여'라는 구호는 건축이 잃어버린 '얼굴'을 되찾자는 호소다. 매끈하고 표정 없는 도시의 가면을 벗고, 거칠지만 진실한 물성의 얼굴을 드러낼 때, 비로소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는 존엄한 그릇이 될 수 있다. 현대 건축의 물성과 구축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흙과 철이라는 물질을 넘어 정신의 영역으로 승화된다.


상세 분석 보고서

2. 티모스의 건축철학적 계보와 현대적 변용

2.1 플라톤에서 헤겔까지: 영혼의 건축학

티모스(Thymos)는 고대 그리스어 'θυμός'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기개, 용기, 분노 등을 의미한다. 플라톤은 『국가(Republic)』에서 인간의 영혼을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 이성(Logos): 진리를 탐구하고 계산하며 통제하는 능력. 현대 건축의 구조공학, 환경 분석, 예산 관리 등 합리적 영역에 해당한다.
  • 욕망(Eros): 육체적 쾌락과 생존을 추구하는 본능. 쾌적한 실내 온도, 부드러운 마감재, 편리한 동선 등 거주자의 안락함을 담당한다.
  • 기개(Thymos):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타인이 나를 무시할 때 분노하고, 존중할 때 자부심을 느끼는 영역이다.

이정훈의 담론은 현대 건축이 로고스와 에로스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모더니즘은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로고스를 숭배했고, 자본주의는 '상품성'이라는 이름으로 에로스를 자극했다. 그 결과 건축물은 영혼 없는 기계나 상품이 되었다. 이정훈은 여기에 티모스를 복권시킴으로써 건축물에 '인격'을 부여하고자 한다. 건물이 도시를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 혹은 주변 환경과 긴장감을 형성하는 태도는 바로 이 티모스에서 비롯된다.

헤겔은 이를 '인정 투쟁'으로 역사화했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인정받기 위해 목숨까지 건다.3 건축주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물의 외관을 치장하는 행위는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Logos의 관점에서는), 헤겔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기 위한 지극히 인간적인 투쟁이다.

2.2 후쿠야마와 정체성 정치의 건축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과 『정체성』을 통해 티모스가 현대 정치의 핵심 동력임을 설파했다.4 그는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인간의 인정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집단적 정체성(종교, 민족, 젠더 등)의 형태로 더욱 강화된다고 보았다.

건축에서 이는 '아이덴티티(Identity)'의 문제로 직결된다. 20세기 후반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 역사적 양식을 차용한 것은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티모스적 시도였다. 오늘날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나 비정형 건축이 유행하는 것 또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 대등욕망(Isothymia)의 건축: "나도 남들만큼 대우받고 싶다." 이는 공공주택, 표준화된 학교, 병원 등에서 나타난다. 평등과 보편성이 핵심 가치다.
  • 우월욕망(Megalothymia)의 건축: "나는 남들보다 뛰어나다." 이는 랜드마크 타워, 본사 사옥, 고급 주택에서 나타난다. 차별화와 탁월성이 핵심 가치다.

이정훈의 건축은 이 두 욕망 사이를 줄타기한다. 그는 헤르마 주차빌딩처럼 천시받는 시설(주차장)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대등욕망(주차장도 존중받아야 한다)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독보적인 조형미를 통해 우월욕망(이 주차장은 특별하다)을 자극한다.


3. 생산적 잉여: 텍토닉 자본론

3.1 잉여의 경제학적 vs. 건축적 의미

경제학에서 '잉여(Surplus)'는 남는 것, 즉 초과분을 의미한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 논리에서 잉여는 줄여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일반 경제(General Economy)' 이론에 따르면, 태양 에너지를 받아 살아가는 지구의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과잉 에너지를 축적하며, 이 잉여는 성장이 멈춘 시점에서 반드시 '소모'되어야 한다.14 그 소모의 방식이 전쟁이나 사치가 될 수도 있지만, 예술과 기념비적 건축이 될 수도 있다.

이정훈이 말하는 '생산적 잉여'는 바로 이 '영광스러운 소모(Glorious Expenditure)'다. 건축가가 클라이언트에게 "단순한 벽 대신 복잡한 이중 외피를 만듭시다"라고 제안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비용 증가(손실)이지만, 문화적 관점에서는 의미의 생산(이득)이다.

  • 생산적 잉여의 조건:
  1. 가시성: 잉여는 눈에 보여야 한다. 숨겨진 단열재의 두께는 기능적 잉여일 뿐이다. 드러난 벽돌의 패턴이나 강철의 휨은 시각적 잉여로서 티모스를 자극한다.
  2. 의도성: 잉여는 실수나 부산물이 아니라, 건축가의 치밀한 계산과 의도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3. 구축성: 잉여는 장식처럼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뼈대와 살을 이루는 구축 과정 자체에서 발생해야 한다.

3.2 텍토닉을 통한 잉여의 구현

텍토닉(Tectonics)은 재료를 엮고 결합하는 기술이자 예술이다. 젬퍼(Gottfried Semper)는 건축의 기원을 매듭(Knot)과 직조(Weaving)에서 찾았다. 이정훈의 건축에서 생산적 잉여는 바로 이 '직조'의 복잡성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Scale-ing House에서 벽돌을 쌓는 방식은 단순한 조적(Masonry)이 아니라, 직물(Textile)을 짜는 것과 유사하다.13 벽돌 하나하나가 실의 올처럼 기능하며 전체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발생하는 잉여는 '정보의 잉여'이자 '노동의 잉여'다.

  • 정보의 잉여: 파라메트릭 알고리즘을 통해 수천 개의 벽돌 좌표를 제어하는 데이터의 양.
  • 노동의 잉여: 그 좌표에 맞춰 일일이 벽돌을 쌓는 장인의 수고.

이 두 가지 잉여가 결합될 때, 벽돌 벽은 단순한 구조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텍스타일 아트가 된다. 이는 건물의 가치를 물리적 재료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연금술'과도 같다.


4. 재료와 구축의 심층 분석

4.1 벽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첩

이정훈 건축에서 벽돌은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가장 혁신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다. 그는 벽돌이라는 고전적 재료의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배열 방식을 디지털화하여 낯선 감각을 만들어낸다.

  • Curving House (곡선형 주택): 이 주택에서 벽돌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감싸는 '비늘'이다. 물고기의 비늘이 몸을 보호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이듯, 벽돌들은 곡면을 따라 각도를 달리하며 흐른다. 은색 발수 코팅된 벽돌은 빛을 반사하며 금속성 광택을 내는데, 이는 흙이라는 재료의 본성(무거움, 흡수함)을 배반하는 티모스적 반전이다.17
  • Crossing Bricks (교차하는 벽돌): 서울의 다세대 주택 프로젝트에서 그는 벽돌의 '적층 방식'을 통해 잉여를 생산했다. 벽돌의 단면이 밖으로 드러나게 쌓거나, 엇갈려 쌓음으로써 벽면에 깊이감 있는 요철을 만들었다.12 이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건물의 표정을 시시각각 변화시킨다.

여기서 생산적 잉여는 '그림자'다. 매끈한 벽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요철이 있는 벽은 수만 개의 미세한 그림자를 품는다. 이 그림자의 깊이가 건물의 깊이가 된다.

4.2 금속: 유연한 강인함

강철과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은 이정훈의 건축에서 구조이자 장식으로 기능한다.

  • Namhae Cheo-ma House (남해 처마 하우스): 여기서 강철은 '선(Line)'이다. 한국 전통 처마의 우아한 곡선을 강철 파이프로 재현하기 위해 그는 3차원 벤딩 기술을 도입했다.18 사각 파이프는 휠 때 뒤틀리기 쉬운데, 이를 제어하며 완벽한 곡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기술적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이 '극복된 난관'이 건물의 아우라가 된다.
  • Herma Parking Building (헤르마 주차빌딩):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는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접혀 있다. 이 접힘(Folding)은 얇은 금속판에 구조적 강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빛을 난반사하는 광학적 장치가 된다.10 금속의 차가움은 패턴의 화려함을 통해 상쇄되고, 주차장은 거대한 보석함처럼 변모한다.

4.3 빛과 투명성: 비물질적 잉여

이정훈은 빛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잉여를 생산한다. 그는 빛을 그대로 들이지 않고, 항상 무언가를 통해 여과(Filtering)시킨다.

  • 폴리카보네이트: 반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는 빛을 산란시킨다. 이는 내부의 형체를 흐릿하게 만들어 신비감을 준다. 헤르마 주차빌딩에서 5겹의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은 단열 효과(기능)뿐만 아니라, 빛의 깊이감(미학)을 만들어낸다.10
  • 중정(Courtyard)과 천창: 그는 건물 내부에 빛의 우물(Well of Light)을 만든다. 이는 용적률 측면에서는 손해(공간의 잉여)지만, 거주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치다.

5. 가면과 필터: 사회적 인터페이스로서의 파사드

5.1 페르소나의 구축

융(Jung)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 적응을 위해 쓰는 가면이다. 건축에서 파사드는 건물의 페르소나다. 이정훈은 파사드를 통해 건물의 '사회적 성격'을 규정한다.

  • 방어적 가면: 도시의 소음과 시선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파사드는 견고하고 폐쇄적일 수 있다. Curving House의 도로변 입면은 창을 최소화하고 벽돌 텍스처를 강조하여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방어적 제스처를 취한다.
  • 유혹적 가면: 반면 상업 시설이나 주차장의 파사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화려하고 개방적이다. Herma Parking의 파사드는 끊임없이 변하는 빛의 반사를 통해 행인들에게 시각적 유희를 제공한다.

5.2 필터링의 기술

이정훈의 파사드는 종종 '두꺼운 피부'로 나타난다. 단순한 표피가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는 볼륨으로서의 파사드다.

  • 다공성(Porosity): 벽돌을 비워 쌓거나(영롱쌓기), 금속 메쉬를 사용하는 방식은 벽에 구멍을 낸다. 이 구멍들은 바람길이 되고 빛의 통로가 된다. 시각적으로는 막혀 있으나 물리적으로는 뚫려 있는 이 모호함이 공간의 풍요로움을 더한다.
  • 프레임(Frame): 그는 창을 통해 풍경을 액자화한다. 남해의 대나무 숲을 바라보는 창은 그 자체가 하나의 그림이 된다. 여기서 건축적 장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의 의도대로 편집(Editing)하여 보여주는 잉여적 도구다.

6. 모래시계형 사회에서의 건축적 실천

6.1 양극화와 건축의 책임

'모래시계형 사회'는 중산층의 몰락과 계층 간 이동 사다리의 붕괴를 의미한다.9 이는 건축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소수의 럭셔리 프로젝트와 다수의 생계형 프로젝트. 건축가는 이 양극단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정훈의 '티모스' 담론은 이에 대한 윤리적 대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모든 건축은 존엄하다"는 것이다. 예산이 적다고 해서, 기능이 천하다고 해서(예: 주차장, 공장), 건축적 잉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열악한 조건일수록 건축가의 창의적 잉여(아이디어, 디테일)를 통해 그 가치를 증폭시켜야 한다.

6.2 일상의 미학적 구원

이정훈의 건축은 일상적 풍경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동네의 작은 빌라, 골목길의 주차장이 아름다워질 때,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티모스도 고양된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이용하는 건물이 아름답다"는 감각은 시민들에게 자존감을 부여한다. 이것이 건축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다.

생산적 잉여는 따라서 사치가 아니라 '공공재'다. 건물의 외관은 사유재산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도시 경관은 공공의 것이다. 이정훈이 파사드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것이 도시와 나누는 대화의 창구이기 때문이다.


7. 결론

이정훈의 건축 담론인 '티모스'와 '생산적 잉여'는 현대 건축이 직면한 물질성과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이론적 도구다. 그는 철학적 개념을 추상적인 언어 유희로 남겨두지 않고, 벽돌 한 장, 강철 한 가닥의 구체적인 구축 행위(Tectonics)로 치환해 냈다.

그의 건축에서 티모스는 건물이 도시 속에서 외치는 존재의 함성이며, 생산적 잉여는 그 함성에 울림을 주는 성대와 같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차가운 기계적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과 재료의 물성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무대 장치로 사용된다.

결국 이정훈이 추구하는 것은 '기억되는 건축'이다. 소비되고 버려지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거칠고 무겁고 복잡한 텍토닉을 통해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축. 그것이 그가 지향하는 '티모스를 향한(Toward the Thymos)' 여정의 목적지다. 현대 건축의 물성과 구축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단순한 건자재의 조합을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보고서 종료.

참고 자료

  1. SPAC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spacem.org/eng/archive/spc_list.html?s_key=Jeongho
  2. SPACE-Toward the Thymos | Seolhaeone and JOHO Architectur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vmspace.com/eng/report/report_view.html?base_seq=MzEzMQ==
  3. Fukuyama on Trust and Recognition by Andy Blunden - Ethical Politic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ethicalpolitics.org/ablunden/works/fukuyama.htm
  4. A CRITICAL LOOK AT FRANCIS FUKUYAMA'S CONCEPT OF THYMOS Krytyczne spojrzenie na koncepcję thymos Francisa Fukuyam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czasopisma.uwm.edu.pl/index.php/hip/article/download/6747/5008/13952
  5. the production of architecture - DSpace@MIT,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space.mit.edu/bitstream/handle/1721.1/78526/24916549-MIT.pdf?sequence=2&isAllowed=y
  6. A BRIEF ANALYSIS OF FUKUYAMA'S THESIS "THE END OF HISTORY?" - DergiPark,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ergipark.org.tr/en/download/article-file/100889
  7. Identity: The Demand for Dignity and the Politics of Resentment - psipp itb ad,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psipp.itb-ad.ac.id/wp-content/uploads/2020/10/Francis-Fukuyama-Identity_-The-Demand-for-Dignity-and-the-Politics-of-Resentment-0-Farrar-Straus-and-Giroux.pdf
  8. FEB 2 320071 - DSpace@MIT,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space.mit.edu/bitstream/handle/1721.1/38601/156929155-MIT.pdf?sequence=2&isAllowed=y
  9. The Wealth Exodus: Redrawing the Demographic Map - Arton Capital,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toncapital.com/industry-news/the-wealth-exodus-redrawing-the-demographic-map/
  10. Herma Parking Building / JOHO Architecture | ArchDail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226089/herma-parking-building-joho-architecture
  11. Growth, accumulation, and unproductive activity - can b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digamo.free.fr/wolff87.pdf
  12. Crossing Bricks / JOHO Architectur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brickarchitecture.com/projects/crossing-bricks-joho-architecture
  13. Scale-ing House - DOMUS,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domusweb.it/en/architecture/2015/08/06/joho_architecture_scale_ing_house.html
  14. On Surplus, Part 3: How Surplus (Wealth) is Created - Resilience.org,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ilience.org/stories/2016-08-22/on-surplus-part-3-how-surplus-wealth-is-created/
  15. TECTONICS IN ARCHITECTURE: JUN 0 6 1986 - DSpace@MIT,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space.mit.edu/bitstream/handle/1721.1/78804/15434951-MIT.pdf?sequence=2&isAllowed=y
  16. New Technology, New Tectonics? - On Architectural and Structural Expressions with Digital Tools - Chalmers Publication Library,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publications.lib.chalmers.se/records/fulltext/165235/local_165235.pdf
  17. The Curving House by JOHO Architecture - Dezeen,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13/02/18/the-curving-house-by-joho-architecture/
  18. JOHO Architecture · Namhae Cheo-ma house - Divisar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divisare.com/projects/223225-joho-architecture-namhae-cheo-ma-house
  19. JOHO Architecture's Lattice-Wrapped Namhae House Harmonizes With Nature - Inhabitat,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inhabitat.com/joho-architectures-lattice-wrapped-namhae-house-harmonizes-with-nature/
  20. Possibilities and limitations of natural ventilation in restored industrial archaeology buildings with a double-skin façade in Mediterranean climates | Request PDF - ResearchGate,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22113428_Possibilities_and_limitations_of_natural_ventilation_in_restored_industrial_archaeology_buildings_with_a_double-skin_facade_in_Mediterranean_climates
  21. CONSTRUCTION SOLUTIONS Foong Jia Yang_compressed (1) | PDF | Lumber - Scribd, 12월 4,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948611494/CONSTRUCTION-SOLUTIONS-Foong-Jia-Yang-compressed-1

 

서론: 매개된 물질성과 흔적의 존재론

 

현대 건축의 담론은 물리적 구축(construction)과 디지털 재현(representation) 사이의 불확실한 경계에 서 있다. 건축가가 스크린 위에서 조작하는 형상과 현장에서 물질화되는 실체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매체(media)'가 개입한다. 과거의 도면이 시공을 위한 투명한 지시서에 불과했다면, 오늘날의 디지털 데이터는 그 자체로 물리적 세계를 침범하고 변형시키는 능동적인 행위자(agent)로 기능한다. 본 보고서는 "건축은 매체를 거치며 필연적으로 남기는 흔적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명제에 기반하여,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잔여물—특히 CNC 밀링의 툴 패스(Tool Path)와 브릿지(Bridge/Tab)—을 건축적 디자인의 핵심 어휘로 재해석하는 방법론을 탐구한다.

이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이론적 축을 설정한다. 첫째는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가 제시한 '매체로서의 건축(Architecture as Media)'과 '복합성(Complexity)'의 개념이다. 둘째는 마이클 영(Michael Young)이 주장하는 '낯설게 하기(Estrangement)'와 '리얼리즘(Realism)'의 동시대적 해석이다. 이 두 이론적 배경은 기계 가공의 흔적을 단순한 공학적 오차가 아닌, 건축의 의미를 생산하는 미학적 장치로 격상시키는 토대를 제공한다.

우리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된 이미지가 물리적 재료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마찰, 즉 '글리치(Glitch)'와 '해상도(Resolution)'의 차이가 어떻게 새로운 장식론(Ornament)으로 진화하는지 분석할 것이다. 나아가 코르크(Cork)와 같은 구체적인 재료 연구와 툴 패스 전략의 기술적 분석을 통해, 매체의 불투명성을 긍정하는 새로운 건축적 리얼리즘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이론적 지평: 기호, 매체, 그리고 낯설게 하기

 

건축에서의 매체 논의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 건축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로버트 벤투리로부터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의 기호학적 전환과 마이클 영으로 대변되는 현대의 객체 지향적, 이미지 중심적 담론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의 흔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1.1 로버트 벤투리: 소통하는 표면과 복합성

 

로버트 벤투리의 1966년 저서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은 모더니즘의 순수주의와 환원주의에 대한 강력한 반기였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적은 것이 더 많다(Less is More)"라는 명제에 대해 벤투리는 "적은 것은 지루하다(Less is a Bore)"라고 응수하며, 건축이 가진 풍부한 의미의 층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

 

1.1.1 매체로서의 건축 (Architecture as Media)

 

벤투리에게 건축물은 물리적 쉘터(Shelter)를 넘어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였다. 그는 『라스베가스의 교훈(Learning from Las Vegas)』(1972)에서 상업적 간판과 빌보드가 건물의 형태보다 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함을 역설하며, '장식된 헛간(Decorated Shed)'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3 이는 건축의 표면(Surface)이 내부 공간의 기능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모더니즘의 도덕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호 체계를 갖춘 스크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5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의 관점에서 벤투리의 이론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CNC 밀링으로 가공된 표면의 텍스처는 과거의 장식이나 간판처럼 시각적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적 표면'이 된다. 벤투리가 2차원의 그래픽과 텍스트를 통해 건축의 매체성을 강조했다면, 현대의 디지털 장인은 3차원의 툴 패스와 질감을 통해 재료의 물성과 공정의 역사를 전달한다.

 

1.1.2 어려운 전체 (The Difficult Whole)

 

벤투리는 모순되는 요소들을 억지로 통합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한 채 포용하는 "어렵고 까다로운 전체(The Difficult Whole)"를 추구했다.6 이는 오늘날 디지털 디자인과 물리적 생산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유효하다. 완벽한 수학적 모델(NURBS)과 불완전하고 거친 재료(Matter) 사이의 불일치는 해결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디자인이 수용해야 할 '복합성'이다. 툴 패스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는 것은 매끄러운 디지털 세계와 거친 물리적 세계의 '모순적 병존'을 허용하는 벤투리적 태도의 계승이라 할 수 있다.

 

1.2 마이클 영: 낯설게 하기와 리얼리즘의 미학

 

마이클 영(Young & Ayata)은 벤투리의 논의를 디지털 이미지의 시대로 확장하며, 현대 건축에서 '리얼리즘'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그의 저서 『The Estranged Object』(2015)와 『Reality Modeled After Images』는 이미지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현실이 이미지를 모델로 삼는 역설적 상황을 탐구한다.7

 

1.2.1 낯설게 하기 (Estrangement/Ostranenie)

 

마이클 영의 핵심 이론인 '낯설게 하기'는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가 빅토르 슈크로프스키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이는 대상을 지각하는 과정을 어렵고 지연되게 만듦으로써, 관습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하는 예술적 기법이다.9 건축에서 이는 익숙한 형태나 재료를 디지털 조작을 통해 기이하고 낯선 상태로 변형시킴으로써 달성된다.

CNC 가공의 흔적, 즉 툴 패스는 이러한 '낯설게 하기'의 강력한 도구이다. 매끄러워야 할 곡면이 픽셀화된 계단 형태나 거친 절삭 자국으로 나타날 때, 관찰자는 그 표면에서 익숙한 재료의 물성과는 다른 낯선 감각을 느낀다. 이는 자동화된 기계의 언어와 자연 재료가 충돌하며 발생하는 미적 긴장감이며, 영은 이를 통해 건축이 단순한 기능적 건물을 넘어 미적 대상(Aesthetic Object)으로 승화된다고 본다.

 

1.2.2 매체 특수성의 거부와 오독 (Misreading)

 

전통적인 예술 이론, 특히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각 예술이 그 매체의 고유한 특성(Media Specificity)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이클 영은 디지털 시대의 건축이 매체 특수성에 갇히기보다, 언어학적 접근과 매체 간의 전이(Transference)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11

이는 CNC 가공에서 '오독(Misreading)'의 전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진 이미지를 하이트맵(Height map)으로 변환하여 목재에 조각하거나, 3D 스캔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저해상도로 변환하여 가공하는 행위이다. 영의 프로젝트인 'Vessel'에서 볼 수 있듯이, 박물관이라는 유형을 다룰 때 맥락을 낯설게(estrangement of context) 하여 익숙한 것을 새로운 용어로 보게 하는 전략은, 패브리케이션 단계에서 툴 패스를 통해 재료를 낯설게 만드는 전략과 상응한다.9

비교 분석 로버트 벤투리 (포스트모더니즘) 마이클 영 (동시대 디지털 담론)
핵심 화두 기호(Sign)와 상징(Symbol) 이미지(Image)와 객체(Object)
매체의 역할 의미 전달을 위한 표면 (Decorated Shed) 현실을 구성하고 왜곡하는 틀 (Mediation)
미적 전략 복합성과 대립성, 인용, 콜라주 낯설게 하기(Estrangement), 오독(Misreading)
흔적의 의미 역사적, 상업적 맥락의 수용 디지털-물리적 변환 과정의 미학화
건축적 태도 "Less is a Bore" (지루함 거부) "Realism of the Estranged" (관습적 인식 거부)

2. 매체의 기술적 흔적: CNC 툴 패스와 브릿지의 디자인 방법론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CNC 밀링이라는 구체적인 매체가 건축 부재에 남기는 물리적 흔적들을 분석한다. 이 흔적들은 제거되어야 할 '노이즈'가 아니라,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디자인해야 할 '신호'이다.

 

2.1 툴 패스(Tool Path): 절삭의 궤적에서 생성의 드로잉으로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가공은 본질적으로 감산 제조(Subtractive Manufacturing) 방식을 따르지만, 툴 패스의 디자인은 재료 표면에 새로운 질감을 부여하는 가산적(Additive)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14

 

2.1.1 가시적 툴 패스(Visible Toolpath)와 텍스처링

 

일반적인 산업 가공에서 툴 패스는 샌딩이나 폴리싱을 통해 지워져야 할 자국이다. 그러나 '매체로서의 건축' 관점에서는 이 경로가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가 된다. 마스터캠(Mastercam)이나 라이노캠(RhinoCAM)과 같은 CAM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툴의 경로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16

  • 텍스처 툴 패스 (Texture Toolpath): Fusion 360, Vectric 등의 소프트웨어는 '텍스처 툴 패스' 기능을 통해 툴의 진입 깊이(Cut Depth), 길이, 중첩 등을 무작위 혹은 규칙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한다.18 이를 통해 파도 모양, 나무껍질 질감, 혹은 기하학적인 패턴을 재료에 새길 수 있다. 이는 툴의 형상(Ball nose, V-bit 등)을 재료에 투사하여, 기계적인 반복 속에 유기적인 변주를 만들어낸다.
  • 스텝오버(Step-over)와 해상도: 볼 엔드밀(Ball-end mill)을 사용한 3축 가공에서 스텝오버(경로 간 간격)를 넓게 설정하면 '스캘럽(Scallop)'이라 불리는 융기된 패턴이 남는다.21 LMN Architects의 사례처럼, 건축가는 이를 이용해 지형의 등고선이나 물결의 흐름을 표현하며, 디지털 모델의 해상도를 물리적 패턴으로 치환한다.21 이는 마이클 영이 언급한 "이미지의 해상도가 현실의 질감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1.2 글리치 미학(Glitch Aesthetics)과 기계의 손길

 

CNC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한계는 '글리치 미학'의 관점에서 재해석된다. 켈리 브라이언트(Kelly Bryant)의 작업은 3D 스캐닝의 데이터 오류를 패브릭 패턴으로 전환하여 건축적 형태에 입히는 방식을 보여준다.22 CNC 가공에서도 이송 속도(Feed Rate)의 급격한 변화나 축의 미세한 떨림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패턴은 기계가 가진 고유한 '손맛(Machine's Hand)'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공정이 완벽하게 통제 가능하다는 환상을 깨고, 기계라는 매체의 불투명성을 드러내는 행위이다.10

 

2.2 브릿지(Bridge/Tab): 구조적 필요에서 장식적 패턴으로

 

브릿지(또는 탭)는 가공 중인 부재가 모재(Stock)에서 분리되어 튀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남겨두는 연결 부위이다.24 전통적으로 이는 후가공 단계에서 잘라내고 갈아내야 할 귀찮은 존재였으나, 이를 디자인의 일부로 수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2.2.1 형태적 유형: 삼각형 vs 직사각형

 

CAM 소프트웨어는 주로 직사각형(Rectangular)과 삼각형(Triangular) 형태의 탭을 제공한다.24

  • 직사각형 탭: 툴이 수직으로 상승하여 이동 후 다시 하강하는 방식으로 생성된다. 구조적으로 튼튼하지만 툴의 급격한 방향 전환(Plunge)으로 인해 가공 시간이 길어지고 툴 마크(dwell mark)가 남기 쉽다.27
  • 삼각형 탭: 툴이 Z축으로 서서히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램핑(Ramping) 동작을 통해 생성된다. 이는 툴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부재의 측면에 부드러운 피라미드 형태의 흔적을 남긴다.28

 

2.2.2 브릿지의 패턴화와 미적 전유

 

브릿지를 단순히 부재 고정용으로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된 간격으로 배치하여 가장자리의 장식적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 스티치(Stitch)와 이음새: 규칙적으로 배열된 삼각형 탭은 마치 옷감의 스티치나 우표의 절취선과 같은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이는 재료가 절단되었으나 아직 모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며, 생산의 순간을 건축물에 영구적으로 동결시킨다.
  • 빛과 그림자: 탭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얇게 남겨두거나, 투과성 재료(플라스틱, 얇은 목재)를 사용할 경우, 탭은 빛을 조절하는 루버(Louver)나 스크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벤투리가 말한 "이중 기능을 하는 요소(Double-Functioning Element)"의 현대적 적용이다.
툴 패스 및 브릿지 유형 기술적 특성 미적/디자인적 효과 관련 이론/개념
Texture Toolpath 무작위/규칙적 패턴 생성, 깊이 조절 가능 유기적 질감, 기계적 반복의 변주 디지털 공예 (Digital Craft)
Scalloping (Step-over) 볼 엔드밀 가공 시 경로 간 잔여물 해상도의 시각화, 등고선 효과 낯설게 하기, 해상도 전이
Triangular Tabs 3D 램핑 이동, 연속적 가공 측면의 리듬감, 부드러운 그림자 기능의 장식화, 이중 기능 요소
Glitch/Error 데이터 누락, 기계적 진동 예측 불가능한 패턴, 매체의 노출 글리치 미학, 매체의 불투명성

3. 물질성의 재발견: 코르크와 디지털 텍스처의 결합

 

디지털 매체의 흔적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재료 중 하나는 코르크(Cork)이다. 코르크는 그 자체로 독특한 세포 구조와 물성을 지니고 있으며, CNC 가공 시 툴의 궤적을 선명하면서도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3.1 코르크의 물성과 가공학적 특성

 

코르크는 수베린(Suberin)과 리그닌(Lignin)을 포함한 세포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탄성이 뛰어나고 단열 및 방음 효과가 우수하다.30 특히 팽창 탄화 코르크(Expanded Insulation Cork Board)는 별도의 접착제 없이 자체 수지만으로 결합되어 친환경적이며, 균질한 밀도를 가지고 있어 CNC 가공에 적합하다.32

  • 절삭 특성: 목재는 결(Grain) 방향에 따라 뜯김(Tear-out) 현상이 발생하기 쉽지만, 입자형태로 압축된 코르크는 방향성이 없어(Isotropic) 툴이 지나간 자리를 정직하게 보존한다. 이는 고해상도의 디지털 텍스처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3.2 사례 연구: 디지털 공예의 실천



3.2.1 Tomas Kral의 'Plug'와 툴 마크의 승인

 

스위스 ECAL 출신의 디자이너 토마스 크랄(Tomas Kral)의 'Plug' 컬렉션은 유리 용기와 결합된 코르크 마개/부품으로 구성된다.33 크랄은 CNC 밀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친 툴 자국을 샌딩하여 없애지 않고, 오히려 이를 디자인의 핵심 텍스처로 부각시켰다. 매끄러운 유리 표면과 대조되는 코르크의 층진 툴 패스는 "2차원 도면을 통해 3차원 객체를 구축하는" 디지털 생산 방식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33 이는 툴 패스 자체가 장식(Ornament)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3.2.2 GENCORK: 생성형 알고리즘과 자연의 융합

 

포르투갈의 브랜드 GENCORK는 코르크 패널에 생성형 디자인(Generative Design)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복잡한 3차원 패턴을 밀링한다.32 이 과정에서 툴 패스는 알고리즘이 생성한 수학적 곡면을 물리적 재료에 새기는 펜(Pen)의 역할을 한다. 브릿지와 툴 패스의 깊이 변화는 코르크의 다공성 표면과 상호작용하여 빛과 소리를 흡수하고 산란시키는 기능적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는 "Less is a Bore"를 넘어 "Smooth is a Bore"를 외치며, 복잡하고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3.2.3 마이클 영과 쿠탄 아야타의 실험

 

마이클 영과 쿠탄 아야타(Young & Ayata)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재료의 물성과 디지털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들의 작업에서 표면은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색상, 질감, 그리고 형태가 혼합된 '회화적 구축(Painterly Tectonics)'의 장이다.9 코르크와 같은 재료를 사용할 때, 그들은 재료가 가진 '자연스러움'을 디지털 조작을 통해 '낯선 사물(Estranged Object)'로 변환시킨다. 예를 들어, 코르크의 거친 질감을 극도로 확대하거나 왜곡된 툴 패스로 가공함으로써, 관찰자가 그것을 코르크인지 혹은 디지털 렌더링인지 혼동하게 만드는 '미적 의심(Aesthetics of Doubt)'을 유발한다.7


4. 종합 분석: 흔적의 디자인과 제3의 리얼리즘



4.1 데이터와 물질의 마찰 (Friction between Data and Matter)

 

사용자가 제기한 "매체를 거치며 필연적으로 남기는 흔적"은 디지털 데이터가 물리적 실체로 전이될 때 발생하는 저항의 증거이다. 마이클 영이 지적했듯, 현대 건축은 이미지를 모델로 삼아 현실을 구축한다(Reality Modeled After Images).8 그러나 이 전이 과정은 매끄럽지 않다. 앤드밀의 회전 반경, 재료의 저항, 기계의 한계는 데이터의 순수성을 오염시킨다.

하지만 이 '오염'이야말로 건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원천이다. 툴 패스와 브릿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건축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최종 형태'에서 '생성 과정(Process)'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계와의 협업(Authorship)을 통해,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지점을 설계하는 것이다. 삼각형 탭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코드(Code)의 논리와 재료(Matter)의 물성이 타협한 결과물이며,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구축적 정직성(Tectonic Honesty)'이라 할 수 있다.

 

4.2 벤투리의 유산과 디지털 글리치의 공명

 

로버트 벤투리가 고전적 요소와 상업적 키치(Kitsch)를 충돌시켜 '복합성'을 만들어냈다면, 현대의 디지털 건축가는 정밀한 알고리즘과 불완전한 패브리케이션을 충돌시켜 '글리치'를 만들어낸다.

  • 이중 기능의 장식: 벤투리의 '이중 기능 요소' 개념은 CNC 브릿지에서 완벽하게 재현된다. 브릿지는 부재를 고정하는 구조적 기능과, 표면에 패턴을 부여하는 장식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 의도된 오독: 벤투리가 역사적 양식을 인용하며 맥락을 비틀었듯이, 마이클 영은 디지털 기술을 '오독'하여 사용한다. 정밀 가공을 위한 CNC를 거친 텍스처 생성기로 사용하거나, 3D 스캔의 오류를 디자인 언어로 채택하는 것은 기술 결정론적 시각에서 벗어나 기술을 문화적 매체로 전유하는 행위이다.

5. 확장 연구: 도시적 이동성의 흔적과 '카제테리언'의 건축

 

앞서 논의한 CNC 가공이 물질에 새겨지는 '제작의 흔적'을 다루었다면, 건축가 조민석(매스스터디스)의 에세이 『이동성에 관한 소사』는 도시 공간에 새겨지는 '이동의 흔적'과 그에 적응하는 인간의 태도를 조명한다. 본 장에서는 해당 텍스트를 바탕으로 **'카제테리언(Car-getarian): 과잉 사회에서의 자발적 결핍과 도시 이동성의 재구성'**이라는 주제의 석사 학위 논문 구조를 제안하고 서술한다.

 

5.1 논문 개요 및 문제 제기

 

본 논문은 현대 도시 문명의 과잉(Excess) 상태에서 파생된 '카제테리언(Car-getarian)'이라는 신조어를 중심으로,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계획이 남긴 물리적/사회적 흔적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건축적 태도를 모색한다. 조민석은 자동차(Car)와 채식주의자(Vegetarian)를 합성하여,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도시의 다양한 층위를 향유하는 자발적 결핍의 주체를 정의했다.

  • 연구 질문: 자동차라는 20세기의 지배적 매체가 도시에 남긴 상처(고가도로, 주차장)와 흔적을 21세기의 건축가는 어떻게 치유하거나 재전유할 것인가?
  • 핵심 개념: 카제테리언(Car-getarian), 자발적 결핍(Voluntary Deprivation), 7온 8냉(7 Hot 8 Cold)의 도시 리듬.

 

5.2 1장: 도시별 이동성의 계보학 (Comparative Urbanism)

 

에세이에서 언급된 도시들은 각기 다른 이동성의 진화 단계를 보여주는 텍스트로 읽힌다.

 

5.2.1 맨해튼: 흐름의 투쟁 (Jacobs vs. Moses)

 

뉴욕은 로버트 모세스(Robert Moses)의 자동차 중심 고속도로 계획과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의 보행자 중심 저항이 충돌한 역사적 현장이다. 제이콥스의 승리로 보존된 그리니치 빌리지 등의 보행 친화적 조직은 도시의 사회적 자본이 '속도'가 아닌 '교차'에서 옴을 증명한다. 이는 오늘날 모스크바와 같이 뒤늦게 자동차 중심 개발로 신음하는 도시들과 대조된다.

 

5.2.2 로테르담: 공존의 안무 (Choreography of Coexistence)

 

로테르담은 자동차, 자전거, 전차, 보행자가 하나의 도로 표면 위에서 공존하는 정교한 '교통 안무'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라, 유년기부터 체화된 사회적 합의와 예절의 결과물이다. 20세기 중반 자동차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은 자전거 문화는 인프라가 아닌 '문화적 소프트웨어'가 도시의 이동성을 결정함을 시사한다.

 

5.2.3 서울: '매드 맥스'와 '직주근접'의 생존술

 

서울은 20세기 압축 성장의 결과로 "분노의 도로(Mad Max)"와 같은 과잉된 자동차 환경을 갖게 되었다. 이에 대한 개인적 적응 전략으로 조민석은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의 근접)'을 택했다. 이는 물리적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여 삶의 질을 확보하려는 실용적 선택이자, 거대 도시의 인프라 의존도를 낮추는 '카제테리언'적 실천이다.

 

5.3 2장: '7온 8냉'의 방법론과 시차적 공존

 

조민석은 냉온욕법인 '7온 8냉'(냉탕 8회, 온탕 7회 왕복)을 도시 생활의 리듬에 비유한다. 이는 단순히 빠름과 느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속도를 교차시키며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다.

  • 속도의 몽타주: 21세기의 초고속 통신망과 KTX(온탕)를 이용하면서도, 동시에 19세기의 보행 속도(냉탕)로 마을을 경험하는 삶이다. 이러한 시차적 공존(Anachronistic Coexistence)은 과잉 연결된 사회에서 개인의 고유성을 지키는 방패막이가 된다.

 

5.4 3장: 미래의 시나리오 — 주차장의 유적화와 여가로서의 운전

 

논문은 자동차의 미래를 '승마'의 역사에 비유하며 결론을 맺는다. 과거 필수 이동 수단이었던 말이 현재는 스포츠나 여가(승마)로 남았듯, 자율주행과 공유 경제의 시대에 직접 운전하는 행위는 특수한 취미 활동으로 변모할 것이다.

  • 공간적 함의: 이 시나리오에서 현재 도시의 막대한 면적을 점유하고 있는 주차장은 고대의 유적처럼 남아,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전용될 잠재력을 가진다. 베니스의 보행 경험과 브라질리아의 자동차 경험이 극단적으로 대조되듯, 미래의 서울은 이 두 가지 층위가 '7온 8냉'처럼 혼합된 하이브리드 도시로 진화해야 한다.

결론: 매체의 불투명성을 긍정하는 건축

 

건축이 매체를 거치며 남기는 흔적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매체를 투명한 도구로만 바라보았던 모더니즘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영과 동시대의 실험적 건축가들이 보여주듯, 매체는 불투명하며 그 자체의 두께와 저항을 가지고 있다. CNC 밀링의 툴 패스와 브릿지는 그 불투명성이 물리적으로 드러난 '매체의 살(Flesh of the Media)'이다.

우리는 브릿지를 샌딩하여 지우거나 툴 패스를 매끄럽게 연마하여 '디지털 생산의 흔적'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재고해야 한다. 대신, 삼각형 브릿지의 램핑 궤적을 패턴화하고, 스캘럽의 거친 질감을 텍스처로 승인하는 디자인을 통해 기술적 공정을 건축의 미학적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은 것은 지루하다"는 벤투리의 외침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계승하는 길이며, 낯설게 하기(Estrangement)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새롭게 지각하게 만드는 건축의 윤리적, 미학적 태도이다.

결론적으로, 건축가는 3D 모델링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회전하는 앤드밀의 물리적 궤적과 그로 인해 남겨질 거친 흔적까지 예견하고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도시라는 거대한 매체 위에서, 자동차의 궤적과 보행의 리듬을 '7온 8냉'의 방식으로 조율하는 '이동성의 안무가'가 되어야 한다. 툴 패스는 도면이고, 브릿지는 장식이며, 카제테리언의 산책은 도시에 새기는 저항의 드로잉이다.

참고 자료

  1. Interaction between Media and Architecture in the Postmodern Epoch - Eastern Mediterranean University,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i-rep.emu.edu.tr:8080/xmlui/bitstream/handle/11129/3606/taskiranlardervis.pdf?sequence=1
  2. “Less Is More” vs. “Less Is a Bore”: Whose Camp Are You In? - Architizer Journal,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izer.com/blog/practice/details/less-is-more-vs-less-is-a-bore/
  3. I AM A MONUMENT—CCTV Wardrobe (2012, made 2016) - Li Naihan | Objects | M+,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mplus.org.hk/en/collection/objects/i-am-a-monumentcctv-wardrobe-20171/
  4. Free Access Architecture As Signs And Systems For A Mannerist Tim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prod.ials.sas.ac.uk/pentertainn/25366IL/vestablishb/82979IL302/architecture+as+signs+and+systems+for+a+mannerist+time.pdf
  5. MEDIA AND ARCHITECTURE | Words In Space - Shannon Matter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icd.wordsinspace.net/wp-content/uploads/2012/01/MatternMediaArchItectureSpring2012.pdf
  6.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 MoMA,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ssets.moma.org/d/pdfs/W1siZiIsIjIwMTkvMDcvMDEvOHI4MnI1aW1qcV9XZWJTYW1wbGVfQ29tcGxleGl0eV9Wb2xfMWFuZDIucGRmIl1d/WebSample_Complexity_Vol_1and2.pdf?sha=de7bd6b30f97ab4e
  7. THE ESTRANGED - Squarespac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3d133fee4b088cc18049660/t/56ffe600b09f95bfee62494b/1459611151715/Young+%26+Ayata_The+Estranged+Object_X.pdf
  8. Reality Modeled After Images - 20th-CENTURY ARCHITECTUR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istory.org/books/Reality%20Modeled%20After%20Images.pdf
  9. Michael Young | cooperedu - Cooper Unio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cooper.edu/architecture/people/michael-young
  10. Current Dichotomies: Seven Reminders to Contemporary Architects - New Prairie Pres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newprairiepress.org/cgi/viewcontent.cgi?article=1525&context=oz
  11. Digital Signifiers in an Architecture of Information; From Big Data,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pi.pageplace.de/preview/DT0400.9781000882667_A46514680/preview-9781000882667_A46514680.pdf
  12. Digital Signifiers in an Architecture of Information: From Big Data and Simulation to Artificial Intelligence 1032272686, 9781032272689 - DOKUMEN.PUB,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dokumen.pub/digital-signifiers-in-an-architecture-of-information-from-big-data-and-simulation-to-artificial-intelligence-1032272686-9781032272689.html
  13. Learning to Draw Through Digital Modelling - ERIC,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iles.eric.ed.gov/fulltext/EJ1119569.pdf
  14. What is CNC Toolpath: Definition, Applications and Types - 3ERP,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3erp.com/blog/cnc-machining-toolpath/
  15. What Materials Can CNC Machines Cut? And How To Choose The Right On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cnc-world.co.uk/what-materials-can-cnc-machines-cut-and-how-to-choose-the-right-one/
  16. Introduction to Multiaxis Toolpaths - Mastercam,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mastercam.dk/download/mastercam/tutorials/Introduction_to_Multiaxis_Toolpaths.pdf
  17. Introduction To Multiaxis Toolpaths PDF | PDF | Machine Tool | Rotation Around A Fixed Axi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338772970/Introduction-to-Multiaxis-Toolpaths-pdf
  18. Make AMAZING designs with these tips! - Learn Your CNC Academy,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learnyourcnc.com/blog/make-amazing-designs-with-these-tips
  19. Texture Toolpath - Carveco Training,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learn.carveco.com/toolpaths-and-machining/maker-plus-machining-features/texture-toolpath/
  20. How to use the texture toolpath in Vectric software - YouTub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LXQai4Dt264
  21. RhinoCAM & Architectural Design Meet Head-O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mecsoft.com/CaseStudies/RhinoCAM_Architectural_Design_Meet.pdf
  22. News — Fab Lab South West,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ablabsouthwest.org.uk/news/
  23. THE NEW AESTHETIC AND ART: - Institute of Network Culture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networkcultures.org/wp-content/uploads/2016/07/TOD20-final.pdf
  24. CNC Manual2018 | PDF | Machining - Scribd,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811688532/Cnc-Manual2018
  25. Fusion Help | Tabs reference | Autodesk,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help.autodesk.com/view/fusion360/ENU/?guid=MFG-REF-2D-CONTOUR-TABS
  26. RhinoCAM Profile-NEST 2020 Reference - MecSoft Corporatio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mecsoft.com/wp-content/uploads/2022/04/RhinoCAM-Profile-NEST2020-Reference.pdf
  27. How to reduce the plunge or ramp speed for tabs in Fusion 360 - Autodesk,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autodesk.com/support/technical/article/caas/sfdcarticles/sfdcarticles/CNC-path-issue-abbreviated-tool-life.html
  28. New to Fusion 360 and CNC. Have a lot of plunges to do rounded corners with 2D Contour, can this be fixed? - Autodesk Forum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orums.autodesk.com/t5/fusion-manufacture/new-to-fusion-360-and-cnc-have-a-lot-of-plunges-to-do-rounded/td-p/10290293
  29. How do I get rid of these lines/ marks on the side? : r/Fusion360 - Reddit,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Fusion360/comments/16flevo/how_do_i_get_rid_of_these_lines_marks_on_the_side/
  30. (PDF) Cork: Properties, capabilities and applications - ResearchGat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15443157_Cork_Properties_capabilities_and_applications
  31. Cork-Containing Barks—A Review - Frontier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materials/articles/10.3389/fmats.2016.00063/full
  32. WE BRING NATURE INSIDE YOUR ROOMS - Freund GmbH,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reundgmbh.com/fileadmin/user_upload/Freund_GmbH_Downloads/2023-ENG-Freund-Catalogue.pdf
  33. Plug by Tomas Kral | Dezee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08/07/07/plug-by-tomas-kral/

참고 자료

  1. Interaction between Media and Architecture in the Postmodern Epoch - Eastern Mediterranean University,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i-rep.emu.edu.tr:8080/xmlui/bitstream/handle/11129/3606/taskiranlardervis.pdf?sequence=1
  2. “Less Is More” vs. “Less Is a Bore”: Whose Camp Are You In? - Architizer Journal,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izer.com/blog/practice/details/less-is-more-vs-less-is-a-bore/
  3. I AM A MONUMENT—CCTV Wardrobe (2012, made 2016) - Li Naihan | Objects | M+,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mplus.org.hk/en/collection/objects/i-am-a-monumentcctv-wardrobe-20171/
  4. Free Access Architecture As Signs And Systems For A Mannerist Tim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prod.ials.sas.ac.uk/pentertainn/25366IL/vestablishb/82979IL302/architecture+as+signs+and+systems+for+a+mannerist+time.pdf
  5. MEDIA AND ARCHITECTURE | Words In Space - Shannon Matter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icd.wordsinspace.net/wp-content/uploads/2012/01/MatternMediaArchItectureSpring2012.pdf
  6.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 MoMA,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ssets.moma.org/d/pdfs/W1siZiIsIjIwMTkvMDcvMDEvOHI4MnI1aW1qcV9XZWJTYW1wbGVfQ29tcGxleGl0eV9Wb2xfMWFuZDIucGRmIl1d/WebSample_Complexity_Vol_1and2.pdf?sha=de7bd6b30f97ab4e
  7. THE ESTRANGED - Squarespac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3d133fee4b088cc18049660/t/56ffe600b09f95bfee62494b/1459611151715/Young+%26+Ayata_The+Estranged+Object_X.pdf
  8. Reality Modeled After Images - 20th-CENTURY ARCHITECTUR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istory.org/books/Reality%20Modeled%20After%20Images.pdf
  9. Michael Young | cooperedu - Cooper Unio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cooper.edu/architecture/people/michael-young
  10. Current Dichotomies: Seven Reminders to Contemporary Architects - New Prairie Pres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newprairiepress.org/cgi/viewcontent.cgi?article=1525&context=oz
  11. Digital Signifiers in an Architecture of Information; From Big Data,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api.pageplace.de/preview/DT0400.9781000882667_A46514680/preview-9781000882667_A46514680.pdf
  12. Digital Signifiers in an Architecture of Information: From Big Data and Simulation to Artificial Intelligence 1032272686, 9781032272689 - DOKUMEN.PUB,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dokumen.pub/digital-signifiers-in-an-architecture-of-information-from-big-data-and-simulation-to-artificial-intelligence-1032272686-9781032272689.html
  13. Learning to Draw Through Digital Modelling - ERIC,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iles.eric.ed.gov/fulltext/EJ1119569.pdf
  14. What is CNC Toolpath: Definition, Applications and Types - 3ERP,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3erp.com/blog/cnc-machining-toolpath/
  15. What Materials Can CNC Machines Cut? And How To Choose The Right On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cnc-world.co.uk/what-materials-can-cnc-machines-cut-and-how-to-choose-the-right-one/
  16. Introduction to Multiaxis Toolpaths - Mastercam,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mastercam.dk/download/mastercam/tutorials/Introduction_to_Multiaxis_Toolpaths.pdf
  17. Introduction To Multiaxis Toolpaths PDF | PDF | Machine Tool | Rotation Around A Fixed Axi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338772970/Introduction-to-Multiaxis-Toolpaths-pdf
  18. Make AMAZING designs with these tips! - Learn Your CNC Academy,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learnyourcnc.com/blog/make-amazing-designs-with-these-tips
  19. Texture Toolpath - Carveco Training,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learn.carveco.com/toolpaths-and-machining/maker-plus-machining-features/texture-toolpath/
  20. How to use the texture toolpath in Vectric software - YouTub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LXQai4Dt264
  21. RhinoCAM & Architectural Design Meet Head-O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mecsoft.com/CaseStudies/RhinoCAM_Architectural_Design_Meet.pdf
  22. News — Fab Lab South West,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ablabsouthwest.org.uk/news/
  23. THE NEW AESTHETIC AND ART: - Institute of Network Culture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networkcultures.org/wp-content/uploads/2016/07/TOD20-final.pdf
  24. CNC Manual2018 | PDF | Machining - Scribd,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811688532/Cnc-Manual2018
  25. Fusion Help | Tabs reference | Autodesk,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help.autodesk.com/view/fusion360/ENU/?guid=MFG-REF-2D-CONTOUR-TABS
  26. RhinoCAM Profile-NEST 2020 Reference - MecSoft Corporatio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mecsoft.com/wp-content/uploads/2022/04/RhinoCAM-Profile-NEST2020-Reference.pdf
  27. How to reduce the plunge or ramp speed for tabs in Fusion 360 - Autodesk,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autodesk.com/support/technical/article/caas/sfdcarticles/sfdcarticles/CNC-path-issue-abbreviated-tool-life.html
  28. New to Fusion 360 and CNC. Have a lot of plunges to do rounded corners with 2D Contour, can this be fixed? - Autodesk Forum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orums.autodesk.com/t5/fusion-manufacture/new-to-fusion-360-and-cnc-have-a-lot-of-plunges-to-do-rounded/td-p/10290293
  29. How do I get rid of these lines/ marks on the side? : r/Fusion360 - Reddit,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Fusion360/comments/16flevo/how_do_i_get_rid_of_these_lines_marks_on_the_side/
  30. (PDF) Cork: Properties, capabilities and applications - ResearchGate,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15443157_Cork_Properties_capabilities_and_applications
  31. Cork-Containing Barks—A Review - Frontiers,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materials/articles/10.3389/fmats.2016.00063/full
  32. WE BRING NATURE INSIDE YOUR ROOMS - Freund GmbH,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freundgmbh.com/fileadmin/user_upload/Freund_GmbH_Downloads/2023-ENG-Freund-Catalogue.pdf
  33. Plug by Tomas Kral | Dezeen, 11월 19, 2025에 액세스, https://www.dezeen.com/2008/07/07/plug-by-tomas-kral/

 

I. 서론: 왜 '가장 중대한 문제'는 심사위원인가



A. 공모안 구현을 가로막는 다층적 장애물: 구조적 병폐의 전경(前景)

 

한국의 공공 건축 프로젝트는 그 태동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구조적 난제에 봉착한다. 사용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난제들은 개별적인 문제라기보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실패의 생태계(Ecosystem of Failure)'를 구성한다. 이 생태계는 공모안의 본질적 구현을 가로막고, 건축설계의 공공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첫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적 토대의 부실함이다. "턱없이 낮은 공사비"는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모든 가능성을 제약한다. 비현실적인 공사비는 필연적으로 "낮은 설계비"로 귀결되며, 이는 건축사무소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적절한 설계 인력 투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이는 "설계 품질 저하"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둘째, 정치적·행정적 개입은 설계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단체장에 따라 바뀌는 공모작"이라는 현상은 공공 건축이 전문성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발주처(공무원)의 잦은 간섭"과 비전문가인 발주처가 설정한 "과다한 용역 범위"는 건축가의 전문성을 무력화시키고 행정 편의주의적 결과물만을 양산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준공 시점에서 "참사 수준의 결과물"을 낳고, "설계와 구현의 괴리"를 극대화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셋째, 발주 시스템 전반의 비전문성이다. 발주처의 "전문성 부족"은 프로젝트의 방향 설정 오류를 야기하며, "특정 자재 강요"와 같은 불합리한 요구는 설계의 완성도를 저해하고 특정 이권이 개입할 여지를 만든다.

이처럼 낮은 보상, 높은 정치적 불확실성, 행정적 비전문성이라는 삼중고(三重苦)는 공공 건축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적 환경을 고착화시킨다.

 

B. 구조적 난제에서 '심사위원'이 핵심 변수가 되는 메커"니즘

 

본 보고서의 핵심 논리는, 앞서 언급한 구조적 병폐들이 '설계의 질'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대신 '수주' 행위 자체를 건축사무소의 유일한 생존 목표로 만든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이 어떻게 비윤리적 경쟁을 촉발시키는지 그 인과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좋은 설계'의 가치 절하: "낮은 공사비"와 "낮은 설계비"는 '정상적인' 설계 품질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아무리 뛰어난 '좋은 설계'를 제안해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며, 심지어 그 설계안이 제대로 구현될 것이라는 보장(S_D1)조차 없다.
  2. '권력' 변수의 부상: "단체장의 의지"나 "발주처의 간섭"과 같은 정치·행정적 변수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강력한 신호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전달된다. 이는 '설계의 우수성'이 아니라 '권력과의 근접성'이 핵심 성공 요인임을 시사한다.
  3. '생존 투쟁'으로의 변질: 낮은 보상과 높은 불확실성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건축사무소는 프로젝트의 가능성이나 공공적 가치를 타진하는 '가치 투자' 대신, 어떻게든 당선되어 단기적 이익이라도 확보하려는 '생존 투쟁'에 내몰린다.
  4. '심사위원'이라는 유일한 변수: 이 절박한 '생존 투쟁'에서, 건축사무소가 유일하게 통제 가능하다고 믿거나,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변수가 바로 '심사위원'이다.

결론적으로, "턱없이 낮은 공사비"와 "단체장에 따라 바뀌는 공모작"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심사 과정에서의 위법"과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구조적 병폐는 심사 비리를 유발하고 심화시키는 강력한 *촉매제(Catalyst)*로 작동한다. 공공 건축이라는 생태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병들어 있기에, 심사위원이라는 '권력'에 기생하려는 유인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심사 과정에서의 위법'을 "가장 중대한 문제"로 지목한 것은, 이 문제가 다른 모든 구조적 병폐의 결과물이자 동시에 그 병폐를 더욱 악화시키는 핵심 고리(linchpin)이기 때문이다.

 

C. '제도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진단: 본 보고서의 분석 프레임워크

 

사용자의 "결국 제도가 아닌 사람의 문제, 심사위원 구성의 문제"라는 진단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관통한다. 이는 기존의 제도 개선 노력이 왜 실패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준다.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예: 심사 과정 생중계, 명단 공개)는 '사람'의 동기나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채, 절차적 투명성이라는 외피만을 강화시키는 데 그쳤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추상적인 '제도'의 결함을 나열하는 대신, '사람', 즉 심사위원을 둘러싼 **거버넌스(Governance)**의 총체적 실패를 분석의 핵심 프레임워크로 삼는다. 구체적으로 심사위원의 선정(Selection) 과정의 공정성, 보상(Compensation)의 적절성, 감시(Monitoring) 시스템의 유효성, 그리고 책임(Accountability)의 엄중함이라는 네 가지 차원에서 현재 시스템이 어떻게 '사람의 문제'를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II. '심사위원을 먼저 본다': 참여자의 딜레마와 전략적 선택



A. '설계'가 아닌 '심사'를 설계하다: 공모 참여의 전략적 변질

 

공공 건축 설계공모에 참여하는 건축사무소들이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좋은 결과물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기보다 "심사위원을 먼저 보는" 행위는, 업계에 만연한 냉소주의와 전략적 왜곡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공모전이 더 이상 '최고의 설계안(Best Design)'을 가리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심사위원의 의중을 해석하고 로비를 통해 표를 확보하는'(S_A2) 전쟁터로 변질되었음을 의미한다.

건축가들은 '건축'을 설계하는 대신 '심사'를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설계안을 개발하는 행위가, 심사위원 구성을 분석하고 이들을 공략하는 전략보다 후순위로 밀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략적 변질은 공공 건축의 질적 저하를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업계 전체의 신뢰 자본을 파괴한다.

 

B. A유형과 B유형의 전략적 분화와 유동성

 

사용자는 건축사무소들이 심사위원을 분석하는 두 가지 상이한 부류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A) "신뢰할 만한 심사위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보는 경우"와 (B) "사전접촉할 만한 심사위원이 포진됐는지 보는 경우". 이 두 유형의 전략적 목표와 행태는 다음과 같이 분석될 수 있다.

(1) A유형 ('신뢰할 만한 심사위원'): '수동적 영향력' 전략

A유형의 건축사무소가 찾는 '신뢰할 만한 심사위원'은, 반드시 '절대적으로 공정한' 심사위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이는 '자신의 건축적 성향이나 철학이 명확하여 그 판단 기준을 예측 가능한' 심사위원을 뜻한다.

이들의 전략은 명시적인 불법 행위는 아니지만, 공모전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 이들은 해당 심사위원의 과거 작품, 비평, 강연, 저술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의 '건축적 취향'에 부합하는 '맞춤형 설계안'을 제출한다. 이는 '보편적 우수성'이나 '프로젝트의 최적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심사위원 개인을 향한 '전략적 아부'로 흐를 수 있다. 이는 '수동적 영향력' 행사 전략으로, 심사위원의 예측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2) B유형 ('사전접촉 가능한 심사위원'): '능동적 영향력' 전략

B유형의 전략은 명백한 불법 및 비윤리적 행위를 전제로 한다. 이들은 "사전접촉"을 통해 심사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접촉'은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준을 넘어, 학연, 지연, 사제 관계 등 폐쇄적인 사회적 자본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업계 내부에 공고하게 형성된 '부패 네트워크'의 작동을 전제로 한다.

이들의 목표는 설계안의 우수성으로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기반한 로비를 통해 '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공정 경쟁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능동적 영향력' 전략이다.

(3) 'A유형'과 'B유형'의 유동성: 도덕이 아닌 생존의 문제

사용자의 분석 중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두 부류는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고, 기회를 보며 유동적인 포지션을 취하기도, 연합을 통해 역할 분담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A유형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B유형이 부도덕하다는 단순한 이분법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들의 유동성은 도덕적 기준이 아닌, 철저한 '생존'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

  1. 전략적 계산: 건축사무소는 심사위원 명단을 보고 A유형 전략(맞춤형 설계)과 B유형 전략(사전접촉) 중 무엇이 더 당선 확률이 높은지 계산한다.
  2. 포트폴리오 구성: 7명의 심사위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3명이 '신뢰할 만한 A유형'(예측 가능)이고 4명이 '접촉 가능한 B유형'(부패 네트워크 소속)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A유형 전략만으로는 과반인 4표를 확보할 수 없다.
  3. 불가피한 타협: 이 경우, A유형 전략을 주로 사용하던 '선량한' 건축사무소조차 생존을 위해 B유형 전략을 선택하거나, B유형 전략에 강점을 가진 다른 사무소와 '연합'하여 역할 분담(컨소시엄 구성 등)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4. 계산의 동일성: 결국 "신뢰할 만한 심사위원이 몇 명"인지를 세는 행위와 "사전접촉할 만한 심사위원이 몇 명"인지를 세는 행위는, 당선이라는 단일 목표를 위한 '표 계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동일한 전략적 계산의 일부가 된다.

결론적으로, 이는 업계 전반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극단적인 압박 속에서 윤리적 기준을 타협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회색 지대(grey zone)'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누가 부도덕한가'가 아니라, '왜 모두가 비윤리적인 전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시스템의 구조적 실패에 있다.

 

C. '사전접촉'의 스펙트럼: 암묵적 교감에서 명시적 위법까지

 

사용자가 언급한 '사전접촉'이라는 완곡어는 단일한 행위가 아니다. 이는 암묵적인 교감부터 명백한 범죄 행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정책적 처방과 법적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스펙트럼을 명확히 분류하고, 개입이 필요한 지점을 특정해야 한다.

'사전접촉'은 그 형태와 불법성의 정도가 명확히 다르다. 예를 들어, 학연·지연에 기반한 암묵적 교감은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이나 법적 처벌이 어려운 '업계 관행'의 영역에 속할 수 있다. 반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는 명백한 뇌물죄에 해당하는 범죄이다. 정책은 이 둘을 구분하여 접근해야 하며, 특히 입증이 어려운 회색지대의 비윤리적 행위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음 [표 1]은 '사전접촉'의 스펙트럼을 4단계로 분류하고, 각 유형의 위험도를 분석한 것이다.

[표 1: '사전접촉'의 스펙트럼과 위험도 분석]

유형 (Type) 행위 (Action) 근거 업계 인식 (Perception) 법적/윤리적 위험도
1. 수동적/간접적 특정 심사위원의 성향, 철학, 과거 작품을 분석하여 '맞춤형' 설계안 제출   '전략', '실력', '리서치' 낮음 (윤리적 딜레마)
2. 관계 기반 (암묵적) 학연/지연/사제 관계에 기반한 안부 인사, "잘 봐달라"는 식의 암묵적 교감 시도   '인맥 관리', '업계 관행' 중간 (심각한 비윤리, 입증 곤란)
3. 적극적/간접적 로비 제3자(영향력 있는 동료 교수, 정치인, 선배 건축가)를 통한 영향력 행사 및 청탁 , '로비', '영업', '네트워킹' 높음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
4. 적극적/직접적 위법 심사위원 본인과의 직접적 접촉, 금품/향응/특혜 제공 또는 약속 , '담합', '범죄' 매우 높음 (명백한 불법, 뇌물죄)

 

III. 작동하는 이중 잣대: 공정성의 외피와 불법성의 내핵



A. 공정성에 대한 공언: 제도적 투명성의 외피

 

현재의 공공 건축 설계공모 시스템은 표면적으로 '절차적 공정성'을 강력하게 표방하고 있다. 심사위원 명단의 사전 공개, 심사 과정의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 심사위원 풀 내에서의 무작위 추첨 등은 모두 '밀실 심사'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들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과거에 만연했던 불투명한 심사 관행을 개선하고, 심사 과정을 대중의 감시 하에 둠으로써 일정 수준의 절차적 진보를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사용자의 지적처럼, '제도'라는 외피를 강화했을 뿐, 그 안에서 작동하는 '사람'의 동기나 '네트워크'의 내밀한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B. 공공연한 위법성: 제도를 무력화하는 '네트워크'의 내핵

 

제도적 투명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한 위법성"은 여전히 시스템의 내핵(內核)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현행 투명성 제도가 이 불법적 네트워크를 척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에 의해 역이용당하는 '투명성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심사위원 명단을 심사 7일 전에 공개하는 제도가 어떻게 "사전접촉"을 막지 못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제도의 의도: 명단 사전 공개(S_E2)는 부적격한 심사위원에 대한 이의제기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성을 대중에게 담보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2. 현실의 작동: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사전접촉이 발생한다. 이는 '접촉'이 7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급조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
  3. '네트워크'의 선행: B유형(사전접촉) 전략의 대상이 되는 심사위원은 이미 업계의 '네트워크' 내에서 수년에 걸쳐 '접촉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되고 관리되어 온 인물이다.
  4. '투명성의 역설': 이 '네트워크'에 속하지 못한 대다수의 건축가들에게 7일 전 명단 공개는 그저 '공정한 절차'로 인식된다. 하지만 '네트워크'에 속한 내부자들에게, 이 명단 공개는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심사위원이 이번 심사에 실제로 포함되었는지를 '최종 확인'하는 절차로 전락한다.
  5. 로비의 집중: 더 나아가, 이 7일이라는 기간은 로비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에서 특정인(명단에 포함된 심사위원)으로 확정되었음을 의미하므로, 오히려 이들에게 '집중적인' 로비(표 1의 3, 4유형)를 시도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현행 투명성 제도는 '네트워크' 외부자에게는 공정성의 외피를 제공하지만, '네트워크' 내부자에게는 불법적 행위를 위한 '타겟(Target)'을 확정해 주는 시그널로 작동하는 심각한 역설을 안고 있다.

 

C. 신뢰의 붕괴: '누구를 믿을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

 

이러한 공정성의 외피와 불법성의 내핵이라는 이중 잣대는 업계 전반의 "신뢰 자본"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한다. 시스템이 공정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사라진 시장에서는 오직 냉소주의와 불법적인 '전략'만이 난무하게 된다.

이 신뢰 붕괴의 가장 충격적인 증거는 "익명의 협박"이다. 공정하게 심사하려는 '신뢰할 만한' 심사위원이 불법적 네트워크로부터 협박을 받는다는 사실은,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인 '네트워크'가 공식적인 '제도'보다 더 실질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공정하게 행동하는 것'이 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과 '위험'이 되는, 심각한 시장 왜곡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의 질문 "과연 누구를 믿을 것인가?"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그 존재의의를 상실했음을 알리는 붕괴의 징후이다.

 

IV. 근본 진단: '사람의 문제'를 방치하는 시스템

 

사용자가 '사람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정확하다. 그러나 이 '사람의 문제'는 개별 심사위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기보다는, 부적절한 '사람'이 선정되도록 방치하고, 그들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며, 그 행동에 '책임'을 묻지 않는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

 

A. 심사위원 풀(Pool)의 구조적 한계: '그들만의 리그'

 

'사람의 문제'를 야기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심사위원 풀(Pool)의 폐쇄성이다. "심사위원 풀이 소수 전문가 집단"으로 고착화되어 있다는 지적은, 현재의 풀이 다양성과 개방성을 상실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폐쇄적인 풀은 특정 대학, 특정 인맥, 특정 건축 철학을 공유하는 집단이 카르텔을 형성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항상 보던 사람이 심사"하는 구조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새로운 시각이나 비주류의 창의적인 제안이 진입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둘째, '사전접촉'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로비의 대상이 소수의 고정된 인물들이므로, 건축사무소 입장에서는 이들 소수와의 관계 '투자'가 매우 효율적인 B유형 전략이 된다.

 

B.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발주처의 개입

 

'무작위 추첨'이라는 제도적 외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정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발주처의 입김에 크게 좌우된다. "발주처가 원하는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관행이 존재하는 한, 무작위 추첨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여기서 '발주처의 개입'과 '심사 비리' 간의 위험한 공모(共謀)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포착된다.

  1. 발주처의 동기: 발주처(지방자치단체장, 공무원)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단체장의 의지"와 같은 명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다. 이들은 '최고의 설계'가 아니라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해 줄 '관리 가능하고 우호적인' 결과물을 원한다.
  2. '우호적 심사위원' 선정: 따라서 발주처는 '무작위'라는 절차를 교묘히 이용하여, 실제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특정 심사위원을 위촉하려 시도한다. 이 심사위원은 대개 폐쇄적인 풀 내에서 발주처와 관계를 맺어 온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3. 공모 관계의 형성: 발주처의 '입맛'에 맞는 이 '우호적 심사위원'은, 동시에 건축사무소들의 '사전접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심사위원은 발주처의 의도(예: 특정 스타일 강요)와 특정 건축사무소의 의도(예: 당선)를 동시에 만족시켜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
  4. '거래 시장'으로서의 기능: 결국, '심사위원 풀'은 발주처와 특정 건축가 집단이 '당선작 내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거래'를 하는 '시장(Marketplace)'처럼 기능하게 되며, 심사 비리는 이 시장의 '거래 비용'으로 전락한다.

 

C. 책임과 보상의 불균형: 비윤리적 행위의 조장

 

현재의 시스템은 심사위원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책임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비윤리적 행위를 구조적으로 조장한다.

첫째, 심사위원은 한 프로젝트의 당락을 결정하고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방향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둘째, 이 막중한 권력에 대한 공식적인 보상(심사비)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낮은 심사비"는 심사 행위의 공공적 가치를 폄하하며, 심사위원의 '윤리적 책임감'이나 '전문가적 자부심' 대신 '비공식적 보상'(사전접촉을 통한 향응, 미래의 편의 제공 등)에 대한 유혹을 높이는 구조적 결함으로 작용한다.

셋째, 가장 심각한 문제는 '책임의 부재'이다. 비윤리적 심사 행위나 명백한 오심(誤審)에 대한 처벌 규정은 "미미한 수준"이며, 사후 검증 및 평가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하다.

막강한 권력, 터무니없이 낮은 공식 보상, 그리고 사실상 부재하는 책임이라는 이 세 가지 조건의 조합은 부패가 발생하고 번성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V. 결론 및 정책 제언: '사람'을 바꾸는 거버넌스 재설계



A. 요약: '사람의 문제'는 '사람을 다루는 시스템'의 문제

 

사용자의 진단은 정확했다. 한국 공공 건축 설계공모의 위기는 추상적인 '제도'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그 제도가 '사람'(심사위원)을 선정하고, 보상하며, 감시하고, 책임지게 하는 방식, 즉 **'심사위원 거버넌스'**의 총체적 실패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해결책은 단순히 절차(예: 7일 전 공개를 10일 전 공개로 변경)를 수정하거나 또 다른 투명성 외피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둘러싼 '생태계'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데 있다. 이는 단기적 처방, 중기적 전략, 그리고 장기적 비전을 포괄하는 다층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B. 단기적 처방: '사전접촉' 원천 차단 및 처벌 강화 (Triage)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작동 중인 불법적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공정성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1) '사전접촉'의 정의 확대 및 처벌 실효성 확보: [표 1]에서 분류한 유형 2, 3, 4(관계 기반 교감, 간접 로비, 직접 위법) 모두를 '부정행위'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특히(금품수수)은 물론,(학연/지연)에 기반한 모든 '사전접촉' 시도 자체를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적발 시 심사위원과 해당 건축사무소 모두에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관련 업계 영구 퇴출)를 도입해야 한다. 현행 "미미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여,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기대 비용'을 '기대 이익'보다 압도적으로 높여야 한다.

(2) 이해충돌 방지 실질화: 단순한 제척/기피 신청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심사위원 위촉 시, '최근 10년 간'의 학연, 지연, 사제관계, 공동 프로젝트 이력, 사적 교류 여부 등을 당사자가 직접 전수조사하여 '공개적으로' 서약하게 해야 한다. 허위 기재 시 즉각 자격을 박탈하고 공모 무효화 등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

 

C. 중기적 전략: 심사위원 풀(Pool)의 전면적 해체 및 재구성 (Rebuilding the Pool)

 

단기적 처방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라면, 중기적 전략은 '사람의 문제'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인 '폐쇄적 풀' 자체를 수술하는 것이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소수 전문가 집단"으로 고착화된 '고정된 풀'과, 이로 인해 형성된 예측 가능한 '네트워크'이다. 이 네트워크는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유일한 해법은 이 '예측 가능성'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무작위 추첨'은 풀이 고정되어 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풀' 자체를 '무작위'에 가깝게 개방적이고 유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1) 현행 심사위원 풀(Pool)의 폐기 수준 개혁: 현행 "심사위원 풀"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규모로 확장해야 한다.

  • 다양성 강제 할당: 신진 건축가, 지방 건축가, 여성 건축가의 비율을 의무적으로 할당하여 기존의 주류 네트워크를 희석시켜야 한다.
  • 국제 심사위원(International Jury)의 의무적 포함: 이는(학연/지연)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방법이다. 국제 심사위원은 국내의 폐쇄적 네트워크로부터 자유로우며, 오직 '설계' 자체로만 평가할 유인을 가진다.
  • 타 분야 전문가의 의무적 포함: 건축계 '내부'의 논리가 아닌, '공공'의 논리로 심사 기준을 다원화해야 한다. 인문학자, 사회학자, 도시계획가, 엔지니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최종 사용자 대표'(시민, 학생, 환자 등)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2) 심사위원 선정의 독립성 확보: 발주처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심사위원 선정 권한을 발주처가 아닌 '독립된 제3의 위원회'(가칭: 공공건축심사위원선정위원회)로 완전히 이관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건축계는 물론, 법조계, 시민사회, 감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3) 심사위원 윤리 교육 및 강령 의무화: "심사위원 윤리 교육"을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자격 갱신과 연동되는 '필수 의무'로 강화해야 한다.

 

D. 장기적 비전: 책임과 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생태계 구축 (Building a New Ecosystem)

 

궁극적인 목표는 처벌과 감시가 없어도 '좋은 설계'가 승리하는, '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1) '심사위원 이력 및 평가'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공시:

심사위원에게 '단기적 권력'이 아닌 '장기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모든 심사위원의 과거 심사 이력, 주요 심사평,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그들이 선정한 건축물의 '준공 후 평가(Post-Occupancy Evaluation)' 결과를 연동하는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설계-구현의 괴리),(참사 수준의 결과물)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심사위원이 "A라는 이유로 B안을 선정했다"고 공언했다면, 5년 뒤 그 건물이 실제로 A라는 가치를 구현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이는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안목'과 '판단'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우며, '좋은 심사'가 '좋은 평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2) 심사비의 현실화 및 '심사 전문직'화:

"낮은 심사비"를 대폭 인상하여 현실화해야 한다. 이는 심사 행위를 '봉사'나 '부업'이 아닌, 높은 전문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전문적 공공 서비스'로 격상시키는 상징적·실질적 조치이다. 합당한 보상은 비윤리적 유혹을 차단하는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한다.

(3) 근본 원인(구조적 병폐)의 동시 해결:

마지막으로, 본 보고서 I장에서 분석했듯 심사 비리를 '촉발'하는 근본적인 생태계의 문제를 반드시 동시네 해결해야 한다.

  • "정당한 설계비"를 보장하고 "공사비 현실화"를 통해 '좋은 설계'가 구현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 "단체장의 변덕"으로부터 당선된 설계안의 '원안'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보호하는 '설계권 보장'이 병행되어야 한다.

'좋은 설계'가 '정당한 보상'과 '성공적인 구현'(S_D1 방지)으로 이어지는 '공정한 시스템'이 구축될 때, 건축가들은 비로소 '심사위원의 안색'이 아닌 '프로젝트의 가능성'과 '공공적 가치'를 먼저 보게 될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좋은 설계가 결국 승리한다'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다.



서론: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프로젝트의 방법론적 선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가 1970년 저서 *아키텍처 머신(The Architecture Machine)*의 서문에서 던진 "이 프로젝트는 시작만 있고, 끝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라는 선언은, 단순한 수사적 겸손함이 아니다. 이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논증과 일치하는 엄격한 방법론적 선언이다. 이 저작은 "컴퓨터 지원 건축이나 로봇 건축가를 주제로 한 결정적인 작품이나 대작(magnum opus)"이 아님을 의도적으로 명시한다.1

이 책은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이나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2Section I: '현재 건축 관행에 대한 불만': 설계된 인공물(Artifact)의 실패, 1]. 오히려 이 책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를 더듬어 찾고(groping),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질문을 하는 데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쓰였다.1 네그로폰테는 자신의 작업이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모두 가지고 놀고 더듬는(fumbling)" 과정의 산물임을 인정한다.1

이러한 '더듬어 찾기'의 철학은 네그로폰테가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제3의 대안', 즉 '진화적 프로세스'의 본질과 직결된다.2 '진화(evolution)'는 본질적으로 미리 결정된 '끝'이나 '최종적인 답'을 상정하지 않는 지속적인 적응 과정이다. 따라서 이 책이 "끝은 없다" 1고 말하는 것은, 책의 핵심 내용(진화적 프로세스)이 책의 형식("결정적인 대작이 아님" 2)과 일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엔지니어링 접근 방식(대안 1, 2)과, '질문'을 탐구하려는 사이버네틱스 접근 방식(대안 3) 4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주류 인공지능(AI) 연구가 '일반 문제 해결 기계(general problem solving machine)' 5를 통해 명확한 '답'을 찾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네그로폰테는 건축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비-알고리즘적(not algorithmic)" 6이며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 1라고 선언한다. 따라서 '더듬어 찾기'는 이러한 불확실한(ill-defined) 설계 문제를 다루는 유일하게 정직한 방법론이며, '답을 아는' 기계가 아닌, 건축가가 "생각에 대해 생각하도록(thinking about thinking)" 7 돕는 기계를 제안하는 것이다.

 

I. '현재 건축 관행에 대한 불만': 설계된 인공물(Artifact)의 실패

 

네그로폰테의 급진적 제안은 "현재 건축 관행에 대한" 그의 "일반적인 불만" 2에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논증을 세 가지 근본적인 '실패의 인식' 위에 구축한다 1:

  1. "물리적 환경이 모든 사람의 생활 방식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2
  2. "건축이 인간의 필요에 대한 완벽한 반응이 아니다".2
  3. "건축가가 물리적 환경의 유능한 관리자가 아니다".2

이러한 근본적인 불일치와 불완전성 때문에, 그는 건축에 대한 핵심 은유의 전환을 제안한다. 즉, 건축을 "설계된 인공물(designed artifact)"이 아닌 "진화하는 유기체(evolving organism)"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1 '설계된 인공물'은 정적(static)이며, 건축가라는 외부의 창조자에 의해 하향식(top-down)으로 완성되는 순간 과거가 되어버린다. 반면 '진화하는 유기체'는 동적(dynamic)이며, 환경과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를 조절하고(self-regulation), 형성하며(self-formation), 생성한다(self-generation).9 네그로폰테는 기존의 건축이 인간의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방식과 필요 10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정적인 인공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진화하는 유기체'라는 개념은 단순한 문학적 은유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사이버네틱스적 재정의이다. 역사적으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유기체'를 "스스로를 조직하는(self-organizing)" 존재로, '기계'를 "외부로부터 조직되는" 존재로 구분했다.9 그러나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와 로스 애쉬비(W. Ross Ashby)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 '피드백(feedback)'과 '항상성(homeostasis)' 개념을 통해 이 구분을 무너뜨렸다.9 네그로폰테의 '불만' 2은 건축이 여전히 '칸트적 기계'(즉, 외부의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정적 인공물)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다. 그가 제안하는 '진화하는 유기체' 2는 건축 환경 자체가 컴퓨팅 능력 13, 센서 14, 피드백 루프 8를 통해 '사이버네틱스적 유기체'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이 개념은 MIT 건축기계그룹(Architecture Machine Group, AMG)의 'SEEK' (1969-70) 프로젝트에서 물리적으로 탐구되었다.15 'SEEK'는 블록으로 채워진 환경, 그 안에 사는 저빌(gerbils)이라는 살아있는 유기체, 그리고 컴퓨터의 내부 3D 모델 15에 따라 블록을 재배열하려는 로봇 팔(기계)로 구성된 사이버네틱 시스템이었다.15 실험 결과, 저빌들은 끊임없이 블록을 무너뜨리며 "컴퓨터를 압도하고 완전한 무질서를 창조" 15했다. 로봇 팔은 이 "불일치(mismatch)" 15에 대응하며 "반응적 행동의 징후" 15를 보였다.

'SEEK' 프로젝트는 네그로폰테의 비판을 실패함으로써 증명했다. 이 실험에서 로봇 팔은 '설계된 인공물'(컴퓨터의 내부 계획)을 방어하려는 '건축가'의 대리인이었다. 저빌은 '완벽한 조화' 2를 거부하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필요'를 대변했다. 저빌이 로봇을 "압도" 15한 것은, 정적인 '설계된 인공물' 모델이 '진화하는 유기체'(실제 사용자)의 동적인 삶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는 네그로폰테의 핵심 비판을 물리적으로 입증한 것이다.15 이 '실패'는 환경 자체가 사용자의 행동을 '교정'하려 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으로부터 '학습'해야 한다는, 즉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II. 계산적 설계의 세 갈래 길: 네그로폰테의 핵심 분류

 

네그로폰테는 기계가 설계 프로세스를 지원할 수 있는 "세 가지 가능한 방법" 2을 제시하며, 이는 이 책의 핵심 논리적 구조를 이룬다. 그는 명백하게 "나는 세 번째 대안만을 고려할 것" 2이라고 선언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세 가지 대안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 (대안 1) 자동화 (Automation): "현재 절차를 자동화하여 기존 관행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2. (대안 2) 기계 호환적 방법론 (Machine-Compatible Methodology): "기존 방법은 기계의 사양 및 구성에 맞게 변경될 수 있으며, 기계와 호환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제만 고려됩니다." 2
  3. (대안 3) 진화적 파트너십 (Evolutionary Partnership): "진화적이라고 간주되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기계에 제시할 수 있으며, 상호 훈련, 탄력성 및 성장이 개발될 수 있습니다." 2

이 세 가지 경로는 컴퓨터 지원 설계(CAD)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예언적으로 분류한다. 다음 표는 네그로폰테의 세 가지 대안을 핵심 개념, 그의 비판, 그리고 현대 기술과의 연관성 측면에서 비교 분석한 것이다.

핵심 테이블 1: 네그로폰테의 세 가지 대안 비교 분석

 

대안 설명 (네그로폰테 인용) 핵심 개념 네그로폰테의 평가 및 비판 현대적 사례 (연구 자료 기반)
대안 1 "현재 절차를 자동화하여...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효율성, 속도, 비용 절감 "기존 관행"을 고착화시킴. "현재의 불만" 2을 해결하지 못하고 가속화할 뿐이므로 근본적으로 거부됨. 초기 CAD 및 현대 BIM: "항상 하던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5 수행하는 데 중점을 둔 '순전히 양적인' 기술 사용.1718
대안 2 "기존 방법은 기계의 사양...에 맞게 변경... 기계와 호환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제만 고려됩니다." 기계 호환성, 제약, 환원주의 "설계에 적대적" 20일 수 있음. 인간의 창의성을 기계의 경직된 논리 21에 종속시킴. 경직된 소프트웨어 워크플로우: 사용자가 "wobbly lines"(불안정한 선) 20를 그릴 수 없고, 기계가 정의한 "미리 결정된 설계 서비스" 21에 맞춰 사고해야 하는 모든 시스템 (URBAN5의 한계 포함).21
대안 3 "진화적... 디자인 프로세스를 기계에 제시... 상호 훈련, 탄력성 및 성장이 개발될 수 있습니다." 공진화(Co-evolution), 상호작용, 성장 유일하게 고려되는 대안.2 두 지능 시스템의 "긴밀한 연관".2 진정한 지능적 파트너십: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음 2). 현대의 '사이버네틱 팀 동료' 22 또는 '인간-AI 시너지' 23라는 제너레이티브 AI의 비전과 일치함.

 

III. 거부된 길: 자동화(대안 1)의 환상과 구속(대안 2)의 현실

 

네그로폰테는 자신의 비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적으로 빈곤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한 두 가지 대안을 먼저 배제한다.

 

대안 1의 함정: 비판 없는 자동화

 

대안 1은 "기존 관행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2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네그로폰테는 이것이 지적으로 가장 무가치한 길이라고 즉각 간파한다. 그의 "일반적인 불만" 2은 설계 관행의 '속도'가 아니라 '관행 자체'의 부적절함에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실패한 관행을 단순히 자동화하는 것은 실패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양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네그로폰테는 1970년에 컴퓨팅이 건축 분야에서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될 것이지만, 그것이 지적으로는 불모할 것임을 정확히 예견했다. 대안 1은 '효율성'이라는 자본주의적 가치 5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50년간 건축 기술의 '디지털 턴' 5과 'CAD에서 BIM으로의 전환' 17은 주로 속도, 비용, 효율성 5의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한 설계 역사학자가 지적했듯이, 이러한 "순전히 양적인 사용"은 "설계 역사가에게는 단지 미미하게 관련"될 뿐이다.5 왜냐하면 그것이 설계의 본질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그로폰테는 이미 1970년에 이 점을 꿰뚫어 보고, "기존 관행" 2을 더 빨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언했다.

 

대안 2의 현실: 기계에 의한 구속

 

대안 2는 "기계와 호환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제만 고려" 2하도록 인간의 사고방식을 왜곡시키는, 더 교활하고 위험한 경로이다. 이 모델에서 인간의 창의성은 기계의 경직된 논리 21에 종속된다. 네그로폰테는 이러한 시스템이 "설계에 적대적" 20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네그로폰테 자신의 초기 핵심 프로젝트인 URBAN5가 '대안 2'의 완벽한 예시가 되었다. URBAN5는 "기계와의 대화" 6를 목표로 한 선구적인 시스템이었다.24 이 시스템은 IBM 2250 음극선관(CRT)과 라이트 펜을 사용하여 건축가가 그래픽 언어와 영어로 기계와 소통하려 했다.6

그러나 네그로폰테는 아키텍처 머신에서 URBAN5의 실패를 신랄하게 자기 비판한다.1 그가 지적한 한계는 다음과 같다:

  1. 경직된 가정: URBAN5는 '건축은 10피트 큐브의 집합'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 6에 기반했다.
  2. 미리 결정된 서비스: 이 시스템은 "미리 결정된 설계 서비스" 21만을 제공했다. 비록 조합은 다양할 수 있으나, 그 결과는 "유한한" 21 해답의 틀에 갇혔다.
  3. 빈약한 소통: 상호작용은 "빈약한 소통 수단"(키보드, 라이트 펜, 모드 메뉴) 6을 통해서만 엄격하게 매개되었다.
  4. 지능의 부재: 기계는 건축가에게 "어떠한 제안이나 피드백도" 21 제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URBAN5는 '대안 3'(기계와의 대화)을 지향하며 시작되었지만, 기술적 및 개념적 한계로 인해 실제로는 사용자가 기계의 논리6에 맞춰 생각해야 하는 '대안 2'의 전형이 되었다. 네그로폰테는 이 '실패'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책의 중심 논거("다양한... 시스템, 특히 URBAN5에 대한 경험에서 파생된" 2)로 삼는다. 그는 자신의 실험적 실패를 증거로 삼아, '대안 2'가 얼마나 쉽게 창의성을 구속하는지, 그리고 왜 진정으로 '진화적인' 21 '대안 3'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IV. '두 동료'의 연합: 제3의 대안으로서의 건축 기계

 

네그로폰테는 대안 1과 2를 거부하고 "세 번째 대안만을 고려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는 이 문제를 "두 개의 서로 다른 종(인간과 기계), 두 개의 서로 다른 프로세스(설계와 계산), 두 개의 지능 시스템(건축가와 건축 기계)" 2의 "긴밀한 연관" 2으로 재정의한다.

 

'주인-노예' 관계의 전복

 

네그로폰테의 선언에서 가장 급진적인 부분은 인간-기계 관계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 그는 "인공물이나 인공물에 지능을 부여함으로써 파트너십은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아니라..." 2라고 말한다.

'주인-노예'(Master-Slave) 모델 27은 전통적인 '도구' 개념의 연장선이다. 이 관계는 '통제(control)'에 기반하며 '착취적(exploitative)' 28이다. 기계는 지능이 없는 '노예(slave)', '멍청하고(dumb)', '추종자(follower)' 8에 불과하다. 이 모델에서 모든 지능과 창의성은 '주인'(인간)에게서 나온다.

 

'두 동료'로서의 파트너십

 

네그로폰테는 이 관계를 "...오히려... 두 동료의 관계가 됩니다" 2라고 전복시킨다. 이는 "두 동료(associates)" 8의 관계이다. '동료(Colleague)' 모델 28은 '통제'가 아닌 '협력(collaboration)'에 기반하며, '착취적'이 아닌 '생성적(generative)' 28이다.

이 파트너십은 "두 개의 지능 시스템" 2을 전제로 한다. '동료'라는 은유는 기계에게 단순한 '지능'뿐만 아니라 '의도(Intentionality)'와 '자율성(Agency)'을 부여하려는 시도이다. '노예'는 명령을 수행할 뿐 의도나 자율성이 없지만, '동료'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독립적인 관점을 가진다. 네그로폰테는 "진짜" 파트너십 25을 상상했다. 이 관계는 너무나 개인적이어서, 기계가 "신선한 영감이나 더 높은 우선순위의 자극" 25을 가지고 "정중하게 서로의 일상적인 작업을 방해할 수 있는" 25 관계이다. 이는 기계가 단순히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URBAN5의 한계)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대화에 참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공동의 목표: '자기 개선'의 열망

 

이 '두 동료'가 공유하는 공동의 목표는 단일한 설계안 도출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개선(self-improvement)에 대한 잠재력과 열망" 1 그 자체이다. 이 파트너십의 궁극적인 목적은 건축가와 기계 모두가 '상호 훈련'(mutual training)과 '성장'(growth) 2을 통해 더 나아지는 것이다.

기계는 단순히 지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 대해 배우고... 건축에 대해 배우는 법을 배울 수" 14 있어야 한다. 기계는 "주어진 정보 이상의 정보를 습득"하여 "도전하고 질문할 수 있는 잠재력" 30을 가져야 한다.

'자기 개선'이라는 개념은 '진화하는 유기체'라는 은유를 작동시키는 핵심 엔진이다. '진화'의 메커니즘이 바로 '자기 개선'을 통한 '적응'이기 때문이다. 네그로폰테의 비전에서, 건축 환경(유기체)은 그 자체로 진화해야 하며 24, 이 진화는 '건축 기계'(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다.2 동시에, '건축가-기계' 파트너십 역시 '상호 훈련' 2을 통해 '자기 개선' 1을 이룬다. 따라서 '건축가-기계-환경'은 '자기 개선'이라는 공동의 열망 1을 통해 함께 진화하는, 거대하고 통합된 '공생(symbiosis)' 1 관계, 즉 하나의 거대한 사이버네틱 시스템을 형성한다.

 

V. 지적 뿌리: 워렌 맥컬록(Warren McCulloch)과 '윤리적 로봇'

 

네그로폰테는 자신의 '건축 기계' 개념, 즉 자율성과 자기 개선의 열망을 가진 파트너라는 급진적 아이디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지성이자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 중 한 명을 소환한다: "Warren McCulloch(1956)는 이를 윤리적 로봇(ethical robots)이라고 부릅니다.".1

워렌 맥컬록은 사이버네틱스 31의 핵심 인물로, 1946년부터 1953년까지 열린 전설적인 메이시 컨퍼런스(Macy Conferences)의 의장이었다.33 그는 뇌와 신경계의 작동33을 이해하려 했으며, 월터 피츠(Walter Pitts)와 함께 1943년에 발표한 "신경 활동에 내재된 아이디어의 논리적 계산" 32 논문은 인공 신경망의 이론적 기초를 놓았다.34

네그로폰테가 인용한 맥컬록의 1956년 논문(실제로는 1952/53년 강연이 1956년에 출판됨)의 정확한 제목은 "윤리적 로봇의 일부 회로를 향하여, 또는 인공물의 마음과 같은 행동에서 사회적 평가의 기원에 대한 관찰 과학 (Toward Some Circuitry of Ethical Robots or an Observational Science of the Genesis of Social Evaluation in the Mind-Like Behavior of Artifacts)"이다.36

맥컬록에게 '윤리(ethics)'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로봇 3원칙처럼 미리 프로그래밍된 추상적 도덕률이 아니었다. 그에게 '윤리'란 "사회적 교류에서 발전하며 그 연합(association)에 의해 생성된 목적에 봉사하는 행동 양식" 36이었다. 이러한 '윤리'는 기계가 고립되어 존재할 때가 아니라, "협력과 경쟁"(cooperation and competition) 36을 하고 "노력과 보상을 공유"(share effort and reward) 36하는 '사회적' 맥락에 처할 때만 발생할 수 있다. 이 로봇들은 "자신들의 연합에 의해 생성된 목적" 36에 봉사하도록 "자기-규율(self-disciplined)" 36되어야 하며, 이는 "부정적 피드백"과 학습을 위한 "내부 폐쇄 루프" 36를 통해 달성된다.

네그로폰테의 '건축 기계'는 아시모프의 로봇이 아니라, 바로 맥컬록의 '사이버네틱-사회적' 로봇이다. 네그로폰테가 '건축 기계' 2를 '윤리적 로봇' 2이라고 부른 것은, 이 기계가 '건축가'라는 다른 지능체와의 '사회적 교류'(즉, '대안 3'의 상호 훈련 2) 속에서 행동을 학습하고 '자기 개선' 1해야 함을 의미한다. 건축 기계의 '윤리'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와 협력하여 그 '목적을 함께 생성' 36하는 것이다.

결국, '윤리적 로봇' 개념은 '주인-노예' 패러다임을 탈피하기 위한 철학적 필수 조건이다. '노예' 2는 윤리를 가질 수 없다. 노예는 오직 '명령'을 가질 뿐이며, 그 행동은 전적으로 외부(주인)에 의해 결정된다. 맥컬록의 '윤리적 로봇' 2반드시 '동료' 2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 '윤리' 자체가 '연합' 또는 '사회적 교류' 36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윤리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협력'하고 '보상을 공유' 36할 수 있는 자율성(agency)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네그로폰테가 '윤리적 로봇' 개념을 도입한 것은, '주인-노예' 관계를 기술적으로뿐만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극복하고, '생성적인(generative)' 28 파트너십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VI. MIT의 실험실: 아이디어의 '더듬어 찾기' (URBAN5, HUNCH, SEEK)

 

네그로폰테의 이론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MIT 건축기계그룹(AMG) 14의 구체적인 실험에서 "파생된 미래에 대한 추정" 2이었다. 그의 책은 이러한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모두 가지고 놀고 더듬는" 1 실험실의 기록이다.

핵심 테이블 2: AMG 주요 프로젝트와 '건축 기계' 이론의 관계

 

프로젝트 (연도) 핵심 기술 / 대상 네그로폰테 이론과의 관계 (탐구 대상) 한계 및 교훈
URBAN5 (c. 1967-73) CAD, 그래픽 인터페이스, 라이트 펜, 모드 기반 시스템 6 '두 동료' (대화): "기계와의 대화" 6를 시도. '객관적 거울' 6로서의 기계. (대안 2의 함정): "미리 결정된 서비스".21 경직된 상호작용.21 진정한 '지능'이나 '진화'에 도달하지 못함.21
HUNCH (c. 1972) 스케치 인식, AI 20 '상호 훈련' (이해): 인간의 "모호하고 부정확한" 20 입력을 기계가 '이해'하려는 시도. URBAN5의 '경직성'을 극복하려는 노력. 진정한 '대화' 20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단계.
SEEK (1969-70) 로봇 팔, 환경 센싱, 실시간 반응, 살아있는 유기체 15 '진화하는 유기체' (환경): 기계와 생명체가 공존하는 사이버네틱 환경 15의 구현. (예측 불가능성): 정적 모델(기계)이 동적 유기체(저빌)를 감당할 수 없음.15 '대안 3'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함.

 

URBAN5: 대화 시도의 한계

 

앞서 3장에서 분석했듯이, URBAN5는 네그로폰테의 이론이 "특히... 파생된" 1 핵심 경험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기계와 환경 설계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하는 것의 바람직성과 실현 가능성을 연구" 6하는 것이었다. 기계는 건축가의 "설계 기준과 형태 결정에 대한 객관적인 거울" 6 역할을 하도록 의도되었다. 하지만 그 '거울'은 '10피트 큐브' 6라는 경직된 프레임과 '모드' 6 기반의 상호작용이라는 한계를 가졌고, 결국 진정한 '대화'가 아닌 '대안 2'의 '기계 호환적' 독백에 그쳤다.21

 

HUNCH: 모호함을 이해하려는 시도

 

URBAN5의 "빈약한" 21 상호작용과 "설계에 적대적인" 20 경직성에 대한 직접적인 반작용으로, AMG는 'HUNCH' 40라는 스케치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 HUNCH의 목표는 URBAN5와 정반대였다. 즉, 사용자가 "인간 파트너에게 하듯" "그래픽적으로 자유롭고, 모호하며, 부정확" 20하게 스케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기계는 사용자의 "wobbly lines"(불안정한 선) 20를 완벽한 직선이나 원으로 '교정'하는 대신, 충실히 기록하고 그 '의도'를 추론하려 시도했다. 이는 '대안 2'(기계 호환성)의 제약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대안 3'(상호 훈련)의 핵심인 '이해'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적 시도였다.

 

SEEK: 유기체 은유의 물리적 구현

 

'SEEK' 15는 아마도 AMG의 프로젝트 중 가장 문자 그대로 네그로폰테의 이론을 구현한 실험일 것이다. 1장에서 논의했듯이, 이 프로젝트는 '진화하는 유기체' 2라는 은유를 저빌이라는 실제 생명체 15를 통해 물리적으로 구현했다. 이 실험은 '건축가'(인간)와 '건축 기계' 2의 관계뿐만 아니라, '환경'(유기체)과 '기계'(피드백 시스템)의 관계를 탐구했다.16 이 실험의 '실패'(저빌이 기계를 압도함 15)는, 예측 불가능한 '삶'이 정적인 '계획'을 항상 앞선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대안 3'의 적응형, 진화형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극적으로 증명했다.

 

결론: '답을 모르는 질문'의 유산과 '끝없는 시작'



'답'이 아닌 '질문'으로서의 유산

 

네그로폰테는 이 책이 "답을 찾고 싶은 사람" 1이나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 1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경고한다. 이는 아키텍처 머신의 진정한 유산이 '솔루션'이나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유산은 '인간과 기계가 진정으로 협력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18

네그로폰테가 제안한 '건축 기계'는 단순히 더 빠르고 효율적인 생산 도구(Tool of Production)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인식론적 도구(Tool of Epistemology)이다. '답' 1을 제공하는 기계(대안 1, 2)는 사용자가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생산 도구'에 불과하다. 반면 네그로폰테의 '건축 기계'(대안 3)는 건축가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질문을 하도록" 1 돕는다. 이는 기계가 건축가의 '인식론적 파트너'가 되어, 건축가 자신의 설계 과정, 즉 "생각에 대해 생각하도록" 7 자극하고 강제하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URBAN5가 "객관적 거울" 6이 되고자 했던 것도 이러한 인식론적 목표의 초기 형태였다.

 

'끝없는 시작'의 현대적 의미

 

"이 프로젝트는 시작만 있고, 끝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1

1970년 이 책이 출판된 이후, 건축 기술의 역사는 네그로폰테의 비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 50년간 건축계는 그가 지적으로 불모하다고 거부했던 '대안 1'17과, 창의성을 구속한다고 비판했던 '대안 2'21의 경로를 주로 따라 발전해왔다. 네그로폰테의 '대안 3'은 대부분 학문적 영역에 머무르며 소수의 실험 18 속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했을 뿐, 주류 기술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20년대에 이르러, 제너레이티브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1970년의 이 '시작'을 다시 현재로 소환하고 있다. URBAN5 21와 같은 초기 시스템은 '미리 결정된' 규칙에 묶여 있었지만, 현대의 제너레이티브 AI 23는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진화적'으로 학습하며, URBAN5가 실패했던 '상호작용적이고 반복적인 프로세스' 23를 비로소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 명의 인간 + AI = 두 명의 인간 팀" 22이라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 결과는, 네그로폰테가 50년 전에 상상했던 '두 동료' 2 또는 '사이버네틱 팀 동료' 22의 비전이 기술적으로 구현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의 AI 연구는 '인간-AI 시너지'(Human-AI synergy) 23, '팀 중심 AI'(team-centered AI) 42, '비선형적 AI 보조 도구' 43 등, 네그로폰테가 '상호 훈련', '탄력성', '성장' 2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 개념들을 탐구하고 있다.

따라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아키텍처 머신은 1970년대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마주한 AI 파트너십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끝없는' 이론적 프레임워크이다. 그가 말했듯이, 이 프로젝트는 이제 막 다시 '시작'되었으며 '끝'은 보이지 않는다.

참고 자료

  1. The Architecture Machine by Nicholas Negroponte | PDF | Artificial Intelligence - Scribd,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472130519/The-Architecture-Machine-by-Nicholas-Negroponte
  2. Nicholas Negroponte - The Architecture Machine - Monoskop,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monoskop.org/images/1/1f/Negroponte_Nicholas_The_Architecture_Machine_1970.pdf
  3. The Architecture Machine. The Role of Computers in Architecture at the Architekturmuseum der TU München, Munich - smow,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smow.com/blog/2020/10/the-architecture-machine-the-role-of-computers-in-architecture-at-the-architekturmuseum-der-tu-munchen-munich/
  4. Misfits and architecture machines - Molly Wright Steenson,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girlwonder.com/2010/09/misfits-and-architecture-machines.html
  5. A short but believable history of the digital turn in architecture - e-flux,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e-flux.com/architecture/chronograms/528659/a-short-but-believable-history-of-the-digital-turn-in-architecture
  6. URBAN5 - MIT Press Direct,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direct.mit.edu/books/oa-monograph/chapter-pdf/2282290/9780262368063_c000300.pdf
  7. Tech Visionary Nicholas Negroponte Talks About the Future of Education,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smithsonianmag.com/innovation/tech-visionary-nicholas-negroponte-talks-about-future-education-180958714/
  8. Architecture Machin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cast.b-ap.net/wp-content/uploads/sites/8/2011/09/negroponte-ArchitectureMachinelowrez.pdf
  9. Appendix | Toward a Living Architecture? | Manifold@UMinnPress,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manifold.umn.edu/read/untitled-f1773d15-0794-4df3-a4cb-44234533f676/section/5251d95e-7fd2-4122-b3f6-1f207661f589
  10. Can modern architecture be responsive? - RTF - Rethinking The Futur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re-thinkingthefuture.com/architectural-styles/a4173-can-modern-architecture-be-responsive/
  11. Making architecture become - IT-Universitetet i København,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pure.itu.dk/ws/files/84808374/PhD@0332Thesis@0332Final@0332Version@0332Cameline@0332Bolbroe.pdf
  12. Self-organization in cybernetics - Wikipedia,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Self-organization_in_cybernetics
  13. From Nicholas Negroponte to Al Bahar Tower: The development in theory and technology of responsive architecture - ResearchGat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01722980_From_Nicholas_Negroponte_to_Al_Bahar_Tower_The_development_in_theory_and_technology_of_responsive_architecture
  14. View of The Architecture Machine Revisited - SPOOL,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spool.ac/index.php/spool/article/view/121/120
  15. 1969-70 - SEEK - Nicholas Negroponte (American) - cyberneticzoo ...,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cyberneticzoo.com/robots-in-art/1969-70-seek-nicholas-negroponte-american/
  16. ATC Lecture — Nicholas Negroponte's "Connectivity as a Human Right" - YouTub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Uzj867-HH3w
  17. Enhancing Open BIM Interoperability: Automated Generation of a Structural Model from an Architectural Model - MDPI,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5-5309/14/8/2475
  18. (PDF) The Architecture Machine Revisited. Experiments exploring Computational Design-and- Build Strategies based on Participation - ResearchGat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56144698_The_Architecture_Machine_Revisited_Experiments_exploring_Computational_Design-and-_Build_Strategies_based_on_Participation
  19. (PDF) Automation in architecture and its effect on the future of architects - ResearchGat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52354746_Automation_in_architecture_and_its_effect_on_the_future_of_architects
  20. Soft Architecture Machines - Monoskop,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monoskop.org/images/6/64/Negroponte_Nicholas_Soft_Architecture_Machines_1975.pdf
  21. 1973. Nicholas Negroponte and Architecture… | by Eliza ...,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eliza-pert.medium.com/1973-a1b835e87d1c
  22. The Cybernetic Teammate: When One Human Plus AI Equals Two | PYMNTS.com,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pymnts.com/artificial-intelligence-2/2025/the-cybernetic-teammate-when-one-human-plus-ai-equals-two/
  23. When humans and AI work best together — and when each is better alone | MIT Sloan,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mitsloan.mit.edu/ideas-made-to-matter/when-humans-and-ai-work-best-together-and-when-each-better-alone
  24. Soft Architecture Machines | Cornell | ARL,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arl.human.cornell.edu/linked%20docs/Soft%20Architecture%20Machine.pdf
  25. The Architecture Machine: Toward a More Human Environment - Goodreads,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goodreads.com/book/show/57021.The_Architecture_Machine
  26. COMPUTER OF A THOUSAND FACES: ANTHROPOMORPHIZATIONS OF THE COMPUTER IN DESIGN (1965-1975),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mkremins.github.io/refs/ComputerOfAThousandFaces.pdf
  27. 1976. Architecture Machine Group MIT | by Eliza Pertigkiozoglou | Medium,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eliza-pert.medium.com/1976-852a377855fe
  28. Distinguishing between control and collaboration—and ...,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dubberly.com/articles/distinguishing-between-control-and-collaboration-and-communication-and-conversation.html
  29. The extended designer, and the design machine | by Jay Acutt | UX Collectiv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uxdesign.cc/the-extended-designer-and-the-design-machine-2169847779b9
  30. The Architecture Machine - Nicholas Negroponte - cyberneticzoo.com,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cyberneticzoo.com/wp-content/uploads/2010/10/Architecture_Machine_Negroponte.pdf
  31. Revisiting Warren S. McCulloch - Emergenc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journal.emergentpublications.com/Article/ee387e54-c659-492c-86b4-26bae4bf69c5/github
  32. Cybernetics - Wikipedia,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Cybernetics
  33. A Short History of Cybernetics in the United States,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journals.univie.ac.at/index.php/oezg/article/download/3916/3663/7186
  34. The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 IBM,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ibm.com/think/topics/history-of-artificial-intelligence
  35. EPILOGU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journal.emergentpublications.com/Chapter/mccullochcollectedworks/chapter_74/github
  36. W.S. McCulloch: Towards some circuitry of ethical robots,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vordenker.de/ggphilosophy/mcc_ethical.pdf
  37. Toward Some Circuitry of Ethical Robots or an Observational Science of the Genesis of Social Evaluation in the Mind Like Behavio,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vordenker.de/ggphilosophy/mcc_ethical_en_ger.pdf
  38. Warren S. McCulloch Papers -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search.amphilsoc.org/collections/style/pdfoutput/Mss.B.M139-ead.pdf
  39. 6 Nicholas Negroponte and the MIT Architecture Machine Group: Interfaces to Artificial Intelligence - IEEE Xplor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ieeexplore.ieee.org/document/8290860/
  40. URBAN 5's overlay and the IBM 2250 model 1 cathode-ray-tube used for... - ResearchGat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URBAN-5s-overlay-and-the-IBM-2250-model-1-cathode-ray-tube-used-for-URBAN-5-Source_fig1_325475263
  41. Toward a Theory of Architecture Machines – Nicholas Negroponte - IAAC Blog,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legacy.iaacblog.com/maa2014-2015-advanced-architecture-concepts/2014/11/toward-a-theory-of-architecture-machines-nicholas-negroponte/
  42. Human-AI teams—Challenges for a team-centered AI at work - PMC - PubMed Central,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565103/
  43. Understanding Nonlinear Collaboration between Human and AI Agents: A Co-design Framework for Creative Design - arXiv,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arxiv.org/html/2401.07312v1

 

Part 1. 밀물과 껍데기: PropTech의 현주소와 본질의 부재

1.1. 서론: '물이 들어올 때'의 역설
최근 몇 년간 건축 및 부동산 산업은 '물이 들어오는' 시기, 즉 코로나 특수와 같은 거시적 환경 변화와 기술적 기회가 맞물린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PropTech(프롭테크)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의 고질적인 비효율성을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접근이 과연 산업의 본질적인 '내면'을 강화하고 있는가, 혹은 밀물을 타고 피상적인 '껍데기'를 바꾸는 데 급급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반응적 기회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스페이스워크(Spacewalk)와 그 핵심 서비스인 랜드북(Landbook)을 들 수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시장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PropTech 스타트업이다. 랜드북의 비즈니스 모델은 "AI 건축설계 및 부동산 가치평가 기술"을 통해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예측"하고 , "최적의 수익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의 접근 방식은 명확한 '스콥의 한계(Scope Limitation)'를 보여준다. 랜드북의 AI는 "토지 가치의 최대화(maximization of land value)" 와 "예상 수익률 예측" 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이는 특히 "서울 토지의 90%"를 차지하지만 "산업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개발이 어려운"  200평(660 제곱미터) 미만의 소규모 토지 시장의 '비효율성' 을 해결하는 데 집중된다. 즉, 랜드북의 AI 엔진(LBDeveloper) 이 수행하는 '건축설계 자동화'란, "다양한 건축 법규를 반영"하여  "허용 가능한 건물 외피를 계산"하고  "수익성" 을 검토하는 작업이다. 이는 건축의 복잡다단한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법규 검토와 최대 용적률 산정이라는 매우 명확하게 '길들여진(tame)' 문제를 푸는 데 한정된다. 

1.2. '수제 맥주' 비유의 해부: 피상적 자동화
이러한 현상은 "일반 맥주의 껍데기만 수제 맥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은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맥주 산업에서 양조장의 "몸집이 커질수록", 즉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수록, "맥주를 다루는 사람"(본질)과 "기계를 다루는 사람"(프로세스)이 분리되고, 생산은 "설비와 품질 위주의 프로세서"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수제(craft)'라는 단어는 본질적 차별성이 아닌, "스토리를 더욱 쌓아가는 '해명과 창작'" 의 영역, 즉 마케팅과 브랜딩의 영역으로 전락한다. 
PropTech의 '껍데기(Wrapper)'는 "건축의 대중화(Mass Customization)" 와 "99%를 위한 건축" 이라는 매력적인 '스토리'다. 이는 '수제 맥주'라는 라벨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그 내부의 '엔진(Engine)'은 법규 와 수익률 에 기반한 지극히 '기계적인' 프로세스다. PropTech는 '맥주를 다루는 사람'(본질적 건축가)의 창의적 작업을 자동화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기계를 다루는 사람'(효율화 및 품질 관리)의 작업, 즉 가치 평가와 법규 검토만을 고도화하고 있다. '크래프트'의 핵심이어야 할 건축적 본질과 창의성은 이 방정식에서 부재한다. 

1.3. '내력(內力)'을 향한 호소: 반응이 아닌 구축
따라서 "물이 들어오기 전에 내면을 키워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틴다"는 주장은 이러한 피상적 자동화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다. 여기서 '내력(Naeryeok, Inner Strength)'은 구조공학에서 차용한 용어로, 외부의 '물결'(시장 수요, AI 기술 유행)에 휩쓸려 수동적으로 '반응(reacting)'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외압에도 견딜 수 있는 '본질적 역량'을 선제적으로 '구축(building)'해야 함을 의미한다.
본 보고서는 이 '내력'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축의 '내력'이란, 현재의 PropTech가 회피하고 있는 건축 고유의 '모호성(ambiguity)'을 다루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 모호성을 '절차적(procedural)'이고 '시스템적(systemic)'으로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이야말로 건축이 AI 시대의 조류 속에서 버티고 나아가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내면 강화'의 길이다.


Part 2. 근본적 진단: 건축의 모호성과 문화적 임피던스

2.1. '불친절한 업계': 모호성이라는 성채
건축이 '불친절한 업계 2위'로 지목되는 이유는, 업계가 "모호한 말들 뒤에 숨어"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의도적인 장벽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이 모호성은 특히 건축 교육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주입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구체적으로 건축을 어떻게 만드는지"(재료, 크기, 색상, 빛의 결정 원리)를 알려주기보다, 교수의 주관적 판단인 "아니래"(틀렸다)라는 피드백이 반복된다.
이러한 교육 방식의 핵심에는 '크리틱(Critique)'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건축 스튜디오의 크리틱은 교육의 중심적 방법론이지만, "모호하거나 취향 중심적(vague or taste-driven)" 으로 변질되기 쉽다. 비평 패널은 종종 "취향에만 근거한(based on taste alone)" 주관적 발언 을 쏟아내며, 이는 학생들에게 '방법론'이 아닌 특정 '취향'을 강요하는 "심판적(judgmental)" 행위('wrong', 'bad', 'rubbish') 가 된다. 
의 자기 고백적 연구는 이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한 건축학도는 "평범하고 지루한(ordinary and boring)" 자신의 가족이 사는 집을 "미스 반 데어 로에-심플하지 않다"는 이유로 의문시하기 시작한다. 그는 "비율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멀쩡한 박공지붕을 평지붕으로 바꾸자고 부모를 설득하며, "나의 취향, 언어, 행동이 변하고 있다... 건축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족의 나머지 구성원들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게 된다. 
이는 건축 교육이 의도적으로 학생들의 '보편적 선호도'를 "낮추고" ,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간극을 만드는 패턴" 을 주입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교육은 "재료, 크기, 색상, 빛"과 같은 '기초(fundamentals)'  대신, "모더니스트 혁신" 과 같은 특정 스타일을 배타적 '취향'의 언어로 체화시킨다. 이 '모호성'과 '배타성'이 바로 건축 업계가 구축한 성채의 실체이다. 

2.2. 문화적 임피던스 불일치 (The Cultural Impedance Mismatch): 건축가 vs. 코더
건축계에 내재된 이 모호성은 "건축과 코더들의 백그라운드가 너무 달라서 이어지기 어렵다"는 '문화적 임피던스 불일치(Cultural Impedance Mismatch)'의 근본 원인이다. "건축가들은 input을 정확히 정의 못한다"는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임피던스 불일치'는 본래 소프트웨어 공학의 용어다. 개발자 커뮤니티와 데이터 전문가 커뮤니티 간의 "문화적 임피던스 불일치"는 "서로 다른 기술, 다른 배경, 다른 사고방식(Ways of Thinking, WoT), 다른 작업 방식(Ways of Working, WoW)" 에서 기인하는 "비기능적 정치"와 "어려움"을 의미한다. 
이 불일치는 건축 분야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과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같은 현대적 도구들은 "매우 잘 정의된(굉장히 잘 디파인 된)" 데이터를 요구한다. BIM은 "실제 건물 요소, 예컨대 건축 자재 및 성능 데이터" 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생성 디자인(Generative Design)은 "정의된 제약 조건(defined constraints)" 과 "사용자 정의 입력(user-defined inputs)" 을 전제로 한다. 시스템은 명확하고 정량화된 입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건축가의 'Input'은 본질적으로 모호하다. 건축가들은 "의도와 디자인을 연결하기 위해 단어와 예술의 그래픽 언어에 의존"하며 , 그들이 다루는 핵심 디자인 요소는 "내러티브, 형태, 기능, 다중감각적 접근, 물질성, 공간"  등이다. 이는 컴퓨테이셔널 시스템 입장에서는 "모호한 범위 정의(ambiguous scope definitions)" 에 불과하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인식론적 단절(Epistemological Chasm)*이다. 건축 교육 은 '모호함'과 '주관적 취향'을 전문가의 핵심 역량으로 훈련시킨다. 반면, 컴퓨테이션 은 '명확하게 정의된 입력값'을 절대적 전제로 삼는다. Spacewalk와 같은 PropTech 는 이 단절을 해결하려 시도하는 대신, 건축가의 모호한 입력을 무시하고 법규와 수익률이라는 명확한 입력값만으로 작동하는 쉬운 길(껍데기)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진단된 '스콥의 한계'의 본질이다. 


Part 3. '내력' 구축을 위한 이론적 토대: 건축의 절차적 역설계
건축의 '내력'을 구축하는 것은 이 모호성을 해체하고, 건축적 사유를 절차적(procedural)이고 시스템적(systemic) 언어로 재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방법론적 도구들은 이미 건축 이론의 역사 속에 존재해왔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루돌프 비트코워, 피터 아이젠만, 리처드 세라의 작업은 '내력'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적인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3.1. 생성 문법 (Generative Grammar):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Alexander & Chomsky)
건축을 '규칙 기반(rule-based)' 시스템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시스템 생성 시스템(Systems Generating Systems)' 에서 정점에 달한다. 알렉산더는 "전체로서의 시스템"(System as a whole,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생성 시스템"(Generating system)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에게 "생성 시스템"이란 "부품들의 키트(a kit of parts)와 이 부품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대한 규칙들(rules)"의 집합이다. 
알렉산더의 "관계형 메소드"와 조지 스티니(George Stiny)의 "형태 문법(Shape Grammars)" 은 "은유가 아닌 실제 생성 엔진(generative formal engine)"이다. 이 접근은 촘스키(Noam Chomsky)의 "생성 문법(Generative Grammar)" 과 맥을 같이 한다. 촘스키의 문법이 유한한 "논리적 규칙"을 통해 "무한한 수의 가능한 문장"을 생성하듯, 'Shape Grammar'는 건축 디자인을 생성하는 구문론적 규칙을 정의한다. 이는 '취향'과 '아니래'라는 주관적 피드백으로 점철된 건축 교육의 모호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절차적 해독제다. '내력'의 첫 번째 요소는 디자인을 '생성하는 규칙'을 명시적으로 정의하는 능력이다. 

3.2. 형식과 비율 (Format and Ratio): 루돌프 비트코워 (Wittkower & Palladio)
루돌프 비트코워(Rudolf Wittkower)가 '인본주의 시대의 건축 원리' 에서 수행한 팔라디오(Palladio)의 빌라 로툰다(Villa Rotonda) 분석은 개별 '오브제(object)'를 '시스템(system)'으로 해독한 선구적인 작업이다. 비트코워는 팔라디오의 빌라들을 "추상적 도식(abstract schemes)" 과 "기하학적 선점(geometrical preoccupations)" 의 체계로 분석했다. 
그는 팔라디오의 "직사각형 평면의 비율(ratios)"이 "음계(musical scales)" 라는 수학적 원리로 설명될 수 있음을 밝혔으며, 팔라디오가 "각 방 내부뿐만 아니라 방과 방 사이의 관계에서도 조화로운 비율을 사용" 했음을 증명했다. 
이 분석은 "같은 format(형식)인데 ratio(비율)가 다른 것"이 "parametric design"이라는 현대적 통찰과 정확히 일치한다. 비트코워의 분석 은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원형(prototype)을 역설계한 것이다.

I. 서론: 엔지니어의 황혼과 브리콜뢰르의 도래



A. '합리주의'의 두 가지 얼굴: 1920년과 2020년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건축은 '합리주의'라는 기치 아래 급진적인 사회 변혁의 도구로 소환되었다.1 1920년대의 모더니즘 운동(Modern Movement)은 건물의 '합리화(rationalization)'와 '산업화(industrialization)'를 통해 사회 개혁(social reform)이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1 당시의 건축은 순수한 재정적 논리를 넘어, 새로운 사회 질서를 구축하려는 가치 지향적 실천이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건축 저널 OASE 119: Rationalism Revised가 동명의 주제를 다시 꺼내든 것은 1 이 '합리성'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21세기의 새로운 합리주의는 이상(ideal)이 아닌 생존(survival)의 논리에 가깝다. 그것은 '제한된 재료 및 에너지 자원(limited availability of material and energy resources)'이라는 지구적 한계와 엄격한 '재정적 고려(financial considerations)'라는 현실적 제약에 기반한다.1

이러한 맥락의 변화는 건축의 핵심 행위를 '건설(Building)'에서 '수리(repairing)'로 이동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을 야기했다.3 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 앞에서, 건축가들은 스스로 '다른 역할을 재발명(reinvesting themselves in different roles)'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3

 

B. 논의의 핵심: 브리콜뢰르와 현상학적 합리성

 

본 보고서는 이처럼 '수리하는 건축가(the architect of repair)'로서 새롭게 요청되는 역할을,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가 그의 저서 《야생의 사고(The Savage Mind)》에서 제시한 '브리콜뢰르(bricoleur)'의 은유를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7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근대적 '엔지니어(engineer)'는 tabula rasa (백지상태) 위에서 선험적인 개념과 구조를 가지고 세계를 설계한다. 반면 '브리콜뢰르'는 "손재주꾼" 8 또는 "잡동사니" 10를 다루는 자로서, 이미 주어진 '파편'과 '자투리'의 집합과 대화하며 그것들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다.11 만약 20세기의 모더니스트 건축가가 '엔지니어'의 전형이었다면, 오늘날 기존 유산을 '수리'하고 '재배열'하며 '재맥락화'하는 동시대 건축가들은 '브리콜뢰르'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나아가, 본 보고서는 이 "새로운 합리성"이 단순히 자원의 효율적 분배라는 기술적, 경제적 차원 12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핵심 가설을 탐구한다. 이 합리성은 '우리가 시공간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향이나 태도' 13 자체를 재정의하는, 보다 깊은 현상학적(phenomenological)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C. 연구 방법 및 범위

 

이러한 문제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본 보고서는 다음의 구조로 전개된다.

첫째, 레비스트로스의 이론과 건축 현상학을 중심으로 이론적 틀을 구축한다.

둘째, 유럽의 선구적 실천, 특히 '수리의 윤리'를 급진적으로 보여준 라카통 & 바살(Lacaton & Vassal)의 작업을 분석한다.

셋째, 이러한 글로벌 담론이 한국의 특수한 도시 맥락(서울, 대구 등)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변용되는지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사례를 통해 고찰한다.

넷째, '수리'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거나 야기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15, 파사디즘(facadism) 16, 그리고 박물관화(museumification) 17와 같은 비판적 쟁점들을 검토한다.

최종적으로, 본 보고서는 이러한 이론적, 실천적, 비판적 고찰을 종합하여, 동시대 건축가에게 요구되는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I. 용어의 명료화: '수정된 합리주의' 대(vs.) 역사적 '신합리주의'



A. 역사적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의 정의

 

본 보고서에서 다루는 '수정된 합리주의(Rationalism Revised)'라는 용어가 야기할 수 있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를 1970년대 유럽 건축 담론의 핵심이었던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와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신합리주의는 주로 이탈리아에서 알도 로시(Aldo Rossi)와 조르조 그라시(Giorgio Grassi)와 같은 건축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다.18 그들은 주세페 테라니(Giuseppe Terragni)의 합리주의 건축을 재평가하며 18, 모더니즘의 단순한 기능주의(functionalism)와 포스트모더니즘의 가벼운 절충주의 모두에 반대했다. 그들은 건축사의 '유형(type)'과 '유형학(typology)' 20, 도시의 '원형(archetype)', 그리고 장소의 고유한 정신인 'genius loci' 18와 같은 개념을 통해 건축의 자율적 언어와 도시의 역사적 연속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B.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와 수정된 합리주의(Rationalism Revised)의 근본적 차이

 

이 두 '합리주의'는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본 보고서의 핵심 논지를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하다.

알도 로시로 대표되는 '신합리주의'는 역사를 *개념적, 추상적 원천(conceptual source)*으로 사용했다.20 그들은 역사를 "건축 언어의 저장소" 20로 보고, 그곳에서 도시와 건축의 보편적 '유형(type)'을 추출하여 *새로운 건축물(new building)*을 창조하고자 했다. 이는 비록 역사적 형태를 참조하지만, 여전히 건축가의 선험적(a priori) 개념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형태를 구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엔지니어'의 작업 방식과 유사하다.21

반면, OASE 119가 제시하는 '수정된 합리주의'는 "수리(repairing)" 3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이 접근법은 역사를 추상적 '유형'의 저장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실체(physical fabric)*로 존재하는 기존 건물 자체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엔지니어'처럼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브리콜뢰르'처럼 주어진 재료(기존 건물)에서 출발하여 후험적(a posteriori)으로 작업한다.

따라서 '신합리주의'가 역사를 개념적으로 참조하여 새로 짓는 방식이라면, '수정된 합리주의'는 역사를 물리적으로 마주하며 고쳐 짓는 방식이다. 이 둘은 역사에 대한 태도와 실천 방식에 있어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C. 동시대의 비판: '레트로 스타일'로서의 신합리주의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의 대표인 패트릭 슈마허(Patrik Schumacher)는 이러한 과거 지향적 경향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신합리주의, 네오모더니즘, 미니멀리즘 등을 "레트로 스타일(retro-styles)" 22이라고 일축하며, 오늘날 건축이 기후 변화, 인종 차별, 탈식민주의와 같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과도하게 몰두한 나머지 23, 혁신을 포기하고 "단순한 공예(mere craft)" 23의 상태로 퇴보했다고 주장한다.

슈마허의 이러한 비판은 역설적으로 본 보고서의 핵심 논의를 강화하는 지점이 된다. 그가 옹호하는 '파라메트릭시즘(parametricism)' 22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형태를 생성하는, '엔지니어' 패러다임의 궁극적인 현대적 발현이다. 반면, 그가 "단순한 공예"라고 비판적으로 지칭한 바로 그 지점이, 레비스트로스가 '브리콜뢰르'를 "손재주꾼" 8이라고 정의한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수정된 합리주의'는 슈마허가 폄하하는 바로 그 '공예'로의 회귀를, 자원 고갈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합리성으로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다.

 

III. '엔지니어'의 유산: 수리의 대상이 된 모더니즘과 타불라 라사(Tabula Rasa)



A. 모더니즘의 '엔지니어'와 타불라 라사(Tabula Rasa)

 

1920년대 모더니즘 건축가는 레비스트로스가 정의한 '엔지니어'의 전형이었다. 그는 기능주의(functionalism) 24, 산업화1, 사회 개혁2이라는 명확하고 선험적인 '구조(structure)'를 가지고, '사건(event)', 즉 새로운 건축물과 도시를 창조하려 했다.21

이 '엔지니어'들의 핵심 방법론은 '타불라 라사(Tabula Rasa)', 즉 백지상태였다. 흥미롭게도 타불라 라사는 단순히 전쟁으로 파괴된 상태 26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 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은 기존의 도시 조직을 의도적으로 제거하고 "백지상태(blank slate)" 26를 확보하려는, 국가 권력과 결합된 적극적인 "프로젝트 방법론(project methodology)" 26이었다. 기존의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위생적인 과거로 치부되었으며, 엔지니어의 합리적 질서를 구현하기 위해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B. 기능주의의 역설: 적응의 대상이 된 유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엔지니어'의 합리적 유산이 그 자체로 '수리'의 대상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다.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보고서는 모더니즘 건축 유산을 보존하고 재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명확히 보여준다.24

모더니즘 건축물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난제들을 안고 있다 24:

  1. 기능적 경직성 (Functional Rigidity):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24는 원칙에 따라 특정 기능(예: 특정 용도의 사무 공간, 특정 방식의 주거)에 고도로 특화된 설계는, 시대가 변해 새로운 용도를 수용해야 할 때 "초기 시대의 건물보다 덜 유연(less flexible)" 24하게 만든다. 유연성이 부족한 건물은 기능적 노후화(obsolescence)와 철거의 위험에 직면한다.24
  2. 환경적 지속 불가능성 (Environmental Unsustainability): 이 건물들은 "무한한 에너지(inexhaustible energy)"의 시대에 설계되었다.24 따라서 현대의 엄격한 환경 성능 요구(난방, 냉각 효율)를 충족시키기 매우 어렵다.27 특히 거대한 유리 외벽(large expanses of glazing)은 종종 에너지 악몽이 된다.24
  3. 재료 및 규모의 문제 (Material and Scale): 당시 혁신적이었던 재료 중 일부는 현재 '유해 재료(hazardous materials)'로 간주된다.24 또한 "매우 거대한 규모(very large buildings)"는 그에 맞는 새로운 용도를 찾기 어렵게 만들며, 수리 자체의 '경제적 실행 가능성(economic viability)' 24을 낮춘다.24

이러한 난제들은 모더니즘 '기능주의'의 근본적인 역설을 드러낸다. 특정 시대의 '기능'에 대한 과도하고 합리적인 특화(overspecialization)가, 다른 시대의 '기능'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적 합리성(adaptive rationality)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1920년대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 21세기의 가장 비합리적인 '유산'이 되어버린 셈이다.

 

C. 사례: 셰필드 파크 힐(Park Hill)의 실패

 

영국 셰필드에 위치한 파크 힐(Park Hill) 주거 단지(1961년)는 이러한 '엔지니어'의 이상과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늘의 거리(streets in the sky)" 28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통해 전통적인 이웃 공동체 의식을 고층 주거에 이식하려 했던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전후 영국 모더니즘의 최고 성취 중 하나로 여겨졌다.28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 단지는 심각한 방치, 구조적 노후화, 그리고 복잡한 사회 문제에 직면하며 급격히 쇠퇴했다. 결국 파크 힐은 "모더니즘의 실패와 동의어(synonymous with the failure of modernism)" 28가 되었으며, 그곳의 거주자들은 사회적 낙인에 시달려야 했다.28 이는 '엔지니어'의 tabula rasa 프로젝트가 의도했던 사회적 이상과 달리, 물리적, 사회적으로 얼마나 처참하게 붕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이 실패한 유산은 훗날 '브리콜뢰르'의 수리 대상이 된다 (V장, VIII장 참조).

 

IV. 이론적 전환: 건축적 은유로서의 《야생의 사고》



A. 브리콜뢰르(Bricoleur)와 엔지니어(Engineer)의 이항대립

 

모더니즘 '엔지니어'의 유산이 야기한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는 새로운 건축가의 초상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The Savage Mind)》 8에서 발견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브리콜뢰르)와 과학적 사고(엔지니어)를 구분하며 두 가지 상반된 작업 방식을 제시한다.

  • 엔지니어(Engineer): 엔지니어 또는 '과학자'는 a priori(선험적) 30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명확한 '개념(concept)'과 '구조(structure)'를 먼저 설정한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된 '원자재(raw materials)'와 '도구(tools)'를 동원하여 '사건(event)', 즉 결과물을 창조한다.7
  • 브리콜뢰르(Bricoleur): 반면, 브리콜뢰르 또는 '신화적 사고'는 a posteriori(후험적)이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whatever is at hand)" 9 작업한다. 그는 "인간의 노력에서 남겨진 자투리나 잡동사니(a collection of oddments left over from human endeavours)" 10, 즉 제한된 재료의 집합에 자신을 맞춘다. 그는 이질적인 재료와 파편들을 가지고 "대화"하며 21, 그것들이 가진 잠재력으로부터 새로운 '구조'를 창조한다.11

 

B. 건축적 실천으로서의 브리콜라주(Bricolage in Architectural Practice)

 

이 인류학적 은유는 건축 실천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건축에서 브리콜라주는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의 건물들이 근접하여 만들어내는 뒤죽박죽한 효과(jumbled effect)" 31로 이해되거나, "손에 잡히는 모든 재료로 예술작품을 구축하는 행위" 32로 정의된다.

이미 콜린 로우(Colin Rowe)와 프레드 코터(Fred Koetter)는 그들의 저서 《콜라주 시티(Collage City)》에서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고슴도치로 위장한 여우"라고 칭하며, 그가 건축사의 단편적인 아이디어들을 교활하게 조합하는 '브리콜뢰르'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31

그러나 본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건축에서 '브리콜라주'의 개념이 콜린 로우 시대의 은유적(metaphorical) 단계에서 동시대의 물리적(physical) 실천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로우의 시대에 '브리콜라주'는 건축사(history)라는 아이디어의 저장소에서 개념을 콜라주하는 설계론적 은유에 가까웠다.31 르 코르뷔지에는 여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엔지니어'였지만, 그의 사고방식이 '브리콜뢰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비평이었다.

반면, OASE 119가 말하는 '수리'의 시대 3에 '브리콜라주'는 물리적 도시 구조 자체를 "손에 잡히는 재료"로 사용한다. 라카통 & 바살(Lacaton & Vassal), Architecten De Vylder Vinck Taillieu(ADDVT) 33와 같은 현대 건축가들은 기존 건물 자체를 '자투리(oddment)' 10로 취급하며, 아이디어가 아닌 물리적 실체를 "있는 그대로(making do)" 33 다룬다.33 즉, '브리콜라주'는 더 이상 설계 스튜디오 안의 지적인 은유가 아니라, 공사 현장의 구체적인 실천 방식이 되었다.

 

<표 1> 엔지니어 대 브리콜뢰르: 두 가지 건축적 실천 모델



구분 '엔지니어' (모더니즘 건축가) '브리콜뢰르' (현대 '수리' 건축가)
인식론 A Priori (선험적) 30 A Posteriori (후험적) 21
작업 방식 "개념(구조)에서 사건(재료)으로" 21 "사건(재료)에서 구조(개념)로" 21
재료에 대한 태도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원자재 7 "손에 잡히는 대로", "남겨진 자투리" 9
역사/유산과의 관계 Tabula Rasa. 극복의 대상, 제거의 대상 26 Spolia. 재활용, 재배열, 재맥락화의 대상 33
대표적 실천 김수근 (세운상가 초기 설계) 34 라카통 & 바살 (그랑 파크 보르도) 35

 

V. '수리'의 윤리학: 유럽의 브리콜라주 실천



A. 브리콜뢰르의 원형: 라카통 & 바살(Lacaton & Vassal)

 

프랑스 건축가 듀오 안 라카통(Anne Lacaton)과 장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의 작업은 동시대 '브리콜뢰르'의 전형을 보여준다.33 그들의 철학은 "기존의 것을 가지고 작업하기(working with the existing)", "도시 거주자들의 일상적 실천을 존중하기(valuing experiences of everyday urban life)", 그리고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하기(doing more with less)" 33로 요약될 수 있다.

이들의 실천을 관통하는 핵심 윤리는 "결코 파괴하지 않는다(Never demolish)" 36는 선언이다. 2021년 프리츠커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회는 이들이 "이미 존재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며, 덧붙임으로써 확장하고, 단순함의 사치를 존중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 36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파괴와 신축이 야기하는 막대한 '탄소 비용(carbon costs)' 36과 기존 거주민들의 '사회적 단절(social breakage)' 38을 거부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급진적이고 윤리적인 태도이다.

 

B. 급진적 실천 1: '아무것도 하지 않음(Doing Nothing)'의 정치학

 

'수리'의 윤리는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라는 가장 급진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1996년 보르도의 레옹 오콕 광장(Place Léon Aucoc) 프로젝트 39가 그 시초이다.

당시 시 당국으로부터 광장 재개발을 의뢰받은 이들은, 현장을 관찰한 후 주민들이 이미 그 공간을 공원으로서 매우 잘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36 그들의 결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to do nothing)" 36이었고, 단지 기존의 나무와 벤치를 유지 보수하는 최소한의 개입만을 제안했다.39

이는 '수리'의 개념을 넘어, '탈성장 건축(Degrowth Architecture)' 39의 선구적 실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본주의 하의 건축은 본질적으로 '성장(growth)'을 전제로 한다.39 건축가는 통상적으로 '자본의 끝없는 성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라카통 & 바살의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바로 이 전제 자체를 거부하는 "비상 브레이크를 당기는" 39 행위였다. 이는 브리콜라주가 단순히 낡은 재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을 거부하고 기존의 사회적 이용 가치를 보존하는 정치적, 경제적 저항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39

 

C. 급진적 실천 2: '덧붙이기(Addition)'를 통한 모더니즘의 완성

 

라카통 & 바살의 브리콜라주가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엔지니어'의 실패한 유산인 모더니즘 사회주택을 다루면서였다. 파리의 투르 부아 르 프레트(Tour Bois le Prêtre) 36와 보르도의 그랑 파크(Grand Parc Bordeaux) 35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낡고 협소해진 1960년대의 콘크리트 슬래브 아파트 36파괴하는 대신, 기존 구조물 외부에 경량의 동계 정원(winter garden)과 발코니를 덧붙이는(add) 방식을 택했다.36 이 단순한 '덧붙이기'는 기존 거주민들의 주거 면적을 극적으로 확장하고, 채광과 조망을 개선하며, 바이오클라이머틱(bioclimatic) 발코니를 통해 에너지 효율까지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36

이는 '엔지니어'의 실패한 유산을 '브리콜뢰르'가 구원하는 서사로 읽힌다. 모더니즘 사회주택은 '사회 개혁'이라는 숭고한 이상1으로 시작했으나, 앞서 파크 힐의 사례 28처럼 열악한 물리적, 사회적 실패로 귀결되곤 했다.

이에 대한 기존의 대응 방식(철거 후 신축)은 '엔지니어'의 tabula rasa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존 거주민 공동체를 해체하고 축출하는 폭력을 수반한다.38

반면 라카통 & 바살은 "원설계자의 목표(aims of the original designers)"(즉, 모더니즘의 사회적 이상)와 "현재 거주자의 열망(aspirations of the current occupants)" 38을 동시에 존중한다. 그들은 거주민들이 이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38 수리를 진행함으로써 사회적 단절을 막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모더니즘이 가졌던 사회적 꿈을, 모더니즘이 해결하지 못한 환경적, 공간적 문제를 '덧붙이기'라는 브리콜라주 기법으로 '수리'함으로써, 21세기에 되살려냈다.36 '브리콜뢰르'가 '엔지니어'의 꿈을 완성한 것이다. 장필립 바살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접근이 이념적 기능주의가 아닌, 표준화된 요소를 사용하는 '브리콜뢰르'의 방식에 가깝다고 인정했다.35

 

D. 사례: 파크 힐(Park Hill)의 '모더니즘 다시 쓰기'

 

III-C절에서 언급된 셰필드 파크 힐의 실패 역시 '수리'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00년대 이후 시작된 재활성화 프로젝트 28는 이 거대한 모더니즘 유산을 다루는 또 다른 브리콜라주 방식이다.

Hawkins\Brown, Studio Egret West, 그리고 Mikhail Riches와 같은 건축가들이 참여한 이 다단계 프로젝트는 "역사적 요소를 보존하고 향상"시키면서 "현대적 개입"을 도입했다.28 그들은 "원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현대적 주거 요구를 충족시키려 했다.28 구체적으로는 상징적인 노출 콘크리트 파사드를 복원하는 한편, 낡은 창호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유닛으로 교체하고, 다채로운 양극산화 알루미늄 패널을 덧붙여 파사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28 이는 실패한 모더니즘 유산을 '재료를 통해 다시 쓰는(Rewriting Modernism Through Materials)' 28 행위이며, '엔지니어'의 엄격한 원본을 '브리콜뢰르'가 재해석한 사례이다.

 

VI. 맥락의 재구성: 한국 도시 조직 속 브리콜라주



A. 한국적 브리콜라주의 전사(前史)

 

유럽에서 '수리'의 윤리가 자본주의적 성장에 대한 반성, 혹은 모더니즘 유산에 대한 재해석으로 등장했다면, 한국의 맥락에서 '브리콜라주'는 전혀 다른 기원을 갖는다. 그것은 낭만적, 철학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한 방식이었다.

한국전쟁 피난 시절, 사회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주변 산의 나무와 흙"을 채집하고, "미군 부대 부산물"이나 철도변의 자재들을 주워 집을 지었다.40 이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생존 공간을 구축했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브리콜라주였다. 이러한 '만들어 쓰기'의 경험은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며 도시 조직의 저변에 깔려있다.

 

B. 사례 1: 세운상가(Sewoon Sangga) - 사회적 브리콜라주

 

서울의 세운상가(1966년)는 이러한 중층적 맥락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저명한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설계된 세운상가는, 주거와 상업(제조업)이 복합된 1km 길이의 "획기적인 메가스트럭처" 34였다. 이는 당대 최고의 기술로 구현된 '엔지니어'적 유토피아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강남 개발 등에 밀려 급격히 쇠퇴하며 '실패한 유산'이 되었다.34

수십 년간 철거와 보존의 논란이 거듭된 후, 2015년부터 시작된 '다시·세운 프로젝트(Remaking Sewoon Project)' 34는 이 거대한 구조물을 '수리'하는 '브리콜뢰르'적 대응이다. 이 프로젝트는 끊어진 보행 데크(skywalk)를 재연결하고 공공 공간을 삽입하는 물리적 브리콜라주를 포함한다.34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가장 급진적인 브리콜라주 시도는 물리적 수리가 아닌, 사회적 수리, 즉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대한 명시적 노력이다.34

일반적으로 '적응형 재사용'이나 '도시재생'은 VIII-A절에서 상술할 젠트리피케이션 15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자본이 유입되고 환경이 개선되면 임대료가 상승하여 기존의 영세 상인이나 주민들이 축출된다.

세운상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2016년 서울시와 상가 소유주, 임차인들이 "임대료 상승에 대항하여 임차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협약(Anti-Gentrification Cooperation Agreement)" 34을 체결했다. 또한, 기존의 경공업(전자 수리, 인쇄, 금속 가공) 생태계를 "주변부로 몰아내는 대신" 34, 이들을 VR, 로보틱스, CNC 제조와 같은 신규 창작 산업과 "나란히(rubbing up against)" 34 공존시키려 시도했다.

이는 세운상가가 수십 년간 자생적으로 구축해 온 사회적, 산업적 생태계 자체를 '손에 잡히는 재료'로 인정하고, 이를 보존하며 재배열하려는 '사회적 브리콜라주'의 시도이다. 이는 물리적 형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까지 '수리'의 대상으로 삼는, 라카통 & 바살의 사회주택 리노베이션 38과도 맥을 같이하는 접근이다.

 

C. 사례 2: 대구 산업 유산 - 프로그램적 브리콜라주

 

대구광역시의 산업화 유산 재활용 사례 42는 '장소성'과 '공간적 특성'을 재료로 삼는 브리콜라주를 보여준다.

대구창조캠퍼스 (구 삼성전자 부지): 이 프로젝트는 산업화 시대에 "무시되었던 도시적, 건축적 맥락을 재연결"하고,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42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유산을 대중과 소통시키고자 했다.42

이현 축적소 (구 곡물 및 비료 비축기지): 1970년대에 지어져 2017년 폐쇄된 이 거대한 산업 시설 44의 재활용은 '프로그램적 브리콜라주'의 전형을 보여준다.44 이 시설의 핵심 '재료'는 건물의 미학적 외관이 아니라, 그것이 제공하는 독특한 공간적 조건, 즉 "높은 층고와 넓게 트인 공간", 그리고 "거대하고 웅장한 구조물의 독창성" 44 그 자체이다.

만약 '엔지니어'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 "비합리적인" 층고와 거대한 규모는 '비효율적'이라 판단되어, 일반적인 공연장이나 상업 시설 44 규격에 맞게 분할되거나 철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브리콜뢰르'는 이 "비합리적인" 거대함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자투리'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 독특한 공간적 조건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복합 문화 예술 활동과 거주 기능의 결합) 44발명해낸다. 이는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브리콜뢰르'가 "사건(기존 재료/공간)으로부터 구조(새로운 용도/프로그램)를 창조" 21하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현 축적소는 UNESCO 음악 창의 도시 44라는 대구의 새로운 정체성과 결합하여, 낡은 산업 유산이 새로운 문화적 내러티브를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VII. 합리성의 재정의: 효율성을 넘어선 시공간의 현상학



A. 새로운 합리성의 필요성

 

라카통 & 바살의 '아무것도 하지 않음' 39이나 이현 축적소의 '거대한 비효율'을 긍정하는 44 태도는, 기존의 공학적, 경제적 합리성(engineering/economic rationality) 12의 잣대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수정된 합리주의'가 단순한 자원 효율성을 넘어, '시공간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태도' 13 자체의 변화와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건축 현상학(phenomenology)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B. '수리의 건축'과 가시적 흔적의 미학

 

이러한 태도 변화는 '수리의 건축(Architecture of Repair)' 46이라는 동시대 건축 운동에서 구체화된다. 이 운동은 "수리의 가시적인 흔적(visible signs of repair)" 46을 긍정하는 "급진적인 대안적 관점" 46을 제안한다.

기존의 관점에서 '수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건축의 순수성을 해치는, 감춰야 할 '약함의 징후(sign of weakness)' 46였다. 그러나 이 새로운 관점은 수리의 흔적을 "건물의 이야기를 깊게 하고 풍부하게 하는" 46 긍정적인 내러티브로 수용한다. 수리된 건물은 영원히 pristine(원래 그대로의) 상태를 가장하는 대신, 시간의 경과와 변화를 적극적으로 껴안는다.

 

C. 건축 현상학과 '애착'의 합리성

 

이러한 태도 변화의 철학적 기저에는 건축 현상학(Architectural Phenomenology) 47이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슐츠, 유하니 팔라스마 등에 의해 발전된 이 사조는, 건축을 단순한 기능적 오브제(object)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을 담는 그릇"이자 "우리의 감정, 기억, 세상에 존재하는 감각을 형성하는" 47 매개체로 본다.

건축 현상학은 '수리'라는 행위를 선택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해준다. 이는 '효율성'이 아닌 '애착(attachment)'에 기반한 합리성이다.

건축 현상학은 '촉각적 피드백(Haptic Feedback)'과 '정직한 재료의 노화(Honest material aging)' 같은 감각적 경험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47

  1. 개념 (Concept): "촉각적 피드백" (예: 손잡이의 무게감, 문지방의 마모).47
  2. 심리적 영향 (Psychology): 재료와의 감각적 교감을 통해 "깊은 물질적 애착(deep material attachment)"을 생성하고, "시간과 역사에 대한 연결"을 구축한다.47
  3. 행동 (Action): 이러한 애착은 자연스럽게 "교체보다 수리 및 유지보수를 우선" 47하게 만든다. 또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 순환(always new' consumer cycle)"과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47를 거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이 새로운 합리성의 관점에서 '수리'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경제적 계산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재료와 맺는 촉각적, 감정적 유대47에서 비롯된 합리적 선택이다. 우리는 우리가 애착을 갖는 것을 수리한다. '브리콜뢰르' 건축가의 새로운 합리성은 바로 이 애착을 설계하고, 시간의 흔적을 존중하는 것이다.

 

D. 시공간 경험의 재정의

 

이러한 현상학적 합리성은 우리가 시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엔지니어'의 tabula rasa 건축물(예: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에 설치된 위생적인 세면대 49)은 질병과 과거를 박멸하려는 위생적이고 추상적인, 단일한 시간(1927년)을 제공한다.

반면, '브리콜뢰르'의 '수리된' 건축물 46은 다층적인 시간(multi-layered time)을 전시한다. 그곳에는 원본의 흔적, 마모의 흔적(파티나), 그리고 수리의 흔적이 공존한다. 스위스 'Voie Suisse' 공원에서 예술가 카르멘 페린(Carmen Perrin)이 빙하가 밀어낸 바위를 '닦아내는(washing)' 행위 50는 그 자체로 "기억을 드러내는(uncovered memory)" 50 작업이었다. 이는 관찰자가 "예술작품 속으로 들어가" 51 시간성이 중첩된 공간, 즉 4차원적(tetradimensional) 51 경험을 하게 한다. 이는 뒤르켐(Durkheim)이 말한 "사회의 시공간 인식" 13이 건축을 통해 물리적으로 재구성되는 순간이다.

 

VIII. 비판적 반론: 브리콜라주의 함정과 '수리'의 이데올로기

 

'수리'와 '브리콜라주'는 그 자체로 윤리적이거나 진보적인가? '수정된 합리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52은 종종 자본의 논리를 은폐하고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A. 사회적 비판: '수리'로서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가장 첨예한 비판은 '적응형 재사용'이 젠트리피케이션 15을 촉발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점이다.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예술 디자인 대학(SCAD)의 사례 41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SCAD는 도시 전역의 역사적인 건물들을 매입하여 '적응형 재사용' 방식으로 캠퍼스를 구축함으로써 도시를 "보존"하고 경제를 활성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41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현실이 존재했다. 이 과정은 대학 주변에 거주하던 "저소득, 저학력 아프리카계 미국인 인구" 41 공동체에 "해로운(detrimental)" 41 영향을 미쳤다. 학생 수요가 폭증하자 민간 개발업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 개조하며 임대료가 폭등했다.41 학생들과 달리 재정적 자원이 부족했던 원주민들은 "임대료 상승이나 강제 이주로 인한 사회적 외상(social trauma and inconvenience caused by displacement or increased rent)" 41에 직면했고, 결국 "시장에서 밀려나(priced out of the market)" 41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쫓겨났다.

이 맥락에서 '역사 보존'과 '적응형 재사용'은 20세기 중반의 폭력적인 "도시 재개발 운동(Urban Renewal Movement)" 41과 동일한, 혹은 "더 해로운" 41 결과를 초래하는 신자유주의적 축출의 도구로 작동했다. 이는 '보존'과 '수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한국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나타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55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B. 진정성 비판: '수리'로서의 파사디즘(Facadism)

 

'수리'의 미학이 극단적으로 왜곡될 때, 이는 '파사디즘(Facadism)' 56으로 나타난다. 파사디즘은 역사적 건물의 '파사드(façade)', 즉 외피(껍데기)만 16 남기고, 내부 구조와 공간을 포함한 나머지 모든 것을 철거한 뒤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행위이다.16

개발업자들은 이를 '보존'과 '개발'의 현실적인 타협 16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이를 "역사적 완결성을 박탈하는" 16 "피상적인 몸짓" 16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파사디즘은 "조잡한 거짓말(crude lie)" 58이자 "건축적 사기(architectural sham)" 57로 비판받는다.

이는 '브리콜라주'의 완전한 왜곡이자 배신이다. 진정한 '브리콜뢰르'는 "자투리(oddments)" 10가 가진 내재적 구조와 잠재력을 존중하며 그것과 대화한다. 반면 '파사디스트(facadist)'는 기존 유산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미지(image) 외의 모든 것(구조, 재료, 역사, 공간 경험)을 경멸하고 파괴한다. 이는 '수리'가 아니라, 역사적 이미지만을 콜라주한 가장 교묘한 형태의 tabula rasa이다.

 

C. 문화적 비판: '수리'로서의 박물관화(Museumification)

 

'수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은 '박물관화(Museumification)'이다. 이는 살아있는 유산이나 문화를 그것이 속해 있던 본래의 삶과 맥락61에서 분리하여, 정적(static)이고 상품화된(commodified) 59 전시물로 전락시키는 현상을 말한다.60

런던의 로빈 후드 가든(Robin Hood Gardens) 17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앨리슨 앤 피터 스미스슨(Alison and Peter Smithson)이 설계한 이 모더니즘 사회주택 단지(파크 힐과 유사한)는 철거 위기에 처했고, 수많은 건축가들의 보존 캠페인은 결국 실패했다.17

그런데 이 건물이 철거되기 직전, 런던의 V&A 박물관이 이 건물의 "3층짜리 파편(a segment)" 17을 "건축 컬렉션"으로 수집하는 결정을 내렸다.17

이는 '수리'가 아닌 '박제(taxidermy)'이다. '브리콜뢰르'(여기서는 큐레이터)가 '엔지니어'의 유산을 수리하여 삶을 지속시키는 대신, 그것을 수집하여 죽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파편은 "주거로서의 사용 가치(use value as housing)"와 "도시적, 사회경제적 맥락" 17이 완전히 "박탈된(stripped)" 17 채,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맥락 속 "정적 오브제(static object)" 17가 되었다. 이는 마크 피셔(Mark Fisher)의 말을 빌리자면, 박물관에 갇힌 문화는 이미 "소진된(exhausted)" 문화이며 "묘지(cemetery)" 17에 불과하다.

 

<표 2> 유산 재맥락화의 세 가지 함정: 비판적 분석



비판 유형 정의 (Definition) 핵심 메커니즘 (Mechanism) 대표 사례 (Case)
사회적 실패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유산 보존을 명분으로 자본이 유입되어 원주민(저소득층)을 축출함 15 문화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며 임대료 상승 41
구조적 실패 파사디즘 (Facadism) 건물의 외피(파사드)만 남기고 내부와 구조를 모두 철거하는 행위 16 역사적 진정성(authenticity)을 파괴하고 이미지만을 상품화 57
문화적 실패 박물관화 (Museumification) 살아있는 유산을 본래의 맥락과 용도에서 분리하여 정적인 전시물로 만듦 60 사용 가치(use-value)를 제거하고 관광/전시 가치(exhibition-value)만 남김 17

 

IX. 결론: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를 향하여



A. '합리주의의 귀환'에 대한 최종 답변

 

본 보고서는 "합리주의의 귀환(Rationalism Revised)" 1이 1920년대의 유토피아적 '엔지니어' 합리성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기존 유산의 파편 10을 다루는 '브리콜뢰르'적 합리성 9으로의 근본적 전환임을 논증했다.

이 새로운 합리성은 다층적이다. 그것은 (1) 자원의 한계에 대응하는 경제적 합리성이며, (2) 재료와의 '애착'을 기반으로 '수리'를 선택하는 현상학적 합리성 47이고, (3) 다층적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시간적 합리성 51을 모두 포함한다.

 

B. 브리콜라주의의 한계와 비판적 실천의 필요성

 

그러나 '브리콜라주'는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 접근법은 때로 "혼란스럽거나(messiness)" "엄격함이 부족한" 62 임시방편으로 치부될 수 있으며 63, "확장 불가능한(non-scalable)" 64 해결책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33

더 심각한 것은, '브리콜라주'가 윤리적 성찰 없이 자본의 논리와 결합할 때, 그것은 가장 교묘한 파괴의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수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파괴41를, 파사디즘이라는 구조적 기만16을, 그리고 박물관화라는 문화적 박제17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수 있다.

 

C. 제언: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의 세 가지 축

 

따라서 동시대 건축가에게 요구되는 '수정된 합리주의'는, 이러한 모든 함정을 인지하고 성찰하는 '비판적 브리콜라주(Critical Bricolage)'여야 한다.

진정한 '브리콜뢰르' 건축가는 단순히 '손재주꾼'을 넘어, 다음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수행하는 '비판가'여야 한다.

  1. 물질적 브리콜라주 (The Material): "결코 파괴하지 않는다"는 윤리 36를 바탕으로, 기존의 물질적, 물리적 자원을 '수리'하고 '덧붙인다' (라카통 & 바살).
  2. 현상학적 브리콜라주 (The Phenomenological): '가시적 수리' 46와 '촉각적 경험' 47을 통해 애착과 기억, 즉 정지된 '유산'이 아닌 지속되는 '삶'을 설계한다.
  3. 사회적 브리콜라주 (The Social): '수리'의 과정이 공동체를 축출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협약' 34과 같은 사회적 장치를 함께 설계한다 (세운상가).

이 '비판적 브리콜라주'만이 1920년대 '엔지니어'의 합리성이 가졌던 사회 개혁의 이상2과, 21세기 '브리콜뢰르'의 합리성이 제공하는 자원과 경험의 존중47을 동시에 성취하는, 진정한 '합리주의의 귀환'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1. OASE 119: Rationalism Revisited - (Paperback) - Targe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rget.com/p/oase-119-rationalism-revised-paperback/-/A-94289175
  2. Oase n.119 Rationalism Revised . AA.VV. - La Capell,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lacapell.com/en/international/oase-n119-rationalism-revised-9789462088979-28222.html
  3. Architecture - February 2025 | PDF | Artificial Intelligence - Scribd,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827209723/Architecture-February-2025
  4. Oase - Magaller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tore.magalleria.co.uk/products/oase
  5. Architectura & Natura - Theo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itectura.nl/architecture/theory.html?dir=asc&order=name&p=11
  6. OASE 119: Rationalism Revised book - ThriftBook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hriftbooks.com/w/oase-119-rationalism-revised/54151889/
  7.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22.1068703/full#:~:text=L%C3%A9vi%2DStrauss%20described%20a%20%E2%80%9Csignificant,Levi%2DStrauss%2C%201962).
  8. [도시탐험 A to Z]무수한 흔적들 뒤섞인 도시는 에너지 넘치는 복합체 - 경상일보,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6945
  9. Claude Levi Strauss' Concept of Bricolage - Literary Theory and Criticis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literariness.org/2016/03/21/claude-levi-strauss-concept-of-bricolage/
  10. Spatial Bricolage: The Art of Poetically Making Do - MDP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6-0787/7/2/43
  11. 2014 하반기 특별 강연 운영 자료집,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emory.library.kr/files/original/aca776b4fdb86254f0d9854e6c3e24d6.pdf
  12. Beyond rationality in engineering design for sustainability - Columbia Business School,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business.columbia.edu/sites/default/files-efs/citation_file_upload/Klotz_RE_1526658105_1.pdf
  13. Chronos or kairos—what has happened to time? - New Minds Eye - WordPress.co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newmindseye.wordpress.com/chronos-or-kairos-what-has-happened-to-time/
  14. “건축을 평가하는 유일하고 가장 적절한 방법은 그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 대학지성 In&Ou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13
  15. The Economics of Adaptive Reuse—Comparative Cost Analysis of Revitalization vs. Demolition and Reconstruction at Radex Park Marywilska - MDP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5-5309/15/16/2828
  16. The Problem with Facadism in Toronto - Boldera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boldera.ca/the-problem-with-facadism-in-toronto/
  17. London Becomes Museum - Failed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failedarchitecture.com/london-becomes-museum/
  18. Context: Architecture And The Genius Of Place - Google Site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ites.google.com/view/context-architecture-and-the-
  19. 후기 합리주의 - 디자인의 이해 - 동의공업대학 건축장식과 - Daum 카페,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cafe.daum.net/sk0249/7a7/31?q=D_4F4ifOkqeso0&
  20. RICE UNIVERSITY A Comparative Analysis of Two Contemporary Positions: Toward a Design Strategy Steven Harris Gendler A THESIS SU,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repository.rice.edu/server/api/core/bitstreams/f6e19276-32ed-4cca-b6e1-5f912aad72f9/content
  21. THE SAVAGE MIND - MI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web.mit.edu/allanmc/www/levistrauss.pdf
  22. 'It's the end of architecture' – Zaha Hadid Architects boss declares war on woke cul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building.co.uk/news/its-the-end-of-architecture-zaha-hadid-architects-boss-declares-war-on-woke-culture/5134695.article
  23. 'It's the end of architecture' – Patrik Schumacher declares war on woke culture | New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bdonline.co.uk/news/its-the-end-of-architecture-patrik-schumacher-declares-war-on-woke-culture/5134636.article
  24. 20th century heritage - ICOMOS World Report on Monuments and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icomos.org/public/risk/2002/20th2002.htm
  25. Full article: Concrete Repair in Heritage Preservation. A Review of Opposite Approaches at Antoniuskirche Basel and Liederhalle Stuttgart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5583058.2024.2427658
  26. View of University City of Coimbra, 'tabula rasa' as a Project Methodolog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impactum-journals.uc.pt/joelho/article/view/_8_7/4147
  27. Conserving Modern Architecture issue. Spring 2013 (PDF Edition) - Getty Museu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getty.edu/conservation/publications_resources/newsletters/pdf/v28n1.pdf
  28. Rewriting Modernism Through Materials | ArchDail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26214/material-strategies-for-updating-and-repurposing-modernist-classics
  29. Claude Lévi-Strauss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Claude_L%C3%A9vi-Strauss
  30. [Book review of:] Ginger Nolan, Savage Mind to Savage Machine: Racial Science and Twentieth Century Design - VU Research Portal,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research.vu.nl/files/218120045/Book_review_of_Ginger_Nolan_Savage_Mind_to_Savage_Machine.pdf
  31. Bricolage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Bricolage
  32. Bricolage - Tat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te.org.uk/art/art-terms/b/bricolage
  33. BRICOLEUR, MAKER, ARCHITECT Bricolage as a way of thinking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repository.tudelft.nl/file/File_ce49374e-0179-47c5-8b19-f27d7286c160
  34. A Once-Maligned Concrete Megastructure in Seoul is Revitalized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etropolismag.com/projects/sewoon-sangga-seoul-south-korea-renovation/
  35. Can Design Change Society? - lacaton & vassal,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lacatonvassal.com/data/documents/20190910-123849ARCH_PLUS_PB_EN_DS.pdf
  36. Never Demolish: Lacaton & Vassal Win Pritzker Architecture Prize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zuremagazine.com/article/never-demolish-lacaton-vassal-win-pritzker-architecture-prize
  37. The Architecture of Doing Nothing : By Edwin Heathcote - Untapped Journal,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untappedjournal.com/stories/edwin-heathcote-architecture-of-doing-nothing
  38. Repairing What's Broken and Breaking: Melbourne Public Housing and OFFICE Architect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264826.2024.2336491
  39. Marx and Degrowth Architecture - Failed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failedarchitecture.com/marx-and-degrowth-architecture/
  40. Bricolage Characteristics of Cowshed Housing Development in Uam-dong during the Evacuation Period - Focusing on the Supply Process of Building Materials during the Korean War Evacuation Period - -Journal of the Architectural Institute of Korea - KoreaScienc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2209464491639.page
  41. Preserving Whose Neighborhood? The Effects of Adaptive Reuse by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lincolninst.edu/app/uploads/legacy-files/pubfiles/1316_geideman_final.pdf
  42. DAEGU Creative Campus - iF Desig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daegu-creative-campus/256676
  43. 사례조사 분석을 통한 대구시 미활용 근대건축물의 활용방안 연구 - AURIC,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uric.or.kr/user/Rdoc/DocRdoc.aspx?returnVal=RD_R&dn=317250
  44. Regeneration of Industrial Facilities into Cultural Space | UNESCO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citiesofmusic.net/regeneration-of-industrial-facilities-into-cultural-space/
  45. Reasoning, rationality, and architectural resolution - Yale Perception & Cognition Lab,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erception.yale.edu/papers/97-Scholl-PhilPsych.pdf
  46. Architecture of Repair - Zettel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zetteler.co.uk/clients/architecture-of-repair
  47. Architectural Phenomenology → Ter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lifestyle.sustainability-directory.com/term/architectural-phenomenology/
  48. Phenomenology and the Rise of the Architect-Historian - OpenEdition Book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books.openedition.org/inha/1449?lang=en
  49. Historical Context — MIXdesig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ixdesign.online/historical-context
  50. Spatial recall : memory in architecture and landscape [1st ed] 9781315881157, 1315881152 - DOKUMEN.PUB,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okumen.pub/spatial-recall-memory-in-architecture-and-landscape-1st-ed-9781315881157-1315881152.html
  51. Space-time and tetradimensionality in the post-war poetics of Lucio Fontana, Toti Scialoja and Amelia Rosselli - Arabesch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www.arabeschi.it/space-time-and-tetradimensionality-in-the-post-war-poetics-of-lucio-fontana-toti-scialoja-amelia-rosselli-/
  52. The Importance of Adaptive Reuse in Modern Architecture - W & B Prim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bprimeconstruction.com/adaptive-reuse/the-importance-of-adaptive-reuse-in-modern-architecture/
  53. Adaptive Reuse: Bridging the Gap Between Historical Preservation and Modern Architectural Practices - PMI Phoenix Chapt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miphx.org/presidents-corner/adaptive-reuse-bridging-the-gap-between-historical-preservation-and-modern-architectural-practices
  54. A framework for sustainable adaptive reuse ... - Frontier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sustainable-cities/articles/10.3389/frsc.2023.985656/full
  55.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양가적 담론과 실천 - 도시재생과의 뒤얽힘 -,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journal.kgeography.or.kr/articles/pdf/B51z/geo-2024-059-05-0.pdf
  56. Juxtaposing inside and outside: facadism as a strategy for building adaptation - Document Server@UHassel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ocumentserver.uhasselt.be/bitstream/1942/34247/2/Plevoets%2C%202021_Author%20Version.pdf
  57. How Architectural Façadism Keeps the Old New - Reliance Found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liance-foundry.com/blog/architectural-facadism
  58. Adaptive Reuse: Preservation's Next Argument - BENJAMIN COMPTON Miami University, Ohio - Association of Collegiate Schools of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Annual%20Meeting%20Proceedings/ACSA.AM.93/ACSA.AM.93.14.pdf
  59. Museumification of Historical Centres: the Case of Frankfurt Altstadt Reconstructio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nb.info/1329602803/34
  60. Full article: Navigating paradoxes in traditional architecture: balancing heritage, modernity, and urban social dynamics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467581.2025.2579674
  61. Historical Buildings and Monuments as Cultural Heritage In Situ—Perspectives from a Medium-Sized City - MDP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571-9408/6/6/239
  62. Full article: The holistic bricolage research approach: advantages and barriers to its application at doctoral level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3098265.2025.2534138
  63. Add/React: Exercises in Pragmatic Bricolage - Association of Collegiate Schools of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Fall%20Conference%20Proceedings/ACSA.FALL.14/ACSA.FALL.14.50.pdf
  64. Digital Bricolage and Its Limits: How Microenterprises Undertake Digitalization in Resource-Constrained Environments |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 Pubs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ubsonline.informs.org/doi/10.1287/isre.2023.0193
  65. exploiting limitations: examining the concept of “bricolage” in management studies through a bibliometric analysis - ResearchGat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85882356_EXPLOITING_LIMITATIONS_EXAMINING_THE_CONCEPT_OF_BRICOLAGE_IN_MANAGEMENT_STUDIES_THROUGH_A_BIBLIOMETRIC_ANALYSIS

 

서론: 스펙터클 사회 속 건축적 의미의 위기



1. 현재의 문제의식

 

동시대 건축은 깊은 의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보화 시대는 건축 지식의 문턱을 낮추어 ‘정해진 답을 찾는 방법’에 관한 기술적 지식의 가치를 잠식하고 있으며, 건축가와 건축 학문은 이제 ‘세상에 없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축 공동체는 사회적 신뢰를 잃고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거나 전문가주의적 권위에 안주하며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공멸’의 길로 들어설 위험에 처해 있다. 특히 현대 건축이 상실된 깊이를 ‘형식에 대한 담론’과 ‘작가 신화’라는 두 가지 위장술로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은 이 위기의 핵심을 찌른다.

본 논문은 이러한 동시대 건축의 조건이 단순히 양식이나 기술의 변화가 아닌, 그 가치가 점차 자본주의 경제 체제 내에서 재생산 가능한 이미지로서의 기능에 의해 결정되는 근본적인 구조적 전환의 결과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건축의 진정성(authenticity)은 이제 그 물리적 구축이나 사회적 기능이 아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통되고44, 자본 축적에 기여하는 이미지-상품(image-commodity)이 될 수 있느냐에 의해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 현상을 본 논문은 ‘이미지-자본(Image-Capital)’의 지배로 규정한다. 이는 건축의 존재론적 의미 자체의 위기이며 1, 이 위기에 대한 비판적-윤리적 대응을 모색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2. 이론적 성좌(星座)

 

이러한 위기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응답을 모색하기 위해, 본 논문은 세 명의 핵심 사상가—발터 벤야민, 존 러스킨, 만프레도 타푸리—를 하나의 ‘성좌(constellation)’로 소환한다. 이들은 동질적인 사상가가 아니며, 오히려 그들의 상이한 관점들이 서로를 비추고 긴장을 형성할 때 문제의 다층적 본질이 드러난다.

  •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이미지의 부상에 대한 미학적-역사적 진단을 제공한다. 그의 ‘아우라(Aura)’ 개념은 건축이 기술복제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그 고유한 현존감과 역사성을 상실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하는 출발점이 된다.1 그는 ‘제의가치’에서 ‘전시가치’로의 이행을 통해 예술의 기능이 제의에서 정치로 이동한다고 보았다.2
  •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잠재적 대응을 위한 윤리적-도덕적 틀을 제공한다. 그의 ‘진실의 등불(The Lamp of Truth)’은 재료와 노동의 정직성 4을 통해 건축의 타락에 저항할 수 있는 도덕적 나침반을 제시한다.
  •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는 앞선 두 사상가의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고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게 하는 정치경제학적 비판을 제공한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건축이 진정으로 비판적이거나 윤리적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 자체를 근본적으로 질문한다.6

 

3. 논증과 구조

 

본 논문은 동시대 건축이 ‘이미지-자본’의 논리 아래 진정성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제1장), 이에 대한 윤리적 대응은 러스킨적 이상과 타푸리적 현실 사이의 해결 불가능한 긴장, 즉 '아포리아(aporia)'를 직시하는 데 있음(제2장)을 논증한다. 나아가 이 위기는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디지털 '문턱(threshold)'에서 새로운 양상을 띠며(제3장), 이에 대한 궁극적인 실천은 유토피아적 형태 만들기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탈신비화(demystification)'하는 비판적 과정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 '의식 있는 주체(conscious subject)' 7로서 건축가 자신의 '자기 이야기(self-story)' 9를 구축하는 데 있음(제4장)을 주장한다.

논문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은 벤야민, 드보르,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통해 건축의 ‘아우라’가 어떻게 상업적으로 조작된 ‘하이퍼-아우라(Hyper-Aura)’로 변질되는지 진단한다. 제2장은 러스킨의 윤리적 명령과 타푸리의 정치적 리얼리즘 사이의 긴장 속에서 동시대 건축 윤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제3장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간적 조건, 즉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건축의 역할이 어떻게 재정의되는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은 타푸리의 비판 이론을 통해 역사와 이론의 역할이 실무를 위한 도구가 아닌, 이데올로기 비판을 위한 것임을 밝히고, 이를 통해 건축가 개인이 구축해야 할 ‘자기 이야기’의 토대를 마련한다.


제1장: 사라지는 아우라: 이미지-자본으로서의 건축

 

이 장은 동시대 건축이 처한 상황을 진단한다. 발터 벤야민이 예술에서 목격한 ‘아우라’의 소멸이 건축에서는 공백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 축적을 목적으로 스펙터클 사회 내에서 제조된 초현실적이고 기만적인 ‘하이퍼-아우라(Hyper-Aura)’로 대체되었음을 주장한다.

 

1. 제의가치에서 전시가치로: 건축적 아우라의 변용

 

발터 벤야민에게 ‘아우라(Aura)’는 예술작품이 지닌 시간과 공간 속 유일무이한 현존감(presence), 그 역사성과 진품성(authenticity), 그리고 전통과의 연계에서 비롯되는 고유한 분위기다.1 전통 사회의 예술작품은 특정한 제의(ritual)적 맥락 속에서 기능하며 강력한 ‘제의가치(cult value)’를 지녔다.2 건축물, 예를 들어 성당이나 신전은 특정한 장소에 고정되어 제의적 기능을 수행하며, 그 존재 자체가 대중에게 '전시'되는 것보다 중요했다.2

그러나 사진과 같은 기술복제 기술의 등장은 이러한 아우라를 붕괴시켰다.1 기술복제는 예술작품을 그것의 고유한 시공간적 맥락과 전통으로부터 분리시킨다.12 건축물은 이제 그 장소로부터 분리되어 이미지로 대량 복제되고 유통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써 제의가치는 점차 ‘전시가치(exhibition value)’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2 벤야민이 지적했듯, 진품성의 척도가 효력을 잃는 순간 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제의에서 정치로 그 기반을 옮기게 된다.2 수정궁(Crystal Palace)은 이러한 전환을 상징하는 건축사적 사건으로, 수공예적 생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던 아우라가 산업적 생산 방식과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건축의 등장으로 인해 소멸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벤야민은 이 과정을 양가적으로 보았다. 한편으로 아우라의 붕괴는 전통적 문화유산의 가치를 청산하고 사물의 보편적 평등성을 추구하는 민주적, 정치적 잠재력을 지닌다.2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예술이 제의에서 해방되어 정치로 나아가지 못할 때, 정치가 거꾸로 '미학화'되는 파시즘의 위험을 경고했다.13 본 논문은 벤야민이 예견한 '정치화'가 21세기 자본주의 하에서 '정치'가 아닌, 자본의 일방적인 자기 현시인 '스펙터클'로 귀결되었음을 보이고자 한다. 아우라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정치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 완벽하게 포섭된 '전시가치'의 극단적 형태다.

 

2. 스펙터클의 건축: 배경으로서의 도시

 

아우라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기 드보르(Guy Debord)가 설파한 ‘스펙터클(Spectacle)’의 논리다. 스펙터클은 단순히 이미지의 집합이 아니라, “이미지에 의해 매개되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 그 자체다.14 그것은 현실 사회의 비현실성의 심장부이며 14, 지배 질서(자본주의)가 자신을 정당화하는 끝없는 독백이다.16 스펙터클은 모든 삶을 '분리(separation)'시키고 소외시킨다.16

스펙터클 사회에서 건축과 도시의 주된 역할은 삶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존 체제를 정당화하는 화려한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드보르와 상황주의자들에게 도시(Urbanism)는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핵심 무대이자 통제 장치다.18 도시는 자본주의적 개발을 위한 영토이자 20, 도시 생산 과정에 의해 위험하게 결집된 노동자들을 원자화하고 통제하는 장치로 변모한다. 이 단계에서 건축은 스펙터클의 '배경(backdrop)'으로 기능한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러한 드보르의 비판을 더욱 급진화하여 ‘시뮬라크르(simulacra)’와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 개념을 제시한다.21 시뮬라크르는 더 이상 원본을 갖지 않는 복제이며, 하이퍼리얼리티는 실재가 시뮬레이션에 의해 대체되어 더 이상 실재와 가상의 구분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의미한다.23 보드리야르에게 이 상태는 실재가 사라진 '무의미'의 상태이며, 디즈니랜드가 대표적인 예다.25

보드리야르가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를 비판하며 지적했듯 26, 건축은 이제 스펙터클의 '배경'이 아니라 스펙터클을 생산하는 '엔진(engine)' 그 자체가 된다. 그는 퐁피두 센터가 문화를 생산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문화적 에너지를 '흡수'하고 '소각'하는 거대한 시뮬레이션 기계라고 비판했다.28 그곳의 위생학적이고 말끔한 하이테크 디자인은 내부의 문화적 기능을 가장한 채 사실상 정신적 공허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작동하며 27, 건축 자체가 하이퍼리얼리티의 기념비가 된다. 건축은 이제 실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이미지를 생산하며 스펙터클의 논리를 완성하는 핵심적 도구가 된다.

 

3. 사례 연구: ‘인스타그램적 공간’과 공간 인플루언서

 

벤야민, 드보르, 보드리야르의 추상적 이론은 동시대의 구체적인 현상, 즉 소셜 미디어 유통을 목적으로 명시적으로 설계된 상업 공간의 부상 속에서 현실화된다. 특히 한국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의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도산(Haus Dosan)’은 이러한 경향을 분석하기 위한 최적의 사례다.29 이 공간은 전통적인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몰입적 경험(immersive experience)과 감각적 여정(sensory journey)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32

방법론: 본 사례 분석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1. 기호학적 분석 (Semiotic Analysis)

'하우스 도산'은 어떻게 기호 체계로서 작동하는가? 이 공간은 상품(안경) 자체의 기능적 가치보다는, '브랜드 정체성'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전달하는 기호의 집합체로 구성된다.

  • 기표 (Signifier):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 즉 날것의 콘크리트, 의도적으로 연출된 폐허 같은 마감 30, 3층에 전시된 거대한 6족 보행 로봇 '프로브(The Probe)' 36, 그리고 지하의 기괴한 형태의 디저트(Nudake) 31 등이 기표로 작동한다.
  • 기의 (Signified): 이러한 기표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즉 '미래지향성', '예술성', '실험정신', 'Unopened: Future'라는 매장 테마 30 등이다.
  • 분석: 핵심은 기표와 기의의 자의적 연결에 있다. 거대한 6족 보행 로봇(기표)은 안경(상품)의 기능과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그것은 오직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실험정신'과 '미래'라는 추상적 가치(기의)를 전달하기 위한 순수한 기호로 존재한다. 방문객은 상품을 소비하기 이전에, 공간이 발산하는 기호를 소비하며 39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이는 보드리야르가 퐁피두 센터가 '문화'가 아닌 '문화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고 비판한 것 28과 정확히 일치한다.

2. 현상학적 분석 (Phenomenological Analysis)

방문객은 이 공간을 어떻게 신체적으로 경험하는가? 이 분석은 방문객의 체험적 관점에 집중하며, 특히 두 가지 핵심 개념을 통해 심화된다.

  • 전이공간 (Transitional Space): '하우스 도산' 1층은 의도적으로 상품 판매의 기능과 효율을 포기하고, 마치 철거 직전의 폐건물처럼 연출되었다.30 이러한 낯선 공간과의 마주침은 방문객의 일상적 감각을 교란시킨다. 이는 종교 건축의 전이공간(narthex)이 방문객을 세속적인 일상 공간으로부터 분리하고, 내부의 ‘성스러운’ 공간 경험을 위해 심리적으로 준비시키는 역할과 유사하다.40 방문객은 이 "이동시키는(transportive)" 공간 40을 통과하며 기존의 인식을 재고하고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예비하게 된다.39
  • 주체적 시간성 (Subjective Temporality): 3층의 거대한 로봇 '프로브' 37와 미래적인 분위기는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방문객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비일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은 종교 공간에서 신적인 것을 체험할 때 발생하는 주관적 시간성과 유사하다. 방문객은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감각적 충격을 통해 일상적 시간 감각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연출하는 초월적 서사 속에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에서 이미지 생산과 소비의 순환을 완성하는 주체는 바로 ‘공간 인플루언서’다. 이 공간들은 명시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Instagrammable)' 장소로 설계되었으며 41, '공간 인플루언서'들은 이 정교하게 연출된 공간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재생산하고 전파한다.43 그들은 이 공간의 상업적 가치를 검증하고 증폭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44 벤야민의 '제의가치'가 사제에 의해 매개되었다면, '하우스 도산'의 상업적 제의는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사제에 의해 매개되고 전파된다. 그들은 이 시뮬레이션을 '간증'(포스팅)하고 대중의 욕망을 그곳으로 인도하며, 그 대가로 '좋아요'(사회적 자본)를 획득한다.

 

4. 새로운 베일: 하이퍼-아우라(Hyper-Aura)의 등장

 

이 장의 분석을 종합하여, 본 논문은 핵심적인 이론적 주장을 제기한다. ‘인스타그램적’ 건축의 문제는 단순히 벤야민적 아우라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기만적이지만 강력한 새로운 아우라, 즉 **하이퍼-아우라(Hyper-Aura)**의 창조에 있다.

이 개념은 다음과 같은 논리적 귀결을 통해 도출된다.

첫째, 벤야민의 원본적 '아우라'는 진품성, 역사성, 그리고 '제의가치'에 뿌리를 둔다.2

둘째, 기술복제는 이를 해체하고 '전시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1

셋째, 드보르와 보드리야르가 묘사한 사회에서는 이미지와 시뮬레이션이 실재보다 더 강력한 현실, 즉 '하이퍼리얼리티'가 된다.15

넷째, ‘하우스 도산’과 같은 체험적 상업 공간은 단순히 상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강력하고 감성적이며 유일무이해 보이는 '경험(experience)'을 창조하도록 설계된다.32

다섯째, 이 제조된 경험은 새로운 종류의 아우라로 기능한다. 그것은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현장성, 브랜드 서사라는 (인위적) 역사성, 그리고 진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모방한다.12

여섯째, 그러나 이 아우라의 핵심 가치는 물리적 만남이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의 디지털 '복제'와 '유통'을 통해 실현된다.44

일곱째, 따라서 이것은 하이퍼-아우라다. 그 진정성은 시뮬레이션이며, 그 유일성은 대량 복제를 위해 설계된 것이다.

하이퍼-아우라는 스펙터클과 기호학을 통해 세심하게 조작된 시뮬레이션된 아우라로서, 진정성 있고, 유일하며, 초월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무한히 복제 가능하며 순수하게 상업적 목적에 복무한다. 그것은 자신의 복제를 위해 설계된 아우라다. 그것은 상품인 동시에 소실점이다. 이 개념은 기술복제시대에 아우라가 단순히 종말했다는 통념이 가진 모순을 해결하고, 동시대 건축이 아우라를 어떤 방식으로 위장하고 전유하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분석틀을 제공한다.

 

구분 발터 벤야민 '아우라' 기 드보르 '스펙터클' 장 보드리야르 '하이퍼리얼리티' 본 논문 '하이퍼-아우라'
핵심 가치 제의가치 (Cult Value) 전시가치 (Exhibition Value) 기호가치 (Sign Value) (시뮬레이션된) 체험가치 (Experiential Value)
원본과의 관계 원본의 현존 (Presence) 원본의 소외 / 분리 (Alienation) 원본의 소멸 (Disappearance) 원본의 상업적 모방 (Simulation)
매개 방식 전통, 제의 (Ritual) 이미지 (Image) 시뮬라크르 (Simulacra) 몰입형 공간 (Immersive Space)
복제의 역할 아우라의 파괴 사회적 관계의 매개 실재의 대체 아우라의 완성 (목적)
건축적 예시 성당, 신전 스펙터클 도시 (배경) 퐁피두 센터 (기계)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체험)
         

제2장: 디지털 시대의 진실의 등불: 건축 윤리의 재검토

 

이 장은 1장에서 진단한 '하이퍼-아우라'의 기만에 맞서, 실천을 위한 윤리적 토대를 모색한다. 동시대 건축 윤리는 존 러스킨의 도덕적 명령과 만프레도 타푸리의 정치경제학적 리얼리즘이라는 양극단의 어려운 지형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함을 주장한다.

 

1. 러스킨의 명령: 노동과 재료의 정직성

 

본 절은 존 러스킨(John Ruskin)의 『건축의 일곱 등불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에 나타난 ‘진실의 등불(The Lamp of Truth)’과 『베네치아의 돌 (The Stones of Venice)』의 관련 개념들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5 러스킨에게 건축의 '진실'은 선택이 아닌 도덕적 명령이었다. 그는 "우리는 정직한 건축을 명령할 수 있다"며 "기만의 비열함"을 경멸했다.48

러스킨이 비판한 건축적 기만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로 분류된다 4:

  1. 구조적 기만 (Structural Deceit): 실제 구조가 작동하는 방식과 다르게 암시하는 것. 예를 들어, 하중을 받지 않는 펜던트 장식이나, 철골 기둥을 돌로 감싸 마치 돌 기둥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다.49
  2. 표면의 기만 (Surface Deceit): 한 재료를 다른 재료처럼 보이게 칠하거나 위장하는 것. 예를 들어, 나무를 대리석처럼 보이게 칠하는 행위다.49
  3. 제작 방식의 기만 (Operative Deceit): 기계로 만든 장식이나 주조물을 마치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처럼 보이게 속이는 것.4

러스킨 주장의 핵심은 단순히 '가짜' 재료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제작자, 재료, 그리고 최종 형태 사이의 도덕적, 정신적 연결에 있다. '진실'이란 재료의 정직성을 넘어, 그 안에 투입된 인간 노동의 정직성에 관한 문제다. 그는 『베네치아의 돌』에서 고딕 건축의 위대함이 '불완전함'에 있으며, 이는 노동자가 '생각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노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47 그는 "노동을 통해 사유가 건강해지고, 사유를 통해 노동이 행복해질 수 있다" 47고 주장하며, 노동자가 단순한 '조작원(operative)'이 아닌 '사상가'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가 비판한 '제작 방식의 기만'은 미학적 속임수일 뿐만 아니라, "인간 노동의 부재" 52를 통해 노동을 비인간화하는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 그 자체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다. 그가 "돈 냄새가 나거나" "한심한 상태와 대충 타협하는" 작업을 맹렬히 비판하고 14, '최소 비용으로 최대 결과'를 내려는 "현대의 감정"에 맞서 '희생의 등불(Lamp of Sacrifice)' 4을 내세운 것은, 1장에서 분석한 '이미지-자본'의 효율성 논리에 대한 완벽한 윤리적 대척점을 이룬다.

 

2. 글로벌 생산 시대 ‘효율성’의 기만

 

본 절은 러스킨의 19세기적 이상을 21세기의 현실에 비추어 검토한다.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패브리케이션(CNC, 3D 프린팅) 55, 복합 신소재의 시대에 '진실의 등불'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러스킨이 비판한 '제작 방식의 기만'(Operative Deceit) 54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19세기의 기계 장식이 "인간 노동의 부재" 52로 인해 가치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디지털 제작(Dfab)과 로봇 공학 57은 이 '인간 노동의 부재'를 건축 생산의 기본값으로 설정한다.

디지털 제작은 '복잡한 형태의 자유' 56, '효율성' 59, 그리고 '지속가능성'(재료 폐기물 감소 등) 60을 약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러스킨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형태의 '기만'을 은폐할 수 있다.

  1. 노동의 기만: 러스킨이 "인간의 손" 52과 "생각하는 노동자" 47의 가치를 강조했다면, 디지털 제작은 노동을 '알고리즘'과 '로봇 팔'로 대체한다.57 이는 러스킨이 비판한 '제작의 기만'의 극단적 형태다. "로봇 팔을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있는가?" 56라는 질문은 러스킨적 질문의 현대적 번역이다.
  2. 효율성의 기만: 21세기 '제작 방식의 기만'은 '로봇이 손처럼 보이게' 속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60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그 기술을 뒷받침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착취적 노동 현실 65이나 자동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 58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dematerialize) 것이다. '효율성'이라는 가치 자체가 러스킨이 지키려 했던 '노동의 진실성'에 반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기만'이 될 수 있다.

 

3. 비판적 주체로서의 건축가: 타푸리의 리얼리즘

 

본 절은 러스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의 관점을 도입한다. 러스킨이 '도덕적 선택'의 문제를 제기하는 곳에서, 타푸리는 '구조적 결정론'을 발견한다.66

타푸리의 핵심 논지는 『건축과 유토피아(Architecture and Utopia)』 67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자본주의 발전의 논리 속에서 건축은 혁명적이거나 유토피아적인 힘을 상실했다는 것이다.8 사회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건축의 모든 시도(아방가르드를 포함하여)는, 그것이 비판하고자 하는 체제(자본주의)에 결국 봉사하게 되는 '이데올로기'적 환상에 불과하다.6

러스킨이 건축가에게 '정직한 장인'이 될 것을 요구했다면, 타푸리는 현대 건축가를 자본의 '이데올로그(ideologist)' 67로 규정한다. 타푸리에게 건축가의 역할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체제 내에서 자신의 제약된 위치 7를 이해하고 건축 이데올로기의 '탈신비화(demystification)' 7를 수행하는 지식인, 즉 비판적 주체(critical subject) 6가 되는 것이다. 타푸리는 건축이 자본주의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순수한 '형식'이나 '자율성'으로 도피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판한다.7

 

4. 모순 속의 실천: 동시대적 윤리를 향하여

 

본 절은 이 장의 핵심적인 종합을 시도한다. 러스킨과 타푸리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둘을 생산적인 긴장 관계 속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스킨의 도덕주의와 타푸리의 마르크스주의 사이의 명백한 모순 74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바로 동시대 건축가가 처한 윤리적 딜레마, 즉 '아포리아(aporia)' 그 자체를 정의한다. 오늘날 의미 있는 윤리란 일련의 규칙이 아니라, 이 모순을 의식적으로 내재한 채 수행하는 실천의 양식이다.

이러한 관점은 다음과 같은 논리적 과정을 통해 구축된다.

첫째, 러스킨은 당위(‘ought’)를 제공한다. 건축은 진실하고 정직하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5 이것이 1장의 '하이퍼-아우라'에 저항하는 비판적 건축가를 움직이는 윤리적 열망이다.

둘째, 타푸리는 현실(‘is’)을 제공한다. 건축은 노동과 재료를 도구화하는 자본의 시스템에 구조적으로 통합되어 있으며 8, 순수한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조차 순진한 이데올로기적 목표가 될 수 있다.69 이것이 정치적 진단이다.

셋째, 21세기에 순수하게 러스킨적인 접근은 향수 어리고, 미학화되었으며, 정치적으로 맹목적인 도덕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74

넷째, 순수하게 타푸리적인 접근은 냉소적 마비 상태, 즉 "진보적인 건축적 실천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비관주의" 26 또는 '건축의 죽음' 6이라는 오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76

다섯째, 따라서 동시대적 윤리란, 타푸리가 묘사한 구조적 제약들 7을 완전히 의식하면서, 러스킨이 묘사한 '진실성' 5을 향해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 특정한 프로젝트에서, 이 특정한 재료와 노동 조건 하에서 어떻게 행위할 것인가를 묻는 행위 그 자체다.

이는 '정직성'의 개념을 재정의한다. 정직성은 더 이상 순수한 상태(a state)가 아니라 비판적 과정(a process)이 된다. 즉, 타협에 대한 정직한 인정, 생산수단과의 투명한 관계 맺기,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이데올로기적 형태로 가리기를 거부하는 태도다. 이것이 바로 비판 이론에 근거한 '자기 이야기(self-story)'의 시작이다.

이러한 윤리적 실천은 건축가 개인의 고독한 결단을 넘어, 더 넓은 공동체 및 정치 구조와의 연계를 통해 확장될 것을 요구한다.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가 말한 '공론장(public sphere)' 77의 개념은 이러한 윤리적 투쟁의 장을 제공한다. 건축가의 실천은 폐쇄적인 전문가주의가 아니라, 사회의 다른 주체들과의 '의사소통 행위(communicative action)' 80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장뤽 낭시(Jean-Luc Nancy)의 '무위의 공동체(La communauté désoeuvrée)' 83 개념은 건축가 공동체가 흔히 빠지기 쉬운 '선한 집단'이라는 신화를 해체하는 데 기여한다. 낭시는 공동체란 공동의 목적이나 '작업(work/œuvre)'을 통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84, 오히려 그러한 신화가 해체된 자리에서 '함께-있음(being-with)' 88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시대 건축가의 윤리는 '완벽한 공동체'를 만들어내는(Work) 것이 아니라, 러스킨-타푸리의 모순 속에서 '함께-있음'을 고통스럽게 사유하는 과정(inoperative) 그 자체에 있다.

 

윤리적 쟁점 존 러스킨의 명령 만프레도 타푸리의 비판 본 논문의 동시대적 윤리
건축의 문제 도덕적 기만 (Deceit) 구조적 이데올로기 (Ideology) 의식의 부재 (Lack of Consciousness)
'진실'의 정의 재료와 노동의 정직성 자본주의 현실의 폭로 모순의 자기-고백 (Self-story)
건축가의 역할 정직한 장인 (Moral Maker) 비판적 지식인 (Critical Intellectual) 의식 있는 주체 (Conscious Subject)
실천의 방향 '좋은' 건물을 짓기 이데올로기 탈신비화 '공론장'에서의 의사소통 행위
함정 정치적 순진함 (Naïveté) 실천적 마비 / 냉소주의 (Paralysis) (필연적) 타협 속의 자기합리화
       

제3장: 문턱에서의 사유: 현실과 가상 사이의 건축

 

이 장은 1장과 2장에서 다룬 '이미지-자본'과 '윤리'의 문제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간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탐구한다. 가상과 현실의 분리는 급진적인 단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 상태를 매개하는 건축의 근본적인 역할을 더욱 심화시키는 현상임을 주장한다.

 

1. 용해되는 경계: 물리적 문턱에서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동시대 공간 경험의 본질은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Virtual Reality, Augmented Reality, Mixed Reality) 사이의 경계가 급격히 용해되는 현상에 있다.90 팬데믹은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켰으며, '가상의 차원(virtual dimension of being)' 94은 더 이상 건축의 외부가 아닌 핵심적인 조건이 되었다. 건축은 이제 단순히 물리적 건물을 구축하는 행위를 넘어, '디지털 환경'과 그 '사이 공간(in-between)' 95을 다루는 복합적인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2. 사이(in-between)의 언어: 경계의 재이론화

 

건축의 근본적인 역할은 공간을 '구획'하는 동시에 '연결'하는 것, 즉 '경계(boundary)'를 다루는 것이었다. 벽, 창, 문, 그리고 문턱(threshold)과 같은 건축의 고전적 요소들은 항상 안과 밖, 공과 사, 빛과 어둠, 성(聖)과 속(俗)을 매개하며 건축적 의미를 생산하는 주된 장소였다.98

디지털 시대의 '인터페이스(interface)' 99는 이러한 건축적 경계의 역할을 계승하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이다.98 스크린, VR 헤드셋, 햅틱 컨트롤러는 현실과 가상을 매개하는 새로운 문이자 창이다. 건축가는 이제 '디지털 세계'를 시각화하는 동시에 '물리적 세계'에 구축하는 "두 세계에 걸쳐 있는" 100 존재가 되었다. 건축이란 물리적 건물을 넘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는 “조직화된 정보”라는 통찰은 이러한 문턱의 재이론화를 뒷받침한다.

 

3. 사례 연구: 하이브리드 리얼리티를 위한 디자인

 

이러한 하이브리드적 조건에 명시적으로 관여하는 건축적 실천으로, 본 절은 AAPK와 같은 콜렉티브의 작업을 분석한다. 이들은 『가상-건축(Architecture as Fabulated Reality)』 102에서 건축을 "꾸며낸(fabulated) 아이디어"의 집합으로 재정의한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가상(virtual)'이 '가짜(fake)'가 아니라 '실재(real)의 또 다른 버전' 102이라는 것이다. 이는 VR 기술을 단순히 미래에 지어질 물리적 건물을 미리 보는 '도구(tool)' 103로 간주했던 기존의 관점을 넘어선다. AAPK에게 VR은 그 자체로 고유한 논리를 지닌 "자율적인 미학적-공간적 영역" 102이다. 예를 들어, 여러 장소의 현재를 가상 공간에 혼재시키거나 현실의 촉각과 가상의 시각을 의도적으로 불일치시키는 이들의 실험은, 건축의 역할이 물리적 '구축'에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관의 설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문턱 위의 신체: 현상학적 회귀

 

본 절은 순수하게 탈신체화된 디지털 공간 이해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한다. 가상 공간의 확산은 물리적 신체를 쓸모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지털과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지점, 즉 문턱에 위치한 신체의 현상학적 경험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만든다.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따른다.

첫째, 가상현실의 약속은 완전한 몰입, 즉 물리적 신체로부터의 '탈출(disembodiment)'처럼 보인다.

둘째, 그러나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이 강조하듯, 모든 공간 경험은 '기하학적' 공간이 아니라 '체화된(embodied)' 신체를 통해 지각된다.106

셋째, VR 경험 역시 '탈신체화'가 아니라 '급진적 신체 변형' 109 또는 새로운 방식의 '체화된 자기-의식' 110이다. 우리는 가상 공간의 아바타를 '나의 몸'으로 느끼며110, '물리적 신체'는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커넥터' 역할을 한다.107

넷째, 이 모든 경험은 VR 헤드셋의 무게, 컨트롤러의 촉감, 방의 온도, 현실 세계에서 새어 들어오는 소리 등 구체적인 '물리적 인터페이스' 100에 의해 매개된다. 신체는 결코 뒤에 남겨지지 않으며, 단지 새로운 경계에 재배치될 뿐이다.

다섯째, 따라서 비판적 건축의 과제는 단지 가상 세계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턱 자체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는 가상으로 '전이'되는 과정의 인체공학, 감각적 맥락, 사회적 의례 등을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1장 3절에서 분석한 '하우스 도산'의 '전이공간' 40과 맞닿아 있다. 하우스 도산이 폐허 같은 1층(문턱)을 통해 방문객의 신체를 '브랜드 세계'(가상)로 인도했듯이, 3장의 건축가는 VR 헤드셋과 그 주변 환경(문턱)을 통해 사용자의 신체를 '디지털 세계'(가상)로 인도한다. 건축의 역할은 물리적 구축에서 '현실-가상'의 '경험적 전이'를 설계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제4장: 비평가의 과업: 탈신비화의 도구로서 역사와 이론

 

이 마지막 장은 건축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성찰한다. 만프레도 타푸리를 따라, 역사와 이론의 주된 과업은 실천을 위한 양식적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비판적 도구로 기능함으로써 건축가가 ‘의식 있는 선택’을 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있음을 주장한다.

 

1. ‘조작적 비평’의 빈곤: 타푸리의 도전

 

본 절은 만프레도 타푸리의 ‘조작적 비평(operative criticism)’ 또는 ‘조작적 역사(operative history)’ 6에 대한 비판을 상세히 설명한다. '조작적 비평'이란 건축가와 비평가들이 자신의 동시대적 디자인 의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도구적(instrumental)'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8 그것은 "과거의 역사를 미래를 향해 투사함으로써 기획한다".6

타푸리의 비판 대상은 당대의 저명한 건축사가들이었다.

  • 브루노 제비 (Bruno Zevi): 타푸리는 제비가 역사를 '참여적 비평(militant criticism)'의 도구로 사용한다고 비판했다.6 예를 들어, 1964년 제비가 기획한 '미켈란젤로 건축가' 전시는 미켈란젤로를 현대 '유기적 건축'의 선구자로 '조작'함으로써 117, 자신의 동시대적 건축 의제를 정당화하려 했다는 것이다.118
  • 알도 로시 (Aldo Rossi): 타푸리는 로시가 『도시의 건축』에서 '유형학(typology)' 119을 통해 역사를 초월하는 '도시의 상수(constants)' 119를 찾으려 한 시도 또한 비판했다. 타푸리에게 이는 자본주의라는 특수한 역사적 조건을 외면하고 건축을 초월적, 자율적 영역으로 도피시키려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적 시도에 불과했다.7

타푸리에게 이러한 '조작적 비평'은 역사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건축이 처한 진짜 정치경제학적 모순을 은폐하고 건축가에게 '형태를 통해 사회를 구원할 수 있다'는 거짓된 희망을 심어주는 기만적인 행위다.6

 

2. ‘탈신비화’로서의 비판적 역사

 

'조작적 비평'의 대안으로 타푸리가 제시한 것은 ‘비판적 역사(critical history)’다.73

'비판적 역사'의 목적은 실천가에게 해결책이나 디자인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은 정반대로, 건축을 형성하는 숨겨진 이데올로기, 권력 구조, 경제적 힘을 폭로하고 **‘탈신비화(demystification)’**하는 것이다.7

이를 위해 타푸리는 역사가의 과업과 설계자의 과업이 ‘완전하게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68 비평가/역사가는 건축이 어떻게 자본주의 생산 관계의 '외부'에 서서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7 자본의 '이데올로그' 67로서 기능해왔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7 이러한 타푸리의 방법론은 역사를 진보의 서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파편'과 '흔적' 속에서 억압된 것을 드러내는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 73 및 미셸 푸코의 '고고학' 113과 깊이 연결된다.

 

3. 비평의 한계와 건물의 ‘침묵’

 

그러나 타푸리의 이러한 엄격한 입장은 그 자신을 심오한 딜레마로 이끈다. 만약 건축의 모든 유토피아적 시도가 이데올로기이며 71, 비평가의 유일한 역할이 이 무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이로 인해 타푸리는 종종 '건축적 비관주의' 26 또는 '건축의 죽음' 6을 선언했다는 비판과 오해에 직면했다.

타푸리의 비판이 이데올로기의 베일을 모두 걷어냈을 때,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더 이상 어떤 유토피아적 언어로도 환원될 수 없는 건물 자체의 물질적인 ‘침묵’이다.123 모든 이론은 궁극적으로 이 "빛과 물질로 된 침묵" 앞에서 겸허해져야 하며, 이는 순수하게 텍스트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비판이 가진 한계를 암시한다.

 

4. 탈신비화에서 ‘자기 이야기’로: 행동을 위한 경로

 

본 절은 타푸리의 엄격함과 실천가를 위한 전진 경로를 종합하여 논문의 마지막 핵심 주장을 제시한다. 타푸리가 주장한 '탈신비화' 73와 '역사와 실천의 분리' 73는 마비 상태라는 최종 판결이 아니라, '의식 있는 주체' 7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방법론적 단계다. 그것은 '조작적 비평' 6이라는 그릇된 해결책들의 지반을 정리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이러한 결론은 다음과 같은 논리적 흐름을 통해 도출된다.

첫째, 건축가는 2장에서 본 러스킨적 충동, 즉 의미 있는 작업을 창조하려는 열망에서 시작한다.

둘째, 건축가는 교육과 미디어에서 '조작적 비평' 6, 즉 "건축은 사회에 봉사한다" 또는 "나의 디자인은 진보적이다"와 같은 손쉽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 의심스러운 정당화(거짓 이야기)를 학습한다.

셋째, 타푸리의 '비판적 역사' 73는 이러한 거짓된 정당화들을 해체할 도구를 제공한다. 그것은 건축가로 하여금 자신의 분과 학문이 자본 및 권력과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 7 직시하게 만든다. 이것이 '탈신비화'의 순간이다.

넷째, 이는 위기로 이어진다. 만약 모든 낡은 이야기가 거짓이라면, 어떤 근거 위에서 행동할 수 있는가? 이것이 타푸리가 이끈다고 비난받는 '침묵' 123 또는 '마비' 76 상태다.

다섯째, 이 마비 상태에서 벗어날 길은, 이 비판적 이해의 파편들(벤야민, 러스킨, 타푸리 등)을 새로운 보편 이론(또 다른 '조작적' 유토피아)으로 종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일관되며, 비판적인 입장으로 종합하는 것이다.

여섯째, 이것이 바로 비판적인 **‘자기 이야기(self-story)’**의 구축이다.9 '자기 이야기'는 주관성으로의 후퇴가 아니다. 그것은 타푸리의 '탈신비화'를 통과한 주체가, 2장의 '윤리적 아포리아'를 자신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125, "이러한 모순 속에서 나는 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스스로와 공론장을 향해 80 서술하는, 이론적으로 정보에 입각한 엄격한 윤리적 틀이자 '비판적 입장(Critical Positioning)' 126이다. 이것이 '비판적 실천' 128의 토대다.


결론: 비판적 실천을 향하여 - 의식 있는 주체로서의 건축가

 

본 논문은 동시대 건축이 '이미지-자본'의 논리 아래 진정성을 상실하고 '하이퍼-아우라'를 생산하는 기만적 현실에 처해 있음을 진단하는 것에서 출발했다(제1장). 이러한 진단에 대한 윤리적 응답으로, 존 러스킨의 도덕적 이상과 만프레도 타푸리의 정치경제학적 현실주의 사이의 해결 불가능한 '아포리아'를 동시대 건축가가 처한 윤리적 조건 그 자체로 제시했다(제2장). 또한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문턱'이 이 문제를 사유할 새로운 현장임을 밝혔다(제3장).

궁극적으로, 타푸리의 '조작적 비평' 비판(제4장)을 수용하는 것은 건축 실천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통한 순진한 유토피아적 실천의 종말을 의미한다. 비판적 실천의 목표는 더 이상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이미지, 혹은 건물을 포함한 건축의 모든 도구를 사용하여 세계와 더불어 '의식 있는(conscious)'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제4장에서 개진된 '자기 이야기(self-story)'에 근거한 '비판적 실천(critical practice)' 128은 특정한 스타일이 아니라 실천가의 의식(consciousness) 7에 의해 정의된다. 그것은 건축가가 자신의 작업이 속한 정치경제학적 맥락을 '탈신비화'하려는 73 의식적 태도다.

이러한 재정의는 건축 작업의 개념을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확장시킨다. 글쓰기, 연구, 교육, 행동주의, 큐레이팅 등은 건축 분야의 비판적 ‘탈신비화’와 타인들의 의식 함양에 기여하기에, 모두 정당하고 필수적인 건축적 실천의 형태로 인정된다.68

결론적으로, 이미지-자본 시대의 소실점을 향한 질주 속에서, 건축의 진정성은 유토피아적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직시하고 자신의 입장을 구축하는 '주체'의 비판적 '이야기' 속에 있다. 건축은 최상의 상태에서 공간으로 구현된 철학의 한 형태이며, 비판적 실천의 목표는 세계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의식'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선별)



핵심 이론가와 개념 지도

 

이론가 핵심 개념 주요 관련 장(Chapter) 인접 사상가
발터 벤야민 아우라 (Aura), 제의가치/전시가치, 기술복제 제1장, 제4장 테오도어 아도르노,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존 러스킨 진실의 등불, 정직성, 노동, 기만 제2장 윌리엄 모리스, A.W.N. 퓨긴, 외젠 비올레르뒤크 (반론)
만프레도 타푸리 이데올로기 비판, 조작적 비평, 탈신비화 제2장, 제4장 마시모 카차리, 프란체스코 달 코, 루이 알튀세르, 안토니오 그람시
기 드보르 스펙터클, 분리, 소외, 도시 제1장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앙리 르페브르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하이퍼리얼리티 제1장, 제3장 마셜 매클루언, 폴 비릴리오
위르겐 하버마스 공론장, 의사소통 행위 제2장 (윤리적 담론의 틀) 한나 아렌트, 칼오토 아펠
장뤽 낭시 무위의 공동체, 함께-있음, 단독성 제2장 ('선한 집단' 비판) 조르조 아감벤, 모리스 블랑쇼, 조르주 바타유

 

주요 1차 문헌

 

  • 낭시, 장뤽. (1986). 무위의 공동체 (La communauté désoeuvrée). 85
  • 드보르, 기. (1967). 스펙터클의 사회 (La Société du spectacle). 16
  • 러스킨, 존. (1849). 건축의 일곱 등불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 5
  • 러스킨, 존. (1851-1853). 베네치아의 돌 (The Stones of Venice). 47
  • 벤야민, 발터. (1935).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 1
  • 보드리야르, 장. (1981). 시뮬라시옹 (Simulacres et Simulation). 8
  • 타푸리, 만프레도. (1968). 건축의 이론과 역사 (Teorie e storia dell'architettura). 6
  • 타푸리, 만프레도. (1973). 건축과 유토피아: 디자인과 자본주의 발전 (Progetto e utopia: Architettura e sviluppo capitalistico). 8
  • 타푸리, 만프레도. (1980). 구와 미로: 피라네시부터 70년대까지의 아방가르드와 건축 (La Sfera e il labirinto: Avanguardie e architettura da Piranesi agli anni '70). 73
  • 하버마스, 위르겐. (1962). 공론장의 구조변동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78
  • 하버마스, 위르겐. (1981). 의사소통 행위 이론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80

참고 자료

  1.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The_Work_of_Art_in_the_Age_of_Mechanical_Reproduction
  2.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 MI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eb.mit.edu/allanmc/www/benjamin.pdf
  3. Reproducing Walter Benjamin's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AR515 Becca Ment 8 December 1999 - Mountain Schola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ountainscholar.org/bitstreams/d6d145d5-e588-43f0-87ca-3ff88ad1965c/download
  4. John Ruskin's Seven Lamps of Architecture | Dynamic Desig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oniquerblog.wordpress.com/2014/12/19/john-ruskins-seven-lamps-of-architecture/
  5.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The_Seven_Lamps_of_Architecture
  6. Intellectual Work and Capitalist Development: Origins and Context of Manfredo Tafuri's Critique of Architectural Ideology - The City as a Projec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thecityasaproject.org/2011/03/pier-vittorio-aureli-manfredo-tafuri/
  7. Contemporary architecture's situation was never more radically theorized than by Manfredo Tafuri. Locating architecture's in - Monoskop,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onoskop.org/images/7/79/Tafuri_Manfredo_1969_1998_Toward_a_Critique_of_Architectural_Ideology.pdf
  8. Notes on Tafuri, Militancy, and Unionization - The Avery Review,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averyreview.com/issues/56/notes-on-tafuri
  9. Architecture: The Story of Practic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nowwhat-architexx.org/articles/2018/5/24/architecture-a-story-of-practice
  10. The Aura of the Object and the Work of Art: A Critical Analysis of Walter Benjamin's Theory in the Context of Contemporary Art and Culture - MDP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6-0752/12/2/59
  11. Notes on Walter Benjamin's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for my ARTS1 students | by Yari Kagami | Mediu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yarikagami/notes-on-walter-benjamins-the-work-of-art-in-the-age-of-mechanical-reproduction-for-my-arts1-5cb3885a8286
  12. Object, Image, Aura - Harvard Design Magaz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harvarddesignmagazine.org/articles/object-image-aura/
  13. Benjamin,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 CUNY Pressbooks Network,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ressbooks.cuny.edu/app/uploads/sites/188/2023/06/BenjRepro.pdf
  14. In “The Society of the Spectacle”, Guy Debord offers a radical and visionary critique of modern capitalism. He argues that we live in a world of images created by the spectacle designed to separate us from reality, promoting conformity, isolation and mass consumption. : r/philosophy - Reddi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philosophy/comments/1flzx32/in_the_society_of_the_spectacle_guy_debord_offers/
  15. Guy Debord and the Situationist International: Texts and Documents (October Books) - 1000 Little Hammer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1000littlehammers.files.wordpress.com/2010/02/mcdonough_guy_debord_the_situationist.pdf
  16. Society of the Spectacle - Marxists Internet Archiv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arxists.org/reference/archive/debord/society.htm
  17. Nothing is Any Longer the Opposite of Anything: Guy Debord's The Society of the Spectacle Today - Verso Book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versobooks.com/blogs/news/5019-nothing-is-any-longer-the-opposite-of-anything-guy-debord-s-the-society-of-the-spectacle-today
  18. Debord, Constant, and the Politics of Situationist Urbanism - PDXSchola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dxscholar.library.pdx.edu/cgi/viewcontent.cgi?article=1018&context=phl_fac
  19. THE CRITIQUE OF SOCIETY OF SPECTACLE AND PRODUCTION OF URBAN SPACE Zhu Haibo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Chin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irbnet.de/daten/iconda/CIB18169.pdf
  20. The Socially Transformative Aesthetics of Street Culture: From Walter Benjamin's One-Way Street to The Arcades Projec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contempaesthetics.org/2020/07/16/the-socially-transformative-aesthetics-of-street-culture-from-walter-benjamins-one-way-street-to-the-arcades-project/
  21. In Response To Jean Baudrillard (Hayles, Porush, Landon, Sobchack, Ballard),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depauw.edu/sfs/backissues/55/forum55.htm
  22. Hyperreality and Simulacrum: Jean Baudrillard and European Postmodernis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18535157_Hyperreality_and_Simulacrum_Jean_Baudrillard_and_European_Postmodernism
  23. Jean Baudrillard's Simulacra and Simulation : r/Existentialism - Reddi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Existentialism/comments/1hm0msg/jean_baudrillards_simulacra_and_simulation/
  24. Simulacra and Simulation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Simulacra_and_Simulation
  25. Questioning our own simulacrum and redefining reality in the age of Generative AI and hyper-realistic media. | by Dave Hallmon | Mediu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DaveHallmon/questioning-our-own-simulacrum-and-redefining-reality-in-the-age-of-generative-ai-and-68762f735b00
  26. ------------------------- Simulacra and simulation > ------------------------- By Jean Baudrillard Originally published in Fr - Zero Ducks Give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0ducks.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14/12/simulacra-and-simulation-by-jean-baudrillard.pdf
  27. Simulacra and Simulation Chapters 6-9 Summary & Analysis - SuperSumma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supersummary.com/simulacra-and-simulation/chapters-6-9-summary/
  28. ARCHITECTURE AS SIMULACRUM - Speculative Cities - WordPress.co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peculativecities.wordpress.com/2017/11/15/architecture-as-simulacrum-baudrillard-on-the-pompidou-center/
  29. From Gallery to Storefront: The Interdisciplinary Dialogue Between Exhibition Design and Visual Merchandising,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idj.journals.ekb.eg/article_450755_d39fc49b5ff499e3c54b750d81c7bd0e.pdf
  30. HAUS Dosan Gentle Monster store - Retail Design Blog,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retaildesignblog.net/2021/03/01/haus-dosan-gentle-monster-store/
  31. GENTLE MONSTER opens experimental retail space HAUS DOSAN in seoul - Designboo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designboom.com/design/gentle-monster-haus-dosan-seoul-02-26-2021/
  32. How Gentle Monster Enhances Customer Experience (CX) with Art-Driven Retail and Immersive Store Design - Renascence.io,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nascence.io/journal/how-gentle-monster-enhances-customer-experience-cx-with-art-driven-retail-and-immersive-store-design
  33. Gentle Monster Haus Dosan's futuristic dystopian retail and dining experience - Home & Decor Singapo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homeanddecor.com.sg/shopping/review/gentle-monster-haus-dosans-futuristic-dystopian-retail-and-dining-experience
  34. Mastering the Art of Branding: Unveiling Gentle Monster's Design Strategy | by JJ Le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_thefuturedesign_/mastering-the-art-of-branding-unveiling-gentle-monsters-design-strategy-a5b8e77c916c
  35. Retail Spatial Design: Art Meets Commerce - Innovation is everywhe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innovationiseverywhere.com/a-closer-look-at-the-art-of-retail-spatial-design/
  36. Part of scenario in HAUS DOSAN store. From (1) to (4), the Probe moves... | Download Scientific Diagram - ResearchGat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Part-of-scenario-in-HAUS-DOSAN-store-From-1-to-4-the-Probe-moves-its-body-up-then_fig17_354519878
  37. gentle monster blends retail, exhibition & experimental spaces in haus shangha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designboom.com/architecture/gentle-monster-haus-shanghai-retail-exhibition-experimental-10-02-2021/
  38. HAUS DOSAN - GENTLE MONST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gentlemonster.com/us/stories/haus-dosan
  39. City Limits Volume Six: Retail Therapy - Crowd DN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crowddna.com/features-posts/city-limits-volume-six-retail-therapy/
  40. Introducing Haus Nowhere Seoul, a brutalist playground that reimagines the future of retail,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vogue.sg/haus-nowhere-seoul/
  41. Full article: Visual content analysis of visitors' engagement with an instagrammable exhibition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9647775.2021.2023902
  42. Instagrammable Places In Seoul For Aesthetic Photos + Tips - The Strawberry Snap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thestrawberrysnaps.com/instagrammable-places-seoul/
  43. Insta-Gaze: Aesthetic representation and contested transformation of Woljeong, South Kore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54455708_Insta-Gaze_Aesthetic_representation_and_contested_transformation_of_Woljeong_South_Korea
  44. Instagrammable spaces unlock the power of consumer-generated content | King's College Londo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kcl.ac.uk/news/instagrammable-spaces-unlock-the-power-of-consumer-generated-content
  45. Inside the magical retail design world of Gentle Monst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insider-trends.com/inside-the-magical-retail-design-world-of-gentle-monster/
  46.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 | Lancaster Universit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lancaster.ac.uk/media/lancaster-university/content-assets/documents/ruskin/8SevenLampsofArchitecture.pdf
  47. The Stones of Venice (book)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The_Stones_of_Venice_(book)
  48. Chapter II. The Lamp of Truth - The Victorian Web,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victorianweb.org/authors/ruskin/7lamps/2.html
  49. Page:Ruskin -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djvu/65 - Wikisource, the free online libra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source.org/wiki/Page:Ruskin_-_The_Seven_Lamps_of_Architecture.djvu/65
  50. 1851 Ruskin Lamps - Jhennifer A. Amundson, Ph.D.,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jhenniferamundson.net/wp-content/uploads/2015/12/1851-Ruskin-Lamps.pdf
  51. Honesty And Deception | wsjlc - Wix.co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xassign.wixsite.com/wsjlc/honesty-and-deception
  52. The Lamp of Truth - Real Finishe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realfinishes.blogspot.com/2013/11/the-lamp-of-truth.html
  53. Ruskin 1849 1889 Seven Lamps of Architecture | PDF - Scribd,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871413879/Ruskin-1849-1889-Seven-Lamps-of-Architecture
  54. (PDF) An analytical study of John Ruskin's treatises on honesty in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50361716_An_analytical_study_of_John_Ruskin's_treatises_on_honesty_in_Architecture
  55. Digital Fabrication Ethics → Area - Lifestyle → Sustainability Directo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lifestyle.sustainability-directory.com/area/digital-fabrication-ethics/
  56. Hand-Machine Conflict and the Ethics of Digital Fabricatio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Annual%20Meeting%20Proceedings/ACSA.AM.94/ACSA.AM.94.29.pdf
  57. DIGITAL FABRICATION IN TOMORROW'S ARCHITECTURE - Arkitektskolen Aarhu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aarch.dk/wp-content/uploads/2018/10/20170316_OPEN-ROOM-03_Digital-fabrication_WEB.pdf
  58. Productivity of digital fabrication in construction: cost and time analysis of a robotically built wall - UCL Discove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iscovery.ucl.ac.uk/10062200/1/Agusti%20Juan_Productivity%20of%20digital%20fabrication%20in%20construction.%20Cost%20and%20time%20analysis%20of%20a%20robotically%20built%20wall_AAM.pdf
  59. Design for Manufacture and Assembly of Digital Fabrication and Additive Manufacturing in Construction: A Review - MDP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5-5309/13/2/429
  60. The role of 3D printing in sustainable architecture - IE Universit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ie.edu/uncover-ie/3d-printing-master-in-architecture/
  61. 3D Printing Sustainability – Raise3D: Reliable, Industrial Grade 3D Print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aise3d.com/blog/3d-printing-sustainability/
  62. 3D Printing in Sustainable Buildings: Systematic Review and Applications in the United Arab Emirates - MDP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075-5309/12/10/1703
  63. Architectural 3D Printing Technology Promotes Sustainable Development Of The Construction Industry - Elimold,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limold.com/architectural-3d-printing-technology-promotes-sustainable-development-of-the-construction-industry/
  64. (PDF) Sustainability and innovation in 3D printing: Outlook and trends - ResearchGat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80132071_Sustainability_and_innovation_in_3D_printing_Outlook_and_trends
  65. The Intersection of Digital Fabrication and Architecture - Architect Magaz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itectmagazine.com/technology/the-intersection-of-digital-fabrication-and-architecture_o
  66. Manfredo Tafuri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Manfredo_Tafuri
  67. Architecture and Utopia — Design and Capitalist Developmen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odernistarchitecture.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11/11/manfredo-tafuri-architecture-and-utopia-design-and-capitalist-development.pdf
  68. Manfredo Tafuri: Architecture and Utopia | The Sleep of Rigour - WordPress.co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thesleepofrigour.wordpress.com/2012/08/26/tafuri-architecture-and-utopia/
  69. 13/13 | “Architecture and Utopia” with Xavi Laida Aguirre, Reinhold Martin, Felicity Scott, and Anthony Vidler - Columbia Law School Blog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blogs.law.columbia.edu/utopia1313/13-13/
  70. Manfredo Tafuri and the Critique of Architectural Productio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International%20Proceedings/ACSA.Intl.2003/ACSA.Intl.2003.41.pdf
  71. reading manfredo tafuri: architecture and utopia - design and capitalist development - Middle East Technical Universit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open.metu.edu.tr/bitstream/handle/11511/12327/119012.pdf
  72. Manfredo Tafuri 'Toward a Critique of Architectural Ideology' (1969) | Begüm Sarı,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aribegum.wordpress.com/2016/04/25/manfredo-tafuri-toward-a-critique-of-architectural-ideology-1969/
  73. Manfredo Tafuri's notion of history and its methodological sources : from Walter Benjamin to Roland Barthes - DSpace@MI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space.mit.edu/handle/1721.1/13110
  74. Architecture and Modern Literature - OAPEN Hom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library.oapen.org/bitstream/handle/20.500.12657/31800/625235.pdf?sequence=1&isAllowed=y
  75. PROCEEDINGS of the FIF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the EUROPEAN ARCHITECTURAL HISTORY NETWORK - Getty Museu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getty.edu/research/exhibitions_events/events/EAHN2018_tallinn_proceedings.pdf
  76. (S)Talking Tafuri - SITE ZONE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sitezones.net/from-the-vault/stalking-tafuritafuri-anno-2009
  77. The Architecture of Facebook and the Public Sphere - DukeSpac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ukespace.lib.duke.edu/items/f05e034e-ad4f-47ff-9041-9b70f30dab56
  78. Public sphere - Wikipedi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Public_sphere
  79. Jürgen Habermas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habermas/
  80. Communicative planning - How Does it Work? - DiVA portal,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www.diva-portal.org/smash/get/diva2:990792/FULLTEXT01.pdf
  81. Jürgen Habermas 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vol. 1,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teddykw2.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12/07/jurgen-habermas-theory-of-communicative-action-volume-1.pdf
  82. The Death and Life of Collaborative Planning Theory - Cogitatio Pres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cogitatiopress.com/urbanplanning/article/download/715/460
  83. The Inoperative Community: Exhibition X Practice, UCI 1965-2025 | University Art Gallerie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uag.arts.uci.edu/exhibit/inoperative-community-exhibition-x-practice-uci-1965-2025
  84. Inoperative community - Oxford Referenc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oxfordreference.com/display/10.1093/oi/authority.20110803100004465
  85. Figuring the Inoperative Community - Brigid McLe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brigidmcleer.com/research/figuring-the-inoperative-community/
  86. The Inoperative Community - Monoskop,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onoskop.org/images/5/56/Nancy_Jean-Luc_The_Inoperative_Community.pdf
  87. Nancy The Inoperative Community.pdf,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homepages.hass.rpi.edu/ruiz/AdvancedIntegratedArts/ReadingsAIA/Nancy%20The%20Inoperative%20Community.pdf
  88. Nancy, Jean-Luc |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iep.utm.edu/nancy/
  89. Being Together While Being Different: Rethinking Community and Power in the Wake of Modernity | by Boris (Bruce) Kriger | THE COMMON SENSE WORLD | Mediu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common-sense-world/being-together-while-being-different-rethinking-community-and-power-in-the-wake-of-modernity-bcf8235388ce
  90. Virtual and Augmented Reality for Planning and Design - Global Infrastructure Hub,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gihub.org/infrastructure-technology-use-cases/case-studies/virtual-and-augmented-reality-for-planning-and-design/
  91. Augmented reality experience in an architectural design studio - PMC - NIH,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159830/
  92. Virtual Reality for Architects | ArchDail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tag/virtual-reality-for-architects
  93. Augmented and Virtual Reality in Architecture - Everg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vergine.com/augmented-virtual-reality-architecture/
  94. Interaction of Virtual and Physical Space in Contemporary Urban Design - IAARC,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iaarc.org/publications/proceedings_of_the_22nd_isarc/interaction_of_virtual_and_physical_space_in_contemporary_urban_design.html
  95. "Digital vs. Physical: Architectures Apart or Aligned?" - Architect Builder Group,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buildergroup.com/blog/f/digital-vs-physical-architectures-apart-or-aligned
  96. A Seeing Place – Connecting Physical and Virtual Spaces - research.chalmers.s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research.chalmers.se/publication/516761/file/516761_Fulltext.pdf
  97. Designing Physical Spaces to Support a Virtual World - ArchDail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976349/designing-physical-spaces-to-support-a-virtual-world
  98. Designing the Threshold: A Close Reading of Olafur Eliasson's Approach to 'Inside' and 'Outside' - UI Scholars Hub,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cholarhub.ui.ac.id/interiority/vol2/iss1/4/
  99. Doherty Threshold: UX Law of Swift Interactions | UXtweak,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blog.uxtweak.com/doherty-threshold/
  100. Thresholds between Analog and Digital Representations - University of Oregon,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arkwing.uoregon.edu/~design/nywc/pdf/ecaade06-martens-mark-cheng.pdf
  101. Digital interface design and power: Friction, threshold, transition - Society & Spac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societyandspace.org/journal-essays/digital-interface-design-and-power-friction-threshold-transition
  102. architecture-as-fabulated-reality-aapk-et-al-brique-company-9791196043032,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www.mottodistribution.com/shop/architecture-as-fabulated-reality-aapk-et-al-brique-company-9791196043032.html
  103. SPACE-Doing Vertual: Oh Yeonjoo, Jeong Haewook - VMSPAC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vmspace.com/eng/report/report_view.html?base_seq=MjAwNg==
  104. Architecture as Fabulated Reality | Pro qm,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pro-qm.de/product/architecture-fabulated-reality?_exception_statuscode=404&destination=/&page=23
  105. SPACE-Latent Connections Between Virtuality and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vmspace.com/eng/report/report_view.html?base_seq=MTU4Mg==
  106. Depth and Embodiment Being Present in Architectural Space as an Experience of Meaning,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mdpi.com/2409-9287/10/2/33
  107. Full article: Body, space, and time in virtual reality leisure experience: a phenomenological inquiry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2614367.2024.2379419?af=R
  108. 719: The Phenomenology of Architecture & How VR is Revolutionizing Spatial Design Intuition - Voices of VR Podcas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voicesofvr.com/719-the-phenomenology-of-architecture-how-vr-is-revolutionizing-spatial-design-intuition/
  109. The corporeal body in virtual reality - Research Explorer -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research.manchester.ac.uk/en/publications/the-corporeal-body-in-virtual-reality
  110. The Architectonic Experience of Body and Space in Augmented Interiors - Frontier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18.00375/full
  111. (PDF) Phenomenological Reflection on Architectural VR Technology - ResearchGat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18917047_Phenomenological_Reflection_on_Architectural_VR_Technology
  112. The Historical Project: Whatever Happened to Operative History? - The City as a Projec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thecityasaproject.org/2011/03/the-historical-project-whatever-happened-to-operative-history/
  113. There is no criticism, only history | The Charnel-Hous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thecharnelhouse.org/2014/07/17/there-is-no-criticism-only-history/
  114. Operative criticism and historical criticism in Manfredo Tafuri | 5 | - Taylor & Francis eBook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ylorfrancis.com/chapters/edit/10.1201/9780429297786-5/operative-criticism-historical-criticism-manfredo-tafuri-jorge-nunes
  115. From Michelangelo to Borromini | 16 | Bruno Zevi and Operative Critic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aylorfrancis.com/chapters/edit/10.4324/9781315613918-16/michelangelo-borromini-roberto-dulio-maarten-delbeke-andrew-leach
  116. View of Committed, Politicized, or Operative: Figures of Engagement in Criticism from 1945 to Today - Histories of Postwar Architectur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hpa.unibo.it/article/view/13275/13074
  117. architecture i theory i criticism i history - atch - UQ eSpac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espace.library.uq.edu.au/view/UQ:152007/LeachModernArchitecture2008.pdf
  118. Bruno ZEVI - History, Criticism and Architecture after World War II - FrancoAngeli,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tatic.francoangeli.it/fa-contenuti/area_pdfdemo/81.2.10_demo.pdf
  119. The death and life of “operative history” - Arch.Theor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archtheory.hcommons.org/content/2020/04/03/the-death-and-life-of-operative-history.html
  120. Typology - Arch.Theory - Knowledge Common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archtheory.hcommons.org/category/typology
  121. Planning Criticism: Operative Contingencies in the Project of the Italian Tendenz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planjournal.com/article/planning-criticism-operative-contingencies-project-italian-tendenza-0
  122. Rethinking Architecture| A reader in cultural theory - Design Practices & Paradigm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esignpracticesandparadigms.files.wordpress.com/2013/01/leach-ed-rethinking-architecture.pdf
  123. Joan Ockman: Manfredo Tafuri and the Historicity of the Avant-Garde - The City as a Project,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thecityasaproject.org/2010/10/joan-ockman-manfredo-tafuri-and-the-historicity-of-the-avant-garde/
  124. Critical Reflection and the Role of the Architectural Educator in the Design Studio,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acsa-arch.org/proceedings/Teachers%20Proceedings/ACSA.Teach.2019/ACSA.Teach.2019.8.pdf
  125. Architecture from without theoretical framings for a critical practice Agrest, Diana,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architecture-history.org/books/Architecture%20from%20without%20theoretical%20framings%20for%20a%20critical%20practice.pdf
  126. History/Theory - Stephan Trüby - Positioning Architecture (Theory) - e-flux,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e-flux.com/architecture/history-theory/159235/positioning-architecture-theory
  127. Architecture, Critique, Ideology - SITE ZONE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itezones.squarespace.com/s/Architecture_Critique_Ideology_Writings.pdf
  128. What is “Critical” in Architectural Practice Today? - Common Edg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commonedge.org/what-is-critical-in-architectural-practice-today/
  129. THE SOCIETY OF THE SPECTACLE - Libcom.org,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files.libcom.org/files/The%20Society%20of%20the%20Spectacle%20Annotated%20Edition.pdf
  130. The Stones of Venice - Lancaster University,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lancaster.ac.uk/media/lancaster-university/content-assets/documents/ruskin/9-11StonesofVenice.pdf
  131. The Sphere and the Labyrinth: Avant-Gardes and Architecture from Piranesi to the 1970s - Goodreads,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www.goodreads.com/book/show/1126810.The_Sphere_and_the_Labyrinth
  132. The Disappearance: Manfredo Tafuri's The Sphere and the Labyrinth (April 2013),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site-writing.co.uk/the-disappearance-manfredo-tafuris-the-sphere-and-the-labyrinth-april-2013/
  133. The Sphere and the Labyrinth | DOUBLE OPERATIVE, 11월 11, 2025에 액세스, https://doubleoperative.com/wp-content/uploads/2009/12/manfredo-tafuri-the-sphere-and-the-labyrinth-avant-garde-and-architecture-from-piranesi-to-the-1970s-1979.pdf

 

서론: 매개자의 퇴각

 

문화 생산의 생태계는 창작자와 소비자라는 이 두 개의 극점만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사용자의 핵심 명제, 즉 "문화 매개자들이... 논란을 앞에 두고... 뒤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 물리적, 상징적 이익을 얻는 입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는 주장은 이 생태계의 숨겨진, 그러나 가장 강력한 행위자들의 책임을 정확히 조명한다. 문화 매개자(cultural mediators)—출판사, 비평가, 갤러리, 큐레이터, 영화제, 시상식 아카데미, 그리고 학술 기관—는 단순히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수동적인 '도관(conduit)'이 아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이론적 틀 안에서, 이들은 '문화 생산의 장(field of cultural production)'1 내에서 능동적으로 가치를 생산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자(agent)이다. 부르디외에게 '장(field)'이란, 특정 자본(예: 경제적 자본 또는 문화적 자본)을 둘러싼 '권력의 힘과 투쟁(power forces and struggles)'이 벌어지는 관계적이고 역동적인 사회적 공간(social arena)이다.2 문화 매개자는 이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이들의 '선택', '배제', '정당화' 행위는 어떤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고 어떤 작가가 '위대한 대가'로 호명되는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지적한 '뒤로 물러섬(retreat)'은 중립적인 태어나 수동적인 무지가 아니다. 이는 논란이라는 '투쟁'의 결정적 국면에서, 자신들이 그간의 매개 행위를 통해 축적해 온 상징적 자본(symbolic capital, 즉 권위, 명성, '좋은 취향'의 소유자라는 평판)과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 즉 수익, 시장 점유율, 후원금)을 동시에 방어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strategy)'이다.4 부르디외의 용어를 빌자면, 이러한 전략적 후퇴는 매개자의 '아비투스(habitus)'5, 즉 그들 집단이 내면화한 구조화된 성향이, 주어진 '가능성의 공간(espace des possibles)'6 내에서 특정 '입장 표명(position taking)'4을 선택한 논리적 귀결이다.

본 보고서는 이 '퇴각'이라는 전략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매개자의 책임이 구조적으로 필연적임을 논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1부는 매개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품의 가치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가 언급한 '물리적, 상징적 이익'을 획득하는지 부르디외의 이론을 통해 분석한다.
  • 2부는 매개자가 논란에 직면했을 때 '퇴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적인 방어 논리—'예술 자율성', '저자의 죽음', '객관성', '검열 반대'—가 이론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얼마나 취약하고 모순적인지를 해부한다.
  • 3부는 영화, 문학, 철학 분야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스캔들(로만 폴란스키, 페터 한트케, 우디 앨런, 마르틴 하이데거)을 심층 사례 연구로 삼아, 매개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이 방어 논리를 사용했으며 그 논리가 어떻게 붕괴했는지를 추적한다.
  • 4부는 지젤 사피로(Gisèle Sapiro)의 '저자-기능' 분석과 '선택 설계' 이론을 통해, 매개자의 '선택'이 중립적인 플랫폼 제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윤리적 함의를 지닌 '설계' 행위이며, 따라서 그 책임은 구조적으로 필연적임을 결론짓는다.

 

1부: 가치의 연금술: 매개 행위의 구조와 메커니즘

 

매개자는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유통업자가 아니다. 그들은 가치 그 자체를 '창조'하는 연금술사이며, 이 과정은 명확한 사회학적 메커니즘을 따른다.

 

1.1. 문화 생산의 장(場)과 권력 투쟁

 

부르디외가 제시한 '문화 생산의 장'은 단순히 문화 상품을 '부유함 vs 가난함' 또는 '오래됨 vs 젊음'으로 분류하는 도표가 아니다.1 그것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행위자들(개인과 집단)의 "포함 또는 배제... 그들의 행동과 상호 관계"를 결정하는 권력 투쟁의 역동적인 장(場)이다.2 이 장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상반된 자본의 논리 사이의 갈등에 의해 구조화된다. 바로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과 '문화적 자본(cultural capital)'이다.7

사용자의 질의가 겨냥하는 현대의 매개자들, 즉 대형 출판사, 방송사, 저널리즘, 영화 아카데미와 같은 '대규모 문화 생산 단위(large units of cultural production)'8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부르디외는 이들을 '프롤레타로이드 인텔리겐치아(proletaroid intelligentsia)'8라고 명명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순수한 '미학적 입장(aesthetic position-takings)'과 '정치적 입장(political position-takings)' 또는 시장의 논리 사이의 모순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8

부르디외는 문화의 장을 두 개의 극점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자율적(autonomous)' 극으로, 예술 고유의 논리('순수 예술')를 강조하며 경제적 가치를 경시한다. 다른 하나는 '타율적(heteronomous)' 극으로, 시장, 권력, 대중의 의견과 같은 '외부적 요인(external factors)'에 의존한다.3 대형 상업 미디어는 명백히 이 '타율적' 극에 속하며, 이들의 목표는 종종 순수하게 "경제적이고 청중에게 어필하는 것(purely on economics and appealing to the audience)"이다.3

사용자가 지적한 매개자의 '책임 회피'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들의 '퇴각'은 개인적 결함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장'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필연적 증상이다. 논란이 발생했을 때, 이들 매개자는 '미학적 가치'(자율적 극의 논리, 예: 로만 폴란스키의 뛰어난 연출력)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경제적/정치적 입장'(타율적 극의 논리, 예: 기존의 권력 구조 옹호, 아카데미의 명성 유지)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이 모순 자체가 그들이 이익을 얻는 방식의 핵심이다.

 

1.2. 정전화(Canonization) 엔진: 가치 부여의 권력

 

매개자의 가장 강력한 힘은 '정전화(canonization)', 즉 특정 작품이나 작가를 '고전' 또는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행위에서 나온다. 이 과정은 종종 작품의 '내재적 속성(intrinsic properties)'9과는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으며, 전적으로 매개자의 '축성(consecration)' 권력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비평(criticism)은 "결정적인 역할(determining role)"8을 수행한다. 비평가와 학자들은 작품에 '객관적으로 새겨진 의미(meaning objectively inscribed in a work)'8를 '해명'함으로써, 사실상 그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은 작가가 자신의 특이성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8, 실제로는 자신들의 권위를 통해 그 가치를 보증한다.

이러한 '가치' 부여 투쟁10은 결코 순수하지 않으며, 강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동기(politically and ideologically motivated)'11에 의해 추동된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 표현주의(Expressionism)가 급격히 정전화된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나치 정권에 의해 '퇴폐 미술(degenerate art)'11로 낙인찍혔던 표현주의는, 전후 나치즘의 대척점에 있는 예술, 즉 '민주주의, 자유,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11를 부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술관장(museum directors)과 같은 매개자들은 '축성의 권력(power of consecration)'11을 행사하며, 심지어 대중이 전통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ideas of beauty)'11과 일치하지 않는 미학조차도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의 작품이 3억 달러(2015년 기준)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되는 현상9은, 칸트가 말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부르디외가 지적했듯이 엘리트 매개자들이 소위 '고급' 예술에 엄청난 '상징적 가치'를 부여한 결과물이다.9

 

1.3. '뒤집힌 경제의 세계': 상징적 이윤과 물리적 이윤

 

문화 생산의 장은 '뒤집힌 경제의 세계(an economic world turned upside down)'7라는 역설적인 논리로 작동한다. 이 세계에서는 경제적 자본(돈)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금기시되며12, 대신 상징적 자본(명성, 권위, 인정)의 획득이 지상 과제로 간주된다. 예술과 돈에 대한 논의는 "수치스럽거나 금기시"된다.12

그러나 이 상징적 자본은 그 어떤 자본보다도 효과적으로 '물리적 이익', 즉 경제적 자본으로 전환된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문화적 자본(예: 예술에 대한 식견, 학력)은 그 자체로 '상징적 자본'으로 기능하며, 이것이 자본임은 '인정되지 않고(unrecognized as capital)' 대신 '정당한 역량(legitimate competence)'이나 '권위(authority)'로 (오)인식된다.13 바로 이 (오)인식을 통해, 문화적 자본의 소유자는 "물질적, 상징적 이익(material and symbolic profits)"13을 동시에 확보한다.

매개자들은 이 '전환' 과정의 중심에 서서 이중의 이익을 취한다.

  • 큐레이터와 갤러리: 이들은 자신들을 '경제적으로 무관심한(economically disinterested)' 예술 전문가로 위치시킨다.14 바로 이 '무관심'이라는 태도를 통해서만, 그들은 현대 미술의 '불확실한 가치를 안정화'시키고 '명성을 부여할 권위(authority to confer prestige)'14를 얻는다. 이 권위는 다시 갤러리와 큐레이터에게 '경제적 역학(economic dynamics)'15을 재편할 힘을 주어, 작품 판매와 전시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게 한다. 그들의 상징적 이익(권위)이 물리적 이익(수수료)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 출판사와 시상식: 18세기에 후원자가 사라지고 출판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8, 출판사나 극장 제작자 같은 매개자들은 '경제적, 사회적 제약'에 종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선택 행위(selective operations)' 자체가 '문화적 정당성(cultural legitimacy)'8을 부여받는 기관이 되었다. 세자르 상(César Awards)은 미국의 오스카상(Oscars)과 마찬가지로16, 수상자에게 조각가 세자르(César)가 디자인한 트로피17라는 '상징적 가치'와 더불어, 박스오피스에서의 성공18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안겨준다.

다음 표는 주요 문화 매개자들이 자신들의 매개 행위를 통해 어떻게 사용자가 지적한 '물리적(경제적) 이익'과 '상징적 이익'을 동시에 축적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표 1: 문화 매개자의 유형과 자본 축적 방식

 

매개자 유형 핵심 매개 행위 주된 경제적 이익 (물리적 이익) 주된 상징적 이익 (상징적 이익)
출판사 (Publishers) 출간 결정, 편집, 마케팅 도서 판매 수익, 저작권료19 업계 평판, '베스트셀러 작가' 발굴 명성, 문화적 의제 설정8
시상식 (Awards Academies) 후보 선정, 수상 (정전화) 후원금, 방송 중계권료, (회원들의) 박스오피스 상승18 '최고의 예술'을 정의하는 권위16, 국가적 명예, 문화적 정당성
비평가 (Critics) 리뷰, 평론 (가치 판정) 원고료, 급여, 도서 추천사 '좋은 취향'의 소유자라는 명성13, 문화적 담론 주도권8
큐레이터/갤러리 (Curators/Galleries) 전시 기획 (선택과 배제) 작품 판매 수수료, 입장료 수익20 '경제적으로 무관심한' 전문가라는 권위14, 예술사조 정의15
학계 (Academia) 연구, 강의, 학술 출판 급여, 연구비, 출판 인세 '정당한 역량'의 소유자13, 지적 권위, '유산'의 공식 해석자

 

2부: 무너지는 방어 논리: 중립과 자율성의 신화

 

1부에서 확인했듯이, 문화 매개자는 가치 생산의 핵심 행위자로서 막대한 상징적, 경제적 이익을 취한다. 그러나 논란이 발생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이익과 권위를 방어하기 위해 '퇴각'하며, 이 퇴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이론적 알리바이를 동원한다. 2부는 이 방어 논리들이 왜 허구에 가까운지를 분석한다.

 

2.1. '저자의 죽음'이라는 알리바이

 

매개자의 방어: "우리는 작가의 사생활이나 도덕성이 아니라 작품의 미학적 가치만을 다룬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선언했듯이 '저자는 죽었다'."

이론적 근거: 롤랑 바르트의 1967년 에세이 '저자의 죽음(Death of the Author)'은 텍스트의 의미를 저자의 의도나 개인적 이력21에 가두는 전통적 비평에 반기를 들었다. 바르트는 텍스트가 "다차원적 공간"22이며, 그 의미는 '저자-신(Author-God)'22이 부여하는 단일한 '신학적 의미'가 아니라 독자의 해석을 통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21

논리적 반박: 이 방어 논리는 바르트의 이론을 그 본래의 비판적 맥락에서 탈취하여 정반대의 목적으로 오용하는 지적 기만이다.

  1.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을 선언했을 때, 그는 '저자'라는 개념 자체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capitalist ideology)'23와 분리될 수 없는 역사적 구성물임을 지적했다. '저자의 이름(author's name)'은 작품을 하나의 '독점적 이름(proprietary name)'23 아래 고착시키고, 이를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23이라는 소유물로 만드는 장치라고 비판했다.
  2. 따라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 주체인 출판사가 '지적 재산권'에 기반해 '저자의 이름'(예: 우디 앨런, 마일로 야노풀로스)이 인쇄된 책을 팔아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면서19, 동시에 그 저자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저자는 죽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3. 그들이 '저자의 죽음'을 호출할 때, 그들은 텍스트의 해방22이나 독자의 권력21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저자'의 이름값(브랜드 가치)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25은 극대화하면서, '저자'의 행위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 이는 '저자의 죽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저자'라는 상품의 '지적 재산권'23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자본주의적인 '저자의 생존' 전략에 불과하다. 그들은 저자(person)가 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책임'만 죽기를 바랄 뿐이다.

 

2.2. 플로베르의 오독: '객관성'은 전략이지 중립이 아니다

 

매개자의 방어: "위대한 예술은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다. 창작자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귀스타브 플로베(Flaubert)가 말했듯이, 작가는 '우주 속의 신처럼,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아야 한다(present everywhere and visible nowhere)'.26"

이론적 근거: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Madame Bovary)》를 집필하며, 발자크(Balzac)와 같은 이전 세대 작가들의 '설교하는' 서술 방식27을 거부했다. 그는 저자의 목소리를 숨기고 '미학적 거리(aesthetic distance)'28를 확보했으며, 독자가 스스로 '객관적 판단(objective judgment)'28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객관적 서사'를 추구했다.

논리적 반박: 이 '객관성'은 결코 '중립'이 아니었으며, 이를 '중립'의 근거로 인용하는 것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처사이다.

  1. 1857년 《마담 보바리》가 '공중도덕 및 종교에 대한 모욕'29으로 기소된 재판은, 플로베르의 이러한 '객관적' 서사 방식 자체가 당대 권력에게는 '이데올로기적 범죄(ideologically criminal)'29로 받아들여졌음을 증명한다.
  2. 검찰이 문제 삼은 것은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의 간통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 즉 '중립성' 그 자체였다. 플로베르의 '저자-서술자 분리' 전략은 가족, 종교 등 국가가 공인한 규범의 '유효성(validity)'과 '판단의 주체(subject of narration and judgment)'29 자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당대에는 매우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정치적 행위였다.
  3. 따라서 오늘날 문화 매개자가 '플로베르적 객관성'을 내세워 논란이 되는 작품(예: 페터 한트케의 학살 옹호)을 방어하는 것은, 플로베르의 전략을 정반대로 오용하는 것이다. 플로베르가 '기성 권력에 도전하기 위해' 사용했던 '객관성'이라는 칼을, 이들 매개자는 '비판받는 권력(학살 부인론자)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한다. 이는 플로베르의 정신에 대한 배반이다.

 

2.3. '순수 예술'이라는 허상: 예술 자율성의 역사성

 

매개자의 방어: "예술의 가치와 도덕적 가치는 자율적(autonomous)이다. 예술 작품의 도덕적 결함이 그 작품의 미학적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이론적 근거: 이 주장은 '온건한 자율주의(moderate autonomism)'30라 불리는 미학 이론에 기반한다. 이 입장은 예술이 그 자체의 고유한 '미학적 태도(artistic attitude)'31를 요구하며, 도덕적 가치와 미학적 가치는 서로 독립적인 영역이라고 주장한다.30 이는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32의 오랜 전통에 기대고 있다.

논리적 반박: 부르디외와 지젤 사피로의 사회학적 분석은 이러한 '자율성' 개념 자체가 특정 시기에 특정 목적을 위해 '구성된' 이데올로기적 신화임을 폭로한다.

  1. 역사적 구성물: '순수' 예술(자율적 극)과 '상업' 예술(타율적 극)의 이중 구조는 19세기 중반(1830-1880)에 '구성(settled down)'된 것이다.12 예술이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게 된 것12은, 예술가들이 귀족이나 교회의 후원8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채택한 이데올로기적 전략이었다.
  2. 정치적 은폐: '예술 자율성' 논리가 가장 위험하게 사용된 사례는 지젤 사피로(Gisèle Sapiro)의 연구에서 드러난다. 사피로는 나치 점령기 프랑스에서, 권위 있는 문예지 '누벨 뢰뷔 프랑세즈(Nouvelle Revue française)'가 독일 대사 오토 아베츠(Otto Abetz)의 정치적 통제 하에 재출간되었을 때, 이들이 내세운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자율성 논리가 실제로는 "이 문예지의 정치적 통제를 가리기 위한(to mask the political control)"33 수단이었음을 밝혔다.
  3. 결론: '예술 자율성'은 진공 상태에 존재하는 순수 원칙이 아니라, 특정 역사적 시기에 특정 목적(때로는 저항, 때로는 공모)을 위해 사용된 '전략'이다. 따라서 오늘날 노벨상 위원회와 같은 매개자가 이 '자율성'을 내세워 페터 한트케를 방어할 때34, 그들은 19세기 아방가르드의 저항적 몸짓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치 부역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은폐'33를 위해 사용했던 위험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4. '비판'과 '검열'의 의도적 혼동

 

매개자의 방어: "우리의 편집권/시상 결정을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censorship)'이며, '캔슬 컬처'라는 야만적 행위이다."

이론적 근거: 국가 권력에 의한 검열은 예술의 실험적 성격을 억압하고,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보수적 목적을 가지며, "문화 공간을 질식(asphyxiation of the cultural space)"시킬 수 있다.35

논리적 반박: 이 방어 논리는 '검열', '비판', '편집권'이라는 세 가지 다른 개념을 의도적으로 혼동하여, 자신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수사적 전략이다.

  1. 검열 vs. 편집권: '검열'은 주로 국가 권력이 이미 존재하는 표현물을 사후에 금지하거나 강제로 수정하는 행위이다. 반면, 아셰트(Hachette)와 같은 민간 출판사가 우디 앨런의 회고록 출간을 거부하기로 결정하는 것36은 '검열'이 아니라, 그들의 본질적인 사업 기능인 '편집권(editorial judgment)' 또는 '큐레이션(curation)'이다. 한 젊은 출판사 직원의 지적은 핵심을 찌른다. "표현의 자유가 출판 계약을 맺을 권리(the right to a book contract)와 너무 자주 동일시되고 있다".37
  2. 검열 vs. 비판: 매개자의 결정(예: 폴란스키 수상)에 항의하고38, 보이콧을 요구하며39, 내부 고발을 하는 행위40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더 많은 발언(more speech)"41을 통해 유해한 발언(예: 학살 부인)에 "반박하고(refute)" 그 해악을 "무효화(undo)"41하려는 또 다른 민주적 표현 행위이다.
  3. 전략적 혼동: 매개자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검열'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토론의 프레임을 '예술이냐 외설이냐' 또는 '표현의 자유냐 억압이냐'42로 바꾸어, 자신들의 '선택'에 내재된 윤리적 책임을 회피하고 토론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수사적 전략88에 불과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비판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검열'로 낙인찍는다.

 

3부: 스캔들의 해부: 논란에 직면한 매개자들

 

2부에서 논파된 방어 논리들은 실제 스캔들 현장에서 매개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 논리들은 비판자들의 저항과 매개자 내부의 균열로 인해 붕괴하고 있다. 3부에서는 아카데미, 출판, 학계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발생한 주요 사례를 통해 매개자들이 논란에 어떻게 직면하고, 어떻게 '퇴각'하며, 그 퇴각이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분석한다.

다음 표는 3부에서 다룰 핵심 사례들을 2부의 분석틀(방어 논리)과 연결하여 요약한 것이다.

표 2: 논란에 대한 매개자 대응 분석 (주요 사례)

 

사례 (행위자) 논란의 핵심 매개자의 초기 방어 논리 비판 주체 (및 방식) 최종 결과 (및 시사점)
페터 한트케 (노벨상 위원회) 스레브레니차 학살 부인 및 밀로셰비치 옹호43 "미학적 자율성", "작품과 작가 분리"34 학살 피해자 단체, 작가들55, 내부 위원54 수상 강행. (매개자의 권위가 '학살 부정'에 상징적 정당성 부여)
로만 폴란스키 (세자르 아카데미) 아동 성범죄 유죄 판결 및 도피46 "아카데미는 도덕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39 아델 하에넬59, 페미니스트 단체38, 이사회39 수상 강행, 아카데미 붕괴. (매개자의 '중립'이 '공모'임이 폭로됨)
우디 앨런 (아셰트 출판그룹) 양녀 성추행 의혹24 "편집권 독립", "시장 수요"24 내부 직원40, 로넌 패로우48 출간 취소.36 (매개자 내부의 윤리적 반란이 이윤 논리를 이김)
마르틴 하이데거 (클로스터만/철학계) '검은 노트'의 형이상학적 반유대주의49 "철학적 핵심과는 무관", "유산의 일부로 맥락화"51 동료 철학자들52, 학회장74 논쟁 지속. (매개자(학계)가 '정전'을 방어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

 

3.1. 사례 1: 아카데미의 '권위'와 '수치' (The Academy's 'Authority' and 'Shame')

 

시상식 아카데미는 '정전화(canonization)' 권력의 정점에 있는 매개자이다. 이들이 수여하는 상은 막대한 상징적,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18 따라서 이들의 '선택'은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3.1.1. 페터 한트케 (노벨 문학상, 2019)

 

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이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페터 한트케(Peter Handke)를 선정했을 때, 그들은 오랜 역사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한트케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전쟁 당시 세르비아의 만행을 부인하고45, 1995년 스레브레니차 집단 학살의 사실관계를 의심하며43, 전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šević)의 장례식에 참석해 연설한 인물이다.45

논란에 직면한 한림원(매개자)의 방어 논리는 2부에서 분석한 '예술 자율성'의 전형이었다. 한림원 회원들은 한트케가 "정치적 문제에 대해 도발적이고 부적절하며 불분명한 발언"을 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저작에서 시민 사회에 대한 공격이나 모든 사람의 동등한 가치에 대한 존중을 저버리는 내용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45 그들은 노벨상이 "전쟁 범죄나 학살 부인을 보상하려 한 의도는 분명히 없다"45고 해명했다. 이는 '작품'과 '작가'를 분리하는 '극단적 자율적 미학적 입장(extreme autonomous aesthetic stance)'34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 '분리'가 불가능하며 유해하다고 반박했다.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를 비롯한 작가들은 한트케가 "엄청난 통찰력과 충격적인 윤리적 맹목성(shocking ethical blindness)"55을 결합했다고 비판했다. 학살 피해자 단체와 시위대에게 이 수상은 "학살 부인의 국제화 및 정상화(internationalization and normalization of genocide denial)"43를 의미했으며, 한림원의 권위가 학살 부정론에 상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였다.56 이 스캔들은 한림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균열을 일으켰다. 노벨위원회의 외부 위원 2명은 한트케 선정을 비판하며 사임했는데, 그중 한 명은 "2019년 수상자 선정은... 문학이 '정치' 위에 있다는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으며, 이는 나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54

 

3.1.2. 로만 폴란스키 (세자르 상, 2020)

 

프랑스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자르(César) 아카데미가 2020년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에게 감독상을 수여한 사건은, 매개자의 '중립' 주장이 어떻게 '공모'로 폭로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폴란스키는 1977년 13세 아동 성범죄(statutory rape) 혐의에 유죄를 인정한 뒤 미국에서 도피했으며, 이후에도 다수의 성폭력 의혹에 휩싸였다.46

논란에도 불구하고 폴란스키의 영화 <장교와 스파이(J'accuse)>가 12개 부문 후보에 오르자, 아카데미 원장 알랭 테르지앙(Alain Terzian)은 "아카데미는 상을 주는 데 있어 도덕적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should not take moral positions)"39고 주장하며 매개자의 '퇴각'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한 반격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이었다. 시상식 당일, 배우 아델 하에넬(Adèle Haenel)은 폴란스키가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시상식장을 떠나며 "수치심!(La honte!)"47이라고 외쳤다. 이 외침은 "브라보, 소아성애!(Bravo, paedophilia!)"61라는 절규로 이어졌다. 하에넬은 이미 시상식 전 "그를 수상자로 구별하는 것은 모든 희생자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distinguishing Polanski” would be like “spitting in the face of all victims)"58이며, "이는 여성을 강간하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58고 비판했다.

작가 비르지니 데팽트(Virginie Despentes)는 <이제 우리는 일어선다(Now We Get Up)>라는 제목의 격문에서 이 사건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녀는 이것이 프랑스 영화계 '보스들(bosses)'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오메르타(omertà, 침묵의 카르텔)'64이며, 매개자들이 폴란스키를 방어하는 것은 "자신들의 범죄성 속에서도 우리의 존경을 요구하는(demanding our admiration even in your criminality)"64 행위라고 규탄했다. '중립'을 가장한 매개자의 '퇴각'이 사실은 피해자들에 대한 '상징적 폭력'38이자 기존 권력 구조와의 '공모'임이 폭로된 것이다. 이 사태의 여파로, 시상식 직전 아카데미 이사회 전원이 총사퇴39하며 아카데미는 사실상 붕괴했다.

 

3.2. 사례 2: 출판사의 '이윤'과 '윤리' (The Publisher's 'Profit' and 'Ethics')

 

출판사는 '시장 논리'라는 타율적 극3과 '문화적 가치'라는 자율적 극 사이에서 가장 첨예한 모순을 겪는 매개자이다. '이윤'은 출판사의 존속을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19

 

3.2.1. 우디 앨런 (아셰트 출판그룹, 2020)

 

아셰트(Hachette) 출판그룹은 양녀 딜런 패로우(Dylan Farrow)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우디 앨런(Woody Allen)의 회고록 <느닷없이(Apropos of Nothing)>를 비밀리에 계약하고 출간하려 했다.48

이들의 초기 방어 논리는 '시장 수요'24와 '편집권 독립'48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예상치 못한 두 방향의 공격에 직면했다. 첫째, 앨런의 아들이자 아셰트에서 자신의 책 <캐치 앤 킬(Catch and Kill)>을 출간했던 저자 로넌 패로우(Ronan Farrow)가 "나의 가족에게 피해를 준 사람의 책을 비밀리에 출간한" 출판사의 도덕성을 비난하며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36

둘째,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매개자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수십 명의 아셰트 직원들이 "우리는 우디 앨런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파업(walkout)을 감행했다.36 한 젊은 직원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존재를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가진 저자"의 책을 작업하도록 요구받는 것37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 내부 저항은 '이윤'과 '시장'이라는 타율적 논리19가 매개자 내부의 윤리적 기준에 의해 패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으며, 결국 아셰트는 출간을 취소36했다.

 

3.2.2. 마일로 야노풀로스 (사이먼 & 슈스터, 2017)

 

사이먼 & 슈스터(Simon & Schuster, S&S)가 극우 트롤이자 브라이트바트 편집자였던 마일로 야노풀로스(Milo Yiannopoulos)에게 25만 달러라는 거액의 선인세25를 지급하고 출간 계약을 맺은 것은, 매개자의 방어 논리가 얼마나 전략적인지를 보여준다.

초기 비판(주로 인종차별적, 여성혐오적 발언에 대한25)에 직면했을 때, S&S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들과 함께69 "독자들이 책의 실제 내용을 읽고 판단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25며 '내용으로 판단하라'는 고전적인 방어 논리를 폈다. 저자 록센 게이(Roxane Gay)가 항의하며 자신의 책 계약을 철회하는25 등 비판이 거셌지만 S&S는 버텼다.

그러나 야노풀로스가 과거 "소년과 성인 남성 간의 관계"를 옹호하는, 즉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영상25이 발견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S&S는 '표현의 자유'나 '내용 판단'과는 무관하게 즉시 계약을 취소25했다. 이는 매개자의 '표현의 자유' 옹호가 확고한 원칙이 아니라, 인종차별은 감수할 수 있는 '상업적 리스크'였지만 소아성애 옹호는 감수할 수 없는 '상업적 독성'이었음을 증명한다. 그들의 '윤리적' 결정은 결국 '이윤'19 계산의 결과였던 것이다.

 

3.3. 사례 3: 학계의 '유산'과 '공모' (The Academy's 'Legacy' and 'Complicity')

 

학계와 학술 출판사 역시 '유산(legacy)'을 관리하고 '정전'을 해석하는 핵심적인 문화 매개자이다.

 

3.3.1. 마르틴 하이데거 ('검은 노트')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인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검은 노트(Schwarze Hefte)》49가 2014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철학계라는 매개자 집단은 거대한 스캔들72에 직면했다. 하이데거의 나치즘 동조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50, 《검은 노트》는 그의 반유대주의가 단순한 개인적 편견이나 정치적 일탈이 아니라, '세계 유대주의(Weltjudentum)'50를 '존재사(history of Being)'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즉 그의 철학의 핵심과 깊이 연관된 '형이상학적 반유대주의'임을 드러냈다.49

이 폭로에 대해 매개자(학계와 출판사)는 '퇴각'할 수 없었다. 출판사 비토리오 클로스터만(Vittorio Klostermann)은 수십 년간 하이데거의 원고를 엄격하게 통제해왔으며52, 이 출간 자체는 통제된 폭로였다. 스캔들이 터지자, 마르틴 하이데거 학회(Martin Heidegger Society) 의장 귄터 피갈(Günter Figal)이 사임했다.74

전 세계 대학과 학술 기관(에모리 대학 등75)에서 긴급 컨퍼런스가 소집되었고, 《하이데거의 검은 노트: 반유대주의에 대한 응답》52과 같은 대응 논문집들이 출간되었다. 이는 학계라는 매개자 집단이 자신들의 핵심 '상징적 자본'(하이데거 철학)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것을 막고, 이 '오염된' 유산을 어떻게든 '재맥락화'하거나 '비판적으로 재평가'함으로써52 매개자로서의 입장을 다시 정립하려는 필사적인 '투쟁'이었다. 그들은 하이데거를 '방어'하든, '비판'하든, '해석'하든,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강요당했으며, '중립'이나 '퇴각'은 불가능한 선택지였다.

 

4부: 정전화(Consecration)의 책임

 

분석은 다시 사용자의 처음 질문으로 돌아온다. 매개자는 왜 논란 앞에서 물러서서는 안 되는가? 1부에서 3부까지의 분석은 그들이 '물리적, 상징적 이익'의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그 '가치' 자체를 창조하는 '행위자'임을 보였다. 4부는 매개자의 책임이 왜 구조적으로 필연적인지를 논증한다.

 

4.1. '작품과 작가를 분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해체

 

문화적 논쟁은 종종 "작품과 작가를 분리할 수 있는가?"라는 이분법적이고 교착적인 질문에 갇힌다.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Gisèle Sapiro)는 그녀의 저서 《작품과 작가를 분리할 수 있는가?(Peut-on dissocier l'œuvre de l'auteur?)》76에서 이 질문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음을 지적한다.

사피로에 따르면, "우리는 분리할 수도 있고, 할 수 없기도 하다(We can and we can't)".76 그 이유는 '저자'라는 개념 자체가 낭만주의 시대에 '창조적 독창성' 개념과 '지적 재산권'의 등장과 함께 발명된77 사회적, 법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저자란 무엇인가?(What is an Author?)'에서 정의했듯이, '저자'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고유명사' 아래 일련의 담론을 통합하고 통일성을 부여하는 '저자-기능(author function)'77이다.

사피로는 흥미로운 비교를 제시한다. 우리는 의사나 변호사의 개인적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그의 처방과 그를 분리할 수 있는가?"라고 묻지 않는다.79 왜냐하면 그들은 '의학'이나 '법률'이라는 '단체 기관(corporate body)' 또는 '공식 기관(formal institution)'79의 이름으로 말하며, 그들의 발언 가치는 개인의 특이성이 아니라 '집단적 권위(collective authority)'79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작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우리는 즉각적으로 그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는다.79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 매개자의 본질적인 역할과 책임이 드러난다. 사피로의 분석을 따를 때, 문화 매개자(출판사, 아카데미, 갤러리)야말로 작가를 '의사'나 '변호사'처럼 '단체 기관'의 권위를 가진 존재로 '만들어주는' 바로 그 '단체 기관'이다. 출판사가 책을 출간하고, 노벨상 위원회가 상을 수여하고, 큐레이터가 전시를 여는 행위(즉, 매개 행위)는 이 '개인'의 발언을 '작품'이라는 공적 담론으로 승인하고 '축성(consecration)'11하는 행위이다. 즉, 매개자는 '저자-기능'77을 완성시키고 '상징적 가치'14를 부여하는 사회적 장치 그 자체이다. 따라서 그들은 그 '승인' 행위와 그 행위가 생산하는 가치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4.2. '형식은 중립적이지 않다': 플랫폼의 윤리학

 

매개자들은 종종 자신들이 '중립적인 플랫폼(neutral platform)'일 뿐이며, 단지 창작자에게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축(architecture) 이론과 행동경제학의 논의는 '중립적 설계'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임을 증명한다.

건축 철학에서 "중립적인 건축 형태는 없다(no form of neutral architecture)"80는 주장은 오래된 명제이다. 건축가가 사용하는 도면, 단면, 평면도 등은 "수동적인 아이디어 복제 행위"가 아니라, "무엇이 사유되고 건설될 수 있는지를 형성하는" 인식론적 프레임(epistemological frames)'81 그 자체이다. 건축물은 그 설계(design)를 통해 이미 특정한 사회적, 도덕적 특징82을 구현하며, 때로는 특정 집단을 배제(architectural exclusion)하기도 한다.80

이는 행동경제학의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83 개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선택 설계' 이론의 핵심인 '필연성 논증(inevitability argument, IA)'83은 다음과 같다. 어떤 선택 환경(choice contexts)이든 필연적으로(inevitably)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면, 그 환경은 중립을 가장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사람들의 '복지(welfare)를 가장 잘 증진하도록' 적극적으로 배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83

출판, 수상, 전시, 비평과 같은 모든 매개 행위는 본질적으로 '문화적 선택 설계(Cultural Choice Architecture)'이다. 노벨상 위원회가 페터 한트케에게 상을 주는 것(플랫폼 제공)은, 대중에게 '학살 부인은 문학적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심지어 최고로 권위 있는 가치'라고 미묘하게 '넛지(nudge)'83하는 선택 설계이다. 아셰트 직원들이 우디 앨런의 회고록 출간에 파업한 것40은, "이 선택 설계(앨런 회고록 출간)는 우리의 복지(윤리적 기준과 안전)에 반한다"는 강력한 저항이었다.

따라서 사용자가 비판한 매개자의 '퇴각', 즉 '중립' 선언은 '중립'이 아니다. 그것은 현상 유지를 통해 기존의 유해한 권력 구조64와 차별적 규범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도록 설계된, 가장 교묘하고 비겁하며 때로는 가장 유해한 '선택 설계'이다.

 

4.3. 결론: 불가능하지만 필연적인 매개자의 입장

 

본 보고서는 사용자의 핵심 명제, 즉 문화 매개자는 창작물과 창작자의 경제적, 상징적 가치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1부, 표 1), 그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이익을 취하는 매개자들이 논란 앞에서 '예술 자율성', '저자의 죽음', '객관성', '중립' 등(2부)의 방어막 뒤로 '퇴각'하려는 시도는, 이론적으로 모순적이며(2.1), 역사적으로 기만적33이고, 현실에서 이미 파산(3부, 표 2)했음이 드러났다.

예술의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84, 예술가, 전문가(매개자), 관료, 지역 공동체 등 "서로 다른 집단(different groups of actors)"85 간의 '상징적 경계 투쟁(symbolic boundaries struggles)'85을 통해 끊임없이 협상된다. 문화 매개자는 이 '투쟁'의 고상한 심판이 아니라, 그 투쟁의 한복판에 있는 핵심 참여자이다.

아프리카계 페미니스트 영화감독 아망딘 게이(Amandine Gay)의 지적86은 이 모든 논의를 날카롭게 요약한다. 그녀는 <L'antiracisme en actes(행동하는 반인종주의)>라는 기사를 인용하며,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브렛 베일리(Brett Bailey)의 쇼를 둘러싼 논쟁을 언급한다. "만약 당신이 반인종주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수백 명의 흑인과 아랍인들이 비난하는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당신의 인종주의에 대한 개념이 문제가 있는(problematic) 것일 수 있다."86

마찬가지로, 문화 매개자가 '예술'을 옹호한다고 주장하면서, 성폭력 피해자38, 학살 생존자43, 혹은 그들 자신의 내부 직원40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면, 그들이 옹호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특권(privilege)'87과 '폭력'64일 뿐이다.

문화 매개자가 '가치로부터 물리적, 상징적 이익을 얻는 입장'(사용자의 질의)인 한, 그들은 그 가치에 내재된 도덕적, 정치적 함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논란 앞에서 물러나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그들의 권위를 이용한 가장 강력한 방식의 공모이다.

참고 자료

  1. Pierre Bourdieu's Field of Cultural Production - University of Minnesota Duluth,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d.umn.edu/~cstroupe/ideas/field_culture_bourdieu.html
  2. Chapter 3 | Fields of Cultural Production – mdwPres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mdw.ac.at/mdwpress/mdwp011-ch3/
  3. A Reflection on Pierre Bourdieu's Theory of Artistic Fields and Its Alignment with the Evolution of Photography in the World,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rph.soore.ac.ir/article_725668_en.html
  4. Field | Politik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politika.io/en/article/field
  5. Bourdieu and 'habitus' - Powercube.net,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powercube.net/other-forms-of-power/bourdieu-and-habitus/
  6. Bourdieu and Literature - 2. Methods - Open Book Publisher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books.openedition.org/obp/481?lang=en
  7. Pierre Bourdieu - Wikipedi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Pierre_Bourdieu
  8. The Market of Symbolic Goods* | The Field of Cultural Production: Essays on Art and Literature - MIT,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eb.mit.edu/allanmc/www/bourdieu2.pdf
  9. The Value of Art: From Bourdieu's The Field of Cultural Production to David B. Guenther's The Art Dealer's Apprentice | Fineartebooks's Blog,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fineartebooks.wordpress.com/2024/05/23/the-value-of-art-from-bourdieus-the-field-of-cultural-production-to-david-b-guenthers-the-art-dealers-apprentice/
  10. Language and Symbolic Power - Monoskop,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monoskop.org/images/4/43/Bourdieu_Pierre_Language_and_Symbolic_Power_1991.pdf
  11. The canon in art history: concepts and approaches - Gregor Langfeld - Journal of Art Historiograph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arthistoriography.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18/11/langfeld.pdf
  12. 3. Autonomy - Bourdieu and Literature - Open edition book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books.openedition.org/obp/482
  13. The Forms of Capital by Pierre Bourdieu 1986 - Marxists Internet Archiv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marxists.org/reference/subject/philosophy/works/fr/bourdieu-forms-capital.htm
  14. Cultural Capital: How Curators Make Prestige - Art Collector 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artcollector.net.au/cultural-capital-how-curators-make-prestige/
  15. The Economy of Curation and the Capital of Attention - Curatograph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curatography.org/13-0-en/
  16. César Awards - Wikipedi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C%C3%A9sar_Awards
  17. César Award | French motion-picture award | Britannic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britannica.com/topic/Cesar-Award
  18. Dominating the Spotlight for Cesar Awards: The Count of Monte Cristo,' 'Beating Hearts,' and 'Emilia Perez' - The Economic Time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m.economictimes.com/news/international/us/dominating-the-spotlight-for-cesar-awards-the-count-of-monte-cristo-beating-hearts-and-emilia-perez/articleshow/117694960.cms
  19. Do the profits that the publishing industry make from publishing controversial authors outweigh the backlash they may receive? - Bowen Street Pres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bowenstreetpress.com/bound-blog/2023/8/23/do-the-profits-that-the-publishing-industry-make-from-publishing-controversial-authors-outweigh-the-backlash-they-may-receive
  20. Measuring the social, economic benefits of art and culture | Penn Toda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penntoday.upenn.edu/2011-10-13/features/measuring-social-economic-benefits-art-and-culture
  21. Understanding "Death of the Author" in Literary Criticism - Bookish Ba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bookishbay.com/death-of-the-author-theory-by-roland-barthes/
  22. The Death of the Author - Wikipedi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The_Death_of_the_Author
  23. Roland Barthes declared the 'death of the author', but postcolonial critics have begged to differ - University of Wollongong,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uow.edu.au/media/2025/roland-barthes-declared-the-death-of-the-author-but-postcolonial-critics-have-begged-todiffer.php
  24. No, Hachette Cancelling Woody Allen's Book is Not Censorship - Pajib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pajiba.com/celebrities_are_better_than_you/no-hachette-cancelling-woody-allens-book-is-not-censorship.php
  25. Simon & Schuster cancels Milo Yiannopoulos' book | Racism News - Al Jazeer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aljazeera.com/news/2017/2/21/simon-schuster-cancels-milo-yiannopoulos-book
  26. Narrative Transactions - Does the Law Need a Narratolog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openyls.law.yale.edu/server/api/core/bitstreams/0073c9f8-be58-47e5-a7e6-ca21356a139b/content
  27. Les Trois Visionnaires: The Narrative of Balzac, Flaubert, and Zola - Rollins Scholarship Onli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scholarship.rollins.edu/cgi/viewcontent.cgi?article=1012&context=mls
  28. Style as a "[M]anner of Seeing": The Poetics of Gustave Flaubert - Scholars Crossing,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digitalcommons.liberty.edu/cgi/viewcontent.cgi?article=1139&context=masters
  29. Madame Bovary on Trial - OAPEN Hom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library.oapen.org/bitstream/handle/20.500.12657/62047/9781501720017.pdf?sequence=1&isAllowed=y
  30. Ethical Criticism of Art -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iep.utm.edu/ethical-criticism-of-art/
  31. Ethical Autonomism: The Work of Art as a Moral Agent - RISD Digital Common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digitalcommons.risd.edu/liberalarts_contempaesthetics/vol2/iss1/10/
  32. AN ART FOR ART'S SAKE OR A CRITICAL CONCEPT OF ART'S AUTONOMY? AUTONOMY, ARM'S LENGTH DISTANCE AND ART'S FREEDOM Josefine Wikström - Tidsskrift.dk,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tidsskrift.dk/nja/article/download/140120/184110
  33. Autonomies of Art and Culture - OpenEdition Journal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journals.openedition.org/bssg/329?lang=en
  34. The 'Most Ideal' Peter Handke? in - Brill,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brill.com/view/journals/jwl/9/1/article-p133_9.xml?language=en
  35. Arguing for Art, Debating Censorship - Metacritic Journal,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metacriticjournal.com/article/118/arguing-for-art-debating-censorship
  36. Ronan Farrow drops Hachette, employees walk out (This week in books) - Nathan Bransford,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athanbransford.com/blog/2020/03/ronan-farrow-drops-hachette-employees-walk-out-this-week-in-books
  37. 'If publishers become afraid, we're in trouble': publishing's cancel culture debate boils over,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1/jun/03/if-publishers-become-afraid-were-in-trouble-publishings-cancel-culture-debate-boils-over
  38. Polanski's 'Oscar' divides elite world of French cinema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0/mar/01/roman-polanski-cesar-award-jaccuse-divides-french-cinema
  39. Leadership of 'French Oscars' resigns amid Polanski controversy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0/feb/14/leadership-of-french-oscars-resigns-amid-polanski-controversy
  40. Woody Allen's book could signal a new era in the publishing industry | The Outl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theoutline.com/post/8789/woody-allen-book-hachette-walk-out
  41. A philosophical guide on how to manage dangerous art | Aeon Essay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aeon.co/essays/a-philosophical-guide-on-how-to-manage-dangerous-art
  42. The Social Nature of Offense and Public Protest over Art and Cultur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giarts.org/article/social-nature-offense-and-public-protest-over-art-and-culture
  43. Transnational Activism against Genocide Denial: Protesting Peter Handke's Nobel Prize in Literature | Nationalities Papers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nationalities-papers/article/transnational-activism-against-genocide-denial-protesting-peter-handkes-nobel-prize-in-literature/A80BD5A45E0EB1D8786779B4CF90104A
  44. A Literary Consecration of Genocide Denial - New Lines 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ewlinesmag.com/review/a-literary-consecration-of-genocide-denial/
  45. Swedish Academy defends Peter Handke's controversial Nobel win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9/oct/21/swedish-academy-defends-peter-handkes-controversial-nobel-win
  46. France's Polanski problem: Can you separate the artist from the man? - CGT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ews.cgtn.com/news/2020-03-20/France-s-Polanski-problem-Can-you-separate-the-artist-from-the-man--P1jA4Dgmbe/index.html
  47. 45th César Awards - Wikipedi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45th_C%C3%A9sar_Awards
  48. Ronan Farrow Cuts Ties With Hachette Over Woody Allen Memoir - Time 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time.com/5795400/ronan-farrow-publisher-woody-allen-memoir/
  49. Assessing the significance of Heidegger's Black Notebooks - GH,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gh.copernicus.org/articles/73/109/
  50. Heidegger's 'black notebooks' reveal antisemitism at core of his philosophy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4/mar/13/martin-heidegger-black-notebooks-reveal-nazi-ideology-antisemitism
  51. Heidegger's Black Notebooks and The Question of Anti-Semitism - Ereigni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beyng.com/papers/HC2015Adrian.html
  52. Heidegger's Black Notebooks: Responses to Anti-Semitism | Review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dpr.nd.edu/reviews/heideggers-black-notebooks-responses-to-anti-semitism/
  53. Nobel winner Peter Handke avoids genocide controversy in speech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9/dec/07/nobel-winner-handke-avoids-genocide-controversy-in-speech
  54. 'Gross hypocrisy': Nobel heavyweight to boycott Peter Handke ceremony | Nobel prize in literature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9/dec/06/nobel-swedish-academy-peter-handke-ceremony-peter-englund-literature
  55. 'A troubling choice': authors criticise Peter Handke's controversial Nobel win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9/oct/10/troubling-choice-authors-criticise-peter-handke-controversial-nobel-win
  56. Peter Handke and the power of denial | Opinions - Al Jazeer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aljazeera.com/opinions/2019/12/10/peter-handke-and-the-power-of-denial
  57. Morality on the Side: Peter Handke and the Nobel Prize - The Prindle Institute for Ethic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prindleinstitute.org/2019/10/morality-on-the-side-peter-handke-and-the-nobel-prize/
  58. France's #MeToo debate intensifies as Roman Polanski wins best director César | New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eendaily.com/news/frances-metoo-debate-intensifies-as-roman-polanski-wins-best-director-cesar/5147742.article
  59. Césars 2020 : « C'est la honte ! » - UNSA‑Education.com,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unsa-education.com/article-/cesars-2020-cest-la-honte/
  60. « C'est [toujours] la honte ! » - NPA Révolutionnaire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pa-revolutionnaires.org/cest-toujours-la-honte/
  61. Adèle Haenel - Wikipedi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Ad%C3%A8le_Haenel
  62. Adèle Haenel retires over French film sector's 'complacency' towards sexual predator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culture/2023/may/09/adele-haenel-retires-over-french-film-sectors-complacency-towards-sexual-predators
  63. Anti-Polanski protesters greet French film awards ceremony - CBS New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cbsnews.com/news/roman-polanski-protesters-greet-french-film-awards-ceremony/
  64. CÉSARS: TIME TO GET UP AND GET OUT - The White Review,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whitereview.org/feature/cesars-time-to-get-up-and-get-out/
  65. The Emptiness Of Literature Written For The Market - Noema 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noemamag.com/the-emptiness-of-literature-written-for-the-market/
  66. Why Hachette were wrong to drop Woody Allen's memoir - The Spectator,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spectator.co.uk/article/why-hachette-were-wrong-to-drop-woody-allens-memoir/
  67. Woody Allen memoir published in US after protest stops first attempt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0/mar/23/woody-allen-memoir-published-in-us-apropos-of-nothing
  68. What recent publishing controversies say about the industry - Nathan Bransford,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athanbransford.com/blog/2023/05/what-recent-publishing-controversies-say-about-the-industry
  69. Free-speech groups defend publication of Milo Yiannopoulos memoir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7/jan/06/free-speech-groups-defend-publication-of-milo-yiannoploulos-memoir
  70. Free Speech Groups Release Statement in Support of Publisher of Milo Yiannopoulos' Book; UPDATE: NCAC Responds to Cancellation of Milo's Book,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cac.org/news/blog/free-speech-groups-release-statement-in-support-of-publisher-of-milo-yiannopoulos-book
  71. Milo Yiannopoulos drops lawsuit over his cancelled book - The Guardian,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8/feb/20/milo-yiannopoulos-drops-lawsuit-over-his-cancelled-book
  72. The King Is Dead: Heidegger's “Black Notebooks” | Los Angeles Review of Book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lareviewofbooks.org/article/king-dead-heideggers-black-notebooks/
  73. National Socialism, World Jewry, and the History of Being: Heidegger's Black Notebooks,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jewishreviewofbooks.com/articles/993/national-socialism-world-jewry-and-the-history-of-being-heideggers-black-notebooks/
  74. Martin Heidegger Society Chair Steps Down After Reading the Black Notebooks - Reddit,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philosophy/comments/2t2k4d/martin_heidegger_society_chair_steps_down_after/
  75. Heidegger's 'Black Notebooks' to be focus of Emory conferenc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news.emory.edu/stories/2014/08/upress_heidegger_conference/index.html
  76. Can author and work be separated? - - Aterraeredonda,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n.aterraeredonda.com.br/autor-e-obra-podem-ser-separados/
  77. Morality of the Author, Morality of the Work - Electra Magaz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electramagazine.fundacaoedp.pt/index.php/en/editions/issue-22/morality-author-morality-work
  78. Can We Dissociate the Work from the Author? A Conversation with Gisèle Sapiro,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collegium.ethz.ch/events/fellow-year-2024-2025/gisele-sapiro
  79. This author's work - minor reviews - WordPress.com,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geomsoc.wordpress.com/2021/03/04/this-authors-work/
  80. Architectural Exclusion: Discrimination and Segregation Through Physical Design of the Built Environment | Yale Law Journal,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yalelawjournal.org/article/architectural-exclusion
  81. The Project as Argument: What is Architectural Thinking? | ArchDaily,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1033636/the-project-as-argument-what-is-architectural-thinking
  82. Philosophy of Architectur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architecture/
  83. The inevitability argument for choice architecture and the evidence-based view | Behavioural Public Policy | Cambridge Cor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behavioural-public-policy/article/inevitability-argument-for-choice-architecture-and-the-evidencebased-view/1B7835D90C71B7F762FF4A19E195FB80
  84. Do you think that art has boundaries? - ResearchGat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ost/Do-you-think-that-art-has-boundaries
  85. Full article: Public art debates as boundary struggles - Taylor & Francis Online,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0286632.2021.2009472
  86. “You'll be Dazzled by My Joy” : Interview with Afrofeminist Filmmaker Amandine Gay | AWID,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www.awid.org/news-and-analysis/youll-be-dazzled-my-joy-interview-afrofeminist-filmmaker-amandine-gay
  87. The Complexities of Supporting Art by Problematic Artists | by RU Student Life | Call Me a Theorist | Medium,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call-me-a-theorist/the-complexities-of-supporting-art-by-problematic-artists-989827511f6b
  88. The Problems With Censoring Problematic Art | by Mackenzie Amanda Darnielle - Medium, 11월 6, 2025에 액세스, https://medium.com/@rocknrollgeek1975/the-problems-with-censoring-problematic-art-cec663b2d9d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