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이 사람의 행동을 정의 할 수 있는가?

 

건축이 사회의 질서를 형성하거나 보조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 작업에서는 건축 이후에 행위가 있지 않다.

이곳에서 건축은 그저 바탕일 뿐이며 주체는 이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행위이다.

영상분석기술로 리니어모터를 제어해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건축을 구성한다.

컴퓨터비전과 머신 러닝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기술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현상에서 작은 위상차 데이터까지도 정보로 가공할 수 있다.

덧붙여, ‘경험 기반’의 모호한 프로세스에서 정량적 정보의 활용은 과정이 간과하는 간극을 메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hXeuKvE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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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유센터 (2024 근대도시건축 디자인공모전)

 

정치적 암울함과 경제발전에의 기대 속에서 남산에 ‘기념비’를 짓던 어떤 이념들은 이데올로기와 함께 ‘퇴거’해 버린 지금. 역설적으로 이곳은 텅 빈 기표로만 존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건축에서부터, 근대화 이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징, 컨텍스트, 위계적 구성같은 책임들을 덜어내고 이 새로운 자유를 공격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은 필연적으로 옛것과 새것의 대비를 발생시킨다. 때문에, 이것은 복원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존 건물에서 자라나는 프로젝트여야만 한다. 분명한 사실은 이미 고유한 형태가 70년이상 이 자리에 있었다. 이 자라난 부분에는 정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공성의 구조이고, 도시의 지형으로 인해 접근이 용이하다. 이 부분은 기존 건축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 다공성의 특질을 갖는다.

 

어떤 공간이 사람의 행동을 정의할 수 있는가? 그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이 작업에서는 건축 다음에 행위가 있지 않다. 이곳은 그저 바탕일 뿐이며, 주이공은 이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삶과 행위이다.고전적인 건물처럼 일련의 둘러쌓인 방이나 특정한 시퀀스 같은 옛 것은 이곳에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구성할 것이다. 둘러쌓임과 깊이감, 방향을 만들어내는 대각선 방향의 공간 풍경을 만들었다. 모더니즘 건축의 약점 중 하나는 벽으로 둘러쌓인 ‘반복적인 공간’인데, 이 건물에 그런 유형의 공간 구조를 ‘반복’하는 행동은 기술을 이전의 요소를 모방하는데 사용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껏, 우리들은 반응형 접근 방식으로, 건축은 일시적인 시간만을 따라다녔다. 컴퓨터 과학의 혁명이 견고해보였던 모든 벽들을 녹여버릴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 순간에, 미결로 남아있는 이미 지난 시대의 표상을 결론 맺고, 공공적인 장소를 만드는 것은 터무니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앞으로의 오래된 장소들이 소멸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고, 변하는 장소만이 낡지 않을 것이다.

 

‘용도’가 고정될 때 건축은 존재할지 모르는 정답에 귀결하려하기 때문에 ‘전시관’이라던가 ‘극장’ 등의 용도보다는 공공적 공간이라 한발 느슨하게 제안한다. 이것은 하나의 건물 외피 안에 포함되는 다양한 소규모 공간들의 독창적 디자인을 설정한다.어떤 큰 규모의 집회공간, 중규모의 전시를 위한 공간, 소규모의 만남을 위한 공간 혹은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 망라된다. 이들 공간들 내에 구성되어야 하는 기능들은 단순한 관계성을 가지고 형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 프로그램은 정지해있거나 하나의 견고한 흐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확 바뀔수도, 연속적으로 서서히 바뀔수도, 뒤섞일수도 있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 볼륨은 현상에 대응하는 이동성을 가진 블록으로 원자화했다.

 

이 리노베이션은 남산에 과거부터 존재한 화악암질 암석층을 기반으로, 공적 장소들을 창조하기 위한 ‘비움‘들이 파내어진다. 이 매우 거대한 지층은 하나의 견고한 쉘터이자 동굴으로, 모든 현상(형태)의 데이터(위상, 각도, 거리, 군집, 시간 그리고 데이터 베이스) 에 반응으로 구축된다. 이 블록 내에서 주요한 공공 장소들은 건축요소들의 간극, 즉 암석 덩어리로부터 파내어진 비움들로 정의된다. 이들은 기억속에 부유하는 다수의 가능성들이며, 각각이 그것의 고유한 데이터-정보적, 기술적 유기체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비어있기 때문에 개별 공간들은 그들의 고유한 논리에 따라 엄격하게 ‘맞춰질 수’ 있는데, 서로에게, 건물 외피로부터, 건축의 통상적인 어려움들로부터, 심지어 시간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다.

이번호는 흩어진 담론의 파편들을 끌어모아 한국 건축이 일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번역어의 계보부터 동시대 건축가들의 실천까지 이 잡지 속의 풍부한 문헌과 깊이 있는 분석은 그 자체로 학술적 성취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지적 축적이 과연 동시대 한국 건축이 마주한 교착 상태를 돌파할 날카로운 칼날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책 전반에 흐르는 톤은 어딘가 모르게 둔하고 안전하다. 이는 마치 잘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무의식적인 ‘자기방어적 첨삭’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일본을 통한 비판적 성찰을 시도하면서도, 정작 우리 내부의 가장 불편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겨누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다. 알지만 회피해서 무뎌진 부정들을 바라보지만, 안전한 역사적 분석과 이론적 고찰의 경계 안에 머무르려는 태도가 녹아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알다시피 건축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은 안전지대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다. 이론적 담론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 즉 에너지 위기, 인구 절벽,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문제들과 만나는 지점에 건축이 서려면, 기존의 견고한 관념들을 해체하는 날카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지금껏 건축이 회피해 온 모든 것들은 현실의 인과관계 속에 있으며, 그것들을 외면한 채 건축을 묘사하는 것은 지적 나태이지 않을까?

미로 2호 <일본>은 훌륭한 숫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잘 갈린 칼날이며, 그것을 휘두를 용기다. 이 책이 그저 또 하나의 교양 서적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이 책에 긁혀서 더 위험한 질문을 던지며 건축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로 이어져야만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경계의 환상을 넘어설수 있다.

 

서론: 원리인가, 요소인가

 

건축 담론에서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라는 개념은 종종 형태적 유비(analogy)의 유혹적인 사례로 등장한다. 생물학(bio)과 모방(mimicry)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자연의 형태나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접근법을 지칭한다.1 그러나 이 개념의 가장 심오한 교훈은, 한 건축학 교수의 통찰력 있는 경고처럼, 우리가 모방해야 할 것이 유기체의 ‘형태(form)’가 아니라 그것을 지배하는 근원적인 ‘원리(principle)’라는 점에 있다. 거미줄의 구조적 효율성을 디자인에 적용하고자 할 때, 최종 결과물이 거미줄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는 이 명제는 비단 바이오미미크리라는 특정 디자인 방법론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건축이 참조와 영감의 대상을 다루는 방식, 나아가 건축이라는 지적 활동의 본질 자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최근 한국 건축계에서는 ‘한국성’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며 전통 버내큘러(vernacular) 디자인을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종종 노스탤지어에 기반한 ‘레트로(retro)’ 감성과 구분되지 않는 모호함 속에서 표류한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버내큘러 건축에 대한 접근이 그것을 탄생시킨 생성적 ‘원리’가 아닌, 시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요소(element)’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한다. 그 결과, 버내큘러에 대한 논의는 “과거 한국에서 자주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의 적당한 짜깁기”로 귀결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감각적 이미지에 호소하는 피상적인 결과물로 나타난다. 소위 ‘힙(hip)’하다고 여겨지는 이미지를 생산하는 데 몰두하지만, 왜 과거의 것이 ‘힙’하게 여겨지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재한 채, 미디어에 의해 부여된 이미지들의 원칙 없는 콜라주만이 양산될 뿐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비판은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또 다른 경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국의 전통이 아닌, 발레리오 올지아티(Valerio Olgiati)나 크리스트 & 간텐바인(Christ & Gantenbein)과 같은 스위스 건축가들의 미학을 정신적 지주로 삼는 조류 역시, 그들의 건축을 지배하는 엄격한 내적 논리, 즉 ‘원리’를 탐구하기보다는 그들의 결과물에서 나타나는 시각적 ‘요소’—예컨대 모노리딕한 재료의 사용, 기하학적 형태의 중첩—를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디자인이 요소에 대한 개인적 선호의 문제가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 디자인은 원리(principle)이며, 규칙(rule)이고, 나아가 하나의 지적 기율(discipline)이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 건축계에 만연한 ‘요소 중심적 콜라주’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바이오미미크리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의 이론을 통해 ‘원리 기반 디자인’과 ‘요소 기반 디자인’의 근본적인 차이를 규명하는 이론적 틀을 구축할 것이다. 이후 이 틀을 적용하여 한국 버내큘러의 피상적 재현과 스위스 아방가르드의 형태적 모방이라는 두 가지 현상을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 있는 디지털 이미지 경제, 특히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적 논리를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건축이 어떻게 이미지 생산의 논리에 종속되어 그 본질적 기율을 상실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원리에 기반한 건축적 실천의 회복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제1부 생성적 원리: 자연과 언어로부터의 교훈

 

본 보고서의 비판적 논지를 전개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는 디자인을 생성적 시스템(generative system)으로 이해하는 관점과 임의적인 콜라주(collage)로 간주하는 관점 사이의 근본적인 이분법에 기초한다. 이 장에서는 바이오미미크리의 심층적 이해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 언어(Pattern Language)’ 이론을 통해, 원리 기반 디자인이 어떻게 복잡하고 살아있는 전체를 생성해내는 반면, 요소 기반의 콜라주는 어떻게 생명력 없는 단편들의 집합에 머무르는지를 규명한다.

 

1.1 형태가 아닌 원리를 해킹하다: 바이오미미크리의 심층적 이해

 

바이오미미크리의 가장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적용 사례들은 자연의 외형을 모방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원리, 과정, 그리고 생태계의 논리를 에뮬레이션(emulation)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요소의 차용과 원리의 적용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하는 첫걸음이다.

바이오미미크리는 크게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될 수 있다: 형태 모방(mimicking form), 자연의 메커니즘 또는 과정 모방(mimicking natural mechanisms), 그리고 생태계로부터의 학습(learning from ecosystems).1 인도의 로터스 템플(Lotus Temple)이 연꽃잎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차용한 것처럼 형태 모방은 심미적으로 만족스러울 수 있다.1 그러나 진정으로 심오한 기능적, 지속가능한 이점을 창출하는 것은 과정과 시스템의 에뮬레이션이다.

이러한 원리 기반 접근의 정수는 짐바브웨 하라레에 위치한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re)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earce)는 건물이 흰개미집처럼 ‘보이도록’ 설계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흰개미가 사용하는 패시브 환기 및 열 질량 조절의 ‘원리’를 해킹했다.3 건물 중앙의 아트리움, 높은 열용량을 가진 콘크리트 구조체, 그리고 옥상의 굴뚝 시스템은 흰개미집의 ‘형태’가 아닌 ‘기능’을 복제한다. 그 결과 이 건물은 유사한 규모의 일반적인 건물에 비해 단 10%의 에너지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혁신을 이루었다.5 심지어 건물의 파사드 디자인에는 열 방출을 위해 표면적을 극대화하는 선인장의 원리까지 부차적으로 적용되었다.4 이 사례는 ‘형태가 아닌 원리를 모방하라’는 명제가 단순한 수사를 넘어 구체적인 방법론임을 증명한다.

또 다른 탁월한 사례는 일본의 신칸센 500 시리즈 고속열차이다. 이 프로젝트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열차가 터널에 진입하고 빠져나올 때 발생하는 공기 압축으로 인한 ‘터널 붐(tunnel boom)’이라는 강력한 소음이었다.9 열렬한 조류 관찰가였던 엔지니어 나카츠 에이지(Eiji Nakatsu)는 물총새(kingfisher)가 저항이 낮은 매질(공기)에서 저항이 높은 매질(물)로 최소한의 물보라를 일으키며 뛰어드는 능력의 원리를 파악했다.9 해결책은 열차의 앞부분을 단순히 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총새 부리가 가진 유체역학적/공기역학적 ‘원리’를 모델링하는 것이었다.12 그 결과는 정량적으로 입증되었다. 열차는 더 조용해졌을 뿐만 아니라, 속도는 10% 증가하고 전력 소비는 15% 감소했다.12

이 두 사례의 성공은 ‘추상화(abstraction)’라는 핵심적인 지적 과정에 기반한다. 디자이너들은 대상(흰개미집, 물총새 부리)을 복사한 것이 아니라, 기능적 원리를 식별하고, 번역하며, 추상화하여 완전히 다른 맥락(건물, 기차)에 적용했다.1 산업 디자이너 칼 하스트리히(Carl Hastrich)가 개발한 ‘바이오미미크리 나선(biomimicry spiral)’—문제 식별(Identify), 생물학적 용어로 번역(Translate), 자연에서 발견(Discover), 원리 추상화(Abstract), 디자인 전략으로 모방(Emulate), 평가(Evaluate)—은 이러한 구조화되고 기율 잡힌 디자인 방법론을 명확히 보여준다.1 요소 중심의 콜라주 접근법은 바로 이 결정적인 번역과 추상화 단계를 건너뛴다. 그들은 자연에서 형태를 ‘발견’하자마자, 그것을 조악하게 ‘모방’하는 단계로 직행한다. 이는 단순히 취향의 실패가 아니라, 근본적인 방법론의 실패를 의미한다.

 

1.2 생성적 시스템으로서의 디자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 언어’

 

원리 기반 디자인을 위한 강력한 이론적 모델은 건축가이자 이론가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생성 문법(generative grammar)’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일관성 있는 건축 언어가 자연어와 마찬가지로 고정된 객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무한한 수의 독특하고, 맥락에 적합하며, ‘살아있는’ 해결책을 생성할 수 있는 규칙(원리)의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생명력 없는 콜라주가 가진 정적인 특성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알렉산더는 ‘전체로서의 시스템(system as a whole)’과 ‘생성 시스템(generating system)’을 핵심적으로 구분한다. 전자가 완성된 객체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면, 후자는 조합의 규칙을 가진 부품들의 키트(kit of parts)이다.14 요소 기반의 콜라주 비판은 건축을 단지 ‘전체로서의 시스템’, 즉 하나의 이미지로만 구상하는 경향을 겨냥하는 반면, 본 보고서는 ‘생성 시스템’, 즉 일련의 원리에 의해 생산되는 건축을 옹호한다.

알렉산더의 대표작 『패턴 언어(A Pattern Language)』는 스타일북이 아니라, 253개의 상호 연결된 패턴으로 구성된 생성 문법으로 제시된다.15 각 패턴은 문제, 맥락, 그리고 해결책, 즉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칙을 기술한다.15 이 언어는 도시의 규모에서 문손잡이의 규모에 이르기까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원리가 어떻게 다양한 스케일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15 이 생성 시스템의 목표는 ‘전체성(wholeness)’ 또는 ‘살아있는 구조(living structure)’를 창조하는 것인데, 이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질서처럼 자연스럽고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질서를 의미한다.16 이는 알렉산더의 작업을 바이오미미크리의 이상과 연결시킨다. 두 접근법 모두 잘 작동하는 시스템(자연/전통)으로부터 인공적인 시스템(건축)으로 원리를 이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17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요소들의 ‘원칙 없는 콜라주’는 근본적으로 반-생성적(anti-generative)이다. 이 접근법은 건축의 역사와 선례를 학습하고 구사해야 할 살아있는 원리의 언어로 보지 않고, 추출할 수 있는 스타일적 요소들이 가득한 유한한 채석장으로 취급한다.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언어학에 영향을 받은 생성 문법은 심층적인 구조적 규칙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무한하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14 반면 콜라주는 기존 파편들의 유한한 조합에 불과하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생성할 수 없으며, 단지 낡은 것을 재배열할 뿐이다. 궁서체 간판을 붙이거나 옛 종로의 풍경을 콜라주하는 행위는 건축을 파편의 집합으로 다루는 완벽한 예이다. 이는 두 접근법이 시간과 역사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생성적 접근은 역사를 살아있고 진화하는 지식의 시스템으로 보는 반면, 콜라주 접근은 역사를 정적이고 죽어있는 이미지의 컬렉션으로 간주한다.

기준 요소 기반 디자인 (콜라주) 원리 기반 디자인 (생성 시스템)
핵심 유비 형태 복사로서의 바이오미미크리 (예: 꽃 모양 건물) 원리 해킹으로서의 바이오미미크리 (예: 이스트게이트 센터)
이론 모델 정적 조합 / 파스티슈(Pastiche) 생성 문법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방법론 가산적, 임의적 선택 ("짜깁기") 시스템적, 규칙 기반 변형 ("추상화와 에뮬레이션")
선례와의 관계 모티프와 요소의 인용 논리와 원리의 변형
구조(Tectonic) 논리 무대장치적, 부가적 (이미지 중심) 통합적, 시스템적 (구조 중심)
맥락의 역할 노스탤지어 또는 스타일 효과를 위한 배경 결과를 형성하는 생성적 힘
주요 매체 디지털 이미지 ("인스타그램어블"한 컷) 체험되는, 분위기 있는 공간
건축적 결과 기호의 집합; "키치(Kitsch)" (그린버그) 일관성 있는, 살아있는 전체

제2부 오해된 버내큘러: 요소로서의 노스탤지어, 원리로서의 전통

 

제1부에서 구축한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이 장에서는 현대 한국 건축계의 피상적인 버내큘러 부흥 현상을 분석한다. 이 경향은 버내큘러를 (요소의 집합인) 하나의 ‘스타일’로 취급하고, (원리의 시스템인) 하나의 ‘기율’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점을 논증할 것이다.

 

2.1 버내큘러의 본질: 진화된 원리의 시스템

 

버내큘러 건축은 역사적 형태의 집합이 아니라, 지역적 자원을 사용하여 특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도로 정교하게 진화된 원리의 시스템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 ‘아름다움’은 미학적 목표 자체가 아니라, 깊은 논리의 부산물이다.

버내큘러 건축의 정의는 지역의 필요, 건설 자재의 가용성, 그리고 지역 전통에 기반하여 설계된 건축 양식이며, 종종 정규 교육을 받은 건축가 없이 지역 장인들의 기술과 전통에 의존한다.20 그것은 유행이 아닌 ‘효용성’을 위한 건축이다.21 버내큘러 건축은 근본적으로 그 지역의 거시 기후에 의해 지배된다.22 추운 기후의 건물들은 높은 열 질량을 가지는 반면, 더운 기후의 건물들은 맞통풍을 위해 설계된다. 이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명제의 가장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현이다.

버내큘러는 "우리 이전 수 세기의 삶에 의해 형성된 디자인 언어, 토착 재료, 그리고 건축 전통의 패치워크"이다.24 이는 공동체가 적절하고 지속 가능하게 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알렉산더의 ‘패턴 언어’와 유사한, 정제되고 공유된 지식 체계이다.23 그것은 특정한 ‘모양’을 달성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필요로부터 유기적으로 발생한다.24

따라서 진정한 버내큘러 건축은 ‘원리 기반 디자인’의 궁극적인 예시이다. 그 형태들은 기후 대응, 재료 효율성, 문화적 관습을 지배하는 복잡한 규칙들의 직접적인 물리적 발현이다. 그러므로 버내큘러로부터 진정으로 배우는 것은 그것의 ‘어휘’만이 아니라 ‘문법’을 배우는 것이다. 버내큘러의 정의 자체가 지역적 필요, 기후, 재료에 대한 반응성을 강조한다.20 이는 특정한 건축적 해결책을 생성하는 제약과 기회의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더운 기후에서 맞통풍을 허용하라’는 원리는 큰 개구부나 다공성 벽이라는 ‘요소’를 생성한다. 따라서 그것을 생성한 원리(예: 강우, 일사량, 목구조의 하중 관리)를 이해하지 않고 한옥의 지붕 형태와 같은 ‘요소’를 복사하는 것은 무의미한 행위이다. 이는 바이오미미크리 유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흰개미집 환기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한옥의 기후적, 구조적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해야만 그것으로부터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다.

 

2.2 ‘한옥 스타일’과 원리의 죽음: ‘뉴트로’ 콜라주 비판

 

이 절에서는 현대 한국 건축, 특히 한옥 미학의 상업화에서 나타나는 ‘뉴트로(Newtro)’ 경향을 직접적으로 비판한다. 이 경향은 노스탤지어적 요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전통 한국 건축의 핵심 원리를 적극적으로 무시하고 종종 위반하며, 그 결과 건축이 아닌 무대장치에 불과한 ‘원칙 없는 콜라주’를 낳는다.

현대의 한옥은 종종 구조적 취약성, 부실한 단열, 높은 비용 등의 문제에 시달리는데, 이는 현대 생활에 맞게 그 원리를 진화시키는 데 실패했음을 나타낸다.25 과학적 근거 없이 황토와 같은 특정 재료에 대한 교조적인 집착은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26 정부 정책 역시 한옥을 피상적인 요소(예: 목구조, 기와지붕)로 정의함으로써 원리의 진화보다는 ‘형태’의 보존을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28 이는 심지어 콘크리트 건물 위에 한옥 스타일의 지붕을 얹는 것과 같은 부조리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29

“과거 한국에서 자주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의 적당한 짜깁기”라는 비판은 상업적 트렌드에서 직접적으로 관찰된다. 예를 들어, 익선동과 같은 곳에서는 건물의 외형은 한옥으로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상업적 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개조되어 본래의 공간적 논리가 파괴된다.30 이는 원리보다 이미지를 우선시하는 경향의 전형이다. 성수동에서 낡은 공장을 ‘힙한’ 카페로 개조하는 트렌드 역시 깊은 관계 맺기 없이 미학적으로 전유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논리를 따른다.31

이러한 경향에 대한 비판적 대안은 건축가 김수근의 ‘공간 사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건물은 한옥이 아니지만, 한국 전통 건축의 ‘원리’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적인 스케일, 전통 가옥과 마당을 거니는 듯한 복합적이고 다양한 공간 시퀀스, 그리고 검은 벽돌의 촉각적 사용 등이 그것이다.32 건물의 복잡하고 미로 같은 동선과 다양한 층고는 전통 건물의 ‘요소’를 복사하는 대신 역동적인 공간적 여정이라는 ‘원리’를 구현한다.33 이는 원리의 성공적인 번역 사례이다.

‘뉴트로’ 버내큘러 트렌드는 단순히 디자인의 실패가 아니라, 급속한 개발 중심 사회에서 노스탤지어를 상품화하는 더 넓은 문화적 조건의 증상이다. 한국의 건축 개발은 극도로 빠르고 이윤 중심적인 건설과 파괴의 순환, 즉 ‘인스턴트 건축(Instant Architecture)’으로 특징지어져 왔다.36 이는 동질성과 장소성의 부재를 낳는 환경을 조성한다.38 이러한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진정한’ 과거의 이미지는 가치 있는 상품이 된다. ‘뉴트로’ 트렌드는 이러한 이미지(한옥의 요소, 낡은 공장)를 추출하여 상업적 브랜딩으로 재배치하며, 소비와 소셜 미디어 공유를 위해 디자인된 공간을 창출한다. 이 과정은 원리가 제거될 것을 요구하는데, 왜냐하면 원리는 복잡하고 맥락 의존적이며 쉽게 상품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옥 지붕의 ‘이미지’는 팔기 쉽지만, 그 구조와 기후 성능의 복잡한 ‘논리’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건축적 실패는 마케팅 전략으로서의 성공의 직접적인 결과이며, ‘원칙 없는 콜라주’는 덧없는 이미지 경제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건축 상품이 된다.


제3부 스위스의 신기루: 탈맥락적 형태의 유혹

 

이 장에서는 스위스 건축가 발레리오 올지아티와 크리스트 & 간텐바인의 피상적 모방이라는 두 번째 비판 지점을 다룬다. 이러한 현상 역시 요소 기반 사고의 또 다른 발현으로, 그들의 건축을 생성하는 상이하고 엄격한 지적 원리들을 무시한 채 오직 금욕적인 시각 언어만을 복제하는 행태임을 논증할 것이다.

 

3.1 발레리오 올지아티의 엄격한 기율: 원리로서의 비참조성

 

이 절에서는 올지아티의 ‘비참조적 건축(non-referential architecture)’ 철학을 해부한다. 그의 작업이 갖는 힘은 모노리딕한 형태에 대한 스타일적 선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건축적 경험을 창조하려는 엄격하고 내적으로 일관된 기율에서 파생된다. 그의 건축에 대한 모방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근원적인 ‘기율’ 없이 자율성의 ‘이미지’만을 복제하기 때문이다.

올지아티의 핵심 사상은 건축이 시대, 지역 문화, 또는 어떤 외부적 서사의 반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42 그는 사회적, 정치적인 것과 같은 건축 외적 담론을 거부하고, 본질적인 형태 요소와 관찰자의 실존적, 의미 형성 경험에 집중한다.44 그의 디자인 과정은 단일하고 강력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건물을 구상하고, 이 아이디어가 모든 요소의 형태와 배열을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다.44 목표는 한 요소를 제거하면 전체 건물이 개념적으로 무너지는 ‘합리적인 유기적 전체(rational organic whole)’를 만드는 것이다.45 이는 콜라주와 정반대의 접근법이다.

올지아티는 물리성과 구축에 깊이 집중하며 44, 종종 착색 콘크리트와 같은 단일 재료를 사용하여 ‘하나됨(oneness)’과 순수성의 감각을 달성한다.42 그의 형태는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종종 사유를 자극하기 위해 모순적이거나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구조와 구축법을 깊이 탐구한 결과물이다.45 “새까만 포르쉐가 들어간 반듯한 평면 몇 개를 알 수 없는 각도로 돌려서 겹쳐 놓는 것”이라는 비유는 이러한 피상적 모방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다. 이는 생성 원리(단일하고 강력한 비참조적 아이디어) 없이 시각적 효과(회전된 모노리딕 매스)만을 흉내 내는 행위이다. 이러한 경향은 올지아티 스타일을 차용한 한국 학생들의 작업에서도 관찰되며, 트렌디하지만 원본이 가진 지적, 경험적 깊이는 결여되어 있다.44

한국의 건축 환경은 종종 획일성과 강력한 정체성의 부재로 비판받는다.40 올지아티의 작업은 타협하지 않는 작가적 비전과 기념비적 순수성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제시한다.45 젊은 건축가나 학생에게 이 이미지는 상업적 실무에 대한 매혹적인 대안을 제공한다. 그러나 ‘비참조성’에 대한 깊은 철학적 헌신 없이 그 ‘이미지’를 채택하는 것은 용어 자체의 모순이다. 올지아티의 스타일을 ‘참조’함으로써 비참조적인 건물을 만들 수는 없다. 그 결과는 자율적인 객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이 의존적이고 참조적인 이미지가 된다. 그것은 ‘올지아티적인’ 요소들의 콜라주가 되어, 다시 한번 요소 기반 사고의 한계를 증명한다.

 

3.2 크리스트 & 간텐바인의 깊은 맥락: 원리로서의 유형학

 

이 절에서는 크리스트 & 간텐바인의 작업을 올지아티의 접근법과 직접적으로 대조하여 분석한다. 그들의 원리는 “건축은 항상 건축으로부터 나온다(architecture always comes out of architecture)”는 명제에 집약된다. 그들의 작업은 기존 구조물 및 선례와의 심오한 유형학적, 역사적 대화이다. 따라서 그들의 형태를 탈맥락적으로 복제하는 것은, 그 작업을 생성하는 근본 원리, 즉 기존의 것과의 관계를 제거하는 행위이기에 더욱 부조리하다.

크리스트 & 간텐바인은 프로젝트가 결코 무(無)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기존의 것과 관련을 맺고 그것으로부터 영양분을 얻는다고 말한다.51 그들의 ‘이탈리아의 사진들(Pictures from Italy)’ 프로젝트는 역사적 선례를 연구하고 내면화하는 것이 작업의 기초가 된다는 깊은 신념을 보여준다.51 그들에게 근본적인 문제는 ‘유형학(typology)’이다. 즉, 건물의 기저를 이루는 조직 원리와 그것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 하는 것이다.52 취리히와 바젤의 박물관 증축 프로젝트는 기존 건물과의 직접적인 유형학적 대화이며, 옛것과 새것의 구성을 통해 단일한 기관으로 기능하는 전체를 창조한다.52

그들의 방법은 기존 구조의 논리에 대한 ‘유비(analogy)’를 찾는 것과 동시에 명확한 ‘차별화(differentiation)’를 만들어내는 것을 포함한다.52 옛것과 새것 사이의 이러한 협상이 그들의 핵심 원리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스위스 교회에서는 기존 공간의 온전함을 존중하면서도 명확한 대조를 이루는 새로운 구조물이 ‘집 속의 집’처럼 삽입된다.54 그들의 관심은 스타 건축가의 개인적인 서명이 아니라, 건축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따라서 익명적인 성격”에 있으며, 근본적인 형태에 집중한다.55 이는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는 건축이다.55

크리스트 & 간텐바인의 모방은 더 미묘하지만 똑같이 심오한 원리의 실패를 보여준다. 모방자들은 그들의 차분하고 절제된, 종종 모노리딕한 형태를 단순한 미학적 선택으로 오인하지만, 실제 그 형태들은 역사적, 유형학적 분석이라는 복잡하고 깊이 맥락적인 과정의 결과물이다. 형태를 복사하는 것은 그것을 생산한 전체 대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모방자들이 올지아티와 크리스트 & 간텐바인을 ‘스위스 스타일’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는다는 사실은, 그들의 모방이 이미지를 통해 인식된 국가적 또는 지역적 ‘스타일’이라는 가장 피상적인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개별 건축가들의 상반되기까지 하는 지적 프로젝트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문제가 이미지 소비 문화에 뿌리박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화하며, 제4부의 논의로 이어진다.


제4부 이미지 경제: 알고리즘 시대의 건축

 

이 마지막 장에서는 앞선 분석들을 종합하여, 요소 기반 디자인이 지배하게 된 주된 원인으로 디지털 이미지 경제, 특히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을 지목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논리는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원리 기반의 전체를 전달하는 것보다, 쉽게 소비될 수 있는 시각적 요소의 생성과 유통을 선호한다는 점을 논증할 것이다.

 

4.1 건축 요소의 부상: 피드를 위한 디자인

 

소셜 미디어의 시각 경제는 ‘인스타그램어블(Instagrammable)’한 건축의 창조를 장려한다. 이러한 유형의 디자인은 쉽게 포착되고 공유될 수 있는 사진 친화적인 순간, 눈에 띄는 구성, 그리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디테일(요소)을 우선시하며, 이는 종종 총체적인 공간 경험, 기능성, 그리고 구조적 진실성을 희생시킨다.

인스타그램은 렌더링, 스케치, 사진을 통해 건축 프로젝트를 선보이기에 이상적인 시각 중심 플랫폼으로, 건축가들에게 필수적인 마케팅 도구가 되었다.56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인스타그램어블’한 건물을 생산하기 위해 형태, 질감, 색상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57 이는 실질보다 스펙터클을 우선시하여 건축의 기능적, 사회적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58 비평가들은 소셜 미디어를 위해 디자인된 건물을 일종의 ‘키치(kitsch)’—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의 말을 빌리자면 “대리 경험과 조작된 감각”—라고 주장한다.59 이러한 건물들은 현실보다 외양의 영역을 우대한다. 뉴욕에 있는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베슬(Vessel)’은 그 대표적인 예로, 오직 셀피를 위해 디자인된 이 구조물은 다른 목적이 없으며, 현재는 폐쇄된 채 낭비의 기념비로 서 있다.59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높은 참여도를 유발하는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콘텐츠를 선호함으로써 이러한 경향을 증폭시키고, 특정 스타일이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반향실(echo chamber)을 만든다.60 이는 물리적 현존이 아닌 공유 가능성에 기반한 ‘디지털 아우라(digital aura)’를 창조한다.60 인스타그램 피드의 논리—연속적이지만 탈맥락화된 개별 이미지의 흐름—는 건축에서의 ‘원칙 없는 콜라주’에 대한 완벽한 미디어적 유사물이다. 매체 자체가 요소 기반의 디자인 접근법을 장려하고 보상한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제시하지만, 본질적인 서사나 구조적 연결은 없다. 각 게시물은 독립적인 ‘요소’이다. 사용자는 이 단절된 요소들의 피드를 스크롤하며 건축을 ‘소비’한다. 이 매체를 ‘위해’ 디자인하는 건축가는 잠재적으로 바이럴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의 집합체인 건물을 만들도록 장려된다. 이는 ‘짜깁기’라는 비판과 직접적으로 상응한다. 건물은 사진 친화적인 순간들의 콜라주가 된다. 따라서 건축적 경향은 단지 소셜 미디어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의 논리에 의해 적극적으로 ‘형성’되고 ‘생산’된다.

 

4.2 기율에서 피드로: 원리의 최종적 붕괴

 

이 결론적인 절에서는 미디어 주도적 경향을 한국의 버내큘러 및 스위스풍 건축에 대한 비판과 직접적으로 연결한다. ‘원칙 없는 콜라주’는 건축의 주된 목표가 거주를 위한 공간 창조에서 디지털 유통을 위한 이미지 생산으로 전환된 실천의 논리적 귀결이다.

소셜 미디어는 문화와 경제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건축가를 그들의 팔로워 수에 가치가 매겨지는 ‘인플루언서’로 변모시킨다.61 소셜 미디어는 디자인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는 동시에, 인기 있는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공유되고 복제됨에 따라 스타일의 동질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62 이는 어떻게 ‘스위스 스타일’이 그 기원과 분리되어 한국에서 인식되고 복제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핀터레스트나 틱톡과 같은 플랫폼에서 DIY 문화와 디자인 인플루언서의 부상은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한때 예측과 깊은 지식의 대가였던 전문 건축가들이 덧없는, 알고리즘 주도적 유행의 ‘소음 속에서 길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63

버내큘러에 대한 논의가 감각적 이미지로 귀결되고, 스위스 모방이 트렌디한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은 이제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직접적인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버내큘러 전통과 아방가르드 기율은 모두 피드를 위한 동등하게 소비 가능한 ‘콘텐츠’로 평준화된다. 궁서체 간판과 회전된 콘크리트 평면은 그들의 원리가 제거된 채, 시각적 콜라주 안에서 등가의 요소가 된다.

이러한 이미지 경제의 최종적인 희생양은 건축 ‘기율(discipline)’ 그 자체이다. 기율은 정의상 지식 체계, 일련의 원리, 그리고 엄격한 방법론을 포함한다.65 그것은 깊은 연구와 비판적 사고를 요구한다. 소셜 미디어 피드의 논리는 반-기율적이다. 그것은 깊이, 엄격함, 복잡성보다 속도, 새로움, 즉각적인 시각적 임팩트를 선호한다. 건축 실무가 피드에 최적화될 때, 그것은 기율을 만드는 바로 그 요소들을 버리게 된다. 원리는 단일 이미지로 전달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규칙은 보이지 않는다. 느리고 반복적인 디자인 과정은 세련된 최종 렌더링보다 덜 매력적이다.56 따라서 이 모든 비판은 한국 건축의 두 가지 나쁜 경향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건축 기율 자체가 이미지 경제의 압도적인 힘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전 지구적 상태에 대한 진단이다. 급속한 발전의 역사와 강렬한 소셜 미디어 채택률을 가진 한국의 맥락은 이 전 지구적 위기를 단지 더 가시적이고 첨예하게 만들 뿐이다.


결론: 기율적 건축을 향하여

 

본 보고서는 현대 한국 건축계의 피상성을 ‘요소’와 ‘원리’라는 이분법적 틀을 통해 분석했다. 바이오미미크리의 심층적 교훈에서 시작하여,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생성적 시스템 이론을 거쳐, 버내큘러 전통과 스위스 아방가르드에 대한 오독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건축을 이미지의 논리에 종속시키는 디지털 미디어 경제가 있음을 밝혔다. 이 모든 논의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영감의 원천이 자연이든, 전통이든, 혹은 동시대의 아방가르드이든, 의미 있는 건축으로 나아가는 길은 시각적 ‘요소’의 손쉬운 콜라주가 아니라, 생성적 ‘원리’의 엄격한 식별, 추상화, 그리고 변형을 통해서만 열린다.

따라서 이 진단은 비관주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는 한국에서의 새로운 건축적 실천을 위한 요청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실천은 다음과 같은 토대 위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깊이 있는 연구(Deep Research)**이다. 전통 한옥이든 유럽 아방가르드의 선언문이든, 선례에 대한 진정성 있고 학술적인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대상을 이미지의 집합이 아닌,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담고 있는 지식의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둘째, **방법론적 엄격함(Methodological Rigor)**이다. ‘바이오미미크리 나선’이나 알렉산더의 생성적 시퀀스와 같이, 이미지보다 원리를 우선시하는 구조화된 디자인 프로세스를 채택해야 한다. 이는 건축을 임의적인 창작 행위가 아니라, 명확한 규칙과 논리를 따르는 지적 활동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셋째, **비판적 저항(Critical Resistance)**이다. 이미지 경제의 압력에 대한 의식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페터 춤토어(Peter Zumthor)가 강조한 살아있는 경험, 즉 공간의 분위기(atmosphere)와 물질성(materiality)의 가치를 회복하고 68, 구조적 정직성을 건축의 중심에 다시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건축은 취향의 문제나 선호하는 이미지의 큐레이션이 아니다. 그것은 고유의 역사와 논리, 그리고 규칙을 가진 하나의 기율이다. 현대 한국 건축이 마주한 도전은 그 기율적 토대를 재발견하고 되찾는 것이다. 건물이 건축을 담을 수는 있지만, 건물의 이미지가 건축 그 자체와 등치될 수는 없다. 원색의 궁서체 간판을 내건다고 그 건물이 버내큘러 건축이 되지 않듯이, 트렌디한 형태를 겹쳐놓는다고 그것이 지적인 건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건축은 보이는 것 너머, 그것을 생성시킨 보이지 않는 원리의 힘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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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Aesthetic Trends and Accessibility: Interior Design in the Age of Social Media | ArchDaily, 10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archdaily.com/998678/aesthetic-trends-and-accessibility-interior-design-in-the-age-of-social-media
  64. Influence of Pinterest and Instagram on Interior Design - FOYER, 10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foyermagazine.com/the-profound-influence-of-pinterest-and-instagram-on-interior-design-a-digital-revolution/
  65. Architectural theory - Wikipedia, 10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en.wikipedia.org/wiki/Architectural_theory
  66. Philosophy and the Tradition of Architectural Theory, 10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architecture/tradition.html
  67. Positioning Architectural Theory –, 10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betweenarchitectureandurbanism.com/2018/09/27/positioning-architectural-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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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 PETER ZUMTHOR ATMOSPHERES - Architectural Environments Surrounding Objects, 10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arhitectura2tm2016.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19/09/peter_zumthor__atmospheres.pdf
  70. Book review: Atmospheres-Peter Zumthor | by Preeti - Medium, 10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preek.medium.com/book-review-atmospheres-peter-zumthor-fc6aa91f980a

 

제 1부: 건축 개입의 철학적 토대

 

건축물에 대한 인간의 개입, 즉 흔히 '리노베이션'이라 불리는 행위는 단순한 기술적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선언이다. 건축적 개입의 현대적 실천은 20세기 중반,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남긴 파괴의 경험 속에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국제적 원칙들은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였다. 본 보고서의 제 1부에서는 이러한 철학적, 윤리적 기반을 구축한 핵심적인 이론과 헌장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전후 보편주의적 원칙에서 출발하여 보다 문화적으로 민감하고 가치 기반의 틀로 진화하는 지적 여정을 추적함으로써, 우리는 보존, 복원, 그리고 적응적 재사용과 같은 현대적 실천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적 충돌과 발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베니스 헌장이 제시한 '진정성'의 개념에서부터 알로이스 리글이 파헤친 가치의 갈등, 체사레 브란디가 정립한 비평적 방법론, 그리고 버라 헌장이 도입한 '문화적 중요성'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이 장들은 건축적 개입 행위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층적인 담론의 지형도를 그린다.

 

제 1장 베니스 헌장과 진정성의 성문화

 

1964년 베니스에서 열린 제2차 역사기념물 건축가 및 기술자 국제회의에서 채택된 베니스 헌장(The Venice Charter)은 건축 유산 보존 및 복원 분야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룬다.1 이 헌장은 제2차 세계대전의 광범위한 파괴 이후, 인류의 "공동 유산(common heritage)"으로서 고대 기념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2 1931년 아테네 헌장의 기본 원칙을 계승하고 확장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 베니스 헌장은, 이전까지 산발적이고 각국의 문화적 전통에 따라 상이하게 이루어지던 보존 및 복원 작업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틀을 제공하려는 최초의 체계적인 시도였다. 이 헌장은 이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창립 문서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 문화유산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영향력 있는 문헌으로 남아있다.4 헌장의 핵심은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가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성문화한 데 있으며, 이는 주로 물질적 완전성과 역사적 증거로서의 가치로 이해된다.

 

진정성과 증거의 우위 (제9조)

 

베니스 헌장의 가장 핵심적인 기여 중 하나는 복원(restoration)의 개념을 엄격하게 정의하고 그 한계를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제9조는 복원을 "고도로 전문화된 작업(a highly specialized operation)"으로 규정하며, 그 목적은 "기념물의 미적,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드러내는 것"에 있다고 명시한다.1 이 과정은 반드시 "원본 재료와 신빙성 있는 문서에 대한 존중(respect for original material and authentic documents)"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 조항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복원은 추측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중단되어야 한다(It must stop at the point where conjecture begins)"는 선언이다.2 이는 19세기 복원가들이 양식적 통일성이나 이상적인 원형을 추구하며 자의적으로 건물을 '완성'시키던 관행에 대한 명백한 비판이자 단절이다. 헌장은 기념물을 예술 작품인 동시에 "역사적 증거(historical evidence)"로 간주하며(제3조) 3,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의 모든 개입은 역사를 위조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따라서 복원은 기념물에 대한 고고학적, 역사적 연구가 선행되고 또 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의 중요성을 제도화했다.1 이는 복원 행위를 주관적 예술 행위에서 객관적 과학 기술의 영역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였다.

 

개입의 식별 가능성 (제9조, 제12조)

 

진정성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베니스 헌장은 '개입의 식별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9조는 불가피하게 추가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건축 구성과 구별되어야 하며, 현대적인 특징을 지녀야 한다(must be distinct from the architectural composition and must bear a contemporary stamp)"고 규정한다.5 더 나아가 제12조에서는 결실된 부분의 교체는 "전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동시에 원본과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며, 그 이유는 "복원이 예술적 또는 역사적 증거를 왜곡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힌다.5

이 원칙은 복원 행위에 있어 '정직성'을 윤리적 의무로 부과한다. 새로운 부분이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역사적 위조 행위이며, 미래의 연구자들이나 방문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만이라는 것이다. '현대적 특징'을 지녀야 한다는 요구는 단순히 양식적인 권고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개입의 역사를 명확히 드러내라는 명령이다. 이는 건물이 단일한 시간 속에 고정된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흔적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기록물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이로써 헌장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 흐릿한 모방이 아닌, 명확하고 정직한 대화의 형태를 취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양식적 통일성의 거부 (제11조)

 

베니스 헌장은 19세기 복원 이론, 특히 외젠 비올레르뒤크(Eugène Viollet-le-Duc)로 대표되는 양식적 복원(stylistic restoration)의 개념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제11조는 "양식의 통일성은 복원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기념물 건립에 기여한 모든 시대의 타당한 공헌은 존중되어야 한다(The valid contributions of all periods to the building of a monument must be respected, since unity of style is not the aim of a restoration)"고 선언한다.1

이 조항은 건축물을 다층적인 역사의 퇴적물로 이해하는 관점을 법제화한 것이다. 19세기 복원가들은 종종 건물을 특정 시대의 '이상적인'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 후대에 추가된 부분들을 가치 없다고 판단하여 철거했다. 그러나 베니스 헌장은 이러한 행위가 또 다른 역사의 파괴임을 인식하고, 한 건물이 여러 시대의 양식을 중첩적으로 포함하고 있을 때, 그 자체를 기념물의 고유한 역사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층을 드러내기 위해 위층의 구조물을 제거하는 것은 "제거되는 것이 거의 가치가 없고, 드러나는 재료가 역사적, 고고학적, 미학적으로 큰 가치를 지닐 때"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exceptional circumstances)"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2 이 원칙은 건축 유산을 단일한 창조물이 아닌,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쓰여지고 덧붙여진 '팔림프세스트(palimpsest)'로 보도록 강제하며, 보존의 대상을 원형이 아닌 건물의 전 생애주기로 확장시켰다.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베니스 헌장은 기념물 보존 분야에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헌장이 지닌 명확성과 엄격함은 그 자체로 비판과 새로운 해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헌장의 기저에 깔린 보편주의적 시각과 과학적 객관성에 대한 믿음은 20세기 중반 모더니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헌장은 "모든 과학과 기술"의 동원을 촉구하고(제2조) 2, 국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확고한 규칙을 수립하려 했다. 이는 합리적이고 전문가 중심의 분석을 통해 보편적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모더니즘적 신념을 반영한다. 이러한 접근은 보존 행위에서 주관성과 '취향'을 배제하려는 강점을 지니지만, 동시에 경직성과 특정 문화(특히 유럽) 중심적 시각이라는 한계를 내포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헌장은 기념물의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을 위한 활용을 장려하면서도(제5조) 3, 그 변경이 "건물의 배치나 장식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제한을 둔다.5 이는 기념물의 '역사적 증거'로서의 가치를 '사용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가치 위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순수한 보존의 이상과 현대 사회의 실용적 요구 사이의 근본적인 긴장을 드러낸다. 이 긴장감은 훗날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과 같은 보다 유연한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결국 베니스 헌장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해답이 아니라, 건축 유산을 둘러싼 가치와 윤리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드러내고, 이후 세대가 계속해서 씨름해야 할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 역사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제 2장 기념물 숭배: 알로이스 리글과 유산의 경쟁하는 가치들

 

베니스 헌장이 채택되기 60여 년 전, 오스트리아의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Alois Riegl)은 이미 현대 사회가 과거의 유산을 대하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방식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 『현대 기념물 숭배: 그 본질과 기원』(1903)은 보존 및 복원에 대한 실천적 지침서가 아니라, 우리가 기념물에 부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들 사이의 필연적인 충돌을 분석한 최초의 철학적 탐구이다.6 리글의 이론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문화유산을 둘러싼 논쟁의 근원에 어떤 가치들의 경쟁이 놓여 있는지를 밝히는 강력한 진단 도구를 제공한다. 그는 우리가 과거와 맺는 관계가 단일한 원칙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종종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가치들의 각축장임을 보여주었다.8

 

기념적 가치: 역사적 가치와 연대적 가치

 

리글은 기념물이 지니는 가치를 크게 '기념적 가치(commemorative values)'와 '현재적 가치(present-day values)'로 구분한다. 기념적 가치는 다시 '의도적 기념물(intentional monuments)'과 '비의도적 기념물(unintentional monuments)'로 나뉘는데, 현대적 의미의 문화유산 보존은 주로 비의도적 기념물과 관련이 깊다. 리글은 이 비의도적 기념물에 부여되는 두 가지 핵심적인 기념적 가치를 구분한다.

첫째는 **역사적 가치(historical value)**이다. 이는 특정 기념물이 인류 활동 발전의 한 단계를 보여주는 고유한 '문서'로서 지니는 가치이다.9 역사적 가치는 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요구하며, 미래의 연구를 위해 기념물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그 상태를 최대한 '진본 그대로(as genuine as possible)'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9 즉, 역사적 가치의 관점에서 보존의 목표는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부식을 막는 것이다. 19세기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증가한 시기였으며, 이는 예술사 연구의 폭발적인 성장과 법적 보호 장치 마련으로 이어졌다.10

둘째는 **연대적 가치(age-value, Alterswert)**이다. 이는 리글 이론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으로, 시간의 흐름이 남긴 가시적인 흔적, 즉 파티나(patina), 마모, 부식, 단편적인 형태 등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가치를 의미한다.9 연대적 가치는 역사적 지식이나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감각적 인식을 통해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한다.9 리글은 연대적 가치가 사물의 자연스러운 생애주기, 즉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고 보았다.6 이 가치는 국경을 초월하며, 민족주의적 감정과 강하게 연결되었던 비의도적 기념물과 달리 보편성을 지닌다.8

 

현재적 가치: 신규성 가치와 사용 가치

 

과거를 기념하는 가치들과 달리, '현재적 가치'는 기념물이 현재 우리에게 제공하는 효용과 관련된다. 리글은 이 중에서 특히 두 가지를 중요하게 다룬다.

첫째는 **신규성 가치(newness-value)**이다. 이는 새롭고, 온전하며, 흠 없는 상태를 선호하는 인간의 강력하고 본능적인 미적 취향이다.8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낡고 파편화된 것을 추하게, 새롭고 완전한 것을 아름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10 리글은 이 신규성 가치를 "연대적 가치의 가장 강력한 적수(the most formidable opponent of age-value)"로 지목했다.8 대중의 눈에 예술은 언제나 신규성 가치와 동일시되어 왔으며, 19세기 복원 실천의 핵심에는 바로 이 신규성 가치와 역사적 가치의 결합이 있었다. 즉, "자연적 부식의 모든 흔적을 제거하고, 모든 파편을 복원하여 완전한 전체의 외관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8

둘째는 **사용 가치(use-value)**이다. 이는 건물이 지닌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건물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는 연대적 가치를 존중하여 건물을 자연의 운명에 맡겨두려는 이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10

 

보존의 핵심적 갈등: 가치들의 전쟁

 

리글 이론의 진정한 힘은 이 가치들이 서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데 있다. 문화유산 보존의 실천 현장은 바로 이 가치들의 전쟁터이다.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는 역사적 가치연대적 가치 사이의 충돌에서 발생한다. 역사적 가치는 증거 보존을 위해 부식의 '중단'을 요구하는 반면, 연대적 가치는 시간의 흔적 자체를 예찬하며 부식 과정의 '지속'을 긍정한다.9 이 둘은 원칙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여기에 대중의 강력한 신규성 가치에 대한 선호가 개입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신규성 가치는 연대적 가치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흔적, 즉 파티나와 낡음을 '결함'으로 간주하고 제거하여 완벽하게 '복원된' 모습을 요구한다. 역사적 가치 역시 종종 '절대적이고 원래적인 상태'로의 완전한 복원을 지향하며 신규성 가치와 결탁하기도 한다.10 이는 단편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간의 경과를 포용하는 연대적 가치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리글의 분석은 베니스 헌장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을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리글이 비판했던 19세기식 '양식의 순수성'에 대한 집착은 역사적 가치와 신규성 가치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결과이며 6, 이는 베니스 헌장 제11조가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바이다. 헌장이 '추측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제9조)은, 그럴듯한 신규성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역사적 가치를 위조하는 행위를 막으려는 시도이다. 헌장의 '식별 가능성' 원칙 역시 새로운 개입이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여 거짓된 신규성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직접적인 장치이다. 이처럼 베니스 헌장은 리글이 60년 전에 이미 철학적으로 진단했던 문제적 복원 관행에 대한 하나의 입법적 대응으로 읽을 수 있다. 리글의 천재성은 이 갈등을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각각 정당성을 지닌 가치들 사이의 비극적 충돌로 규명한 데 있다. 그의 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어떤 문화유산 논쟁이든 그 이면에는 '우리는 지금 어떤 가치를 우선하고 있는가?'라는 리글적 질문이 놓여 있다.

 

제 3장 비평적 행위로서의 복원: 체사레 브란디의 방법론적 틀

 

알로이스 리글이 문화유산에 부여되는 가치들의 철학적 지형도를 그렸고, 베니스 헌장이 그 가치들을 보호하기 위한 윤리적 규범을 제시했다면,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 체사레 브란디(Cesare Brandi)는 복원이라는 행위 자체를 기술적 공예에서 비평적, 철학적 방법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저서 『복원 이론』(Teoria del Restauro, 1963)은 복원을 "예술 작품이 그것의 물리적 실체 안에서, 그리고 그것의 이중적인 미적, 역사적 본질 안에서 인식되는 방법론적 순간"으로 정의한다.12 브란디에게 복원은 단순히 손상된 것을 고치는 행위가 아니라,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그 본질을 미래로 전달하기 위한 지적인 '비평 행위(critical act)'이다.12 그의 이론은 예술 작품의 '잠재적 통일성(potential oneness)'을 회복하되, 시간의 흐름이 남긴 흔적을 존중하는 섬세하고 균형 잡힌 개입의 틀을 제공한다.13

 

복원의 이중적 책무: 미적 요청과 역사적 요청

 

브란디 이론의 핵심은 모든 예술 작품이 두 가지 근본적인 측면, 즉 '미적 요청(aesthetic instance)'과 '역사적 요청(historical instance)'을 동시에 지닌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12 미적 요청은 작품이 예술가에 의해 창조된 '이미지'로서 지니는 예술성 그 자체를 의미한다. 역사적 요청은 작품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인간에 의해 생산되어 현재까지 시간을 통과해 온 '물질적 증거'로서의 가치를 뜻한다.

복원의 목표는 이 두 가지 요청을 모두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복원가가 단지 기술자가 아니라, 작품의 예술적 본질과 역사적 맥락을 모두 이해하는 비평가여야 함을 의미한다. 브란디는 "예술 작품에 대한 모든 행위는, 복원의 개입을 포함하여, 그것이 예술 작품으로서 인식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복원의 질과 방식이 이러한 비평적 인식을 통해 결정된다고 보았다.12 따라서 복원은 작품의 미적 가치를 되살리는 동시에, 그것이 겪어온 역사의 흔적을 지우지 않아야 하는 이중의 책무를 진다.

 

'잠재적 통일성'의 원칙

 

이러한 이중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침으로 브란디는 '잠재적 통일성'의 원칙을 제시한다. 그는 "복원은 예술 작품의 잠재적 통일성을 재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단, 이것이 예술적 또는 역사적 위조를 저지르지 않고, 예술 작품이 시간을 통과한 모든 흔적을 지우지 않는 한에서 가능하다"고 명시했다.13

여기서 '잠재적 통일성'이라는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작품을 상상 속의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부분을 기반으로 관람자가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결손된 부분을 완전히 메워 '새것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결손이 전체적인 미적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개입하여 작품의 통일성을 '잠재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적 위조(artistic forgery)'란 복원가가 예술가의 역할을 대신하여 창조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역사적 위조(historical forgery)'란 시간의 흔적을 지우고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브란디의 원칙은 이 두 가지 위조를 모두 경계하며, 신중하고 절제된 접근을 요구한다.

 

방법론적 엄격함: 최소 개입, 가역성, 식별 가능성

 

브란디는 복원 과정에서 복원가의 주관적 해석이나 취향이 개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방법론적 원칙을 강조했다.15 이는 베니스 헌장의 정신과도 일치하며, 구체적으로 최소 개입, 가역성, 식별 가능성의 원칙으로 나타난다.

  • 최소 개입(Minimal intervention): 작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적 가독성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작업만을 수행해야 한다.13
  • 가역성(Reversibility): 모든 복원 개입은 미래에 더 나은 기술이나 정보가 나타났을 때 제거할 수 있도록 가역적이어야 한다.15 브란디는 이를 "모든 복원 작업은 미래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12
  • 식별 가능성(Distinguishability): 복원된 부분은 전문가의 눈에는 원본과 명확히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 [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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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ull article: Riegl's 'Modern Cult of Monuments' as a theory underpinning practical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work - Taylor & Francis Online,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556207.2020.1738727
  7. Riegl's 'Modern Cult of Monuments' as a theory underpinning practical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work - Taylor & Francis Online,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tandfonline.com/doi/abs/10.1080/13556207.2020.1738727
  8. (PDF) Riegl's 'Modern Cult of Monuments' as a theory underpinning practical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work - ResearchGate,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39935176_Riegl's_'Modern_Cult_of_Monuments'_as_a_theory_underpinning_practical_conservation_and_restoration_work
  9. Perceiving the Past: From Age Value to Pastness |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roperty,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cultural-property/article/perceiving-the-past-from-age-value-to-pastness/F3A99D23A2DE1A7DF9C25E77112DFCE5
  10. Alois Riegl and the Modern Cult of the Monument - ERA Architects,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eraarch.ca/2011/alois-riegl-and-the-modern-cult-of-the-monument/
  11. Riegl Modern Cult of Monument | PDF | Aesthetics - Scribd,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78618032/Riegl-Modern-Cult-of-Monument
  12. www.iccrom.org,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iccrom.org/sites/default/files/publications/2020-05/cesare_brandi_and_contemporary_art.pdf
  13. Preserving the Present: Theory and Ethics in the Conservation of ...,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dedalusfoundation.org/programs/online-features/view/preserving-the-present-theory-and-ethics-in-the-conservation-of-modern-and-contemporary-paintings/
  14. 1 Cesare Brandi's Theory of Restoration and azulejos • João Manuel Mimoso (jmimoso@lnec.pt) Researcher, Laboratorio Naciona,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www-ext.lnec.pt/AzTek/download/Azul_Brandi_fin03a.pdf

Dreaming of a universal approach: Brandi's Theory of Restoration and the conservation of contemporary art - ICOM-CC, 10월 20, 2025에 액세스, https://www.icom-cc.org/dlfile.aspx?file=https://www.icom-cc.org/docs/content/Sebastiano-Barassi-pape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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